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911
“어? 대령님!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클로리사는 어느 남자든 호감을 가질만한 매력이 넘치는 얼굴로 디네스를 바라보자 씽긋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클로리사가 먼저 인사를 건네자 디네스는 반가운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받은 후 손을 뻗어 악수를 청했다.
“다시 돌아왔다는 말은 들었지만 미안해! 그간 좀 바빠서 말이야.”
스스로도 너무 궁색한 변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디네스는 클로리사가 내민 손을 잡아 준 후 함께 곧 아침 식사를 타 갖고 클로리사의 앞자리에 앉았다.
“그간 에르바에 남아 있었다며? 고생이 좀 컸겠다.”
자신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상대가 고생했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의례적인 말을 건넨 것은 그간 서로 알고 지내면서도 제대로 찾아가지 않은 것에 대한 자신의 궁색함을 조금이라도 감추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저야 뭐······. 숨어 지내기만 했는걸요?”
클로리사가 매력적으로 웃으며 씽긋 웃음을 지어 주자 디네스는 그래도 고립된 상황에서 숨어 지내는 것만 해도 힘든 일이 아니었냐며 거의 반년 동안 고생했다는 말로 클로리사를 위로해 주었다.
“그래도 이렇게 무사하니까 저는 뭐······. 고생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한쪽 눈을 슬쩍 윙크하듯이 감은 채로 씽긋 웃어 주는 클로리사를 보고 디네스는 앞에 놓인 음식을 한 수저 떠먹으며 잠시 한숨과 걱정을 섞어 버렸다.
“그나저나 이제 곧 전투가 벌어질 함대인데 이곳에 다시 돌아오게 되다니. 조금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해. 에르바에 남아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안전한 후방으로 갔으면 좋았을 것 아니야?”
디네스가 잠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클로리사를 바라보니 그녀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
“이곳이 가장 안전한 곳인걸요?”
클로리사의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디네스는 왼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좋을 대로 하라는 말로 서둘러 식판을 비운 후 크라우프의 전속 부관에게 식후 음료수를 선사했다.
휴게실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두 사람은 조금 길게 쓸데없는 잡담을 나누었다. 하지만 클로리사의 눈치를 살핀 디네스는 갑자기 주변에서 떠도는 소문에 대해 넌지시 확인을 해 보았다. 클로리사가 개인 적인 이야기를 물어 본다고 화를 낼 수도 잇는 상황이었지만 그녀는 어렵지 않게 바렌브룩 준장과 자신의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에 대해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상대가 대령 계급장을 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지만 클로리사는 자신이 바렌브룩 준장을 차 버렸다는 소문에 대해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길게 대화를 할 수 없어 음료수를 다 마실 때 까지만 이야기를 하고 난 후 클로리사와 헤어진 디네스는 곧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에 돌아와 자리에 앉아 있으려니 티아라가 거구의 여자 소위와 무엇인가 이야기를 나누며 사무실 안에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거구의 여자 소위가 디네스는 보고 경례를 올리고 그녀는 대충 답례를 해 주었다. 티아라는 씽긋 웃어 주기만 한 후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거구의 여자 소위에게 무엇인가 서류를 건네주었고 그녀는 마주 경례를 해 준 후 밖으로 나갔다.
“무슨 일이야? 아침부터 많이 바쁜 것 같네?”
디네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 보니 티아라는 직할 소대를 베테랑들로 재편성하려 한다며 기대에 찬 목소리로 자랑스러워했다.
“소대를 재편성? 베테랑들을 한 곳에 모아 놓으려고?”
살짝 눈을 크게 뜨며 물어 보니 티아라는 그렇게 할 생각이라는 말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전투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집중된 전투력으로 돌파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대가 필요해서 말이야. 음······. 내 생각에는 다른 소대의 전투력을 크게 저하시키는 것 없이 베테랑들을 모아 놓고 싶어서 말이지.”
