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66
‘너무나도 조용하군 그래······’
자신들은 언제 에이센군의 정찰부대와 부딪치게 될 줄 모르는 것이다. 설마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 두어야 한다. 잠시도 주변에서 수상한 반응이 없는지 살펴 보아야 한다.
만약에 정찰행동 도중에 맞부딪쳤다고 해도 별다른 적대적 행위를 보이지 않는 이상 서로 위력행동을 보이고 반대쪽으로 사라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행동 중에서 서로 간에 사소한 오해라도 생긴다면 금새 여러 목숨이 걸린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별일만 아니면 돌아가서 일요일 푹 쉴 수가 있을 텐데······’
아담은 조금 깊게 숨을 들어 마셨다. 긴장감의 연속이라고 느낄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것을 보고 짜릿함이라고 할까 여자와 섹스를 할때 이상으로 이렇게 비행을 할때에 너무나도 강렬한 흥분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인가 전투병들 중에서 마약에 빠져 드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다. 술로서 풀려는 사람들은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고, 아담도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정신과 진단을 받고 있었다.
그 자신은 그런 마약중독자나 알코올 중독자 같은 폐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문득 자신의 어머니인 백효연이 세상에 알려진대로 그렇게 여러 남자들과 함께 지내게 되었다는 것이 이런 짜릿한 흥분 때문인지 모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7년 전쟁 초반부터 파일럿을 그만두게 될 지위에 오를때 까지 거의 모든 시간은 전쟁터 속에 있었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삶과 죽음이 교차되는 가운데 무엇인가에 흥분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을 것이다. 어머니에게는 그것이 남자와 섹스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렇게 밖에는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생각들이 아들로서는 참으로 발칙한 생각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지만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것을 알고 있지 않는다고 한다면 더욱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는 건국의 영웅인 백효연의 아들이라는 압박감을 벗어 던지고 싶어했다. 아들이라고 알아차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아담으로만 알고 있었지 그 이상은 몰랐다.
그는 조금 가슴이 답답하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인지 몰라도 자신의 목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인가 목이 칼칼한게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너무 많아 진 건가?’
왠지 모르게 엘레비아 생각이 간절했다. 라디아와 섹스를 할때도 가끔씩은 자신이 끌어 안고 있는 여자가 엘레비아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때 그는 본능적으로 정신을 차렸다. 무엇인가 이상 신호의 발신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12시 28분이었다.
“뭐지?”
왼손으로 계기판을 조작하면서 신호를 추적했다. 엘윈의 자체적인 탐색 능력 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고 현재는 모함으로 부터도 떨어져 있었다. 탐지되고 있는 것은 구난신호였다. 그것도 민간용 구난신호로서 거리는 생각외로 가까웠다.
“모함에 보고해라!”
그는 가장 후미에서 따라오고 있던 부하에게 통신을 보내라고 한 다음 그 신호가 발생되어지고 있는 방향으로 기체를 돌렸다.
“내가 직접 가보겠다. 나머지들은 예정된 진행 방향을 따라서 전진하도록 한다.”
여러대가 한꺼번에 움직인다고 한다면 자신이 빠져도 신병으로만 구성된 자신의 소대가 쉽게 당하지 않을 것이고, 혹시나 이 구조신호가 함정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아담은 자신이 혼자 가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실력으로는 충분히 빠져 나올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이 근처에는 몸을 숨길만한 장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탁트인 곳에서의 함정은 멀리서도 발견하기 쉽기 때문이었다.
적재되어 있는 추진제의 여유를 생각해 볼때 그렇게 긴 시간 따로 확인을 해 볼 여유는 없었다. 그렇지만 무엇인지 몰라도 구난신호가 발생했으니 확인해 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혹시나 에이센군이 민간의 구난신호를 위장해서 파츠 베이스군을 유인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혼자 가는 것이 유리했다. 신병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12시 39분 아담은 추진기를 끄고 조용히 신호쪽으로 접근했다. 최대한 추진제를 아껴야 하기 때문이다. 12시 43분 아담의 앞쪽으로 보인 것은 확실히 민간의 여객셔틀이었다.
‘여객셔틀인가?’
