Krauff RAW novel - chapter 625
좋은 말로 다독임을 받은 시에나는 맞는 말이라고 대답하면서도 입술을 잔뜩 삐죽였다.
“뭐 그래! 좋아! 하지만 여유 있으면 나 코프 하고 실컷 하고 싶어······”
다소 불퉁거리는 듯한 시에나를 두고 크라우프는 허리를 숙여 그녀에게 짧지만 깊은,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키스를 선사해 주었다.
“그래! 여유가 좀 있으면 시에나하고 같이 있을께. 약속할께.”
“고마워 코프. 사랑해!”
이번에는 시에나가 먼저 크라우프의 목을 끌어안고 키스를 해 주었다. 티아라는 그 장면을 보면서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한 번 긁적인 뒤 시에나가 크라우프를 무척이나 진지하게 생각하는데 자신은 무엇인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시에나와 마찬가지로 티아라에게도 크라우프는 일생에 가지게 되는 단 하나의 남자가 될 것이다. 만약에 크라우프의 삶이 티아라보다 먼저 끝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더 이상 다른 남자를 만나게 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티아라에게 크라우프는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것이 솔직한 그녀의 마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단지 서로 몸을 섞는 것으로 상대와 모든 것을 함께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였다. 그러나 사실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시에나처럼 크라우프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상대와 모든 것을 함께 한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문득 모든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을 때 티아라에게 크라우프가 키스를 해 왔다. 방금까지 크라우프의 입술에 시에나의 입술이 닿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가 키스를 해 주자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졌다. 짧은 키스였지만 자연스럽게 고맙다는, 아니 기쁘다는 생각이 들어 버렸다.
“이만 일어설께!”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둘도 마찬가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크라우프는 그냥 있으라고 대답한 뒤 곧 다른 곳으로 움직여 갔다.
“기뻐······”
크라우프의 모습이 사라지자 시에나는 살짝 왼손을 들어 눈가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이잉!”
“울지마! 다 커서 왜 우는 거야?”
갑자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시에나 때문에 당황한 티아라가 황급히 그녀를 다독여 주었다.
“그래도······너무 기뻐서 그래!”
“그래! 나도 기뻐······”
어느 순간 티아라도 시에나와 같은 감정이 되어 버렸다. 적어도 지금 이순간 만큼은 두 사람은 한 마음이 되어 있었다.
11월 21일 일련의 테러 사건들 때문에 스타브로스 대령을 비롯한 특수 헌병대와 군 검사들이 너무 고압적으로 행동해 고유 업무마저 제대로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군 관료 구성원들의 불평불만들이 일시에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생각외로 일이 커져만 가자 자칫하다가 자신도 반역자로 몰릴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들 몸조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칫 기밀문서 유출 사건 정도로 끝이 날 사소한 사건이 이제는 국가적인 반역 사건으로 발전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모두들 몸조심을 단단히 하는 가운데 군관료 조직에 섞여 있을 반역자들도 신변에 안전을 꾀하려 들 것이라는 것이 새롭게 조사에 착수한 조사관들의 분석이었다. 그러나 자칫 장기화 될 수 있었던 이번 사건은 뜻밖의 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것은 파기된 문서를 재조합하는 과정에서 군수 장교인 메리언 웨이들 대령과 인사 장교인 랜디 에이든 캉트 대령이 파기한 자료에서 발바이스 첩보 조직과 접촉했음을 의심케 하는 내용이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확실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군 조사관들은 두 사람에게 동행을 요구하는 형식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조사 도중 메리언 웨이들 대령이 헌병 조사관의 권총을 빼앗아 자살을 기도하면서 사건의 전개가 급속히 진행되기 시작했다.