티아라가 살짝 머쓱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당당하게 모든 상황을 설명하니 디네스는 좋을 대로 하라고 하면서 그녀의 말을 받아 넘겼다. 어쨌거나 이제 곧 전투가 벌어질 것이니 어떤 식으로든 높은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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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압…비가 내립니다…~ㅁ~;
금일도 한편 올립니다…Next-56…^ㅁ^;
에궁…오늘은 하지만 별 다른 소득도 없이 바빴답니다…쭈압…
●‘실제인물’님…므흐흐흐…^ㅁ^; 역시나 1타 화팅입니다…그나저나 비가 무지하게 내리네요…스산하게 비가 내리고 말입니다…쭈압…이런 저 작가넘의 스산한 마음을 바로 컴터 옆에 올라 앉은 짜장 나비가 달래 주네요…헐헐…
●‘%2B내일을위한한걸음%2B’님…헐헐 아쉽습니다…씨익…글쿠…저 작가넘 오늘 제법 날씨가 춥습니다…이잉…ㅠ0ㅠ; 곁에 있는 짜장 나비나 껴안고 자야 겠습니다…ㅠ0ㅠ;
●‘판타로드’님…베실베실…^ㅁ^; 뭐…명-조-청이라…옳으신 비유입니다…그나저나 츄리닝의 본명이라…끝까지 나올 일은 없을 것이랍니다…씨익…^0^;
●‘룬마스터’님…이제는 하얀 백작 조차도 남은 발바이스 함대 장병들에게 뒤통수를 치려 한답니다…갑자기 보니 에네르 자드 하페텐이 무척이나 나쁜 사람이 되었습니다…쿠울럭…
●‘오멘’님…으음…뮤틸레 족은 용병이 아니라…자국이 전쟁터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한…위에서 판타로드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명나라 군대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그럼 에이센은 청나라나 혹은 왜국?? 쭈압…
●‘soulwing’님…연참은 좀…~0^;; 그냥 저 작가넘은 매일 연참으로 독자분들게 보답을 하려 합니다…이 점에 대해서는 양해 부탁드립니다…m(_ _)m…여차저차해서 비축분이 날아가면 나중에 좀 곤란하거든요…쭈압…
●‘soulschaos’님…맞습니다…바렌브룩이 얼마나 비운의 캐릭터인데요…글쿠…클로리사 뇬은 이제 내숭 100단의 위력을 보여 주고 있답니다…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광기에 차 마구 잡이로 죽여 대더니 여기에서 부터는…왠 새침떼기 모습이라니 말입니다…ㅠㅁㅠ;
●‘악어세상’님…뭐…에이센 녀석들…확실히 부족한 것은 맞습니다…그리고 뮤틸레 족과 에롤드 족은 인간이 아니라…외계 종족들입니다…^ㅁ^; 발바이스야 같은 인간들이지만…워낙 부자들이었으니 말이죠…씨익…
●‘빨강보석’님…이제 카레나에게 하얀 백작마저 넘어가 버리게 되는 중이랍니다…^ㅁ^; 글쿠…발바이스는 그렇게 허약한 집단이 아닙니다…그러니 끝까지 잼나게 나올 것이랍니다…씨익…
●‘라이네케’님…괜찮으시다면…그레그 라이네케 보이트로 발바이스 쪽 파일럿으로 닉네임을 빌려 캐릭터를 출현시켜도 괜찮을지요? 가만히 보니…발바이스 쪽에서 마땅한 파일럿이 부족해서 말입니다…단역이지만…확실하게 나왔다가 짧고 굵게 갈 것인데 말이죠…^ㅁ^;
●‘bsh2345’님…넵…하지만 훈련 필증을 끊어 가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긁적…저 작가넘은 뭐…^ㅁ^; 입이 무겁답니다…씨익…
●‘애니~’님…디네스가 영원한 생명을 가진 것요? 그것은 물론 독자분들의 힘이랍니다..씨이익…기사 능력은…가끔 디네스가 보여 주는 지독한 체력 %26 엄청난 동체 시력(날아오는 빔을 보고 피하는)…글쿠…뉴타입 능력은 뭐…전투에 투입되어 싸울 때 세상의 모든 것이 느리게 보이는 것이랍니다…^ㅁ^;
