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783
순결당 만쉐이!! 이제 비가 오면 좀 시원해지려는지…헐헐…이제까지는 너무 더웠답니다…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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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Mon, 26 Dec 2005 00:41:04 G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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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 8월 14일 11시 에르바 행성계 외각에 포진하고 있던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연합 함대는 에네르 자드 하페텐의 주재하에 최종적인 군사 행동 점검에 들어갔다.
간단한 협의를 거쳐 빛과 신의 그림자라는 명칭이 붙어 있는 이번의 에이센 탈환을 휘한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연합 함대의 군사 작전은 다음과 같은 작전 수행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에르바 행성계를 에이센의 손에서부터 완전하게 탈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가장 먼저 하얀 백작과 워너 폴크가 이끄는 2,000,000척의 뮤틸레 족의 함대가 정면에 배치된 에이센 함대 약 150만 척을 향해 맹렬하게 조력 공격을 가해 에이센 함대의 방어선을 유지하고 있는 병력이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
이 공격은 에이센 함대가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연합 함대의 주된 공격 방향을 예측하기 힘들도록 만들기 위한 것으로서 특히나 이번 공격은 에드라 요새에 쪽에 배치된 예비 병력을 이끌어 내거나 그렇지 않으면 에르바 행성계 근처에 배치되어 있는 에이센의 전략 예비대의 일부를 전선으로 끌어내기 위한 기만 공격이었다. 하얀 백작과 워너 폴크가 지휘하는 총 함대 병력이 3,000,000 척에 달했기 때문에 정면에 위치한 에이센 함대 150만 척 만으로는 이들을 쉽게 당해낼 수 없을 것이고 충분하게 적의 예비 병력을 이끌어 낼 것으로 판단되었다. 물론 하얀 백작과 워너 폴크의 함대는 에르바 행성계를 완전히 점령하는데 그 목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150만 척의 에이센 함대와 그에 추가로 파견될 적의 예비 병력과 전략 예비대를 최대한 붙잡아 두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하얀 백작과 2,000,000척의 뮤틸레 족 함대가 공격을 가한다면 에네르 자드 하페텐과 우나베 바스타란이 직접 에드라 요새 쪽에 포진해 있는 에이센 함대의 방어선을 공격한다.
굳이 에네르 자드 하페텐과 우나베 바스타란이 에드라 요새 정면을 공격한다고 하는 것은 큰 희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기는 해도 적의 방어 능력을 직접 확인하고 에드라 요새의 최종적인 요새포 사거리를 확인한 후 적의 자만심을 불러 일으켜 에드라 요새에서 다른 쪽으로 방어 병력을 분산시키도록 하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 특히 요새포 사거리에 대해서 알아 볼 수 있는 방법은 실전을 치르는 동안 적의 요새포에 희생을 당해야 하는 것이다. 실지극히 꺼려야 하는 일이지만 히르슈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에네르 자드 하페텐과 우나베 바스타란은 이 작전의 결정적인 목적을 철저히 함구하고 단순하게 많은 병력을 에드라 요새 주변에 붙잡아 두기 위한 작전으로 모든 것을 설명했다.
세 번째로 세갈 마이야 하페텐이 하얀 백작과 2,000,000척의 뮤틸레 족 함대가 공격하는 공격 축선과 에네르 자드 하페텐과 우나베 바스타란이 공격을 가하는 축선의 사이로 이어져 있는 간격으로 진격해 나가 에이센 함대의 방어선에 대한 붕괴를 꾀한다.
