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906
그러자 지겔마이어 원수는 씁쓸히 웃으며 데이모스 대장의 말을 받아 넘겼다.
“난 자네를 믿고 있네. 하지만 공식적인 군사 작전 이외의 것은 귀관하고 의논할 이유는 없네.”
공식적인 군사 작전이 아니라면 분명히 은밀한 무엇인가가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딱 잘라 거절하는 지겔마이어 원수에게 데이모스 대장은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이내 에이센의 승리를 위해서 잠시만 참아 달라는 총사령관의 격려를 받고 그대로 경례를 올려 주기만 했다.
에이센과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연합 함대 모두를 합쳐 2천만 척에 가까운 함대가 에르바 행성계에 집결해 있는 가운데 양측은 재보급과 재편성 과정 때문에 매우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4월 23일 토요일이었지만 적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특별히 주말이라는 느낌 같은 것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언제 다시 전투가 시작될지 모르기 때문에 다들 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21시 30분 언제 전투가 벌어질지 몰라 양측 모두 잔뜩 긴장하고 있는 사이 저녁 식사를 마치고 체력을 유지시키기 위한 운동을 하기 위해 반바지에 소매가 없는 러닝셔츠 하나만 걸친 채미유 중위가 함내의 러닝 코스를 달리고 있을 때 주변의 남자들은 채미유 중위의 매력적인 모습,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땀에 젖어 착 달라붙어 있는 러닝셔츠 때문에 윤곽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유방이 상하로 야릇하게 흔들리는 모습에 짧게 휘파람을 불거나 추파를 던지고 있었다.
채미유 중위는 슬며시 그런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가볍게 받아 넘긴 후 계속해서 자신의 몸을 단련시키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채미유 중위의 옆으로 비슷한 차림으로 러닝 코스를 달리고 있는 남녀들이 늘어났다. 모두 시키지도 않은 것이지만 스스로를 위해 이렇게 체력을 단련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전쟁이 벌어지려 하거나 말거나 병사들은 지금 평소에 하던 대로 스스로 평소와 다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 모두가 곧 다시 전쟁이 벌어질 것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 것이며 그렇게 죽게 될 사람 중에 자신이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공포심을 뛰어 넘어 너무나도 평범하게 아니 이제까지 해온 그대로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인간이란 어느 순간부터는 공포와 죽음조차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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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음…날씨가 영 아니군요…-ㅅ-;; 비가 많이 오는 것도 아니고…그렇다고 시원한 것도 아니고…으으음…
…오묘한 날씨 덕분에 얼굴에 ‘남자의 두 번째 눈물’이 자르르 흐르고 있군요…
…혹시 ‘남자의 두 번째 눈물’이 무엇인지 모르시겠다면…조X성氏가 나온 모 화장품 CF를 참조하시길…
…아…찝찝해…-ㅅ-;;;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51…