●‘호박의정령’님…요즘에는 호박의정령님 처럼 작가넘 화팅을 외쳐 주시는 분들이 너무 고맙게 느껴집니다…ㅠ0ㅠ; 자꾸…피곤하고 성과 없이 바쁘기만 해서 말입니다…쭈압…
●‘ok100’님…훗…순결당의 힘은 영원합니다…글쿠…저 작가넘은…어떤 무기나 공격에도 단련되어 있답니다…씨익
●‘크림슨페더(위풍당당)’님…글쿤요…orz…그런데 효과음 다 끄고 하면 무슨 재미인가요? 우에에에엥…
●‘시르피드’님…맞습니다…뭐…전쟁 = 돈입니다…열심히 돈으로 쳐바른 군대는…어디를 가도 승리를 하니 말이죠…~.)y-~ 후욱…
●‘스킬팝’님..므흐흐흐…지독한 백병전은 아나베 행성계 전투에서의 결전에서 벌어집니다…발바이스 측에서 새로운 인물 테르미도르 올리버 사페르터, 스타 우르잔 보이트 그리고 그레그 라이네케 보이트 이 세 사람이 출현 합지요…물론 캐릭터 네임은 허락을 해주시지 않으면 바뀔 수 있기는 하지만요…음흠…씨익…그나저나 워3라…헐헐…ㅠ0ㅠ;
●‘당근선인’님…저 카레나의 쓸쓸함…바로 크라우프가 전쟁 끝나고 해결해 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랍니다…씨익…
●‘勇者’님…(슥슥)(부비부비)…바쁘게 사시는 것이 정말로 좋은 것이랍니다…남아 있는 것이 시간뿐이라면…정말로…~_~;; 그나저나 새롭게 크라우프의 하렘에 들어올 사람은 바로 디네스랍니다…씨익…
●‘우주인엘로힘’님…아뒤쥔장님도 몸에 열이 많으신데 말입니다…쿠울럭…쿠울럭…~ㅁ~; 그나저나 다른 것 보다…여름에 모기가 우주인엘로힘 님을 보고 무척이나 반가워 하시겠습니다…쿠울럭…
●‘가연을이’님…차량 트렁크를 이용하세요…^ㅁ^;; 루프랙은…쭈압…그나저나 RV 차량이신가 봅니다? 혹은 SUV이던가 말이죠…@_@;; 부럽…
●‘키트릿지’님…씨익…가연을이 님과 협의된 내용으로 카레나가 자꾸 외로워 하고 크라우프 녀석 생각하고 하는 중이랍니다…므흐흐흐…
●‘이루려는자’님…말씀하신 카레나와 크라우프의 내용은 이미 가연을이 님과 협의된 내용이랍니다…물론 연재 끝날 때 까지 둘이 떡질은 하지 않습니다…하지만 얘네 둘이 시간 좀 지나면 침대위에서 뒹굴겠구나…할 정도 까지는 해 보지요…음흠…
●‘underworld’님…일단 네슬런 행성계가 망하는 수준에서 끝을 낼 것입니다…뮤틸레 족 까지 나오면 사정없이 길어지게 되니 말이죠…므흐흐흐…~_^;;
모든 분들 비오는데 몸 조심 하세요…화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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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 5월 9일 00시 카레나 스쿠비는 입을 조그맣게 벌린 채 귀엽게 하품을 하며 황실 정보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경순양함에 있는 자신의 객실에서 보고 있던 서류들을 확인해 본 후 그것들을 서류함 속에다가 툭 집어던졌다. 그런 뒤 다시 한번 더 가볍게 하품을 한 후 입고 있던 상의와 하의를 벗은 뒤 속옷 하나만 걸친 채로 서늘한 공기를 느끼며 잠시 선실 안쪽을 서성였다.
어깨 위를 간질거리는 머리카락의 느낌과 더불어 왼손으로 이마 위쪽으로 흘러 내려오는 머리카락 몇 개를 뒤로 쓸어 넘긴 카레나는 곧 객실 안에 딸려 있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선 후 따스한 물로 온몸을 깨끗이 씻었다.
몸을 씻고 나온 후 그녀는 젖은 머리카락과 몸을 그대로 자연 건조시키기 위해 타월로 몸을 감싸지 않고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팔을 몇 번 좌우로 움직이며 맨발로 선실 안을 서성였다.
