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917
디네스는 자신의 삶이 언젠가 끝이 나게 될 때 남에게 기억될 수 있을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다. 우습게도 결론은 하나였다.
‘그러고 보니 이 세상이 끝이 났을 때 남겨 놓는 것······. 그것은 자신의 유전자를 이은 후손이라는 건가?’
씁쓸함도 잠시 디네스는 자신이 너무 욕심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이제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고 죽음의 길로 몰아넣은 자신이 벌써부터 이 세상에 남겨 놓을 것을 걱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오랜 경험을 통해 본능적으로 앞으로 대규모 전투가 벌어질 것이 분명해 지니 디네스는 어딘지 모르게 자신이 너무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에 짧은 한숨만을 남겨 놓은 후 스탈리온을 뒤로 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22시 30분 맹렬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발바이스 함대의 공격 행위 특히 좌우로 나누어진 케니즈 중장과 마그너스 중장의 함대 각각 60만 척을 상대한 발바이스 함대는 약속이라고 한 듯 에이센 함대와 동수인 60만 척으로 발목을 붙잡은 후 여유 병력 40만 척으로 전력을 분산시켜 퇴로를 차단하려 들었다.
아무리 병력이 200만 척에 달한다고 해도 퇴로가 차단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되자 타머란 대장은 더 이상 현재 위치를 버텨내지 못하고 후퇴하기로 결정했다. 무엇보다도 퇴로가 차단될 수 있다는 위험과 더불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는 손실을 쉽게 감당할 수 없었다.
이미 본격적으로 전투가 시작된 6월 1일 05시부터 6월 2일 23시까지 너무나도 짧은 시간 동안 타머란 대장은 전체 200만 척의 함대 중에서 11만 척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40만 척에 가까운 전투함이 크고 작은 손상을 입은 상태다.
사실상 이미 궤멸될 정도의 타격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더 이상 전투를 수행할 수 없음을 인지했다. 자칫 이대로 시간만 끈다면 완전히 포위되어 전멸해 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고심 끝에 후퇴를 결정했다.
“지금 이렇게 내가 쓸데없이 고집을 부려 보아야 무익하게 부하들만 희생시킬 뿐이다.”
어렵지만 솔직하게 자신의 패배를 인정한 타머란 대장은 아직까지 남아 있는 함대를 재정비한 후 이내 돌파구를 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발바이스 함대의 포위망이 아직 완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에이센 함대는 포위망 중에서 한 곳으로 전력을 집중시켜 탈출을 감행하려 시도하니 어렵지 않게 전력을 빼낼 안전한 돌파구를 확보할 수 있었다.
6월 3일 04시 40분 바짝 죄어오는 발바이스 함대를 향해 에이센 함대가 돌파구를 열고 돌파구를 향해 에이센 함대 전체가 한덩어리가 되어 도망치기 시작하자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굳이 접근전을 펼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 다만 헤비호스 부대의 공격과 장거리 포격만으로 상대를 소진시키도록 명령했다.
“굳이 적을 끝까지 추격할 필요는 없다. 최대한의 병력 손실만 유도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자드 하페텐은 생각 외로 쉽게 여러 가지 사건으로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함대를 이끌고 이렇게 승리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흡족한 표정이 되었다.
‘이제 곧 다시 들이닥칠 에이센 함대와의 전투도 매우 유리하게 이끌 수 있게 되겠군.’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지금 눈앞에 보이는 승리와 더불어 곧 바로 들이닥칠 300만 척의 함대를 맞이하기 위할 준비를 서둘렀다.
22시 30분 아나베 행성계에서 부터 10시간 정도까지 접근하는데 성공한 지점에서 온갖 통신 방해를 뚫고 연결된 회선을 통해 발바이스군과의 전투에서 코넬리우스 타머란 대장이 크게 패배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 크라우프 페트릴 대장은 아연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즉시 잠시 두산 대장과 로즈위드 중장에게 보안 회선을 통신을 넣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물었다. 타머란 대장의 패배 소식을 듣게 된 두산 대장과 로즈위드 중장은 지금 이 순간 갑작스럽게 타머란 대장이 패배한 일을 두고 크게 충격을 받은 듯 했다. 하지만 오랜 전투 경험을 가지고 있는 두산 대장은 이내 냉정함을 되찾고 지휘관으로서의 위엄을 찾기 위해 자신들이 타머란 대장의 패배에 움츠려 들지 말고 공격을 감행해야 한다고 애써 힘을 주어 모두에게 강조했다.
