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86
“어쨌든 코프는 대단하다고 생각해!”
그렇게 말한 다음 자신의 짐을 풀러 가야 한다고 하면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크라우프의 손이 시에나의 왼손목으 잡았다.
“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는 시에나의 표정에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내 스스로 벗어날 수 있을까?”
시에나는 오른손으로 왼손목을 잡고 있는 크라우프의 오른손을 슬며시 밀어 내면서
“좀······아픈데? 너무 꽉 잡지 말아줘! 하지만 나 같으면 그 운명을 받아 들여야 한다고 봐! 지금 벗어난다면······나는 그게 현실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해!”
그녀의 말에 크라우프는 고맙다는 대답을 했다. 잠시 서로를 보면서 엷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에나는 크라우프에게 빙긋 웃어주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있을 때 뒤쪽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니 다이레아였다. 다이레아는 어딘지 모르게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기. 시에나······나하고 말 좀 할 수 있을 까요?”
무슨 일인지 짐작이 갔지만 시치미 뚝 떼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아니·····다른 것이 아니고요······나 시에나한테 잘못한게 있어서요.”
아마도 자신이 다른 남자하고 쉽게 잠자리를 하는 여자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으니 크라우프와도 그렇게 된 것이라 생각해 달라고 말을 하려 할 것이다. 솔직하게 고백하고 이해를 구하려하는 것 같다는 행동에 시에나 자신이 마음에 걸렸음을 알 수 있었다.
“뭐······코프하고 같이 자지만 않았다면야 저한테 잘못할 것은 없어요!”
시에나의 말에 다이레아는 입술을 지긋이 깨물면서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가 겨우 입을 열어 죄스럽다고 했다.
“그럼 나 용서 받지 못할까요?”
잠시 말을 끊었던 시에나는 엷게 웃으며 절제되어 있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코프 좋아했어요?”
“예?”
갑작스러운 질문에 놀라 말끝을 높였다.
“아니요······코프 좋아했냐구요. 단지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든지, 아니면 뭔가 바라는 것 때문에 그랬냐구요······”
시에나의 물음에 다이레아는 머뭇거리고 있었다. 상대가 이렇게 나온 적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그녀의 성격상 솔직하게 대답하는 쪽을 택할 것이다.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었어요······죄송해요. 시에나······”
그녀의 대답에 시에나는 잠시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온화한 얼굴로 다이레아를 바라보면서 조용히 말했다.
“그럼 후회할 필요는 없어요. 좋아하는 사람하고 그랬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다른 남자였다면 아니 제가 보통의 여자였다면 당연히 화내겠지만, 코프한테는 그럴 수 없어요.”
시에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당황하는 다이레아에게 자신의 할말은 다 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원한다면 마음대로 하세요.”
시에나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 조금 깊게 숨을 들어 마셨다.
“지금은 그런것을 따질 때가 아니에요. 그리고 고맙네요. 솔직하게 말해서 나 두 사람이 그런일 하는거 봤거든요······당황했지만······뭐, 코프한테는 잘된 일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시에나는 다이레아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보고는 엷게 웃으면서
“모두 이해하고 용서를 구할 것 없으니까, 신경쓰지 말아요!”
그의 말에 다이레아는 고개를 한번 숙인 다음에 되돌아 갔다. 시에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천장을 한번 올려보았다가 다시 자신의 짐을 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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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표 시에나짱~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겠지만(진짜?) 애인이 딴 여자랑 놀아난 것을 저리 쉽게 용서해 주다니…
그나저나 1.38메가라….작가넘 많이도 두들겼군요…한글 2002로 하루 약 5페이지 정돈데…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 Next-12
100회 맞이 제목 대 변경!!!!!!! ^_^/
10월 19일 09시 정각 가빈대륙의 바스타기지에서는, 정식으로 바스타기지의 참모 지위를 부여받게 된 래리의 임명장이 수여되고 있었다. 로드리게스소장이 유케울의 사령부에 올린 작전 계획서가 수도성인 록세비엔까지 들어가 국방장관의 책상에서 총리까지 이 작전안을 열람했다고 했다.
