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937
전함과 순양함을 중심으로 다수의 보급 물자와 전투원들을 집중시켜 약 150만 척 정도의 정예 함대를 차출해내는데 집중한 세 사람을 옆에 두고 크라우프는 자신이 맡은바 임무에 충실했다.
우선 캄멜 중장과 베파누스 중장에게 각기 25만 척씩 모두해서 50만 척을 나누어주어 현재 네슬런 행성계 쪽으로 향하는 항로상에 위치해 있는 발바이스군의 조력 함대 약 40만 척을 견제하도록 지시했다.
크라우프가 50만 척의 함대를 캄멜 중장과 베파누스 중장에게 나누어주어 버리자 문득 부사령관인 샤파 발타자르 중장이 걱정을 했다.
“각하! 각하께서 직접 베파누스 중장과 캄멜 중장을 지휘 통솔하시면 상관없을 것이겠지만 만일의 경우 적이 반격이라도 해 온다면 두 사람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물론 두 사람이 제대로 상호 협조를 하겠지만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 제가 직접 가서 두 사람을 감독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부사령관이 직접 나선 이유는 간단했다. 서로 비슷한 연배와 경력을 갖고 있는 캄멜 중장과 베파누스 중장이 만일의 경우 서로 다투는 것보다는 자칫 발바이스 함대가 반격을 감행해 두 사람이 상호 협조를 미숙하게 진행한다면 에이센군은 전체적으로 무너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내 크라우프가 허락해 주자 부사령관은 몇 번 헛기침을 하더니 감사하다는 말로 크라우프가 자신을 믿어 준 것에 대한 신뢰감을 표현한 후 문득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제 스스로 이런 걱정이 부디 쓸데없는 걱정이기를 빕니다.”
크라우프와 발타자르 중장은 잠시 서로를 보고 씁쓸히 웃었고 이내 부사령관은 캄멜 중장과 베파누스 중장을 지휘 감독하기 위해 잠시 동안 호박의 정령 호에서 하선했다.
크라우프 페트릴 대장을 제외한 바이올렛타 두산 대장과 캐슬린 로즈위드 중장 그리고 코넬리우스 타머란 대장이 지휘하는 공격 함대 150만 척은 신속하게 공격 준비를 마쳐 아나베 행성계와 니멜 행성계 사이의 주역에서 포진 중에 있는 발바이스 함대 60만 척을 향해 최후의 공세를 펼쳤다.
리하르트 황제력 271년 6월 13일 05시 20분부터 시작된 집중 공격은 의외의 변수를 맞이하게 되었다. 완전하게 소진되어 이제는 더 이상의 전투를 수행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발바이스 함대 60만 척이 크게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내 에이센 함대의 집중된 포격으로 발바이스 함대는 번번이 탈출의 기회를 놓쳐 버리고 그대로 주저앉아 버릴 수밖에 없었다.
에이센 함대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기는 했지만 발바이스 함대 60만 척은 대부분이 중순양함과 미사일 순양함 그리고 전함으로 구성되어 있는 중 대형 전투함 위주였다. 그렇기 때문에 에이센 함대는 발바이스 함대가 구형 진형을 유지시킨 채로 전열을 집중시키고 있자 쉽게 적들을 무력화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우세한 숫자와 화력을 가지고 발바이스 함대를 압도했다
20시 55분 아나베 행성계에서 잔당 소탕이 한창 진행 중에 있을 때 크라우프 페트릴 대장의 함대를 비롯한 두산 대장과 로즈위드 중장 그리고 타머란 대장에게 공급할 보급품을 잔뜩 적재하고 전장에 출현한 수송함대가 전장을 피해 크라우프의 함대와 합류했다.
크라우프는 스펜서 하울러 소장에게 5만 척의 전투함을 나누어주어 수송 함대를 호위하도록 지시한 후 수송함대를 통해 보급 물자를 건네 받고 아울러 부상자들과 포로들을 이송시킬 것을 지시했다.
6월 14일 01시 10분 크라우프는 여전히 부상을 당한 왼팔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채로 부하들을 생각해 호박의 정령 호에 있는 자신의 방에서 잠시 떠나지 않고 있었다.
