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63
훈련을 받은 군인인 두 사람은 순간 흠칫 놀랐다. 재빨리 머리를 감싸며 바닥에 몸을 숙이기도 전에 폭발이 일었다.
“쾅!”
주변이 크게 흔들리면서 바닥에 엎드린 두 사람의 머리위로 무수한 먼지들이 쏟아져 내렸고 곧바로 창고안은 먼지로 가득차 버렸다.
잔기침을 캘룩거리면서 몸을 일으킨 두 사람은 다시 이어지는 폭발음에 균형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크라우프가 몸을 날려 문을 부수려 했다. 밖으로 나가야 했다.
디네스도 곧 정신을 차리고 문에 몸을 부딪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허약해 보이는 문은 생각외로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워낙에 낡은 것이었기 때문에 여러번 부딪치니 조금씩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크라우프가 강하게 몸을 부딪쳤을때 문과 함께 그가 밖으로 내동댕이쳐 졌다.
충격이 컸을 것인데 그는 재빨리 몸을 일으켰고 디네스도 그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앞쪽에서 자신들의 감시를 맡았을 듯한 소년이 깜짝 놀라 두 사람을 보고 자동소총을 겨누었다. 두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양손이 번쩍 위로 올라갔다. 그 소년은 두 사람이 알아 들을 수가 없는 말로 크게 뭐라고 소리를 질렀으나 곧바로 들려온 폭음에 묻혀 전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젠장할!”
달아났을 것이라고 여긴 감시자가 이렇게 가까이에 있으니 낭패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잠시동안 그와 소년의 눈이 마주쳤고 그 소년은 무척이나 당황하고 있었다. 그 소년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볼 수가 있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바로 가까이에서 폭발이 일어나 버렸고 그 폭발과 함께 소년은 바닥에 팽개쳐져 기절한듯 움직이지 않았다.
“아! 가자!”
재빨리 디네스의 손을 잡고 폭발이 일어나는 방향에서 왼쪽으로 달려 나갔다. 달려 나가는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파츠 베이스군의 공격헬기였다.
“뭐야 저건!”
잠시 멈칫했지만 곧바로 살아야 겠다는 생각과 함께 마을 옆의 구릉지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헬기의 경쾌한 모터음이 서서히 커져옴에 오싹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다행히도 파츠 베이스군의 목적은 자신들은 아닌 듯 보였다. 도망치는 것이 뻔히 보이는 지형임에도 자신들을 향해서가 아닌 단순하게 마을에 로켓탄을 쏘아대고 있었다. 그가 다시 뒤돌아 보았을때 저 멀리에서 전차로 보이는 물체가 빠르게 접근해 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곧 마을 바로 근처의 구릉지대에 몸을 숨겼다. 이런 상황에서 움직임이 크면 발각되기 때문에 최대한 숨어 있어야 했다.
헬기는 마치 먹이를 노리는 야수처럼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고 전차는 포격을 가하면서 다시 마을로 돌입해 들어왔다. 그렇지만 마을에서는 아무런 반격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두 달아난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곧바로 달려들어오고 있던 전차 중 한대가 후면에 대전차 병기의 공격을 받고 그대로 파괴되었다.
다른 전차 두 대는 곧 바로 회전해서 전차포를 사격하면서 전차 위로 한 사람이 올라와 기관총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그때 마을의 뒤쪽의 언덕에서 대전차 병기가 발사되었다. 정확하게 조준을 한 대전차 빔이 뒤돌아 서 있던 전차의 얇은 상부를 뚫고 들어갔다. 곧이어 전차가 폭발을 일으켰고 잠시후 나머지 전차 한대를 향해서도 빔이 발사되었으나 그 전차는 재빨리 회피해 냈고 차체를 회전시키면서 반격을 가했다.
마을 주민들은 달아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격헬기에서 기관포와 로켓탄으로 달아나는 사람들이에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뭐하는 거야!’
크라우프는 군인들이 이렇게 들어와 무작정 포격을 가하고 마을을 파괴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
남은 전차에서 전차병들이 병기를 가지고 내려섰다. 이들은 대전차 로켓과 자동 소총을 가지고 주변을 수색하고 있었다. 대전차 로켓탄 한발에 마을 중앙에서 아직까지도 남아 있던 집회장소 같던 건물이 날아가 버렸다.
