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96
점심 식사를 든든히 한 엘레비아도 자신의 휘하 중대원들에게 출격하자고 했다. 조금 깊게 숨을 들어 마시며 만드레일대륙 남부의 지형도를 한번 펼쳐 보았다. 아마도 남부고원지대와 셰어필드기지 사이에 있는 구릉지대와 남부고원지대의 아군영역과 세어필드기지 사이의 좁은 지역에서 격전이 벌어질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신속하게 움직이는 것이 관건이겠군······’
아군의 진출이 신속하게 이루어 진다면, 현재 남부고원지대를 공략하던 에이센군의 주력을 커다란 포위망안에 가둘 수 있을 것이다. 아군이 이제 조금이나마 기세를 회복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신이라도 있으면 기도라도 해야 겠군!’
그녀 자신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지고신교를 믿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낮은 목소리로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흥······’
우스운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불안한 사람의 마음을 감추기 위한 자그마한 사람들의 몸짓이었던 것이다.
‘불안감이라.’
엘레비아자신도 죽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왔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의 마음만 갉아 먹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제는 굳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니 오히려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으니 더욱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 한구석에는 그런 죽음에 대한 공포가 존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생각하지 말자······’
굳은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는 조금 깊게 숨을 들어 마신 다음 장비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바리스타의 가동페달을 밟았다.
‘제기랄!’
이제는 무중력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니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런 헛된 싸움에 나서야 하는 자신들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 것인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중대를 책임지고 있는 중대장으로서 결코 자신의 임무에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다시 한번 살아 남겠다는 의지를 굳게 다지면서 중대원들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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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해서 막바로 올리려고 했으나…컴이 다시 말썽을…T^T
뭐, 지금은 나아졌습니다…왜 ‘당나귀’만 켜면 다운이 잘 되는 것일까요?
…우띠…컴 바꿀까?
난입작가 : “…돈있수?”
아뒤쥔장 : “………”
어흑…ㅠ_ㅠ
약속대로 한편 더~….Next-22.
수정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겁니다…^_^)/
100회 맞이 제목 대 변경!!!!!!! ^_^/
11월 10일 04시 10분 전속력으로 엠더광산에서 남하한 크라우프 페트릴소령이 지휘하고 있던 바리스타대대는, 셰어필드기지와 엠더광산 사이에 위치해 있는 구릉지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크라우프 지휘하의 대대병력과 몇 대의 지휘 장갑차가 따라왔다. 이곳은 파츠 베이스군이 공격해 들어오는데 있어서 최단거리상의 요충지였기 때문에 재빨리 점령해야 했다. 이곳은 엠더와 셰어필드의 딱 중간 지점이었다.
이들이 도착함과 거의 비슷하게 세어필드 쪽에서 수많은 차량과 몇대의 바리스타들이 밀려오는 것이 확인 되었다.
“뭐야?”
크라우프는 적이 벌써 진출해 온 것인지 깜짝놀라 즉시 방어 태세를 갖췄지만, 이들은 다행히 셰어필드기지에서 탈출한 아군 패잔병들이었다.
패잔병들도 자신들의 앞에 나타난 바리스타들에 깜짝 놀랐지만 다행히 아군이라는 것에 안도하고 있었다.
“다행이야!”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도망쳐 온 사람들은 아군을 만나게 되자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 크라우프는 패잔병들 중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자를 찾게 했다.
잠시뒤 그들 사이에서 대위가 한 사람 나왔다. 크라우프는 바리스타에서 내려 대위에게 세어필드기지의 현재 상황을 물었다. 지치고 초췌한 모습의 대위는 거칠게 숨을 몰아 내쉬면서 자신이 본 것들을 차분히 설명해 주었다. 상대가 젊은 얼굴이었지만 소령계급장을 달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셰어필드기지는 완전히 반란군들에게 장악되었습니다. 적들은 대기권내로 우주함을 직접 돌입시켜 강하했습니다. 덕분에······”
현재 파츠 베이스군이 대규모의 상륙전을 전개하고 있다는 크라우프의 말에 대위는 짧게 탄식했다.
“이곳에는 소령님의 병력 뿐입니까?”