에궁…바쁜 하루였습니다…ㅠ0ㅠ; 일단…빨강보석님 말씀대로 일찍 그만 둘 때 그만 두었습니다…쭈압…어쨌든 간에…왠지 좀 꿀꿀 하네요…ㅠ-~;
●‘판타로드’님…1타 만쉐이!!! ~0^)乃 발·뮤 연합군은 다른 이유에서 에르바에서 철수를 하게 됩니다…므흐흐흐…글쿠…발바이스 대귀족의 힘…그렇게…무시하시면 안됩니다…므흐흐흐…^_^; 일단 스토리가 모든 분들의 예상대로 그렇게 쉽게는 이루어 지지 않는 다는 것은 미리 밝혀 드립니다…
●‘산을미는강’님…므흣…2타 화팅입니다…씨익…그나저나 비가 많이 내리네요…쭈압…저 작가넘의 씁쓸한 마음을 달래 주려는 것인지 아니면…쩝…쩝…
●‘rioter’님…^0^; 만쉐이랍니다…므흐흐흐…^ㅁ^; 글쿠…오늘은 날씨가 참 꿀꿀 하네요…%2B_%2B;; 일단 내일 부터는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다시 돌아올 것 이랍니다…^ㅁ^;
●‘당근선인’님…10만 척의 피해면…10만 척이 몽땅 박살 난 것이 아니랍니다…박살나서 다시 못쓰는 놈들까지 포함해서…10만 척 최종적으로는 약 15만 척 정도가 피해를 입었답니다…
●‘bsh2345’님…쭈압…관둬 버렸는데…ㅠ0ㅠ;; 일단 피곤하더라도 내일부터 다시 최선을 다해…또…다른 일을 찾아 봐야 겠지요…ㅠ0ㅠ;
●‘soulschaos’님…므흐흐흐…디네스는 물론…사람들은 죽지 않았답니다…왜냐면…^0^; 아나베 행성계에서의 전투와 그리고 저 작가넘이 발바이스 대귀족들의 힘을 그렇게 나약하게 설정하지 않았답니다…^ㅁ^;
●‘룬마스터’님…쭈압…관둬 버렸는데요…ㅠ0ㅠ; 글쿠…돈이야…어느 정도 모아 둔 것이 있기는 하답니다…물론…~_)y-~ 후욱…
●‘라이네케’님…맞습니다…~-^; 일단 저 작가넘…선택을 잘 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쭈압…쭈압…~.ㅜ;
●‘악어세상’님…네…그나저나 물류 센터인데 들고 나가는 일만 죽어라 많고…급료도 회사에서 직접 주지 않고…중간을 거치며 수수료를 떼어서 죽더라구요…ㅠ0ㅠ
●‘빨강보석’님….우에에엥…대항해시대…클로즈 베타라…저 작가넘은 정식 서비스가 된다면 므흐흐흐흐…^.^; 크게 무리만 가지 않는 다면 즐겁게 대항해 시대를 할 것이랍니다…므흐흐흐흐흐…기대가 많이 되네요…씨익…
●‘오멘’님…므흣…아나베 행성계 전투와 네슬런 행성계 전투…저 작가넘은 다른 소설에서 처럼 쥔공이 너무 쉽게 막판을 다 이겨서 괜시리 짜증나는 일을 싫어한답니다…쥔공의 승리를 돋보이기 위해서는 적도 그 만큼 강하고 쥔공이 고생해야…더 값져 보이니 말입니다…^0^;
●‘크림슨페더(위풍당당)’님…^ㅁ^; 계약직이 아니라…그냥 일용직이고…이래저래…돈이 떼이고 나니…쭈압…어쨌든 간에 오늘 관두고 나왔는데…어딘지 모르게…ㅠ0ㅠ; 잘했나 잘못했나 모르겠네요…
●‘가연을이’님…네…다시 노력을 기울여 보아야 겠지요…그래야 할 것이구요…가연을이 님도 화팅!! 아시죠?? ^-~;
●‘B612’님…맞습니다…ㅠㅁㅠ 어쨌든 간에 저 작가넘이…쭈압…쭈압…
●‘케이쥐’님…흐음…대충…100편을 5권 정 정도로 생각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한 45권 정도? 그 정도 나옵니다…
●‘스킬팝’님…다른 것이 아니라…이래저래 돈이 근로자들의 손에 들어오기 전에 돌면서 수수료가 떼어 지는 것 같습니다…그래서…~-^;;
●‘staina’님…그…그런가요? ㅠㅁㅠ; 저 작가넘도 이제 사고의 폭을 좀 넓혀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쭈압…
●‘시르피드’님…뜨끔…뜨끔…뜨금…우욱…시…심장이…심장이…심장약이 필요해요…;;;;;;;;;~.)Y-~ 후욱…
●‘bean’님…네…특히 빨강 보석님께서 말씀해 주신 대로…아니다 싶은 일에…힘과 정력을 낭비하지 않기로 했답니다…ㅠ0ㅠ;
●‘호박의정령’님…맞습니다…하렘당…하렘당…우욱…시…심장이…저 작가넘이 너무 뚱뚱해서…심장을 많이 사용해서 단련 해야 겠습니다…ㅎㅁㅎ
●‘블래스터’님…9급이라…으음…최선을 다해서…해 보세요…그럼 길이 보일 것이랍니다…안된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합격을 하더든요…물론 그때도 영어가 제법 중요하답니다…화팅!!