헬기는 대전차 병기가 발사된 언덕을 향해 서서히 접근하고 있었고 마을 안에서는 몇 번의 총성이 들렸다. 자동소총 소리와 함께 몇 번의 총격이 오가는 것을 들을 수가 있었다. 다시 건물 몇채가 대전차 로켓탄에 맞아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보병은 없는 건가?’
그는 갑자기 자신이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적은 단지 전차병 3명 뿐이다. 헬리콥터가 있었으나 단지 한대 뿐이었고 게다가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게다가 전차병 중 하나는 대전차 로켓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면서 디네스에게
“이곳에 있어라!”
라고 다짐을 하듯 말하고 대답을 기다리지 않은채 곧바로 마을쪽으로 내달렸다.
적의 숫자가 얼마 없었기 때문에 그가 가까이 다가갈 때 까지도 발견되지 않았다. 파츠 베이스군은 전차 3대와 헬기 1대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천만 다행히도 보병을 투입하지 않은 것 같았다.
전차병들은 주변을 파괴하고 무엇인가 찾는 것 같아 보였지만 그에게는 그런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조용히 전차 뒤쪽으로 다가갔다. 자신에게 다른 무기는 없었다.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주저없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돌멩이를 집어 들었다. 전차장은 기관총을 들고 정면에 있는 건물을 향해서 사격을 가하고 있었다. 잠시 사격을 멈추고 상반신을 일으켜 자신의 성과를 확인하려고 하려고 했다. 그 순간 그는 잠깐의 경련과 함께 앞으로 쓰러졌다.
크라우프는 전차장을 죽이고 나서 다른 전차병들을 처리해야 했다. 그는 재빨리 돌을 두 개 더 집어 들었다. 그리고 전차의 왼쪽에서 전차장이 총을 쏘지않자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보던 대전차 로켓탄을 들고 있던 전차병의 얼굴을 향해서 재빨리 하나를 집어 던졌다.
그는 퍽소리와 함께 그대로 뒤로 나가떨어졌다. 다른 한 녀석은 깜짝 놀라 자동소총을 들고 뒤돌아 섰다.
…복구합니다…^_^;;;
그것과 동시에 그도 뒤로 나가 떨어지면서 쓰러져 버렸다. 크라우프는 잠시 숨을 고른 다음 대전차 로켓을 들고있던 전차병쪽으로 달려갔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발사기를 집어들고 로켓탄을 찾았고, 전차병이 등에 메고 있는 것을 발견해 곧바로 로켓탄을 집어 들었다. 잠시 이것을 내려 보고 있던 크라우프는 교육받은 내용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할까 싶었지만 곧바로 로켓탄을 장전했다. 이때 헬기는 이전에 대전차 빔이 발사되었던 언덕을 향해서 머리 위쪽에서 기관포와 로켓탄 몇 발을 발사하고 있었다.
“잡았다!”
그는 로켓탄을 헬기의 동체 하부를 조준 한후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재빠른 동작으로 또 하나의 로켓탄을 집어 들어 발사기에 장착하려 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로켓탄을 쏘지 않아도 되었다. 헬기는 설마 같은 편 전차쪽에서의 공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한발에 동체 하부가 명중되어 버렸다. 그리고 곧 균형을 잃고 공중에서 심하게 회전하기 시작한후 추락하면서 마을의 집 한 채를 완전히 날려 버렸다.
곧이어 폭발을 일으키면서 헬기는 불타기 시작했다.
“살았다······”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 디네스를 불렀다.
디네스가 전차쪽으로 다가왔을때 크라우프는 체격이 커보이는 전차장의 시체를 가볍게 들어 올려 나머지 전차병의 시체를 모아 놓은 옆으로 던져 버렸다.
약간은 질리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가 시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에 보인 시체는 마치 대구경 소총에 맞은 것 같이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순간 도대체 어떤 무기로 이들을 사살했는지 의문이 들었으나 지금은 그것을 묻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다만 학교 다닐때 책에서 보았던 그런 종류의 인간인가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사라졌다.
그리고 크라우프와 함께 있으면 적어도 죽을 위험은 없겠다 싶었다.
두 사람이 살펴본 바로는 전차는 별다른 손상이 없었으며 약간의 전투 식량과 수통 몇 개가 남아 있었다. 연료의 잔량은 70%정도였다.
전차병이 아닌 두 사람은 전차에서 사용하는 포탄의 종류를 몰랐지만 적재함에서 절반 가량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조종하실수 있겠어요?”