대위는 이곳에 배치되어 있는 바리스타들의 숫자가 얼마 되지 않자 당황한 것 같은 얼굴을 하면서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목소리로 물었다. 크라우프는 고개를 끄덕이며
“렘셰이드에서 다시 병력을 집결중에 있네······그리고 미안하네만 우리들은 자네들을 호송해줄 여유가 없네······중간 지점에 수송기가 내릴 수 있도록 조치하겠네······조금만 더 고생해 주게!”
대위는 대답대신에 경례를 올렸다.
패잔병들의 행렬은 끝도 없이 이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많은 수의 병사들이 모두 지치고 피곤한 모습들이었다. 이렇게 패전해 전선에서 물러 나오는 병사들은 크라우프가 지휘하는 바리스타대대에 아무런 감정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패잔병들 모두 자신들이 살아 남는 것만을 생각하는 것처럼 아무런 표정없이 터벅터벅 걷기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지에서 탈출한 바리스타들 중에서 이곳에서 잔류해 방어에 임하겠다고 나서는 자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크라우프는 이들을 적당히 돌려 보냈다.
“엠더에서 재정비하고 있게!”
지쳐있는 데다가 정비도 제대로 받지 못한 그들을 싸우게 할 수는 없었다. 싸우려고 나서는 사람들을 적당히 구슬려 돌려보낸 그는 지형에 맞게 각 중대를 배치시켰다. 엠더에 통신을 보내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준비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각 중대의 배치가 끝났을 때 크라우프는 예하 중대장들을 불러 들였다. 현재의 상황이 꽤 좋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걱정됩니다. 비록 셰어필드기지에 재상륙한 파츠 베이스군의 목표가 남부고원지대를 공략중에 있던 허버크대령의 부대일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엠더에도 견제를 위한 병력파견이 있을 것입니다.”
견제병력이라고는 해도 대병력이 될 것이 분명하다며 중대장들 중에서 불안해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크라우프는 이들의 걱정에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이쪽으로 많은 병력을 보내줄 여유는 없을 것이네······그리고 남부고원지대를 공략하기 위해 집결한 아군도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네······쉽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야!”
다이레아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조금 입술을 빨았다. 꽤나 건조하다는 생각과 함께 입술이 자주 부르튼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은 모두 전투태세를 갖추고 대기하도록 하게. 곧바로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네······”
크라우프의 지시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면서 경례를 올리며 각자의 중대로 되돌아갔다.
통신기를 통해서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다니엘 허버크대령이 남부고원지대 공략을 포기하고 셰어필드기지의 탈환을 위해 부대를 되돌렸지만 적의 공격을 받아 꽤 고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디네스는 콕핏속에서 팔장을 낀채로 조용히 앉아 있었다. 어찌 되었건 어더한 상황이 벌어져도 이렇게 무작정 앉아서 기다리는 것 밖에는 달리 다른 도리가 없었다.
‘적이 이곳으로 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녀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들 쪽으로는 적들이 오지 않기를 기원했다. 하지만 그것이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 쯤은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적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은 엠더광산쪽으로 병력을 나누어 보낼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반드시 자신들과 전투가 벌어지게 될 것이다.
‘제기랄······’
차라리 보병을 지원햇던지 아니면 행성간 경비대에 지원했다면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이라 후회했다. 이러다가 자칫 261년을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할······’
현재로서는 적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알 수 없는데다가, 아군의 지원과 보급을 확실하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죽을 맛이다.’
이런 전투 상황을 한두번 겪어본 것은 아니었지만 너무 두렵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 시에나가 자신의 어깨를 두드려 주면서 기운내라고 한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보다 못한 신병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제는 나도 고참병에 들어가는 건가?’
디네스 자신이 이렇게 될 줄은 미처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셰어필드기지쪽에서 계속해서 사람들이 걸어 오는 것을 내려보았다. 차량에 탑승해 있는 사람들과 함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24시간 넘게 엠더광산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람들한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니······’
자신들은 이곳에서 적을 막아야 했던 것이다. 단지 무사히 엠더에 도착할 수 있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었다.
대기하고 있던 중 08시가 되자 중대장인 다이레아로부터 아침을 먹자고 하는 통신이 들어왔다. 모두 알겠다고 하면서 콕핏에 준비되어 있던 전투식량들 중 하나의 포장을 뜯었다.
디네스도 마찬가지로 아침식사를 위해서 전투식량중 하나를 뜯었다. 바로 그때 다시 통신기가 열리면서 크라우프의 흥분된 듯 하면서도 매우 절제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적이 접근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모두들 아침은 나중이야! 온다!”