이것이 최고로 위험하고 손실 가능성이 높은 결정적인 공격 단계 였다. 에이센 방어선의 붕괴를 꾀함과 동시에 적의 예비 전력을 전선으로 끌어내고 완전하게 에드라 요새 쪽의 무력화시키기 위한 매우 결정적인 공격이었다. 세갈 마이야 하페텐이 이러한 위험한 상황에서 병사들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 탁월하며 특히나 이런 결정적인 작전을 지휘해본 경험이 많기 때문에 당연하게 그가 선택 되었다. 그렇지만 강력한 에이센 함대를 상대하기 위해서 세갈 마이야 하페텐이 지휘하는 함대에 배치된 전함의 숫자가 생각 보다 적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었다. 이 문제는 의외로 쉽게 우나베 바스타란이 예하 전력 중에서 전함을 대여하는 것을 허락함으로서 쉽게 해결 되었다. 물론 전함에 탑승하는 승무원들은 모두 세갈 마이야 하페텐 예하의 사병들이었지만 이것으로 전함 전력이 대폭적으로 향상된 세갈 마이야 하페텐은 어렵지 않게 세 번째 공격 단계에서 가장 위험한 역할을 자신이 승낙했다.
네 번째 단계로 히르슈를 투입해서 에드라 요새를 공격한다. 이 네 번째 단계에서 히르슈에 대한 공격이 개시되기 전 최소한 세갈 마이야 하페텐이 최대한 에이센 함대 방어선의 후방으로 깊숙하게 진격해 들어가거나 하얀 백작과 200만 척의 뮤틸레 족 함대가 방어선의 상당 부분을 무너뜨려 에드라 요새 방어선을 고립시켜야 한다는 전제가 붙어 있었다.
이것이 이번 빛과 신의 그림자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이기는 했다. 그렇지만 히르슈 자체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과 기동 요새에 관한 운용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지 않은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수뇌부는 최대한 에드라 요새 쪽에서의 병력을 분산시켜야 함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앞의 세 번째 작전 단계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다고 판단되었을 때 이 네 번 째 작전 단계가 시작될 것이다. 물론 성패는 한 순간에 벌어질 것이다. 그런데 만일의 경우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히르슈가 에드라 요새를 무력화 시키는데 실패한다고 하면 히르슈를 대신해 에드라 요새를 점령할 방법을 충분하게 준비해 두고 있었다. 최선이 실패할 때를 대비해 언제나 차선을 준비해 두는 것은 총사령관의 역할이다.
다섯 번째로 전 전선에 걸쳐 총 공세를 가해 결전을 통해 에이센 함대를 에르바 행성계에서 몰아내고 방어선을 구축한다. 특히 다섯 번째 단계의 빛과 신의 그림자 작전에서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연합 함대가 설정한 공세 한계점은 1차적으로 에르바 행성계 외각 지역을 선정했고, 2차적으로는 에르바 행성계에서부터 에이센 영토 쪽으로 향하는 항로를 감제할 수 있는 라노멘 행성계로 계획하고 있었다.
이것으로서 빛과 신의 그림자 작전이 종결 되고 에이센으로 부터 에르바 행성계를 완전하게 탈환할 수 있는 것이었다. 바로 이 전쟁의 목적이 달성되고 에이센으로 부터 발바이스와 그리고 뮤틸레 족을 에이센의 사악한 손길로부터 보호하게 될 것이다.
“잘만 된다면 빛과 신의 그림자 작전이 에이센이 이해득실을 따졌을 때 자신들의 손실이 크다는 점을 알아차리게 할 수 있어야 할 텐데 말이야.”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씁쓸한 표정을 한 번 지은 후 일단은 지금 눈앞의 공격이 성공해 최소한 에르바 행성계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는 쪽으로 빛과 신의 그림자 작전의 성공을 기원했다.
12시 시르피드 XII호 소속의 파일럿 채가연 상사는 귀엽게 하품을 하며 식당으로 들어서기 위해서 발걸음을 옮겼을 때 다른 사람들 보다 일찍 식사를 마치고 나왔는지 언니인 채미유 중위가 라자루스 대위와 함께 깔깔 거리며 식당 밖을 나서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좋겠다.’
두 사람의 즐거운 모습을 보게 된 가연이는 슬그머니 질투심인지 아니면 걱정인지는 몰라도 아랫입술을 삐죽이 앞으로 내민 후 언니와 라자루스 대위가 가연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서로만의 세계에 빠져 휴게실 쪽으로 향하고 있자 서둘러 그들 두 사람에게서 멀어지려는 듯 식당 안쪽으로 몸을 움직여 들어갔다.
