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83
그녀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수송기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잠시 고개를 돌려 조용히 지고 있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붉은 노을이 지고 있었지만 그녀는 결코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다.
21시 40분 어스름하게 해가 지고 있었다. 멜리사 코벨중령은 자신의 지휘아래 엠더광산에 대한 대규모 포격이 계속되고 있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서 끝을 내야 하는데······”
코벨중령으로서는 초조하기 이를데 없는 일이었다. 뜻밖에도 파츠 베이스군의 저항이 매우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작전이다. 이번 작전만 제대로 성사시킨다면······’
조급한 기분이 들었다. 지난 번 다이아몬드광산에서의 실패도 만회하고, 이 기회에 대령 승진도 생각하고 있는 그녀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침착하라고 스스로에게 당부하고 있었지만 자꾸 성급해지려 하고 있었다.
그녀는 파츠 베이스군의 지상 전함에서의 대지 포격이 사령부로 사용하고 있는 지상전함 근처까지 떨어져서 일어난 충격에 잠시 몸이 크게 흔들렸다. 적의 강력한 저항에 지휘부에서 대기하고 있던 예비부대의 투입 시기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초조함이 점점 더해지고 있었다.
광산지대에 남아 있는 적은 최후의 저항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저녁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코벨중령은 당번병이 가져다준 오렌지를 한입 베어물었다. 맛도 제대로 느낄 사이도 없이, 파츠 베이스군의 격렬한 저항에 공격의 선두에 섰던 바리스타 3대가 거의 동시에 피격되어 파괴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저런!”
그녀는 자신이 너무 흥분해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신을 진정시키려 했다. 적들은 강력한 종심방어 진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생각외로 잔류하고 있던 병력이 많아 최전선에 구축된 방어진지가 파괴당하면 곧바로 새로운 곳에 다른 진지를 구축해, 포격과 돌입을 거듭하고 있는 에이센군의 진격을 교묘히 막아내고 있었다.
“대단합니다. 흡!”
중령의 옆에 서 있던 참모들 중 한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적이지만 너무나도 훌륭하게 저항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황급히 자신의 발언에 당황했지만 중령은 별다른 반응없이 전황을 주시했다. 파츠 베이스군의 강력한 저항을 지켜보면서, 그녀는 그것이 적의 최후의 발악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형적으로 아군이 불리하다. 이런 불리함을 화력으로 압도하려 했지만 적의 저항 의지가 생각외로 강력한 것 같다.”
각지에서 수집된 정보에 의하면 가빈에서 대규모의 수송기들이 만드레일쪽으로 진행중에 있다고 했다. 이들에 대해서는 다이아몬드 광산지대와 렘셰이드기지에 거점을 둔 요격기들이 상대하기로 되어 있었다.
이번 작전을 위해 특히 신경을 쓴 것이 제공권이었다. 적은 긴급히 수송기를 통해서 병력을 증원하려 할 것인데, 이들 수송기에 직접 위협을 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적은 증원을 망설이게 될 것이고, 엠더에 대한 공격도 좀더 원활히 끝나게 될 것이었다. 물론 적의 증원이 있기전에 엠더를 덜어뜨리는 것이 더욱 좋았다. 그렇지만 엠더광산지대가 예상보다 쉽게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현재 적의 저항을 무너뜨리기 위해 파상공격을 가하고 있었지만, 파츠 베이스군은 공격하는 에이센군의 전사자만 계속 증가시켜 주고 있었다.
“포격을 더 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참모들은 현재의 적의 저항이 아직 완강하기 때문에 대지포격을 더 퍼부어 저항을 최대한 약화시킬때까지 병력의 투입을 미루자고 제안해 왔다.
“그게 좋겠군. 일단 병력을 철수시키게!”
그녀의 결정으로 최전선으로 투입되기 위해 준비되고 있던 바리스타 중대는 한숨을 돌리게 되었고, 다시금 광산을 향해 어마어마한 양의 대지포탄들이 쏟아져 들어갔다.
