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dy of the Duke of Essia RAW novel - Chapter (114)
에시어 공작가의 레이디 (114)화(114/141)
“디웨스라.”
서류에 사삭 소리를 내며 사인을 마친 스벤 백작이 펜 촉을 꽂아 넣으며 고개를 들었다.
“홀데 목장에 제법 많은 양의 디웨스가 매장되어 있다고.”
“네.”
“근데, 그걸 황제 폐하께 바로 고하지 않았다.”
“예.”
“늙은이가 죽을 때가 되니 이제 간땡이가 배 밖으로 나온 모양이지?”
피식 웃은 스벤 백작의 말에 앞에 선 수하가 가만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스벡 백작이 의장 등받이에 깊게 몸을 묻었다.
그래서 에시어가 탐을 낸 것인가.
저는 그저 에시어가 탐을 내는 물건이 있다기에 기웃거려 본 것이었는데. 어쩐지 매우 정확한 촉을 발휘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디웨스라니.”
솔직히 폰테 산에 묻혀 있는 양이 생각보다 미미하여 아주 크게 실망을 하고 있던 찰나였다.
가치는 어마어마했으나, 양이 쥐꼬리만 하니.
뒷돈을 챙기기에도 애매한 수준이었고, 또 유통을 시키려 해도 무조건 황실 상단을 통해야 하니 더더욱 그 가치가 애매해졌었다.
‘근데 내가 독점을 하게 되면.’
이건 다른 이야기였다.
이미 제 아래에 있는 마법사들을 이용해 디웨스를 탐지하는 마도구를 만들어 냈으니.
그걸 이용해 디웨스를 찾아 ‘에시어가 탐을 내고 있다.’라는 말과 함께 제가 관리하겠다고 하면…….
‘황제도 별말 하지 못하겠지.’
상상만으로도 흐뭇한 상황에 스벤 백작이 깍지 낀 손으로 머리 뒤를 받쳐 기댄 채 고개를 들었다.
“황제 폐하께…….”
“백작님!”
하지만 그 순간, 그의 좋았던 기분을 와장창 깨트리는 소식이 저 멀리 코루누에서 전해져 왔다.
* * *
“펠루아나가 이리 쉽게 물러나다니!”
황제 이에로가 진심으로 기쁜 듯, 팔걸이를 탕탕 내리치며 웃었다.
“내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하구나!”
늘어진 눈꺼풀에 답답하게 덥혀 있던 눈동자를 번뜩이며 웃는 황제의 기색에 국방 장관 라우스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펠루아나 놈들이 끝내 코루누를 넘지 못했으니, 이제 리비스에 남은 잔당들만 완전히 몰아내는 일만 남았습니다. 펠루아나의 왕은 큰 부상까지 입고 꽁지가 빠져라 퇴각했다 하니, 그야말로 대승입니다, 폐하!”
“역시 샤리에로다!”
국방 장관 라우스 백작의 말에 이에로의 극찬이 이어졌다.
“마고, 그 능구렁이 같은 이에게서 어찌 저리 걸출한 아들이 나왔을까.”
그가 에시어라는 것도 잊은 듯한 말에 알현실에 모인 이들의 면면이 심상찮게 구겨지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에시어에 호의적인 1황자 스테판은 물론이고 2황자 카일, 궁내부 장관인 스벤 백작과 엘리어스 네투아까지.
에시어를 손끝에 박힌 가시처럼 껄끄러워하는 이들의 면면에 불쾌한 기색이 감돌았다.
그도 그럴 것이 펠루아나가 리비스에서 퇴각한 것은 물론 그들에게도 다행인 일이었다만, 너무 이른 승리가 문제였다.
황제군이 얼마나 무능했으면 그간 지지부진하게 끌려가던 전쟁이 샤리에 에시어의 등장과 동시에 전세가 역전될 수 있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법한 상황이었으니까.
샤리에 에시어에 대한 또 다른 영웅담이 만들어질 법한 상황에 에시어를 견제하는 이들의 마음속에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이 피어났다.
심지어 황제의 저 기쁜 기색까지.
자신들이 애써서 밀어낸 에시어가 다시금 전면에 나서는 일만은 막아야 했다.
그러니, 황제를 일깨워 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 봐야 에시어라는 걸.
“에시어의 가주께서 샤리에를 아끼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바마마.”
카일이 웃으며 황제를 돌아보았고, 이어 스테판이 카일의 말을 받았다.
“저도 샤리에, 샤리에 말만 들었지, 이리 뛰어난 인재인 줄은 몰랐습니다. 에시어의 가주는 아주 든든하겠어요. 가문의 미래가 아주 밝지 않습니까.”
황자들의 말에 눈동자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늘어진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린 황제가 그들을 지그시 보던 시선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타까운 일이지, 아주 아쉬운 일이야.”
“…….”