둘을 피해서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사람들은 무척이나 붐비고 있었다. 사람들이 늘어서 있는 줄의 끝에 가서 빨리 배식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 그녀의 뒤쪽으로 누군가 시끄럽게 떠들며 다가왔다.
뒤돌아보니 토드 하세 소위와 재수 없는 민유화 소위였다. 키 크고 근육질인 토드 하세 소위와 키가 엇비슷한 민유화 소위를 보게 되자 어딘지 모르게 주눅이 들기 보다는 그녀는 여자 패션모델이라도 하면 딱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민유화 소위가 가연이의 친언니인 채미유가 가진 아름다운 얼굴의 절반 정도만 갖고 있고 운동을 조금만 덜해서 근육을 좀 풀어 버려 몸이 조금 더 가냘퍼 보인다고 한다면 아마도 당장 군인을 그만 두고 패션 모델계로 진출해 보라고 권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만 요즘 패션모델들 보면 얼굴도 만만치 않게 아름다운 탓에 민유화 소위는 군인이 알맞았다.
민유화 소위는 우습게도 토드 하세 소위와 같은 기수로서 19세인 토드 하세 소위 보다는 한 살이 많은 올해 20세라고 했는데 키 때문인지 나이에 비해서 더 성숙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얼래? 에이스 파일럿이네?”
다시 눈이 마주치게 되자 민유화 소위는 가연이에게 무슨 경쟁 심리라도 갖고 있는지 가연이를 부를 때 마다 에이스 파일럿이라는 점을 자꾸 강조했다. 하지만 계급이 위이기 때문에 고까운 기분을 억누른 후 오히려 빙긋 웃으며 식사를 하러 오셨냐는 당연한 질문을 건넸다.
“응! 상사도 식사 맛있게 해! 아직 18살이라니까 키가 좀 클지 모르잖아! 꺄하하하!”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데 키크는 이야기를 한다든지 하는 것이 마치 오랜 친구나 친언니인 미유 처럼 들렸다. 이것 때문에 가연이는 배알을 뒤틀렸다. 그렇지만 그래도 그녀는 이러한 일에 화를 내지는 않았다. 한숨을 곁들여 자신의 작은 키를 씁쓸해 했다.
“18살이면 다 컸습니다.”
가연이가 짧게 투덜거리고 있자 유화는 피식 웃으면서 옆에선 토드 하세 소위에게 가연이를 가리켜 이 함대에서 굉장한 에이스 파일럿이라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가연이는 자신을 비웃는 것 같은 생각이 들자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아참! 소위님. 그나저나 두 분이 같은 사관학교 출신이십니까?”
갑자기 둘이 오래 알고 지냈던 것처럼 무척이나 친하게 지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의아한 생각이 들어 확인을 해 보듯 물었다. 그러자 유화는 그렇지 않다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건 왜 물어?”
그리고는 갑자기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 보니 가연이는 왼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긁적였다. 솔직히 너무 수다스럽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을 하려다가 이내 듣기 좋게 말을 바꾸었다.
“아니요. 두 분이 굉장히 친해 보이셔서 말이죠. 민유화 소위님은 사교성이 굉장히 좋으신가 보네요?”
뒷말은 은근하게 비꼬는 것이었지만 유화는 그 말뜻을 제대로 이해한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사교성이 좋은 것은 자신의 장점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녀의 말대로 확실하게 사교성이 좋기는 좋을 것 같았다. 물론 남이 어떻게 생각을 하거나 말거나 그냥 자신의 방식대로 밀어 붙이는 사람으로서 자칫 그 만큼의 반감도 커서 나중에는 그 만큼의 적도 만들 사람임에 분명했다. 그리고 수다가 많은 것 같으니 그만큼의 신뢰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식사를 타서 자리에 앉으니 하필이면 또 두 사람은 친하게 지내자는 것인지 가연이의 속을 긁어 놓으려는 것인지 그녀의 앞에 앉아서 음식을 떠먹으며 무엇인가 열심히 떠들어 대고 있었다. 가연이는 잠깐 급하다는 핑계를 대며 서둘러 음식을 입안에 흘려 넣었다. 그런데 한가지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한 것은 그렇게 웃고 떠들면서도 가연이와 먹는 속도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별 사람도 다 보겠네······’
식사를 거의 다 마쳤을 때 갑자기 토드 하세 소위가 목소리를 낮추어 가연이에게 어떻게 하면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지를 물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가연이가 놀란 토끼 눈이 되어 버리자 하세 소위는 전투 경험이 없는 자신을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곧 전투가 벌어져서 실전에 투입될 것이라고 하잖아! 그래서 물어 보는 거야!”