날이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지만 포격은 끝날줄 몰랐다. 마치 엠더광산이라고 하는 것을 완전히 이 지상에서 없애 버릴려는 듯 계속하여 포탄을 쏟아 부었다.
이 작전을 지휘하고 있던 코벨중령도 이렇게 해야하는 자신에 대해서 깊은 회의감이 들었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냐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는······’
자신의 선택에 결코 후회를 한적은 없었다. 전투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서자 그녀는 사관전용의 휴게실로 들어가 소파에 길게 몸을 뉘였다. 아직 전투가 종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잠을 청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두눈을 감고 생각에 빠져 들었다.
코벨중령은 21살 때 첫번째 남편을 만났었다. 그리고 만난지 보름만에 결혼을 했다. 주위에서는 너무 빨리 결혼을 결정한 것이라고 다들 말렸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고집대로 결혼식을 올렸다. 그때에는 결혼생활이 꿈결같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졌었다. 처음에는 시내에서 작은 임대 아파트에 보금자리를 열었다. 그래도 행복했다. 원하던 아이도 결혼하고 2달만에 라디아를 가짐으로서 이룰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남편은 가진 것 하나 없던 빈털터리였었다. 하지만 코벨중령은 그 자신이 선택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려고 했었다. 그는 타고난 무능함과 게으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단 하나. 여자를 꾀는 재주는 아주 뛰어났다.
코벨은 임신을 하게되었지만 임신휴가 전까지 부대에 들어가 있어야 했기 때문에 집에 붙어 있을 수 없었다.
남편은 하루종일 무료하게 보내다가 어느날 들른 미용실의 미용사를 사귀게 되었고, 매일 코벨이 출근하고 나면 그녀를 불러 자신의 집에서 정사를 벌이곤 했다. 그 미용사조차 자신의 일터로 나가는 시간이 되면, 그는 앞집에서 남편이 출근한 후 홀로 집에 남아 있던 30대 초반의 여자를 유혹해 그녀와 침대위에서 시간을 보냈었다. 우연하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코벨이 라디아를 낳고 육아휴가를 받아 집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다른 여자를 만날 때 자신과 이혼하겠다고 했었는지, 남편에게 그 두 사람이외에도 많은 여자들이 달려와 이혼할 것을 종용해 왔다. 결국에 어떻게 이혼했는지 모른다. 모두 떠나고 모든것을 잃어 버린 자신에게 남아 있던것은 라디아라고 갓난아이였을 뿐이다. 그녀는 철저하게 속고 버림받은 그런 처량한 여자가 되어 버렸다. 더욱이 딸이라는 하나의 족쇄까지 채워져 버렸으니 인생이 불쌍하다고 동료들이 얼마나 동정을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동료들조차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피우더니 꼴좋게 되었다고 뒤에서 수근대었다.
사실 그 애를 버리려고 얼마나 생각했고 시도했는지 모른다. 자신이 경제력이 있는 군인이 아니었다면 결코 라디아를 키워내지 못했을 것이다.
잠시 잠이 들었던 코벨중령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잠시 멍하니 앉아있다 정신을 차린 중령은 지휘통제실로 향했다. 다시 실내로 들어선 코벨중령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엠더광산이 쏟아지는 포격에 지형이 크게 변해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런 작은 광산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이곳에서 죽어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작은 광산은 어떤 의미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병사들이 생각을 가지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지만 코벨중령은 현재 이들을 모두 통솔해야 하는 지휘관이었다. 이런 의미없어 보이는 전투가 자신은 물론, 자신을 믿고 따라주는 부하들의 목숨을 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도 미처 끝맺을 틈도 없이, 파츠 베이스군이 쏟아지는 포격을 뚫고 역으로 반격을 가해오는 것이 포착되었다.
“뭐야? 적이 반격을 가해왔다고?”
참모들이 깜짝 놀라면서 탄착지대 안으로 전진해 들어오는 파츠 베이스군의 행동에 당황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들이야? 도대체?”
