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dy of the Duke of Essia RAW novel - Chapter (115)
에시어 공작가의 레이디 (115)화(11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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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마마?”
놀란 카일이 황제를 올려다보며 미간을 좁혔다.
당연히 제 편을 들어 에시어의 이름을 달고 있는 자는 황도에 발도 못 붙이게 할 거라 생각했건만.
그런 카일의 예상과는 달리 황제는 그의 손을 들어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렇게 되면.
되레 자신들의 패만 노골적으로 까발려진 꼴이 아닌가.
낭패감에 얼굴을 굳힌 카일이 아랫입술을 짓씹자, 스벤 백작이 스윽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개인적인 감정에 휘둘려 가장 기본적인 상벌조차 외면하면, 누가 제국을 위해 힘쓰겠느냐.”
혀를 쯧 하고 찬 황제가 카일의 얼굴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개인적인 감정?’
그것에 가장 많이 휘둘리는 자가 제 아비 아닌가.
차오르는 분에 입 안의 여린 살을 잘근 씹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알현실 안에 있는 그 누구도 그 말을 입에 올릴 수 없는 건, 상대가 황제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황제가 된다는 건 그런 의미였다.
부당함조차 발아래로 꿀려 굴복시키는 것.
그리고 그걸 위해서라도.
‘난 반드시 황제가 되어야겠다.’
주먹을 틀어쥔 채 다시금 황좌를 올려다본 카일의 시선에 살기가 어른거렸다.
그리고 그런 그의 시선에-
“전하.”
스벤 백작이 나직이 그를 부른 그때, 황제가 라우스 백작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황제군은 언제쯤……. 컥!”
하지만 채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황제가 온몸을 들썩이며 기침을 토해 냈다.
“폐하!”
“아바마마!”
하지만 그럼에도 제 아들들이 곁으로 다가올 수 없도록 손을 들어 멈춘 황제의 의사에 다들 그 자리에 굳은 듯 서서 황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번 터진 기침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도리어 더 격해지는 기침에 끝내 황제의 몸이 앞으로 휘어졌다.
“아바마마, 황궁의를…….”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모습에 더는 지켜볼 수만은 없었던 카일이 일단 앞으로 나선 순간, 손으로 입을 가린 황제의 손가락 사이로 미미하게 피가 배어 나왔다.
“!”
각혈.
살가죽이 겨우 달라붙어 있는 손가락 사이로 배어 나는 그 붉은빛.
마치 죽음의 증표 같은 혈흔에 그 자리에 모인 황자들의 시선이 알 수 없는 빛을 띠며 엇갈렸고, 곧이어 한 세대가 끝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전율이 알현실에 모인 이들의 온몸을 감싸고 돌았다.
“황궁의를 들라 하라! 당장!”
* * *
그 시각.
“말씀하신 대로 수십 년간 금광이었다가 근래에 폐광이 된 곳들을 중심으로 알아보니, 총 매물로 나온 곳은 스무 곳이었습니다.”
“다 사. 돈 충분하지?”
뭔가 다른 조건을 물어볼 줄 알았던지, 잠시 동공 지진이 온 베넷이 나를 빤히 보다 급히 정신을 차렸다.
“아, 네. 가능은 합니다만.”
“그럼 됐네. 매물로 나온 건 다 사 줘. 물론 그때 말한 차명으로.”
어차피 폐광이 예정된, 혹은 이미 폐광된 곳이라면, 헐값에 내놓았을 테니. 스무 개든, 서른 개든 상관없었다.
그러고 나서 디웨스 탐지만 하면.
‘끝.’
디웨스가 발견되면, 당연히 그 아래에 마그누스가 있을 테니까.
어쩐지 악당처럼 흐흐 웃게 될 것 같아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큭큭 웃었다.
지금은 디웨스만 채굴할 수 있으니 당장 엄청난 수익이 보장되진 없겠지만, 그래도 몇 년 뒤의 가치를 생각하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디웨스는 일부러라도 싼 값에 풀 작정이고.
그래야 마도구가 더 많이 만들어질 거고, 그렇게 되면 더 많은 마력을 가진 마그누스가 짜잔 하고 세상 빛을 보았을 때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돈은 그때부터 벌면 그만이었다.
지금의 디웨스 채굴은 그야말로 투자의 개념이었다.
그리고-
“아, 그리고 아기씨의 뜻대로 마법부가 움직이니 홀데 남작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내가 갖고 싶은 걸 수월하게 갖기 위함이기도 하고.
“연락 왔어?”
“네.”
“500만 골드 달래?”
“아뇨, 800만을 불렀습니다.”
“800?”
목장의 가치는 아무리 잘 쳐 줘 봐야 300만 골드 이상을 호가하지 않았다.
디웨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도 아무리 잘 뽑아내야 400만 이상이 될 수 없음을 그가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그 두 배인 800만이라.
아직 정신 못 차렸네, 이 할아버지.
혀를 끌끌 차며 베넷을 올려다보자, 그가 책상 위에 작은 돌멩이를 올려놓았다.
“그러곤 이걸 보내 왔습니다.”
“디웨스?”
“네.”
마력이 없는 사람들 눈에는 그냥 돌멩이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으나, 마력이 있는 사람들에겐 흥분을 자아내는 돌멩이였다.