웨이들 대령은 머리에 총상을 입어 후송되어졌지만 후송 도중에 사망했고 캉트 대령도 비슷하게 자살을 기도할 뻔 했지만 그는 헌병 조사관 재빠른 대처로 자살을 막을 수 있었다. 결국 자살을 실패한 캉트 대령에게 사면을 미끼로 회유하는데 성공한 조사관들은 에드라 요새에 있는 다수의 반역자 집단에 대한 명단을 확보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캉트 대령의 증언으로 약 40명 이상의 주요부서 중간 관리자들이 전격 체포되었다. 그리고 조사를 통해 금품을 받고 에이센의 군사 기밀을 발바이스에게 팔아넘긴 몇몇의 핵심 인물들이 검거되었다. 이들을 통해서 수사는 자신들이 대가를 받고 넘겨주는 정보를 AH라는 알 수 없는 인물에게 정보를 넘겨주었다고 공통적으로 증언을 하는데까지 진척될 수 있었다. 곧바로 그 AH라는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이어졌지만 결국 아무도 AH라는 인물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AH라······어찌보면 암호 코드 같은데 말이야.”
스타브로스 대령으로부터 중간보고를 받은 카레나는 AH라는 발바이스 정보부의 핵심 인물로 추정되는 인사가 있다는 것까지 밝혀진 것을 보고 치하하는 말을 해 주었다. 그리고는 중요한 정보를 스타브로스 대령에게 가르쳐 주었다.
“군 내부의 기밀을 발바이스에게 대가를 받고 팔아넘긴 반역자들에 대한 조사는 자네에게 일임하게 될 것이네. 그리고 이제 황실 정보부는 발바이스에게 군수 물자를 제공한 무역 상인들에 대한 조사와 체포에 들어갈 것이다.”
카레나가 앞으로의 일을 미리 밝혀 주자 스타브로스 대령은 잠시 무엇인가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약간 주저하는 듯 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공식적인 무역은 쉽게 제재할 수 없습니다.”
“아! 공식적인 무역이 아니라······이안 바르테즈와 하무트 싱이라는 젊은 무역상인들이 발바이스에게 군수 물자를 수출한 혐의가 포착되었네······”
“군부에서도 반역자들이 넘쳐나고 돈 몇 푼에 적국에게 군수 물자를 팔아넘기다니요!”
듣고 있던 스타브로스 대령이 카레나의 앞임에도 불구하고 이마에 핏대를 올리며 벌컥 화를 내자 카레나는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평소에도 황제와 국가를 배신하는 자들에게 치를 떨던 그였기에 그정도의 반응은 아주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건 그렇습니다. 하지만······자신들 돈 몇 푼 때문에 수많은 에이센 병사들이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도대체 생각들이 있는 것인지······”
“우리가 전부를 통제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바로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고 곧바로 키트릿지가 약간 상기된 얼굴로 카레나의 방안으로 불쑥 들어섰다.
“무슨 일이야?”
허락도 받지 않고 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선 키트릿지를 보고 카레나가 다소 목소리를 높였다.
“아! 죄송합니다.”
키트릿지는 자신이 너무 성급하게 안으로 들어왔음을 깨닫고 잠깐 사죄의 말을 한 뒤 무척이나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TV를 보셔야 할 것 같다며 목소리를 가늘게 떨었다. 무엇인가 다급함을 깨달은 카레나가 TV를 연결해 공용 방송 뉴스로 채널을 맞추니 그곳에서는 군 내부의 부정부패와 반역 행위에 대한 특별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그 내용들은 에이센 군 내부의 반역자들이 돈을 받고 발바이스에게 에이센군 내부에 대한 정보를 팔아 넘겨 현재 발바이스 군이 에이센군의 모든 것을 속속히 알고 있다는 내용이 전격 보도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어느 정도 외부에 알려진 것이었지만 특별 프로그램에서는 군 내부 조사중에 반역 혐의를 받은 40명 이상의 중간 관리자급 장교들이 군 수사 기관에 전격 체포되었고, 일부는 자살을 기도했으며 심지어는 체포를 우려해 개인 관사에서 자폭해 버릴 정도로 군의 조사가 강도높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었고, 에드라 요새에서 유출된 것이 뻔한 주요 영상과 사진들이 가감없이 내보내 지고 있었다.
“뭐야? 저것들은? 어떻게 저 내용이 방송에 나갈 수 있나?”
