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85
다이레아는 갑자기 부럽다는 말을 했다.
“왜?”
뻔한 질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조금 뒤로 젖히면서
“제가 처음 만났던 남자가 소령님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서요······”
후회의 말과 함께 진실이 담겨 있었다. 처음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는 자신같은 여자들에게 자신만을 위해 헌신하도록 만들었고, 그런 헌신하는 마음을 이용하여 매춘으로 몰아넣어 버렸다. 그때부터인가 그녀는 자신의 삶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아니 마음껏 자신을 타락시키는 것만이 자신의 삶에 대한 살아 있다는 증거를 느끼는 수단이었는지 모른다.
이렇게 크라우프와 함께 있게 되니 문득 그가 자신과 함께 해주었으면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껏 자신에게 다가왔던 사람들 대부분 자신을 다이레아가 아닌 단순한 섹스의 상대로만 여기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의 평판이란 중요한 것이다. 처음 쉽게 몸을 허락했기 때문이었는지, 그 상대의 친구들이 호기심에 다가왔었다. 싫다고 거절했었다. 하지만 당장에 기지에서 돈을 받고 몸을 판다고 소문내 버리겠다고 위협했다. 그 다음부터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남자란 다 그런 족속들이었다. 단지 여자란 존재는 섹스할 때 이외에는 아무 존재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욕망의 분출도구가 아닌 다이레아 그 자신이었다. 한껏 비참해 졌을때 이런 비참함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렇지만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많은 남자들은 자신에게 출세의 기회나 잘보이도록 해주겠다고 하면서 몸을 요구해 왔다. 이런 행동 때문에 여자들은 자신을 무척 좋지않게 보게 되었다. 따지고보면 자기는 마음에 맞는 사람과 한번도 섹스를 하지 않았나 싶었다. 아니 결혼한 사람도 집에 돌아가면 남편과 잠자리를 함께 한다. 그녀들도 자신의 반려에겐 창녀같이 행동할 것이다. 이렇게 다이레아는 짐승같이 자신의 욕망만 채우려 드는 남자는 물론, 겉으로는 자신을 험담하면서도 뒤로는 자신들이 경멸한다는 행동과 똑같은 짓을 해대는 많은 여자들도 경멸했다.
하지만 다이레아는 그런 사람들이 너무나도 부럽다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했다. 집에 돌아면 남편이 맞아주고, 있고 아내가 맞아주고, 유아원에 맡겨진 아이들이 엄마나 아빠를 부르며 달려와 안기는 모습을 볼 때, 그녀 자신 또한 저런 모습이 되고 싶었다.
그런 부러움 때문인지 자신의 삶에 대한 가치가 너무 허망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자신의 삶의 비참함과 잘못됨을 자신의 아이가 똑같이 이어받게 되어 버릴까 하는 두려움이 자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니 크라우프에게 문득 내뱉은 말은 이런 자신의 삶과 걱정을 털어놓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사랑이나······남을 믿는 것이나······다 부질없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제 대규모의 전쟁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인지 아니면 지난 자신의 삶에 대한 후회인지는 몰랐지만, 한모금 깊게 빨아 내뱉는 담배연기 만큼이나 돌아보면 후회만 남는 시간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크라우프는 조금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사람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의 그런 종류일 것이라고 치부했었다. 시에나라고 하는 결혼도 약속한 여자도 있는데 다른 여자에게 당당히 몸을 요구했었다. 어찌보면 무척 솔직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 생각해보니 그때 그가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자신이 더이상 나쁜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감싸주기 위함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인이 있는 남자와 사귀는 것이 마약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는 것보다 훨씬 나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본다면 처음으로 자신을 다이레아로 보아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을 낳아 주었던 친부모님이 이혼한 후 어머니가 재혼하게 되었을 때, 불안했던 다이레아의 마음을 보듬어 주었던 것이 친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언제나 어머니와의 기분좋은 추억을 간직하면서 언젠가 반드시 이전의 관계를 회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셨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에게 어머니의 재혼은 큰 충격이었음에 분명했다. 