물기에 젖어 약간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가볍게 추어 올린 그녀는 에네르 자드 하페텐과 데오도릭 파쿠스 하페텐, 즉 하얀 백작이 행동한다는 예상했던 대로 생각이 들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들인 노력이 서서히 그 빛을 보려하는 중인 것이다. 그리고 그 뒤를 크라우프가 추격하고 있으니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노력으로 이제 승리해야 할 일만 남아 있는 상태이건만 카레나는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객실 안에 있는 냉장고에서 브랜디를 한 병 꺼내 들고 얼음을 두어개 그냥 유리컵에 놓은 후 그 잔에 절반 정도를 채워 넣은 그녀는 선채로 브랜디를 한 모금씩 마시며 곰곰이 앞으로 벌어질 전체적인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뮤틸레 족이 떨어져 나가고 이제 곧 하얀 백작이 자신의 근거지인 나드 렐 프랭클 행성계로 도망쳐 버린다면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300만 척 규모의 함대로 줄어들게 될 것이다. 결국 에이센은 원하는 목적을 얻기는 하겠지만 그 과정이 녹록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점령해야 할 곳이 너무 많다.’
카레나는 뮤틸레 족을 견제하고 새로 확장되는 영토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300만 척 규모로 줄어들게 되어 있는 에네르 자드 하페텐을 상대로 확실하게 승리를 거두기 위한 병력이 다소 부족해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에이센이 동원한 전체 1,500만 척의 함대 중에서 브랜다 조슬리 행성계와 라노멘 행성계, 그리고 에르바 행성계 전체를 감제하는데 부치 대장이 200만 척을 투입하고 있었고, 니콜로 골프 중장이 지휘하는 70만 척의 함대가 에르바 행성계 근처에서 대기 중에 있었다.
그간 벌어진 전투에서 빚어진 전투 손실을 포함해 에르바 행성계와 에르바 행성계로 통하는 후방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최저 500만 척 규모의 함대가 전투에 동원되지 못하고 있는상태였기에 여유 병력이 다소 부족한 상태라고 카레나는 보고 있었다. 이제 남은 1,000만 척 정도의 함대만이 전선에 투입되어 가용될 수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우선 리베스텔 행성계를 포함해 실만 베르퍼 행성계를 점령하고 니베 케나 지역 같은 넓은 지역을 감제하며 아나베 행성계를 포함한 변방 5개 행성계를 탈환해 이 지역의 치안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보다도 많은 병력이 필요했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이번 전쟁의 목표인 아나베 행성계에서부터 네슬런 행성계까지 진격해 나가는 동안 마주치게 될 행성계의 점령과 확보, 그리고 원정군의 안정적인 보급과 통신 확보를 위해 투입되어야 할 함대를 포함해야 했으니 카레나가 걱정을 하는 것도 이해가 되는 일이기도 했다.
여러 가지 상황이나 변수를 고려해 볼 때 실제 전투에 투입될 수 있을 정도의 에이센의 동원 가능한 함대수를 최대로 추산해 본다면 600만 척 남짓했다. 물론 이런 저런 행성 점령이나 기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상황을 파악해 본다면 최대 동원 가능한 수는 계속해서 내려가게 된다.
여기에 한가지 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었는데, 다름이 아니라 비록 정전 협정을 맺고 있다고는 하지만 400만 척 이상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뮤틸레 족과 에이센의 병력 배치가 너무 중구난방 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전력을 한곳에 집중시켜 강력한 적을 노려 최대의 파괴력을 내야 하는 것이 전쟁에서는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지금 에이센이 선점해야 할 지역은 너무나도 많았고 그 범위가 매우 넓었다.
하지만 단기적인 병력 분산에 따르는 문제점과 아울러 막고 지켜야 할 곳이 너무 많은 문제점에 대해 에이센은 구체적인 대응 방법을 모색해 두고 있었고, 현재 에이센이 적을 막기 위한 어느 정도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카레나는 일단 협상을 통해 전력을 전선에서 빼낸 뮤틸레 족을 견제하기 위해 일차적으로는 에롤드 족 자치구를 다시 일으켜 세워 주고 알리샤드 두두그를 자치정부의 수반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나베 카투라에 대한 약속으로 그의 근거지인 나우베 행성계를 중립 지대로 설정해 그대로 보존시켜 두었다. 그리고 카레나는 지금 하얀 백작이 근거지인 나드 렐 프랭클 행성계로 후퇴하는 일을 묵인해 둘 것이다.
