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909
쏟아지고 있는 업무에 파묻혀 있을 수도 있지만 바렌브룩 준장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 디네스가 짧게 혀를 차니 티아라는 즐거운 듯 일이 재미있게 되지 않았냐며 씽긋 웃었다.
“너는 그런 일이 재미있니?”
디네스가 슬쩍 입술을 삐죽이며 남의 불행이 재미있냐는 말로 질책하듯 화를 내니 티아라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며 왼손 집게손가락을 들어 가로저었다. 그리고는 마치 소설을 쓰듯이 양팔을 가슴에 얹은 후 디네스의 앞쪽을 소녀처럼 서성였다.
“뭐 그래도 맨 날 닭 쫓던 개가 지붕만 쳐다보는 격이잖아. 아마 클로리사 발라트 대위 같으면 에르바에 있을 때 무슨 일이 있는 거 아니야? 그 만한 얼굴이면 전쟁터 속에서 굶주린 남자들이······아니 이것은 좀 아니겠다. 뭐······그럼 전쟁터 속에서 피어난 사랑? 뭐 이런 것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티아라가 마치 소녀처럼 지그시 눈을 감고 코로 비음을 내며 흥흥 거리고 있는 모습을 처음 보았기 때문에 디네스는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엇이라고 말을 꺼내기 전 티아라는 갑자기 연극 무대에서 혼자 열연하는 여배우처럼 우는 시늉을 하며 클로리사가 바렌브룩 준장에게 혹시 이렇게 말을 했을 수도 있다며 양손을 목 언저리에 교차해 얹어 놓은 후 눈을 지그시 감았다.
“흑흑 저는 당신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더럽혀진 몸이에요. 뭐 이럴 수도 있을까?”
갑자기 정색을 하며 웃는 티아라는 디네스와 눈이 마주치자 귀엽게 눈웃음을 치며 살짝 혀를 내밀었다. 티아라의 소녀 같은 모습을 보게 된 디네스는 갑자기 뒷머리를 둔기로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의 행동은 그간 오래 알고 지내면서도 처음 보았기 때문에 쉽게 진정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내 잠시 침착함을 되찾는데 성공한 디네스는 씁쓸한 웃음과 더불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리고 섣부르게 상상하는 일이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세한 일은 그들 두 사람이 알고 있겠지.”
대수롭지 않은 일이 온갖 부풀려 지게 되는 일이 바로 지금의 티아라와 같은 농담과 상상력의 발현이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것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디네스는 티아라의 장난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디네스의 입장에서는 티아라에게 대단찮은 일로 화를 낼 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자신은 티아라가 펼치는 상상의 나래에서 빠져 나오고자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디네스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한 걸음 물러나기 위해서는 굳이 상대의 상상력에 맞장구 쳐주지 않는 다면 이내 상대가 기운이 빠져 상상하는 일에 흥미를 잃어버린 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녀는 굳이 티아라의 말에 호응해 주지 않았다.
별로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디네스의 뜻을 알아차린 것인지 티아라는 볼멘 표정으로 머쓱해 했지만 이내 평상시의 모습으로 되 돌아왔다.
“그나저나 발라트 대위도 불쌍해! 그냥 후방으로 물러날 수 있었는데 굳이 곧 전장에 출격할 이 함대에 되돌아 온 것 말이야.”
씁쓸하게 한숨을 내쉬는 티아라에게 디네스는 다소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것마저 호응해 주지 않는 다고 한다면 상대가 크게 토라질 것이라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도 이번에는 나직이 한숨인지 탄식인지 모를 씁쓸함을 곁들였다.
“그래도 본래 자신이 있던 곳으로 되돌아와서 존재감을 인정받고 싶은 것은 아닐까?”
나름대로의 생각이었지만 티아라는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그리고는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다.
