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719
테르 벨키우스가 여전히 의심을 풀지 않은 채로 손쉽게 5만 척 가량의 에이센 함대를 흩어 버리고 그 뒤쪽으로 투입된 약 10만 척 가량의 에이센 함대의 선두도 집중 포화에 의외로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자 살짝 자신이 너무 크라우프 페트릴 중장에게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다. 제 아무리 크라우프 페트릴 중장이 명장이라고 해도 대충 긁어모아 급하게 방어에 나섰을 것이 분명한 잡군들을 이끌고는 승리를 하기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나 에이센의 주력 함대는 조지 월터 부치 대장이라는 작자가 이끌고 있는 것인가?’
그는 전체적으로 조력 공격을 맡은 하얀 백작의 위치를 볼 때 발바이스 수뇌부가 에이센의 병력 배치 상황을 어느 정도 소상히 알고 있을 것으로 짐작했다. 그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지금 크라우프 페트릴 중장이 지휘하는 함대 규모가 제법 클 것으로 여겼다. 겁많고 의심이 이만저만이 아닌 네슬런 행성계의 대귀족들은 하얀 백작이 에이센 함대의 병력 규모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전투 의지를 보이지 않거나 그렇지 않으면 독단으로 병력을 후퇴시킬 것을 겁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멍청한 녀석들! 지금 우리의 목적은 승리잖아!’
이런 생각이 들자 불현듯 대귀족들에게 마구 욕설을 퍼붓고 싶어진 테르 벨키우스는 지금 눈앞에 있는 에이센 함대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크라우프 페트릴 중장이 적어도 100만 척에 달하는 함대를 지휘하고 있고 조지 월터 부치 대장이 이끄는 함대가 후퇴해 올 때까지 하얀 백작 데오도릭 파쿠스의 함대를 결사적으로 저지하고만 있는 중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제까지 에이센은 숫자의 우위를 앞세운 공격을 주로 감행하고 있었고 목적을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쉽게 공격을 멈추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아마도 지금 크라우프 페트릴 중장은 주력군이 돌아오기 전까지 아니 후방에서 보다 대규모의 함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하얀 백작의 함대를 소진시키려는 생각을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무서운 녀석들이다.’
테르 벨키우스도 자신이 에이센의 함대 지휘관이 되었다고 한다면 어떠한 생각으로 부하들을 대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숫자의 개념에 무감각해 질 것이 분명하니 우습다는 생각이 앞섰다. 어쨌거나 그는 지금 눈앞에 있는 적을 공격해 에이센이 다시 섣부르게 반격해 나올 생각을 못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만 테르 벨키우스는 어딘지 모르게 전력을 꾸준하게 소진시키게 되는 자신들이 결국에는 에이센의 지독한 피말리기 전술에 휘말려 드는 것이 아닌가 싶어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었다.
05시 28분 크라우프는 끈질기게 소규모 함대를 동원해 일격 이탈 전법을 구사하는 발바이스 함대의 공세에 균열을 보이고 있는 선두 함대의 지휘관을 강하게 질타하며 함대의 전체적인 붕괴를 막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그렇지만 워낙 끈질기게 발바이스 함대가 공격을 가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저지해 내는 것 자체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크라우프의 전술적인 통제가 선두 함대 지휘관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집중 포화 전술을 사용해 화력을 집중시키라는 명령을 받고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고 결정적인 반격의 기회를 포착한 크라우프의 명령을 꾸물거리기 일쑤였다.
“제길! 저렇게 하면 안되는데!”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선두 함대 지휘관 시드 브리토 소장에게 크게 화를 낸 크라우프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봄멜 준장에게 명령을 내려 기함 부대를 정면으로 전진시켜 나가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때 다이레아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만류로 그는 직할 함대를 정면으로 전진시키지 못했다.
“각하께서 앞서 나가시면 안됩니다. 자칫 지금 우리들뿐만 아니라 후방에서 지원 함대 10만 척이 도착해 재편성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아군까지 위험에 빠지게 될 수 있습니다.”
의외로 강경하게 전투 지휘관 구드 바렌브룩 중령이 목소리를 높여 반대하자 크라우프는 잠시 자신이 직접 전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접어 두었다. 이러자 테즈 준장이 그를 위로해 주었다.
“지금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각하께서 정면으로 나서시게 된다면······”
준장은 여러 가지 좋은 말로 크라우프를 다독이려 했으나 그는 오히려 크게 화를 냈다.