하얀 백작이 에네르 자드 하페텐을 버리고 근거지로 돌아가게 만든 것이 바로 카레나 자신이지만 그녀는 하얀 백작이 가지고 있는 군사적인 역량의 두려움은 익히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충분히 뮤틸레 족을 견제해 줄 것으로 믿고 있었다.
현재 뮤틸레 족은 400만 척이라고 하는 막대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상호 협상을 통해 이들은 나드 렐 프랭클 행성계에 대한 군사 행동을 묵인받고 있었고 향후 나드 렐 프랭클 행성계에 대한 지배권을 에이센으로부터 인정받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에이센의 지원으로 대폭적으로 성장한 군사력과 더불어 다시 일으켜 세워진 에롤드 족 자치구를 경계하는데 많은 전력을 남겨 둘 것이다.
물론 일부 전력을 에롤드 족에 대한 경계로 남겨둔다고 해도 나드 렐 프랭클 행성계는 인구수도 많고 산업과 경제도 발달했으며 최단 거리로 네슬런 행성계로 진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데다가, 나우베 행성계와 리베스텔 행성계로 이어지는 주요 항로 중 한 곳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뮤틸레 족은 현재 상황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나드 렐 프랭클 행성계를 에이센이 묵인하고 있을 때 점령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행동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었다.
하얀 백작이 나드 렐 프랭클 행성계로 도망쳐 근거지 강화를 선택한다면 여러 상황을 고려한 시뮬레이션 결과 하얀 백작과 그가 지휘하는 함대 약 100만 척이 뮤틸레 족 함대 400만 척을 상대로 예상 승률이 7대 3으로 나올 정도로 우세하다는 점이었다. 여러 가지 변수와 그간의 전투 데이터를 이용해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하얀 백작이 승리를 거두어 나드 렐 프랭클 행성계를 지켜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이것은 너무나도 뜻밖의 결과였기 때문에 카레나 자신도 제대로 믿지 못했다. 하지만 엄연하게 시뮬레이션 결과 하얀 백작이 뮤틸레 족과 전쟁을 벌인다면 70%25의 승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계속해서 도출되었고, 이는 카레나의 전략을 상당부분 수정하게 만들었다. 카레나는 이 점에 기대를 걸어 보기로 하고 만약 하얀 백작이 밀리기 시작한다면 중간에 어떤 계책을 내어 뮤틸레 족과 대등한 전투를 벌이게 만들어 뮤틸레 족이 에롤드 족 자치구와 하얀 백작 사이에 가로막혀 버리게 만드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 나갔다.
어찌되든 이것으로 뮤틸레 족을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만일의 경우 하얀 백작이 뮤틸레 족을 견제할 수 없게 된다면 에이센은 보다 많은 병력을 뮤틸레 족과의 접경 지역에 배치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에이센이 최대로 동원할 수 있는 병력 동원수는 600만 척에서 한참이나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자칫 한 번의 원정으로 모든 것을 결정지어야 하는 무리수를 두게 될지 모른다. 이는 되도록이면 피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결코 무리해서는 안되는데······’
카레나는 최대 600만 척에서 최소 400만 척이라고 하는 동원가능한 전투함의 숫자 변화를 생각하며 왼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몇 번 긁적인 후 왼팔을 들어 손등의 냄새를 한 번 맡아 보았다. 별 의미 없는 행동으로 향긋한 비누 냄새를 맡게되자 그녀는 엷게 웃음을 지은 후 몸의 열기로 어느 정도 몸과 머리가 말랐다는 생각이 들자 절반 정도 잔에 남아 있는 브랜디를 다시 한 모금 마신 뒤 잔을 침대 옆 화장대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약간 춥다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벗어놓았던 팬티를 입고 그 위에 나이트가운을 집어 들어 걸쳤다. 다시 브랜디 잔을 집어 든 그녀는 화장대 옆에 있는 크라우프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사진에서 왠지 가슴을 아리게 하는 누군가의 모습을 잠시 떠올리던 그녀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는 거지?’
그녀는 씁쓸한 웃음과 더불어 고개를 좌우로 저었고 이내 독한 브랜디를 가득 채운 술잔을 입에 가져가 댔다.
