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77
지난 5월 4만척에 달하는 에이센 함대를 격파해 냈지만 에이센에게는 그런 정도의 손실은 별것 아니라는 듯 이번의 사태도 일으키면서 결코 자신들이 약해지지 않았음을 보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파츠 베이스군들은 에이센이 이런 억압적인 협상태도와 전면전 직전까지 분위기를 몰고가자, 스스로 굽히고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로 차후 민간셔틀에 대한 위협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이것은 해석하는 것에 따라 자신들이 에이센의 민간선박에 대해 공작을 행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리고 에이센측의 양보는 파츠 베이스의 민간선박에 대한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 뿐이었다.
‘이번은 우리가 패한 것이나 마찬가지야!’
차라리 누구나 알 수 있는 억지를 쓰고 있는 에이센인들에게 전쟁이라도 벌였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래리도 전면전만은 피하고 싶었다.
만약에 래리 자신에게 기회가 있다고 한다면, 아니 적어도 유케울의 참모본부에서 작전을 제안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한다면, 제한전을 일으켜서 에이센인들에게 철저한 패배를 맛보게 해줄 자신이 있었다.
‘에이센인들······’
현재 양측은 십수년동안 대치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이 상태로 고착화 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상태에서 자신들이 에이센군에 대해서 획기적인 군사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다면 에이센군들이 쉽게 군대를 움직이지 못하고 이번과 같은 억지를 부리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하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 녀석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한가지 방법이 있을 것인데······’
파츠 베이스로서는 에이센에 대항해서 대규모의 병력을 동원할 수가 있는 능력이 부족했다. 지난 에이센군이 10만 척을 동원한 침공때에도 수많은 함정들을 긁어 모았지만 에이센에 비한다면 턱없이 부족했다.
마지막 독립전쟁은 백효연대원수가 전사함으로서 에이센과의 평화협정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파츠 베이스도 에이센도 더 이상 싸울 힘을 잃었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국경선은 그때 벌어졌던 전선이 그대로 굳어져 버려 형성된 것이었다. 케네온에서는 에이센군이나 파츠 베이스군이 지상전 도중 종전되는 바람에 서로 지상에서 맞서고 있는 상황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아직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다.’
이번의 사태에서처럼 에이센인들이 이렇게 억지를 쓰는 것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확고한 표정으로 오히려 앞으로 자신들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했고 이런 생각을 실행시켜줄 작전에 대해서 다시 한번 구상을 해 보았다.
보다 진지하게 생각을 해 보고 이것을 체계적 확립해서 추진할 수만 있다면 에이센군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하는 생각을 했다.
‘안타깝다!’
래리는 자신이 현재 한낱 힘 없는 대좌일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것도 아닌 대좌였다. 지휘권도, 직속부대도 없었다.
‘빌어먹을 내가······’
그는 자신의 한심함을 다시 한번 후회했다.
‘나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기뻐하고 한숨을 내쉬고 안도하고 이 다음을 경계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는 묵묵히 서 있었다.
오전 10시 가빈에 위치한 최대 군기지에서 엘레비아는 모처럼의 휴가도 반납한 채 전투 대비태세 때문에 출격할 것을 기다리고 있던 그녀는 이번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 되었다는 것에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
파일럿숙소의 앞에서 대기가 풀린 파일럿들은 모여 앉아서 담배를 피워대거나 음료수를 마시면서 즐겁게 떠들어대면서 그간 잔뜩 조여져 있던 긴장을 끈을 풀었다.
엘레비아는 이들의 옆에서 조용히 길옆에 주저앉아 따사롭게 쏟아지고 있는 햇볕을 쬐고 있었다. 늘상 따갑고 지겹게 느껴지던 것이지만 이번 만큼은 정말로 반가웠다. 만약 전쟁에 나가게 되고 혹여 전사라도 하게 된다면 이런 햇볕을 다시 받을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 자신은 결코 전쟁의 영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파츠 베이스인이라고 한다면 한번은 군인이 되어야 했고, 바리스타가 자신에게 맞는 것 같아서 선택했을 뿐이었다. 직업군인을 택했던 오빠인 래리를 따라서 직업군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시간을 보내서 제대를 하고 결혼도 하고 가정도 꾸리고 싶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전쟁이 되도록 없는 것이 필요했다.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을때 체구가 큰 흑인인 셀리더 아르코대위가 걸어왔다. 아르코대위는 으쓱한 표정으로 엘레비아쪽으로 다가왔다.
“햇볕 많이 쬐면 얼굴 검어진다.”
흑인인 그가 그렇게 말을 하니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위님 만큼은 아닐껄요?”
그녀의 대답에 그는 하핫 웃으면서 옆에 앉았다.