디네스는 깜짝 놀라면서 포장을 뜯었던 전투식량을 다시 내려 놓았다. 그리고 조종간을 굳게 잡으면서 정찰대에서 보내오는 영상을 지켜보았다.
이들이 매복대기하고 있던 곳에서 세어필드 기지로 나 있는 도로상으로 뿌옇게 흙먼지가 일어 나면서 엘윈들이 접근하고 있는 것이 화면을 통해서 보여지고 있었다.
“빌어먹을 자식들! 아침 좀 먹여 주면서 싸우지!”
누군가 크게 외쳤다. 그것을 흘려 들으면서 모두 전투 대비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디네스는 적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미처 짐작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눈앞에서는 엘윈들이 전진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신을 믿지 않고 있는 디네스였지만 그녀는 잠시 숨을 깊게 들어 마시면서 자신의 기체가 손에 들고 있는 라이플의 에너지 상태를 체크하고서는 잠시 눈을 감았다. 지향성 통신이 열리면서 크라우프의 목소리가 들였다.
“가까이 접근할 때 까지 아무도 사격하지 마라! 이 명령을 철저히 지켜라!”
몇번 매복에 임했었지만 흥분하여 명령을 어기고 먼저 공격해 아군을 위함에 빠뜨리는 경우가 여러번 있었기 때문에 그는 특히 이 점에 대해서 주의하는 것 같았다.
파츠 베이스군은 자신들이 매복하고 있는 사실은 모르고 있는지 대열을 길게 늘어 뜨린 채로 접근하고 있었다.
‘이거야 원······’
적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몰라도 아마 꽤나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크라우프 페트릴소령은 짧게 혀를 차면서 자신의 빔 라이플의 에너지 충전 상태를 체크했다. 조금 깊게 숨을 들어 마시면서 조금 허리를 앞으로 숙였다. 그리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파츠 베이스군 전력은 전진속도를 줄이지 않고 있었다.
‘숫자가 많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반격하게 된다면······’
그는 휘하 중대장들이 자신의 지시에 철저하게 따라줘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격거리 내로 파츠 베이스군이 접근해 왔다. 그렇지만 그는 최대한 적을 안쪽으로 끌어 들이도록 하면서, 사격을 하지 말라고 엄명을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선두에 선 엘윈이 자신들을 발견한 듯 갑자기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자 곧바로 사격명령을 내렸다.
“쏴라!”
그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매복하고 있던 자카운들은 빔 라이플과 하이파워 빔 바주카를 연사해 댔다. 순식간에 선두에 섰던 엘윈 10여대가 맞아 격파되었다. 파츠 베이스군 바리스타 중에는 갑작스러운 빔 세례에 당황하면서 방패로 바디를 보호하는 것도 잊어 버린 채 움직이는 녀석들도 있었다. 상대가 그렇게 경험이 많은 파일럿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공격이 개시되고 1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무려 30대 가까운 엘위들이 피격되어 버렸다. 당황해하는 부하들에 지휘관기로 보이는 엘윈이 기체를 일으켜서 우왕자왕하고 있는 부하들에게 흩어지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 보엿다. 지휘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고, 용감한 행동이었지만 지금에서는 표적밖에는 되지 못했다.
파츠 베이스군의 지휘관기는 누군가 발사한 하이파워 빔 바주카에 맞아 파괴되어 버렸다. 이것을 지켜보고 있던 크라우프는 공황상태를 어느정도 수습한 상대가 구릉지대에 기체를 숨기고 반격을 가해오자, 짧게 혀를 차면서 빔을 몇발 발사해 넣은 다음 사격을 멈추도록 지시했다.
몇발 크라우프의 기체 주변으로 빔이 스쳐 지나가자 그는 기체를 숙여 앉으면서 짧게 혀를 찼다. 적의 진격이 꽤나 신속했기 때문이다. 몇 시간만 늦었어도 적과 평지에서 정면으로 맞서야 했을 것이다.