“글쎄······내가 시간을 되돌릴 능력이 있다면 몰라도 지금 현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그때는 그렇게 했지만 지금 다시 그때로 되돌아 갈 수 없으니 말이야. 옛날만 후회하고 있다면 아니 내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렇게 했을 텐데 라는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벌써 저 만큼 지나가 버리고 있으니 말이지. 그러고 보면 후회만 하거나 쓸데없는 일을 하다가 헛되이 지나가게 되는 시간이 너무 아깝잖아.”
티아라가 무엇인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지만 디네스는 씁쓸히 웃어 주기만 할 뿐 길게 대화를 끌지는 않았다. 곧 나직이 한숨을 더한 디네스는 이내 왼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며 피식 웃었다.
“그러고 보니 왠지 술 생각이 난다. 술잔을 나누면 한껏 노래를 부르고 그러다 보면 문득 지나간 시간이 너무 많으니 말이지. 그렇지만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 다시 베르베라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 서로 웃으며 보자고 알겠니?”
듣고 있던 티아라는 피식 웃으며 씁쓸히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의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다. 불확실함 바로 이것 때문에 더욱 사람은 현재에 집착하고 과거를 돌이켜 보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지금 이 순간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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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금은…그냥…간단한 일상이랍니다…^ㅁ^;
하지만 아나베 행성계와 네슬런 행성계에서의 전투는 더욱 즐겁게 이어집니다…
금일도 한편 올립니다…Next-54…
에궁…
●‘6號戰車Tiger’님…ㅠㅁㅠ; 일단 순결당 만쉐이부터 시작하고 봅니다…므흐흐흐…어쨋거나 아뒤쥔장님의 갑작스러운 1타 신공에…저 작가넘도 놀랐답니다…헐헐…
●‘내앞에서꺼져’님…ㅠㅁ^; 죄송합니다…갑자기 아뒤쥔장님이…쿨럭…쿨럭…어제의 1타는 저 작가넘이 절대로 아닙니다…앙앙…부디 이해와 용서를 부탁드립니다…ㅠ0ㅠ;
●‘ok100’님…저 작가넘이 아니라 아뒤쥔장님이셨답니다…올리자 마자…ㅠㅁ~; 글쿠…하렘당이라네요…순결당…바로 순결당이 정의입니다…순결당 만쉐이!! 만쉐이!! 만만쉐이!!
●‘키트릿지’님…핫핫…받아 주다니요…쿠울럭…K 군이면…으음…크라우프 군 녀석을 위해서 말인가요? 물론…끝이 날 때 까지는 카레나와 코프가 떡질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만…뉘앙스는 조금 더 즐겁게 풍기겠습니다…므흣…
●‘현돌’님…^ㅁ^; 주말에는 저 작가넘이 아르방을 하러 나온 관계로 어쩔 수 없답니다…뭐…저 작가넘으로서도 아르방을 하면서 다소 지루한 시간을 빨리 해결할 수 있으니 더 좋기는 하지만 말이지요…베실베실…
●‘오멘’님…크라우프 녀석의 전투가…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랍니다…뭐…쥔공으로서…너무 약하고 무능하다고 평가 받는 것 같아서 말이죠…^ㅁ~;;