●‘acehelp’님…컴터는 별 다른 필요가 없습니다…그냥 단순히…ㅠㅁㅠ 어쨌든 간에 이제는 그냥…잠시간의 경험이 되었으니 말이죠…쭈압…
일단 너무 피곤하네요…오늘도 일단 잠부터…ㅠ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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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 4월 24일 일요일 10시 크라우프는 지겔마이어 원수가 에르바 행성계로 진입하기 위한 교두보를 확보해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격 명령을 내리지 않아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함대가 방어선을 차츰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걱정하는 참모들을 안심시키느라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다. 이제는 대장 계급장을 가지고 있는 크라우프였기 때문에 그가 지휘하고 있는 많은 지휘관들이 은근하게 지겔마이어 원수에게 공격을 하도록 주장해 주기를 바라며 크라우프에게 이런 저런 요구를 해왔기 때문에 설득하는 것이 몹시 힘들었지만 그래도 모두들 곧 행동이 취해질 것이라는 그의 당부를 믿고 되돌아갔다.
참모들과 예하 주요 함대 지휘관들 모두 각자의 위치로 되돌아 간 이때 크라우프는 자신의 곁에 남은 다이레아가 왠지 즐거운 표정으로 대장의 지위에 올라 있으니 더 힘들지 않으냐고 물어오자 씁쓸히 고개를 끄덕였다.
“크라우프님이야 대충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계시니 별 상관은 없는 듯 하지만······다른 대장들은 지겔마이어 원수 각하의 비밀주의에 상당히 불만을 품고 있을 것 같습니다.”
슬쩍 웃는 얼굴로 말을 건네는 다이레아가 표정과는 달리 약간 비아냥거리는 것 같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기 때문에 크라우프는 조금 기분이 상하기는 했지만, 사실 느껴지는 기분이라는 것이 자신의 현재 상태에 많이 좌우된다는 생각에 자신을 생각해 주는 다이레아의 얼굴을 차분히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보세요? 제가 너무 예뻐서 그런가요?”
키득거리며 웃고 있던 다이레아가 슬쩍 오른쪽으로 고개를 살며시 기울여 주자 크라우프는 그 모습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다이레아를 이렇게 보면 피곤하고 힘들었던 것이 모두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아서 말이지.”
조금은 입에 발린 말이라고는 해도 어차피 듣기 좋은 말은 듣기에 좋은 법. 기분이 좋아진 다이레아는 즐거운 듯 고혹적인 눈웃음과 함께 우아한 동작으로 약간 이미 쪽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왼손으로 쓸어 넘겼다. 그리고는 슬쩍 눈을 내리깔았다. 그러자 그녀의 기다란 속눈썹이 눈망울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깊은 음영을 만들었다.
“저야 뭐 늘 매력이 넘치니까 말이죠.”
다이레아의 매력에 한껏 빠져 든 크라우프는 이내 할 말을 잃었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는 이제 곧 코넬리우스 타머란 대장이 모습을 드러내면 에이센은 더 이상 싸우지도 않고 승리를 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입을 열었다. 듣고 있던 다이레아도 크라우프의 확신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그의 확신에 힘을 더해 주었다.
“맞습니다. 적은 자신들이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막상 궁지에 몰리지 않게 된다고 한다면 죽음을 다해 싸우려 들지 않을 것이고 생각이 많아지게 될 것입니다.”
제 아무리 병력이 많다고 해도 주된 보급로가 차단된 상황에서 자신들이 곤란을 겪게 된다면 분명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을 확신하는 다이레아에게 크라우프는 씁쓸히 한 마디를 보탰다.
“······이제까지의 패배 말이야. 아무리 명분 쌓기라고 해도 너무 처참하게 패한 것 같아······좀 적당히 깨져야 병사들의 투지도 북돋아주고 그럴텐데 말이지. 초반이든 지금까지든 이렇게 많이 전사상자가 발생한다면 그것이 아무리 계획된 것일지라도 일반병사들에게 발바이스 함대에 대한 두려움만 심어줄 뿐이라고 생각해. 뭐······크게 본다면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이겠지만 단기적으로 본다면 결과적으로 병사의 사기를 진작하는 면에선 최악의 선택인 셈이지. 결국 전쟁은 사람이 하는 건데 카레나 누님이나 지겔마이어 원수께서는 이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 아무리 반격을 위한 대규모 작전을 실행한다 해도 지금과 같이 전사상자가 많이 발생하는 상황이면 병사들과 지휘관의 발바이스군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심 때문에 예상하지 못하게 일이 틀어져 작전 실패가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단 말이지. 예전에 에드라 요새가 깨지고 나서 적에 대한 공포심과 두려움 때문에 제대로 반격조차 못한 에드라 요새 주류함대 사령관들처럼 말이야.”