조용히 주변을 탐색했고 별다른 이상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 셔틀을 스캔해 보니 엔진 부분과 왼쪽 측면에 유성이라도 맞은 것인지 여러 군데가 찌그러져 있고 파손되어 있었다.
‘해적이라도 당한 건가?”
그는 곧 부하들을 불러 들였다. 12시 58분 파츠 베이스군의 바리스타 9대는 에이센의 민간 여객셔틀 주변을 에워 쌓다. 혹시 무슨 트릭이라도 있을까 걱정했는데 여객셔틀의 내부에는 민간인들이 있었고 이들은 손을 흔들거나 하고 있었다.
‘원 참······’
인도적인 차원에서 민간 셔틀은 구조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 수 없었다. 다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고 경계를 지시했다. 일단 멈추어서서 모함에 현재 상황을 긴급히 보고했고 지시를 기다렸다. 잠시 뒤 상황을 좀더 확실히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정확한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서 아담 자신이 직접 셔틀로 들어가기로 했다.
“주위를 철저하게 경계해라!”
부하들은 훈련 받은 대로 모두들 주변에 포진했고 아담은 조심스럽게 셔틀로 다가가서 라이플을 접고 셔틀의 에어로크부분을 붙잡고 콕핏을 열었다. 만일을 몰라 권총을 옆에 찼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몸을 날려에어로크 안으로 들어섰다.
에어로크가 열리고 실내로 들어서게 되면서 그를 맞이한 것은 민간 여객선의 선원들이었다. 아담은 권총을 빼들고 있었는데 이들은 그 권총을 보고 의외로 무덤덤 해 했다.
“파츠 베이스군인이군······죄송하오만 배가 흘러든 암석에 맞아 이렇게 파손되었소······도움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선장으로 보이는 40대 중반의 남자가 나서서 부탁했다.
“물론입니다. 다만 저희들로서는 수리를 할 수가 없으니 아군지역까지 이 배를 견인해 갈 수는 있습니다.”
아담은 권총을 거두지는 않았지만 정중하게 대답했다. 그로서는 처음부터 이렇게 도움을 청하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선장은 자신들이 절실하게 도움을 청하고 있고 무장하지 않은 민간 여객선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아담을 선실로 안내했다.
여객선에 탑승해 있던 사람들이 모두 파츠 베이스군의 바리스타를 보고 불안한 눈을 하고 있었고, 선원들은 지금 파츠 베이스군인들이 고장난 배를 견인하러 왔다고 하면서 안심들 하라고 승객들을 안도 시키려고 애쓰고 있었다.
“하필이면 파츠 베이스냐······”
누군가 아담이 지나가자 그렇게 말했다. 그는 들은체 만체하고 항주실까지 가서 배를 확인해 보았다.
이 배는 하만 바이파를 출발해서 케네온으로 향하고 있던 민간선이었다. 중간에 기관고장을 일으켜 배가 정지해 버린 것이 확실했다. 그는 통신기를 열어 부하들에게 현재 상황을 알리고 추가적인 지시사항을 모함에 요청하도록 했다. 잠시후 통신기가 열리면서 모함으로부터 지시가 내려왔다.
배를 견인해 오라고 하는 것이다. 민간인들이니 위기에 처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겠냐고 했다..
“견인해라!”
아담은 즉시 부하들에게 배를 견인하도록 했고 자신은 이 셔틀에 남아 있기로 했다. 승객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해주기 위해서였다.
13시 05분 셔틀에 와이어가 걸리고 7대의 바리스타가 일제히 셔틀을 잡아 끌기 시작했고 셔틀은 서서히 움직이다가 점차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아담은 오른손으로 권총을 만지작 거린 채로 자신의 바리스타를 끌고 가는 한 기에 주의하라고 통신을 보냈다.
셔틀은 조용히 항진해 나갔고 아담은 의심은 가지만 적어도 뜻있는 일을 하게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잠깐 쓴웃음을 지으면서 헬멧을 벗고 짧은 검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겼다. 조종석에 있던 선장은 슬며시 아담을 지켜보았다.