이제는 다시 어머니와 함께 할 수 없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았다. 그래서인가 처녀적 어머니를 꼭 빼닮은 자신의 친딸을 가져 버리겠다고 결심해 버렸을지 모른다. 이것은 다이레아에게 너무나도 큰 고통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와의 생활은 그녀에겐 너무 커다란 충격이었다. 자신이 믿었던 모든 생활이 무너지는 것에 위기를 느낀 그녀는 이 모든 부조리에서 벗어나 버리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녀가 집을 나와 거리를 방황하고 있을때 자신에게 다가온 것은 또 한번의 사랑이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열과 성을 다하던 남자의 이면은 이제까지 자신이 옳다고 굳게 믿어왔던 모든 것에 대한 절망을 주었다. 그는 그녀를 창녀로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아무 생각없이 마약을 하고 아무하고나 놀고, 그렇게 생활했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조금이나마 자신의 삶에 대한 자신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전쟁 중에 겨우 참아왔던 그녀의 내면을 크라우프에게 들켜 버렸다는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이렇게 같이 앉아있게 되니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라우프는 이제껏 자신이 겪어온 사람들과는 다르게 자신에게 다가와 주었다. 그는 자신을 동료로서, 아니 한명의 여성으로서 염려해 주었던 것이다.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던 다이레아는 조용히 일어서서 대기실의 문을 닫았다. 아직 모두들 잠들어 있을 시간이었다. 크라우프는 아무말 없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문을 걸어 잠그고 그의 옆자리에 와 앉았다. 두 사람은 아무말도 없었다.
다이레아는 이제껏 수많은 남자와 이런 자리를 가졌었다. 그녀가 대기실의 문을 잠갔을 때 이제는 둘만의 공간에 갇혀 버리게 된 것이다. 옆에 앉아있던 크라우프가 살며시 자신의 어깨를 감싸안아 왔을 때, 그녀도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금새 서로의 몸은 한치의 떨어짐도 없이 바짝 밀착되었다. 크라우프가 내쉬는 뜨거운 숨결이 조금씩 몸에 부딪쳐 올때 그녀는 긴장되었던 마음이 서서히 누그러 짐을 느꼈다.
“잠시만요······”
너무 긴장이 되어서인지 순간 숨이 탁 막혀왔다. 심장이 터질듯이 뛰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잠시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는 조용히 기다려 주었다. 다시 가슴을 진정시키고 크라우프와 키스했다. 매일같이 시에나에게 키스를 해주고 있는지 제법 잘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아무말 없이 부드러운 손길로 자신의 어깨와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다이레아는 잠시 숨을 깊게 들어마신 다음 서서히 고개를 아래쪽으로 숙여 내려갔다. 크라우프의 상의 단추를 하나씩 풀면서 입술로 그의 목과 가슴에 키스를 해 주었다. 그런 다음에 그의 아래쪽에 있는 또다른 그를 손으로 쓰다듬어 주면서 그것에다가 키스를 해주기 시작했다. 조금씩 크라우프도 그녀와 함께 환희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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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단은 15추….정도죠? ^_^; 아, 잘린 부분은 없었습니다…ㅋㅋㅋ
…음…수송기가 당체 얼마나 크길래 대기실이 몇개나 있는 것이냐? 하는 질문이 있을지 모르니…
크기는 현재 서방에서 운용중인 C-120이나 C-130정도의 자그마한(?) 것이 아닙니다…
자꾸 건담의 예를 들어서 조금 그렇지만, Z-Gundam에 나오는 ‘아우도믈라(맞나?)’ 정도의 크기입니다…
바리스타를 약 20대쯤 싣고 다닐 수있다고 설정해 놓았더군요….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11
100회 맞이 제목 대 변경!!!!!!! ^_^/
10월 18일의 아침이 밝았다. 셰어필드기지의 수비에 나서있던 엘레비아는 곤하게 잠들어 있다가 무엇인가에 놀란 사람처럼 눈을 번쩍 떴다. 얼굴과 목, 등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눈을 몇 번 깜빡인 후 몸을 일으켰다.