참모들은 이런 전술은 처음 본다고 하기도 하고, 적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하기도 하면서 우왕자왕했다. 이것들을 지켜보고 있던 코벨중령이 목소리를 높였다.
“다들 조용히해! 여기가 무슨 유치원인줄 아나?”
그녀의 외침에 머쓱해진 참모들은 모두 코벨중령만 바라보았다. 그녀는 차분하게 목소리를 이었다.
“파츠 베이스군은 아군의 대지포격을 견뎌내기 위한 최후의 방법으로 전진공세를 택한 것이다. 물론 전멸당할 각오를 했을 것이다. 아마 하나라도 적을 줄이기 위해서 겠지······어리석은 선택이지만 그것에 장단을 맞춰줄 필요는 없다! 그러니 함부로 맞서 싸우지 말고 최전선 부대에 물러서도록 지시해라!”
듣고있던 참모들 중에서 그렇게 하면 아군의 전선이 무너진다고 걱정을 했다.
“물론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적이 무모하게 광산지대 밖으로 나온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만들 절호의 기회다!”
즉각 지휘부에서 전력 투입의 기회를 노리고 있던 예비부대에 출격태세를 갖추도록 지시했다. 그녀는 당황하는 참모들에게 전방부대에서의 약간의 손실을 각오하더라도 밖으로 나온 적이 한계점에 도달했을 때, 새로 투입된 예비부대가 강하게 공격한다면 적은 퇴각할 것이고, 이때 퇴각하는 적을 쫓는다면 아군부대를 광산지대 내부로 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 온다고 했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자칫하다가는 후퇴하는 아군부대가 파츠 베이스군에게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었다.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하는 것이었지만, 적이 쏟아지는 대지포격을 견디지 못하고 맞서 나왔다 하는 것은 그 만큼 절박함을 반영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그녀는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파츠 베이스군은 봇물이 터지듯이 쏟아져 나오며 최전선에서 공격중에 있던 에이센군 바리스타에게 닥치는 대로 빔을 퍼부어대었다. 적과 아군의 간격이 좁아지게 되자 아군이 맞을까 우려한 지휘부가 포격의 중단을 지시했고, 곧 하늘 가득히 쏟아지던 포격도 중단되었다.
코벨중령은 작전참모에게 후퇴해오는 아군의 재편을 지시하고, 기회를 포착하려 전투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파츠 베이스군의 반격이 만만치 않아 예비부대의 투입 타이밍을 좀처럼 포착할 수 없었다. 적의 공세는 예상외로 격렬했고, 후퇴하던 최전선부대가 의외로 쉽게 무너져 내려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증원을 요청하는 최전선부대에 후퇴해서 부대를 재편하라는 지시만 내리고 있었다.
23시 10분 드디어 파츠 베이스군의 공격이 차츰 둔화되었다. 이때를 노린 중령은 즉각 예비부대의 투입을 지시했다.
16일 01시 20분 광산지대 외부에서 격한 전투가 벌어졌다. 단 10분만에 에이센과 파츠 베이스군 모두 엠더광산지대로 돌입하는 길목에서 약 60대 이상의 바리스타를 잃는 격전이 벌어졌다. 그렇지만 02시 정각 에이센군은 파츠 베이스군의 저지선을 돌파하고 엠더광산내부로 병력을 진입시키는데 성공했다. 코벨중령은 계속해서 병력을 투입하도록 지시하면서 이제 승리했다는 확신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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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전투는 어려워…도대체 얼마나 많이 수정했는지…ㅡ_ㅡ;
작가넘과 지도까지 그려가며 전투상황을 토론(?) 했습니다…
역시…나오는 결론…”쪽수 많은 쪽이 이긴다!!”…
저와 작가의 그림실력이 ‘형편없음!’ 이므로 그림을 올려달라는 요청이 없기를…(진짜!!)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09
100회 맞이 제목 대 변경!!!!!!! ^_^/
죄송합니다…좀 늦었습니다…회식땜시…현재 술먹음…취하진 않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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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6일 09시 20분 아직도 지난 달 에이센군의 기습에 파괴된 상처의 모습이 곳곳에 남아있는 셰어필드기지에서 2시간 전 엠더광산이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엘레비아는 침통한 기분에 빠졌다.