●‘판타로드’님…^ㅁ^; 물론 에이센이 승리를 하고 발바이스가 망하는 것은 당연하답니다…쿠울럭…글쿠…상식을 버리셔야 한답니다…발바이스가 그렇게 만만한 녀석들이 아니니 말입니다…그나저나 말씀대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지요…저 작가넘은…인간이 태어나면 선한 것이 아니라 악하다고 생각합니다…왜냐면…태어난 이후부터 계속해서 남을 이겨야 자신이 살아 남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_^;;
●‘빨강보석’님…물론…저 작가넘이 삼국지를 더 할 수 없이 외울 정도로 보았으니…당연한 것이랍니다…=0= 그리고…아나베 행성계에서 전투를 벌여야 하는데 말입니다…두 대장이 패 하고 그 뒤를 크라우프가 공격해서 해치워 버린다면…무슨 재미와 쥔공을 돋보일 수 있겠습니까? 그럴 일은 없답니다…^ㅁ^;
●‘라이네케’님…쳇…속지 않으시는 군요…타우린이 잔뜩 함유된 박카스를 위장한…것이었는데 말이죠…쭈압…그럼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아야 겠습니다…쭈압…
●‘시르피드’님…클로리사는 뭐…^0^; 두 얼굴의 처자랍니다…사람 죽이는 것 재미있어 하면서 동시에…이곳에서는 더 할 수 없이 매혹적인 여성이지요…씨익…
●‘아담스미스’님…이제 크라우프가 모든 것을 장악할 일이 곧 있습니다..그 일이 바로 아나베 행성계에서의 전투입지요…므흐흐흐흐…^ㅁ^; 글쿠…건담 시드…수 많은 관심들이 쏟아 지는 군요…으음…ㅠ0ㅠ;
●‘가연을이’님…아! 주차비요…어느 학교에서든지…주차비를 낼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서…무료 주차장…물론 조금 더 걸어야 하지만 그것을 운영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헐헐…조금 만 더 걷게 되면 운동도 되고 좋잖습니까? 헐헐…
●‘당근선인’님…뭐…죽을 때가 되었으면 죽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씨익…그 장면을 쓸 때 갑자기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장동건의 시신이 발견된 모습을 떠올려 보았는데…잠시 쉽지가 않더라구요…헐헐…
●‘다크크라이드’님…글쿤요…바쁘신 것…하는 수 없지요…어쨌든 간에 다크크라이드님…아무리 바쁘셔도…건강이 제일로 중요한 것이랍니다…이 점을 잊지 마시구요…화팅!!! %2B_%2B)乃
●‘soulschaos’님…맞습니다…결국에는 크라우프는 이제 더욱 더 성숙해 지고…어느 순간부터는…이제까지의 방만한 황태자의 이미지를 벗어 날 것이랍니다…글쿠…호라이즌…일찍부터 죽였어야 했지만 기회가 없었습니다…물론…이렇게 죽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요…씨익…
●‘우이리’님…재미있지 않습니까? 뇌리속에 팍팍 박히고 말이죠…종종 출몰하는 캐릭터의 경우에는 독자분들이 저놈이 누구지? 하시는 경우가 있는데…[······]는 아무리 조금씩 출몰해도…금방 알아 보시더라구요…^ㅁ^;
●‘호박의정령’님…맞습니다…저 작가넘 화팅입니다…씨익…^0~; 그나저나 밖에서 비가 내리네요…쭈압…~ㅁ~;; 날씨도 제법 선선해 졌고 말입니다…~_~;
●‘英雄’님…토닥토닥…곧 제대하고 나시면…첫 예비군 훈련 때…수많은 사단 출신들 보고…당혹스러워 할 때가 있답니다…부대에 있으면 늘 어깨에 같은 종류의 사단 마크만 붙어 있는 것이 익숙해 져 있다가 모두 부대와 군복이 다를때…놀랍죠…
●‘bean’님…맞습니다…순결당…바로 순결당이 정의입니다…^ㅁ~; 갑자기 날씨가 추워 지려는 데 몸 죔 하세요…bean님…마지막으로 한 번 더 외칩니다…순결당 만쉐이!!