파츠 베이스군인들에게 구조 되었으니 썩 좋은 기분은 아닌듯 했다. 그렇지만 만일 자신들이 이 셔틀을 버리고 간다면 이런 우주에서 기약없이 표류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잘못한다면 민간인들이 불행한 사고를 당하게 될지 모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했다. 문득 이런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이 어딘지 모르게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을 끼치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아담 자신은 배에 남아 있었지만 자신을 경계하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낄 수가 있었다. 무척이나 불안해 하고 있을 것이다.
…복구합니다…^_^;;;
파티시아 사피아 윌슨은 에이센에서 매우 유명한 영화 배우였다. 올해 나이가 25세였지만 19살 때 처음 데뷔한 이래로 수많은 영화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짙은 검은 머리 카락에 검은 눈동자 그리고 백옥 같이 하얀 피부는 그녀를 처음 보는 사람마다 빠져 들게 만들었고 거기에 갖추어진 타고난 연기자의 자질은 파티시아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다.
파티시아는 운도 좋아서 에이센 최고의 영화 감독 중 한사람이라고 불리우는 더글러스 쇼드의 작품에 신인으로서 처음 주연을 맡았고 그때 보여준 파티시아의 연기력에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지금 파티시아 자신은 케네온이라는 행성으로 영화 촬영차 셔틀에 탑승해 있었는데 잠에서 깨어나 보니 셔틀이 고장이 나 버렸던 것이다.
“젠장할······”
짧게 혀를 차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불안해 하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구출을 위해서 바리스타가 왔다고 했는데 하필이면 그 바리스타가 파츠 베이스군의 것이었다.
파티시아는 16살 때 보병으로 군입대를 해서 18살 때 만기 제대를 했다. 그리고 딱 1년 만에 연기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참 별 경험을 다해보네······’
그녀는 여러번 군 홍보 영화를 찍어 보았다. 아마도 유명해 지기 전에 군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녀는 군 홍보단에 들어갔을 것이다. 이러면서 약 4년 동안 전 군부대를 누비면서 무료로 공연을 하고 다녔을 것이지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것에 해당되지 않았다. 몇 번의 군에 관련된 홍보영화도 찍어 보았지만 별로 군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파티시아가 타고 있던 셔틀에 파츠 베이스군인이 탑승해 있었다. 그녀는 살아 오면서 적이라고 하는 것을 이때 처음 보았다. 어두운 색의 파일럿슈트를 입은 남자가 권총을 빼들고 들어와서 성큼 조종실로 들어가는 것만 보았을 뿐이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기면서 선원들은 파츠 베이스군이 구조를 해 주었다고 하면서 불안해 하지 말라고 했지만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에서는 그녀 또한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자신이 연기자라는 것과 유명인이라는 것을 숨겨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면 파티시아 자신도 참으로 우스운 삶을 살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이제까지 25년이라고 하는 시간을 살아 왔지만 스스로의 오랬동안 기억에 남는 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10년 남짓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티시아의 전체 이름은 파티시아 사피아 윌슨 벤투비로서 현재는 윌슨이라는 성을 사용하고 있지만 벤투비라고 하는 성도 따라 다니고 있었다.
에이센에서 보통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것이 보통이지만 부모들 중에서는 자녀에게 각자 자신들의 성을 붙여 주는 사람들도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그런 식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보통 이름을 지을때에도 두 사람이 각자 처음과 중간을 짓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합의해서 이름을 하나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모가 자녀의 이름을 각자 하나씩 지어서 앞뒤로 붙여 주는 것이 보통이다.
이전에는 보통 이름이 위치하는 것에 따라서 뜻하는 것이 지금 쓰이는 것과는 아주 다른 뜻이었다고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었다. 그렇지만 언제부터인가는 처음 이름과 가운데 이름이 뜻하는 것은 부모가 똑같이 자신의 아이에게 서로 붙이고 싶은 이름을 지어 붙여 주었다는 의미로 되어 버렸다. 이래서 이름이 전체가 4단어로 이루어 지는 경우도 있었고 이런 경우 여자는 남편의 성을 자신의 이름 맨뒤에가 붙이는 경우가 있으니, 이름이 5단어까지 늘어나 버리는 일도 있었다. 만일 파티시아가 데릭이라는 성을 쓰는 사람과 결혼을 해서 남편의 성을 가장 뒤에 붙이면 ‘파티시아 사피아 윌슨 벤투비 데릭’이라는 마구 길어지는 이름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전체 이름을 모두 쓰는 것은 거의 자제되고 있었다. 파티시아의 전체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녀가 윌슨이라는 아버지와 벤투비라고 하는 성을 사용하는 어머니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파티시아에게는 윌슨이라는 성을 쓰던 아버지와 벤투비라고하는 아버지가 두 사람 있었는데 그 사실을 알고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파티시아는 자신이 어떻게 자라 왔다는 것을 대충은 알고 있었다. 아주 어릴적의 기억은 하나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기면서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들이 파츠 베이스군에게 이끌려 가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함 속에서 문득 옛 생각이 났다.