오래전 옛날에는 아르코대위 같은 흑인 같이 피부색을 가지고 사람들이 차별을 받던 시기가 있었다고 했지만, 지금은 혼혈이 보편화된 시기였기 때문에 백인인 엘레비아가 백인 남편을 만나서 그 사람의 아이를 출생한다해도 다른 피부색을 가진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있었다.
한 부모님에게서 태어난 형제들도 각자 머리색과 피부색이 다른 경우가 자연스럽게 생겨나다보니 피부색 같은 것으로 사람이 차별을 받는 것은 아주 당연하게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대위는 옆을 돌아보면서 좀 허탈하다고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 놓았다. 그녀는 엷게 웃으면서 그래도 전쟁이 없다면 좋은 것 아니겠냐고 대답했다.
“그건 그렇지······”
그는 이제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되었으니 자신들의 휴가를 다시 줄 수가 없겠냐고 기지 사령관을 찾아갔다고 했었다.
“못준다고 하죠?”
엘레비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반납된 것은 그것으로 끝이라고 하더군!”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뭐 어떻게 하겠습니까? 군복무가 법적으로 규정된 의무니까 실컷 부려먹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웃는 얼굴로 대답하자 아르코대위는 하핫 웃으며
“중위는 그래도 이해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해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대위님보다는 기지사령관이 욕을 먹지 않겠습니까? 어쩔 수 없다고 여길 것 입니다.”
맞는 말이라고 대답했다. 대위는 어쨌든 이 사실을 말해줘야 겠다고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리스타 파일럿을 하기에는 체구가 매우 큰 편이었다. 바리스타 콕핏에는 체구가 좀 작은 편에 다부진 편이 유리했고, 여자들도 그다지 큰 체구를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기지 수비병들이나 정예 강습해병들에 속해 있는 여병사들을 보면 꽤나 다부진 체격을 지닌 사람들이 많았다. 작아보이던 여자도 가만히 앉아있다 일어서면 어지간한 남자만큼 체격좋고 몸집도 있는 사람들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참 따뜻하다.’
어딘지 모르게 따사로운 온기에 다시 한번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깊게 숨을 들어 마셨다. 그녀는 갑작스레 평화로워진 한 때를 만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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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있을거라 기대하셨다면 죄송하답니다…ㅡ_ㅡ;
비축분을 보니 전쟁으로 도배되어 있습디다…
기대하시구려…앞으로 한 7-8편쯤 뒤오이다…
이번에도 한편 올립니다.+B3
100회 맞이 제목 대 변경!!!!!!! ^_^/
드디어 100회째 입니다…정민철님, 프리맨님, 엘츠님, ▩맛있는까까▩님, KACIEL.J님, 나인님, 다냥이님, 『murderous』님, 늘푸른님, 어처구니님, 거꾸로걸린달님, 黎明님, 광기의외침님, 매직라이타님, malice님, yaiddasya님, 균이님, 성역님, kim197911님, 피르다룬님, 그리고 읽어주시는 많은(?) 독자님들…감사합니다…모두 독자님들의 덕택에 100회까지 오게 되었습니다…앞으로도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매일 연재를 목표로 비축분을 구성중입니다…그리고 많은 분들이 할렘을 꿈꾸시는데요…^_^; …드릴말씀은 단 한마디…”저도 남자입니다.”
성원에 감사드립니다…더욱 분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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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12시는 07시 정각 발표된 협상의 내용으로 전쟁이 벌어지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들떠 있었다. 케네피온의 레온시티에 위치한 기지도 마찬가지 분위기였다.
군인들이 도대체 이래서야 되겠냐 싶을 정도로 기뻐하고 있었다. 서로 즐겁게 떠들어 대고 있는 사람들을 지프에 탑승한 채 지켜보고 있던 크라우프는, 다들 모여서 이 사건의 평화적 해결에 관한 말만 나누고 있는 모습에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가 멈추어 선 곳은 기지의 사령부 건물이었다. 지프를 주차장에 주차시키고 종종걸음으로 위쪽으로 올라갔다.
건물입구에는 완전무장한 4명의 헌병이 마치 석상처럼 서 있었고 로비에는 탄약이 적재되지 않은 중기관총이 거치되어 들어오는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기관총의 탄약거치대에는 탄약통이 개봉되지 않은 채로 놓여져 있었다. 그는 섬틋하다는 생각을 했다. 복도에는 정기적으로 무장한 헌병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후방기지라고 해도 이곳은 엄연하게 언제 적과 교전에 들어갈지 모르는 곳이었기 때문이었고, 또한 뜻하지않은 공격을 당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언제라도 전투가 가능하도록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총총히 계단을 뛰어 올랐다. 기지사령관의 호출이었기 때문이었고 그 이유는 충분하게 짐작되었다. 지난번에 사관식당에서 일으킨 소동 때문일 것이다.