‘적들은 아군이 이곳에가지 진출한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그는 몇번 깊게 숨을 들어 마셨다. 그리고 일어서서 반격을 할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무모하게 나서지 말자······적은 초반 아군의 기습공격에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일단 적에게 아군의 숫자를 들키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적이 가장 약할 때 공격하는 것도 중요했다. 적의 전열이 길게 늘어서 있으니 시간을 끌게 되면 후위의 부대가 전투에 참가하게 되어 오히려 전력이 보강된다. 하지만 첫공격에서 보았듯이 적들은 신병들이 많은 것 같았다. 공격부대의 선두에 신병들을 내세울 정도 된다면 적의 부대 수준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적이 경험이 많았다면······1분 사이에 30대 가까이 격파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크라우프는 짧은 시간동안 고민한 후 돌진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적의 수가 많을지는 몰라도, 파일럿들의 수준이 상당한 차이가 있었고 초전에서의 우세를 살리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공격을 개시하려던 그의 기도는 파츠 베이스군이 오히려 공세를 취해 나옴으로서 시도되지 못했다. 17대의 바리스타가 기체를 일으키면서 빔 라이플을 연사해 대면서 돌진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흥!”
에이센군은 순간 기체를 일으키면서 일제히 사격을 가했다. 17대의 바리스타 대부분이 5분을 채 버티지 못했다. 거의 손쓸 틈도 없이 사방에서 난사해 대는 빔에 제대로 맥을 못추고 피격되어 버렸다.
“손상을 입은 기체는 있나?”
크라우프가 각 중대장에게 손실을 파악하라고 했으나 아직까지는 각 중대에서 손실이 발생했다는 보고는 들어오지 않았다. 50대 가까운 바리스타를 15분 남짓한 시간에 잃어 버리게 된 파츠 베이스군이 오히려 꼼짝도 하지 않았다.
‘환장하겠군······’
숫적인 우위를 앞세우려고 했던 적의 의도였을 것이다. 아마도 적 지휘관이 부하들을 앞세워 현재 매복해 있는 에이센군이 어느 정도 병력인지를 파악하려 했을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그러기 위해서 공격을 시도했던 2개 소대 병력을 일순간에 잃어 버리게 되니 움츠려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크라우프는 일단 교전사실을 상부에 보고하고 아직까지 전투지역에서 엠더광산쪽으로 도주중에 있던 셰어필드기지의 패전병들을 힐끗 내려 보았다. 대부분이 탈진해 있었지만 전투가 벌어지게 되자 최후의 힘을 짜내서 발걸음을 빨리하고 있었다.
셰어필드기지에서 24시간을 걸어 도망쳐 왔던 발레리 미구엘중위는 바리스타전투가 시작되자 낭패감이 먼저 들었다. 전투가 격렬해지기 전에 빠져 나가야 했다. 양측의 빔 라이플 사격이 전개되는 듯 싶더니 많은 수의 폭발음이 들렸다. 자신들처럼 도주 중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달려 나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 중 일부는 그대로 주저앉아 버리기도 했다.
발레리도 더 이상 걷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이제는 더 이상 걸을 힘도 없었던 것이다. 에이센군이 이곳까지 와 있었기 때문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들이 자신들을 구해줄 수 없다는 말을 하자 다시 엠더광산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전투가 벌어져 버렸으니 다들 꼼짝도 하지 못했다.
잠시뒤에 다시 에이센 바리스타들의 일제 사격이 개시되는 것 같더니 돌격해 들어오던 파츠 베이스군 엘윈들이 맞아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에이센군과 파츠 베이스군 사이에 있는 땅에는 수많은 바리스타들이 파괴되어 불길에 휩쌓여 있었다.
‘대단하군······’
발레리는 짧게 혀를 차면서 목이 너무 칼칼하게 마른다는 생각을 했다. 물이라도 마시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어차피 도망칠 힘도 없었으니, 저 앞쪽에 있는 에이센군이 어떻게 싸우나 구경이나 해 보고 싶었다. 만약 에이센군이 전멸하면 자신들도 끝인 것이다.
크라우프는 전투가 시작되어 버리자 오히려 패잔병들이 탈진해 주저앉아 버리는 것을 보조카메라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제기랄······저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니.’
자신의 무능함이었다. 수송차량도 데리고 왔다면 저들을 수용해 줄 수 있을 것인데, 자신은 미처 패잔병들의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서 한 것이라고는 광산지대에서 이들을 수용할 수송기를 보내 주라고 한 것 뿐이었다.
‘나의 무능함이다.’
지나가던 사람의 가방이라도 들어주는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지금 결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도주해 왔던 것이다. 거의 24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왔을 것이다. 격한 피로감과 공포심, 그리고 기지에서의 전투 때문에 이제는 더이상 걸을 힘도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