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75
디네스가 빠졌다니…쩝…
…흐흐흐…그 아낙네는 당연히! 몽땅다…에 들어가는 것으로 쳐 주세요…T^T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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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02시 16분 정찰 나선 아세라는 조금 피곤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정찰에 나서는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기분이 썩 좋지가 못했다. 정보브리핑시 자신들의 정찰구역에 5척의 수송함과 2척의 경비함이 함대를 이루어서 케네온으로 진행하고 있던 중이었으니 접촉시 당황하지 말라고 당부했던 말을 되새겼다. 자칫 적으로 오인해서 불상사를 일으키지 말아야한다고 신신당부했던 것이다.
‘이 녀석들······’
그녀는 자신과 함께 정찰에 나선 부하들을 한번 힐끗 돌아보았다. 이렇게 우주공간에서 바리스타라는 것에 탑승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던 자신이 나이가 들어 이때를 회상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하는 생각을 했다.
‘나이라······우습군 그래······’
자신이 어머니처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떻게 될까?’
처음 사귀던 남자와의 일 때문인가 지금까지도 남자를 사귀는게 쉽지 않았다. 어릴적 기분이었지만 아직까지도 그 사람을 꽤나 좋아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그 남자와 섹스를 하고 싶다는 것은 쉽게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는 그래도 너그럽고 가정적인 분이셨는데 어머니가 의외로 딸들에게 엄격했기 때문에 부모님 몰래 남자를 만나고 그 사람과 그런일까지 하게 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20세가 되기전에 남자친구를 사귀지 말라고 하셨다.
사실 20세전에 결혼하고 애 낳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머니는 그 이유에 대해서 50세도 되기전에 할머니 소리 듣고싶지 않다고 했고, 일찍 결혼을 하더라도 애는 25살 이후에 낳으라는 말을 자주 해 주셨다.
이런 것 때문인가 쉽게 남자를 사귀지 못했던 자신에게 다가왔던 그 사람에게 아세라는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주고 싶었고, 그 사람이 원했을때 기꺼이 자신의 몸을 허락해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처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남자는 너무나도 허무하게 일을 끝마쳐 버렸다. 아니 그런 것 따위는 상관없었다. 섹스같은 것이야 단지 두 사람의 삶에서 지극히 일부분일 뿐이었다. 아세라는 자신에게 다가온 그 남자와 같이 지내는 것이 정말로 기분 좋았고 그 사람과 오랬동안 대화를 나누고 같이 여러 가지를 하는 것이 정말로 즐거웠다.
두 사람이 보다 가까워지기 위해서 섹스도 필요하다고 여기게 되었고 남자가 원했을때 즐거운 마음으로 응해주었다.
그렇지만 오히려 너무나 허무했던 것이다. 남자는 일을 마치고 돌아 누워버렸다. 아니 처음의 두려움도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다는 기쁨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 사람이 자신에게 감사하다며 꼭 끌어안아 줬으면하고 간절히 바랬었다. 하지만 남자는 자신에게서 돌아누워 버렸다. 그리고 무엇이라고 할 수 없는 허무함만이 그 방안에 남아 있었다.
조용히 자신을 감싸안아 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자신과 그 사람이 함께 덮고 있던 이불는 너무나도 차가웠다.
그 기분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었다. 그 이후로 그 남자와 몇 번 더 관계를 가졌다는 기억이 났다. 하지만 오히려 둘 사이는 서먹해져 버렸다. 남자가 헤어지자고 했을때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았다. 그 동안 즐거웠노라며 아세라를 잊지못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아세라 자신에게 그 사람은 무엇이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처음으로 자신을 준 남자? 첫 섹스의 상대? 그렇지만 그 이후로 별 다르게 남자를 사귀지 못했다. 아니 남자들이라고 하는 것은 뻔했다.
처음에 다가와 온갖 말로 자신이 마음을 열면 거의 똑 같이 섹스를 요구했다. 아니 어떤 사람들은 즐겁게 저녁을 먹고 같이 술을 마시면 곧바로 섹스를 하자고 했다. 이들 중에서도 자신의 마음에 들었던 사람은 있었다. 그렇지만 처음의 그 기분 때문이었을까 그리고 자신이 아닌 자신과의 섹스만을 원하던 남자는 언제부터인가 경멸스러워 져 갔다.