“이런!”
에이센군은 14일 19시 30분부터 공격을 시작해서, 16일 07시 20분까지 격렬한 전투를 통해 엠더광산을 함락시켰다고 했다. 동행한 종군기자단에서 촬영되어 아침뉴스로 보여지고 있는 뉴스영상에서는 엠더에서 파츠 베이스군 약 3천명 이상을 포로로 잡았다면서 이들에 대한 영상을 내보내 주고 있었다.
양손을 머리 위로 들고 줄을 이어 엠더광산에서 끌려 나오고 있는 아군 병사들의 모습이 차례대로 방영되었다.
“어떻게 되려는지······”
물론 다른 파츠 베이스 병사들은 에이센군에 아군이 저렇게 포로가 되어 끌려가 버린다는 말에 크게 분개하면서 당장에 출격해서 에이센군을 끝장내 버리자고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그렇지만 엘레비아는 이제 엠더를 빼앗겼으니 셰어필드에서 철수해야 할 때라는 생각을 했다. 셰어필드에 강하해 부대를 정비하기 시작했지만 자신들이 구원하려 했던 엠더는 이미 에이센군의 손에 떨어져 버렸다. 자신들은 이미 엠더를 구원할 기회를 잃었고, 세어필드기지가 받은 피해도 아직 복구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지사령관 다니엘 카이저대좌는 즉각 세어필드기지에 대한 방어를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셰어필드에 본래 배치되어 있던 병력들과 엠더광산을 지원하기위해 도착한 부대들을 합한다면 충분하게 방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때문이었다.
졸지에 기지 수비대가 되어 버린 엘레비아는 그녀 자신의 불안함을 억누르며, 중대장으로서 신병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엠더는 시간이 부족해서 빼앗긴 것 뿐이고 셰어필드기지는 철저히 방어하면 충분하게 견딜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그런 말을 하면서 기지사령관 카이저대좌의 지시에 철저하게 따르자고 했다.
“타르고중위님!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렇게 병사들을 안심시키고 있었지만, 엠더광산이 함락되었다면 에이센군이 전력을 재정비해서 셰어필드기지까지 곧바로 쳐 내려올 것이라고 다들 불안해 했다.
카이저대좌는 매우 기민하게 움직였다. 기지 주변이 구릉지대라는 것을 감안해 집결한 병력들과 바리스타부대를 5개로 나누어 정면과 좌우에 각각 1개 부대씩 배치 시키고, 셰어필드기지에 2개 부대를 예비대로서 배치시키면서 견고하게 방어 진지를 구축하도록 했다.
점심식사 시간이 되기 전 엘레비아가 속해 있는 아르코대위의 대대는 셰어필드기지의 서쪽 방향을 수비하기 위해 기지에서 출격했다.
엘레비아는 조용히 자신의 바리스타들을 움직이고 있는 대대원들을 한번 돌아 보았다. 부하들 모두 아무 말도 없었다. 지휘통제를 하는 야전헌병들의 신호에 맞춰 모두들 묵묵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들 사이에 깃들어 있는 강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모두들······’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에이센군들은 엄청난 화력을 쏟아 부어 엠더를 점령한 것이다. 이들에게 어느정도의 병력손실이 큰 타격인지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망할······’
이상태로 간다면 자신이 장렬히 전사해 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차라리 전사하는 편이 휠씬 나은 것이다. 포로가 된다면 온갖 험한 일은 다 당한다고 했다.
에이센놈들은 3번에 걸친 로이드강화 조약에서 자신들에게 분명 현 점령지에 대한 파츠 베이스의 지배권을 인정한다고 선언해 놓고도 아직까지도 반란군 취급을 하고 있었다. 국법상 에이센의 황제에 반역을 일으킨 반란자들에게는 인권 같은 것은 없었다. 인권이나 법 등 그런 것은 아예 무시되어 버린다. 에이센군 병사들은 자신들에게 무슨 짓을 해도 죄가 되지 않았다. 망할놈의 황제에게 반역을 한 놈들이니 지켜줘야 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다.
