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0)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0화(10/202)
< 009화 – 원치 않은 콜업 >
“네? 제가 시합에 나갈 거라고요?”
“그래. 그러니까 준비 잘 하도록.”
코치의 말에 요한이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장 내일 모레 있을 리그 경기.
그 경기에 자신이 출전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훈련에 참가한지 일주일은커녕 오늘이 사흘째.
그런 자신을 경기에 선발로 내보내겠다니,
상상도 못한 날벼락이었다.
“역시 내 동생! 그럴 줄 알았다. 감독님이 널 알아보실 줄 알았다고!”
“아니···”
요한의 출전 소식에 로한은 뛸 듯이 기뻐했지만, 정작 요한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시합이라니.
훈련도 지겨운데, 90분짜리 정식 시합이라니?
자기 말고 팀에 공격수들도 많더만.
왜 하필 자길, 그것도 선발로 내보낸다는건지 요한은 이해할 수 없었는데.
그 이유야, 간단했다.
18세 이하 프리미어 리그 남부 디비전.
리그 종반을 향해 달려가는 이 무렵,
리그 테이블 3위에 랭크되어 있는 웨스트 햄의 다음 상대는 리그 1위, 첼시였다.
첼시는 압도적인 팀이었다.
벌써 14번의 리그 경기가 치러졌지만, 아직 단 한 번도 패배를 기록하지 않은.
선수 개개인의 재능은 물론, 팀으로써의 완성도도 높은 팀이 첼시.
웨스트 햄 18세 이하 팀의 감독, 맥웰은 요한에게 그런 첼시를 상대하게 만들고 싶었다.
‘지금까지완 수준이 다를거다.’
앞서, 팀내 최고 재능인 조슈아마저 요한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 걸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긴 했지만, 그래도 그건 어디까지나 훈련이었다.
훈련과 실전은 천지차이.
상대가 아무리 약팀이라 할지라도, 쉬운 시합은 없을 정도니까.
하물며 그러한데, 압도적인 리그 최강팀을 상대로 한다면 어떨까.
‘이번엔 실패할 리 없다.’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맥웰.
자기 팀 선수가 벽을 느끼길 바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니 좀 이상하긴 하지만, 아무튼.
이번에야말로 실패할 리가 없었다.
요한은 반드시 벽을 느끼고 돌아올 게 분명했다.
그리고 나면, 당장 그 다음 훈련때부턴 태도가 바뀌겠지.
아, 이 세상엔 괴물들이 많구나,
나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하고.
녀석의 태도가 바뀔 게 분명했다.
‘상상만 해도 무서운걸.’
맥웰은 즐거운 상상을 하며 몸서리쳤다.
선수 시절 PL에서 수년을 굴렀고, 빠르게 지도자가 되어 수많은 유망주들을 지도했고.
일평생을 축구장에서 살았던 자신을 놀라게 만들었던 게으른 재능.
그 게으른 재능이, 노력까지 하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진정한 괴물이 탄생할 것이었다.
‘그걸 탄생시킨 건, 나고 말야.’
괜스레 어깨가 으쓱인다.
맥웰의 즐거운 상상은 다음 주를 지나, 몇 년을 건너 뛰고 몇십 년 후까지 날아갔다.
그 상상의 마지막은, 노년이 된 자신이 자서전의 한 페이지를 쓰고 있는 장면이었다.
‘······지금은 최고의 선수가 되었지만, 제가 그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땐 완전히 다른 아이였습니다. 그저 잠깐 반짝이다 말, 흔한 게으른 천재들 중 하나일 뿐이었죠. 하지만, 녀석의 재능을 알아본 전 녀석을 환골탈태 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졌습니다. 그 시작은, 녀석의 리그 첫 선발 출전이었던 첼시전부터였습니다······’
씨익 미소를 짓는 맥웰.
이번 첼시와의 경기를 통해, 요한은 많은 걸 얻고 돌아오리라.
맥웰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
“그게 정말이냐?”
“네···”
“잘됐구나, 그거 잘됐어!”
경기에 나가게 됐다는 소식을 전해드리자, 요한의 아버지 반석호는 뛸 듯이 기뻐했다.
