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9
그의 말을 듣던 엘레비아의 양쪽 입술 끝이 조금 위로 올라갔다. 승낙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아파요!”
놓아 달라고 하는 말이었다. 그때 그들의 뒤쪽으로 누군가 걸어왔다.
“이봐, 여자는 그렇게 보채면 싫어 한다고!”
좀 굵은 여자 목소리가 뒤쪽에서부터 들렸다. 아담은 엘레비아의 팔목을 놓아 주었다. 돌아섰을 때 그곳에서는 풍만한 몸매의 갈색피부의 여인이 서 있었다. 짙은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를 지닌 강렬한 인상을 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어깨의 계급장은 중위를 달고 있었다.
“난 라디아 파드라고 하네……디제 중위……여자는 그렇게 하면 더 싫어해!”
무안해진 아담은 이상하리만치 엘레비아에 강한 집착을 보이게 된 자신이 적지않게 부끄러워 졌다. 엘레비아는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기분이 상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얼굴이 붉어졌다.
“그럼 이만!”
디제가 황급히 돌아 나가고 라디아는 엘레비아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아뇨……만나자고 하는데 거절했더니……감사합니다.”
“신고할꺼니?”
“아뇨……뭐 이런 일을요……”
“뭐, 좋을 대로 해!”
그러면서 라디아는 이번 훈련에서 잘했다고 하면서 칭찬해 주었다.
“실탄 사격을 잘하던데……”
“시뮬레이션으로 죽어라 연습했습니다.”
손에 굳은 살이 박혔다고 하는 엘레비아의 말에 라디아는 따뜻한 느낌의 손으로 잡아 주었다. 하지만 많이 거칠었기 때문에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상대도 자신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여자손이 이렇게 되어 버리니 말이야! 어쨌든 간에 축하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엘레비아는 능란하게 대답했고 라디아는 맞은편 방에서 두칸 더 간 곳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엘레비아는 자신이 혼자 사용하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서 군복 상의를 벗고 자리에 앉았다. 세면대 1개와 거울 한개, 라커 한개, 간이 침대 하나 뿐인 매우 단순한 방이었다. 그녀는 디제 중위에게 잡힌 왼쪽 팔목을 보았다. 그것을 바라보던 그녀의 입술이 삐죽 튀어 나왔다. 썩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상대해도 괜찮을 것 같았지만 엘레비아는 그런식의 남자를 매우 싫어했다. 그가 자신에게 원하는 것은 섹스뿐일 것이기 때문이다.
‘흥!’
그녀는 짧게 혀를 차면서 불쾌감에 몸을 떨었다. 기분이 너무나 상했기 때문이다. 물론 섹스라는 것도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엘레비아는 그것보다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같이 흥미거리가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상대를 원했다.
상의만 벗고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모아 묶었던 머리카락을 모두 풀었다. 단발로 자른 크림색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내려왔다. 손으로 머리카락을 몇번 추어 올린 다음에 입술을 한번 지긋이 깨물어 보았다. 그리고 침대에 등을 대고 누었다. 허리가 좀 아파왔다. 군화를 신고있었기 때문에 침대위로 발을 올리지는 않았다. 다시 몸을 일으킨 엘레비아는 전투화끈을 풀어 신을 벗은 다음 그것을 옆에다 내려 놓았다. 면양말을 벗고 침대위로 몸을 올렸다. 지상근무 때문에 군화에 먼지와 크고작은 상처들이 있었다.
“잘 닦아 둬야지!”
자신의 발에 맞게 길들여진 것이다.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서 자신의 벌어진 발가락을 내려 보았다. 발가락을 몇번씩 손으로 주물러 본 다음 실내화를 신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라커를 열고 타월과 비누, 갈아 입을 속옷을 꺼내 들었다. 작은 비닐팩에 빨래할 것들을 가지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샤워장과 세탁실은 지하 2층에 있었고 그곳으로 가기 위해 중앙계단을 따라 지하층으로 내려갔다. 지하 1층은 공동식당이었고 남.녀 파일럿들이 어울려 있었다. 엘레비아는 말을 건네는 동료들에게 가볍게 대꾸해준 다음 샤워장과 세탁실로 들어갔다.
