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192
게을러서 차원최강 192화
192 에필로그
파괴신이 죽은 지도 일주일이 흐르고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제국은 피해를 복구하였다.
마신이 쳐들어와 제국은 상당한 피해를 입었지만 천군과 천사들, 그리고 신들이 나서서 복원을 하니 한 달 안에 모두 마칠 수 있었다.
그동안은 나도 바쁘게 움직였다.
여전히 며칠이나 뒹굴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그리하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이곳에서의 일을 빠르게 처리한 후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완전히 제국에서 손을 떼는 것. 그리고 칼도나와 함께 여행을 다니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대관식을 할 때가 되었다.
인간들의 권력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대관식 이후에는 곧바로 양위를 할 터였다. 그리고 갈 길을 가야겠지.
“후회하세요?”
“무엇을?”
대관식이 준비되는 동안 나와 칼도나, 에르나는 언덕에 올라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제법 성대하게 대관식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온전히 황제의 자리에 올라 양위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제국의 유지를 이어 나간다. 이번에 내가 다음 대 황제를 지목하면 신정 일치가 이루어지며,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제국은 지금의 영토를 가지고 치세를 이어 갈 것이다.
칼도나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저와 결혼을 약속하신 거요.”
“아아.”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았다.
파괴신과의 격돌 직전에 칼도나는 결혼을 하자 청혼했었고, 무엇에 씌었는지 나는 수락을 하고 말았다.
신들의 언약이었으니 사실상 결혼을 한 것이나 다름없는 사이다.
“후회하지 않아.”
“정말인가요?”
“앞으로 긴 시간을 살아가야 하지. 얼마나 될지 모르는 긴 시간을 말이야. 이런 가운데 네가 함께한다면 외롭지 않겠지. 파괴신의 인격이 파탄 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해?”
“외로움 때문이라고 보시는 건가요?”
“놈은 지루함 때문이라고 했지. 일부는 맞아. 하지만 놈에게 신부가 있었어도 그렇게 되었을까?”
“전 차원을 농락하려 들지는 않았겠죠. 아마도 절대신과 타협을 하면서 살지 않았을까 하네요.”
“내 말이 그 말이야. 나라고 그렇게 타락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이거 제 역할이 막중한데요?”
“아무렴. 막중하고말고.”
“벌써 신혼 티를 내는 건가요?”
에르나는 혀를 내둘렀다.
과연 에르나는 앞으로 어떻게 할까.
“너는 어쩔 건데?”
“저요?”
그녀가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사실상 이곳에서의 일은 완전히 끝났다고 볼 수 있었다. 대관식을 하고 나면 바로 황위를 물려 줄 것이고 대륙에서의 할 일은 끝난다.
그 이후에는 선택을 해야 한다.
우리와 함께할 것인지, 각자 살아갈 것인지 말이다.
“혼자 돌아다니겠어요.”
“그런가.”
“그러다가 심심하면 만나고, 또 여행을 하면 되죠.”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에르나가 그렇게 하겠다면 그 의사는 존중한다.
칼도나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차라리 발렌 님의 두 번째 부인이 되지 그러세요?”
“뭐라고요!?”
에르나는 발끈했다.
하지만 칼도나는 조리 있게 그녀에게 말했다.
“신들은 죽었고 남신은 이제 발렌 님 하나죠. 천신은 우리 둘 남았어요. 그럼 차라리 함께 다니는 것이 낫잖아요.”
“그게 결혼과 무슨 상관인데요?”
“그럼, 외롭지 않을 테니까.”
“…….”
에르나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었다.
고작 외로움 때문에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니?
아직까지 에르나의 입장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칼도나의 말에 공감했다.
결국 파괴신이 그 지경이 된 것도 혼자 날뛰며 살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의지할 존재가 있었다면 그렇게 되었을까.
태어날 때부터 그리 생겨 먹었다고는 해도 분명 신부가 있었다면 어느 정도는 제어가 되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소멸되지는 않았겠지.
“후우, 아직 천만년은 이른데요?”
“천만년 이후에는 생각해 보겠다는 거네요?”
“그건 모르죠.”
에르나는 고개를 저었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해.”
“흥, 꼭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거든요? 저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아요.”
“그래, 그러다가 심심하면 찾아오고.”
두두두두!
언덕으로 한 떼의 인마가 달려오고 있었다.
이곳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나누는 동안 대관식의 준비가 끝난 모양이다.
소식을 전하기 위해 아젠타 후작이 직접 기사단을 이끌었다. 그는 이번 일의 공로를 인정받아 후작이 되었다.
아마 공작이나 대공까지는 무난하게 가겠지.
“각하! 대관식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런가.”