그러다가 자신이 먼저 달려든 남자가 크라우프였다. 이렇게되니 참으로 우습게 느껴졌다. 크라우프는 결혼을 할 여자도 있었고 더욱이 자신 보다도 동생인 페넬로페가 퍽이나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너무 경솔하게 행동했어······’
한번 실컷 즐겼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했다. 크라우프야 시에나가 뭐라고 하면 자신이 먼저 안겨왔다고 했을 것이다.
‘다만 성욕을 해소했을 뿐이라고 했을까?’
단지 그도 자신이 먼저 다가오자 받아줬을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애써 그에게 시에나 이외의 여자와 자본 적이 있냐고 물었었다. 그는 그런 적이 있다고 아주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의외였다.
시에나가 결코 크라우프 이외의 남자에게 자신을 허락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 쯤은 아세라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남자라는 것들이 다 그런 족속들인가 싶어져 애써 크라우프를 비하하려 했다. 그렇지만 어딘지 모르게 그렇게 되면 자신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결혼할 여자가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신이 먼저 다가가 버렸다. 그는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싶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임무중이다! 더욱이 나 뿐만이 아니라 8명의 생명과 함께다!’
혼란한 정신을 수습하고 주위를 한번 돌아 보았다. 자신들이 진행하는 우주공간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주변은 오랬동안 벌어진 전투의 흔적으로 곳곳에 크고 작은 금속 파편들이 떠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레이더도 별 다른 소용이 없었다. 이런 곳에서 믿을 것이라고는 자신의 직감뿐이었다. 온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어야 할 시기에 자신은 딴 생각을 했으니 너무나도 한심스러워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이곳은 대단하군요······오랬동안의 전투의 잔해들이 아직도······”
바리스타나 전함이 파괴되어 거대한 파편들이 우주 공간을 떠돌아 다니면서 여러 가지 안전 사고들을 일으키고 있었다. 대부분의 전함이나 민간 여객선들조차 대부분이 바리어를 가지고 있고 소형물체가 접근해 오면 빔을 조사하거나 하는 식의 안전장치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자칫 그런 것이 없는 바리스타들은 이런 파편 조각에 부딪쳐 사고를 일으킬 수 있고, 그런 비전투손실이 잦아진다면 좋지 못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세라의 오른쪽 옆으로 나란히 진행하던 소대장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되겠지······수거를 하려 해도 이곳은 언제 전쟁터로 돌변할지 모르는 곳이니까 말이야!”
그녀는 그렇게 대답을 하면서 조금 깊게 숨을 들어 마셨다.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아직 생리를 할 때는 아닌데 아무런 이유 없이 이렇게 기분이 우울한 것은 처음이라는 생각을 했다.
손목 시계를 한번 내려 보았다. 한참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02시 23분이었다
‘원 참······’
입술을 한번 지긋이 깨물면서 갑자기 목이 마르다는 생각을 했다. 출격하기 전에 충분하게 음료수를 마셔두는 것이 좋지만, 전투가 벌어질 경우 급격한 기동을 하다가 자칫 몸안의 압력이 높아져서 자신도 모르게 소변을 지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 출격하기 전에 여자 파일럿들은 부인용 패드를 팬티에 대는 것이 보통이었다.
아직 처녀인데 그런 것을 걱정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군인이 되고 모든 병과에 여자가 있으니 뭐 어쩔 수가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면 적어도 파일럿들은 체구가 작은 여자들이 많았다. 바리스타 콕핏에 맞아야 하니 체구가 작은 여자들이 알맞았기 때문이다. 보병들이야 어차피 2년 동안 집떠나서 지표면 밟고 사는 관계로 체력이 약한 여자들도 많이 들어가 있었다. 이들은 귀향한 다음에 직장이나 고향에 편성되어 있는 예비군사단에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보통 보병도 남녀 거의 동수였지만 대규모 경공업 단지가 조성되어 있는 곳에서는 몇 개 사단 전체가 여군들로만 이루어진 경우도 있었다. 베르베라에 경공업품을 납품하는 공장이 밀집해 있는 헤프리온행성계의 제 8태양계 3번 행성 아드라스의 경우 전체인구 150억 명 중 100억 이상이 타지에서 돈벌러 들어온 여공들이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을 상대로 구성된 예비군사단들 모두 일부 사단간부들을 제외하고 여성들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소위 말하는 여군사단이 실제로 존재했던 것이다.
아세라는 그런 말을 들었을때 우습다 여겼다. 일반보병들이야 그렇다 쳐도,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공간기갑병이나 강습해병들의 전투병과의 여군들은 꽤나 체격이 큰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고릴라같이 체격이 거대한 여자들도 있고 대부분이 키크고 운동을 많이 한 여자들이다.