자신의 실전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하세 소위가 가연이에게 도움을 청했다. 전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가장 유명한 것이 채가연 상사이기 때문에 굳이 그녀에게 자신의 부족함을 털어 놓은 것이다.
“어떤가? 자네는 실전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나?”
하세 소위의 물음에 민유화 소위도 관심이 있는 것 같은 표정으로 가연이를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었다. 실전이 투입되면 살아남을 지를 걱정하고 있는 두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배운 그대로 하시면 됩니다. 이미 적을 죽이고 살아남을 기술은 충분하게 익혀 가지고 오시지 않았습니까?”
이때 가연이는 두 사람의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소대장으로서의 지위가 주고 있는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자신들도 실전이 처음인데 똑같이 처음인 소대원들을 이끌고 전투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사관학교 생도들이기 때문인가?’
그녀는 지휘관으로서 어떠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부하들 앞에서 당당하게 처신을 하라고 배우고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소위들이 불쌍하다고 생각 했다. 비록 잘못될 결정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지휘관은 결론을 내리면 그것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하고 아무 것도 모른다고 하더라도 늘 상 무엇이라도 다 알고 있는 것 과 같은 얼굴로 떠들고 다녀야 한다. 이것을 이들 두 사람은 완전하게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단지 그것뿐인가? 자네에게 본다면 거의 천부적인 재능인 것 같군.”
다소 실망한 듯한 두 사람에게 가연이는 살짝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체격이 좋은 두 사람에 비한다면 어린애가 애교를 떠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는 나직이 두 사람에게 나름대로의 충고를 해 주었다.
“지휘관으로서 현재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시면 됩니다. 최대한 침착해야 한다고 생각하시구요. 아시겠죠? 사관학교에서 가르쳐 주신 것을 실천하시면 됩니다. 아! 이것 하나! 적이 완전히 조준되기 전에는 빔 라이플이나 다른 무기들을 쏘시면 안되구요. 이거면 됩니다.”
가연이의 충고에 두 사람은 솔직하게 고맙다는 대답을 해 주었다.
“네에!”
일단 두 사람을 피해 낸 그녀는 서둘러 식당 밖으로 나왔다. 휴게실 쪽으로 몸을 움직이니 경례를 올리는 사람들이 제법 많아 졌다. 군대에서 오래 있으면 질리도록 경례는 많이 받아 본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바로 그때 가연이의 앞쪽으로 누군가 팔을 들어 그녀를 세웠다. 고개를 들어 보니 뜻밖에도 구드 바렌브룩 대령이었다.
“아!”
깜짝 놀라 경례를 올리니 바렌브룩 대령은 괜찮다고 대답을 한 후 모두가 있는 앞에서 가연이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말로 그녀를 격려해 주었다. 부끄럽기는 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대령이나 되는 사람이 병사들 틈 속에서 줄을 서서 식사를 기다린 다는 것이 멋있게 보였다.
“감사합니다.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가연이가 자신 있게 대답하니 대령은 피식 웃으면서 수고하라는 말을 해 준 후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경례를 올리고 돌아선 가연이의 발걸음은 이상하게 무척이나 가볍게 느껴졌다.
