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717
07시 38분 크라우프는 드로이 소장의 함대가 거의 좌우로 분산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선두 함대와 발바이스의 돌격 함대의 선두가 곧 접촉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선두가 중순양함이군.”
크라우프는 발바이스 함대의 선두를 확인해 본 후 잠시 왼손 집게손가락으로 이마 쪽을 긁적였다. 잠시 동안 긴장감에 헛기침을 몇 번하고 있자 갑자기 클로리사 발라트 대위가 차가운 음료수를 한 잔을 크라우프에게 권했다.
“고맙네.”
그는 씽긋 웃어 클로리사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08시 46분 다크 크라이드는 테르 벨키우스가 예상한 대로 에이센 함대가 맞서 나와 선두 함대와 접촉하려 하자 몇 번 헛기침을 한 후 공격을 명령했다. 공세에 동원되어 나온 에이센 함대는 약 20만 척 남짓한 규모로 추정되고 있었다.
‘만만치 않은 숫자로군.’
다크는 잠시 몰려오는 피로함에 오른손 집게와 엄지손가락으로 콧날 부분을 몇 번 문질러 주었다. 그런 뒤 곧 선두 함대에서 발포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에이센 함대도 응사 하고 있습니다.”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다크는 목소리를 크게 높였다.
“멈추지 말고 맞쏴! 에이센 놈들에게 결코 뒤져서는 안된다.”
강하게 예하 함대 지휘관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린 다크 크라이드는 지금이 최대의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점을 알아차리고는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09시 22분 시르피드 XII호의 지휘데스크에서 크라우프 페트릴 중장은 돌격의 선두에 선 순양함 함대와 발바이스 중순양 함대가 집중 포격전을 전개시키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곧 그 좌우로 순양함과 구축함으로 이루어진 함대를 전진시켜 발바이스 선두 중순양함 함대를 포위해 내도록 지시했다.
“적의 공격 의지를 저하시키도록 강력하게 맞서 나가야 한다.”
그는 첫 접촉에서 적에게 강력하게 맞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공세를 강화할 것을 명령했다.
10시 에이센 함대를 향해 포격을 개시하고 있던 발바이스 중순양함 네페테테르 470호는 자신의 선두에 서서 빔 바리어를 전면에 전개시키고 있던 중순양함 암드로 벨리 호가 에이센 함대로부터 집중되어 들어온 빔과 에너지의 노도에 휘말려 견딜 수 없게 되자 전진해 암드로 벨리 호를 대신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잠깐 사이 암드로 벨리 호는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에이센 함대의 포격에 그대로 노출되어 5분도 채 안되는 시간 동안에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그리고 네페테테르 470호도 이내 선두에서 날아 들어와 빔 바리어를 뚫고 들어온 빔포에 직격 해 네페테테르호의 중심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그리고 정신을 차릴 틈도 없에 에이센의 공격이 집중적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11시 39분 바리스타 부대의 출격 준비를 지시하는 함대 전투 지휘관 구드 바렌브룩 중령의 목소리를 듣고 시르피드 XII호의 파일럿들은 대부분 잔뜩 긴장해 있었다. 나름대로의 준비를 갖추고 각자의 바리스타에 탑승하고 있는 가운데 채가연은 얼굴에 베시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바리스타인 자카운의 콕핏 위로 올라갔다.
12시 20분 테르 벨키우스는 다크 크라이드가 지휘하는 선두의 중순양함 함대가 에이센 합대의 집중 포화에 노출되어 차츰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을 보고 짧게 혀를 찼다. 중순양함이 비록 강력한 방어력을 갖추고 있지만 에이센 함대의 순양함과 구축함이 워낙 엄청난 화력을 쏟아 붓고 있으니 전투가 시작된 이후 계속해서 거대 규모의 전투에 투입되어 발바이스 함대의 공격 선두에 섰던 중순양함 함대는 이미 그 한계를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중순양함 함대의 물자 부족이 심각합니다. 자칫 이렇게 되다가는 중순양함을 단시간에 손실하게 될 수 있습니다.”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카리드가 테르 벨키우스에게 함대를 후퇴시킬 것을 권유했고 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이지만 에이센 함대의 공세를 예측하고 있었고 이미 후방에서 나름대로 반격 준비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테르 벨키우스는 더 이상의 손실을 피하기로 결정했다.