기지사령관의 사무실에도 무장병이 2명 서 있었고 그 앞으로 비서관의 자리가 있었다. 그가 비서관에게 다가가 호출받았다고 밝히자 사령관께서 안쪽에서 기다리고 계신하고 했다. 기지사령관을 면회할 시에는 권총을 휴대할 수 없기 때문에 허리에 찬 권총을 풀어 헌병에게 건네주었고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섰다.
기지사령관 레오나르도 바슈토프대령은 올해 47세로서 금발에 깡마른 체격을 지닌 남자로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로 호감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크라우프는 그를 전형적인 후방근무 타입의 사람으로 보고 있었다. 처음에 전입신고를 할때만 보고 처음 보는 것이다. 그가 들어서는 것을 보고 있는 찌푸린 인상에 잘못걸린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예상했던대로 사령관은 크라우프를 그 자리에 세워둔 채 한시간 가까이 지난번에 벌어졌던 사관식당에서의 난투에 대해서 잔소리를 해 댔다. 했던 말을 또하고 또하고 하면서 점심시간이었지만 점심같은거 먹고 싶은 생각이 다 떨어져 버리도록 잔소리를 해댔다.
그의 말은 부하들을 잘 단속하라고 누차 강조하면서 이런일이 벌어진 것이 크라우프의 지휘통솔 책임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리고 중사와 중위에게 무례하게 굴어 하극상을 일으킨 원인을 제공한 하사는 구속조치했고 곧 군법회의에 회부시켜 군 교도소로 보내 버리겠다고 했다. 또한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하고 은폐시키려한 혐의가 있는 헌병대장은 전보조치했다고 했다. 이 말을 들으니 그는 순간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기지의 하사가 처음에는 중사에게, 그리고 그 다음은 상급자인 중위에게 욕설을 해 댔다는 것에 대해서는 본관의 책임도 크네. 그렇지만 그것이 싸움까지 번지게 된 것은 자네가 부하를 통솔하지 못한 책임이 있네!”
기지사령관은 그렇게 말을 끝맺으면서
“자네 부하들이 기율을 어지럽히지 않게 각별히 신경쓰게!”
바슈토프대령의 엄명에 그는 큰 목소리로 알겠다고 대답했다.
“나가보게! 아! 그리고 자네는 관리소홀의 책임이 있으니 감봉 6개월에 처하네······본관 또한 자네와 똑같이 6개월의 감봉조치를 받도록 하겠네!”
자신의 부하를 구속시켜 버림으로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조치한 것이다. 그는 사관학교에서 배운대로 절도있게 경례를 하고 돌아나왔다. 1시간이나 들었던 잔소리의 불쾌감이 싹 사라졌다. 감봉 6개월이었지만 그런것 쯤이야라는 생각을 했다.
기지사령관을 만나고 나온 크라우프는 조금 피곤하다는 생각을 했다. 점심식사 시간이 끝났기 때문에 매점을 찾아갔다.
빵이라도 사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부하들에 대해서도 생각을 좀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매점에는 진열장 가득히 여러가지 과자와 빵 같은 것들과 함께 주로 소모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화장지나 여군들이 쓰는 생리대 같은 것들과 함께 피임기구들도 팔고 있었다.
공식적으로 군내부에서 남녀가 연애를 하는 것은 금지 되어있지만 젊고 혈기 넘치는 남녀가 오랬동안 한 곳에 있다보니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피임기구를 팔고 있는 것이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빵과 음료수를 사서 매점의 한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 가 앉았다. 몇가지 오락기들도 있었다. 지금이 오후 근무시간 시작이기 때문에 이곳에 와 죽치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빵을 씹어 먹으면서 기지사령관이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쓴웃음이 지어졌다.
‘젠장할. 이라는 건가?’
잠시 쓴웃음을 지으면서 조금 깊게 숨을 들어마셨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은 이 기지의 사람들에게는 다른 곳에서 굴러 들어온 녀석들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굴러온 돌. 이라는 건가?’
기지사령관으로서는 자신의 부하인 하사를 구속시키고 헌병 대장을 전보시킴으로서 최대한 양보를 해 준 것이다. 이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하라고 경고한 것이다.
‘감봉 6개월이라······’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것 정도는 가벼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기지 사령관은 스스로에게도 벌을 내렸다. 그렇게 함으로서 하극상을 일으킨 하사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다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엄격한 사람이군 그래!’
다소 소름끼칠 정도라는 생각을 했다.