12시 50분 티아라는 크라우프로부터 15일 쯤에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함대가 공격을 가할 것이라는 정보를 귀뜸 받고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사무실의 자신의 의자에 앉아 아세라와 에이린이 보내 준 편지 속에 동봉되어 있던 자신의 가족들이 보낸 편지를 꺼내 읽었다.
편지 속에서 부모님들은 잘 지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티아라가 에이센인으로 살기를 작정하고 나자 황실에서는 그녀의 몸과 인생 모두를 사들이는 대가로 가족들에게 1억 다르크라고 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거금이 지급 되었다. 물론 부모님에게는 엘레비아 아네스 린제이 타르고가 에이센군으로 투항하면서 파츠 베이스의 군사 기밀을 팔아넘긴 대가라고 알려 주고 있다. 그 돈을 전해 주도록 부탁한 것은 엘레비아 자신이다. 에이센에 투항하여 군사 기밀을 넘기면 부모님에게 1억 다르크를 전해 주라고 신신 당부했고 자신들은 그 약속을 지켰다며 이제 엘레비아가 다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도록 거짓말을 했다.
부모님은 고향을 떠나 다른 곳에 가서 집을 사서 엘레비아가 준 1억 다르크로 생활하고 있다. 그 1억 다르크라는 것이 부모님이 남아 있는 여생 동안 매일 흔전만전 돈을 써도 다 쓰지 못할 정도의 거금이다. 그 돈이 그냥 주어진 것은 아니다 엘레비아의 몸값이며 이제는 크라우프의 소유가 되어 버린 그녀의 인생을 대신할 돈이다. 그 돈의 무게에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많이 무거워 졌다.
‘돈 값은 해야 겠지.’
잠시 10년 전 자신이 이런 처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나 싶어 묵묵히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과거 그녀는 파츠 베이스 군인으로서 에이센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내거나 그렇지 않으면 수없이 사라져간 동료들처럼 자신도 그렇게 전쟁터 속에서 사라져 버릴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적으로서 싸웠던 크라우프의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마음만 가득했다.
‘모르겠다. 젠장!’
잠시 고개를 저은 티아라는 잘 지낸다는 부모님의 편지 말미에는 엘레비아를 걱정하는 내용이 가득함이 마음을 차갑게 내리 눌렀다.
[······네가 어떻게 지내고 있든 지금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든 우리는 네가 무사하기를 늘 기도하며 잠자리에 든단다. 엘레비아 아니 지금은 어떤 이름이 되었을지 몰라도 지고신의 빛이 너와 함께 하기를 바란다.]
“지고신의 빛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지고신의 빛이······”
티아라는 몇 번이나 마지막 구절을 되새긴 후 슬며시 눈가를 적셨다. 하지만 굳이 감정에 젖어 버려 눈물을 흘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다만 지금은 자신의 현실에 충실해서 그것에 만족해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티아라가 할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으로 이해했다.
‘내 삶이라······’
문득 에이린이나 아세라 그리고 시에나처럼 크라우프의 아이를 갖게 된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의구심과 걱정이 함께 일어났다. 그는 분명 엘레비아든 티아라든 아이를 낳아 주기를 바라고 있다. 단순하게 성욕을 해소하는 물건으로서 취급될 것 같아 무척이나 괴롭고 죽고 싶은 생각이 앞섰었다. 하지만 크라우프는 지금 자신을 필요로 하고 있고 진심으로 원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자신은 티아라가 되는 것이다. 엘레비아로서의 자신을 내버리도록 강요하지는 않지만 지금 티아라는 다시 엘레비아가 될 수 없다. 엘레비아이면서도 동시에 티아라인 자신에 대해서 어느 것이 진정한 자신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때 디네스가 들어오려는지 한 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티아라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편지를 접어 개인용 서랍에 집어넣어 두었다.
잠시 뒤 디네스는 하품을 하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냥 열고 들어와도 될 것이지만 자신이 들어온다고 한 번 가볍게 문을 두드리는 배려가 무척이나 고마웠다.
“밥 잘 먹고 왔어?”
티아라가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물으니 디네스는 빙긋 웃으며 치아에 낀 것이 많다며 사물함에서 칫솔과 치약을 꺼내 든 후 종종 걸음으로 세면장 쪽으로 향했다.