디네스의 물음에 그는 전차장석에서 계기판을 살펴 보고 생각외로 무척 간단하고 했다. 그리고 이것을 조종해서 아군 지역으로 달아나면 되겠다고 했다. 디네스도 가만히 보니 자동차 운전같이 쉽겠다 싶었다.
그녀가 조종을 맡기로 하고 크라우프가 전차장겸 포수를 맡기로 했다. 입력되어 있는 지도를 어렵게 불러낸 크라우프는 현재의 위치가 아군점령지역으로부터 생각외로 가깝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좋았어!”
두 사람은 환호성을 지르면서 전차를 되돌렸다. 크라우프가 전차장으로 전차의 밖에 나와 마을을 한번 둘러 보았는데 뜻밖에도 마을 사람들이 몰려나와 있었다.
그들에게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살았다는 안도감도 적을 물리쳤다고 하는 환성도 가족을 잃은 슬픔도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이런때 손이라도 들어 흔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디네스는 생각외로 쉽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전차를 출발시켰다.
그는 멀어져 가는 마을 사람들을 잠시 바라본후 고개를 돌려 전차의 상부에 장착된 기관총을 한번 손으로 쓸어 만진 다음 큐폴라의 앞에 전임자가 쏟아 낸 핏자국과 약간의 살점이 흩어져 있는 것을 한번 바라본후 짧게 숨을 들어 마셨다.
전차는 서서히 속력을 내면서 불타고 있는 다른 두 대의 전차와 마을을 뒤로 하고 점차 멀어져 가기 시작했다.
셰어필드기지 부사령관 다니엘 카이저대좌는 셰어필드기지에서 임시로 사령관 대리로 임무 수행중에 있던 래리를 찾아왔다.
처음 래리와 만났을때 의외로 대좌는 매우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래리가 기지의 혼란을 수습해 줘서 매우 감사하다고 했다.
올해 43세의 카이저대좌는 겨우 28세 밖에는 되지 않은 래리가 자신과 같은 대좌에 앉아 있다는 것에 처음에는 운이 좋아 벼락 출세한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참모 출신으로서 20대에 대좌에 까지 오른 래리였기 때문에 운이 좋거나 어디 고관의 자제일 것이라는 생각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이아몬드광산지대를 버리고 후퇴하려 했을때 래리가 보여준 무례함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지휘권도 없으면서 기지를 장악해서 함부로 지시를 내렸던 것에 대해서 매우 불쾌함을 가지고 있었고 기지로 귀환하면서 정식 부사령관인 자신이 지휘권을 인수 받은 후 래리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책임을 물을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기지는 그 사이 상당부분 정리가 되어 있었다. 카이저대좌도 또한 오랜 군생활을 해 왔었기 때문에 래리의 지휘로 일이 처리 되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다시 그와 만났을때 래리는 무척이나 초췌한 모습으로 임시 지휘부를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처음 생각해 두었던 다른 말들이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기지의 혼란을 수습해 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정식 부사령관이니 사령관의 유고로 생긴 지휘권의 부재를 자신이 인수 받겠다고 했다.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래리는 그 자리에서 지휘권을 인수해 주었고 카이저대좌는 감사하다고 했다.
“그간의 과정을 설명해 주게······”
대좌의 말에 래리는 기지의 피해 복구 상황과 함께 도주하고 있을 에이센의 기습부대를 추격하기 위해서 기지에서 25대의 바리스타를 출격시켰고 남부고원지대에서 100대의 바리스타를 출격시켰는데 접촉 예상지점에서 에이센군이 자신들이 타고온 바리스타들 전부를 방기해 버리고 헬기로 도주했다고 하는 보고를 해 주었다. 이것들을 발견해서 현재 회수 명령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미처 기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에이센군 파일럿을 포로로 잡았다고 했다.
또한 헬기로 도주하고 있던 에이센군들이 매복하고 있던 보병부대의 급습을 받아서 공격헬기 1대와 수송헬기 1대가 추락했는데, 수송헬기에 탑승하고 있던 에이센군 파일럿들의 시체를 회수했다고 보고했다.
“그렇지만 자네는 왜 그 포로들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나?”
대좌의 날카로운 질문에 래리는 곧바로 대답했다.
“협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에이센군이 현재 불법적으로 아군의 토지를 점유하고 있으니······이 파일럿들과 점령한 토지를 되돌려 받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케네피온의 지휘부에서 할 일인데 너무 앞으로 나선 것 같군 그래······”
부사령관이 우습다는 투로 말을 했다. 완벽한 군인이었기 때문에 래리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어차피 군인이니 적과 싸워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 그였기 때문에 래리는 어딘지 우습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거야 지휘부가 알아서 판단해 줄 것입니다.”
