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dy of the Duke of Essia RAW novel - Chapter (113)
에시어 공작가의 레이디 (113)화(113/141)
“디, 디웨스가?”
“응.”
“진짜 어마어마하다고?”
“그렇다니까?”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 디웨스?”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묻던 마법사 누아가 올가의 끄덕임에 몸을 살짝 뒤로 물렸다.
뭔가를 떠올리는 듯 중얼거리던 그가 홱 하고 올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그때, 우리 못 오게 한 건가?”
“아마도?”
올가의 답에 누아의 목구멍으로 마른침이 꿀떡하고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
마법사, 그것도 마법부에서 일하는 사람치고 디웨스 광산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에 열광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나 정도는 되어야 무던히 넘기지.’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런 올가조차도 디웨스 광산이 가까이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에 순간적으로 디웨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마도구와 마법진 등등 수많은 생각을 했었지 않나.
한데 언제나 마력석이 부족해서 절절매는 마법부에서는 더욱 탐이 날 터.
‘안 나면, 그게 이상한 일이지.’
그렇기에 예상한 반응 그대로인 누아를 보며 만족스러운 듯 올가가 고개를 돌리자,
“정말,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누아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다 이내 히죽 웃었다.
그 미소에 올가가 미간을 좁혔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왜, 그 디웨스 처음 발견했던 폰테산 광산 알지?”
“알지.”
“그걸 폐하께서 갑자기 스벤 백작에게 하사하신 뒤로 디웨스 유통이 뚝 끊겼었거든. 그거 때문에 다들 죽을 맛이었는데, 이제야 숨통이 좀 트이겠다 싶어서.”
“아아.”
폰테산에서 디웨스가 처음 발굴되어 다들 난리가 났었는데, 그걸 황제가 스벤 백작에게 주었다.
황제가 노망이 났다는 소문은 암암리에 돌기는 했다만.
‘진짜 노망 난 거 맞네.’
혀를 끌끌 찬 올가가 웃으며 누아를 바라보았다.
“다행이네.”
“근데 정말, 진짜 디웨스 맞대?”
“그렇다니까.”
“매장량도 어마어마하고?”
“몇 번을 말하게 해.”
짜증을 낸 올가가 그를 노려보자, 그제야 몸을 뒤로 물린 누아가 뒷머리를 긁었다.
“아아, 미안, 미안. 내가 너무 흥분해서 말이야.”
멋쩍게 웃던 누아가 손을 내리며 탁자에 양팔을 교차해 기댔다.
“솔직히 디웨스로 하려던 게 있었는데, 유통이 안 되어서 시도도 못 하고 있었거든. 뭐 나뿐만 아니라 우리 마법부 사람들 죄다 그랬지, 뭐.”
“왜 유통을 안 시켰대?”
“자기네 가문 마법사들이 무슨 마도구를 만드는 데 사용하고 있대. 거기도 부족해서 유통을 시킬 수가 없다더군.”
뭐, 나름 타당한 명분이었다.
‘마력석의 유통은 황실의 통제를 받아야 하지만, 마도구는 아니었으니까.’
수량이 미미한 마력석으로 수익을 내기엔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터였다.
‘흐음.’
어찌 됐든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지, 아기씨에게 전하기는 해야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들자-
“근데 그게 홀데 목장에서만 발견됐다는 거지?”
“그렇다더군.”
“근데 그걸 왜 마법부에 비밀로 한 거지? 설마.”
누아가 눈을 크게 뜬 채 올가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기다렸던 반응을 보이는 누아를 향해 올가가 고개를 저었다.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릴 작정이었겠지. 아무렴.”
“그…렇겠지?”
누아는 대충 수긍은 하면서도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을 감추질 못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올가가 며칠 전 레티시아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리며 입꼬리를 슬쩍 말아 올렸다.
‘물론 마력석은 홀데 목장에만 있는 걸로 해야 해.’
‘그래야 사람들의 집중도도 올라가고, 의심도 심해질 거야. 특히 마법사들이 의심해 줘야 해. 그래야 홀데 남작이 조급해질 거야.’
마법사들을 막았다는 건, 곧 황제를 속이고자 했음을 시인하는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렇게 되면 홀데 남작은 지금보다 더 조급해질 테고, 더는 목장을 팔지 않겠다고 배짱을 부리기 어려워진다는 게 레티시아의 생각이었다.
팔려는 사람을 최대한 조급하게 만들어 힘의 균형을 깨트리는 게 우선이라던 레티시아의 말을 떠올리며 올가가 엷게 웃었다.
‘적으로 돌리면 귀찮아지겠어.’
초대 테파로아 황제인 에르피우스의 수호성과 그녀의 이타성을 떠올린 올가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솔직히 그것이 아니라면, 그녀의 영민함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에르피우스의 일대기를 그린 역사서에서도 그랬었지.’
6살밖에 안 된 에르피우스가 제 스승들의 이야기와 책들을 읽는 족족 그대로 흡수해 응용까지 해내는데, 그 영민함을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다고.