그녀 자신을 비롯한 많은 파일럿들이 임시로 만들어 놓은 막사에서 뒤엉켜 잠들어 있었다. 처음에는 남녀구분이 있었던 것 같았지만 깨어나 보니 어느사이 서로 뒤섞여 잠들어 있었다.
“죽겠군······”
기지에서 편하게 침대에서 잠을 자다가 이렇게 바닥에 침낭만 깔고 잠들게 되니 불편하다는 생각을 했다.
몸을 몇 번 움직여 굳은 부분을 푼 다음 밖으로 나왔다. 한번 잠에서 깨면 쉽게 잠들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잠들어 있는 사람들을 밟지않기 위해 조심했다. 임시막사는 바리스타로 구덩이를 파고 그 위에 군용천막을 덮어 씌운 것이었다. 주변에 몇 개 고정시켜 놓은 지주핀들을 한번 바라본 다음 밖에 나와 웅크리고 앉았다. 아직 잠이 덜깨었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그녀의 주변에는 바리스타들이 위장된 채로 대기하고 있었다. 엠더광산기지를 빼앗기고 난 후 셰어필드기지에 집결한 병력들 모두 기지방어에 나서고 있었다. 이곳 셰어필드기지마저 빼앗인다면 만드레일대륙에서 철수해야 할 상황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런 작은 토지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거야?’
문득 이런 작은 토지를 둘러싸고 전쟁을 벌이려는 자신들이나 에이센인들이나 우습게 느껴졌다. 파츠 베이스군인으로서라면 이런것을 생각해서는 안되었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전쟁이라는 생각을 지울수는 없었다.
‘의미가 없다.’
머리를 손으로 긁적이면서 잘 씻지 못해서 불결하다는 생각을 했다. 불쾌했다. 파일럿이라고 한다면 다른 병과보다 잘먹고 잘씻고 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이런 곳에서 더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고있는 파일럿슈트는 우주공간에서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데 절실한 것이지만, 이런 대기가 있는 중력하에서는 더위와 불쾌함만 줄 뿐이었다.
‘망할 놈의 규정.’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막사 근처에는 작은 구덩이를 파고 야전용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었다. 불결하고 냄새가 많이 나기 때문에 싫었지만 상황이 이러니 감수해야 했다. 안에는 뚜껑이 덮여 있는 변기가 3개 있고 그 주위에는 화장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잠시 그 안에 아래쪽에 천막 천이 깔려 있는 부분에 섰다. 주머니에서 포장을 뜯지 않은 패드를 꺼냈다.
화장실 안에 들어가서 파일럿슈트를 벗었다. 입고 있던 팬티를 내리고 그 안면에 붙어 있는 생리대를 떼었다. 뒤척이던 것 때문인지 조금 주위로 번져 있었다. 다행히 속옷에는 넘치지 않은 것 같았다. 군대 오기 전에 쓰던 싸구려는 생리때 넘치기도 해서 속옷이나 바지를 버리기도 했는데, 이에 비해 군용생리대는 효율을 강조해서인지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 여자가 군인의 절반을 차지하게 되니 이런것 때문에 전투력이 저하도록 하는 경우는 없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잠시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좋지 못했다. 자신이 여자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런 고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여자라는 것을 후회한적은 없었다.
부모님께 어차피 이렇게 태어났고 현재 자신은 이곳에 있었다. 다만 생리가 좀 불규칙해 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못했다. 화장지로 조금 넘친 부분을 닦아 낸 다음 패드를 새것으로 갈았다.
밖에 나오니 아르코대위가 서 있었다. 깜짝 놀라는 얼굴을 하자 그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그 모습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다리셨나요?”
엘레비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여자로 태어났으니 어쩔 수 없지 않겠나?”
그의 말에 엘레비아는 하핫 웃으며
“제가 여자라는 것을 후회한 적 없습니다. 저는 제가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정말로 즐거운 일인걸요?”
밝게 웃으면서 대답하는 말에 아르코대위는 미묘한 얼굴로 물었다.