길게 말싸움 해봐야 이해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렇겠군······수고했네······잠도 편하게 못잤을 것이니 이제는 본관에게 맞기고 귀관은 가서 쉬어 두게!”
래리는 말없이 경례를 올렸고 카이저대좌는 간략하게 경례를 받았다.
엠더광산으로 철수한 부대는 재정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되었다. 막대한 보급물자 창고로서 전방 부대의 든든한 보급원이 되어 주고 있던 셰어필드기지가 타격을 입음으로서 물자 보급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금방 수리를 하면 다시 사용할 수가 있는 장비들이 대부분 부품이 없어서 제대로 수리를 하지 못한채로 방치되고 있었다.
급한대로 다른 파괴된 바리스타에서 부품을 빼내서 응급수리를 하고, 정비병들이 대충 비슷한 것을 찾아서 끼워 맞추기도 하고 있었다.
엘레비아는 짧게 숨을 들어 마시면서 이제 9월도 거의다 끝이 났다는 생각을 했다. 9월 29일 이제는 자신들이 후방으로 배치 이동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주요 지휘관들에게 케네피온의 지휘부가 결정한 일이고 10월 1일부로 배치 이동될 것이라고 했다.
대규모의 전투를 치렀으니 후방기재로 배치 이동시켜 휴식을 취할 수가 있도록 해 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제 병력이 교체 된다는 겁니까?”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서 지휘관들이 지나가면 병사들이 그들을 붙잡고 물었다. 엘레비아는 그렇다고 대답을 하면서 휴양지로 가게되어 푹 쉴 수가 있게 해줄 것이라고 지휘부가 약속 했다고 대답했다.
“기대 됩니다.”
다들 그렇게 말하면서 기뻐했다.
휴가라도 받을 수가 있으면 집에라도 다녀오고 싶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군복무중에 집에 갔다가 올 수가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나중에 전역 대기중에 있을때 그간에 규정된 휴가들을 모두 몰아서 다녀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디로 가게 될 것인가?’
그렇지만 잘 모르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앞으로 에이센군들이 공격을 취해오지 않아야만 병력교체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것인가?’
처음으로 엘레비아는 간절하게 적이 공격해오지 않기를 기원했다. 단 몇일만 참아 달라며 저 멀리에 있는 에이센군을 향해서 기도했다. 너무 피곤했다.
리하르트황제력 260년 9월 29일 일요일 에이센의 아침은 언제나처럼 밝은 뉴스로 시작하고 있었다.
훈련소를 마친 디나 펜 류픽크 아니 디나 실버는 이제 10월 1일 부로 자신이 남은 군 생활 기간 동안 근무하게 될 부대로 전속되는 것이다. 수료식은 별로 어려움 없이 끝이 났다. 다만 배를 타기 위해 대기하느라고 2일을 보내고 군 수송선에 올라 임지로 향해 가는 것이다. 수송선에는 약 5천 명의 병사들이 탑승해 있었고 각 행성계를 거치면서 필요한 인원을 서류와 함께 내려 주는 식으로 운항하고 있었다.
디나가 배치될 것은 데메로행성계에 배치되어 있는 보병부대라고 했다. 이곳에 필요한 인원이 700명인데 10월 1일 디나를 비롯한 700명의 보병들을 내려주고 수송선은 출발지점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했다.
그전까지는 수송선에서 무척이나 편안한 시간들을 보내게 되었다. 이제 일요일이기 때문에 수송선에서는 동승하고 있는 신병들에게 민수용 통신파를 잡아서 TV를 보여 주었다.
아침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훈련 받는 동안에 별 다르게 세상 돌아가는 움직임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뉴스를 보게되는 것은 정말로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수송선의 식당에 모여 모두들 뉴스를 시청하고 있을 때 뉴스 특보가 방송 되었다. 군의 공식 발표인데 파츠 베이스와 접경하고 있는 케네온행성계의 케네피온행성에서 파츠 베이스군과의 대규모 교전이 벌어졌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 전투에서 에이센군은 상대 파츠 베이스군의 중심 기지를 급습해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이 작전을 지휘했던 크라우프 페트릴소령이 귀환 도중 실종 됐었는데 금일 04시 30분 적의 전차를 탈취해 아군 진영으로 복귀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적진 속에서도 침착하게 행동해서 생존해 돌아온 크라우프의 일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었다.