갑자기 현실을 한탄하는 크라우프에게 다이레아는 양손을 모아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로 조용히 그를 보았다. 그리고는 차분히 지금 자신도 수뇌부가 병사들을 너무 장기판의 말처럼 생각한다고 걱정했다.
“적을 속이고 심지어는 아군마저 속이려고 할 때에는 적(敵)을 아는 것보다 먼저 나(我)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죠.”
다이레아는 카레나와 지겔마이어 원수가 실제 전쟁터에서 병사들이 어떻게 전쟁을 받아들이고 어떤 식으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변해 버린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밝은 표정으로 양손을 모아 오른쪽 무릎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걱정했다.
“설마······지금 제가 한 말 카레나님께 이르는 것 아니겠지요?”
걱정하는 다이레아에게 크라우프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그리고는 곧 그도 진심인지 장난인지 모를 표정으로 왼손 집게손가락을 입술 앞쪽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크라우프는 문득 자신도 카레나와 지겔마이어 원수처럼 승리를 위해서 일개 병사들을 단지 하나의 장기판의 말로 보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4월 25일 월요일 11시 30분 네슬런 행성계에서부터 전선까지 보급품을 실어 나르고 있는 수송함대는 모두해서 5개 이루어져 있으며 각 함대는 모두 각기 2만 척의 수송함을 보유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4개의 수송함대 8만 척은 늘상 보급품을 싣고 전선에 있는 함대와 네슬런 행성계 사이를 분주히 오가고 있었고, 나머지 1개 수송함대 소속 2만 척의 수송함은 예비 함대 소속이었다.
이렇게 예비 함대가 나름대로 갖추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11억 3천만 명에 달했다고 하는 에이센군 포로들을 기한에 맞추어 수송하기위하여 예비 수송함대 2만 척을 동원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중간에 보급 물자를 실어 나르고 있던 2만 척의 수송함대 중 하나를 거의 통째로 포로 수송에 전용해 버렸다. 물론 그의 이러한 행동은 포로교환 이후 정국의 변화가 전쟁보다는 평화협상 쪽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 때문이었다. 게다가 전선에 비축되어 있거나 에이센이 남겨놓고 간 시설에서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 물자의 양이 어느정도 여유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는 것도 에네르 자드 하페텐이 그런 결정을 하는데 한몫을 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사태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고, 연일 격렬한 전투가 전개됨으로 인하여 현재 발바이스군은 막상 에이센과 전쟁이 벌어지게 되자 당연하게 극심한 보급품 부족에 시달리게 되었다.
사실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포로들의 수송을 예비 수송함대에게 맡기려 했지만 나베 카투라 하페텐이 한 가지 방법을 가르쳐 줌으로서,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안심하고 포로 교환이 벌어지게 될 촉박한 기일을 맞추기 위해 예비 수송함대 대신에 본래 보급품을 싣고 있던 함대를 사용해 포로들을 실어 나르게 되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어쨋거나 2만 척의 수송함대가 전선에 보급품 대신 포로들을 실어 나른 탓에 지금 전면전이 벌어진 이때 당장 기다렸다는 듯이 터져 나온 보급품 부족을 현상을 해결하고 보급품의 재고량을 대폭적으로 확충시키기 위해,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예전에 나베 카투라가 귀뜸해 준 대로 예비 수송함대 2만 척에게도 보급품을 싣고 에르바 행성계에서 전열을 정비하며 에이센 함대와 결전을 준비하고 있는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함대에게 신속하게 실어 날라 줄 것을 요구했다. 한번에 평소 물량의 2배에 달하는 보급품이 도착하게 된다면 보급품 부족 현상은 단숨에 해결될 것이기 때문에 그는 에이센이 제공하는 15만 톤의 금괴에 눈이 멀어 보급품 부족 현상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일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에네르 자드 하페텐의 명령에 따라 네슬런 행성계에서 보급품을 만재하고 에르바 행성계를 향해 출발한 발바이스 수송함대 4만 척은 에르바 행성계를 향해 잰걸음을 걷고 있었다. 이때 4만 척의 수송함을 호위하데 동원된 전투 함대는 대략 5천 척 남짓했다.