“흐음.”
돌멩이를 손에 쥐자, 약간 뜨끈뜨끈한 느낌이 들었다. 벽난로 안에 한참 넣어 두었던 반질반질한 강자갈 같은 감촉에 계속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할아버지께는 말씀드렸어?”
“네.”
“뭐라셔?”
“그렇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800만을?”
“네, 욕을 조금 하셨지만, 이에로를 엿먹…. 아니, 골탕 먹이는 데에 800만 골드면 싸다고.”
으유.
할아버지도 참.
끝날 줄 모르는 두 사람의 신경전에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아직 우리가 에시어인 줄은 모르는 거지?”
“네.”
하긴 접촉하고 있는 중년의 남자가 에시어라는 걸 알았다면, 800만이 아니라 2000만을 부르고도 남았을 위인이니까.
“마법부에서 압박이 들어오니까, 서둘러 팔 작정인 듯 보입니다.”
“그럼 가격을 더 내려.”
“네?”
“400만, 그 이상은 안 된다고 전해. 싫으면 됐다고 우리도 꼭 거기 살 필요는 없다고 하구.”
“하지만.”
그의 시선에서 오만 가지 생각이 줄줄줄 흘러나오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홀데 목장을 꼭 갖고 싶었던 거 아니었냐구?”
“네.”
그랬지.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웅, 갖고 싶은 거 맞는데?”
“근데 왜 그 가격을……. 목장주가 아무리 급하다 하나, 그 가격에는 절대 응하지 않을 겁니다.”
“아니야, 응할 거야.”
“네?”
“응할 거라구.”
확신에 찬 시선으로 베넷을 보며 생긋 웃었다.
“그러니 그렇게 전해. 400만. 거기서 1실버도 더 얹어 줄 수 없다구 말이야.”
“알겠…큼, 습니다.”
단호한 내 말에 베넷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이어 다음으로 넘어가려는 찰나,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아기씨, 헤일이에요.”
“웅! 들어와!”
그러잖아도 살짝 출출하던 차였는데.
당연히 헤일이 간식을 가지고 왔을 거라 생각하며 눈을 반짝였다만-
빈손이네.
어쩐지 시무룩해진 어깨를 쭈욱 늘어트린 채 고개를 들었다.
“왜에?”
“페일런 님께서 찾아오셨어요. 하도 급하다 성화셔서요.”
그리 말하며 베넷을 바라보자, 그가 나를 돌아보았다.
“갔다 와두 돼.”
“금방 오겠습니다.”
“웅!”
뭐, 대충 들어야 할 이야기는 다 들은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남은 이야기가 있을 테니.
그러라며 고개를 끄덕이자 베넷이 빠르게 방을 빠져나갔다. 그가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까지 확인한 뒤에야 헤일이 앞치마 주머니로 손을 넣었다.
“모.”
간식인가?
근데 헤일이 간식을 거기에 넣어 두었을 리는 없을 텐데,
그래도 간식인가?
파블로프의 강아지처럼 차오르는 기대감에 눈을 깜박였다. 하지만 헤일이 앞치마 주머니에서 꺼낸 건 작은 무명 주머니였다.
“이거요.”
손때가 잔뜩 묻은 주머니는 물에 넣어 빨면 땟국물이 쭉 하고 나올 것만 같았다.
“그게 모야?”
“아, 이거 아까 리안이 아기씨께 전해 드리라고요.”
“…….”
헤일의 입에서 나온 리안이라는 말에 순간 온몸의 기운이 쪽 빠지는 것만 같아 어깨를 조금 더 아래로 늘어트렸다.
또 뭘까.
뭘 넣어 놓고는 나를 상처, 아니 속상, 아니, 아니 기분 나쁘게 할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
“몬데?”
“만져 보기엔 동전 같아요.”
내 물음에 헤일이 얇은 표면을 조몰락거리자, 정말 그녀의 말대로 동그란 모양이 드러났다.
요 닷새 전쯤에 베넷이 그 두 사람을 벌목장에 취직을 시켰다고 하더니만.
번 돈을 고스란히 모아 가져온 모양이었다.
고작 은화 2개.
그들이 하루 종일 벌목장에서 나무를 해 오는 값으로 버는 게 동화 60개라 들었는데.
며칠이나 됐다고.
정말 마음에 안 들어 죽겠네.
대체 뭐 이렇게까지 칼 같이 구는 건지.
나에게는 그 어떤 여지도 남기지 않겠다는 리안의 굳은 의지가 드러나는 주머니를 한참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그의 똥고집이 응집된 그 주머니를 휙, 하고 낚아채 팅커벨이 있는 서랍장을 열어 그 안에 밀어 넣었다.
“야이씨, 좁…….”
탁!
팅커벨의 거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랍장을 꽉꽉 닫아 절대 열지 않겠다 다짐을 하곤 몸을 돌렸다.
씩씩-
“나쁜 놈.”
어쩐지 울컥 차오른 설움에 코끝이 시큰거릴 것만 같은 그때-
“아기씨!”
울음이 쏙 들어가게 만들 정도로 다급히 뛰어올라온 베넷이 흥분한 얼굴로 소리쳤다.
“샤리에 님께서 대승을 거두셨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