바로 이때 바렌브룩에게 사망한 그레이엄 브리거 준장 대신 수석 부관 일을 맡고 있는 길리엄 에스먼 중령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크라우프에게 한 통의 명령서를 가져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크라우프가 받아 보니 뜻밖에도 클로리사 발라트 대위의 베르베라 전출 명령서였다.
“아니?”
지금 당장 최우선으로 처리하라는 명령이 덧붙여져 있었기 때문에 그는 무슨 일인지 몰라 깜짝 놀랐다.
앞 뒤 없이 클로리사 발라트 대위를 베르베라로 전출 보내라는 명령서가 덜렁 손안에 떨어지게 되자 크라우프도 당혹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일단은 명령서가 내려왔기 때문에 클로리사를 호출했다.
호출을 받은 클로리사가 사령관실로 들어오자 크라우프는 갑자기 에스먼 중령을 보고 잠시 나가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에스먼 중령보다는 클로리사가 크라우프와 휠씬 오랫동안 함께 일했기 때문에 함께 할 이야기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인지 에스먼 중령은 말없이 그가 경례를 올린 후 밖으로 나갔다.
에스먼 중령이 나가고 둘만이 자리하게 되자 의아해 하는 클로리사를 보고 조용히 그녀를 응접실 소파에 앉도록 한 후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그런 뒤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명령서를 건네주었다.
명령서를 보고 있던 클로리사는 말없이 그것을 바라 본 후 조금 눈을 크게 뜬 후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일이라는 대답을 되돌려 주었다. 크라우프는 말없이 클로리사가 자신을 너무나도 빤하게 바라보고 있자 갑자기 머쓱해져서 오른손을 들어 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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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궁…추석들 잘 보내세요…^0^)乃 저 작가넘은 추석날도 아르방을 하러 나왔답니다…씨익…
금일도 한편 올립니다…Next-80…^0^;;
그나저나…
●’바보아님’님…순결당 만쉐이입니다…z(^___^)乃 후후…그나저나 말씀대로 다들 이제 추석맞이 이동 중이신가 봅니다…씨익…글쿠…바보아님 님도 아시죠? 추석 잘 보내시구요…화팅! 글쿠…순결당도 다시 한 번 만쉐이!!
●’xianzheng’님…^_^; 저 작가넘은 일을 해야 할 때 슬그머니 빠져 나와 버려서…베실베실…뭐 어쨌거나 힘들지 않으니 다행입니다…씨익…^0^)乃 순결당도 만쉐이!! xianzheng님도 추석 잘 보내세요…화팅!
●’판타로드’님…맞습니다…장보기가 두려울 지경이었습니다…왜 이렇게 비싸기는 무지하게 비싼지 말이죠…ㅠ0ㅠ; 최소한으로 줄인다고 줄여도 엄니 말씀이…잠깐 사이에 무지하게 돈 많이 나갔다…이셨답니다…쿠울럭…~ㅁ~;
●’데달루스’님…씨익…뭐…가연이는 이제 돌아왔습니다…스탈리온이 넝마가 될 정도가 되어서 말이지요…^0^; 글쿠…닉네임을 사용해도 된다고 흔쾌히 승낙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베실베실…데달루스 님도 화팅!!
●’B612’님…1,200km라…쿨럭…연비가 좋은 Tico를 타고도…연료를 3번 정도 주입해야 하는 거리…@0@;; 명절 이동 같은 것은 모르고 지냈던 저 작가넘으로서는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헐헐…부디 무사히 다녀오시길 빕니다…B612님 화팅!!
●’당근선인’님…맞습니다…이제…또 한 번의 전쟁이 마무리됩니다…씨익…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전쟁인…네슬런 행성계 공략전이지요…^_^; 글쿠…말씀하신 대로 조절해서 먹어야 겠습니다…아무리 그래도 뱃살은…쿨럭…~ㅁ~;;
●’산바위’님…넵…산바위님도 좋은 날만 계속 되실 수 있기를 바라며…저 작가넘이 화팅을 외칩니다…산바위님 만쉐이!! 은근슬쩍 순결당도 만쉐이!!