5월 10일 21시 10분 크라우프는 호박의 정령호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음료수 대신 와인을 반잔 정도 따라 그것을 조금씩 마시며 앞에 놓여 있는 서류에 사인을 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단말기를 두드려 여러 가지 정보들을 확인해 보고 있었다.
‘에네르 자드 하페텐과 데오도릭 파쿠스 하페텐이 나드 렐 프랭클 행성계 쪽으로 향하고 있다. 물론 뮤틸레 족들은 에이센군의 배려하에 자신들의 영토로 되돌아가고 있고······’
크라우프는 어딘지 모르게 현재 상황이 에이센에게 썩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발바이스 함대가 아마도 니베 케나 행성계 쯤에서 에이센의 추격을 따돌려 결국은 아나베 행성계를 전장으로 삼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이 일을 예측한 마르코 시어리 준장이 보통 내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시어리 준장은 에르바 행성계에서 결전이 벌어져 적이 400만 척 남짓한 규모로 줄어 들어 후퇴하는 일을 전제로 하고 있었지만, 현재 약 400만 척 남짓한 규모로 줄어든 발바이스 함대가 후퇴하던 도중 갑자기 나드 렐 프랭클 행성계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을 정확히 예측하고 있었다. 갑자기 니베 케나 정도에서 방향을 바꾸어 아나베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 시어리 준장을 보면 크라우프는 새삼 세상에는 드러나지 않은 대단한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이 지어졌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크라우프는 짧은 한숨과 더불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잔을 들어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바로 이때 인터폰이 울리며 밖에 있는 클로리사 발라트 대위가 구드 바렌브룩 준장과 디네스 펜터 호리스 대령이 결재 서류를 가져왔는데 들어가도 되겠는지를 물어왔다.
크라우프는 이내 자신이 보고 있던 단말기를 정리한 후 곧 바로 두 사람에게 들어오도록 허락을 해 주었고 둘은 클로리사의 안내를 받아 실내로 들어섰다. 매력적인 모습의 디네스와 거구의 바렌브룩 준장은 거의 어울릴 것 같지 않았지만 바렌브룩 준장은 곧잘 일처리를 위해 디네스를 동행하곤 했다. 크라우프는 순간 자신이 단말기의 자료를 감추는데 열중해 테이블 옆에 놓여 있는 와인이 담긴 잔을 치우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황급히 변명을 했다.
“미안하네. 가끔 한잔 하는 것은 많은 힘이 되고 하다보니······”
크라우프가 씽긋 웃으며 슬며시 잔을 기울여 보여주자 바렌브룩 준장은 지나친 음주만 아니라면 오히려 건강을 위해서 좋다는 말로 다소 불편해 하는 그의 마음을 달래 준 후 곧 전투 부대의 전투 준비 태세 보고를 올렸다.
바렌브룩 준장의 보고가 끝이 나고 디네스는 크라우프에게 직접 공중전 전투 부대의 전투 준비 상황을 보고했다. 이런 일 정도는 바렌브룩 준장이 해도 상관없을 것이지만 크라우프는 되도록 디네스가 직접 바렌브룩 준장을 도와 여러 가지 일을 하기를 원했고, 바렌브룩 준장은 디네스가 자신의 자리를 차고 올라올 것 같다고 걱정하면서도 곧잘 그녀에게 전투 지휘관이 해야 할 일과 어려운 결정에 참여시켰다.
“음······수고들 했네. 막상 전투가 벌어지면 결정적인 순간에 기댈 수 있는 것은 바렌브룩 준장과 디네스 자네들뿐이네. 잘 부탁하네.”
크라우프는 빙긋 웃으며 두 사람에게 현재 상황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는 이내 그들 두 사람이 보고를 마치고 몇 번의 잡담을 마친 후 사무실을 빠져 나가자 갑자기 혼자가 된 자신을 발견하고 어쩔 수 없이 일어난 허탈한 쓴웃음을 잠재우기 위해 잔에 남아 있는 와인을 마시려 했다.
