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73
시에나는 옥상으로 올라와서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면서 밝게 웃었다.
“상쾌하군 그래!”
날씨가 꽤나 무덥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크라우프에 그녀는 빙긋 웃으면서 난간에 기대섰다.
“날이 좋은 것 같은데?”
하늘에는 멋지게 저녁 놀이 물들여 지고 있었고 크라우프는 시에나의 옆으로 난간위로 올라서서 위험하게 양팔을 양옆으로 넓게 벌렸다. 문득 생각난 것을 그대로 말했다.
“이 아래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응? 위험하긴······”
시에나가 갑자기 크라우프의 팔을 잡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어? 아니야······”
그는 난간에서 내려서면서 의자에 앉았다. 레온시 근교에 있는 이 기지의 외부로 드러나 있는 건물들의 숫자는 많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대부분의 임시기지가 그러하듯이 기지의 지하에는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배가 한척 정도는 들어가 있었다. 이 레온보급기지도 전시에 황급히 지어졌기 때문에 경비함 한척이 동력원으로 사용한다고 했다. 만약에 그렇지 않다고 하면 민간의 발전시설에서 전력을 끌어와 사용해야 했는데 만일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기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었다. 따라서 현재 건설되고 있는 기지와 기존에 있던 기지도 대체적으로 지하에 구축함이든 경비함이든 우주함 한척 정도를 수납해 놓고 동력원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었다.
지난 번의 셰어필드기지도 마찬가지로 그런 방식으로 건설되어 있었다. 크라우프는 조금 웃음을 띈 얼굴로 시에나를 바라보았다.
시에나는 그를 바라보지 않고 고개를 위로 들어 하늘을 올려보고 있었다.
“뭘 그렇게 봐?”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엷게 웃으면서 다시 고개를 돌려서 크라우프를 바라보았다.
“응?”
“아니······사람이라고 하는 것 말이야······크라우프하고 나하고 만난 것도 베르베라에서인데······베르베라는 이곳의 밤 하늘에서 보이지 않을 테니 말이지!”
그녀의 대답에 크라우프는 맞는 말이라고 하면서
“참으로 우스운 일이지······저렇게 멀리 다른 세계에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우리들은 저곳에서 왔고······그리고 이 에이센을 모두 하나의 기준으로 통일시켜 버리려 한다는 것 말이야!”
지금 19시 30분이면 베르베라도 마찬가지로 260년 10월 10일 19시 30분이었다. 모두 하나의 표준적인 시간을 정해 놓다 보니 참으로 우스운 일들이 벌어졌다.
자전주기가 빨라서 하루를 24시간으로 정해 놓았어도 어떤 곳에서는 하루가 20시간 밖에 되지 않거나 아니면 24시간 이상이 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완전히 자전주기가 완전히 반대에 있는 곳에서는 표준시로는 정오인데 그곳에서는 자정인 경우가 있었지만 이런 불편함 쯤은 감수해야 했다.
짧은 갈색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겼다. 그리고 옆으로 손을 뻗어 시에나의 머리카락에 살며시 손을 얹었다. 엷게 웃음을 띈 얼굴로 그를 돌아 보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웠다.
가만히 얼굴을 앞으로 움직여 시에나와 키스를 했다. 그녀는 별로 반항하지 않고 자신을 받아 들여 주었다.
그리고 나서 갑자기 깔깔 대며 웃었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대답 대신에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그의 입술을 닦아 주었다.
“립스틱 묻었잖아······”
크라우프는 자신의 입술을 닦아 주는 모습에 자신의 입술을 닦아 주고 있는 손을 잡아 주었다. 무척이나 작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부드러운 손위살결과는 달리 손바닥은 무척이나 거칠다는 생각을 했다.
“시에나한테 많이 미안해······”
이렇게 밖에는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시에나는 엷게 웃으면서 상관없다고 했다.
“아니 괜찮아 뭐······나야 코프하고 같이 있게 해준 것만 해도 감사할 따름이지 뭐······”
그녀는 그렇게 대답을 하면서 손수건을 접어 넣었다. 그리고 언제나 처럼의 말이었지만 자신의 진심어린 말로 그를 다독여 주었다.