“엘 로시느 로힘 준장 예하 기동함대 1만 척을 이끌고 정면으로 전진해 나가 함대 선두 부분의 지휘를 네가 대신해라!”
제대로 명령을 이행하지 못하고 전투에서 패배할 것 같으니 후퇴하자고만 건의해 오는 선두 함대 시드 브리토 소장을 결국 지휘관 자리에서 해임시켜 버린 크라우프는 애초에 란지에르 소장이 정규 함대 지휘관이었던 시드 브리토 소장을 신뢰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선두 함대를 맡은 이유를 직감할 수 있었다.
뜻밖의 명령에 함대 수뇌부들 모두 깜짝 놀랐다. 하지만 크라우프의 의지는 확고하기만 했다. 곧바로 명령을 받은 엘 로시느 로힘 준장이 본래부터 지휘하고 있던 1만 척의 기동함대를 이끌고 드디어 정면으로 투입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드 브리토 소장은 크라우프의 해임 명령을 전달받지 못했다. 그는 크라우프가 해임 명령을 내리기 직전 절묘하게 빔 바리어의 사이를 뚫고 들어온 빔포에 기함이 직격해 전사해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이 공격은 적 신형기의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기함 보호를 도대체 어떻게 하고 있는 거야? 바리스타 부대는 뭣들 하고 있었어! 브리토 소장을 전사케 하다니!”
방금전 까지 시드 브리토 소장에 대해서 마구 화를 내던 크라우프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어지고 브리토 소장이 지휘하는 바리스타 부대 지휘관들에게 화를 냈다.
“각하! 진정하십시오.”
바로 그때 크라우프가 너무 흥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다이레아가 크라우프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고 그는 그제서야 겨우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이 상태에서 함대를 수습하라고? 고맙지만 사양하고 싶은데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내가 아니면 당장 맡을 사람이 없으니 하는 수 없지.”
선두 함대를 대신하라는 명령을 받은 엘 로시느 로힘 소장은 함대를 수습해 내기 위해서 정면으로 예하 함대와 함께 전진해 나가 재빠르게 함대를 수습해 내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녀는 09시 선두 부대에 도착하고 곧 지휘권과 통신망을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이때 엘은 현재 발바이스 함대 선두 1만 척 정도가 마름모꼴로 진형을 편성해 에이센 함대의 중앙 돌파를 노리고 있음을 파악해 냈다. 이것은 결정적으로 에이센 함대의 전열에 쐐기를 박으려 하는 것으로서 에이센 함대의 붕괴를 막으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에이센 함대에게 불리했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발바이스 함대를 저지하는 일 보다는 브리토 소장의 전사로 함대가 전체적으로 동요하고 있는 사이 그녀는 동요를 잠재우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무엇보다도 더욱이 발바이스 헤비호스 부대가 주변으로 파고 들어와 곳곳에서 살점을 도려내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에이센 함대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이 좁아 쉽게 수습이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엘은 이런 상황에서 지휘권을 이양 받았지만 오히려 공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붕괴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막대한 전력 손실이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것에다가 충분히 공세로 전환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패배했다는 생각에 기세를 잃고 있다. 엘은 통신기를 열고 자신이 지휘권을 얻게 된 함대 전체에게 지시를 내렸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나 엘 로시느 로힘이 대신 맡아서 지휘한다. 모두 살아 남고 싶으면 본관의 명령을 철저하게 따라 주기 바란다.”
그녀는 곧바로 후방에 위치한 구축함 함대 1만 척을 재편성해 발바이스 함대의 선두에 집중 포격을 가하도록 지시하고 곧바로 자신이 지휘하는 1만 척의 공격을 선두로 좌우로 함대가 전진해 나가 반격을 가하도록 지시했다. 엘의 명령이 연타석으로 들어가게 되자 동요하던 함대 지휘관들이 사태의 절박성을 깨닫고는 그녀의 명령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10시 결정적으로 에이센 함대의 전열을 붕괴시켜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테르 벨키우스는 무엇인가 잘못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완전히 무너져 내리려는 듯한 에이센 함대가 갑작스럽게 반격을 가해와 선두에서 적 함대에게 쐐기를 박으려 했던 1만 척의 돌격 함대를 집중적으로 난타하기 시작했다. 약 20여분 간의 난타로 돌격 함대가 머뭇거리고 있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적극적인 공세를 감행해 왔다.
