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654
일단 의견이 맞추어 지자 디나는 잘됐다면서 침실은 자신이 쓸 것이고 야간작업을 해야 하니까 나가 보겠다고 몸을 일으켰다.
“뭐야? 갑작스럽게?”
크라우프를 비롯해 티아라와 다이레아도 놀란 표정을 짓자 디나는 방송사 일이 바쁘다면서 하루 정도를 시간 낸 것도 겨우 가능한 일이었다며 얼른 출근할 준비를 서둘렀다.
“가족들을 만난다니까 그래도 부장 아줌마가 허락해 준 거란 말이야. 얼굴을 봤으니 이제 빨리 일하러 가야지.”
애써 현재를 설명하고는 있지만 그녀의 행동은 너무 갑작스러워 꼭 자리를 피해 주려는 것 같이 보였다.
“우리 때문에 그런 거라면 나가서 모텔 구하면 되나까 신경쓰지 마!”
자기 때문에 아파트를 비워 주려는 것이라고 여긴 크라우프가 볼멘소리를 하자 디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정말로 전쟁 때문에 방송사에서 기사 쓸 일이 많고 번역할 것이 많다고 대답한 뒤 냉큼 자신의 침실 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티아라가 옷갈아 입는 것을 도와주겠다면서 디나를 따라 들어갔고 크라우프와 마주 앉은 다이레아는 잠시 그를 바라보고 있다가 에롤드 족 함대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나도 잘 모르겠어······후방으로 돌려 질 것이라고는 하는데······그들의 처분에 대해서 나는 제대로된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말이야.”
잠시 한탄하는 크라우프에게 다이레아는 알리샤드 두두그와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했다면서 아쉬워했다.
“아마 그는 뛰어난 민족 투사겠지.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에이센에 위험한 존재이기도 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그렇지만 부황께서 에롤드 족을 유지시키는 쪽으로 마음을 정하신 것 같으니까 좋은 것 아니겠어? 듣자하니 난민들과 함께 개척이 덜된 행성계 하나를 임시로 하사하신다고 하는 것 같더라고······뭐······사실, 말이 좋아 하사지······사실은 다시 변경으로 유배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관리하기 편하게 행성계 하나로 몰아넣는 것 말이지.”
크라우프의 자세한 설명을 듣게 된 다이레아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눈을 아래로 깔았다. 어쨌거나 전쟁의 모든 목적과 방향은 정치적인 판단에 의해서 결정되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상식을 가지고 지금 당장의 일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면 옳지 않았다. 아니 적어도 에이센의 황제는 몇 년이나 몇 십 년 후가 아니라 몇 백 년, 아니 몇 천 년 앞을 내다보아야 했다. 지금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는 에롤드 족의 명맥은 게르트 하우츠 황제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나 마찬지 였던 것이다.
다이레아는 크라우프의 말에서 어딘지 모를 두려움 같은 것이 느껴졌다. 자신의 이런 행동 아니 파츠 베이스의 반란이든 발바이스의 위협이든 무한의 생명을 가지고 있는 게르트 하우츠 황제에게는 아주 잠깐의 소란일 뿐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인간은 바퀴벌레와 같은 생명력으로 끈질기게 번식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게르트 하우츠 황제는 아낌없이 수많은 에이센 병사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이끌어 내려 한다. 물론 다이레아는 자신이 끝까지 그것을 볼 수 있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신족의 몸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녀는 100년에서 150년 정도는 충분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150년 이상 삶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일반인에게는 상당히 긴 이 시간은 크라우프나 게르트 하우츠 황제, 그리고 디나에게는 아주 잠깐의 시간일 뿐이었다. 하지만 다이레아는 150년 후, 자신이 아는 사람들의 기억 저편으로 지워져 버리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크라우프는 꾸준하게 다른 여자들을 찾을 것이고 언젠가는 그도 자신의 이름이나 존재를 잊어버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이 중요하기는 했지만 다이레아는 누군가는 늘 자신을 기억하며 크라우프가 살아가는 시간 동안을 자신을 대신해 꾸준히 그를 지켜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포기하고 있었지만 시에나가 임신을 함으로서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
…디나 출연. 끝.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16…
…방탄조끼를 지를 것인가 말 것인가…-ㅅ-;;
…최저 89,000원…최대 100,000원이던데…
에궁…하루 종일 춥기나 하구…콜록…콜록…
●‘내사랑천사’님…◎_ㅇ;;; 연속으로 1타를 하시다니…대단하시옵니다…헐헐…아! 그리고 디나 친구…크세니아 양과는 조금 있다가 입지요…이히히…^ㅇ^; 그냥 카티야 처럼 크라우프 넘이 낼름 주워 먹어 버리는 것은….좀 그렇지 않겠습니까? 으흥흥흥…^-^; 내사랑천사님…감기 걸리지 마시구요…화팅입니다…아자!
