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dy of the Duke of Essia RAW novel - Chapter (126)
에시어 공작가의 레이디 (126)화(126/141)
나 역시 그건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생각도 못 한 수네.
마도구 우선 판매권이라니.
물론, 황실에 들어가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으나, 할아버지의 제안은 마법부에도 나쁜 수가 아니었다. 연구할 마법석이 있어야, 마도구도 나올 수 있는 건데.
그걸 공짜로 제공하겠다는 거 아닌가.
솔직히 현존하는 마법석들은 마도구에 박아 넣기도 부족한 지경이라, 연구는커녕 보완도 어려웠으니까.
한데 디웨스가 일시적이지만 안정적으로 공급되면-
‘마법부에서도 좋은 거지.’
심지어는 공짜가 아닌가.
절대 손해나는 장사가 아닐 거다.
단, 세부 내용은 조정을 해야겠지만.
“그거 안 되면, 마법부가 아닌, 다른 마법사들을…….”
“아, 알겠습니다. 디웨스만 무상으로 주시면, 에시어 공작가에 우선 판매권을 드리겠습니다. 어차피 상단을 통해 팔아야 하는데, 에시어라면 안정적이지요.”
“잘 생각했네.”
할아버지가 아주 좋은 거래였음을 증명하듯 밝게 웃으며, 케온의 손을 잡았다.
“내 손녀에게 고마워하게.”
“아, 예. 감사합니다, 아기씨.”
내게는 고맙지만, 할아버지에게 고마운 건 아닌 듯한 케온의 표정에 작게 웃었다.
* *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니 정확히는 하루도 되지 않아 황도 내에 소문이 쫘악 퍼졌다.
그 내용은 당연하게도 레티시아 에시어가 어리고 멍청한 탓에 디웨스의 가치를 몰라 광산에서 나온 마법석 전부를 마법부에 무료로 제공한다는 소문이었다.
“참, 바보 같은 거죠.”
“보는 눈이 없으면 어른들 말이라도 잘 들어야 하는데.”
“그러니까요! 공작 각하의 말씀에도 빽빽 우겼다고 하더라고요.”
“쯧.”
살롱에 모인 귀족들이 저마다 혀를 차며, 제 고상함을 유지하려는 듯 하고 싶은 말을 애써 삼켰다.
“어린애는 어린애인 모양이에요.”
“에시어의 직계들은 어려도 참, 다르던데.”
“그러게나 말이에요. 아이에게 듣자니, 아카데미에서도 에시어들은 두각을 드러낸다던데.”
귀족들이 혀를 찼다.
“제대로 된 교육을 못 받은 것도 아닐 텐데.”
“그러니까요. 아무튼 어리석어요.”
“샤리에 님 딸이 어쩜 그런지.”
“아무튼 그 딸 때문에 샤리에 님이 이번에 크게 난감하실 뻔했죠, 뭐.”
“그러게 말이에요. 저도 샤리에 님이 변하신 줄 알았다니까요.”
“제가 말했잖아요. 그런 분 아니시라고.”
샤리에에게 노골적으로 호감을 드러내는 폴덴 백작가의 차녀, 아비가일의 목소리에 다른 귀족들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이 몇이나 있겠어요.”
“맞아요.”
엷게 웃으며 말을 마무리한 귀부인들이 폴덴 백작 영애를 흘끗대며 시선을 돌렸다.
여기 있는 부인들 대부분은 처음부터 샤리에가 디웨스를 탐내, 제 딸을 앞세워 일을 꾸몄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 나온 이 소문 하나로 역시 이건 샤리에의 뜻이 아닌, 그 집 어린애가 뭘 모르고 부모를 곤란하게 만들었다는 일로 마무리되었다.
삽시간에 샤리에의 명망은 다시 높아졌고, 그와 반대로 레티시아의 이미지는 땅에 처박혔다.
* * *
하지만 그 소문에-
“샤리에의 딸이 뭘 했다고?”
미간을 좁힌 스벤 백작이 보고를 하러 들어온 부관을 올려다보았다.
번뜩이는 눈동자에 서린 노기와 서늘한 빛에 부관이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목장에서 나오는 마법석을 모두 마법부에 무료로 주겠다고 했다 합니다. 자신이 마법사도 아닌데 금도, 은도 아닌 돌멩이는 성가시기만 하다, 라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
‘손녀딸을 앞세운다, 라.’
겉으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를 앞세워 말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제법 노련한 수법이었다.
어차피 마력석의 유통은 황실을 통해야만 하니, 에시어에서 갖는다 해도 돈을 많이 벌기는 어려웠다. 그렇다고 독립적으로 공방을 마련해 마도구를 만들기에는 아무리 에시어라한들 한계가 있었다.
‘내가 그러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겉으로 드러난 디웨스를 그냥 놀리는 것도 어려울 테니.
‘에시어의 가주께서 머리를 좀 쓰셨군.’
아마도 마법부에서 달리 이면 거래가 있었던 게 분명했다.
저도 디웨스 광산을 받고 마법부와 거래를 할 생각을 했었으니까.
다만, 그러지 못했던 건 사람들의 눈초리 때문이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마법석을 무료로 갖다 바치겠다고 하면 사람들은 제 저의를 의심할 테니까.
황제에게 아부하는 거라 생각하거나, 다른 구린 부분이 있을 거라 의구심을 갖게 될 거였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늘어나면 아주 작은 실수 한 번에 나락으로 갈 가능성이 높았다.