“나는 코프가 아니었으면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꺼야······오히려 내가 더 고맙지 뭘 그래······나의 목숨에 비한다면 내가 코프한테 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크라우프는 피식 웃어주기만 했다. 시에나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내 부모가 누구였는지 몰라. 내가 철이 들었을때 또 내가 고아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 7살 쯤인가? 그 전까지는 고아원 원장님을 부모라고 여기고 살았으니까······”
가족이 없는 시에나에게는 의지할 대상이라고는 크라우프 밖에는 없었다.
“알고 있지? 내가 처음 발견된 것은······쓰레기통 속이었다는 것 말이야. 나는 이 사실을 처음 알고 정말로 가슴이 아팠어. 나는 쓰레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었지······얼마나 필요가 없길래 태어나자 마자 쓰레기통에 버려졌구나하고······”
그렇게 대답하면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더욱이 몸도 많이 약해서 어릴적 입양도 제대로 되지않고 13살 때 였나? 심장과 간 폐 같은 온 몸에 이상이 발생해서······이제 길어야 3개월 이상 살지 못한다고 했었는데······그때 나는 오히려 더 살고 싶어 지더라······그때 기도했었어. 누구라도 나를 살려 주신다면 평생 나를 바치겠다고······다짐했어!”
돌이켜 보면 시에나가 그렇게 몸이 약했던 원인은 임신기간 중에 마약과 흡연, 음주 같은 것으로 태어나기도 전에 온 몸이 망가져 버렸던 것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시에나의 친부모가 누구인지 현재로서는 찾을 가능성도 없었고 가망도 없었다. 다만 어떻게 아이를 가졌는데 그 아이를 키울수가 없으고 입양시킬 수도 없으니 쓰레기통에 죽으라고 내버렸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었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쓰레기통 속에 내버렸을 때의 심정은 어떤 것이라고 짐작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무슨 기분이 들었을까 하고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단지 자그마한 꿈틀거리는 고기 덩어리 였을 뿐이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시에나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더 알고싶어 그녀의 옛기록을 보았을때, 갓 태어나 탯줄도 자르지 않은 채로 쇼핑백에 담겨 있었다고 했다. 처음 발견한 청소 용역차량의 인부는 무슨 축축한 비린내 나는 썩은 쓰레기라도 버린 줄 알았다고 적혀 있었다.
‘썩은 쓰레기라······’
그가 한 말을 그대로 옮겨 적은 표현을 보았을때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시에나는 지금 자신의 옆에 앉아 있었고 자신을 위해서 모든 것을 기꺼이 바쳐 주었던 것이다.
“그런 소리마······네가 나하고 같이 있어 줌으로 나는 지금 이렇게 꿋꿋하게 있을 수 있는거야!”
상투적인 대답이었지만 시에나는 그거면 충분하다는 말과 함께 살며시 그의 입술에 다시 한번 키스 해 주었다. 그리고 다시 떨어지면서 처음처럼 얼굴을 붉히면서 빙긋 웃음을 지었다. 크라우프는 이 순간이 참으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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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한편 올립니다+3
…복구합니다…^_^;;;
20시 45분 에이센의 저녁 뉴스에서는 파츠 베이스의 함대가 프로스베인쪽으로 전면 배치되고 있고 꾸준히 병력을 증강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하만 바이파 군관구 사령관 지드 렐 프로트원수가 21시 정각 민간 셔틀 납치사건으로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현 사태에 대한 특별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방송뉴스 채널들에게서는 이 성명의 내용에 대해서 벌써부터 심각한 문제가 발표될 것이라는 설과 함께 그렇지 않다는 설이 나란히 예측 보도되고 있었다. 이미 파츠 베이스군과 일전을 치르기 위해서 중앙함대까지 파견되어져 있다는 것과 파츠 베이스군이 전군에 비상 전투대비태세가 떨어져 있다는 것을 보도하면서, 이제 전면전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설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에이센 대부분의 군기지는 평시와 다름없는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들어 전면전이 아닌 파츠 베이스에 대한 비난만이 되거나 아니면 이번 민간 셔틀 납치사건에 대한 군관구의 입장을 정리해서 최종적인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하는 의견도 조심스레 제기되었다.