기대했으면서도, 현실이 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아카데미에 입단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리그 경기에 선발 출전을 하게 되었다니.
비록 아직 1군 프로 데뷔를 한 건 아니지만, 요한이 웨스트 햄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니.
반석호는 볼을 꼬집어 봤고, 통증이 느껴짐에 감사했다.
“그래, 요한아. 뭐 먹고 싶냐? 말만 해! 원하는 건 다 들어주마!”
“···진짜요?”
“그럼! 당연하지!”
“그럼, 피자 먹어도 돼요?”
“피자? 피자는··· 에잇, 모르겠다. 그래! 까짓꺼, 먹자! 요한이가 먹고 싶다는데! 말고 더 없어?”
“또··· 치킨?”
“치킨! 좋다!”
요한은 정말로 피자와 치킨을 주문하는 아빠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피자, 치킨 같은 음식은 절대로 허락하지 않으시던 아빠였다.
워낙 몸관리에 진심인 아빠였으니까.
가끔 정말 치킨이 먹고 싶다고 조르면 닭가슴살 샐러드를 치킨이라며 주시던 아빠였다.
그런데,
피자와 치킨을 허락 하시다니.
경기에 뛰게 된 게 그렇게 좋으실까.
“자, 먹자. 먹어!”
“엥? 웬 피자랑 치킨?”
“요한이가 경기 출전하게 됐다잖냐. 오늘만큼은 파티다!”
“이야, 동생 덕분에 이런 날도 오네. 요한아, 많이 먹··· 아. 이미 먹고 있구나.”
우걱우걱.
배달이 도착하자마자 정신없이 먹어 치우는 요한.
집안 남자들이 다 마찬가지지만, 대식가인 요한이다.
이 나이땐 철근도 씹어 먹는다지만, 요한은 앉은 자리에서 피자 한 판과 치킨 한 마리를 먹어 치울 수 있을 정도.
“아, 잘 먹었다.”
“덕분에 나도 잘 먹었다. 요한아.”
세 대식가들의 폭풍같은 식사가 끝나고.
요한은 든든해진 배를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나쁘지 않을지도.’
워낙 어릴 때부터 아빠의 식단 관리를 받아 왔기에, 요한은 먹고 싶은 음식을 원 없이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경기를 뛰게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아빠가 무려 피자와 치킨을 허락했으니.
경기를 뛰어야 한다는 사실은 매우 싫었지만, 이런 면에선 나쁘지만은 않을지도.
‘잠깐. 그럼, 만약 경기에서 골이라도 넣으면···’
경기에 나서는 것만으로 이 정도인데, 만약 골까지 넣게 된다면 어떨지 상상해보는 요한.
당연히 아빠는 지금보다 더 기뻐하실거고, 그럼 누텔라까지 허락하실지도 모른다.
악마의 잼 누텔라.
누텔라는 요한이 제일 좋아하는 잼이지만, 생일 날에나 딱 한 입 먹을 수 있는거다.
아빠가 누텔라만큼은 절대로 허락하지 않으셨거든.
누텔라에 빠지면 금방 돼지로 전락할 거라고.
‘누텔라. 누텔라 먹고 싶다.’
방금 막 배터지게 식사를 마쳤음에도 누텔라를 떠올리자 입맛을 다시는 요한.
그래.
골을 넣자.
이번 경기, 골을 넣어서 누텔라를 먹어야겠다.
그런 생각이 요한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ㆍㆍㆍ
2027년 5월 8일.
런던 스트랫포드의 한 경기장.
첼시 U18팀과 웨스트 햄 U18팀의 리그 15라운드 경기가 있는 날.
두 팀의 경기가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
그 경기를 지켜보는 맥웰의 표정의 묘했다.
어딘가 기뻐 보이면서도, 어딘가 생각대로 안되고 있다는 표정이 동시에 엿보이는데.
67:25
WHU 3 : 2 CHE
후반 20분이 지나는 무렵.
경기는 웨스트 햄이 3대2로 앞서고 있었다.
고무적인 일이었다.
압도적인 리그 1위 첼시를 상대로 앞서고 있으니, 확실히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요한이었다.
오늘, 첼시가 요한에게 한 수 가르쳐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맥웰.