●‘데스티노’님…시에나…본래는 전사였다가…부상이었다가…많은 분들이 시에나가 다치는 것을 원치 않으셔서…은근하게…멜을 보내 주시더군요…다치면…미워 KIN을…외치고 계시니…저 작가넘이 좀 당황했답니다…으흐흐흐…자칫…3당 연합 폭동이 발생할 우려 땜시…ㅠ-ㅠ;
●‘룬마스터’님…감사합니다…저 작가넘도 보다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하도록 하겠습니다…음흠…저 작가넘이 보답해 드릴 것은 끊임없이 글을 연재해서…많은 분들의 기대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는 것인데 말이죠…에헤헤헤…모두들 화팅!!
●‘acehelp’님…네? 아…다른 것은 아니고…acehelp님…당분간…열심히 테러를 하시고 계실 것입니다…에이스 하프너가 이제는 크게 한 건 해야 겠지요…날씨도 추워지는데 화끈하게 놀아야 하죠…쪼잔하게 한 두 사람씩 자살 폭탄 테러도 이제는 좀 그렇지 않겠습니까? 으흥흥흥…^__^)/~
●‘하얀백작’님…네? 고냥이라…저 작가넘의 무릎위에 지금 고냥이가 올라 앉아 글루밍을 계속하느라고 꿈틀 거리고 있답니다…그 덕분에…저 작가넘이 많이 괴롭습니다…으응…그나저나…엘에 대항할 사람들은 많습니다…특히…하얀 백작님도 계시고 말입지요…이제는 하얀 백작님이 은근하게 자주 출현을 해 주실 것이니…기대해 주시길…^0^)/~ 글쿠…날씨가 추운데…이제…순결당으로 와 주세요…음핫핫…^0^)/~
●‘타파’님…아! 저 작가넘은 어지간한 설정은 다 붙여 둡니다…물론 그것이 제대로 나오거나 나오지 않는 수도 있지만 말이죠…그러면서 차츰 성격이나 설정과는 달리 조금씩…성격들을 바꾸어 나가고 있지만요…타파 싱아는…대단한 사람 중 하나입지요…엘과 함께 코프 넘의 왼팔 오른 팔이 되어야 겠지만요…에헤헤헤…^ㅅ^)/~ 순결당 만쉐이!!!
●‘이루려는자’님…ㅠ-~; 5살 연하…쿠울럭…전에…미장원 가서 머리 깎는데…거기에서 아줌마들의 대화가 나오더군요…남편하고 몇 살 차이나냐 구요…5살차이 난다니까…딱이라고 하더라는…동갑이나 한 두 살 차이나면 서로 싸우느라고 정신 없다나요?? 그리고 크라우프 녀석…이제는 군인 아닌 뇨자도 하나 나오지 않겠습니까? 크세니아…^^; 발레리와의 데이트 중에 우연찮게 앞에 앉아 있던 여자였는데…침흘리던…크라우프 넘…물론 본인은 기억을 못하지만 말이죠…으헤헤헤…글쿠…이제…올해도 가는 군요…-먼산…
●‘판타로드’님…돈 안돌려 주면 마구 가서 부셔 버리는…물론 책임이야…판타로드님이 지신다면야…^^; 퍽…#-ㅜ; 다른 것은 아니구요…엘은 나이도 많은데요…이제 서른 두 살에 머리도 커질만큼 커진 뇨자구 말이죠…아! 코프는 나이 따위는 안따지지요…쩝…^^; 어쨌든 간에…이제는 크세니아 양이 크라우프 넘을 기둘리고 있답니다…으헤헤헤…^^; 엘은…조금 두고 보구 말입니다…어쨌거나 화팅!!