파츠 베이스와 전면전을 치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방부의 승인과 지원이 필요하였는, 현재로서는 그런 여건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현재 중앙에서 우주 공격군 함대가 하만 바이파와 로이드 사이의 주역에서 훈련중에 있다가 이번 작전에 투입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다시금 에이센이 파츠 베이스를 상대로 전면전을 일으키려는 것이 아닌가 하였고, 이 내용을 보도하고 있던 아나운서나 리포터들 또한 내심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260년 10월 10일 20시 50분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저희는 하만 바이파 군관구 사령부의 홍보처 정례 브리핑실에 와 있습니다. 수많은 기자들의 취재열풍이 대단한 가운데 군의 발표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첨예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기자들의 멘트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하만 바이파 군관구 사령부의 특별 성명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은 금새 전우주로 퍼져 나갔다. 하만 바이파 군관구 사령부의 입장표명에 따라서 현재의 상황이 전면전이 될 것이냐 그렇지 않다면 평화적인 해결의 가능성이 있는가가 달려 있었던 것이다.
20시 55분 에이센의 민수용 통신파를 그대로 받아서 보고있는 것은 파츠 베이스군인들도 마찬가지였다. 하만 바이파에서 발표될 성명을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들 중에는 케네피온의 파츠 베이스의 최대 군사기지 바스타의 군 사령부 소속의 고급지휘관과 참모들도 있었다.
비트 로렌조 린제이 타르고대좌도 그 자리에 있었다. 지하의 지휘 통제실에서 거대한 모니터를 통해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한결 같이 팔짱을 낀 채 였다.
래리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들이 비록 국력에서 에이센에 뒤지고 있었지만 이런 정도로 에이센의 억지에 목을 매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만일에 나라고 한다면······’
에이센이 이렇게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것은 자신들이 늘 공세적인 입장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던 때문이기도 했다. 파츠 베이스는 늘 수세적인 입장이 대부분이었다. 근래에 벌어진 크고 작은 교전상황을 보더라도 결국은 파츠 베이스가 대부분 수세적인 입장을 취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수세적인 입장을 공세적인 입장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래리는 에이센을 상대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획기적인 군사작전을 취해서 에이센군이 함부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지금 에이센군이 노리는 의도는 뻔했다.
아무리 에이센군이라고 해도 5월에 10만 척의 함대를 동원해서 벌인 침공이 4만 척 이상의 함정을 잃고 실패로 돌아간 이후 다시 공격을 가할 여력이 충분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만 바이파를 비롯한 근처의 모든 군관구의 병력을 총동원해서 공격을 취한다면 혹시 가능할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 방법으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후방이 불안하게 되어서 오히려 크게 패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자신들 뿐만 아니라 에이센군들도 장거리 원정의 경험이 매우 풍부한 사람들이었다. 전방에 단순히 군대를 내보내는 일은 손쉬운 일이지만, 이 군대가 꾸준하게 같은 수준으로 싸울 수 있도록 후방에서 계속해서 물자를 공급해 주고 병력을 보충해 준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현재 에이센군에게서 그런 대규모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아무리 비밀로 하려고해도 적어도 하만 바이파와 그 일대의 군관구 병력을 총동원해서 파츠 베이스에 대한 전면적인 침공에 나서려고 한다면 무엇보다도 큰 움직임이 포착되어야 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최전방을 수비하던 군대가 이동하면 그 뒤를 메워 차츰 이동하는 군대를 뒤를 따라 나가면서 보급선과 통신망을 확보해야만 하는 병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것도 없이 단순히 최전선의 군대만 전진시킨다면 수천만 명의 아까운 목숨들만 죽으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급이야······’
래리는 현재 파츠 베이스의 사정으로 볼때 에이센에 대한 대규모 공세를 취할 수가 있는 입장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소규모의 국지전이라고는 해도 에이센에 유리한 입장을 취할 수가 있는 그런 획기적인 성공이 있어야 했다.
‘현재는 아니야······’
유케울과 하만 바이파를 위시로한 지역에는 양측 모두 막대한 군사력을 동원해 놓고 있었다. 때문에 현재는 결코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할 수 없었다.
21시 정각. 프로트원수의 특별성명이 있을 것이라고 한 시간에 이르렀고 정확하게 파츠 베이스군인들에게는 뚱보영감이라고 불리는 프로트원수가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중의 턱이 잡힐 정도로 얼굴에 살집도 많고 몸집도 매우 큰 사람이었기 때문에 저런 인간이 에이센군의 최전선 사령관인가 싶을 정도의 기분이 들었지만, 실제로 근래의 파츠 베이스에 대한 에이센의 공세는 프로트원수의 지휘아래 추진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원 참······’
래리는 화면에 나타난 프로트원수에게 야유를 보내거나 비아냥거리는 주변의 참모들을 한번 돌아 본 다음 별다른 표정없이 침착하게 화면을 주시했다.