디네스의 무심한 듯한 모습에서 티아라는 퍼뜩 깨달아 지는 것이 있었다. 엘레비아든 티아라든 지금 자신은 이곳에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현실이다.
에르바 행성계로 복귀하는 시간 잠시간의 여유 속에서 15시 10분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이 빛과 신의 그림자라고 하는 에르바 행성계에 대한 공격 작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는 정보를 카레나로부터 제공 받아 읽어 보고 있는 크라우프는 묵묵히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번 전쟁이 끝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 안타깝다. 이번 전쟁 과 다시 에르바를 두고 벌이게 될 전쟁 그리고 그 다음으로 이어질 전쟁을 생각한다면, 아참! 그러고 보면 큰 흐름의 전쟁은 세 번 정도면 끝이 나겠군.”
어깨를 들썩이며 씁쓸한 생각이 든 크라우프는 자신의 사물함을 뒤져 한 장의 사진을 꺼내 들었다. 아세라가 보내 준 호노리아의 얼굴이 담겨 있는 사진이었다. 크라우프 자신과 아세라가 빚어낸 작품을 물끄러미 내려 보고 있던 그는 살짝 눈을 내리 깔았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 이렇게 딸애의 사진을 펼쳐 보면서 한숨을 짓고 있는 자신이 어딘지 모르게 너무나도 어색하게 생각 되었다. 바로 그때 인터폰이 울렸다. 받아보니 클로리사 발라트 대위로부터 다이레아가 찾아왔다는 보고다.
“어서 들어오라고 해!”
인터폰을 끊은 그는 다이레아가 안으로 들어서자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작전 관계 서류입니다.”
그녀가 결재 서류를 내밀자 크라우프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까다롭게 검토해 보지 않고 즉석에서 사인을 슥슥 해 주었다. 보지도 않고 결재를 해 줄 만큼 그만큼 다이레아를 믿고 있기 때문에 굳이 까다롭게 굴 필요는 없었다.
“무슨 사진입니까?”
서류의 결재를 받아든 다이레아가 크라우프가 아직 다른 곳에 두지 않은 사진을 물었고 그는 묵묵히 그것을 건네주었다.
“와! 예뻐라! 마치 모델처럼 나왔네요? 호노리아 인 것 같네요.”
꾸며진 것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온 감탄사를 내뱉은 다이레아가 단 번에 호노리아를 알아 보자 크라우프는 이상하게 기분이 흡족해져 애가 벌써부터 기사로서의 재능을 나타내 주고 있어서 기엽란 황후가 직접 호노리아를 데려와 가르치고 있다고 아세라가 설명해 주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다이레아는 그런 것 보다 이렇게 예쁜 딸애의 사진을 아직까지 자신에게 보여 주지 않았냐고 화를 냈다.
“아! 미안······조만 간 보여 줄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미안해!”
애써 변명을 했지만 다이레아는 그를 신경쓰지 않고 호노리아가 너무 귀엽다면서 사진의 볼에다가 입술을 맞추어 주면 평소에는 전혀 볼 수 없는 눈길로 자신의 아이를 보듯 한참 동안이나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것 때문에 크라우프는 어딘지 모르게 질투심인지 아니면 그의 좁은 생각 때문인지 장난스레 말을 건넸다.
“이대로 크면 남자 여럿 좀 후려 줄 것 같지 않아?”
마치 호노리아의 두고 아무 상관없는 아이 대하듯 말을 하고 있는 크라우프에게 듣고 있던 다이레아가 눈을 흘기며 크게 목소리를 높였다.
“아무리 그래도 딸애한테 그럼 못된 말이 어디 있어요? 너무 해요 진짜!”
크라우프의 앞에서 이렇게 거의 화를 내지 않는 그녀가 불쾌한 듯 소리를 지르자 그는 곧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용서를 구했다.
“미안해. 그런 뜻이 아니었어. 솔직히 내 딸이지만 너무 예뻐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