에이센이라고 한다면 이 정도 규모의 수송 함대에 최저 1만 척의 호위함대를 배치했을 것이다. 하지만 병력이 부족한 발바이스에게 5천 척은 과분한 경호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발바이스에게 지금 에르바 행성계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 4만 척의 수송함 함대가 가지는 중요함을 생각해 본다면 보다 많은 전투 함대가 배치되었어야 옳았다.
물론 네슬런 행성계 방어 사령관 아펜 매드클라이 데카이드가 이번 수송의 중요성을 내세워 전함과 공격 항공모함으로 구성된 10만 척 규모의 호위함대를 편성하려 했었다. 하지만 갑자기 매드클라이의 호위함대 편성은 나베 카투라 하페텐이 에르바 행성계와 네슬런 행성계 사이에 이렇다 할 함대가 배치되어 있지 않음을 들어 반대하기 시작함으로서 난관에 빠져들게 되었다.
또한 나베 카투라는 10만 척의 함대를 움직이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낭비되는 문제 등을 포함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아펜 매드클라이 데카이드의 10만 척 호위 함대 편성을 비용과 규모의 문제를 들어 일축해 버렸다.
나베 카투라는 비용 문제나 네슬런 행성계의 방위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해 애초에는 4만 척 정도의 수송함대에 1천 척 남짓한 호위함대를 배치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펜 매드클라이가 극구 반댜를 하며 보다 많은 호위 함대가 배치되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여러 논쟁 끝에 4만 척의 수송함 호위에 5천 척의 함대를 붙이는 것으로 합의를 보게 되었고, 이에 따라 현재 4만 척의 수송함대에는 5천 척의 호위함대가 두 눈을 번뜩이며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이상하게도 에르바 행성계 쪽으로 정기적으로 발신되던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신에 장애가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에 호위함대 5천 척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공격이 겨우 100여척 남짓한 게릴라 함대의 공격이었기 때문에 호위함대는 기동력을 이용해 갑자기 뛰어나와 화력을 퍼붓고 사라지곤 하는 쥐새끼 같은 에이센 게릴라들이나 에롤드 족 게릴라 함대에 대한 방비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었다.
12시 30분 코넬리우스 타머란 대장은 자신의 기함 월터 윌버 호에서 안드레 케니즈 중장과 험버트 마그너스 중장과 나누어 지휘하고 있는 자신의 함대 2,000,000척이 무사히 네슬런 행성계에서부터 에르바 행성계로 향하는 발바이스의 보급항로에 도착했음을 안도했다.
보급로의 인근에 도착한 이후 조용히 지금까지 매복을 하고 있는 타머란 대장은 눈앞으로 발바이스의 수송함대 4만 척이 이동중에 있었다. 조용한 정찰행위가 있은 후 이들을 경호하는 함대가 대략 5천 척 남짓이라는 보고가 올라오자 타머란 대장은 특히 자신이 믿고 있는 에뮤얼 푸 소장에게 선두에 서서 발바이스의 수송함을 남김없이 격침시키도록 명령했다.
“전진해 나가라! 적을 포위해서 단 한 척도 포위망을 벗어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기회를 잡았다 판단한 타머란 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공격 명령을 내렸고 그의 명령을 받은 에뮤얼 푸 소장은 이내 기동력이 빠른 구축함과 경비함 위주로 전력을 다해 발바이스군 수송함 함대를 향해 고속으로 돌진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17시 30분 에르바 행성계에서 에이센과의 전투에 대비해 방어 태세를 증강시키고 있던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이른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현재는 보급품이 부족해 많이 아껴야 했지만 이제 곧 나베 카투라가 출발시킨 4만 척의 수송함대가 도착할 때가 되었기 때문에 그는 그때까지는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식량과 전투 물자가 갖추어져 있다고 판단했다.