●‘bsh2345’님…예비군 훈련이라…비가 내리면 훈련 받지 않아서 좋지 않나요? 긁적…뭐…비가 주룩주룩 내리면 몰라도…어설프게 내리면…더 귀찮지만 말입니다…ㅠ0ㅠ; 자칫 빡쎄게 훈련 받으면…온갖 고생은…ㅠ0ㅠ;
●‘스킬팝’님…맞습니다…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과거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현실에서의 상황이 더 할 수 없이 중요한 것이니 말입니다…쭈압…쭈압…글쿠…민족의 순화라….저 작가넘도 생각해 보면 웃음만 나온답니다…헐헐…
●‘메두’님…므흐흐흐…아펜 매드클라이는 수도 방어 사령부 사령관이랍니다…므흣…엄밀히 따진다면 황제의 친위 대장입지요…씨익…네슬런 행성계 전투에서 짧고 굵게 출현 할 것이랍니다…베실베실…
●‘크림슨페더(위풍당당)’님…다른 말이 필요 없습니다…대항해 시대 온라인…부럽습니다…ㅠ0ㅠ; …털썩…
●‘바보아님’님…쭈압…토요일에 완전히 관뒀는데요? 쿨럭…ㅠㅁㅠ;
순결당 만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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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 5월 2일 월요일 20시 30분 약 800만 척의 발바이스 함대와 이들의 후방을 차단하고 있는 200만 척의 코넬리우스 타머란 대장의 함대가 대치하고 있는 사이, 약 200만 척 수준의 워렌 카터 대장과 에드먼드 라엘 대장이 지휘하는 함대가 맹렬한 기세로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함대를 추격해 나가고 있었다.
같은 시각 브랜다 조슬리 행성계에 남아 있던 카레나는 안가로 들어서자마자 권총을 테이블위에 풀어 놓고 곧 바로 고 난 후 침실로 들어가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은 후 샤워룸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곧 시원한 물과 바디 샴프로 깨끗이 몸을 씻은 카레나가 젖은 머리카락을 타월로 감싸고 몸에다가 긴 타월 하나만 걸친 채로 밖으로 걸어 나와 화장대 앞에 앉았다. 양손을 손바닥을 맞대어 코앞에 높이 세운 후 두 손의 엄지손가락으로 턱 쪽을 받치고 집게손가락 끝으로 코끝을 살짝 감싸 눌렀다. 살짝 벌어진 손바닥 안쪽으로 카레나의 숨결이 스며들어갔고 그녀는 그 자세 그대로 똑바로 거울에 비추어진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거울에 비추어진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고 있다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온 카레나는 이내 머리에 감싸져 있던 타월을 풀어내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어깨위로 흘러 내렸고 이내 곱게 빗을 꺼내 자신의 머리카락을 빗어 내었다.
곱게 빗질한 머리카락을 한 번 추어 올린 그녀는 몸을 감싸고 있던 타월을 벗어 놓은 후 거울에 비추어진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문득 시선을 돌려 거울 옆에 놓여 있는 작은 액자에 담긴 사진을 들어 보았다. 물끄러미 사진을 보고 있던 카레나는 TV 전화가 울리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린 후 액자를 내려놓고 곧바로 몸을 돌려 가운 하나만 걸친 후 TV 전화 앞에 앉았다.
“무슨 일이야?”
다소 경직된 목소리를 한 채 작은 화면에 나온 키트릿지를 바라본 카레나에게 그는 짧게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곧 뮤틸레 족과의 협상이 완전 체결되었다고 보고했다.
“그래? 아주 잘되었군.”
일이 성사되자 카레나는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하지만 약간 목이 칼칼한 듯 끝이 조금은 갈라지는 목소리로 키트릿지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 준 후 곧 약속한 대로 행동해 줄 것을 촉구하라고 강조했다.
“알겠습니다.”
그녀가 지시를 내리자 키트릿지가 이내 말뜻을 알아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키트릿지의 보고를 받은 카레나는 약간은 차가워 보이는 미소를 슬쩍 지었다가 소형 냉장고에서 와인을 꺼낸 후 그것을 잔에 절반 정도 따라 손에 들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이제 이 전쟁의 끝이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이 전쟁이 끝이 나면······나는······무엇을 하게 될까?’
그녀는 씁쓸한 표정으로 화장대 옆에 있는 작은 액자에 담긴 사진에 담겨 있는 자신과 디나, 그리고 크라우프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손에 들려 있는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5월 3일 11시 11분 워렌 카터 대장과 에드먼드 라엘 대장이 지휘하는 에이센 함대 200만 척은 후퇴하고 있는 발바이스 함대의 후미에 따라 붙자마자 맹렬한 포격을 퍼부어 대기 시작했다.