자신을 낳은 친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다만 같이 지냈던 시간보다는 TV를 통해서 더욱 많이 보았던 것 같았다.
파티시아는 이렇게 되어 버렸던 자신이 너무나도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가 유명한 군인이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은 그것 뿐이었다. 그렇지만 군복을 입었다는 생각만은 들지 않았다.
하루종일 집에서 뛰놀고 있다가 엄마가 저녁무렵 돌아오면 달려나갔던 기억은 아마도 확실한 것일 것이다.
윌슨이라는 성을 준 아버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끔 자신을 쥐어 박기도 하고 여러번 울었던 기억만 났다. 그리고 어느날 자신을 고아원에 버리고 뒤돌아 보지 않고 떠나가 버렸던 것은 아직까지도 생생했다.
이른 아침에 어디 좋은데 가자고 하면서 너무나도 거대했던 덩치로 자신을 들어 올렸고 차를 타고 먼 길을 갔었다. 그리고 어디 많은 어린애들이 뛰어 놀고 있는 곳으로 자신을 데려갔고, 잠시 그 아이들과 놀고 있을때 아버지의 차는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달려 나가려 했지만 다른 어른들이 자신을 붙잡았던 기억이 났다.
얼마나 울었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런 울음도 다 소용이 없었다. 그곳에서 몇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정신을 잃었는지 모른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을 찾아온 백인 여자에게 입양 되었다. 그 백인 여자는 어머니의 오랜 친구였다고 했다. 그리고 시내의 아파트에 자신을 데려가 주었고 새로운 집이라고 하면서 자신을 돌봐 주었다. 그리고 어느 사이부터 그 어머니의 친구였다고 했던 니콜의 남편 알 벤투비를 아버지로 부르게 된 것이다.
‘나를 버린 사람인가?’
파티시아는 이런 사실을 남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녀 자신에게 이런 좋지 못한 기억이 있다고 하는 것은 정말로 우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조금 깊게 숨을 들어 마시면서 내시창에 매달려 셔틀가까이 바리스타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적지않게 걱정이 되었다.
파티시아는 자신을 낳은 친어머니도 저런 바리스타를 타고 다니던 파일럿이었다 얘기를 들었던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그녀 자신은 전혀 바리스타 같은 것을 조종할 줄 몰랐다.
‘크다······’
영화 촬영하면서 바리스타 파일럿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여럿 만나 보았고 바리스타도 타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우주 공간에서 어두운 색의 바리스타가 무기를 장착한 채로 자신이 타고 있는 셔틀의 옆을 나란히 비행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어떻게 되려는 걸까?’
문득 걱정이 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양어머니에게서 들은 친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떠올렸다. 친어머니는 매우 유명한 군인이었다고 했다.
지금 그녀가 어머니로 부르는 니콜과 친어머니는 매우 오랜 친구였다고 했다. 차츰 커가면서 니콜은 여러 가지 얘기들을 해 주었는데 이런 것들은 파티시아가 기본 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파티시아의 어머니와 니콜이 만나게 된 것은 니콜이 27세에 대위였을 때 였다고 했다. 여러 명의 참모들과 함께 어머니의 참모로 배속받게 되고 이후 여러 전장을 누비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되어 가면서 어머니와 매우 가까워 지게 되었고 전쟁이 없을 때에는 언니 처럼 생각하며 지냈다고 했다. 같이 여행도 다니기도 하고, 자주 어울렸었다고 했었다.