하얀 백작이 제안한 사자를 통한 항의는 에이센에게 제대로 먹혀들지 못했다. 쿠르트 지겔마이어 원수를 만나보지도 못한 채 전쟁을 중지시켜야 하는 일은 황제께 아뢰어야 한다는 모호한 답변만을 듣게 되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쫓겨오듯 사자가 되돌아 오게 되면서 양측이 협상을 할 여지는 거의 사라져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에네르 자드 하페텐이 지금에야 깨닫게 된 것이지만 에이센이 버리고 간 전략 물자 생산 시설은 가동율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 처음 얼마간이야 시설에 비축되어있던 원자재로 물자를 생상했지만, 시간이 지나 그것이 소진되어 버리자 전략 물자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생산 시설은 거의 대부분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가게 되었다.
우습게도 에이센은 전략 물자 생산 시설을 파괴하지 않고 그대로 넘겨주고 감으로서 당시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믿었던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지휘관들이 확실하게 장기적인 전투 수행이 가능하다고 믿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조금만 더 버틴다면 에르바 행성계의 남은 전략 물자 생산 시설과 보급 물자로 충분히 장기간의 전쟁을 버틸 수 있고, 항구적으로 에르바 행성계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부딪치게 되니 생산 시설은 있으되 원자재가 없었고, 이 덕분에 물자 생산이 빠른 시일내에 불가능하게 되었다. 게다가 수송함대의 규모와 세력이 에이센에 비해 너무나도 허약하니 보급품이 단 한차례 도착하지 않게 됨으로서 입게 된 타격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나베 카투라가 많은 비용을 대며 보급품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큰소리 치기는 했으나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모든 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답답하고 한심스럽기만 했다. 문득 이 모든 것이 에이센이 의도한 것이 아닌가 싶어지게 되자 갑자기 일이 이렇게 될 때까지 자신이 무엇을 했나 싶어 걱정과 한숨이 곁들어 지게 되니 자연스럽게 독한 술만 찾게 되었다.
20시 10분 하얀 백작은 에이센 함대 150만 척 이상이 에르바 행성계와 아나베 행성계 사이의 주역에 출현했다는 보고를 받게 되자 깜짝 놀랐다. 몇 번을 확인한 끝에 이 보고가 사실임을 깨닫자 그는 에이센 함대가 히르슈까지 파괴하고 계속된 격렬한 전투로 에르바 행성계 외각 교두보만을 확보한 채로 현재까지 이렇게 공격을 감행하지 않고 있는 이유를 단번에 알아 차렸다.
“역시나 이제까지 짐짓 대규모로 패전한 것이나 공격을 감행하고도 이것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군!”
하얀 백작은 이내 에이센 함대 지휘관이 2월 6일부터 26일까지 패전한 일이나 3월 1일부터 18일간 공격 작전을 감행해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의 시선을 에르바 행성계와 브랜다 조슬리 행성계 사이에 붙잡아 둔 일이 무엇 때문인지를 깨닫게 되자 자신도 모르게 오한이 일어나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제길! 그럼 도대체 우리는 에이센인들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말려들었단 말인가? 우리가 무대위의 광대였단 말인가!”
갑자기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하얀 백작은 잠시 동안은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는 에네르 자드 하페텐과 우나베 바스타란, 그리고 워너 폴크에게 통신을 열어 즉시 이후의 대책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4월 26일 화요일 00시 브랜다 조슬리 행성계에 있는 모처에서 카레나 스쿠비는 잠자리에 들기 전 따스한 물로 온몸을 깨끗이 씻었다. 아무리 피로하다고 해도 이렇게 따스한 물로 몸을 씻고 난다면 피로가 말끔하게 가시는 것 같았다. 그녀는 다소 여유롭게 머리까지 향긋한 샴푸로 감은 다음 몸의 물기를 타월로 닦아낸 후 목욕 가운 하나만 걸치고 침실 쪽으로 걸어 나왔다.