“모두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야지.”
우리들은 천천히 움직였다.
이곳에 미련이 남는 건가?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설마 미련이 남을 리는 없었다.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경이 쓰이는 건?
가끔 찾아와 제국의 상황은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와아아아!”
제도에는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오늘의 대관식은 공개적이다.
공개적으로 진행을 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오색의 꽃종이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기대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내 의지로 인하여 황제가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제국의 방침 역시 결정될 것이었다.
칼도나 제국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그녀는 내가 자신의 상전이라고 이미 밝힌 상황이었다. 그러니 반발은 없을 것이다.
대관식이라고 하나 그저 행진을 하는 정도였다.
제국 황제의 의상을 갖추어 입고 천천히 전진했다.
“황제 폐하 만세!”
“칼도나 제국 만세!”
그들은 제국이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왔다.
실제로 이번 전투에서 내가 패하였다면 제국의 멸망은 물론이고 카렌 대륙 자체가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아니, 충분히 그리되었겠지.
천천히 제도의 관도를 걸었다.
내 뒤에는 에르나와 칼도나가 뒤따르고 있었다.
이곳에는 제단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곳에는 화려한 옥좌가 준비되어 있었고 그곳에 앉게 되면 대관식은 끝이 난다.
물론 내가 스스로 황제가 되었다고 선언하는 것과 오늘을 기점으로 하여 양위를 한다는 것도 알려야 한다.
여기서 제국의 실질적인 황제가 탄생한다.
내가 지나가는 동안 기사들은 무릎을 꿇었고, 모든 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신전의 사람들도 경의를 표했다.
제도의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자들이 무릎을 꿇었다.
마침내 내가 옥좌에 앉았을 때, 뒤따르고 있던 칼도나와 에르나까지 무릎을 꿇었다.
“짐은 신성 칼도나 제국의 황제가 되었음을 선언한다.”
“와아아아아!”
손을 들어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함성이 멈추었다.
“앞으로의 방침은 그대로 유지하되, 신정 합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짐은 통합 칼도나 제국의 2대 황제로 요한 6세를 추대한다.”
“……!”
사람들이 놀람을 드러냈다.
사실, 황제냐 교황이냐 사람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았다. 나 역시 그 둘 중에서 누굴 추대해야 할지 고민했었고 말이다.
결국에는 요한 6세에게로 기울었다.
“요한 6세는 앞으로.”
그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섰다.
무릎을 꿇자 내 머리에 썼던 황관을 그에게 씌워 주었다.
“오늘이 지나면 그대는 황제가 된다.”
“여, 영광스러운 자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일어나라.”
“예!”
“내일 우리는 승천할 것이다. 그 전에 마지막 회의를 하도록 하지.”
“곧 준비하겠사옵니다!”
대관식은 끝났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 할 일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대관식이 끝나고 황제의 궁으로 모든 문무백관들이 모였다.
추기경과 대사제들도 모였는데, 내가 대회의를 하고자 하는 이유는 앞으로 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함이었다.
문이 열리자 시종장이 외쳤다.
“황제 폐하께서 입장하십니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아직까지 나는 황제다.
분명히 내일부터 요한 6세가 제국을 다스리기로 천명되어 있었다. 그러니 아직까지는 내가 황제인 셈이다.
“앉아라.”
사람들이 몸을 일으켰다.
그들은 극상의 예를 취하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절대신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니 그런 예의를 취하는 것이겠지.
사람들의 면면을 살폈다.
누구 하나 고생하지 않은 자가 없었다.
나는 아젠타 후작을 바라봤다.
“후작은 재상이 되어 이 나라를 이끌어라.”
“예!?”
“내일이 되면 황제가 직접 그에게 작위를 내려라.”
“명을 받듭니다.”
요한 6세는 허리를 굽혔다.
내일이면 아젠타는 공작이 되어 이 나라의 재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라의 살림을 하게 되겠지.
“썩 좋은 일은 아니지. 바빠질 테니까.”
“그래도 영광스러운 일이죠.”
아젠타는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 나에게 많이 당하면서 살았지만, 남작에서 공작까지 수직으로 직위가 상승하였다.
제국의 역사상 그렇게까지 빠르게 승작한 케이스는 드물 것이다.
“제국은 신정 일치로 통합된다. 교황청과 제국의 관료제를 합쳐서 체계를 만들도록 해라.”
“흠, 직위는 어떻게 할까요?”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 할 문제지.”
“그, 그렇습니까.”
요한 6세를 한 번 바라봐 주었다.
당연히 그는 몸을 살짝 떨었다.
예전처럼 쥐어 패지는 않겠지만, 교육을 받았던 기억이 그리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제국의 방침은 하나다. 전 세계에 교를 전파하라.”