‘그래, 그 저주만 아니었다면.’
에르피우스 황제의 화려한 업적 끝에 떠오른 그의 마지막 모습에 어쩐지 입맛이 쓴 올가가 아랫입술을 잘근 씹었다.
만약 에르피우스와 같은 이능과 수호성을 타고 태어났다면, 절대 피할 수 없는 저주가 바로 그것이었으니까.
‘하.’
“올가, 혹시…….”
눈을 질끈 감았다 뜨는 저를 향한 누아의 부름에 더는 답을 해 줄 인내심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니 더더욱 자네만 알고 입 다물고 있게나. 소문을 내 봐야 다른 귀족들의 입김이나 들어가지, 마법부에는 도움 될 게 하나 없을 테니까.”
“……아, 그렇지.”
“홀데 남작이 미치지 않고선 다른 마음을 품겠나. 그러니 거기서 나오는 디웨스는 당연히 황제 폐하의 것이고, 그럼 곧 마법부에 가장 먼저 배정되어 쓰이겠지. 그러니 조급하게 굴 거 없이 가만 기다려 봐. 좋은 소식 있을 테니까.”
하지만-
“자네, 그 이야기 들었나?”
올가의 말대로 이대로 입을 다문 채 뒤늦게 떨어지는 콩고물만 받아먹기에 마법부는 황제에 대한 신뢰를 잃은 상황이었다. 또한 이런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되었는데, 그걸 어찌 함구할 수 있을까.
“디웨스 광산 말이네. 그게 얼마 전 우리 조사단의 파견을 막은 홀데 목장에서 발견되었다는구만.”
특히나 누아는 올가가 입 가볍기로 유명한 마법사 중에서도 고르고 고른 인재였으니, 더욱이 그 비밀은 지켜지기는커녕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 * *
“뭐, 뭐? 마법부?”
엘의 보고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란 홀데 남작이 펄쩍 뛰었다.
“마법부 새끼들이 왜?”
“아무래도 그때 그 지진으로 인해 틀어진 지반에 대해서 조사하고 싶다고.”
“이런 미친!”
홀데 남작이 책상을 쾅 하고 내리쳤다.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으로 두어 번 더 책상을 거세게 내리친 홀데 남작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찮았다.
‘대체 어디서부터.’
균열이 생긴 것인지,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감이 잡히질 않았다.
은밀하게 계략을 짜는 건 언제나 제 몫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이번 일도 제 뜻대로 움직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 날 목장을 사겠다는 이만 나타나지만 않았다면.
어쩐지 거기서부터 균열이 발생한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 낼 수가 없었다.
“누가 먼저야.”
“예?”
“누가 가장 먼저 사겠다, 간을 보았냐고.”
“그 왜 중년의 남자가 제 주인의 딸이 목장을 갖고 싶어 한다고…….”
“그 말을 믿어?”
말을 막는 홀데 남작의 노성에 엘이 고개를 푹 하고 숙였다.
“그거 말고는.”
“그거 말고는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습니다. 다들 그냥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문뿐이고, 그때 말씀드린 상단에서도 이후로는 연락이 없습니다.”
엘의 말에 홀데 남작이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제 손바닥 위에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제 의지와는 별개로 흘러나가고 있었다.
한데 미치겠는 건, 그걸 보면서도 틀어막을 수가 없다는 거였다.
어디가 뚫려 있는지 알아야, 막아 낼 게 아닌가.
‘젠장.’
차라리 이렇게 고민할 바엔 황제께 이실직고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설마.’
스벤 백작의 짓이라면.
얼마 전 그자가 폰테 산의 광산을 차지했다던데.
디웨스.
‘하! 이 미친 새끼가 감히.’
마법부를 움직인 건 디웨스인가.
분명 그 멍청한 자식들은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를 테니, 뒤에서 움직여 주는 자가 반드시 있을 테고, 그게 스벤 백작이라면.
‘나를 조급하게 해 황제께 털어놓게 만들고, 뒤에서는 내가 광산에 대해 숨기고 있음을 고해바치면.’
자신은 그길로 끝이었다.
황제는 제 뒤에서 수작질하는 걸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니까. 오랜 시간 그를 곁에서 모셨다는 이유로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전 내쳐진 사람이 아닌가.
아무리 제가 아니라 변명해 보아도 황제의 귀에는 닿지 않을 게 뻔했다.
그렇다면 제게는 목장도, 돈도, 명예도 아무것도 남지 않겠지.
그리고 홀데 목장은 스벤 백작이 본인이 관리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었다. 폰테산 광산을 얻어 낸 것처럼 말이다.
첫 단추가 잘못 꿰진 것이었고, 전 그 늪에 빠져 버렸다.
하지만 되돌릴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황제는 저를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다면 남은 건.
‘내가 직접 나서서 내 것을 지키는 방법뿐이지.’
어차피 이 목장의 소유자는 홀데 남작, 자신이었으니까.
“그자가 얼마를 불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