최초의 포격과 함께 전투가 벌어지고 난 후 12시 11분까지 60분간은 에이센 함대가 나름대로 발바이스 함대를 압도하는 듯 했지만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연합 함대를 갑자기 기다렸다는 듯 주력 함대를 돌려 추격해 온 에이센 함대의 선두를 후려쳤다.
지겔마이어 원수로부터 미리 들은 것이 있었기 때문에 워렌 카터 대장과 에드먼드 라엘 대장은 적이 조직적으로 반격해 나오자 급하게 함대를 뒤로 빼내려 했다. 하지만 발바이스 함대가 워낙 주력 함대를 집중시켜 에이센 함대의 취약한 부분을 집중 공격해 오자 어지간한 카터 대장과 라엘 대장도 더 이상 견뎌내지 못했다.
12시 11분부터 18시 30분까지 에이센은 무려 3만 척에 가까운 전투함을 상실하고 전사자만 해도 무려 18,345,677명이나 발생했다. 그렇기 때문에 카터 대장과 라엘 대장은 본래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전투 의지를 상실하고 더 이상의 추격을 중단하고 전력을 후퇴시켰다.
무려 200만 척이나 전투함을 보유하고 있던 두 사람이 겨우 3만 척 정도를 상실하고 후퇴했다면 두 사람이 무척이나 겁이 많거나 그렇지 않으면 후퇴가 미리 적에게 계획된 것임을 적이 짐작하게 만들 것이었지만 어쨋거나 적의 대응태세를 알아본다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상태였다. 게다가 적을 놓친 것도 아니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감시를 하고 있으니 추격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5월 4일 01시 카터 대장과 라엘 대장이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함대에 대한 추격을 중단하고 전력을 후퇴시켜 이런 저런 손실을 따져 보았을 때 두 사람은 아연할 수 밖에 없었다.
5월 3일 12시 11분부터 18시 30분까지 벌어진 전투에서 에이센은 3만 척의 전투함을 상실하고 1,800만 명이 넘는 전사자를 떠안게 되었고,이 이외에도 20만 척에 가까운 전투함이 크고 작은 피탄을 당해 수리가 필요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 짧은 시간의 전투 손실이 무려 20만 척이라는 건가? 도저히 믿을 수 없군.”
카터 대장과 라엘 대장은 자신들이 크게 실수한 것 같지 않은데도 무려 20만 척의 전투함이 전투 손실을 입었다는 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두 사람이 현실을 받아들이든 말든 결과는 두 사람은 200만 척의 함대를 이끌고 7시간 남짓한 전투를 벌여 전체 병력의 10%25가 전투 손실을 입는 참패를 당했다는 것이었다.
5월 4일 02시 정신없이 난타당한 에이센 함대가 전열을 정비하고 있기는 하지만 감히 다시 추격해 나올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적이 더 이상 추격해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이제 주력 함대를 투입해 에르바 행성계와 아나베 행성계 사이에 진출해 보급로를 차단하고 있는 에이센 함대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결정한 후 주력 함대를 아나베 행성계 쪽으로 향하는 항로상에 배치시켰다.
이에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똑같이 뮤틸레 족도 발바이스 함대와 더불어 나란히 아나베 행성계 쪽으로 진격을 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우나베 바스타란이 묵묵히 고개를 가로 저으며 에이센 함대는 병력이 매우 많고 크라우프 페트릴 같은 유능한 인재들도 매우 많으니 후방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에는 우리 뮤틸레 족 함대가 후방을 맡도록 하겠습니다.”
갑자기 뮤틸레 족이 약간은 소극적이었던 모습에서 벗어나 스스로 후방을 맡아 에이센 함대가 추격해 나오면 막아서겠노라고 자청하니 자드 하페텐은 무척이나 놀라 우나베 바스타란의 호의에 감사함을 표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신의를 지켜 주시는 것이 정말로 감사합니다.”