●‘soulschaos’님…그런가요? 하지만 사양은 그냥 싫다고 하는 건데…고사는 극구 사양하는 뜻 같아서 쓰기는 했답니다…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 같기는 하고…다른 것은 아니고…시에나 맞습니다…가족이 없으면 차라리 크라우프 넘과 같이 있게 하는 것이 좋기는 할 것인데…지금 크라우프 넘은 시에나와 함께 있을 수 없으니 고생이기는 하지만요…으헤헤…그리고 시에나를 베르베라로 보내면…아마…도착 즉시 출산을…아! 그것도 좋기는 하겠네요…으흐흐흐…글쿠…에이린과 아세라…황후가 구해준 아파트에서 함께 지낸답니다…그나저나…혼자 놔두는 것도 좋을 수 있지만…말씀을 들어 보면…썩 그렇게 좋을 것 같지도 않네요…하지만…여기에서…황실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에나가 아니라…시에나의 뱃속에 있는 아기니까 말이죠…뭐…애만 잘 낳으면…그만이라고 여길 수도 있을 테지만…말씀을 들어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고…우악…(패닉상태…>0<;;)
●‘Inn’님…휴가 기난 내내 공략이 아니라…휴가 끝나고 공략이랍니다…으흐흐…^^; 그나저나…무척이나 추우신듯…저 작가넘이 사는 것도 너무 춥답니다…그리고 배도 고프구요…우엥엥엥엥…저 작가넘도…가스 난로를 틀어서 난방을 좀 해야 겠네요…너무 썰렁해 죽겠어요…ㅜ-~;
●‘bsh2345’님…설마요…하지만…출현 비중은 지극히 적을 것입니다…왜냐면…황실에서 못나가게 비행금지 시켜 버릴 테니 말이지요…으헤헤헤…이제는…새로운 얼굴들이 득세를 좀 해야 겠지요…엘이나 가연이…미유…수군이…etc…많은 뇨자들이 크라우프 넘을 기다리고 있고…특히 디네스가 시에나를 마음에 걸려 하는데…디네스도 크라우프 넘이 낼름 해야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위풍당당’님..헉헉…감사합니다…아니…왜 이렇게 옆구리가 줄어들었죠? 설마…위풍당당님이…지방 흡입술을…허걱…감사합니다…아! 지방 절제술이라구요? 신의 경지시라구요? 감사합니다…저 작가넘이…매일 비계 때문에 고생이었는데…퍼뜩…두리번…아…꿈이었구나…쩝…
●‘ara’님…Oh! No!!! 하렘 열매당원의 급습이었습니다…@-@;; 으헉헉…다른 것이 아니라…다른 여자들 만납니다…당연히 만나서…크라우프 넘과 즐거운 시간을 가져야 겠지요…일단…지금 당장은…크세니아 양이랍니다…29세에의 멋진 여성이니까요…코프 넘과 우연히든 그렇지 않든 마주치고 10년 만에…헐헐…^^~♪
●‘B612’님…평소 정도의 분량으로 보이는데요…^^; 하지만…썰렁한 것은 마찬가지랍니다…무릎위에 고냥이라도 없었다면 더 추웠을 것 같습니다…이 넘은…자기가 추으면 담요속에 쏙 들어와서…생체 난로를 겸해 주니까요…그냥 손난로 정도이지만 따뜻하답니다…ㅠ-~; 아아…옆구리가 너무 시려워요…
●‘레인맨’님…되도록 딸로 결정이랍니다…크라우프 넘…딸딸이 아빠가 될 듯…왜냐면…뭐…그냥 아들 보다는 딸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지요…에헤헤헤…그나저나 코프는 공식적으로는 미혼이랍니다…공식적으로는 말이죠…으흐흐흐…
●‘아스트라’님…그렇군요…저 작가넘은 스타를 하는데…show me the money를 연속해서 치고도…컴터에게 깨져 버린다는…ㅠ-~; 어디에선가 들어 본 듯 한 말이기는 했는데…그런 뜻이 있었습니다…헐헐…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m(_ _)m…
●‘나만의천사’님…그나저나 이제 곧 700회가 다가오는 군요…헐헐…설마 700회 맞이 하렘열매당 총궐기 대회를 벌이시는 않으실 듯…내멋대로할꼬야님 께서 666회 때의 노고로…크세니아가 크라우프 넘에게 넘어가는데…아까워 죽겠습니다…ㅜ;; 순결당 만쉐이!!