‘그런곳을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하지만 자신이 가면 아마도 어린애 취급을 받았을지 모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린애라······’
엷게 웃으면서 우주공간을 한번 돌아 보았다.
너무나도 조용한 느낌이 들었다. 파츠 베이스군의 정찰이 강화되어 정찰 중에 부하들을 잃는 경우들이 자주 발생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런 일이 없나 싶었다.
‘제발 없어야 할 텐데!’
정예 병사들이라고 한다면 자신의 생각따위는 필요없다고 했다. 명령만 떨어진다면 물불 가릴것도 없이 뛰어들어 닥치는 대로 쏘고 부수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은 그런 정예군인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자기 자신이 가장 뛰어나다고 여기고 있었지만 크라우프나 시에나같은 에이스 파일럿들이 있었고, 파츠 베이스군의 뛰어난 에이스파일럿들도 있었다. 이들을 상대로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이 내가 말인가?’
우습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최고가 아니라해도 상관없었다. 결코 장렬히 죽어 이름을 남기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것은 자신 뿐만이 아니라 부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왼손 손가락으로 조종간을 두드리고 있었다. 만일 자신이 포로가 된다면 어떻게 할까 싶었다. 그녀는 아마도 살려만 준다면 무슨 짓이라고 할 수가 있을까 싶었다.
살아서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무엇이라고 해도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없었다.
‘나 뿐만이 아니야······’
순간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만약 자신이 죽지않고 포로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싶었다. 교육을 받기로는 잡히면 온갖 험한 짓을 당한다고 했었다. 포로가 되었다가 송환된 사람들의 증언도 들었다.
잡혀가면 정보를 캐낸다면서 옷을 모두 벗기고 여러 남자들이 집단으로 강간을 했다 한다. 다른 남자들이나 여자동료들이 보는 앞에서라고 했다. 차례대로 성폭행을 하고 매일같이 쇠파이프나 곤봉같은 것으로 구타한다고 했다.
‘원시인들······’
증언을 들었을때 그녀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때 누군가 물었다. 왜 그런 원시적인 방법을 쓰냐고 했다. 그때 대답한 정훈장교의 말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었다.
“약물을 쓰면 간단하겠지. 하지만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것이 원초적인 공포다!”
그런 공포심과 수치심을 안겨주어 철저하게 사람을 무기력화 시키고 자포자기 시키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리고 여러가지 방법들을 사실적으로 설명해 주었는데 잠을 안재우는 것은 기본이고, 구타와 함께 남자들은 항문이나 성기 끝에다가 전극을 꼽아 전류를 흘려 보내기도 하고, 거꾸로 매달고 약간의 약물과 함께 정신없이 괴롭힌다거나, 물에 머리를 처박아 버리기도 하고는 방법을 이용하여 몇날 몇일이고 공포심을 자극해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고 했다.
여자가 잡혀가면 남자들이 보는 앞에서 집단 성폭행은 기본이고, 옷을 모두 벗기고 성기나 항문 같은데 남자처럼 전극을 꼽아 버리고 고문하고, 젖꼭지에 전극을 매달아 전류를 흘려 보내기도 한다고 했다. 목에 호스가 넘어가도록 하면서 계속해서 물을 먹여 배가 크게 불러 오르면 그 위에서 올라타 밟아 눌러 물을 토하게 만들고, 고문관들의 식당같은 데다 붙잡아 매달고 채찍으로 때린다고 했다. 그리고 어떤 경우는 몽둥이 같은 것으로 항문이나 질 같은 데를 박아 넣는다고 했다.
정신훈화시간에 이런 사실적인 사례와 함께 증거사진들을 보고듣고 있던 여자들 중에서 경악하던 사람들이 많았다. 매우 사실적으로 직접 그렇게 당한 포로가 되었던 사람들의 증언과 함께, 마지막은 언제나처럼 파츠 베이스놈들을 만나서 죽여 버리고 싶다고 하는, 결코 상식적으로 이해를 할 수가 없다는 말로 끝맺음을 하고 있었다.
아세라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자신은 결코 그런 꼴을 당하고 싶지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결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예정된 시간표에 따라서 모함에 보고를 하고 진행 방향을 바꾸었다. 그녀의 뒤를 따라 자카운 8기가 나란히 움직여 왔다.