로드리게스소장이 올린 계획서의 내용에 대한 승인이 떨어진 것이다. 이것과 함께 소장이 추가로 요청한 래리에 대한 건도 승인되어, 정식으로 유케울사령부 소속의 참모에서 케네피온행성 군사령부의 작전 부참모로 정식 임명된 것이다.
임명장 수여는 몇 사람의 기지 참모들이 동석해 있던 자리에서 간단하게 이루어 졌다. 현재의 상황이 매우 급박했기 때문에 로드리게스소장은 즉시 래리들과 더불어서 에이센군이 엠더광산지대를 공략한 상황 이후의 대처 방안을 물었다.
“타르고대좌가 예상했던 대로 엠더광산에 대한 에이센군의 직접적인 공격이 개시 되었소! 그리고 이제는 셰어필드와 남부 고원지대 이외에는 거의 에이센군이 차지하게 되었소······”
로드리게스소장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래리의 의견을 물었다.
“정말로 셰어필드기지에서 병력을 철수시켜야 겠소?”
현재로서 기지사령관이 가장 걱정했던 것이 이것이었다. 만드레일대륙 남부 최대의 군사기지인 셰어필드를 에이센에 내어주자고 하는 래리의 계획 때문이었다.
현재 셰어필드기지에는 많은 병력이 집결해 있었고 방어 태세도 비교적 완벽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래리는 과감하게 이 셰어필드기지를 에이센에 내어 주자고 했던 것이다. 기지의 참모들 중에서도 그런 정도의 군사거점을 에이센에 내어 주는 것에 반대하고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셰어필드기지를 에이센에 내어주게 된다면 다시는 만드레일대륙에 발을 들여 놓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기지의 참모들 중에서 이 작전안에 반대를 하고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래리는 이런 사람들의 걱정에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셰어필드기지는 이미 기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더욱이 현지 병력은 에이센군이 엠더광산을 점령하고 곧 쳐내려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사기가 많이 저하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에이센군은 엠더광산을 점령함으로서 사기가 많이 올라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의 정면대결은 승산이 없습니다.”
기지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한 셰어필드기지를 수비하는데 아까운 인력을 낭비하지 말고 대다수의 병력을 가빈으로 철수시키도록 하자고 했다.
“지키기 어려울 것은 당연하지만 셰어필드기지를 빼앗기게 된다면 남부 고원지대 외에는 아군의 거점이 남아있지 않게됩니다.”
다른 참모들의 의견 중에서 싸워보지도 않고 셰어필드기지를 다시 내어 주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래리가 올린 작전 계획서에 이에 대비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현재 상태로서는 실행할 시기를 찾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로드리게스소장이 상신해 올린 작전이 의외로 신속하게 채택된 것은 민간셔틀문제 때문에 불거진 파츠 베이스 내부의 반에이센 정서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현재로서는 전면전을 벌일 형편이 아니었기에 한정적인 공세로서 이런 상황에 대한 타개를 모색해야 했다.
물론 최고 사령부에서는 이런 하위부대의 지역적인 작전에까지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현재 에이센과의 외교적인 마찰을 최대한 피하고 에이센에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것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현지 지휘관에게 작전 계획을 일임하고 있는 상황에서, 로드리게스소장이 제안한 작전안은 케네온행성계 사령부를 거쳐 유케울 사령부, 그리고 록세베인까지 올라가 결국에는 총리까지 상신된 후, 이 작전안에 대한 승인을 내려 주었던 것이다.