“안녕하십니까! 본관은 하만 바이파 군관구 사령관 지드 렐 프로트원수입니다.”
연단에 올라서서 잠시 옆에 놓여진 물을 마신 다음에 자신을 소개하면서 서두를 떼었다.
“그걸 누가 모르냐!”
누군가 빨리 할 말이나 하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모니터를 보고 있던 사람들은 화면속의 성명 발표장처럼 무척이나 조용한 분위기로 변해 버렸다.
“지난 6일 13시 벌어진 파츠 베이스군에 의한 민간셔틀 납치사건에 대해서 우리는 이 사건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저희는 전쟁을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는 문명과 지성을 갖춘 인간들로 야만인들과는 다릅니다. 물론 그간 서로 크고 작은 분쟁이 계속해서 벌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려 파츠 베이스를 자칭하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런 혼란의 와중에 민간인들마저 희생시키려 합니까? 어서 조속히 셔틀에 탑승한 민간인들을 가족의 품으로 되돌려 보내고 마찬가지로 전쟁에 민간인들을 끌어 들이는 이런 행위를 즉각 중지하며 다시는 이런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십시오. 본관은 거듭 요구하는 바입니다. 만일 이를 거부할 시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프로트원수의 성명 발표는 그것으로 끝났고 기자들은 곧바로 연단을 내려서는 그를 대신에서 하만 바이파 사령부의 공보과장이라고 하는 사람이 대신 올라오자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질문 공세를 퍼부어 댔다.
그리고 이들과 똑같은 성명을 듣게 된 파츠 베이스군인들은 버럭 화를 내면서
“저런 망할 녀석! 뭐가 어쩌고 어째!”
이것은 완전히 선전포고나 마찬가지였다. 에이센군들은 억지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가만히 듣고 있던 래리도 화가 나기는 마찬가지였다.
“저 뚱보녀석의 오만함은 어디까지 가는지 모르겠군!”
이제 유케울 사령부의 결단이 없다면 남은 것은 전쟁뿐이라는 사실이 방금의 프로트원수의 성명을 통해서 명백해 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유케울에서의 반응은 뻔하군 그래······”
이제 전쟁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래리의 생각은 전쟁만이 남았다고 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번은 전쟁이 여기까지만 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던 것이다.
‘여기까지야······’
파츠 베이스나 에이센이나 현재는 전면전을 피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지금의 상황은 누가 보아도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전면전은 그렇게 쉽게 벌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현재는 단순하게 양측의 무력시위일 뿐이었다.
이런 군부의 움직임과는 달리 에이센의 민회와 파츠 베이스의 민회가 서로간의 교섭채널을 통해 이번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을 하려고 하고 있었기 때문에 에이센측에서 협상에 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이런 성명을 발표하도록 한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음······’
래리는 조금 생각을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전쟁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프로트원수의 성명이 발표되고 파츠 베이스군인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 나갔다.
엘레비아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 바에 들러 간단하게 브랜디를 한잔 마시고 있을때 이 뉴스를 듣게 되었다. 에이센의 성명을 듣게 되니 썩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이제는 완전하게 전쟁이 다시 벌어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파츠 베이스의 뉴스에서는 에이센의 민회 교섭단과의 협상이 이번 에이센의 프로트원수의 발표로 인해서 난항이 예상된다고 예측보도를 해주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니 바에 있는 사람은 엘레비아와 자리를 지키는 중년의 바텐더 두 사람 뿐이었다.
‘전쟁이라······’
엘레비아는 씁쓸히 웃으면서 잠시 그 에이센의 크라우프 페트릴인가 하는 녀석을 떠올렸다. 그 녀석도 이 케네피온에 와 있었던 것이다.