만약 엘레비아 자신이 포로가 되어 그런 짓을 당하게 될 것이라면 혀라도 깨물어 버리고 먼저 죽어버릴 생각이었다.
다른 여자들은 남자도 쉽게 사귀곤 했지만 엘레비아 자신은 그렇지 못했다. 아니 본인이 별로 사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이런 이유때문에 혹시 레즈비언이 아니냐는 소문이 나기도 했었다. 여자들도 자신보고 동성애자냐고 넌지시 묻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엘레비아는 결코 자신이 동성애자는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남자가 싫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단지 섹스만 하기 위해서 다가오는 사람에게 더 할 수 없는 혐오감만 들었다.
그녀의 친구들 중에서 거리낌없이 남자와 잠자리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엘레비아는 그렇게 하고싶지 않았다. 별로 그런 것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다른 친구들이 자신의 애인들이나 사귀는 남자와 섹스를 할때의 좋은 기분들이나, 어떻게 만나게 되고 남자가 자신에게 접근해 올때의 그런 말들을 듣는 것도 좋아했다. 그리고 그렇게 쉽게 남자들과 친해 질 수 있는 친구들이 존경스럽기도 했었다.
자신에게 접근해 오는 남자들 대부분이 단지 자신과 조금 친해져서 침대속까지 함께 들어오고자 할 뿐이었다. 서로 만남을 가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그러고 나면 자연스럽게 그런 일도 허락해 줄 수 있을 것이고 아니 오히려 자신이 원할지 모를 일이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남자를 만나지 못했다. 거의 대부분이 단지 자신의 몸만을 원할 뿐이었다.
‘짜증나는군······’
군대에서 영웅이 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지금도 수많은 파츠 베이스군의 바리스타 파일럿들 중 한사람일 뿐이었다. 지금 맡고있는 중대장이라는 지위도 같은 계급에 같은 직책을 맡고있는 사람들은 셀수도 없이 많았다. 엘레비아는 그런 수많은 사람들 중 한 사람일 뿐이다.
기간을 채워서 제대를 하고, 다른 사회생활도 해보고, 지금까지 자신에게 접근해 왔던 남자들보다 휠씬 정직하고 다정한 사람을 만나서 연애도 하고, 가정도 꾸리고, 아이도 낳고 싶었다. 이런곳에서 죽고싶은 생각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죽고 싶은 생각은 없어······’
이런 생각들이 그녀 자신을 지탱해 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쟁터에서 죽지 않으려면 그만큼 실력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실력이라······조금 우습게 느껴지는데?’
몇 번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그런 다음에 짧게 숨을 들어 마셨을때 아랫배가 조금씩 아파왔다. 생리때문일 것이다. 진통제를 먹어둬야 하는데 깜빡 했다. 생리가 불규칙한 것은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 때문인지 불규칙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제길······여자로 태어나서 이 고생이야.’
하지만 이런 때를 제외하고는 여자로 태어난 것에 대해 후회해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께 진정으로 감사할 뿐이었다.
그러고보니 여동생인 세라핀이 군에 들어가게 될 것 같다는 편지를 받았었다. 이제 세라도 징집연령이 다가온 것이다. 아마도 올해가 아니면 내년쯤에 징집될 것이라고 했다. 보병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쉽지 않을 것이다.
비록 친오빠가 해군대좌고 언니가 중위계급장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것 때문에 병역에 혜택이 돌아가지는 않는다.
국가와 황실에 대한 신뢰의 문제 때문에 파츠 베이스나 에이센 모두 징집병제를 운영하면서 공평하게 징집을 실행하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었다. 어떤 집안의 자제든지 공정하게 평가를 받고 판정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었다.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최전선에 나와 싸워 죽는 사람들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권력자들이 이런것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지만, 적어도 양국가 모두 표면적으로는 징집에 관한 잡음은 표출되고 있지 않았다.