내려가니 돌려지고 있는 세탁기들이 열을 지어 있었고, 몇몇 사람들이 기대 서 있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빈 세탁기를 찾았다. 세탁기는 하얀색으로 앞쪽에서 문이 열리면서 세탁물을 투입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었다. 동그란 회전버튼으로 설정을 하고 문을 열고 세탁물을 넣은 다음 세제를 넣고 세탁기문을 닫았다. 그리고 시작버튼을 눌러 그것이 작동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세탁과 건조까지 되어서 나오는 것으로 따로 말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런! 내꺼는 다 말랐나?”
약간 선이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고 엘레비아는 누구인가 싶어 돌아 보았다. 키가 꽤 커 보이는 금발의 남자가 다가왔다. 그냥 보기에도 꽤나 미남이라고 하면 딱 어울릴 그런 사람이었다. 엘레비아의 앞에서 허리를 숙여 자신이 방금 세탁을 시작한 세탁기 아래쪽에서 건조되어 나온 빨래들을 들어보고 있었다. 세탁을 마친 빨래는 세탁기 아래쪽의 칸으로 내려오게 되는 것이다. 그곳을 잡아 당기면 열리도록 되어있고 끄집어 내기만하면 되는 것이다.
“잘 말랐겠죠?”
엘레비아의 물음에 그 남자는 고개를 돌려 뒤돌아 보았다. 팔짱을 끼고 내려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다소 거만하게 보였는지 잠깐 불쾌하다는 표정이 깃들었지만 곧바로 웃음을 띈 얼굴을 했다.
“물론……나는 에네르 하트 슈넬이라고 해요!”
“엘레비아 아네스 린제이 타르고……라고 합니다. 슈넬 중위님!”
그녀의 대답에 슈넬은 그나저나 누구시냐고 씽긋 웃으며 질문을 건넸다. 그러자 엘레비아는 자신을 소개해 주었다.
“아하! 그렇군! 뭐 어쨌든 간에 그럼 이만 실례!”
그런 다음에 그는 다시 일어서서 돌아 나갔고 엘레비아는 으쓱한 표정으로 세탁기가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샤워장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샤워장의 안쪽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어울려서 샤워를 하고 있었다. 그녀도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라커에 넣은 다음 문을 닫았고 입구에 있는 타월을 하나 들고 샤워장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들어와서 비어있는 자리쪽으로 가서 물을 틀었다. 물이 쏟아지자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 마셨다. 좀 차갑다는 느낌이 들었다. 액체비누를 타월에 뭍혀 몸을 씻은 다음 샴프로 머리를 감았다. 그리고 거품을 다 씻어낸 다음에 다시 밖으로 나왔다. 몸의 물기를 닦아내고 다시 옷을 걸쳐입은 다음 세탁기쪽으로 가서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올라가서 저녁먹고 내려오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으로 올라오니 사람들은 무척 북적이고 있었다. 그녀가 자리에 앉자 19세의 소위에게 다가와 말을 건네보려는 젊은 장교들이 많았다. 젊고 아름다운 여소위가 사격에서 최고를 차지했으니 당연하게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런 남자들을 상대하는 것이 즐거운 일이기는 했다. 남기는 것 없이 모두 저녁을 먹고난 다음에 식판을 내려 놓고 다시 지하층으로 가서 자신의 세탁기 앞에 서 있었다. 세탁은 한창 건조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엘레비아는 팔장을 끼고 등뒤에 있는 세탁기 위에 걸터앉아 물끄러미 앞쪽을 내려보고 있었다.
‘망할!’
순간적으로 자신을 놓아보낸 그 에이센 파일럿이 생각났다. 죽여버리지 못한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런 녀석!’
그녀는 짧게 숨을 들이 마시면서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 보았다. 하얀색으로 페인트칠 되어 있는 천장에서는 형광 조명등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다음번에 만나게 된다면……’
자신의 실수로 상대방에게 그렇게 당하게 된 것이었다. 조종기술로는 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실력은 대단해 보이는 녀석이기는 해도……’
엘레비아는 가볍게 숨을 들어 마셨다 내쉬면서 세탁기가 이제 마지막 카운트다운을 하는 것을 내려보고 있었다.
…복구합니다…^_^;;;
국력이 에이센 보다 부족한 파츠 베이스가 에이센에게 무력도발을 시도한 다는 것은 매우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에이센은 파츠 베이스라는 단일의 세력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발바이스라고 하는 거대한 제국과도 서로 국경을 접하고 있었기 때문에 군사력을 양분시켜 놓고 있었다. 그것과 더불어 넓은 국토를 수호하기 위해서 많은 병력들도 배치해야 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사력이 집중되어 있는 파츠 베이스에게는 에이센군은 직접적으로 엇비슷한 정도의 전력규모를 가지고 있었다.