13시 33분 발바이스의 선두 함대가 생각 이상으로 쉽게 후퇴를 하려는 듯한 움직임이 포착 되어 크라우프에게 보고되었다.
“생각외로 쉽게 후퇴를 하는 것 같은데?”
발바이스 중순양함의 후퇴를 보고 크라우프가 의문을 갖고 자신의 옆에서 전황을 주시하고 있던 다이레아에게 의견을 구했다.
“아마도 아군의 공세를 예상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입니다.”
크라우프는 다이레아의 대답에 2차 공세가 반드시 필요하겠다고 대답했다.
“일단 카슬러 소장과 루고시 소장이 에르바에서 부터 증원된 10만 척의 함대와 합세를 해서 전력으로 확보될 때까지는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잠시 잊지 않아야 할 것을 설명해 준 다이레아는 크라우프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발바이스 함대 지휘관도 여간내기가 아닐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렇겠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적도 생각하고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 이미 공세의 기도가 내보여 졌고 적은 후방에 예비 병력을 갖고 있으니 아군의 공격을 오히려 역으로 끌어 들여 반격을 가하려 할 것이다.”
크라우프가 이내 다이레아가 걱정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마도 발바이스 함대 지휘관은 아군이 지금과 비슷한 숫자로 2차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예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이레아의 우려에 크라우프는 잠시 적 함대 지휘관의 입장이 되어 보았다.
“으음! 분명 나 같으면 아군을 일부러 패배를 하면서 적의 내부로 깊숙이 끌어들인 후 충분히 끌어 들였다고 판단된다면 기동함대를 동원해 퇴로를 차단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그런 시도를 보인다면 말이야.”
잠시 정리가 되지 않은 말을 이어 내자 다이레아는 잠시 오른손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한 번 문질러 준 후 잠시 적이 취할 수 있는 반격 수단에 대해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설명해 주었다.
“공세 한계점까지 역으로 아군을 끌어들여 반격을 가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어느 정도의 숫자를 기뢰지대 밖으로 끌어내서 좌우로 공격을 가해 집중 돌파를 시도해 각개 격파를 유도한다면 여러 가지로 아군이 곤란해 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녀의 걱정을 듣고 난 크라우프는 조용히 대답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공세 한계점 이상을 벗어나서는 안되겠군.”
“일시적으로 얻게 되는 전술적인 승리에 집착하시면 안됩니다.”
냉정하게 크라우프에게 조언을 해 주는 다이레아에게 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적의 예상에서 어긋나게 행동을 하는 것 알겠네.”
그는 잠시 자신을 다독인 후 보다 강력하게 반격해 나갈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는 한편으로는 공세의 한계점을 결정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다.
14시 46분 테르 벨키우스는 에이센 함대의 공세에 서서히 전력을 후퇴시키고 있는 다크 크라이드의 움직임을 보고 살짝 고개를 갸웃 거렸다. 다크 크라이드는 미리 테르 벨키우스가 요구한 대로 함대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에 맞서는 에이센 함대의 움직임이 무엇인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으음.”
잠시 쓴웃음을 짓고 있던 테르 벨키우스는 에이센 함대가 취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았다. 그들이 역으로 공세를 취해 나온 것은 분명히 충분한 예비 병력을 갖추어 발바이스 함대의 공세 한계점을 찾아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 분명했다. 아마도 당연하게 15만 척의 함대를 동원해 결사적으로 가장 선두에 선 중순양함 함대를 저지해 낸 것은 분명히 이번의 공세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테르 벨키우스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 어딘지 모르게 에이센 함대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게 보였기 때문이다.