“샤리에가 사생아만 아니었다면, 에시어에서 더 크게 쓰였을 텐데. 쯧.”
황제가 혀를 끌끌 찼다.
그 의도가 다분히 묻어나는 의뭉스러운 말에 알현실 내에 모인 이들의 시선이 바삐 움직였다.
황제의 의중을 아무도 파악하지 못한 탓이었다.
매번 에시어를 견제하던 그가 마음을 바꿔 먹은 것인가.
아니면 샤리에가 에시어의 적장자로 인정을 받았다면, 황제 역시 에시어를 견제하지 않았을 것이라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샤리에가 없으니, 에시어에 대한 건 신경 쓸 것이 없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저 의뭉스러운 노인네.’
황자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에시어의 반대편인 네투아를 외척으로 두고 있는 카일은 더더욱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에시어가 물러난 자리를 네투아가 채우며 되레 극성을 부리고 있다는 소문은 저도 들어 알고 있었으니까.
‘후회하고 계십니까. 해서 네투아를 누르기 위해 다시 에시어를 끌고 들어올 작정인 겁니까.’
카일의 시선이 사납게 물들어 가려는 그 찰나, 그의 표정을 가리듯 스벤 백작이 고개를 들었다.
“하오나 폐하, 샤리에 에시어의 능력이 뛰어남은 모두가 인정하는 바이나, 너무 그쪽으로 시선을 빼앗긴다면 또 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까 염려되옵니다.”
“문제라.”
“모든 것은 폐하의 은덕이온데, 리비스와 기피르 지역에서 샤리에의 이름만을 연호하는 것이 신은 심히 걱정되옵니다.”
“궁내부 장관께서는 말씀을 가려 하시는 게 좋을 듯하군요.”
스벤 백작의 말에 라우스 백작이 불쾌하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지금 그 말은 지금 막 승전을 올린 우리 군의 사기를 꺾어 놓으려는 것과 진배없는 것이오.”
“사기를 꺾으려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고생해서 얻은 성과를 한 사람이 독점하는 것을 염려…….”
“그!”
“가만.”
스벤 백작의 말에 발끈하는 라우스 백작의 말을 막은 황제가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네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냐는 듯 빤히 보는 황제의 시선에 스벤 백작이 카일을 흘끗 보곤 고개를 들었다.
“승전 연회는 황제군 전체를 치하하는 것으로 갈음하심이 어떠할지요.”
“…그리고?”
네가 하고자 하는 말이 그게 전부가 아니지 않으냐는 듯 스벡 백작을 응시하는 황제의 시선에 그가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
“며칠 전 국방부 장관님께 이야기를 듣자니, 북부의 타루스에 다시 마물들이 날뛰고 있다 하니.”
“…….”
“샤리에 대장은 타루스로 급히 돌려보내심이 어떠할지요.”
웃는 얼굴까지 걷어 낸 스벤 백작의 말에 주변 분위기가 일시에 가라앉았다.
다들 샤리에가 황도로 입성하는 것을 꺼리는 상황이었으나, 황제의 심기를 상하게 할까 입도 떼지 못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한데 스벤 백작이 먼저 나서 주니, 다른 이들 역시 마음의 부담이 덜어지는 듯했다.
“라우스 백작, 타루스의 상황이 많이 심각한 건가.”
카일 황자의 물음에 주변의 분위기를 살피던 라우스 백작이 마지 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1급 마물인 익룡 와스투스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받았습니다.”
“1급 마물이면, 타루스의 병력으로는 힘들기는 하겠군요.”
카일의 말에 스벤 백작이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국민들의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샤리에를 보내 처리하게 하심이 옳지요. 그쪽 일이 다 마무리되고 황도로 불러와도 늦지 않고요.”
황제의 앞에 선 카일과 스벤 백작이 마치 서로 맞춘 듯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빤히 보고 있는 1황자 스테판으로선 기분이 그닥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마치 이 자리에 들러리처럼 앉아 있는 꼴이라니.
에시어가 다시 득세할까 견제하고 있는 게 뻔한 두 사람의 역겨운 연극에 놀아나고 싶지 않은 스테판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샤리에는 이미 제국군의 주축입니다. 언제까지 타루스에 놓아둘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에시어가 껄끄럽다 하여 제가 직접 네투아에게 좋은 일을 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
“차라리 타루스에 뛰어난 마검사 몇몇을 더 보내 마물을 처리하게 두고, 샤리에는 예정대로 황도로 들이심이 나을 듯하옵니다.”
스테판의 말에 카일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고작 반년 차이를 두고 형이랍시고 앉아서는 사사건건 제 일을 방해하니.
‘죽일 수도 없고.’
꼴에 에시어에 줄을 대 보려 발악을 하는 듯한데.
이미 대세가 기울어졌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꼴이 안쓰럽다기보다는 한심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도 1황자와 같다.”
이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황제를 올려다보던 카일의 예상과는 조금 다른 전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