●‘내멋대로할꼬야’님…아! 하지만…휴가 기간에 땀흘르는 것 보다…조금 더 중요한 일들이 벌어질 것이니까 말입죠…그리고…카레나가 바쁜 것 때문에…크라우프 넘을 개인적으로 보러 갈 시간도 부족할 것이랍니다…일단 디나와는 여러 번 만나야 겠지만요…으헤헤헤…^^;
앗! 저기…UFO다!!! 모두들…시선을 그쪽으로 돌리고…작가넘은…┏(;^0^)┛…텨=텨=텨…
모두들 감기 조심하세요…화팅!!
…아아악~ 사람살려~ ┌(ㅠ0ㅠ)┘ 순결당 만세~!
1월 27일 낮시간 동안 크라우프는 다이레아, 그리고 티아라와 함께 랜터카를 타고 돌아다니며 휴가 기간 동안 머물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그 노력은 헛되이지 않아 돌아 점심 때 쯤에는 에르바 시티 교외의 휴양림 쪽에 있는 한적한 산장을 구할 수 있었다. 그들이 구한 산장은 2층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1층에 있는 넓은 거실과 휴양림이 그대로 보이는 전망대, 그리고 근처에 잘 조성되어 있는 산책로가 마음에 드는 그런 집이었다. 다이레아와 티아라도 마음에 들어 하니 크라우프는 주변을 한 번 티아라와 돌아 본 뒤 난방용 연료와 유선 전화기, TV의 수신 상태, 샤워시설, 온수의 공급 정도를 다시 한 번 꼼꼼히 체크하고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휴가 기간 동안 산장을 빌리는데 동의하고는 일시불로 돈을 지불했다. 간단하게나마 싸 온 짐을 내린 그들은 잠시 산장에 마련된 음식들로 간단하게 늦은 점심 식사를 마쳤다. 그 후 다이레아는 오후에 도착하는 카티야를 데려오는 김에 휴가 기간 동안 함께 먹을 음식물도 준비해 오겠노라며 랜터카를 몰고 우주항 쪽으로 떠났다. 다이레아가 떠나고 티아라와 단 둘이 남게 되자 크라우프는 먼저 휴대 전화기를 찾았다. 걱정을 할 디나에게 산장을 구했음 알린 크라우프는 잠시 소파에 앉아 자신이 전화통화를 마치기를 기다리고 있던 티아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이레아랑 카티야가 돌아 오려면 시간 좀 많이 남는 것 같은데······산책 좀 할래?”
그렇지 않아도 주변의 경치가 마음에 들던 차에 크라우프가 산책을 하자는 말을 꺼내자 티아라는 좋아라하며 크라우프가 내민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낮이었지만 산장 주변에 펼쳐진 울창하다고 말할 수 있는 숲속에 들어오니 좀 춥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숲을 관통하는 산책로와 그 주변은 많이 다듬어져 있어 그래도 걸어 다니기에 기분이 좋을 정도였다.
“좀 춥지?”
잠시 걷다 보니 크라우프가 미안한 듯 외투를 벗어주려 하자 티아라는 괜찮다고 사양하며 손을 좌우로 흔들었다. 아직은 견딜만 했기 때문이다.
“괜찮아요. 그나저나 이곳에서는 에르바에서 굉장히 위험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던데 이곳에서는 그게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어제 밤에도 여러번 총 소리가 들렸는데 말이죠.”
티아라가 은근하게 두려운 곳에 있는 것 같다고 걱정을 하니 크라우프는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하지만 열심히 테러를 막으려고 하니까 이제는 어느 정도 줄어 들겠지.”
그렇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어놓는 크라우프였지만, 사실 그가 어떻게 할 수 있을만 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도 지금으로서는 남들이 잘해주기만을 기대한다는 말 밖에는 하지 못했다. 티아라도 그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 주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크라우프의 대답을 듣고는 씁쓸히 웃기만 했다.
“뭐, 사실이 그렇겠지요.”
그녀는 씽긋 웃음을 지은 뒤 크라우프에게 가벼운 키스를 해 주면서 잠시 그와 함께 걷다가 비슷한 추억속에 담겨져 있던 자신의 가족들 이야기를 꺼냈다.
“전에······가족들 끼리 휴양림에 놀라간 적이 있거든요. 오빠가 어머니 무등을 태우고 저 하고 동생하고 같이 옆에서 기념 촬영을 했었어요. 그때 저하고 동생하고 쩌고서는 아빠가 사진을 찍기 전에 오빠 바지를 쫙 하고 내려 버렸어요. 그때 오빠가 놀라는 바람에 자칫했으면 엄마가 크게 다칠뻔 했는데······갑자기 그때 생각이 나네요.”