에네르 자드 하페텐이 진심으로 뮤틸레 족이 신의를 지켜주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자 우나베 바스타란은 이번 일이 당연히 동맹자로서 해야 할 일임을 강조하며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함께해 에이센을 물리치자는 말로 어지간한 에네르 자드 하페텐을 감동시켰다.
······하지만 감동은 오래가지 않는 법이다.
5월 5일 06시 30분 크라우프 페트릴 대장과 바이올렛타 두산 대장, 캐슬린 로즈위드 중장, 그리고 지원 함대로 구성된 약 300만 척의 함대가 에르바 행성계에서 빠져 나와 아나베 행성계 쪽으로 몰려나가고 있는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연합 함대 800만 척의 뒤를 추격중에 있었다.
07시 크라우프가 고급 장교 휴게실에서 클로리사 발라트 대위, 그리고 길리엄 에스먼 중령과 더불어 이른 아침 식사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호박의 정령호의 함장인 제이슨 치드 준장이 다급한 보고를 해 왔다.
“각하! 선두 정찰함대로 부터의 보고입니다. 약 400만 척 정도의 뮤틸레 족 함대가 전진해 나오고 있습니다.”
그의 다급한 목소리에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크라우프는 절반쯤 먹은 아침 식사를 내팽겨 두고 곧 자리에서 뛰는 듯 일어나 함교로 돌라왔다. 그리고는 당번병이 가져온 물로 목을 한번 축인 후 치드 준장으로부터 전체적인 상황을 보고 받았다. 그리고 곧 뮤틸레 족 함대 400만 척이 정면으로 진격해 나오고 있고 이들 모두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보고를 받았다. 바로 이 순간 긴급 보안 회선으로 나이와 경력으로 따져 실질적인 추격 함대의 사령관직을 맡고 있는 바이올렛타 두산 대장이 크라우프에게 긴급으로 연락을 해 왔다.
곧 크라우프가 통신을 받으니 두산 대장은 갑자기 에르바 행성계에 있는 지겔마이어 원수로부터 뮤틸레 족 함대와 교전을 벌이지 말 것을 지시하는 명령서가 내려왔다며 당혹스러운 목소리와 표정을 한 채 크라우프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이에 크라우프가 짐짓 당황하는 표정을 짓자 바로 그 순간 크라우프의 정보 참모인 죠니 나잘리 준장이 지겔마이어 원수로부터 내려왔다는 암호 전문을 건네주었다. 전문의 내용은 보지 않아도 뻔했다. 하지만 확인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기에 크라우프는 두산 대장이 잠시 기다리는 사이 고급 장교 3명의 암호문과 대조하고 3명의 동의하에 서둘러 전문을 뜯어보았다.
역시나 암호 전문의 내용은 두산 대장이 받은 내용 그대로였다. 아니 전문이 아니라 엄연하게 지겔마이어 원수가 그의 기함 판타로드호에서 내려 보낸 명령서였다. 곧 보안회선에서 잠시 자신을 기다려 준 두산 대장에게로 돌아온 크라우프는 명령문의 진위 여부를 의심하는 그녀에게 형식에 맞춘 명령이니 그대로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확실한 명령 같기는 하지만 두산 대장은 갑자기 뮤틸레 족과 전투 행위를 중단하고 그들이 퇴각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 주라는 명령이 내려온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혼란스러워 했다. 그러자 크라우프는 전체 함대에게 1급 임전 태세를 내리면서도 뮤틸레 족 함대가 먼저 포격을 감행하기 전에는 이들을 공격하지 않는 것이 좋지않겠냐고 조언했다.
미리 카레나를 통해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귀뜸 해 들은 크라우프도 짐짓 놀라는 체 하며 두산 대장처럼 자신도 혼란스럽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명령은 명령대로 따르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판타로드호에게 다시 질의해 보는 것이 어떻겠는지를 권했다.