크라우프가 공격에 대해서는 당위성을 인정하지만 적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으니 보다 확실하게 적에 대해 알아보고 난 후 공격을 감행해야 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했다. 사실 아나베 행성계 쪽으로 접근하던 정찰 함대 전부가 발바이스군의 매복이나 적극적인 정찰 방해 활동 때문에 현재 적에 대해서 거의 입수된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신중하게 앞서 나가자고 권유하는 크라우프에게 두산 대장은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리고는 차분하게 현재의 상황을 판단하고 지금 함대를 정지시킨다면 예하 함대 전체의 사기가 떨어지게 될 것을 걱정했다. 그리고 크라우프와 로즈위드 중장에게 전쟁을 수행함에 있어서 사기를 유지시키고 기세를 활용해야 함을 이해시키려 노력했다.
“아마도 타머란 대장이 현재 아나베에서 물러선 것은 지금의 우리와 마찬가지로 적의 전체적인 모습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뜻하지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보이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은 적들은 그들이 사용할 전투 방법을 모두 소진했다는 것이네. 아! 일단 지금 현재 우리가 아나베 행성계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약 10시간 정도남아 있네. 발바이스 함대가 아무리 용맹하다고 해도 타머란 대장의 200만 척 함대를 상대로 전투를 벌였으니 분명 단기적으로 막대한 전투 물자가 소진되었을 것이고 피로가 절정에 달해 있을 것이네. 물론 방금 타머란 대장을 후퇴하게 만들었으니 적들은 분명 함대의 재정비와 결집된 사기를 유지시키기 위해 아나베 행성계 내부로 전체 병력을 집결시켜 두 번째로 공격을 감행하게 될 아군을 맞아 방비를 굳건히 할 것이라고 보네. 이때 우리가 멈추어 서게 된다면 발바이스군에게 시간을 주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이네. 시간을 끌게 될수록 그들이 함대를 재정비하고 함대 장병들의 피로함을 낮추어 버릴 것이네 이때 우리는 신속하게 아나베 행성계의 외각으로 진격해 들어가서 적이 행성계 내부에서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 후 충분히 사전 정찰을 통해 적의 위치를 파악한 후 공격을 감행하면 된다면 승산이 있다고 보네. 그러니 지금 당장 우리들은 함대를 멈추지 말고 신속하게 진격해 나가 아나베 행성계 외각으로 진출해 나가야 한다고 보는데 자네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선한 후 적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하는 크라우프의 생각을 듣고 오히려 두산 대장은 신속하게 아나베 행성계 외각으로 함대를 진격시켜 적이 별다른 계략을 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산 대장의 의견을 듣고 있던 크라우프와 로즈위드 중장도 곰곰이 생각을 해 보더니 별 다른 이견을 내놓지 않았다.