카레나는 특히 웨이들 대령이 심문실에 들어서던 도중에 헌병 조사관의 권총을 나꿔챈 후 그를 인질로 잡고 탈출하려다가 주변으로 몰려든 여러 명의 헌병들이 권총을 겨누자 총구를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이 일부 모자이크 처리되어 그대로 방영되자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저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카레나가 고개를 돌려 스타브로스 대령을 바라보니 그는 당황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짧게 헛기침을 한 후 약간 격앙된 목소리로 주의를 주었다.
“자네의 책임이니 대령 자네가 처리하도록 하게!”
“아······알겠습니다. 즉시 조치하겠습니다.”
상관 앞에서 어지간해서는 거의 목소리를 떨지 않는 스타브로스 대령이었는데 지금은 당황해 말을 더듬고 있었다.
“방송국은 내가 해결하지!”
그녀는 짧게 대답을 한 후 대령에게 나가 보라는 말을 했다.
“알겠습니다.”
스타브로스 대령이 굳은 표정으로 경례를 올린 후 되돌아 나갔고 카레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연스럽게 돌아 나가려는 키트릿지를 두고 카레나가 조용히 그를 불러 세웠다.
“아참! 키트릿지 한 가지 부탁 좀 하자!”
“네! 말씀하십시오.”
열고 나가려던 문을 조심스럽게 닫은 키트릿지에게 카레나는 책상위에서 보고 있던 서류 중 하나를 찾아 들었다. 서류를 받아 든 카트릿지는 잠시 동안 그것을 훑어 본 후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나저나 AH라는 녀석이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지난번에 그 금발 머리 여자는 처리했는데······그 여자의 후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키트릿지가 약간 고개를 갸웃 거리자 카레나는 슬며시 웃음을 지었다.
“휠씬 더 전에 있었겠지······하지만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새로운 녀석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AH라······기사나 강화 인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소 호전적인 목소리로 상대를 고대하는 키트릿지에게 카레나가 슬몃 그의 호승심을 충고해 주었다.
“키트릿지. 너의 임무는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명심해 두도록 해!”
“당연합니다.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키트릿지가 돌아가고 카레나는 조금은 길게 숨을 내쉬며 자신의 의자에 몸을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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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일도 한편 올립니다…(편법이지만…^0^)…Next-89…
금일은 어쩔 수 없이 독자분들과의 대화를 쉬어야 할 듯 보입니다…너무 졸리거든요…내일은 06시부터 일어나서..일하러 나가야 하는 아뒤쥔장님부터 바쁘고…저 작가넘도 아뒤쥔장님과 함께 외출해 …19시나 되어야 귀가를 하게 되니 말입니다…그러니 일찍 잠을 자두어야 합니다…^^;
서버 점검을 하게 되어서…내일은 하루 종일…유조아가 다운된다고 하지만…매일 연재는 꾸준히 이어집니다…다만 독자분들과의 대화를 쉬게 되어서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내일 아니 오늘 하루 즐거운 일들이 모두와 함께 하시길…화팅입니다…^0^)/~
…아아악~ 사람살려~ ┌(ㅠ0ㅠ)┘ 순결당 만세~!
이제…666회…어딘지 모르게…다시 한 번 저 작가넘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많은 분들이 예고한 탓에 글을 올리기가 두렵기도 하지만서두요…ㅜ-ㅜ;
어쨌든 간에…저 작가넘…그 동안…어딘지 모르게…연재분의 분량 늘이기에 급급했었습니다…중복 설명…저 작가넘이 다시 돌이켜 보면…장난이 아니었습죠…거의 대부분이 분량 늘이기였는데 많은 분들의 지적도 있고 특히 프리맨님의 지적을 받고…크게 깨달아 졌답니다…이래서는 안되겠구나…저 작가넘이 스스로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걱정도 되면서…하지만 이 크라우프를 통해서 저 작가넘이 보다 발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읽어 주시면서 저 작가넘에게 많은 질타를 해 주신 분들…전부 저 작가넘이 처음 보다는 그런대로 나아지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모든 분들…화팅이구요…저 작가넘…독자분들 모두에게…고마움을 표합니다…m(+_+)m…m(_ _)m…
자! 이제부터 666회입니다…ㅜ0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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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11월 22일 발바이스 함대 5만 척의 추격이 중지 되었다는 보고를 받게 되었을 때 크라우프는 당황해 마지 않았다.