“아군을 구출해!”
어지간한 테르 벨키우스도 이런 공세의 전환에 깜짝 놀라 즉시 선두 함대를 구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는 그도 검은 묵시록 호를 전진시켜 적에게 맞서 나가도록 명령했다.
11시 10시 20분부터 약 40여분 간의 격렬한 교전으로 엘 로시느 로힘 준장은 발바이스 함대의 공격 선두에 섰던 1만 여 척 정도 중에서 6천 척 이상을 단시간에 격침시켜 버리는 전과를 올렸다. 이것은 수세에 몰려 붕괴 직전에 있던 함대를 단숨에 수습해 공세로 전환시킨 엘 로시느 로힘 준장의 능력이었다. 잠시 수뇌부를 감탄시킨 엘의 공적도 잠시 그는 발바이스 함대의 주력이 전선으로 투입되고 있음을 판단했다. 바로 지금이 적의 주력을 직접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직감해낸 그는 시르피드 XII호를 앞세워 적에게 맞서 나갈 것을 지시했다.
발바이스 함대의 주력이 전선으로 투입되고 있는 이때 수세적인 입장을 취한다고 한다면 겉잡을 수 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들로서는 함대 후방의 예비 함대까지 모조리 전선으로 끌어내었다.
11시 50분 테르 벨키우스는 에이센 함대 10여만 척이 맞서 나오는 것을 보고 드디어 적들도 맞서 나오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라고 자평했다.
“지금 에이센 함대 지휘관이 너무 일찍 공세에 나선 감이 있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크라우프 페트릴 중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보다 최저 2배 이상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간에 에이센 함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지금 우리는 최선을 다해 맞서 나가야 한다.”
전체적으로 맞서 나온 에이센 함대는 약 20만 척 남짓하지만 초반 5만 척 정도는 쉽게 붕괴되어 후방으로 후퇴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5만 척 남짓한 함대는 지금 공세에 투입되어 있지만 전력이 급격하게 소진되어 있음으 짐작해 볼 수 있다. 최후의 힘을 짜내서 선두 돌격 함대 1만 척을 공격했지만 이들도 만만찮은 피해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테르 벨키우스는 당장 에이센 함대의 주력이 눈앞에서 전진해 맞서 나오고 있는 약 10만 척 정도의 전력이 주력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을 분쇄해 낸다면 에이센도 쉽게 반격을 가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테르 벨키우스도 에이센 함대가 지금 100만 척에 가까운 함대를 집중시키고 있다고 단정짓지는 않았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60만 척에서 70만 척 정도의 전력을 갖추고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만약에 100만 척 정도라고 한다면 당당하게 전군을 들어 정면 공세를 통해 맞서 나왔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었다.
13시 29분 크라우프는 발바이스 함대의 선두를 사정거리 내에 포착했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포격 명령을 내렸다. 그가 현재 지휘하고 있는 함대는 엘 로시느 로힘 준장을 포함하여 약 14만 척 남짓한 전력이었고 상대는 약 20만 척에서 25만 척 내외로 추산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엘 로시느 로힘이 지휘하는 전력은 다소 전열이 재정비되지 않아 완전하게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는 그녀의 전력을 잠시 2선 정도로 생각해 두었다. 이렇게 된다면 약 10만 척과 발바이스도 대략 5만 척 남짓의 함대가 전투에서 손실을 입어 당장 최고의 전력을 낼 수 없으니 10만 척의 에이센 함대와 20만 척의 발바이스 함대 사이에서의 전투가 벌어지게 될 것이다.
“적 함대 사정거리 내에 포착했습니다.”
시르피드 XII호의 오퍼레이터가 보고를 해 올라왔을 때 크라우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10만 척이 되었든 20만 척이 되었든 지금은 눈앞에 있는 적을 쳐 없애 버려야 한다. 지금은 크라우프 자신이 직접 일선 지휘관으로서 후방에서 재편성 중에 있는 약 30만 척 정도의 함대에게 시간을 벌어 주어야 했다.
“발포하라!”
그의 명령이 떨어지고 동시에 시르피드 XII호도 발바이스 함대를 빔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것은 공격의 신호로서 함대의 선두는 발바이스 함대를 향해 포격을 발사했다.
“바리스타 부대를 발진시켜라! 적에게 단숨에 기세를 제압해 내야 한다.”