‘뭐, 어쨌든 간에 잘 해결된 셈이니 말야······그나저나 파츠 베이스의 군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민간 셔틀 납치 문제에 대해서는 민회차원에서 해결 되었으니 군으로서는 전쟁을 일으킬 명분이 없어졌던 것이다. 민간셔틀이 파츠 베이스군에게 구조되었다고 한다면 여러가지 큰 문제점들이 야기될 수 있었기 때문에, 당연하게 파츠 베이스에 고압적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협상은 에이센의 승리나 마찬가지였다. 파츠 베이스가 차후 에이센의 민간선박에 대한 적대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한 것은, 이번의 민간선박에 대한 행위를 자신들이 에이센의 민간선박에 대한 적대행위를 한 것으로 간접시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에이센도 차후 파츠 베이스의 민간선박에 대한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것은 어차피 에이센도 마찬가지로 상대의 민간선박에 대한 적대행위를 하고 있었다는 결론으로 도출 될 수 있었다.
‘서로 똑같은 존재들이라는 건가?’
빵을 모두 뜯어먹고 고개를 좌우로 저은 크라우프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직 남아있는 음료수를 모두 마신 후 분리수거통에 버렸다. 그때 10여명의 정비병 복장의 여기술병들이 매점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일단 상대가 소령이었고 이번의 하극상사태 때문에 모두 정렬하고 이들 중에서 가장 상급자가 경례를 올렸다. 파일럿들 중에서는 바리스타에 탑승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체구가 큰 여자가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정비병들만해도 그렇지 않았다. 스타일이야 다들 괜찮은데 모두 키크고 덩치좋은 사람들 뿐이었다.
“음!”
크라우프가 살짝 고개를 숙여 답례를 해주었다. 이들은 이내 매점안에 들어와서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면서 무엇인가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는 다시 초컬릿을 한개 집어들었다. 그러면서 정비병들이 떠드는 말들을 듣게 되었다. 몇 사람들은 음료수를 잔뜩 사들고 계산대에 가 있었다. 날씨는 더워 죽겠는데 헹거에서 현재 정비하고 있는 바리스타를 두고 정말로 짜증난다는 말들을 계속했다. 엷게 웃으며 그런 바리스타를 직접 타야하는 크라우프는 자신이 타고있는 기체에 이렇게 고생하는 정비병들의 땀이 배어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소령님, 뭐가 우스우세요?”
그가 웃고있는 것이 기분 상했는지 한 여정비병이 당돌한 어조로 물었다.
“응?”
고개를 돌려보니 키가 크라우프보다 조금 작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다갈색의 피부에 매우 건강미 넘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금발머리를 뒤로 모아묶고 그 위에 정비병들이 쓰는 모자를 걸친 채로 였다. 기름때가 잔뜩 묻은 작업복 차림이었는데 더위때문인지 상의를 벗고 그 위에 회색 반소매 티셔츠만 입은 채로였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았고 있었기 때문에 땀에 젖은 티셔츠에 대충 몸매가 드러났다.
그는 상대에 불쾌감을 주지않기 위해서 눈을 바라보았다. 어찌본다면 쇠라도 씹어 먹을 것 같이 보이는 매우 도발적인 사람이라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자네는 내가 불쾌한가?”
“예?”
크라우프는 오히려 갑작스러운 질문을 던지곤 이내 엷게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나는 크라우프 페트릴이라고 하네. 여자분께 먼저 악수를 청해도 되겠나?”
“무슨······”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에 크라우프는 하핫 웃으며
“나는 파일럿이네······정비병인 여러분들의 고생으로 활약을 한다네·····수고한다는 생각에 감사를 표하고 싶어져서 그러네.”
갑작스러운 상대의 호의에 정비병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잠깐 머뭇거리다가 금새 엷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저희는 소령님이 무엇인가 재미있는 얘기라도 알고 계시나 싶어서 물어본 것입니다.”
그녀의 말에 크라우프는 핏 웃으며 상대의 이름을 물었다.
“나는 크라우프고 자네는?”
이제야 말을 알아듣고 금새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그가 내밀고 있던 손을 잡아 악수를 했다. 군인으로서는 너무 어색한 인사였다.
“아? 저는 발레리 미구엘중위입니다.”
의외로 순진한 듯한 표정에 그는 으쓱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다른 것이 아니고·····이제 잠시 전쟁이 미루어 졌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네.”
그는 발레리의 귀에 매달려 있는 귀걸이를 바라보면서 갑자기 시에나에게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어울린다고 칭찬을 해준 다음, 바리스타 정비에 수고해 달라고 하고 돌아 나갔다.
“오오! 발레리~!”
주변의 동료들이 감탄했다고 하면서 박수를 치기도 했고 대단하다고 말을 하기도 했다. 그녀는 으쓱한 표정을 지으면서 갑자기 생각난 듯 주위를 돌아보면서 말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