기억 저편에 감추어져 있던 즐거운 이야기를 꺼내며 혼자서 키득거리는 티아라를 보고 묘한 표정을 짓던 크라우프가 왼팔로 그녀의 날씬한 허리를 감싸 안아 왔다. 그리고는 잠시 멈추어 서서 그녀에게 키스하려고 몸을 숙여 왔다. 허리가 단단한 팔에 잡혀 있어 피할 여유도, 이유도 없던 티아라는 그대로 그의 키스를 받아 주었다. 잠시 동안의 달콤함이 사라지고 크라우프는 티아라의 뺨을 왼손으로 쓸어 만져 주면서 갑작스러운 말을 꺼냈다.
“이제는 내가 너의 남편이니까 말이야. 알잖아?······결혼해서 고향 떠나면 거의 고향집에 가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하지만 티아라는 집에다가 전화도 제대로 하지 못하니까······미안해······내가······정말로 미안해······”
갑자기 말을 더듬으며 용서를 구하는 크라우프에게 티아라가 당황한 듯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니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렇지만 크라우프는 그녀의 몸을 깊게 감싸 안아 주면서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려는 듯 미안하다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당황한 티아라가 크라우프에게 너무 미안해하지 말라고 말하며 당황해 하자 크라우프는 그녀를 꼬옥 안아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왜 그래요? 나는 괜찮아요······나를······아니 가족들도 편안하게 살고 있고. 그리고······매달 500다르크씩 연금도 주잖아요?······뭐, 내가 부쳐주는 돈이라고 하면서 말이죠. 게다가 부모님도 내가 에이센에서 많은 돈 받고 잘 살고 있다고 알고 계시고······그리고 제게 부모님들이 잘 지내고 계신다고 확인까지 시켜 줬잖아요.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말아요.”
당혹스러움이 가득한 티아라의 목소리에 크라우프는 길게 고개를 떨구었다.
“미안해······내가 나쁜 놈이야······”
잠시 그대로 껴안고 있던 둘은 격해진 감정을 다스리려 잠시 주변에 있는 앉을 만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산책을 하다가 지친 사람을 위해 마련해 놓은 듯 한 작은 나무그루터기 위에 두 사람은 서로의 따스함을 공유하려는 듯 바짝 곁에 붙어 앉았다. 이번에는 티아라가 크라우프의 목을 감싸 안고 그에게 키스를 했다. 크라우프는 티아라의 몸을 감싸 안으며 나직이 자조했다.
“솔직히 나······알고 있겠지만 원한다면 어떤 일이든지 할 수 있었지······뭐 사실이니까······원한다면 여자든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거든······어렸을 때에는 한 수백 명 아니 수천 명 쯤 여자들을 거느리고 살고 싶었다. 그런데······나이가 들어가다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보통 여자가 많다고 자랑한 것은 아니지······보통의 어린 남자들이 꿈꾸듯······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수백 명의 여자와 섹스를 했다는 식의 자랑거리는 아무것도 아니야. 단지 지나간 시간과 정력의 낭비일 뿐이지.”
평소의 크라우프 같지 않은 말을 꺼내자 티아라는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에이! 그럼 나는 뭐에요?”
티아라가 조금 볼멘소리를 하자 크라우프는 더욱 그녀를 감싸 안아 주면서 이마에다가 키스를 해 주었다.
“너를 사랑하니까······너를 처음 보았을 때 엘레비아. 너는 정말로 아름다웠어······솔직히 시에나를 안아 주면서 너를 생각할 때도 많았고, 너를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을 매일 상상하기도 했었지. 하지만 그때는 내가 엘레비아를 몰랐을 때였어······그냥 내 상상 속에서만 너를 생각하고 지워 버리려 했었지. 솔직히 말하자면 엘레비아 너보다 아름다운 여자들은 많아······보다 더 남자를 후리는 재주가 있는 여자들도 많고······처음에는 나도 생각만으로는 너를 그렇게 여겼었지.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으니 남자만 많은 여자일 것이라고······하지만 뭐라고 할까······너를 다시 보게 되고 네가 동료들을 생각해 주는 마음이 고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너를 어떻게든 놓치고 싶지 않았어······지금, 아니 모든 것이 나의 일방적인 착각이었으니까. 그리고 내 욕심 때문에 엘레비아를 이렇게 괴롭게 했으니까······너무 미안해······너무······나는 몹쓸 놈이지······내가 이렇게 몹쓸 짓을 했는데도 엘레비아는······”
크라우프가 갑자기 말을 잇지 못하자 티아라는 조용히 크라우프의 머리를 감싸 안아 주었다. 그러면서 그의 이마에다가 키스를 해 주었다.