이내 두산 대장의 견해에 동의한 두 사람은 곧 바로 지휘하고 있는 함대에게 명령을 내려 아나베 행성계에 있는 발바이스 함대에게 조금이라도 시간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함대의 진격속도를 높이도록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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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적의 피로도가 절정에 달해 있을 때 치자는 이야기랍니다…뭐…
일단 금일도 한편입니다…Next-62…
에궁…
●‘검은머리’님…7번째라니요? @_@;; 무슨 말씀이신지 전혀 모르겠습니다…1타를 7번 째 해 주셨다는 말씀이신지…그렇게 생각은 됩니다…뭐 어쨌든 간에…검은머리님 1타 만쉐이!! 그리고 순결당도 만쉐이랍니다…^_^;;
●‘아담스미스’님…이삭줍기라…흐음…크라우프 녀석이 언제나 뒤쪽에서 아군이 무너지게 되면 그 빈자리를 채우는 그런 일만 하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고 한다면 오산입니다…크라우프 녀석의 매우 뛰어난 역할이 주어진 전쟁이 바로 시작되려 한답니다…^0^;
●‘오멘’님…2차 대전 당시의 일본군이라…^0^; 뭐…고질적인 인사 적체와 연공 서열제…그것도 큰 문제라고 하네요…하지만 뭐…발바이스의 힘은…이것만은 아니니까요…씨익…
●‘당근선인’님…자드 하페텐…나중에 보시면…지금 이 녀석이 어떻게 이용되는지 보시게 되실 것이랍니다…^_^;; 일단 저 작가넘은 앞으로 쭈욱 보아 주십사 라는 것 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답니다…ㅠ0ㅠ;
●‘ok100’님…뭐…순결당은…크라우프가 카레나와 디나를 제외한 누군가와도 즐거운 시간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당여랍니다…뭐…^_^; 일단 카레나는 가연을이 님께서 888회때 수고해 주신 덕분에…조금은 이상하게 되었지만요…어쨌거나 순결당 만쉐이!!
●‘판타로드’님…^_^;; 뭐…나베 카투라의 농간도 있기는 하지만요…어쨌든 간에…판타로드님이 에네르 자드 하페텐이 지금 어떤 식으로 이용되는지 짐작을 하시지 못하시다니요…저 작가넘…너무 기쁩니다…꺄하하하하하…역시나 짱구를 마구 굴려댄 것이…너무 감격에 겨워 미칠 것 같답니다…징징…
●‘bsh2345’님…네…하지만 뭐…생각을 많이 하게 되어서 다행이랍니다…^_^;; 아참참…일단 바렌브룩도 일을 마쳤고…클로리사도 출현의 마지막 부분을 멋지게 장식 중에 있답니다…씨익…
●‘soulschaos’님…전기장판이라…저 작가넘과 아뒤쥔장님이 같은 홈쇼핑에서 같은 2인 용 전기장판을 2개를 구입했답니다…그런데 아뒤쥔장님 것은 저온으로 놓기만 해도 후끈후끈…저 작가넘 것은 3, 4도는 놓아야 나름대로 견딜만 했었답니다…징징…그래서 이제는 엄니께서 사용하시던 1인용으로 바꾸었습죠…ㅠ0ㅠ; 잠자다가 뒹굴 거리면 춥습니다…ㅠ0ㅠ;
●‘내멋대로할꼬야’님…클로리사 뇬에 대해서는…뭐…^_^;; 일단 크라우프 녀석이 클로리사를 어찌 하려 한다면 아마 지금은 카레나가 막을 수도 있답니다…크라우프 녀석이 딴 사람 말은 죽어라 듣지 않아도 카레나 말은 잘 듣거든요…씨익…클로리사는 츄리닝 꺼랍니다…에헴…
●‘빨강보석’님…쿠울럭…저 작가넘 그러다가 아뒤쥔장님께 혼납니다…징징…일단 서식지 한쪽 벽에 붙박이장이 있는데 말이죠…절반은 만화책…절반은 프라모델이랍니다…^_^;
●‘크림슨페더(위풍당당)’님…에헤헤…일단 손이 가는 데로 쓰시면 됩니다…그것이 바로 글을 쓰는데 가장 중요한 일이더라구요…글쿠…열심히 수정 하면서…저 작가넘 처럼…괴성을…꾸에에에엑…이것은 내가 쓴 것이 아닐 꺼야!…@_@;;