‘아직은 이 녀석들이 공세의 초기인데 말이야.’
만약에 자신이라고 한다면 선두에선 중순양함 함대의 절반 가량은 완전히 무너뜨릴 자신이 있었다. 그렇지만 에이센 함대는 자신이 보기에 초반의 기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중순양함 함대를 궤멸시킬 기회를 놓쳐 버렸다. 초반부터 강력하게 맞서 나갔다고 한다면 분명히 심각한 타격을 입혔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적은 정보에 쉽게 단정을 지어 버리자 말자!’
잠시 뒤 그는 자신의 선입견을 지워 버리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다.
15시 37분 발바이스 함대의 후퇴로 다시 출격의 기회를 놓쳐 버린 시르피드 XII호의 파일럿들은 잠시 동안 운명의 시간이 늘어났다고 생각하며 조용히 쓴웃음을 지었다. 안전 구역에서 휴식을 취하고 이들 가운데 채가연은 잔뜩 부은 표정으로 무엇이 마땅치 않은지 퉁퉁거리며 파일럿들에게 제공된 전투 식량을 입안으로 흘려 넣고 있었다. 조용하던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가연이에게 왜 그러는 지를 쉽게 물어보지 못하고 있었다.
16시 50분 전반적으로 에이센 함대가 전진해 나오기 시작하고 있고 발바이스 함대는 급속히 전력을 후퇴시키기 시작했다. 이에 맞추어 에이센 함대도 다시 어느 정도 속력을 높여 이들을 추격하고 있었다. 테르 벨키우스는 자신이 괜한 의심을 한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사실 크라우프 페트릴 중장이 지휘하는 함대가 대체적으로 긁어모은 함대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기 때문에 첫 공격에서 잠시 동안의 연계작전 실수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17시 정각 다크 크라이드는 예하 함대 중에서 구축함과 미사일함 2만 척을 차출해서 에이센 함대의 선두에 반격을 가할 준비를 마쳤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17시 39분 발바이스 함대 2만 척이 에이센 함대 선두를 향해 갑작스럽게 돌진해 나왔다. 대부분이 미사일함과 구축함으로 이루어진 전투함들로서 이들은 짧은 시간 돌진해 나와 에이센 함대에게 강력하게 맞서 나왔다.
18시 16분 발바이스 함대 2만 척이 썰물 빠지듯이 후퇴해 나왔고 이들은 단시간에 에이센 함대 1천 척을 격침시켜 버리는 성과를 올렸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전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보고를 받은 크라우프는 잠시 불쾌해 하다가 이내 이것에 신경쓰지 않고 함대를 전진시켜 나가도록 지시를 내렸다.
19시 35분 다크 크라이드는 에이센 함대에게 2차 공세를 지시했다. 이번에는 미사일함 3만 척이 동시에 전진해 나가고 이와 함께 중순양함이 후방에서 지원을 해 주기로 결정했다.
“전진!”
다크 크라이드의 명령이 떨어지고 동시에 미리 준비되어 있던 미사일함 3만 척이 전진을 해 나갔다. 하지만 이때는 에이센 함대가 어느 정도 대비를 해둔 탓에 초반 공세는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제법 전투가 격렬하게 벌어져 21시 10분까지 짧은 시간 격하게 전투가 벌어졌다. 이 시간 동안 다크 크라이드는 미사일함 800척을 잃어 버렸지만 에이센 함대 1천 800척 이상을 격침시켜 버리는 성과를 얻었다.
잠시 동안의 밀고 당기는 추격전이 지리하게 이어지고 있는 사이 테르 벨키우스는 에이센 력으로 270년 5월 30일이 된 것을 알아차리지는 못하고 있었다. 다크 크라이드가 단기간에 3천척에 가까운 에이센 함대를 격멸해 낸 것에 대해서 그 성과를 인정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에이센 함대는 전혀 흔들리는 것 없이 전진해 나오고 있다.