10년 넘게 상관으로 모셨지만 그렇게 부하들에게 따뜻하게 대해 주는 사람은 처음이었다면서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가족이 없고 다른 형제가 없었던 니콜과 친어머니는 서로의 비슷한 처지 때문에 어느덧 서로 가까워져 친자매 이상이 되었다고 했다.
‘나를 조카 같이 생각하셨던 걸까?’
물론 자신을 잘 키워내준 것만 해도 정말로 감사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이렇게 자신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런 고마움을 어떻게 해서든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문득 파티시아는 자신이 전 에이센군 통수본부 차장인 니콜 마우어대장의 수양딸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이 사실을 파츠 베이스군인들이 알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싶었다. 물론 자신이 무척이나 곤란해 질 것이다.
자신의 신분 증명에는 파티시아 사피아 윌슨 벤투비라는 전체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우어라고 하는 어머니의 성은 적혀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니콜로서는 파티시아 사피아 윌슨 벤투비 마우어라고 하는 마구 길어진 이름을 갖게 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긴 이름에 자신이 만일 쇼드라는 남자와 결혼하게 되어 남편 성을 뒤에 붙이게 된다면 파티시아 사피아 윌슨 벤투비 마우어 쇼드라고 쓰게 된다. 이름이 너무 길어 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사람들은 통수본부 차장이었던 니콜 마우어는 기억할지 몰라도 그녀의 남편인 알 벤투비는 알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전체 이름만으로 이 사실을 알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조심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복구합니다…^_^;;;
14시 20분 셔틀은 마중 나온 파츠 베이스군 구축함에 견인 되었고 민간인들은 모두 기밀실을 통해서 파츠 베이스군 구축함 속으로 옮겨 태워 졌다.
에어로크에는 두어 명의 헌병이 굳은 얼굴로 나와 있었지만 나머지 파츠 베이스군인들은 친절한 얼굴로 이들을 맞이해 주었다.
“사관식당으로 들어가 계십시오!”
파티시아는 사실 전함에 처음 타본다는 생각을 했다. 보병 출신이었기 때문에 이런 전함을 보지 못했다. 기껏해야 경비함 정도인데 구축함만 해도 매우 거대하게 느껴졌다. 헌병들이 들고 있는 에너지 라이플에 그녀는 보병생활 중에 화약 총만 쏴 봤지 에너지탄을 사용한 총기를 한번도 쏴보지 못했다. 다만 이론적으로 에너지탄을 쏠때는 이러이러 하다는 것 정도 밖에는 교육 받지 않았고, 대표로 몇 사람이 시범 사격을 할때도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군대를 제대할 때 까지 에너지탄을 쏴보지 않았지만 시범사격때 보여진 그 위력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헌병 손에 들려진 장전된 에너지 라이플을 보게 되니 어딘지 모르게 위압감이 들었다. 이런 위압감 때문이었을까 사람들은 순순히 파츠 베이스군인들이 요청한 대로 신분증명과 소지품을 건네 주었다. 잠시 조사를 하고 되돌려 주겠다는 말에 걱정과 의심은 되었지만 자신들로서는 어쩔 수가 없는 명령이었다. 사관식당으로 사람들이 들어가고 셔틀의 승무원들은 따로 조사를 받는 다고 하면서 다른곳으로 데려갔다. 파티시아가 사관식당으로 들어서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것은 셔틀에 탑승했던 파츠 베이스군 파일럿이 들어와 구축함의 관계자들과 몇 가지 말들을 나누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때는 그는 헬멧을 벗고 있었는데 20대 초반 정도의 검은 머리카락에 잘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곧바로 떠밀리듯 사관식당으로 밀려 들어가 버려서 더 이상 그 남자를 볼 수 없었다.
사람들과 함께 사관식당으로 들어선 파티시아는 잠시 주위를 살펴 보았다. 별다르게 멋진 장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둥근 원형 테이블들이 여러개 있고 거기에 맞춰 의자들이 있었다. 그녀는 묵묵히 빈자리를 하나 차지하고 앉았다.