파츠 베이스는 본래 에이센에서 분리독립한 국가였기에 에이센과 같은 군사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에이센과의 전투에서 결코 밀리지 않을 수 있었고 때때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낼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파츠 베이스는 에이센의 국경지대를 자주 침범했고 번번이 국경수비대 사이에서의 전투가 벌어지고는 했다. 이번의 프로스베인에서의 전투도 마찬가지로 이번 전투를 빌미로 에이센군 파츠 베이스방면 군관구 사령부가 있는 하만 바이파에서는 군관구 사령관 지드 렐 프로트 원수의 지도아래, 파츠 베이스의 야전 군관구 사령부가 있는 유케울을 급습해 적의 침공의지를 꺾어 버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이 사실을 여러차례 수도인 베르베라에 보고했고 베르베라의 국방부에서는 통합작전본부 명의로 작전을 승인한다는 지시를 하달했다. 그리고 우주함대 사령부에서 함대의 운용계획에 대해 군관구 사령관의 재량에 맡긴다는 지시도 나란히 전달 되었던 것이다.
올해 60세인 프로트 원수는 매우 뚱뚱한 체격의 소유자로 이중턱이 잡혀 있을 정도로 살집이 풍성한 사람이었다. 금발 머리카락이 절반은 빠져 있었지만 매우 추진력이 강한 인물로 원수로 승진하고 군관구 사령관이라는 지위에 올라 있는 것이다. 군관구 사령관은 우주함대 부사령장관의 직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장관급으로 대우를 받고 있었다.
에이센에서 군관구 사령부가 위치해 있는 곳은 파츠 베이스방면 군관구인 하만 바이파 행성계, 중앙 군관구인 로이드 행성계와 사르메스 행성계, 바르디아 군관구인 파르네스 행성계의 네므 주류기지, 발바이스 방면군 군관구인 에르바 행성계의 에드라 요새가 있었다. 이들 이외에 총독이 임명되어있는 다곤의 경우, 다곤 전체가 하나의 군관구였고, 총독 지휘하에 여러 집단군들이 예속된 형태로 편성되어 있었다.
수도인 베르베라가 속해있는 중앙 군관구의 사령관은 원칙적으로 통수본부 장관이 맡게 되어 있었지만, 현재에는 베르베라의 방어 기지인 크라펠 사령관이 대리하고 있었다.
군관구 이외에도 우주함대 사령부 예하의 직할 집단군이 있었는데, 바르디아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스트링턴 요새와 하만 바이파 후방에 위치한 로이드 행성계 집단군이 바로 그것이었다. 또한 다곤에서는 다곤 행성계 외각에 위치한 네페르 요새의 주둔함대가 바로 베르베라 우주함대 사령부의 직할함대였다.
프로트 원수는 하만 바이파의 군관구 사령부에서 각 집단군사령관들을 소집한 가운데 국방부에서의 지시를 전달했다.
“유케울을 공격해……초토화시켜 파츠 베이스의 전쟁의지를 꺾어 버리자고 하는 우리의 요청이 받아들여 졌다. 이에 함대를 출격시켜 유케울의 파츠 베이스군 공격할 것이다.”
듣고 있던 집단군 사령관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각하. 이것은……전면전으로 치닫을 수 있습니다. 모쪼록 신중하게 판단을 내리셔야 할 것입니다.”
집단군 사령관 중 한사람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놓았다. 프로트 원수는 맞는 말이라고 하면서
“그렇지만 파츠 베이스의 잦은 국경침략을 이대로 좌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적의 본거지를 공격해서 그 침략의 의지를 꺾어놓으면 충분한 것이네!”
군관구 사령관의 의지가 확고했기 때문에 집단군 사령관들의 논의는 자연스럽게 어떻게 유케울을 공격할 것이냐로 모아지고 있었다.