“역시나 크라우프 페트릴 페트릴 중장이군. 움직임이 좋은데?”
그는 에이센 함대의 전체적인 모습에서 무엇인가 이들이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무엇인가 견고하게 진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엉성하게 병력을 배치시키고 있다. 역시나 갑자기 끌어 모은 함대로 숫자만 갖추어 놓은 것이라는 것인가?’
테르 벨키우스는 다크 크라이드가 9만 척의 함대로 무려 20만 척에 육박하는 에이센 함대를 제대로 저지해 내고 있는 것에 내심 감탄을 했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다크 크라이드와는 달리 전체를 보아야 한다. 아직은 본격적으로 결전이 벌어지지 않고 함대와 함대 사이의 포격전만으로 주된 전투가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순간 전세가 뒤집어질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주력 함대를 투입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심을 하지 않았다.
“포격전만으로는 전투가 끝나지 않는다. 발바이스 주력 함대의 공세를 유도해 적들을 섬멸해야 한다.”
03시 40분 크라우프는 전체적으로 란지에르 소장이 지휘하는 함대가 자신의 명령에 제대로 따르지 않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 내고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란지에르 소장이 지휘하는 15만 척은 정규 함대이기는 해도 다소 긁어모아져 편성된 경향이 컸기 때문이다. 그것에다가 대부분이 순양함과 구축함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선두에 선 발바이스의 중순양함과 미사일 순양함을 상대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유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크라우프는 섣부른 공세를 가했다가 자칫 발바이스 함대에게 앞뒤를 차단당해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이레아가 걱정했던 것도 있고 해서 더 이상 전진을 해 나가지 않도록 일시적으로 현 위치에서 함대의 움직임을 정지시킬 것을 지시했다.
05시 59분 테르 벨키우스는 에이센 함대의 전열이 전체적으로 흐트러지고 있는 것을 정확하게 알아 차렸다. 검은 묵시록 호의 지휘데스크를 몇 번 서성이고 있던 그는 에이센 함대가 분명히 자신들이 설정한 공세 한계점 이상으로 진격해 나오지 않으려는 의사를 내보이고 있는데 생각 이상으로 이들의 훈련도가 부족한 것이라고 여겼다.
“기회다.”
20만 척 정도의 함대가 공세를 취해 나오기 시작한 후 발바이스 함대는 약 6천 척 정도를 잃었고 에이센은 7천척에서 8천 척 정도의 손실을 입고 있었다. 이 정도 손실쯤은 극복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테르 벨키우스는 보다 냉정하게 전체를 파악하려 애썼다. 하지만 지금 에이센 함대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테르 벨키우스에게 기회를 잡았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이것 자체가 에이센 함대가 유도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의심은 테르 벨키우스를 잠시 주저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지금을 06시 10분 역시나 에이센 함대를 상대로 승리를 할 기회를 본 다크 크라이드의 공격 요청에 그는 자신의 결심을 굳혔다. 잠시 동안 너무 자신이 우유부단하게 변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이내 어떻게 되든 공격을 해 나가겠노라며 다크 크라이드에게 에이센 함대를 향해 포격을 가해 줄 것을 부탁했다.
“내가 눈에 뭐가 씌었나 보다. 기회가 있다면 그대로 잡아야지!”
테르 벨키우스는 즉시 에이센 함대가 자신들이 예상하고 있던 대로 공세 한계점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자 오히려 공격을 가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06시 20분부터 발바이스 함대는 재빠르게 전열을 정비하고 에이센 함대를 향해 빔과 미사일을 쏟아낸 후 계속해서 포격을 가해 왔다.
07시 크라우프는 시르피드 XII호의 지휘데스크에서 발바이스 함대의 포격이 집중되어 선두 함대가 크게 혼란에 빠졌다는 보고를 받고는 짧게 혀를 찼다. 자신의 의도대로 함대가 움직여 주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적의 공세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다이레아가 발바이스 함대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잠시 적의 공세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자 크라우프는 잠시 동안 쓴웃음과 함께 다소 신경질적으로 어금니를 딱딱 부딪쳤다.