이 순간 그는 멈칫 거리며 와인잔을 몇 번 좌우로 흔들어 보았다. 바닥에 남아 있는 와인이 흔들거리며 찰랑이고 있다. 갑자기 생각난 것인데 너무 와인의 빛깔이 붉다는 것은 크라우프 자신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뭐······이것은 피가 아니지만······’
갑자기 처음 와인을 마셔 보았을 때가 떠올랐다. 카레나가 자신과 디나에게 처음으로 내어준 것이 바로 이 와인이었다. 처음 마셨을 때 디나는 곧잘 맛있다고 홀짝였지만 그는 벌컥벌컥 마셨다가 갑자기 목이 타들어 가는 고통에 괴로워했던 기억이 아련했다. 그리고 전쟁터에서 이 와인과 같은 색깔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피가 목구멍으로 흘러들어가는 고통에 괴로워하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해 보니 크라우프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위로 들썩여 졌다.
22시 20분 다이레아는 가볍게 하품을 하며 자신의 책상을 정리한 후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지금 열심히 적을 추격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상하게도 평소와 다름없는 상황이 계속되기 때문에 그녀는 묘하게 씁쓸한 생각도 들었다.
사무실 밖으로 나오니 그녀의 비서관과 그녀의 모습을 본 작전부 장교들이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모두들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한 후 자신의 비서관에게 30분 정도 트레이닝실에서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한 후 별 일 없으면 자신의 방에서 3, 4시간 정도 잠을 자둘 것이라고 밝힌 후 사무실을 빠져 나왔다.
샤워룸이 딸려 있는 개인방이 있었지만 그녀는 방에서 옷만 갈아입고 트레이닝실에 들어 30분 정도 운동을 했다. 이런 때라고 한다면 굳이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겠지만 운동을 게을리 하면 이내 비만이 다이레아에게 씽긋 웃음을 선사해 줄 것이라는 것 정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운동에 열심이었다. 그리고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에는 몸을 움직이는 운동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그간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가볍게 땀을 흘린 그녀는 공용 샤워실로 들어가 깨끗이 몸을 씻었다. 그런 뒤 이내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언제고 호출이 있으면 사무실로 달려갈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추어 놓았다. 약간 한숨을 돌릴 수 있게되자 다이레아는 민소매 러닝 셔프와 팬티 하나만 걸친 후 곧 침대에 몸을 뉘었다. 갑자기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이 삐그덕 거리며 정신이 아찔해 졌다.
곧 정신을 차리며 몸을 일으킨 다이레아는 자신의 방에 있는 냉장고에서 군납품 500ml 생수를 하나 꺼내 들어 곧바로 절반 정도를 비워 버렸다. 문득 쏟아져 들어오는 하품과 함께 이어지고 있는 것은 왠지 모를 씁쓸함이었다.
‘그러고 보면······내 방에서 자는 때가 거의 없었지?’
갑자기 씁쓸한 생각이 든 그녀는 크라우프를 찾아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묵묵히 고개가 좌우로 저어졌다.
“잠이나 자자! 나도 피곤해!”
눈꺼풀이 슬며시 뒤덮여 왔기 때문에 다이레아는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쏟아지는 졸음을 제대로 주체하지 못했다.
23시 정각 전황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직접 전투를 수행해야 할 전투원들의 긴장감은 매우 높았고 점점 통제 불능한 상태로 치닫으려 하고 있었다. 채가연 상사는 잠자리에 들기 전 대대 선임 상사라는 직책에 있는 자신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대대원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모두를 격려하고 전투가 벌어지게 될 때 다시 한 번 힘을 내자는 말로 모두의 용기를 북돋워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돌아다니다 보면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인간의 종족 보존에 대한 욕망이 극단적으로 높아진 탓인지 남녀 커플들끼리 섹스를 하는 경우도 제법 많이 눈에 들어왔다. 가연이는 놀라는 커플들을 보고 대수롭지 않게 콘돔은 반드시 착용하라는 말을 던진 후 아울러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신음 소리를 크게 내지 말라고 덧붙이며 문을 닫았다.
“쳇······다들 힘들도 좋은가 보군.”
가연이는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어 슬쩍 고개를 좌우로 저어 버리며 몸을 움직이다가 무슨 일을 했는지 붉게 상기된 얼굴을 한 친언니 채미유가 휴게실 쪽에서 생수를 하나 사서 꿀꺽꿀꺽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제법 호흡이 거칠었기 때문에 무슨 일인지 몰라 고개가 갸웃 거려졌다.
“언니? 어디 아퍼?”
의아한 표정으로 다가가니 미유는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가연이에게 손을 내저으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