해서 아예 저를 드러내는 일은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이었다.
한데 에시어에서 어린 손녀딸을 내세워 그 부분을 잘 넘어갈 줄은 몰랐다.
“골치 아프게 됐군.”
“네. 저희 쪽 디웨스 마도구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될 겁니다.”
광물을 팔지 못하는 대신, 마도구를 비싸게 팔 작정이었는데.
“쯧.”
이럴 줄 알았으면 돈을 들이지 말 것을.
괜히 헛돈 쓴 기분에 스벤 백작이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리고 그 앞에 선 부관 역시 찝찝함이 가시질 않았다.
“그 샤리에의 딸이 보통내기가 아닌 듯합니다.”
“멍청한 놈. 이런 수를 고작 6살밖에 안 된 샤리에의 딸이 고안해 낸 것이겠느냐. 그 할아비 머리에서 나온 거겠지. 능구렁이 같은 영감이 아니냐.”
못마땅함에 혀를 쯧 하고 찬 스벤 백작이 신경질적으로 서류에 사인을 하고 넘겼다.
“하지만 그 아이에게 이능이 있다지 않습니까.”
혀를 차던 스벤 백작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 이능.
하지만 이리 똑똑해지는 이능이 있다던가.
스벤이 이마를 문지르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건 아무리 이능이 있다 한들, 그 어린 머리통에서 나올 수 없는 수다.”
“…….”
“젠장.”
스벤 백작이 짜증스럽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최대한 들인 돈을 뽑아내려면, 마법부보다 먼저 만들어 내는 수밖에 없었다.
“서두르라 전하거라.”
“…예.”
스벤 백작의 말에 부관이 고개를 숙인 그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와 함께 부시종장 테무스가 집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장관께선 신문을 읽으셨습니까.”
“무슨.”
테무스의 말에 스벤 백작이 미간을 좁힌 채 그가 건네는 신문을 펼쳐 들었다.
그리고 마주한 헤드라인에 스벤 백작의 얼굴이 굳어졌다.
[테파로아의 영원한 영웅, 샤리에 에시어! 위기에서 제국을 구하다!]황실 근위 대장이라는 언급이 없는 제목이었다.
그 부분부터 기분이 상한 스벤 백작이 굳어진 얼굴 그대로 천천히 시선을 내려, 기사의 끝까지 다 읽어 내렸다.
샤리에 에시어에 대한 찬양 일색인 기사였다.
역겨움까지 느껴지는 기사 내용을 곱씹듯 신문을 구겨 쥔 스벤 백작이 고개를 들었다.
“어디야.”
“벨스 페이퍼.”
“이런 개새끼들!”
황제에게 우호적인 기사를 뽑아내려 만들어 놓은 대중 신문사였다.
자극적인 헤드라인과 원색적인 내용으로 황실에 대항하는 자들을 깎아 내리고, 황실의 홍보 수단으로 써먹으려 한 것인데.
“이렇게 뒤통수를 쳐?”
“돈으로 길들인 짐승은 돈만 주면 꼬리를 흔드는 법이니까요.”
“에시어더냐.”
“꼭 알아봐야 합니까. 벨스에 대해선 저보다 더 많이 알고 계시질 않습니까.”
그랬다.
그들은 돈 없이는 글 한 줄 쓰지 않았으니까.
그 희멀건 얼굴로 생글생글 웃으며 돈을 뜯어내던 벨스의 편집장 얼굴을 떠올린 스벤 백작이 손안에 구겨진 신문을 더욱 꽉 틀어쥐었다.
“도로 수거는.”
“디아브리아부터 뿌렸더군요.”
디아브리아부터 오네 그리고 귀족 거리까지.
차근히 신문을 뿌린 벨스 페이퍼는 제어가 불가능했다. 스벤 백작이 낭패감 어린 얼굴로 테무스를 올려다보았다.
“입성을 막기는 어렵겠어.”
“제 생각도 같습니다.”
“하면.”
“카일 전하께서 따로 방도를 생각해 두신 모양입니다.”
그 말을 하며, 서한을 꺼낸 테무스가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2황자의 인장이 붉게 찍힌 그 서한에 스벤 백작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봉투를 뜯었다.
그리고 그 안에 적힌 카일의 의중에 스벤 백작의 한쪽 입꼬리가 만족스러운 호선을 그리며 비틀려 올라갔다.
* * *
그 시각.
“제국민들 사이에서 샤리에 님에 대한 칭송이 끊이질 않습니다. 비단 리비스만이 아니라, 황도 구석구석 샤리에 님의 공적을 모르는 이가 없습니다.”
“잘됐다!”
베넷의 말에 손뼉을 가볍게 짝, 하고 맞부딪혔다.
물론 당연한 일이긴 했다.
아빠가 제국의 전쟁을 끝냈으니까.
리비스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황도까지 그 여파가 번질까 두려워하던 제국민들은 아빠의 활약상을 읽으며, 자신들이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거였다.
그러니 더더욱 기뻐할 수밖에.
‘이런 전공을 가로채려 한 놈들은 배가 아프겠지만.’
어쨌든 먼저 움직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눈앞에서 빼앗기지는 않겠지.
아빠의 공적들을 죄다 잘 받아 챙길 생각에 흥이 돋아 콧노래를 살짝 흥얼거렸다.
아빠의 공적을 모두가 알게 된 것도 기쁘지만, 이제 곧 아빠가 돌아올 걸 생각하니 어깨춤이 절로 나왔다.
생일 전에는 오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