래리로서는 기회를 제대로 포착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이번 작전안에서 민간셔틀문제가 처리된 이후 곧바로 이어질 에이센군의 공세와 이들의 진행 방향을 예측하고, 앞으로의 행동 방향을 제시함에 있었기 때문에 총리마저도 그의 작전에 승인을 해 주었다. 만일 일이 잘못되더라도 현지 사령관의 책임이 될 뿐 유케울이나 록세비엔의 책임은 없도록 조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어깨가 무거워진 로드리게스소장은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래리의 말대로, 잘 훈련된 아까운 병력을 무의미하게 희생시키는 대신 시간과 기회가 충분할 때 셰어필드에서 철수시키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렇지만 문제는 남부고원지대였다. 셰어필드기지를 포기하게 되면 고원지대의 수비병들도 마찬가지로 탈출시켜야 하는 것이다. 비록 공격하기 까다로운 지형인 곳이지만, 대륙의 대부분을 차지한 에이센군이 마지막으로 총공세를 펼칠 곳이 고원지대라는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한 것이었다. 셰어필드기지의 병력 대부분을 남부고원지대로 이동시키자는 의견들도 있었다. 가빈으로 주전력을 후퇴시키게 된다면 남부고원지대의 수비가 극히 허술해져 래리의 계획대로 될 것인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남부고원지대는 매우 공격하기 어려운 곳이라 에이센군도 이곳을 공격하는데 신중을 기할 것입니다.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그의 말에 참모들은 짧게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도 있었고, 이런 저런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래리의 작전 계획이 채택되어 있었고 현재로서는 결단력 있게 이를 추진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그의 의견에 따르겠다고 했다.
수많은 병력이 집결되어 있는 렘셰이드기지에서는 계속해서 집결된 병력의 대부분을 광산지대와 엠더광산 등지로 내려 보내고 있었다. 에이센군의 계획은 많은 병력을 다이아몬드광산과 엠더광산 등지로 집결시키고 충분한 병력이 모아지게 되었을 때 셰어필드기지에 대한 대규모 공세를 가하는 것이었다.
19일 13시 20분 점심식사를 마친 크라우프 페트릴소령의 바리스타대대도 육로를 통해 다이아몬드광산지대를 향해 이동해 가고 있었다.
도로상에는 수많은 바리스타와 차량들이 줄지어 이동하고 있었고, 많은 수송기들이 물자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수송능력의 한계 때문에 많은 수의 전력들이 항공수송이 아닌 육로로 이동하게 되었는데, 이 광경이 실로 장관이었다. 중요한 보급물자들만 수송기를 사용해서 공급되는 것이 되어 버린 것이다.
“무력시위라도 하자는 건가?”
수송기를 타고 가지 못하는 자신들을 한탄하는 대대원들의 말을 들으면서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이동을 하고 있는 것은 일종의 무력시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물자들은 모두 수송기를 사용해서 다이아몬드광산지대와 엠더 광산지대로 수송되고 있었다. 추가 병력들은 대부분이 육상로를 이용해서 이동하고 있었다. 굳이 이렇게 아군의 병력이동을 드러내 보이는 것은 파츠 베이스군이 에이센군의 이런 움직임을 알아 주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병력들이 끊임없이 집결되는 모습을 관측한다면 이것만으로도 파츠 베이스군의 사기를 크게 저하시킬 수 있게 되기 때문이었다.
‘심리적인 효과라는 건가?’
우습다는 생각과 함께 묵묵히 이동지점으로 향하고 있는 대대원들의 바리스타를 돌아 보았다.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만약 도리안준장이 의도한 대로 파츠 베이스군의 사기가 저하되어 셰어필드기지에서 자진 철수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19일 19시 정각 셰어필드기지를 수비하고 있던 수비대에게 철수명령이 하달되었다. 기지 외각에 견고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던 파츠 베이스군 병력들은 갑작스러운 철수 지시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격렬한 전투를 예상하면서 에이센군이 계속해서 병력을 증강시키고 있다는 정보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던 군인들에게 갑작스런 철수명령은 실로 놀라움이 아닐 수 없었다.
“아니······도대체 무슨 일이지?”
기지의 외각에 진지를 구축하고 있던 엘레비아는 대대장의 철수지시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그녀의 물음에 대대장인 아르코대위는 자신도 모르는 일이라고 하면서
“어떻게 하겠나? 가빈 사령부의 지시네!”
그러면서 아마도 자신들이 셰어필드기지를 내어 주고 철수하는 것 같다고 했다.
“세어필드를 그냥 내어주고 철수합니까?”
대대장인 아르코대위 자신도 이런 지시가 떨어졌다는 것에 믿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대대원들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송기들이 차례대로 우리들을 가빈으로 다시 실어 나를 것이다! 모두 준비들 해라!”