“지금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크라우프······이제는 말이죠. 솔직히 그때 머리에 총 겨누고 저 한테 키스 했었죠? 그리고는 당황한 듯 한 표정으로 미안하다면서 돌아가라구 했구요. 사실 저 많이 원망했어요. 솔직히 엄청난 모욕감이라고 할까? 왠지 모르게 코프 당신을 원망 많이 했었어요. 파츠 베이스 군인으로서, 아니 엘레비아 아네스 린제이 타르고로서 나 자신이 참가한 전쟁에서 죽은 내 동료들이 생각날 때마다 당신을 원망했어요. 하지만 알고 보면 당신도 전쟁 속에서 많이 괴로워 하더군요. 그것을 알게 되니까 오히려 너무 우습게 느껴지는 거 있죠? 알아요? 나도 처음 당신을 본 이후부터 꾸준히 당신을 생각해 왔다는 걸 말이에요.”
티아라의 대답을 듣고 난 크라우프가 조금은 씁쓸하게 웃었다. 하지만 이내 두 사람은 더욱 적극적으로 서로의 목을 감싸 안으며 키스를 했다.
“그런가? 나한테 들었던 미운정이 이제는······사랑해 티아라······나한테는 티아라가 곁에 있어 주는 것만 해도 정말로 고마워······고맙고 사랑하고······그리고 미안하다.”
거듭 미안하다고 말하는 크라우프에게 티아라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약간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 후 다시 키스를 해 주었다.
“미안해 할 것 없다니까요. 내가 사랑하니까······이제는 당신을 사랑하니까 말이에요.”
에이센력으로 270년 1월 28일 01시 20분 우주 공간을 가르며 베르터 3기가 고속으로 스쳐 지나갔고 그 베르터의 앞쪽으로 마치 우주 공간을 가득 메울 듯 한 엄청난 숫자의 인공의 광점들이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그 광점의 무리들은 모두 발바이스의 대귀족 세갈 마이야 하페텐의 직할 함대였다. 세갈 마이야 하페텐은 기함 아포스의 지휘 데스크에서 하얀 백작이 이끄는 함대가 실만 베르퍼 행성계를 완전히 점령했음을 보고 받았다.
“흐음······”
그는 짧게 헛기침을 한 후 그 보고서를 넘기고는 로베르토 피르다룬과 함께 에롤드 족의 최후의 보루인 바투스 행성계에서 초토화 작전에 들어가고 있다는 라쉬드 사카의 보고서를 검토해 보기 시작했다.
정보에 따르면 현재 바투스 행성계를 점령해 리베스텔 행성계 쪽으로 진격해 나가면 그 외각 지대에 멈추어 있는 30만 척 규모의 에이센 함대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30만 척 규모의 에이센 정규 함대는 뮤틸레 족의 개입으로 인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 것 같은 모습들을 보이고 있었고, 따라서 조만간 아나베 행성계로 후퇴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적극적으로 반격해 나올 것으로 예상되어 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상태를 보면 그들은 그 자리에서 조금 더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서 전세를 관망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고, 그렇게 된다면 그들은 2차로 동원될 뮤틸레 족의 함대에 측면을 공격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혹여 적극적으로 공격해 나온다고 해도 뮤틸레 족의 함대에게 측면이나 후방이 차단당할 것이다. 게다가 실만 베르퍼 행성계 쪽으로 몰려 나와 있던 30만 척 규모의 에이센 정규 함대는 이미 하얀 백작에게 와해되어 있는 상태였다.
“에이센은 이 전투로 200만 척에서 최대 230만 척 규모의 함대를 상실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 정도의 전력을 단시간에 잃어버린다면 아무리 에이센이라고 하더라도 다음 작전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보고서 및 분석서를 읽고 있는 세갈 마이야 하페텐의 곁에 선 로베르토 피르다룬이 전략적인 면에서는 에르바 행성계까지 진격해 들어가는 것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평가를 하자, 세갈 마이야는 고개를 끄덕이며 옳다고 대답했다.