●‘underworld’님…흐음…에이센 장군들이 무능하다니요…저 작가넘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의견입니다…파츠 베이스 전쟁 때야 에이센이 좀 깨져 줘야 할 때이지만…지금 이곳에서는 일부 전술적으로는 적에게 패배하더라도 전략적인 승리를 이끄는 것이 에이센 장군들인데요…~0~; 글쿠…뭐…다이레아에게 걸릴 것은 없답니다…인생의 쓴맛 단맛을 모두 본 처자니 말이죠…^_^;;
●‘테르미도르’님…^_^; 일단은 짜장 나비를 델쿠 잘려고 하는데…짜장 나비 녀석이…사람이 싫은가 봅니다…징징…아니면 이제 좀 컸다고 사람 옆에서 자는 것이 귀찮은지 말이죠…우에에에엥…글쿠…테르미도르 올리버라 사페르터라는 발바이군 헤비호스 파일럿 캐릭터…괜찮으시겠죠? (부비적)
●‘staina’님…무슨 말씀을?? 에이센군 장군이 수준 미달이라는 말씀에 동의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파츠 베이스 전쟁 때는 좀 그렇지만 이곳에서 에이센 장군들은 매우 유능한 인재들입니다…그럼 브랜다 조슬리 행성계에서부터 아나베 행성계 까지 밀고 나온 에이센 장군들은 누구며…파만 아드 알 아지 와 코넬리우스 타머란 같이 적의 1/3 정도의 병력으로 적을 끝까지 저지해 낸 사람들도 무능한 사람들이며…에드라 요새가 무너졌어도 뜻하지 않은 강대한 병기에 무너졌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웠던 바그람 전선 사령부에 속해 강대한 적을 저지해 낸 사람들도…전부 무능한 사람들이란 말씀들이란 말씀이십니까? staina님…전술적으로는 발바이스군이 승리를 했어도 전략적으로는 에이센군이 늘상 승리를 거두었습니다…그리고 그 자리에는 에이센의 수많은 이름을 갖고 있는 장군들이 있었고 이들은 뛰어난 전술적인 능력과 몇 번의 패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물러서지 않는 용기로 적에게 맞서 싸워 승리를 지켜내었고 강대한 적에게 맞서 현재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 낸 사람들입니다…이들을 수준 미달에 겨우 소대장쯤으로 말씀하시는 것에 저 작가넘은 동의할 수 없답니다…물론 이 글이 소설이고 어쨌거나 소설의 내용 전개 상 쥔공의 극적인 승리가 우선이지만 유능한 아군과 그 유능한 아군을 여러 가지 노력에 의해 물리치는 적을 상대로 쥔공이 마지막에 승리를 일구어 내는 공식은 여느 소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그래서 상대적으로 유능한 아군이 더 유능해 보이는 적에게 밀린다고 유능한 아군이 수준 미달이거나 소대장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지요…^_^;;
●‘쿠웨이트’님…핫핫…죄송합니다…ㅠ0ㅠ; 하지만 저 작가넘도 이제는 적당한 선에서 결말을 내어 놓아야 겠지요…씨익…사정없이 길게 늘여 보아야…글이 너무 지루해 지고 솔직히 소재가 다 떨어져 가거든요…징징…
●‘acehelp’님…뭐…끝이 나기는 할 것이지만 말씀하신 대로 아직까지 많은 분량이 남아 있답니다…최저 100편 쯤 되겠지만요…쿠울럭…
●‘메두’님…뭐…아펜 매드클라이는 네슬런 행성계의 수도 방어 사령관으로…황제의 친위대 대장 쯤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랍니다…씨익…
●‘스팀하로’님…^ㅁ^; 감사합니다…뭐 어쨌거나 순결당이 정의이니 만큼 끝까지 남아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구요…씨이이익…글쿠…수정은 저 작가넘과 아뒤쥔장님이 나누어서 한답니다…^_^;; 어쨌든 간에…이제는 엄연한 가을…스팀하로님도 만쉐이!! 글쿠…시어리 준장은 천재이기는 하지만 그 천재의 병폐도 갖고 있는 사람이지요…^_^;;
●‘지옹’님…(슥슥)(부비부비)…저 작가넘도 지옹님을 보고 싶었답니다…징징…어쨌거나 이제 8월의 마지막 날이 내일이군요…ㅠㅁㅠ; 쭈압…어쨌거나 지옹님 화팅!!