그의 말에 무슨 일인지 몰라 허탈해 하던 사람들은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즉시 철수준비에 들어갔다. 아르코대위는 엘레비아에게 자신도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는 일이라고 하면서
“아마도 셰어필드기지를 내어 주고 만드레일대륙에서 철수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주된 전력의 대부분이 기지를 내어 주고 철수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고 했다.
“놀랍군요.”
엘레비아의 말에 대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 수비대를 남겨 둘 것 같더군. 그리고 기지 외각의 포대나 미사일도 남겨 둘 것 같아!”
무슨 의도가 있는 지는 몰라도 셰어필드기지를 내버리고 철수하는 것만은 확실한 것이었다. 듣고 있던 그녀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휘하 중대원들에게 철수지시를 내리겠다고 했다.
“수고하게. 나는 다른 중대를 찾아가 봐야겠군!”
대위에게 경례를 해 주었고 그는 손짓을 한번 해준 다음에 되돌아 섰다.
‘철수라······’
엘레비아는 사령부가 지레 겁을 집어먹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기세좋게 병력들을 셰어필드기지의 수비에 동원하고 있다가, 지금 이렇게 갑작스럽게 철수하는 것은 아마도 다른 의도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의도라······’
잠시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셰어필드기지를 비롯한 많은 토지를 내어 주면서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무슨 속셈인지······’
에이센군이 현재 막대한 병력을 계속해서 다이아몬드광산지대와 엠더광산지대로 집결시키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집결하고 있는 에이센군은 적어도 자신들의 3, 4배 정도는 될 것이라고 했다. 아마도 그 정도의 병력차라면 쉽게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철수 지시를 내린 것이 한편으로는 반갑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이 작은 토지 하나를 두고도 에이센에 조금이라도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 애쓰던 이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렇게 되면 많은 비난을 받게 될 것인데 사령부의 윗선들이 그런 것을 감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셰어필드기지를 내어 주게 된다면 남부고원지대이외에는 파츠 베이스군이 남겨져 있지 않게 된다.
‘고원지대의 수비가 어려울 텐데······’
그녀는 아마도 만드레일대륙을 포기하게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최고 사령부에서 바스타의 가빈대륙의 사령부가 이렇게 쉽게 셰어필드기지를 포기한다면 그대로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무슨 다른 생각이 있을 것이다.’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자신으로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단지 내려온 명령을 착실하게 받아서 실행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길은 없었다.
‘명령을 받은 것을 실행하는 것이라······’
그러고 보니 오빠 생각이 났다. 어디 후방의 기지에라도 있었다면 부모님이 면회라도 오실 것이겠지만, 지금 이렇게 최전선에 나와 있게 되니 가족들과 너무 떨어져 있게 되어 조금은 울적해졌다. 잘못하면 세라핀이 군대에 들어가는 것도 보지 못하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오빠는 참모고 직업군인을 택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쉽게 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라핀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망할 일이다.’
빨리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인 것은 그래도 세라는 몸이 좀 약한 편이니 보병이 되거나 그것은 못되어도 후방기지에서 오퍼레이터라도 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집에서 오는 편지도 이곳에서는 어떻게 받아 볼 수도 없다.
‘너무 힘들다.’
피로하다는 생각이 들엇다. 오빠도, 세라도, 부모님도 모두 건강하고 자신이 바라는 대로 일이 잘 되었으면 하고 기원했다.
‘모든 일이 잘 되어야 할 텐데······’
어쨌든 간에 지금 셰어필드기지를 버리고 철수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에이센군과 대규모의 전투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은 물론 자신의 지휘하에 있는 중대원들에게는 진정 다행인 것이다.
‘하지만 후퇴라······썩 기분좋은 일이 아니야······’
엘레비아에게는 이런 후퇴가 익숙하지 않았다. 별로 그럴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장터에서 영웅이 되거나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지만, 꼭 그렇지 만도 아닌 것 같았다.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아마색 금발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겼다. 이제 가빈으로 가게되면 샤워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