“아마도 짧고 격렬하게 이어지겠군. 지난번 드로이 소장을 공격했었을 때처럼 짧은 순간 포격을 쏟아 부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즉시 공세로 전환하기 위해서 겠지.”
그러자 목소리를 낮추어 다이레아가 냉정하게 대답했다.
“선두에 선 5만 척 정도는 적에게 내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녀의 덧붙임에 크라우프는 잠시 눈을 깊게 감으며 대꾸를 하지 않고 반격 준비를 지시했다. 크라우프는 선두 함대 5만 척을 적에게 먹잇감으로 던져 주도록 하고 자신의 직할 함대 5만 척과 란지에르 소장의 예비 함대 5만 척으로 공세를 주도하고 나머지 5만척은 예비 함대로서 퇴로를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07시 30분 짧고 격렬한 포격이 이어지고 나서 테르 벨키우스는 오랫동안 전투를 수행하느라 보급품과 물자의 부족에 시달리는 다크 크라이드의 함대를 대신해 직접 예하 정예 함대를 통솔해 에이센 함대에 대해 공세적인 태도를 취했다. 테르 벨키우스는 검은 묵시록 호로 정면으로 전진시켜 에이센 함대를 일순간에 무너뜨리기 위해서 앞으로 나섰다.
“전진! 에이센 함대를 격멸 해 버린다.”
검은 묵시록 호가 앞으로 나서고 테르 벨키우스는 팔장을 낀채로 에이센 함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08시 45분 공격의 선두에선 부사령관 란지에르 소장으로부터 선두 함대의 후퇴를 요청하면서 발바이스 함대의 공세를 저지하기 어렵다는 보고가 올라왔을 때 크라우프는 냉정하게 부사령관의 후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서 물러선다면 길이 없습니다. 선두 함대는 지금 이 자리에서 군인으로서의 본분을 다하도록 하시오!”
평소와는 다른 강경한 어조로 란지에르 소장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해 버린 크라우프는 이후 선두 함대로부터의 통신을 끊어 버리도록 통신 장교에게 지시했다.
“통신이 적에게 방수된다면 아군의 사정이 적에게 알려지게 된다. 끊어 버려!”
“각하! 그렇게 된다면 아군 함대 5만 척이 적에게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곁에 있던 전투 지휘관 바렌브룩 중령이 항변했다. 하지만 크라우프는 묵묵히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리고는 듣는 사람이 섬뜩할 정도의 냉정함을 보이고 있었다.
“지금 맞서 나오는 것이 아마도 발바이스 함대의 주력이 될 것이다. 병력을 적의 주력 함대에게 축차적으로 투입해 소진시킬 수 없다. 지금 15만 척으로 발바이스 함대의 주력을 궤멸 시킬 수 있다.”
뜻밖에 크라우프가 너무나도 냉정한 자신감을 갖고 있자 바렌브룩 중령은 잠시 머쓱해 져서 뒤로 물러섰다.
10시 30분 테르 벨키우스는 생각 이상으로 에이센 함대 선두가 형편없다는 것을 알고는 즉각 병력을 접근 시켜 에이센 함대의 궤멸을 유도해 내었다.
“이래서 장거리 포격전만을 주로 유도하고 있었던 건가?”
전투 초반 가장 첫 번째 방어선을 접촉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전투력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몇 번의 접근 전투에서 에이센 함대가 보여준 다소 상호 연계가 부족한 움직임과 직접 자신이 맞부딪쳤을 때 에이센 함대가 의외라고 할만큼 쉽게 무너지고 있는 모습은 테르 벨키우스의 불안감을 잠시나마 해소시키고 있었다. 잠시나마 버티려고 하고 있던 에이센 함대도 이내 연속된 사격으로 쉽게 무너지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헤비호스 부대를 발진시켜 결정타를 먹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