●’크림슨페더(위풍당당)’님…^_^; 뭐니뭐니해도 쓸모 있는 부품은 뭐…^_^;; 어쨌거나 디네스와 티아라는 죽이고 싶어도 죽일 수 없답니다…쭈압…글쿠…토옹…저 작가넘도 몹시 존경하는 분이랍니다…헤헤…
●’bsh2345’님…엣헷…bsh2345님도 추석 잘 보내세요…글쿠…추석 기념이라…긁적…죄송합니다…미처 준비를 못했습니다…부디 용서를…m(_ _)m…
●’룬마스터’님…으음…내년은…추석 연휴가 상당히 길다죠? 그런데… 그 이후로 약 12년 간 설날과 추석이 딱 3일 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답니다…12년간…ㅠ0ㅠ;
●’스킬팝’님…^0^;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씨익…뭐…네슬런 행성계 소속 황실 근위 함대 지휘관들 중 한 사람입니다…글쿠…아펜 매드클라이 데카이드가 아끼는 지휘관이기도 하구요…^0^; 글쿠…게르트 황제의 골칫거리가 저 작가넘이 너무 궁금해집니다…헷헷…^0^; 추석 잘 보내세요…화팅!!
●’키트릿지’님…읽어보시면 에로 내용도 삭제가 된다고 하네요…그런데 크라우프가 용케 여기까지 버틴 것을 보면…^_~;; 저 작가넘도 신기합니다…그러니 독자분들을 믿습니다…씨익…
●’가연을이’님…저 작가넘은 대부분 아뒤쥔장님이 일을 처리해 주신 덕분에…~ㅁ~; 거의 입만 놀리는 녀석이 되었답니다…쿨럭…^ㅠ^; 그나저나 동생분 표를 구하시지 못했나 봅니다…쭈압…~ㅁ~;; 물론 가연을이 님께서 더 힘드시겠지만요…어쨌거나 추석 잘 보내시구요…화팅!
●’현돌’님…뭐…저 작가넘은 집에서 제사를 모신답니다…^0^; 그나저나 이제 슬슬 차가 막힐 것 같네요…고속 도로는 벌써부터 정체로 미치려 한다고 하니 말이죠…^0~;
●'[M.I.F]강도헌터’님…@_@; 좋으시겠습니다…어쨌든 간에 [M.I.F]강도헌터님도 추석 잘 보내시구요…므흣…일망무제…다시 한 번 쭈욱 보니 잼나더군요…ㅠ0ㅠ;; 아! 물론 수능이시라…좀 어려우시겠지만 수능 끝나고 폭참을 해 주실 것으로 기대합니다…순결당 만쉐이!!
●’라이네케’님…핫핫핫…패러디라…마음대로 비틀어 주셔도 저 작가넘은 별로 상관할 것 없답니다…므흣…글쿠 라이네케 님도 추석에 좋은 일만 되시길 빕니다…라이네케 님 화팅!! 순결당도 만쉐이!!
읽어 주시는 모든 독자분들 추석 잘 보내세요…m(_ _)m…
(오타수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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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 “나도 어찌된 영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갑자기 명령서가 내려왔으니 말이야. 그리고 이번에 네가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안심하고 베르베라로 돌아가도록 해. 알겠어?”
크라우프가 간곡하게 클로리사를 바라보며 기회가 왔으니 베르베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하자 그녀는 잠시 대답이 없었다.
“각하! 저는 .”
클로리사가 무엇이라고 말을 하려 하자 그는 오른 팔을 들어 그녀가 더 이상 말을 하려는 것을 가로막았다. 클로리사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게 한 크라우프는 곧 어색하게 들고 있던 오른 팔을 잘 가라는 듯 좌우로 휘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소지품을 챙겨 들고 1시간 이내로 호박의 정령 호에서 하선하도록 하게. 그 동안 수고 많았어. 그리고 위험했던 순간에 내 목숨을 구해 준 것으로 자네가 해야 할 일은 다한 것이다. 이제는 자신의 행복을 찾도록 하란 말이야. 알겠어? 이것은 나의 마지막 명령이 될 것이다. 거부하지 말고 베르베라로 돌아가도록 하란 말이야. 알겠나?”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못하도록 클로리사가 전장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는 명령을 내린 크라우프에게 클로리사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굳은 표정을 지으며 명령에 따르겠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 굳은 표정으로 경례를 올렸다.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각하! 부디 무운을 빕니다.”