‘포로라······’
아세라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성적인 굴욕을 안겨주는 것이야 말로 사람을 철저하게 굴복시키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문득 처음 관계를 가졌던 남자가 자신에게 그런 굴욕감을 안겨 준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건가?’
우습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는 굳이 딸들에게 처녀로 지낼 것을 강요하지 않으셨다. 다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할때에는 상관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후회를 남기지말라고 하시고는, 거듭 강조하신 말이 애는 25살 이후에 낳으라고 한 것이었다. 이 말만 생각 나면 쓴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그때 그녀의 앞으로 5척의 군수송함과 2척의 경비함이 포착되었다. 바리스타 9기라 한다면 이 정도의 함대에 큰 위협이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정보에 있던 것이고 확인작업만이 남아 있었다. 절차에 따라서 통신기를 열었다.
“전방에 진행 중인 함대에 알린다. 이곳은 에이센군 우주 공격함대 소속의 정찰대다. 소속과 함명을 밝혀라!”
아세라의 통신에 상대는 즉시 응답해 왔다.
“본함대는 하만 바이파 통수본부 소속의 함정들로서 하만 바이파를 출발해서 케네온으로 정기 물자수송 중에 있다. 식별 코드는 ED-TY-56-UI다. 함명은 기하르Ⅶ호다. 확인 바란다.”
수송함대로부터 전송된 통신을 곧 바로 모함에 통지했고 모함에서 함대를 확인했다는 응답을 해 왔다. 그녀는 관례대로 근접비행을 할 것이라고 통고를 했고 상대는 충돌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통신을 보내왔다.
“알겠다!”
바리스타 9기 모두 함대에 근접 접근해 갔다. 분명한 에이센 소속의 함대였다. 7척의 소함대의 함정사이를 가까이 두 번에 걸쳐 비행한 다음 즉시 이탈했다.
“확인결과 이상 없다. 정찰대가 기하르Ⅶ에게. 이 근처는 전투가 빈번하게 벌어진다. 특히 주의하기 바란다. 무사히 임무를 마치기를 바란다! 이상!”
“기하르Ⅶ가 정찰대에게. 알겠다. 계속 수고하기 바란다. 이상. 통신 끝!”
서로 통신을 끊었고 아세라는 조종간을 움직이면서 함대가 진행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주 일상적인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일상적인 비행이라······’
쓴웃음을 지으면서 이런 상태에서 전쟁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전쟁이 없어야 할텐데······’
하루종일 조마조마하게 시간을 보냈다. 전쟁이 벌어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아니 군인으로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당연하게 나가 싸워야 할 것이지만 아세라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죽는데 두려운 건가?’
허탈한 기분에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죽는다는 것이 두렵다는 기분이 그렇게 들어본적은 없었다. 아니 죽는다는 것이 아직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죽음이라······’
그렇지만 아세라는 자포자기하지 않고 살고 있었다. 씁쓸한 기분과 함께 다른 손으로 자신이 타고 있는 자카운의 계기를 조작했다. 현재의 상태를 꾸준히 점검해 보았다. 자그마한 실수라 해도 그것이 치명적인 상처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자그마한 상처라도 이런 전장에서는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언제나처럼 이 말을 되새기고 있었다. 수송함대와 지나치고 계속해서 정찰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도중, 03시 10분 16초 자신의 진행방향에서 왼편에 신호탄이 터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뭐야?”
깜짝 놀라면서 다시 연속해서 터지는 신호탄을 보고 현재 전투중임을 읽어냈다. 그녀는 즉시 모함에 통신을 보내 지시를 하달 해 달라했고, 잠시 뒤에 즉시 전장으로 향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지시를 받자마자 아세라는 자카운의 방향을 바꾸면서 일순간에 추진제를 최대로 분사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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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한편 올립니다+B1
…복구합니다…^_^;;;
다른 함정에서 발진한 정찰대가 임무수행 도중에 에이센의 영토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온 파츠 베이스군 정찰대를 발견하고 선제공격을 가했는데 오히려 역으로 반격을 받아 현재 크게 밀리는 중이라고 했다.
‘이제 3분 정도 남았군······’
당황한 나머지 신호탄을 터트리면서 구원을 요청했고 가까이에 있던 아세라들이 가장 먼저 달려가게 되었던 것이다.