독자분들도 화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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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 6월 4일 09시 33분 최대한 신속하게 접근하기는 했지만 자칫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면 발바이스 함대에게 반격을 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에이센 함대의 선두는 접근하자마자 1급 전투태세를 갖추며 아나베 행성계 내부에서부터 적이 몰려나올 경우에 대비한 채 언제든지 맞서 싸울 준비를 갖추었다.
크라우프도 타머란 대장을 격퇴해낸 발바이스 함대가 서서히 목을 죄어오는 에이센 함대에 대항하여 다른 어떤 방법을 사용할 여력이 없게되자 별 수 없이 아나베 행성계 안쪽으로 병력을 집중시켜 현재 아나베 행성계 외각에 위치한 아군 함대를 상대하기 위한 준비태세를 갖추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서서히 전진하고 있는 함대의 오른편으로 타머란 대장과 발바이스 함대가 전투를 벌인 전장인 듯 엄청난 양의 잔해들이 몰려 들어 있는 것이 포착되었다. 사실 방금전에 벌어진 타머란 대장과 발바이스 함대의 전투만이 아니라고 해도 아나베 행성계는 과거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대규모 전투가 계속해서 벌어진 장소이기 때문에 수많은 전투의 흔적들이 흩어져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잔해들은 감상의 대상은 될 수 있을런지는 몰라도 전투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전열을 정비하고 전투 준비를 강화하라! 아나베 행성계 쪽으로 진격해 나가 계속된 전투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호박의 정령호에 있는 지휘 데스크에 올라 전투를 준비하고 있던 크라우프는 예하 함대 지휘관들에게 전투 준비를 지시하고 동시에 그 자신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적들은 지금 타머란 대장을 물러나게 만든 뒤라 사기가 크게 올라 있을 것이다. 모두들 마음의 준비를 갖추어 전투에 임하는데 한 치의 물러섬도 없도록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한다.”
크라우프가 수뇌부와 전체 함대 장병들에게 적은 강하다는 점을 다시 재차 한번 더 신신당부한 것은 이제까지 그가 느꼈던 은근한 승전 분위기 때문이었다.
에르바에서 승리한 이후 이상하게 대부분의 병사들은 마음이 풀어져 전쟁이 완전히 끝이 나지도 않았는데 전쟁이 끝이나 이제는 집에 돌아갈 것만 생각하고 있었고, 어느 순간 너무나도 쉽게 굳센 전투 의지를 슬슬 누그러뜨리기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크라우프는 그것이 못내 불안했다.
10시 정각 에르바 행성계의 모처에 있는 안전 가옥으로 돌아온 카레나 스쿠비는 느긋한 마음으로 거실에서 정보 분석관이 가져온 보고서를 펴 보며 깜짝 놀라 자리에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아니? 이것은!”
깜짝 놀라 서류를 마구 넘겨보기 시작한 카레나는 곧 바로 서류의 마지막에 이르게 되자 당황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방안을 마구 서성이기 시작했다.
“······제길! 제길!”
어금니를 깨물며 마구 화를 내고 있던 카레나는 크게 벌컥 화를 내면서 서류를 벽 쪽으로 내던져 버렸다.
“이런 멍청한 녀석들! 도대체 무엇을 한 거야!”
그녀는 평소와는 다르게 크게 소리를 지르며 흥분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이 순간 난데없는 괴성에 깜짝 놀라 키트릿지가 거실 뛰어 들어오자 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한 번 들었다가 무겁게 내려놓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카레나님?”
그녀의 신상에 별다른 이상은 없는 듯 하자 일단은 안도한 키트릿지가 무슨 일로 화를 내는지를 물으니 그녀는 대답 대신에 바닥에 흩어진 서류들을 내려 보았다. 황급하게 키트릿지가 허리를 숙여 카레나가 벽 쪽으로 던져 버린 서류들을 주워 모았다. 이러는 사이 카레나는 무엇인가를 마구 중얼 거리면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기를 반복하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10시 05분 호박의 정령호에 있던 크라우프는 무엇인가 떨떠름한 기분에 왼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에이센의 대함대가 아나베 행성계 외각에 도착했는 데에도 발바이스 쪽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나베 행성계 내부에 병력을 집중시켜 에이센 함대의 공세에 대응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가만히 생각해 본다면 그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쓸데없는 생각은 말자. 적은 아마도 아나베 행성계 내부에서 병력을 집중시켜 에이센 함대에게 대항할 준비를 갖추고 있을 거야.’