“아마도 그렇겠지······다른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본다면 대략 800만 척 규모의 아군 함대가 에르바 행성계 하나를 점령하기 위해서 진격해 들어가게 되는 것인 말이야. 어쨌든 간에 에이센이 끝까지 저항하지 않고 예전처럼 에르바 행성계를 포기해 줬으면 하는데 말이다.”
세갈 마이야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진심을 토로하자 피르다룬은 조용히 그의 말을 받았다.
“저도 그러기를 바랍니다. 에르바 행성계에서 결전이 벌어지게 된다면 만만치 않은 손실을 각오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에이센이 물러서 준다면 더 좋겠습니다.”
은근한 목소리로 피르다룬도 걱정을 하자 세갈 마이야는 그를 바라보며 슬쩍 웃음을 보인 후 곧바로 라쉬드 사카에게 초토화 작전을 강화할 것을 명령하고, 그 다음 공격을 담당할 함대 지휘관의 인선과 병력의 준비에 들어갔다.
실만 베르퍼 행성계에서 완전하게 에이센 함대를 몰아낸 하얀 백작은 일단 디터 포슈겐에 대한 점령 작업에 들어갔다. 에이센군이 지상전 부대를 완전히 철수시킨 관계로 디퍼 포슈겐에 대한 점령 작업은 예상외로 손쉽게 진행될 수 있었다.
1월 28일 11시 30분 알베르트 시티에 전격 강하한 발바이스 해병대원들은 그들을 맞이한 바르디아인 난민들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난민들의 대부분이 초췌하고 굶주린 채로 식량 공급을 애타게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바이스의 공격이 개시되었을 때 크라우프 페트릴이라는 행성계 방어 사령관이 에이센인들을 철수시키면서 비축된 식량을 폐기시키고 들판에 있는 식량들마저도 불질러 버리며 식량이 되는 가축들도 대부분을 처분해 버린 탓에 극심한 기아 상태에 직면해 있다는 난민들의 증언은 보고를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인상을 찌뿌리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세상에나······그 놈들은 인간들도 아니야. 하는 짓거리들이 에롤드 족 놈들하고 똑같은 부류로군.”
상륙한 해병대로부터 올라온 보고를 듣고 있는 하얀 백작의 곁에서 함께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다크 크라이드가 크게 분개를 했다. 그를 슬쩍 바라보던 하얀 백작은 묵묵히 해병대가 촬영한 시체가 그대로 도로상에 방치되어 있는 모습들과 기아 상태에 직면한 바르디아인들이 해병대원들에게 식량을 구걸하러 다가오는 모습을 전체 함대에게 보여 주도록 지시했다. 그리고는 곧 디터 포슈겐에 있는 바르디아인들에게 식량을 공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런데 뜻밖에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와 하얀 백작을 당황하게 했다. 군수 참모들이 전쟁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식량의 여유분이 매우 부족하다면서 디터 포슈겐에 있는 바르디아인들을 먹여 살리기에는 보급에 과중한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던 것이다.
“식량 부족이라······”
뜻밖의 반대에 하얀 백작도 순간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최고 사령관으로서 누구보다도 더 보급에 신경써야 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전체적인 전투력을 유지시키는데 최선을 다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하얀 백작으로서는 식량의 부족에 대해서 경고하는 군수 참모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나? 일단 저들 모두는 우리와 같은 바르디아인이 아닌가?”
자원도 많고 생산량도 많은 에이센이라고 한다면 민간의 지원을 받거나 그렇지 않으면 미리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보급계획을 짜 놓았을 테니 이런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보급선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여유가 부족한 발바이스로서는 군량을 나누어 주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비록 지금 승리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후방 지원이 미흡한 아군의 형편으로서는 자칫 군사들이 굶주리게 될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병사들에게 배급되는 식량을 줄일 수도 없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사기가 크게 떨어지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면 장기적인 군사 작전에 지장을 주게 될 것이니다.”