“일단 다시 한 번 확인을 해 보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전투는 전투대로 준비는 하되 명령을 지켜 적이, 아니 뮤틸레 족이 공격해 오기 전에는 절대로 포격하지 않도록 부하들을 철저하게 단속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라우프가 결단성 있게 다소 혼란스러워 하는 두산 대장에게 당장에 해야 할 일을 확실하게 보여주니, 그녀는 크라우프의 생각이 자신의 생각과 같다는 말로 당장에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확실하게 결정했다. 그녀는 크라우프와의 통신을 종료하자마자 캐슬린 로즈위드 중장에게도 현재 벌어진 사실을 통고하고 크라우프와 두산 대장의 의도와는 다르게 로즈위드 중장이 독단적인 행동하지 않도록 하는데 신중을 기했다.
갑작스러운 정세 변화에 당황한 것은 에이센인들 뿐만이 아니라 발바이스 함대 지휘관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에르바 행성계 쪽으로 향하는 항로를 스스로 지키겠다고 나선 뮤틸레 족이 갑자기 발바이스 함대와 이어지는 통신을 차단하고 에이센 함대 쪽으로 진격해 나가더니 이내 투항해 버렸다는 소식은 에네르 자드 하페텐을 극심한 혼란에 빠져 들게 만들었다.
“뭐야? 뮤틸레 족이 에이센군에게 투항했다고? 그게 사실인가? 사실이야?”
바로 하루전만 하더라도 스스로 에이센의 추격 함대를 막겠다고 나섰던 뮤틸레 족이 갑자기 표변한 것에 대해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말을 중얼거리며 그 자리를 서성이고 있었다. 하지만 몇 번의 확인 끝에 뮤틸레 족이 에이센에게 투항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자 그는 마구 고함을 지르며 터져 나오는 분노를 주체할 줄 몰라 했다.
일단 뮤틸레 족이 에이센인들에게 투항한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동안 별다른 징후가 없이 잘만 싸우던 뮤틸레 족이 갑자기 우르르 몰려나가 에이센인들에게 투항해 버린 것은 도저히 이해될 수 없었다. 그러니 당연하게 에네르 자드 하페텐으로서도 지금의 현 상황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몹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자세한 상황을 알아봐! 당장!”
자드 하페텐은 즉시 네슬런 행성계에 현재 상황을 타전하고 이에 대한 답신을 받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에르바 행성계와 아나베 행성계 사이로 진출해 나온 에이센 함대 약 200만 척이 사방으로 통신 방해 전파를 송출하고 보급선을 차단해 버린 통에 네슬런 행성계와는 통신 자체가 힘든 상황이었다. 잠시 뒤 그 보고를 받고 나서야 자드 하페텐은 완전히 고립된 자신의 처지를 이해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통신 두절이 크게 곤란을 겪게 되자 라쉬드 사카가 소규모 함대를 네슬런 행성계와 아군 함대 사이로 빠르게 진출시켜 이를 이용한 통신 중계를 통해 타임 러그가 크더라도 네슬런 행성계와의 통신이 가능할 것이라는 제안해 왔다. 사카의 제안을 듣게 된 자드 하페텐은 현재로서는 통신을 확보하기 위한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직감하며 라쉬드 사카가 제안한 대로 소규모 함대의 중계를 통해 통신을 확보할 것을 지시했다.
21시 30분 만약에 계략일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잔뜩 긴장해 있던 크라우프와 두산 대장, 그리고 로즈위드 중장의 앞쪽으로 400만 척의 뮤틸레 족 함대는 에이센 함대와 교전 의사가 없음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비록 양측 모두 제대로 된 전투가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두산 대장과 크라우프가 전투 행위를 중지하라고 하는 지겔마이어 원수의 명령서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자 지겔마이어 원수가 자신의 기함인 판타로드호에서부터 직접 보안 통신으로 두 사람을 연결해 임의로 전투를 수행하지 말 것을 직접 확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