크라우프의 명령이 떨어지고 전투 지휘관 구드 바렌브룩 중령이 이내 그의 명령을 받아들인 뒤 바리스타 부대의 발진을 지시했다.
“에이센 함대 지휘관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이 10만 척의 지휘관 제법 강력하게 맞서 오는 군. 지휘관은 아마도 크라우프 페트릴 중장인가?”
13시 35분 테르 벨키우스는 팔장을 낀채로 검은 묵시록 호의 지휘데스크 위에 올라 있다가 에이센 함대의 움직임을 확인한 후 짧게 헛기침을 몇 번했다. 그는 이내 카리드를 돌아보면서 헤비호스 부대를 다시 전면에 전개시킬 것을 지시했다.
“단숨에 승패를 결정 지어야 한다.”
그는 강한 어조로 카리드에게 지시를 내린 후 곧 에이센 함대의 전개가 제법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확인했다.
헤비호스 부대의 출격 지시를 내린 카리드가 잠시 테르 벨키우스에게 예전에 예상했던 대로 에이센 함대의 추가 증원을 걱정해야 하지 않겠냐고 충고를 해 주었다. 그러자 테르는 자신도 그것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대답하며 다크 크라이드가 지휘하는 본래 함대 9만 척과 전투에 참가해 후방으로 돌려져 있는 10만 척 정도의 함대를 다크 크라이드가 통솔해 맞서 나가면 충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되든 지금 당장은 우리들은 눈앞에 있는 적을 상대하는데 전력을 기울이면 된다.”
테르 벨키우스는 굳은 의지를 내보인 후 공격의 강도와 속력을 빠르게 할 것을 지시했다.
“드디어 출격이군! 이렇게 지겹게도 자리에 앉아 있던 것이 드디어 끝이 난다. 이게 며칠 째 대기만 하고 있었던 거야!”
13시 50분 시르피드 XII호의 파일럿 라자루스 대위는 출격해 나가야 한다는 것에 불안해하는 휘하 파일럿들의 사기를 드높이기 위해 잠시 동안 짐짓 허세를 부렸다. 사실 그도 불안해 하기는 마찬가지이기는 했지만 부하들 앞에서 자신도 불안하다고 말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 어디 한 번 나가서 한 바탕 하고 오자고!”
대위는 역시나 출격을 위해서 자신의 바리스타 스부타이에 오르고 있는 마티아스 드웰러 대위에게 열심히 하자고 호기를 부린 후 스부타이의 콕핏에 올라섰다.
‘젠장! 그냥 이대로 끝났으면 좋겠다.’
자리에 앉으면서 라자루스 대위는 한 번 깊게 눈을 감았다가 뜬 후 출격 전에 기체의 상태를 직접 점검해 보았다. 언제나 처럼 점검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별 다른 이상이 없기 때문에 굳이 걱정할 것은 없었다. 문제는 전선에서의 자신이다.
같은 시각 티아라는 직할 중대 중대장인 채미유 중위와 함께 자신의 바리스타가 격납되어 있는 격납고 아래쪽으로 내려왔다.
“잠 좀 자두려고 했더니 쉽지가 않군.”
격납고 문이 열리고 현실로 들어선 티아라는 짧은 한마디를 투덜거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옆에 선 채미유 중위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다시 보자! 중위 이곳에서 말이야.”
씽긋 웃음을 지어 준 뒤 경례를 올리는 채미유 중위의 옆을 스쳐 티아라가 몸을 싣게 될 스부타이의 콕핏 쪽으로 들어섰다.
14시 21분 알리샤 레나는 아라크니드에 몸을 실어 검은 묵시록 호에서부터 발진해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쓴웃음을 지으며 어느 정도 충분히 휴식을 취해 두었다고 생각했다. 현재 지오콘 다비토의 부대와 보디세가 이끄는 부대가 좌우로 움직이고 있으니 레나는 지금 정면을 돌파해 나가는데 주력하면 된다. 자신이 상대를 해야 할 에이센 함대의 지휘관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이제까지처럼 쉬운 녀석들만 내보낸다면 별로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상대가 워낙 대병력들이니까 꾸준히 새로운 파일럿들이 출현해 레나를 즐겁게 해줄 것이라며 기대를 가졌다.
15시 10분 시르피드 XII호를 발진해 나온 디네스 펜터 호리스 소령의 예하 지휘관 크리스틴 제스 하버마스 대위는 발바이스 함대에서도 만만찮은 숫자의 병력을 전선으로 투입해 내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는 잠시 불길한 생각이 머리 속에 스쳤다.