‘흥······’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그런 녀석 하나 제대로 상대하지 못한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많은 부하들이 그 녀석의 손에 죽었다. 정말로 한심했다. 아니 상대가 무모했다고 다들 그렇게 위로해 주고 있었지만 그런 무모함을 제대로 상대해내지 못한 자신의 무능함때문에 부하를잃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이 벌어진다면 반드시······’
반쯤 마시다만 브랜디잔을 내려놓았다. 그렇지만 이런 후방기지에서 어떻게 만날 수도 없는 적을 죽이겠다고 한다는 것은 자신의 무능함만 감추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나의 무능함 때문에······’
그녀는 엠더 광산 공략후에 단 7분만에 부하들을 모조리 잃어버린 일이며, 다이아몬드광산지대 공략 후 에이센군에 대한 견제차원에서 중대원들을 이끌고 나섰다가 거의 전멸하다 시피한 것들. 모두 엘레비아 자신이 조금이나마 무능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이들의 희생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단 한명이라도 단지 한명뿐이라도 더 살아남게 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엘레비아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새로운 중대원들에게는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이렇게 앉아 있으니 자신의 무능함 때문에 죽은 사람들 때문에 너무나 괴로웠던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바텐더는 잔을 닦고있다가 깜짝 놀라면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아니요······지금 나를 돌이켜 보면······나의 무능함이 정말로 안타까워요······내가 그때 조금 더 잘했다면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가 있었는데. 지금 중위라는 계급장을 달고 있지만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한 사람일 뿐이에요······”
중년의 바텐더는 갑작스러운 엘레비아의 말에 당황해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허리를 뒤로 젖히면서 바의 천장을 올려 보며 짧게 숨을 내쉬었다.
“참······바로 얼마 전의 일인데······지금 돌이켜 보면 내가 왜 그때 그렇게 행동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조금 만 더 다르게 판단했고 빨리 행동했더라면······한 사람이라도 단지 한 사람이라도 더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았을 텐데 말이에요······”
바텐더는 말없이 엘레비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닦고 있던 잔을 내려놓으면서
“미안하지만 중위는 나이가 얼마인가?”
“예? 올해 19살입니다······”
순순히 대답하자 바텐더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아직 19살이라······무엇이 걱정인가? 아직 자네는 무한하지 않은가? 그리고 중위라고 한다면 지휘관일 텐데 현재 있는 부하들을 예전과 같은 전철을 밟게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게·····또 자신만이 살아남았다 한다면 뭐 어떤가? 부하들과 마찬가지로 자네도 또한 소중한 사람이네······”
바텐더는 엘레비아 같은 사람들을 수도 없이 보아왔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그녀는 슬며시 자신이 부끄러워 졌다. 다시 고개를 앞으로 숙이면서
“죄송해요······제가 괜한 소리를 한 것 같군요······”
“아니······나야 상관없네······”
더 길게 말을 하고는 싶었지만 지금 엘레비아의 착잡한 기분으로서는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다.
“고마웠어요. 혹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바텐더아저씨 건강하세요.”
상대는 중년이었기 때문에 나이가 어린 엘레비아는 그렇게 말을 해 주었고 바텐더는 기운차리라고 대답해 주었다.
“예······”
그렇지 않아도 되지만 돌아서면서 슬며시 거수경례를 해 주었다. 어딘지 모르게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 나오니 기지는 야간작업 때문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일부러 밝은 곳으로 걸었다. 기지의 요소에는 보초병들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 어두운 곳으로 다니거나 이상한 행동을 보이면 곧 바로 제지를 받게되기 때문이었다.
교대로 선다고는 하지만 잠잘시간에 경계를 선다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보니 모두들 각자 맡은 일을 잘하고 있었다. 엘레비아 자신만 이렇게 한심스럽게 행동을 한다는 생각을 했다.
‘하찮다······쓸어 담을 수 있을 만큼이나 있을 나만큼의 사람들에게 나는 있지도 않은 꿈을 꾸고, 나는 강해라고 자답하기만 하고 있었던 걸까?’
그녀는 이런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군인으로서 성공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늘상 말을 해오고 있었지만, 그래도 자신이 남들 보다 뛰어 나게 주목 받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보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너무나도 작고 하찮은 존재일 뿐이었다.
‘이 나 자신은······이 나의 바보스러움 때문에······’
하지만 현재 자신에게 배속되어 있는 부하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더 이상 부하들을 잃고 싶지 않았다.
셀리더 아르코대위는 그렇게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라고만 했지만 그들은 단지 그렇게 되었구나가 아닌 사람들이었다.
‘사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