하얀 백작은 자신의 근거지가 되는 나드 렐 프랭클 행성계와 네슬런 행성계 등지에 있는 고급 귀족들이 애써 후방 지원을 해준다고는 해도 거리상으로 필요한 때 충분한 보급 지원을 받을 수가 없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군수지원 참모의 말을 득고는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보통 전쟁을 군사 작전만으로 한정해 보는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하얀 백작이 지금 현재 위치에 대한 사수를 명령하며 동시에 주민들에게 비상식량을 배급해 주라고 지시한 일에 대해서 다양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전체적인 전략상 어느 정도 예정된 일이기는 했지만 하얀 백작이 융통성을 발휘해 에르바 행성계 쪽으로 진격해 나가려는 기세를 보이기라도 했다면 에이센군은 자칫 큰 혼란에 빠져 버릴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확실한 후방 지원에 대한 보장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무모하게 에르바 행성계로 전진해 나갈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는 하얀 백작은 전체 발바이스 함대와 뮤틸레족 함대 중에서, 아직 준비가 덜 된 에이센의 중심부에 누구보다도 가장 가까이, 말그대로 눈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더 이상의 진격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1월 29일 쿠르트 지겔마이어 원수는 총독부의 회의실에서 실만 베르퍼 행성계를 점령한 발바이스 함대 지휘관 데오도릭 파쿠스가 더 이상의 군사 행동을 감행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는 정황 보고서를 카레나와 함께 훑어보고 있었다.
“자네의 예상대로 데오도릭 파쿠스 하페텐은 실만 베르퍼 행성계에서 더 이상 전진해 나오지는 못할 것 같네······뜻밖에도 보급선이 짧은 발바이스의 후방 보급 문제가 적들의 발목을 잡다니······우리에게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네.”
지겔마이어 원수가 나름대로 예상대로 움직여지는 것이 다행이라고 설명하자 카레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그에게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가르쳐 주었다.
“예비 병력을 전선으로 이동시켜 아군 함대의 후퇴를 도와야 합니다. 일단 각하께서 최선을 다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카레나의 설명을 듣고 난 지겔마이어 원수는 옳은 말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1월 30일 목요일 에르바 시티 곳곳에서는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한창 불타고 부서진 건물을 무너뜨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테러리스트들이 테러를 저질러 못쓰게 된 건물을 무너뜨리고 폐품을 처리하는 업자들과 그 자리에 다시 건축을 하는 건축업자들은 불황을 모르고 있었다. 이런 폐기물 처리 업자와 건축업자들은 다시 다양하게 바르디아인 일용직 노동자들을 고용해 이들에게 임금을 지급해 주고 있었다. 이것이 가난한 바르디아인들에게는 거의 유일한 생계 수단이 되어 가고 있으니, 자살 폭탄 테러가 벌어지고 건물에 대한 차량 폭탄 테러가 벌어질수록 바르디아인들은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조금씩 늘어나게 되었다. 일견 우스운 일이었지만 이는 엄연한 사실이었다.
“이곳도 많이 부서졌네요.”
몇 가지 음식물과 옷을 사러 다시 시내로 나온 랜터카의 조수석에 앉아 있는 카티야는 은근히 볼을 부풀리면서 차창 밖으로 느껴지는 흉흉해진 에르바 시티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끼고 있었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다이레아는 피식 웃으면서 바뀐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물었다.
“뭐, 대충은요. 명색이 에르바 시티 출신이잖아요.”
“하기야 그렇지······나는 잘 모르겠는데 말이야.”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다이레아에게 카티야가 갑작스러운 질문을 건넸다.
“아참! 다이레아 언니는 고향이 어디에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잊은 다이레아는 조금 머뭇거리고는 멋쩍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 글쎄······잊어 버린지 오래야. 너도 네가 태어난 곳을 모른다며?”
자신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 다이레아는 오히려 카티야에 대한 질문을 건넸다. 그러자 카티야는 잠시 한숨을 곁들이면서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나름대로 합리화를 하려 애썼다.
“네······모르죠. 쳇······어쨌든 간에 크라우프님과 결혼한 것으로 생각하라고 했으니까요. 여자는 남편이 있는 곳으로 가서 사는 것이 여기 바르디아에서는 보통이니까 말이죠.”
그녀의 대답에 씁쓸히 웃음을 남긴 다이레아는 검문 때문에 잠시 랜터카를 정차시켰다. 히터의 열기 때문에 습도가 낮아진 탓인지 헛기침을 몇 번 하니 카티야가 목이 아프면 껌이라도 씹으라면서 주머니 속에 가지고 있던 껌을 하나 건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