‘이런 생각 잊어버리자.’
하버마스 대위는 잠시 목이 칼칼하게 아파오고 눈이 침침하게 감겨 온다는 생각에 아직 잠이 덜 깬 것은 아닌가 싶었다.
‘아니야. 아니야.’
순간 자신이 긴장하고 있음을 알아차린 그녀는 몇 번 목에 무엇이라도 걸린 듯 캘룩 거리고 있었다. 통신기가 열리고 예하 소대장 들 중 한 사람이 어디 편찮은 일이 있느냐고 물어왔다. 하버마스 대위는 고개를 좌우로 저은 뒤 물을 마시다가 목에 걸린 것이라며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그때 통신기를 통해 작은 탄성과 비명 소리가 들렸다. 본능적으로 정면에서 직접적인 전투가 벌어진 것을 확신한 하버마스 대위는 고개를 들어 메인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크고 작은 불꽃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었고 하버마스 대위는 거칠어지려는 자신의 호흡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15시 52분 알리샤 레나는 잠시 눈을 한 번 깊게 깜빡인 후 자신의 정면으로 보이고 있는 광경에 짧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지금 그녀의 눈앞에서 발바이스의 헤비호스 부대와 에이센의 헤비호스 부대가 뒤엉켜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수많은 빔들이 교차되고 크고 작은 불꽃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이때 전장으로 돌입해 들어온 레나의 부대 쪽으로 에이센의 헤비호스 부대 100여기가 정면으로 도전해 왔다.
“오는 가!”
그녀는 장거리에서부터 상대의 전열을 흐트러뜨리면서 부하들이 아닌 레나 자신에게 공격 목표가 집중되도록 하기 위해 대형 빔 라이플을 장거리에서 조준했다.
16시 30분 크리스틴 제스 하버마스 대위는 자신의 후방에 위치한 디네스를 확인했다. 그녀는 공중전 전투대 전체 지휘관이었기 때문에 구드 바렌브룩 중령에게 직접 보고를 하고 그 보고를 받아들이며 전체적으로 부대의 투입과 배치를 실전에서 지휘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언제든 전선이 밀리면 직접 접근해 들어와 그 부족한 부분을 메워 줄 수 있는 용기와 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믿어야지!’
하버마스 대위는 잠시 디네스의 모습을 얼굴에 떠올린 후 곧바로 그냥 그녀를 믿어 버리는 것이 가장 속편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바로 그 순간 하버마스 대위의 앞쪽으로 발바이스 바리스타 크누트 1기가 불규칙적으로 상하좌우로 움직이면서 접근해 들어왔다. 움직임을 보아하니 첫 전투에서부터 상당한 베테랑인 것 같은 걱정이 들었다. 움직임이 불규칙적면 적기를 쉽게 조준할 수 없다. 당혹스러운 기분이 들었지만 하버마스 대위로서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빔 라이플을 조준해 낸 후 몇 번 사격을 가했다. 하지만 예상했던 대로 상대는 그녀의 공격을 간단하게 회피해 내어 버렸다. 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빗나갔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격추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조준선을 맞추려 하고 있을 때 너무나도 어이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하버마스 대위의 사격을 회피하려던 적기가 좌측에서 날아온 빔에 맞아 격추되어 버렸다.
“뭐야?”
너무나도 어이없는 일에 하버마스 대위는 깜짝 놀랐다. 그렇지만 이내 그녀의 머리 위쪽으로부터 3기가 크누트가 다시 기동해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웃!”
정신이 번쩍 든 하버마스 대위는 이내 기체를 움직여 상대에게 결정적으로 반격을 가하려 했다. 빔 라이플을 세 번 연속해서 발사해 상대의 움직임을 흐트러뜨리려 했다. 곧 크누트 3기도 하버마스 대위를 향해 빔 라이플을 발사해 왔다.
“꺄!”
혼자서 3기 모두를 상대할 수 없기 때문에 그녀는 재빨리 기체를 빼내며 상대에게 반격을 가했다. 하지만 발사되는 빔을 미리 예측이라도 한 듯 크누트는 간발의 차이로 공격을 피해 내거나 그렇지 않으면 방패로 방어해 내며 하버마스 대위를 저격하려 했다. 만만찮은 사격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녀 자신도 잽싸게 기체를 뒤로 빼내면서 3기의 크누트가 가하는 집중 사격을 피해 내려 애썼다. 그렇지만 의외의 결과가 다시 벌어진 것이 그 3기 모두 하버마스 대위가 이끄는 바리스타 부대의 사선의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곧바로 기회를 놓치지 않은 파일럿들의 연속 사격이 이어졌고 크누트 3기는 무수히 쏟아지는 빔 라이플 사격에 아예 그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얏호! 잡았다!”