유케울은 파츠 베이스의 최전방 야전집단군 사령부가 위치한 곳으로서 적의 교통과 정보의 집결지였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을 공략한다고 하는 것은 적의 야전군 심장부를 초토화시키는 것이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에이센군의 위상을 한껏 드높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집결되어 있는 파츠 베이스군의 세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이들은 과거 백효연 대원수를 중심으로 해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비록 그 세력이 변방으로 밀려났지만 변방 지역의 대단위 중공업 벨트의 생산시설을 고스란히 물려 받고 있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에이센의 군사력을 이어 받은 파츠 베이스를 상대하는 것은 매우 벅찬 일이었다.
“적의 본거지를 공격한다라……”
사령부의 참모들과 지휘관들은 상당히 구체적인 공격과 보급계획을 수립하고 있었고, 국방부에 그 계획을 상신해서 허락을 받아낸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령부에서의 일은 계획을 실행함에 있어서 그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준비를 점검하는 것 뿐이었다.
“공격을 하는 일은 쉬운 일이지만……”
집단군 사령관 중 한 사람이 낮게 읍조리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군대를 움직여 적을 공격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이곳은 최전선 사령부였기 때문에 함대는 전투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라도 공격이 가능한 것이다.
“……적들도 준비를 할 것이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공격하는 것이 좋겠네!”
프로트 원수의 말에 집단군 사령관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준비기간이 길어질수록 적의 대응기간이 빨라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리하르트황제력 260년 4월 18일 토요일 모처럼만의 주말 휴일이었지만 토마 중령을 위시로 바리스타 부대는 훈련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어느정도 실력이 있는 파일럿들을 집결시켜 놓았기 때문에 개인능력에 있어서는 그다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집단전을 수행하기 위한 훈련이 부족한 편이었기 때문에 집단전을 수행하기 위한 훈련이 필요했던 것이다. 함대는 하만 바이파의 외각지역에서 전투훈련에 들어가 있었다.
“잡았다!”
연습용 빔을 연사하고 있는 알리시나 엘자 뢰싱 준위는 고속으로 움직이고 있는 시에나의 기체를 공격하려 했다. 그렇지만 시에나의 기체는 그사이 발사되는 빔을 점프로 피해 내었다. 준위는 급상승하는 시에나의 기체를 노렸지만 같은 스펙의 기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스피드를 내고 있는 상대를 조준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알리나! 상사의 기체를 몰아 넣어! 옆에서 치고 들어가겠다.”
통신기를 통해서 테이터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말이야 쉽지!”
알리시나는 몸에서 전해져 오는 거대한 압력을 견디고 있었다. 조준을 하려 했지만 쉬운 일이 결코 아니었다. 그때 좌우로 테이터와 폴릭의 기체가 교차되어 들어왔다. 하지만 이들은 시에나는 잡지 못했다. 세대가 충돌방지를 위해 회피하는 사이 방향을 바꾼 시에나는 정확한 사격으로 폴릭을 격추시키고, 곧이어서 테이터의 콕핏에 정확하게 연습용 빔을 먹여주었다.
두 대가 거의 동시에 격파되자마자 알리시나의 기체는 왼쪽 어깨와 바디에 정확하게 빔을 맞았다. 시에나는 3대를 모두 순식간에 격추시켜 버렸던 것이다.
“대단해!”
알리시나는 짧게 탄식을 하며 시에나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고 했다.
에이센에서는 바리스타 조종기술이 매우 발달되어 있고 그 훈련이 강도높았다. 바리스타의 중요성을 충분하게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에이센은 오랜 전쟁을 통해서 바리스타 격추기수가 100기를 넘는 에이스파일럿들이 다수 배출 되었다. 가장 유명한 이가 현 황제인 게르트 하우츠황제였고, 또다른 유명 파일럿으로는 파츠 베이스의 반란에 가담했던 백효연 대원수가 있었다. 두 사람 모두 300대에 가까운 격추기수를 자랑했다. 5대의 적기를 격추 시키면 에이스파일럿 칭호를 받게 되는 것을 볼 때, 300대 가까운 격추기록은 실로 경이적인 것이었다.
이들의 격추기록 대부분이 발바이스와의 전쟁을 통해서 수립된 것으로, 현재 에이센 최고의 격추왕은 현 황제의 수양딸인 카레나 스쿠비 준장이 세운 378대였다. 카레나는 378대의 헤비호스를 격추한 것을 포함, 89척의 전함을 단독으로 격침시켰다. 실로 경이적인 기록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바리스타는 전선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었고, 또한 이들의 훈련 및 양성에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것이다.