샤워 때문에 붉게 상기된 얼굴을 심호흡을 해 식히고난 뒤, 그녀는 거울 앞에 앉아 머리를 빗으로 곱게 빗어내렸다. 그러면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카레나는 조용히 손을 뻗어 거울 옆에 놓여 있는 작은 액자에 담긴 사진을 들여다 보았다. 그 사진 안에는 크라우프와 디나, 그리고 자신의 모습이 지금과 똑같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씁쓸한 웃음과 함께 카레나는 머리를 말리고 간단하게 몸에 스킨을 바르고 난 후 TV 바로 근처에 있는 작은 냉장고에서 브랜디를 한 병 꺼내 얼음없이 잔에 절반 정도를 채워 넣었다. 오른손에 잔을 들고 왼손으로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방안을 서성이고 있던 카레나는 드디어 코넬리우스 타머란 대장이 발바이스의 생명선을 끊어 버렸고 뮤틸레 족이 협상을 제안해 왔음에 흡족해 했다.
“이제 발바이스는 스스로 무너지게 되는 것 밖에는 남아 있지 않게 된 건가? 물론······데오도릭 파쿠스 하페텐이 남게 되지만······이것으로 충분하겠지. 하지만 이번 일의 끝까지 보아 두어야 한다. 반드시 말이야.”
카레나는 브랜디를 한 모금 마신 후 그것을 한 참 동안이나 삼키지 않고 입안에 머금고 있었다.
01시 하얀 백작을 비롯해 우나베 바스타란과 워너 폴크는 에네르 자드 하페텐의 기함으로 몰려와 네슬런 행성계에서부터 에르바 행성계까지 이어져 있는 항로쪽으로 에이센 함대가 최저 150만 척에서 최대 200만 척까지 진출해 나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어찌해야 할지를 물었다. 하지만 이때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독한 술 냄새를 풍기며 후방이 차단되어 보급품을 싣고 오던 4만 척의 함대가 궤멸되었다는 소식에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보다 못한 하얀 백작이나 우나베 바스타란, 그리고 워너 폴크가 여러 차례 걱정을 하고 현재 유지되고 있는 약 800만 척의 함대의 향후 행동을 되도록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화를 냈다. 술에 취한 듯 보이는 에네르 자드 하페텐도 이 사실에 대해서는 직감하고 있었지만 어찌 해야 할지 모르고 오히려 나머지 사람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우나베 바스타란과 워너 폴크가 무엇이라고 말을 하지 못하고 하얀 백작만 바라보고 있자 하얀 백작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일단 에르바 행성계를 버리고 철수해 아나베 행성계 쪽으로 병력을 이동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이! 이 에르바 행성계를 버리자는 말이오?”
하얀 백작이 갑자기 에르바 행성계를 버릴 것을 주장하니 에네르 자드 하페텐이 술에서 깨어나지 못해 벌개진 채로 에르바 행성계를 버리자는 단어에만 반응했다. 답답한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하얀 백작은 곧 에르바 행성계가 점령하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많은 비용과 물자만 들어가고 에이센의 저항이 워낙 강력해 아직까지도 에르바 행성 자체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당연히 철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에르바 행성 자체는 아무런 전략적인 의미가 없습니다. 보급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 서둘러 에르바 행성계를 에이센에게 넘겨주고 아군의 후방을 차단한 에이센 함대를 공격한다면 자연스럽게 시간을 벌게 될 것입니다. 지금 후방을 차단한 에이센 함대가 비록 200만 척에 가깝다고는 하지만 먼길을 돌아 아군의 뒤를 차단하기 위해서 속력이 빠른 배 위주로 함대를 구성했을 것이니 많은 물자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지금 800만 척의 아군 함대가 아나베 행성계 쪽으로 이동한다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함대를 물리치게 될 것이고 아나베 행성계를 중심으로 해서 전선을 재형성한다면 다시 승산이 있습니다.”
전체적인 상황을 옳게 보고 한 말이었지만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에르바 행성계를 버려야 한다는 말에 화부터 냈다.
“이곳 에르바 행성계는 바르디아인들의 성지요! 지금 성지를 버리겠다는 말이오?”
자드 하페텐이 무턱대고 화를 내자 하얀 백작은 아연해 했지만, 이내 그가 지금 마지막 자존심을 위해 소리를 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이내 좋은 말로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드 하페텐에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고집만 피우게 된다면 에이센 함대 200만 척이 보급로를 완전히 차단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이곳 에르바 행성계에서 굶어 죽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시키려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