어느덧 하버마스 대위가 적기를 사선으로 끌어 들인 것이 되어 버려 통신기를 통해 중대원들의 탄성이 들려왔고 그녀는 얼결에 열심히 싸우자는 말만 반복했다.
“훗! 제법 강력해 보이는데?”
17시 알리샤 레나는 아라크니드의 조종간을 움직이면서 자신의 앞으로 은색의 추진제를 내뿜으면서 비스듬하게 기체를 움직이고 있다가 반격을 가하는 스부타이를 향해 왼쪽 허리에 장착된 빔 라이플을 발사해 넣었다. 하지만 상대는 레나의 공격 패턴을 파악해 낸 것인지 그녀가 사격해 내려는 지점에서부터 재빠르게 좌우로 예측할 수 없이 급격하게 피해내는 회피 기동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대 여섯 번의 사격 끝에 그녀는 스부타이가 회피 기동을 하기 전 잠시 움직임을 경직시키고 곧 급격하게 기체를 기동해 내려는 곳 쪽으로 무게 중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이 점을 노린 레나는 곧 스부타이를 향해 빔 라이플을 발사했다. 조준빔을 받고 동시에 무작위 방향으로 기체의 무게 중심을 이동시켰던 스부타이는 레나가 발사한 2타를 정통으로 얻어맞았다.
스부타이 1기가 작은 불꽃이 되어 사라졌다. 레나는 지금 한 사람의 에이센인 파일럿을 저세상으로 보냈다. 그녀는 파일럿이 가장 손쉽게 살인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전함 한 척 만 격침시킨다고 한다면 최저 수 백 명은 한 꺼 번에 몰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사람을 죽여 본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파일럿들이라고 해도 사람이 어떻게 죽어 버리는지 아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다. 아니 시체를 본 사람도 생각 이상으로 드문 편이다. 이런 것을 알았을 때 레나는 무척이나 에이스 파일럿이라고 설쳐대는 사람들이 한심스럽게 생각되었다. 아니 전투란 직접 머신에 타고 싸우기는 해도 상대가 죽는 것을 보는 것은 한 번도 없다. 마치 잘 짜여져 있는 게임기 속에서 사방에서부터 덤벼 들어오는 적기를 격추시키는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 물론 게임 오버의 대가는 나 자신의 목숨이니 모든 힘을 쏟아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직접 사람을 죽이는 느낌이 들지 않으니 레나는 어딘지 모르게 이렇게 파일럿을 하는 자신이 한심스럽게만 여겨졌다. 사실 이번의 전투에서 에이센 파일럿들이 레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 점에 대해서는 크게 내색을 하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했다.
17시 25분 마티아스 드웰러 대위는 티아라로 부터 전선을 돌파해 나오기 시작한 발바이스 헤비호스 부대 250여기를 저지하라는 지시를 받아 전장으로 이동 중에 있었다.
“제법 강력해 보이는 군!”
그는 적기들 속에서 발바이스의 신형기가 포착되었다는 보고와 함께 그 적기를 어떤 식으로든 저지해 내야 한다는 현지 지휘관의 보고를 받았다.
“알겠다.”
드웰러 대위는 잠시 이런 식의 전투는 라자루스 대위에게 알맞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적의 신형기가 섞여 있다는 보고에 잠시 걱정이 되었다.
17시 48분 보디세아는 초반과 중반 정도까지는 다소 힘들었지만 전투의 후반 에이센 헤비호스 부대가 의외로 쉽게 흩어지는 바람에 어렵지 않게 전선을 돌파해 낸 후 약 250여기의 헤비호스와 함께 에이센 함대를 공격하기 위해 빠르게 전진해 나갔다.
“어서 와라! 다 죽여 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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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궁 금일 아뒤쥔장님이 SD건담 시드에 빠져서…완전히 정신을 잃고 계시는 군요…헐헐…
말씀드린 대로…금일도 2편을 붙여서 올립니다…^0^;
잼없더라도 이번 편까지만 참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m(_ _)m…
Next-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