“그리하겠습니다.”
“세금은 지금보다 낮추고,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해라. 부정부패를 단속하고 검소해라.”
“명에 따르겠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되겠지. 나머지는 황제가 직접 판단을 해라.”
“내일 승천하십니까?”
“승천한다고 해도 방심하지는 마라. 언제 불시 점검을 할지 몰라.”
요한 6세는 몸을 떨었다.
제국을 운영하다가 갑자기 내가 찾아오면?
당연히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니, 교육이 이어질 것이다.
나름대로 요한 6세는 제국을 투명하게 다스리겠다고 다짐하는 것 같았다.
“오늘은 이만하겠다. 나머지는 너희들이 의제를 만들고 회의를 하도록 해라. 그리고 방침이 결정되면 가지고 와. 최종적으로 결재를 하겠다.”
“그리하겠습니다.”
“내일 아침, 결재가 끝나면 요한 6세는 황제로 인정된다. 대관식은 오늘 한 것으로 하지.”
“…….”
사실 귀찮기 때문에 그리했던 것이다.
파괴신도 죽었고, 영구적인 평화가 찾아온 이상 굳이 대관식을 두 번 할 필요는 없겠지.
“으하하함.”
나는 기지개를 켰다.
“오늘 대관식을 했더니 피곤하다. 나는 가서 쉬겠다.”
“고생하셨습니다!”
“지금까지 고생 많으셨습니다!”
“알긴 아는구나.”
“물론입니다. 폐하가 아니었다면 결코 이런 평화가 찾아오지 않았을 겁니다. 저는 황제 폐하라고 당신을 부르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요한 6세의 말이었다.
더불어 모두가 그리 생각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귀찮음이 몰려왔다.
지금까지만 해도 충분한 도움을 주었다. 그러니 나머지는 알아서 하겠지.
나는 그리 생각하며 몸을 돌렸다.
다음 날 오전.
아침에 결재를 하기로 했지만, 어쩌다 보니 10시까지 잤다.
그렇게 황제의 궁으로 나왔는데 다들 나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오래 기다렸냐?”
“한 3시간 정도 됐습니다.”
“어제 상의된 내용을 가져와라.”
나는 마지막 결재를 진행하고자 하였다.
세금부터 시작하여 군사적인 부분과 체제의 안정에 이르기까지 거의 책 한 권은 되는 분량이었다.
여기에 사인을 하고 나면 이것은 절대적인 법령으로 군림하게 될 것이다.
슥 훑어보니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다.
나는 결재란에 사인을 했다.
“이렇게 해라.”
“감사합니다.”
나는 황좌에서 내려왔다.
“요한 6세.”
“네!”
“오늘부터는 그대가 황제다.”
“영광스러운 제국을 만들겠습니다!”
“그래, 그거면 돼.”
나는 황궁을 휘적휘적 걸어 나왔다.
대신들이나 기사들이 뒤를 따랐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나와 승천을 보고자 하였다.
사실 승천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냥 여기서 하늘로 날아올라 대륙에서 사라져 주는 것이다.
누군가는 지금 열심히 나를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성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그래도 마지막 가는 길이니 약간의 임팩트는 있어야겠지.
스아아아!
사방으로 신성력이 퍼졌다.
사실 이 정도의 위력이라면 대륙 전체가 신성력으로 물들었다고 봐야 한다.
“오오오!”
“신들께서 승천하시는 도다!”
수많은 사람들의 외침.
우리는 하나의 빛이 되어 카렌 대륙을 벗어났다.
그리고 우주.
여기서 수많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앞으로 시간은 영원했고 할 일도 많았다. 다만 파괴신처럼 모든 일에 흥미를 잃고 인성이 파괴되지 않으려면 함께할 존재가 필요했고, 나는 그 존재를 칼도나라고 생각했다.
“에르나, 너는 어쩔 거지?”
“곧 보자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질려서 쫓아가겠지.”
과연 그녀다운 발언이었다.
이번에는 칼도나를 바라보았다.
“저는 어디를 가든 당신과 함께하겠어요.”
그녀 역시 칼도나다운 발언을 했다.
에르나는 하나의 빛이 되었다.
-부디 다시 만나는 날까지!
“그래, 잘 가라.”
에르나는 이곳저곳을 혼자 유람하게 될 것이다.
결국 유람을 하다 보면 한계가 올 것이다. 외로움이라는 한계가 말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여행에 합류하게 될 거라고 봤다.
“우리도 유희를 시작해 보자.”
우리들도 빛이 되었다.
어디로 가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저 발길이 이끄는 대로, 영원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