아세라는 현재로서 파악된 전투의 정보를 다시 확인해 보았다. 적기는 통상의 정찰대 편성과 마찬가지로 8,9기 정도로 추정되었고 아군은 1개 소대 8기 였다. 첫 접촉때 2기가 격추되었고 현재 격렬한 전투 중에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타고 있는 자카운의 메인 카메라를 통해서 교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빔 라이플의 에너지 잔량을 체크한 다음 다시 한번 강하게 추진제를 분사해 냈다.
‘열심히도 하고 있군 그래!’
바로 자신의 앞쪽으로 무엇인가 날아오는 것이 보였고, 그 즉시 기체를 움직여 회피해 냈다. 무엇인지는 몰라도 아마도 바리스타의 파괴된 부위중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흥!”
서로 뒤엉켜 교전을 벌이고 있던 중에 에이센군 쪽에서 지원군이 나타나자 파츠 베이스군들은 달아나려 했다. 증원이 오면 숫자가 2배가 되니 자신들로서는 승산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휘관으로 보이는 기체가 신호탄을 터트렸다. 후퇴신호일 것이 분명했다. 상대는 나름대로 전투경험을 쌓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정도 거리가 되면 보통 신병들은 겁에 질려 마구 쏘아대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자신들을 보자 그 즉시 전장에서 이탈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에이센의 바리스타 8기에 기습을 걸어 5기를 격파해 냈기 때문에 작전에 성공했으니 더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어디를 달아나시나!”
처음의 적기가 몇 대였는지 몰랐지만, 레이더상으로 7기 남은 엘윈들 중에서 2기가 끝까지 전장에 남았다. 아군기가 달아날 시간을 최대한 벌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흥!”
2기 모두 고속으로 전진해 들어오는 아세라쪽으로 돌진해 들어왔다. 역으로 마주나오겠다고 하는 속셈이었다. 아마도 자신을 격추시키든 그렇지 않든 2대는 교차 사격을 가하고 좌우로 갈라져서 전력으로 달아나 버릴 것이다.
“그렇게는 할 수 없지!”
적과 근접했을때 순간적으로 진행 방향을 왼쪽으로 급격하게 바꾸면서 자신쪽으로 돌아선 녀석들 중 선두를 향해서 빔 라이플을 연사해 넣었다. 하지만 상대는 그 공격을 회피해 냈다. 근거리에서 쏘아댄 것이지만 생각 외로 잘 피한다 싶었다. 그리고 그 뒤에 있던 기체는 자신의 공격을 회피해 낸 기체의 반대 방향에서 잠시 멈칫했다. 숙련된 조종사라고 한다면 저런 실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갑작스런 상황변화에 미처 기체를 제대로 콘트롤해 내지 못한 것이다.
“어딜가!”
예상했던대로 기체의 방향을 바꾸어 달아나려는 적기를 향해서 정확하게 빔을 쏘아 넣었다. 막 추진제를 분사해 내려 했을때 아세라가 발사한 빔에 맞아 폭발해 버렸다.
한대 남은 엘윈이 자신을 향해서 빔을 연사해 넣었고 그녀는 그것을 피해 내면서 순간 그 자리에서 급격하게 추진제를 분사해 튕기듯 기체를 위로 솟구쳐 올렸다. 당황한 모습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상대는 적이었다. 주저없이 방아쇠를 당겼고 빔에 맞아 폭발하는 것을 확인했다.
“원 참······바리스타 2기 격추인가?”
아세라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기습을 받았던 아군을 수습하면서 적기가 탐지범위 밖으로 사라져 버린 것에 짧게 혀를 찼다. 적들이 도망치지 않았다면 좀 더 많은 적기를 격추시킬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적기와 여러번 겨루게 되고 경험이 쌓이면 상대 기체의 움직임을 보고 그 파일럿이 현재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자신이 그런 상태인가 하는 기분이 들게 되니 어딘지 모르게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 부하들에게 주변을 수습하라 지시를 내리면서 짧게 숨을 들어 마셨다.
‘자만하지 말자······’
아세라는 자신의 어머니처럼 많은 경험을 쌓지 못했다. 어머니는 사병으로 바르디아원정 전쟁때 참가를 하셨던 분이셨다. 오랜 전쟁의 경험을 쌓으셨었다. 그에 비한다면 아세라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11일 06시 20분 파츠 베이스군 파일럿 아담 조슈아 디제는 짧게 혀를 차면서 프로스베인에서의 정찰행동 중에 크고작은 교전이 너무 자주 일어 난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잘못때문에 죽지않아도 될 사람들이 죽는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