“이거 제대로 된 정보가 맞나?”
발바이스 함대의 행동은 생각지고 못한, 말 그대로 뜻하지 않는 행동이었기 때문에 평소에 잘 하지 않는 반문을 하는 크라우프 때문에 보고서를 가져온 테즈 준장은 순간적으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예! 맞습니다. 각하!”
테즈 준장이 당황하면서도 크라우프가 반문하자 자신있게 대답했다. 순간 자신의 실수를 깨닫게 된 크라우프는 애써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발바이스 함대가 자신들을 추격해 오는 것을 포기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일단 최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중입니다”
테즈 준장으로서는 자신이 대답할 수 있는 최선의 문장을 선택했고 크라우프는 다시 한번 더 보고서를 훑어 보더니 계속 수고해 달라는 말로 그를 격려해 주었다.
바투스 행성계 방향으로 후퇴하고 있는 크라우프 페트릴의 함대를 추격중에 있던 다크 크라이드는 미사일함 알폰 메크 호의 지휘 데스크에서 에이센 함대와 전투에 돌입하게 되었을 때 사용할 전술에 대해서 검토해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하얀 백작으로부터 에이센 함대에 대한 추격을 중지하고 아리아 실피드 행성계의 장악에 전념하라는 명령을 전달받게 되었다.
“이런······이제 곧 적을 따라 잡을 수 있는데······”
다크 크라이드는 이전의 전투로 잔뜩 손실을 입은 에이센 함대와 접촉하게 되면 승리를 할 수 있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하얀 백작으로부터 패잔병들에 대한 추격을 중지하라는 명령을 받자 못내 아쉬워했다. 그렇지만 그는 추격을 중지하고 아리아 실피드 행성계에 대한 장악에 전념하라고 하는 하얀 백작의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는 입장에 있었다.
“하는 수 없지! 어차피 저 녀석들이 후퇴해 나가는 곳은 세갈 마이야 하페텐께서 직접 대함대를 이끌고 전진해 나가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어차피 아나베 행성계 쪽으로 도주한다면 제 아무리 생쥐같은 놈이라고 해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는 길게 아쉬움을 남기고 어쩔 수 없이 지휘하고 있는 5만 척의 함대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전쟁이 도대체 어떻게 되어 가는 건지······”
11월 23일 에드라 요새 사령관 올가 프룬제 대장은 발바이스 함대가 전선에서 대규모 공세를 취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에이센은 내부적인 혼란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크게 탄식했다. 지금 에르바 행성계를 비롯한 에이센 내부는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불거져 나온 국가 반역자들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극도의 혼란에 빠져 들고 있었다. 이러는 와중에 보수적인 언론에서도 지금 발바이스와의 전선에서 수 억 명의 에이센 장병들이 전투에 참가하고 있는데, 수 억 명의 에이센 장병들의 목숨을 팔아넘긴 것이라며 국가 반역자들에 대한 철저한 색출과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게다가 이 정보들 대부분이 에드라 요새의 중요한 부서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규명되고 있었고, 이에 따라 요새 사령관에 대한 문책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는 중이었다.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군······’
올가 프룬제 대장은 오랜 변방 생활을 거쳐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생각을 하곤 한다. 사람들이 명성을 쌓고 있고 부유함을 얻고 있는 것이 단순하게 그들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 명성을 쌓고 부유함을 얻고 있다고 말이다. 그렇지만 그 사람이 그런 명성을 쌓으려 얼마나 노력을 하고, 부유함을 얻으려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지는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지 쉽게 모든 것을 얻으려 함으로서 쉽게 포기하고 마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쉽게······라는 건가?’