“아이를 낳고 싶은 거야?”
“예! 물론이죠. 어릴적부터 내 아이를 꼭 가지고 싶었어요.”
마치 어린애의 얼굴을 하는 모습에 대위는 하핫 웃으면서 좋은 생각이라고 했다.
“결혼하려면 남자가 있어야 할 텐데, 아직 내가 알기로 변변한 남자도 없지 않나?”
“아직까지는 마음에 드는 남자가 없었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졌던 대위에 엘레비아는 여지없이 그의 기대를 무너 뜨리는 대답을 했다. 그는 잠깐의 기대를 가졌던 자신의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서 배가 아프다며 이만 실례하겠다고 한 다음 화장실 속으로 들어갔다.
엘레비아는 으쓱한 표정을 지으면서 머리를 손으로 긁적였다. 현재 공급되는 턱없이 부족한 물로는 자주 씻지 못하게 되니 기분이 좋지 못했다. 3, 4일 정도 후에야 지원차량들이 도착하게 된다고 했다. 적어도 샤워를 하고 제대로 씻기 위해서는 그정도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조용히 아직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풀밭을 지나갔다. 이곳은 그래도 풀들이 제법 많은 곳이다. 이곳에서 조금 더 멀리 위로 올라가면 이런 풀들이 조금씩 줄어어, 만드레일대륙의 중앙부분에서는 듬성듬성 풀과 나무들이 있을뿐 메말라 있는 토지가 있었다. 대륙 서북부에 남부고원지대에서 발원하는 비교적 유량이 풍부하다는 붉은 강이 있고 그 주변에만 일부 초목지대가 우거져 있을 뿐이다. 이곳이 전쟁터만 아니라면 붉은 강의 수자원을 이용해서 적어도 만드레일대륙의 절반 정도는 초지로 바뀌어 있을 것인데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에이센이나 우리가 이 만드레일을 완전히 자신들의 것으로 만든다면······그렇게 될까?’
그렇지만 자신들은 이곳을 개발할만한 자금이 부족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 만드레일대륙을 모두 점령한다해도 그 이전의 모습과 다름없을 것이다.
‘황폐해······’
대륙내부는 공식적으로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았다. 대부분 셈넬과 가빈으로 철수했기 때문이다. 이런 막대한 토지가 제대로만 개발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꿈과 희망을 안고 살아 갈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었을 것이다.
‘희망이라······나는 도대체 무엇을 가지고 있는 거지?’
그러고 보면 엘레비아 자신은 지금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 자신이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엘레비아는 그 무엇도 아니었다. 다시 막사쪽으로 걸어가는 자신이 어딘지 모르게 한심하다 싶었다. 지난번처럼 그 에이센의 파일럿녀석에게 철저하게 당해 버리기나 하고, 자신 때문에 많은 부하들이 죽었다. 자신은 지휘관으로서는 실격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그런 것일까?’
그 에이센의 크라우프인가 하는 파일럿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할지 모른다. 언제 기회만 제대로 된다면 깊게 대화를 나누어 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대화라······’
그렇게 생각을 하니 갑자기 우스웠다. 아마 그 녀석 프로스베인전투 때 기회만 닿았다면 자신을 강간했을지 모른다. 좁다른 콕핏속에서 권총을 들이댄 채로 말이다. 그런 짓을 당한다면 아마도 혀라도 깨물어 버릴 것이다.
‘망할!’
막사 안에 다시 들어갈 생각을 하다가 그 옆에 있는 풀밭에 앉았다.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못했다. 남자들이 얼마나 여자를 함부로 보기에 여자라는 존재를 단지 섹스의 대상이외에는 보지 않나 싶었다.
자신에게 다가온 사람들 대부분이 그러했다. 그렇다고 해서 엘레비아 자신이 그런 행위에 대해 불결하다거나 불쾌하게 여기지는 않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만이 전부인 남자들에게는 혐오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남자와 관계를 가진 경험이 있는 친구들의 말도 자주 들었지만, 자신이 막상 괜찮은 남자를 만나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다.