크라우프는 애써 발바이스 함대의 움직임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서는 자꾸 불안한 무엇인가가 계속 조심하라고, 무엇인가가 있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사전 정찰이 매우 부족한 이때 두산 대장이 적극적인 공세를 주장하며 적을 향해 공격해 들어갈 것을 자꾸 채근하는 것이 무엇보다 걱정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크라우프의 걱정은 이내 발바이스 함대 수십만 척이 아나베 행성계 외각 쪽으로 진격해 나오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옴으로서 차츰 현실로 다가왔다.
크라우프의 걱정대로 두산 대장은 적의 함대가 일부가 자신들의 앞으로 진격해 나오는 것을 보고 그들이 분명 아군을 도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신했다. 그는 궁지에 몰린 발바이스 함대가 일부러 수십만 척의 함대를 정면으로 내보낸 것은 에이센 함대가 아나베 행성계 외각에서 섣부르게 공격을 감행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술책으로 보았다.
두산 대장은 적이 아나베 행성계 내부에 온통 몰려 있다고 한다면 아군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알지 못해 섣부르게 공격을 감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제하며, 지금 적들이 굳이 수십만 척을 자신들 쪽으로 내보낸 것은 분명 내부의 준비가 덜된 부분을 감추지 위함이라고 보았다.
전체 함대의 결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두산 대장은 이내 공격의 기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적이 준비를 갖추기 전에 모든 것을 결정지어야 한다는 말로 눈앞으로 진격해 들어온 발바이스 함대 수십만 척을 상대로 전투를 개시 것을 명령했다.
크라우프가 보안 통신을 통해 너무 서두르는 것이 아닌가 싶어 걱정스러운 말을 잊지 않자 두산 대장은 단호한 의지를 내보였다.
“자고로 지금 막 전선에 도착해 사기가 최대로 올라 있을 때 적을 공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네. 즉시 본관과 로즈워드 중장이 공격해 나갈테니 자네는 후방에서 전체적인 상황을 주의깊게 살피다가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줄 준비를 하게!”
두산 대장이 워낙 단호하게 공격 준비를 지시하자 크라우프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각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크라우프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두산 대장은 어서 서둘러 함대를 준비시켜 줄 것을 지시한 후 통신을 끊었다.
12시 10분 행성계 정면으로 맞서 나온 발바이스 함대 약 34만 척의 정면으로 에이센 함대가 거대한 몸집을 꿈틀거릴 준비를 했다. 하지만 에이센 함대가 막 발바이스 함대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려 하는 그 순간, 발바이스 함대 34만 척은 에이센 함대가 제대로 주포 사정거리에 들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빔포를 정면을 향해 미친 듯이 발사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너무나도 이해할 수 없는 발바이스 함대의 행위 때문에 오히려 에이센 함대의 선두에선 로즈위드 중장이 당황해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었다.
함대끼리 대규모 전투가 벌어졌을 때야 주포를 발사하고 서로를 조금이라도 더 파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은 당연했다. 하지만 주포를 발사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거리인데 마구잡이로 34만 척 전부가 빔 포를 발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행위였다. 그 어이없는 모습을 지켜보던 에이센 함대는 발바이스 함대가 겁을 집어먹은 것으로 판단하고 비웃음을 흘렸다.
12시 20분 크라우프도 발바이스 함대의 비상식적인 행위를 보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도 그들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짓을 벌이는지 짐작할 수 없어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 이 순간 갑작스럽게 에이센 함대의 왼쪽 측면으로부터 갑자기 수십만 척의 발바이스 함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것은?”
갑자기 출현한 적들을 보고 크라우프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하지만 이내 침착을 되찾고 당황하려는 부하들을 급하게 진정시켰다. 하지만 그는 적들이 모두 아나베 행성계 내부에 몰려 들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병력을 나누어 공격해 들어오고 있는 것은 아군이 사전 정찰활동을 게을리한 대가라고 생각했다. 물론 방금 대규모 전투를 치른 후 그 기세를 이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 같은 발바이스 함대의 행동도 마음에 걸렸다.