그녀가 경례를 올리자 크라우프는 오른 팔을 들어 경례를 받아 주었다. 그리고는 매정하게 보일 정도의 말을 덧붙였다.
“다시 와서 인사할 필요는 없다. 58분 남았군. 58분 이내로 소지품을 챙겨서 명령서를 들고 하선하도록 해!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삶과 행복을 찾고 말이야.”
마지막으로 자신의 모습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릴 클로리사를 보고 크라우프는 문득 씁쓸한 표정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후회되지는 않았다.
‘역시 내가 생각 잘 했어 .’
갑자기 스스로를 대견하다고 생각했던 그는 자신도 모르게 왼팔을 움직이려다가 욱씬거리는 통증과 함께 뒷머리를 쥐어짜듯 고통이 밀려오자 짧게 신음소리를 지르며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01시 45분 클로리사가 호박의 정령 호에 있는 자신의 방에서 많지 않은 소지품과 전출 명령서를 챙겨 든 후 밖으로 나왔을 때 선실 앞에서는 뜻밖에도 채가연 상사가 웃으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클로리사가 깜짝 놀라는 것도 잠시 가연이는 무표정하게 팔장을 낀 채로 서 있다가 말없이 오른 손을 내밀었다.
자신도 모르게 오른 손을 앞으로 뻗어 가연이가 내민 손과 맞잡은 클로리사는 이내 가연이의 손이 너무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가요. 클로리사.”
다소 힘이 없는 목소리와 함께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게 웃어 주는 가연이를 보고 클로리사는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처음에는 어째서 전출 명령서가 내려왔는지 걱정이 되었다. 크라우프를 부상케 한 것 때문인지 두려운 마음이 앞섰지만 이내 [ ]가 힘써 자신을 후방으로 빼낸 것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만약에 죽임을 내리려 한다면 뭐 벌써 클로리사는 눈앞에 있는 가연이든 아니면 다른 누군가에게 사고사로 위장되어 죽어 버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지금의 베르베라 전출 명령은 클로리사를 후방으로 배치 이동시키려는 하나의 배려가 분명했다. 클로리사의 짐작은 지금 가연이가 씽긋 웃으며 결혼 축하한다는 말을 꺼냈을 때 보다 확실해 졌다.
“결혼이라니?”
모르는 척 슬며시 미적거리며 가연이의 말을 튕겨 보았다.
가연이는 전함의 내벽에 등을 기댄 채로 [ ]가 클로리사와 결혼할 생각으로 그녀를 후방으로 빼내려 한다는 사실을 이미 다 알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의 짐작 대로라고 생각한 클로리사는 [ ] 가 정작 자신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은 화가 났다.
물론 이해 못할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 ]의 배려를 고맙게 받아 들였다. 클로리사는 이내 자신의 속마음을 감춘 채로 가연이의 앞에서는 애써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앞에 서 있던 가연이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 슬쩍 고개를 갸웃거리며 확실히 [ ]와 결혼을 할 것이냐고 물어 왔다.
“일단 내 부모님께 먼저 인사 시켜 드리고 싶어.”
클로리사가 슬며시 치아를 드러내며 웃자 가연이는 잘 되었다는 말과 함께 부럽다는 말을 보탰다.
“어쨌든 간에 내 친언니의 결혼식은 이제 영원히 못 보게 될 것인데 클로리사의 결혼식도 보지 못하게 되겠군요. 훗 . 잘 가요. 클로리사 그리고 행복하세요.”
가연이가 씁쓸히 웃으며 슬쩍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리자 클로리사는 팔을 뻗어 씁쓸해 하는 가연이의 머리를 자신의 품안으로 끌어안았다.
“가연아 너도 부디 무사히 너 자신을 찾기를 바래!”