단지 섹스때문만은 아니었다. 엘레비아는 자신을 깊이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직 없었다고 생각했다. 아직 자신은 19살이었다. 보통 여자들이 결혼을 하는 27, 8세 까지는 10년 정도는 남아 있었다. 그 사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들 중에서 괜찮은 사람 골라 잡으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야지······’
그때까지 자신을 지키면서 반드시 살아 남아야겠다고 다짐했다.
10시 30분 계속해서 병력과 물자가 집결되고 있는 렘셰이드기지에 되돌아온 크라우프의 대대원들은 이제 자신들이 전쟁의 한가운데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수송기에서 내려서서 기지로 들어서는 가운데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전장에 들어섰다는 기분이 든 것은 렘셰이드기지에서는 최전선에서 후송되어진 부상병들이 셈넬로 후송되기 위해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이들과 함께 손이 뒤로 묶여진 채로 무장해제 당한 초췌한 모습의 파츠 베이스군 포로들이 줄줄이 수송기에 탑승하기 위해 서 있는 모습도 있었다.
다시 전쟁터로 돌아온 대대원들 중에서 동정어린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디네스 펜터 호리스도 포로들이 엮어져 이끌려 수송기에 태위지는 모습에 기분이 좋지 못했다. 포로들은 각각 여러가지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들 모두 낭패감과 함께 불안감과 자포자기에 빠져있는 얼굴들이었다.
이들 중에서도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여자들도 여러명 있었다. 어떻게 실컷 얻어 맞았는지 여러군데 부어있는 이들도 있었다.
‘너무 불쌍하다.’
디네스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 포로들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아무도 포로들에게 웃거나 야유를 보내지 않았다. 만약 자신들이 전투에서 패배해 포로가 되었다면 저런 모습들로 수송기에 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젠장할!’
복귀한 처음부터 썩 기분이 좋지 못했다.
다시 파일럿숙소로 복귀했을 때는 11시가 조금 못되어 있었다. 각 중대장들의 지시에 파일럿들은 숙소에 짐을 풀었다.
크라우프도 자신의 짐을 내려 놓았고 뒤돌아 섰을때 뒤쪽에서 시에나가 팔짱을 낀채 서 있는 것에 깜짝 놀랐다.
“아? 무슨 일이야?”
그의 물음에 시에나는 고개를 약간 옆으로 젖히면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내가 무슨 말을 할까? 코프, 디이레아하고는 재미 좋았어?”
갑작스러운 물음에 크라우프는 머뭇거리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원 참······코프 능력도 좋은데······?”
입술은 삐죽해져 있었지만 원망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녀가 다소 불쾌한 기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야 뭐······”
다소 멋쩍어 하는 모습에 시에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그의 침대에 걸터 앉았다.
“그리고 결혼은······다른 여자하고 하겠지······?”
크라우프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시에나는 엷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서서 양팔로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뭐, 상관없어! 코프······나 버리면 안돼!”
시에나의 말에 그는 엷게 웃으며 그녀의 날씬한 허리를 끌어 안으면서 키스를 했다. 잠시 뒤에 그녀는 다소 째진 눈으로 크라우프를 바라보면서
“좋겠다. 마음에 든다고 몇 번씩 말을 하더니 결국에 스스로 옷벗게 만드는군.”
작게 투덜거리곤 엷게 웃음을 띈 얼굴을 하면서
“하지만 나는 당신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
그렇게 말을 하면서 크라우프에게서 떨어졌다.
“다이레아가 뭐 원한데?”
시에나의 물음에 크라우프는 으쓱한 얼굴을 하면서
“아마도 자신에 대한 비밀을 지켜 달라는 것이겠지.”
“그것을 미끼로 옷벗게 만들다니······다른 남자들하고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겠네?”
놀리는 듯한 말에 그는 하핫 웃으며
“버리지는 않을 꺼야!”
“물론 그러시겠죠! 나도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까!”
머리카락을 양손바닥으로 귀밑에서부터 뒤로 쓸어 넘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