“모두 바짝 정신을 차려라! 적이 어디에서부터 튀어 나올지 모를 일이다.”
크라우프가 침착을 가장한 목소리로 걱정하니 부사령관 발타자르 중장이 팔장을 낀채로 전황을 주시하다가 3천 척 정도를 후방으로 내보자고 의견을 제시해 왔다. 그는 해명을 요구하는 참모들의 눈길에 만일의 경우 적이 아군의 후방을 공격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이 점에 대해 사전에 감지해야 함을 지적했다.
갑작스러운 발타자르 중장의 경고를 듣게 된 크라우프가 그 이유를 물으니 발타자르 중장은 예전에 에네르 자드 하페텐과 전쟁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 자신이 속해 있던 함대가 제대로 된 사전정보 없이 적이 몰려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진 곳으로 몰려갔다가 예상과는 다르게 적이 눈앞에 없자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기습 공격을 받아 크게 패했었다고 대답했다.
“다른 것이 아니라 그때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방향, 즉 아군의 후방으로 밀고 들어온 적의 주력 함대에게 당했습니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아니 그때와 거의 같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크라우프는 더 들어볼 것도 없이 직할 함대 3천 척을 게리 쉐프턴 준장에게 나누어 주고는 그가 직접 정찰 함대를 사방으로 분산시켜 어느 방향에서 접근해 들어오는 적 함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적을 사전에 발견하도록 지시했다.
부사령관은 크라우프가 정확한 근거를 대지 못하는 자신의 경험만을 믿고 그대로 결정을 내리자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지금 이때 크라우프의 관심은 전체 함대의 왼쪽으로 진격해 들어오기 시작하고 있는 발바이스 함대 약 30만 척의 진용이었다. 크라우프는 30만 척의 함대가 너무나도 정확하면서도 빠르게 진격해 들어오기 시작하자 그 모습이 너무나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과감하게 밀고 들어오다니······대단하다.’
늘상 강조하는 일이지만 자고로 병력이 많다고 전쟁에 좋은 것은 아니다. 물론 많은 병력이 있으면 좋지만 얼마나 그 병력을 제대로 운용해 낼 수 있냐는 것 또한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병력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뱀이 꼬리치며 빈틈을 노리고 헤집고 들어오듯 에이센 함대의 방어선의 빈틈을 찾아 그대로 밀고 들어오고 있는 발바이스 함대는 위용은 여느 평범한 지휘관이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
무언가 위기감을 느낀 크라우프는 게리 쉐프턴 준장에게 서둘러 3천 척의 함대를 후방으로 분산시킬 것을 지시한 후 이내 전체 함대에게 1급 전투 준비 태세를 명령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이 순간까지만 하더라도 30만 척의 발바이스 함대가 그 10배에 달하는 에이센 함대를 상대로 초반 에이센군이 미처 준비하지 못한 때 전과를 거두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14시 33분 라쉬드 사카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에이센 함대의 빈틈을 노린 기습이 성공하자 이내 에이센 함대가 제대로 전열을 정비하기 전에 상대를 밀어 붙이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계속 진격해라! 진격해! 적이 전열을 정비하기 전에 완전히 밀어 붙여 버린다!”
라쉬드 사카의 명령이 떨어지고 계속해서 그가 지휘하고 있는 함대는 에이센 함대의 빈틈을 노려 맹렬한 공격을 가했고, 마치 에이센 함대 사이를 무인지경 가듯 헤집고 다니기 시작하니 라쉬드 사카가 지휘하는 함대는 곧 승리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찼다.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와중에도 라쉬드 사카는 언제든 자신이 수적으로 월등하게 앞서고 있는 에이센 함대에게 둘러싸여 탈출을 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잊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함대를 고속으로 이동시키며 에이센 함대가 미처 대응할 준비 태세를 갖추기 전 자신이 빠져 나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