그녀는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딘지 모르게 에드라 요새 사령관이라는 자리에 앉기 위해서 거쳐 간 지난 세월이 아련하게만 느껴졌다. 그녀는 발바이스와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라고 해도 올가 프룬제 대장은 자신이 이렇게 불안해 한 적은 없었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곁들였다. 생각 같아서는 깨끗하게 예편을 하거나 자살이라도 해서 고통에서 벗어나 모든 불명예를 씻어 버리고 싶었지만, 자칫 아직 완전하게 밝혀지지 않은 반역자들이 자신에게 모든 반역의 책임을 뒤집어씌울 수도 있다는 것이 못내 두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AH가 누구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군.”
에드라 요새에서 반역자들에 대한 조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11월 24일 카레나 스쿠비는 키트릿지와 함께 에르바 행성으로 돌아오는 배에 올라 있었다. 카레나는 객실에 들어와 앉으며 지난번 금발 머리 여자 이후 별다르게 수면으로 올라와 있지 않았던 발바이스의 새로운 정보망을 찾아낸 것이라고 자평했다.
“생각보다는 이번에 얻어낸 정보가 많은 것 같습니다.”
카레나와 함께 선실에 들어온 키트릿지가 AH라는 인물이 누구인지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제대로 알 수 없다고 대답했다.
“발바이스 국가 정보부 소속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하페텐이나 로스텔, 혹은 샤이틸 정도의 영주들이 개인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정보부 소속일 수도 있다. 조사해야 할 범위가 너무 넓고 나베 카투라의 개인적인 정보 수집 능력만으로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어떤 녀석이든지······교묘하게 공격해 올 것이 뻔합니다.”
“그렇겠지······얼굴이나 한 번 구경했으면 좋겠다.”
다소 힘없이 대답하는 카레나를 두고 키트릿지는 조용히 언론에서 의도했던 대로 잘 움직여 준다고 평가했다.
“아직까지는 말이지······하지만 얼마만큼이나 우리의 의도대로 끝까지 따라와 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최대한 우리가 의도한 대로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카레나는 나름대로 자신감 있게 대답하는 키트릿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래! 사람들은 가끔 뻔히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지. 헌데 그 환상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반신반의하게 만든 뒤 나중에 그 환상이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중지될 수 밖에 없었다고 상황을 만들면, 사람들은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룰 수 없었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으면서도 환상이 깨진 것에 대한 책임을 그 환상을 이룰 수 없다고 주장한 사람에게 돌리게 되지. 자신들은 환상을 이루기 위해서 전혀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을 망각한 채 어떻게 해서든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지.”
“그 책임을 부정부패를 저지른 인사들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로군요. 아울러 어쩔 수 없이 패전하게 되는 책임도 말입니다.”
카레나는 옳은 말이라고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우리는 절대로 언론을 탄압하는 이미지를 보여서는 안된다. 언론이란 대단한게 탄압하면 탄압할수록 더욱 강하게 반발해 나오는 법이거든. 사실 모든 것에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들일 수록 언론도 장악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만 언론은 그렇게 쉽게 장악되는 것이 아니야. 언론을 우리가 의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이제까지 훌륭하게 잘 해오시지 않으셨습니까?”
카레나의 말투에서 그녀가 약간은 힘겨워 하는 듯한 느낌을 받자 키트릿지가 좋은 말로 카레나를 위로해 주려고 애썼다. 하지만 카레나는 엷게 웃으며 씁쓸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기는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아니 모든 것이 아버님과 에이센을 위해서 한 일이지만······”
그녀가 잠깐 한숨을 길게 내쉬자 키트릿지는 잠시 눈을 내리깔고 있다가 차분한 목소리로 카레나에게 힘이 될 만한 말을 해주려 애썼다.
“저는 언젠가 죽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카레나 님께서는 저와는 다르신 분입니다.”
“왜? 나도 너 같은 사람이야······”
“하지만 제가 더 이상 삶을 유지할 수 없을 때가 되어도 카레나님 께서는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가지고 계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