파티시아와 동승한 매니저는 긴강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오히려 그녀 자신은 여유로웠다. 입술을 조금 빨면서 최대한 침착하게 보이려고 애쓰고 있었다. 어차피 걱정해봐야 자신들의 생사는 이들 파츠 베이스군인들이 쥐고 있는 것이다. 무슨 영화에서처럼 적들에게 납치되어가는 민간인들을 아무런 이유없이 마구 죽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민간인들이 무슨 공간기갑병들 처럼 내부에서 납치범들의 전함을 빼앗거나 하는 일은 있을 수가 없었다. 상대는 무장을 했고 이쪽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얌전히 시키는 대로 하는 것만이 살길이었다.
15시 20분 지엘하르트대장의 기함 소속의 파일럿인 아세라는 자신의 직속 상관인 카슬 에 쉬린소령으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그의 방을 찾아가 경례를 올렸다. 쉬린소령은 수고한다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1시간 30분 전에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항이다. 현재 민간의 셔틀 중 한 척이 파츠 베이스군에게 나포되었다. 이에 비상 대기가 발령된다.”
뜻밖의 말에 아세라는 무슨 말인가 싶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쉬린소령의 말이 앞뒤가 제대로 맞지 않는다고 반문했다.
“비상대기야 알겠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훈련입니까?”
실제의 상황이라고 한다면 함대 사령관인 지엘하르트대장의 정식 발표가 있을 것이고 전체 함대에 비상 대기가 떨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쉬린소령으로부터 거짓말 같은 사실을 전해 듣게 되었으니 당연하게도 믿겨지지 않은 것이다. 그는 목소리 톤을 높이지 않고 다시금 자신의 말을 덧붙였다.
“정식 발표는 16시에 있을 것이네······중위 자네는 즉시 부대를 대기시켜 놓게!”
끝을 약간 높이는 그의 말에 거짓이 들어 있지 않음을 알게 된 아세라는 대답 대신에 경례를 올려 붙였다.
“수고하게나!”
이 지시는 군의 정식 발표 전에 부대 정비해 놓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순간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만 쉬린소령의 방을 나온 아세라는 의아한 기분이 먼저 들었다. 파츠 베이스가 무슨 이유에서 민간 셔틀을 나포했을까 싶었다. 그렇지만 정식 발표가 있기 전에 군이 먼저 대비태세를 갖추는 것은 무엇인가 사태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뭐야 도대체······’
그녀로서는 16시 정각에 있을 것이라고 하는 군의 공식 발표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무엇이 될지 몰라도 갑자기 불안해 졌다.
아세라는 침착하게 쉬린소령의 지시를 수행했다. 전함으로 되돌아온 그녀는 흐트러져 있던 파일럿들을 불러 들이고 각자의 바리스타를 재정비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무슨 일이냐고 뭍는 부하들에 다만 준비태세 점검이라는 명목을 달았다. 정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 아무 사실도 알려 주지 말라는 지시 때문이었다.
부하들을 투덜거리면서도 준비태세 점검에 걸려들지 않도록 여러 가지 준비들을 서두르고 있었다. 이들을 지켜보고 있던 아세라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휘관으로서 부하들을 속여야 하는 것이 기분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16시 정각 모든 정규 방송이 일시 중단되고 하만 바이파의 모든 채널에서는 하마 바이파군관구 사령부의 공식 적인 발표가 있었다.
“금일 13시 05분 파츠 베이스군 일단이 민간의 셔틀을 납치 현재 이들은······”
군의 준비태세 점검이라는 것이 이것이었냐고 하면서 부하들이 물어 보았고 아세라는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하면서 자신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일단 전쟁이 벌어질지 모르니 각자 전투 대기 상태를 유지하도록해!”
그녀는 갑작기 전쟁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말이 돌기 시작하자 금새 불안해 지기 시작하는 신병들을 돌아 보면서
“불안해 하지 마라······어차피 이렇게 일만 크게 벌어지고 끝이 나는 경우도 많으니까 말이야!”
아세라는 페넬로페가 뭣좀 아는게 있냐고 물었을때 군부에서는 사건이 발생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하면서 하지만 준비를 하라고 하면 해야 된다고 했다. 언니의 대답에 페넬로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맞는 말이라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뭐······”
달리 두 사람에게 선택권 같은 것은 없었다. 다만 전쟁에 나서라고 하면 나서야 하는 입장에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