같은 시각 전함 슈레델의 격납고에서 출격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바리스타들을 캣워크에서 내려보고 있던 아세라 세라 우르반 중위는 검은색과 갈색이 적당하게 뒤섞인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번 뒤로 쓸어 넘기고 있었다.
“뭘봐? 세라.”
그녀의 뒤로 쌍둥이 동생인 페넬로페 로자가 다가왔다. 무중력 공간이었기 때문에 몸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우리는 엄마같이 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싶어서.”
언니의 말에 페넬로페는 핏 웃으면서
“뭐, 16살에 하사로 들어와서 25살에 중장이 된 엄마 말이야?”
둘의 친어머니는 카디나 크렐로서 16살에 하사로 징병되어 수많은 전투에 참가해, 25살에 중장으로서 함대를 지휘했던 인물이었다. 징집병에 비사관학교 출신자로서 이례적으로 출세한 그녀는 수도방위 사령부 예하의 함대 지휘관이었다가 우주 공격군 지휘관으로 전격 발탁되어 아이크 공방전에 참가해 전공을 세워 29세에 대장으로까지 승진했던 인물이었다. 그리고 31세에 우주 공격군 부사령관까지 역임한 후 35세에 대장으로 예편한 인물이었다. 파일럿 출신이었던 카디나는 22살에 대령으로 승진되면서 조종간을 놓게 되었는데, 그때까지 130대의 격추기록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24살에 결혼했고 25살 때 쌍둥이 자매를 낳았다.
아세라는 빙긋 웃으면서 아래쪽에서 정비반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한 사람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아! 로자! 너 저 크라우프 중위 어때?”
“뭐, 젊고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기는 한데?”
페넬로페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언니를 모르면 바보라는 투로 대답했다.
“관심 있구나? 어지간하기는……남자만 보면 좋아서!”
동생의 말에 아세라는 핏 웃어 버렸다. 괜찮아 보이는 남자이기는 해도 어딘지 모르게 매우 차가운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무척 바람둥이일 것 같은데? 여자 어지간하게 좋아할 것 같기도 하고!”
“글쎄……”
아세라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크라우프가 소대원들과 말을 나누다가 검은 머리카락의 젊고 아름다운 여자와 다정하게 말을 나누는 것을 보면서 조금 삐죽한 기분이 들었다.
“그나저나 무지 힘들다!”
페넬로페의 말에 아세아는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핏 웃었다.
“뭐, 살으려면 하는 수 없는 거지!”
자신들이 어렴풋이 전쟁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것은 충분하게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훈련이 고되더라도 견뎌내려 하는 것이다.
“아참 언니 소문 들었어? 우리 몰모트 대대라는거?”
“몰모트?”
무슨 말인가 싶었다. 페넬로페와 아세라는 친자매였기 때문에 서로 숨기는 것은 없었다.
“무슨 신병기 테스트를 위해서 우리들을 선발했다는 말이 있어서……글자 그대로 실험을 위해서 만들어진 몰모트들이라는 거지!”
기분 나빠하는 페네로페와는 달리 아세라는 다르게 생각을 했다.
“몰모트라……나는 그 신형 병기가 무엇인지 궁금한데? 게다가 신병기를 실험하려면 일급의 실력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그럼 우리를 사령부가 인정해 줬다는 말 아니겠어?”
아세라의 대답에 페넬로페는 그런가하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전혀 모르고 있는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자연스럽게 무엇인가 있을 것 같다는 소문이 도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래쪽에서는 다른 중대가 훈련에 임하려 하고 있었고 아세라는 무중력의 공간을 느끼면서 아랫입술을 한번 빨았다. 좀 건조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공기 조절장치가 고장난 건가? 건조한 듯 한데……”
짧게 불평을 하고 있는 아세라의 말에 페넬로페는 글쎄라고 하면서
“완전 나가 버렸으면 고쳐 주겠지 뭐!”
무중력 공간에서는 기계장치의 간단한 조작실수로 수많은 생명들이 죽어 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녀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을 하고 있지만 완전 밀폐된 우주선 안에 얼마나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둘은 한참을 정비반원들을 내려보고 있었다. 페넬로페는 크라우프와 정답게 말을 나누고 있는 검은 머리의 상사를 지켜보면서
“계집애……꽤나 남자 많이 꼬이게 생겼다!”
페넬로페의 말에 아세라는 핏 웃으면서
“행동하는 거 보니까 페트릴 중위하고 사귀는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