‘보병이라······’
파츠 베이스나 에이센이나 똑 같이 보병을 전력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파츠 베이스도 에이센과 마찬가지로 보병사단이 편성되어 있었는데, 대부분이 실제적인 군전투력에 도움이 되지 않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거나, 병역면제는 어렵지만 잃어서는 안되는 사회의 재원들을 위해서 혜택을 주는 것이 보병이었다.
다른 병과는 근무도 힘들고 훈련도 매우 고된편이지만, 보병은 6주간의 기본 군사훈련만 마치면 남은 기간동안 시설경비나 순찰을 돌며 보내게 되고, 행성 내부에서 대규모의 재난이 발생하게 되면 이에 대한 구난요원으로 투입될 뿐이었다.
보병들에게는 통상적으로 화약총이 지급되었다. 이 당시에 빔 병기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었지만, 에이센의 전통대로 우주공간에서의 군대만 빔병기를 소지할 수 있는 제도를 똑같이 답습하고 있었다.
빔병기를 가진 보병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화약총을 사용했다. 이것은 행성내부에서 반란이나 소요사태가 벌어졌을시에의 진압의 용이함도 있겠지만, 개발 초기에 에너지 캡슐을 사용하는 병기가 자주 사고를 일으킨 것도 한가지 원인이었다.
지상기지에서 여러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는 에너지캡슐탄을 보관하다가 관리 부실로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그런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기술이 발달되어 있지만, 현재까지도 보병들에게 지급되는 병기는 화약을 추진제로 사용하는 유질량탄 소총이었다. 이것은 어찌보면 보병에 대한 투자가 지극히 미흡했던 결과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지상전투를 특수전 부대인 강습해병이나 공간기갑병 만으로 해결 할 수 있다고 여기게 된 나머지, 이들의 장비에 대한 개량은 이루어 졌지만 보병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미흡해져 버린 탓도 있었다.
그렇지만 화약총의 위력과 함께 보병의 위력을 증명해 보인 일이 있었다. 제 1차 독립전쟁때 에이센군이 하만 바이파에 강하해 강습해병과 공간기갑병을 투입하여 도시를 수비하고 있던 파츠 베이스의 예비군사단을 공격했던 때였다. 길어야 일주일이면 끝이날 것이라고 전황을 낙관했던 에이센군은 격한 시가전 끝에 구식무기로 무장한 예비군사단에 패해서 물러났던 것이다. 비록 피해는 많았지만 구식무기를 가진 예비군사단이 최신예 장비를 갖춘 에이센군을 시가전에서 물러나게 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하지만 현재의 보병들의 대부분은 당장 최전선에서 활용되기에 부족한 사람들이 들어가게 되는 일명 쓰레기 처리장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보병에 지원하는 남자들은 너무 허약한 체질이나 어디 상태가 않좋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여자는 마찬가지로 약골과 전투병과에서 일을 하기에 체구가 너무 작은 사람들로 구성되기 마련이었다. 보병들이 정렬을 하면 정말로 우습다고 한다. 그래도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니 열을 맞춰 서 있는데도, 어떤 사람은 너무 마르고, 또 어떤 이는 너무 뚱뚱하고, 너무 작아 아이 같은 사람도 있고, 신체의 어느 부분이 아픈 사람들로 구성되어 버려 제대로 된 군대같은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쓰레기 처리장인가?’
문득 우습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사회적으로 어디 부족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무릅쓰고서라도 보병을 가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죽을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기때문일 것이다.
‘세라는 보병이 되어야 할 텐데······’
보병에 대한 인식이 않좋기는 엘레비아도 마찬가지 였다. 하지만 언니로서 당연하게 동생이 위험한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지원하더라도 떨어질 것이 뻔했다. 떨어지는 이유가 너무 건강해서라고 한다며 어떤 기분이 들까 싶었다. 실제로 지원하는 보병들에게 불합격과 합격을 판정하는 군의관들의 말이 이와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