‘대단한데······’
디나는 뜻밖에 오빠의 소식이 나오자 깜짝 놀란 얼굴을 지었다가 무사하다는 생각에 엷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는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데메로행성계로 배치되면 어떻게 될까 싶었다.
데메로행성계는 베르베라에서 35일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변경 행성계로 에이센 내부에 위치하고 있었다. 금융업과 유통업도 발달해 있고 경공업도 매우 발달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곳에서 생산되는 소비재가 베르베라까지 올라와 유통되고 있었다.
‘재밌을 꺼야······’
디나는 기대감 반으로 수송선의 식당에 앉아 시간이 빨리 가기를 기원했다.
10월 1일 08시 20분 만드레일 대륙의 렘셰이드기지에서 정보부 건물을 나서는 크라우프와 디네스는 이제는 자유라는 생각을 했다. 깔끔하게 새군복으로 갈아 입고 있었다. 군에서 주최하는 기자 회견을 가지고 여러 가지 조사를 받느라고 29일과 30일 전부를 보내고 이제는 달이 바뀌어서 10월을 시작하는 오전에 이렇게 밖에 나오게 된 것이다.
그는 가장 먼저 기지 사령관인 안드레아 도리안준장을 찾아갔다. 아직 그가 출근을 하지 않아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지 사령관은 정확하게 09시 정각에 자신의 방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크라우프가 기다리고 있다가 경례를 올리자 묵묵히 받으면서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서자 준장은 살아 돌아와서 잘 되었다고 하면서 먼저 악수를 청해 주었다.
“감사합니다.”
디네스는 기지 사령관의 앞에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감히 준장이라는 사람과 마주 앉아 있을 수가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기 때문이다.
기지 사령관은 거의 1시간에 걸쳐서 정보부의 심문과 질문에 지쳐 있던 두 사람을 다시 괴롭게 만들면서 여러 가지를 물어 보았지만 크라우프는 순순하게 대답을 해 주었다.
“그래 수고했네······이만 가서 쉬어 두게 오늘은 두 사람 모두 이대로 퇴근해서 쉬어 두게!”
준장의 말에 둘은 배려에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크라우프는 시에나가 보고 싶었지만 그녀는 아직 붉은 강 지역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아군에게 투항했을때 가장 먼저 만난 것이 자신을 대신해서 지휘권을 인수받아 있던 멜리사 코벨중령이었고 다이레아를 만날 수가 있었다.
여러 가지 말을 하면서 다이레아는 정말로 죄송하다고 하면서 시에나를 어쩔 수가 없이 가둬 두었다고 했다. 돌아와서 이성을 잃고 자제심을 잃어 버려 하는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대로 두었다면 바리스타를 훔쳐서 다시 적진으로 들어가 버렸을 것이라고 했다.
“죄송합니다. 소령님······”
다이레아가 먼저 사과하자 크라우프는 오히려 잘했다고 하면서
“나라도 자네처럼 했을 것이네!”
시에나를 만나 보고 싶었지만 그녀는 후방으로 철수해 있었고 그는 곧바로 최전선에 나와 있던 야전 헌병들과 함께 기지로 향하는 수송기에 오르게 되었던 것이다.
시에나가 평정심을 잃고 사고를 일으킬 것을 우려했다는 다이레아의 말에 크라우프는 그녀가 무슨 기분을 가지고 있었을까 싶었다. 많이 우울해 하고 있을 것인데 자신이 다독거려 주지 못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시에나 보고 싶지 않으세요?”
디네스와 함께 사령부 밖으로 걸어 나오면서 그녀가 그렇게 놀려대듯 물었다. 그렇지만 크라우프는 솔직한 자신의 심정도 그러했기 때문에 맞다고 하면서
“괜찮다고 한다면 자러 가기 전에 내가 술이라도 한잔 사고 싶은데 괜찮겠어?”
그의 말에 영광이라고 하면서 따라 나섰다.
이른 아침부터 술이었지만 그래도 두 사람은 살아 남았다는 느낌을 한껏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아침부터 바는 열려 있었다. 밤새 야근을 하고 잠을 자두기 전에 한잔 하고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규정상으로 술은 일주일에 한잔 이상 마실 수가 없었다. 술을 주문하기 전에 바텐더가 내미는 기계에 인식표를 꼽고 원하는 종류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