클로리사가 다정한 목소리로 가연이를 다독여 주니 그녀는 잠시 물러선 가연이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러게 말이죠. 이번 전쟁이 끝이 나면 나도 클로리사 처럼 가정을 가져야 겠어요. 그래야만 . 내가 이 세상에서 다시 쓸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 같으니 말이죠.”
긴 한숨과 더불어 잠시 두 사람 사이의 대화는 중단되었다. 그리고 서로 조금의 감정의 골을 메우지 못한 채로 클로리사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부디 무사히.”
완성되지 않은 짧은 한마디를 끝으로 클로리사는 우주함 발착장으로 돌아섰고 가연이도 가볍게 클로리사의 등뒤에 경례를 올린 후 클로리사와는 반대쪽으로 몸을 돌렸다.
02시 정각 268년 11월 10일이었던가? 그때부터 크라우프의 전속 부관 일을 맡아 271년 6월 14일 까지 크라우프의 곁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에 매진했던 클로리사 발라트 대위가 호박의 정령 호에서 하선했다.
배웅해 주는 사람 없는 쓸쓸한 퇴장이기는 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삶과 미래를 위해서 호박의 정령 호에서 내린 것이다. 그리고 우습게도 그녀가 사라졌다고 해서 크라우프 페트릴 대장이 지휘하는 함대가 운용되지 못할 것은 결코 아니다.
결국 사람이 하나 없어지면 곧 다른 사람으로 그 자리를 채워 버리게 될 뿐이다.
6월 15일 04시 30분 에르바 행성계의 모처에 있는 안전 가옥에서 카레나 스쿠비는 나이트가운 차림으로 부슬거리며 쏟아지고 있는 빗방울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 조용한 이른 새벽의 아침 속에서 하나씩 빗방울이 처마를 타고 흘러내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널리 퍼트리고 있는 오묘한 화음은 언제나 카레나의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이 소리만을 듣고 있으면 언제나 온갖 잡념들이 사라져 버리고 카레나의 마음을 편안하고 푸근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하지만 카레나는 지금의 푸근한 마음을 잠시 미루어 두고 현재의 전체적인 상황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았다.
지금 이때 아나베 행성계 에서는 에네르 자드 하페텐에 대한 최후의 공격이 감행되고 있을 것이다. 바이올렛타 두산 대장과 캐슬린 로즈위드 중장 그리고 코넬리우스 타머란 대장이 지휘하는 함대는 에네르 자드 하페텐의 숨통을 죄려 하지만 그것이 생각 외로 쉽지가 않은 모양이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에네르 자드 하페텐 또한 여간 내기가 아니었고 그가 지휘하는 함대 또한 에네르 자드 하페텐을 따라서 수많은 전장을 누빈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절대적으로 사령관을 믿고 따르는 장병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병력이 많다고 해도 . 결국에는 숫자와 보급품의 부족을 견뎌내지 못하겠지. 결국에는 말이야.”
카레나는 두산 대장과 로즈위드 중장 그리고 타머란 대장이 같은 조건으로 에네르 자드 하페텐과 맞부딪친다면 분명 이들 세 사람이 모두 에네르 자드 하페텐에게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 그럼 코프 녀석은?’
갑자기 크라우프의 얼굴이 떠오르자 카레나는 자신도 모르게 양쪽 입꼬리를 위로 들어 올렸다.
6월 16일 08시 30분 크라우프의 엄명으로 호박의 정령 호에 있는 지휘데스크에서 벌어진 바렌브룩 준장의 총격 사건에 대해서 수뇌부 참모들이 함구하고 있는 가운데 어떻게 퍼져 나간 것인지는 몰라도 함대 전체로 이 사건의 내용이 퍼져 나갔다.
사실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것이 디네스 펜터 호리스 대령이 지난 전투에서 출격하지 않았다. 디네스가 여러 가지 이유로 전투에 나서지 않는 다는 것은 많은 변명거리가 있을 수는 있었다.
디네스는 이미 계급이 대령이었기 때문에 이제는 전투에 직접 나서지 않아도 될 정도이기는 했다. 하지만 전투 중이나 전투가 끝이 났을 때까지 디네스가 며칠 동안이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특히 파일럿들에게 큰 의문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