그러나,
그런 맥웰의 믿음은 또 다시 깨져 버리고 말았다.
조슈아에 이어, 첼시도 실패한 것이었다.
요한에게 벽을 느끼게끔 해주는 일 말이었다.
“이걸 좋아해야 되나, 슬퍼해야 되나···.”
“예? 당연히 좋아해야죠. 무슨 말씀이십니까, 감독님.”
웨스트 햄이 득점한 3골.
그 3골 모두 요한의 몫이었다.
최전방 원톱 스트라이커로 출전한 요한.
그런 요한의 상대가 될 첼시의 흑인 센터백 듀오는 괴물같은 놈들이었다.
첼시는 현재 리그 최소 실점 팀이었다.
그 핵심은 센터백 듀오였고.
18세 이하 리그에서 뛰고 있다곤 믿겨지지 않는 완성된 피지컬에, 호흡도 좋아 스트라이커 개인 기량 하나로 뚫어낼 수 있는 녀석들이 아니었다.
그런데,
요한은 녀석들을 세 번이나 뚫어냈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아카데미에 입단한지 일주일도 안된, 나이도 16살밖에 안된 애송이가.
이미 프로급의 기량을 뽐내는 녀석들을 상대로 3골을 집어 넣었다는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한 골이 더 들어갈 수도 있겠다.
파아앙-!
박스 근처에서 요한이 상대 수비를 등진채로 공을 잡았다.
그런 요한이 돌아서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듯 바짝 붙는 수비.
그러나,
요한은 그런 녀석을 손쉽게 밀쳐내며 공간을 확보한 뒤 돌아섰다.
그리고 1대1.
과감하게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는 요한의 모습엔 두려움 따위가 없어 보였다.
그럴만 했다.
드리블을 쳤다 하면 돌파 성공이니, 두려울 게 뭐가 있겠는가.
‘또 뚫렸어!’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성공이었다.
참 가볍게도 제쳐냈다.
상체를 몇 번 좌우로 흔들어주자 수비의 밸런스가 쉽게 무너져 내렸고, 무너진 밸런스의 반대편으로 치고 나가는 요한의 순간 속도는 발군이었다.
게다가,
뻐어어어어어엉-!
요한은 수비가 자신의 실수를 커버할 시간마저 주지 않았다.
반박자, 아니 한박자는 빠른 슈팅.
보통의 공격수라면 한두발 더 치고 들어갔을 타이밍에, 요한은 주저 없이 슈팅을 때렸다.
그렇게 슈팅 타이밍이 빠르니,
골키퍼로서도 반응할 시간이 적었다.
슈우우우우웅-
철썩-!
또 다시 골망이 흔들렸다.
이로써, 요한의 4번째 득점.
앞선 골들도 다 이런 식이었다.
기가 막힌 꿀패스를 받아 먹었다든가, 문전 앞에서 주워먹기만 했다든가 하는 득점은 없었다.
오로지, 지금처럼 순수 개인 기량으로 만들어낸 골들.
리그 최강 팀 첼시를 상대로 말이었다.
“하, 하하하···”
어이 없다는 듯 너털 웃음을 터뜨리는 맥웰.
맥웰은 이마를 짚었다.
어쨌든, 또다시 실패다.
요한에게 벽을 느끼게 해주려는 계획은.
하지만 그게 의미가 있나 싶었다.
저런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굳이 조련을 하고 자시고 할 필요가 있을까.
훈련 태도가 어떻든,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든. 그저 경기장에 세워놓을 수만 있다면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하게 놔두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인 건 아닐까.
훈련 따위 하지 않아도 여기서 제일 빛나는데.
‘대단한 놈일세.’
성실함을 그 어느것보다 최상의 가치로 두던 감독, 맥웰은 압도적인 재능 앞에 혀를 내두르며 두 손 두 발을 들고야 말았다.
“아무래도 연락을 드려야겠구만.”
“네? 누구한테요?”
“슈미트 감독님한테 말야.”
맥웰은 경기가 끝나고 슈미트 감독에게 전화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하엘 슈미트.
현 웨스트 햄 1군 감독.
그에게 연락을 취하는 이유야 당연했다.
여기 좋은 물건이 들어왔으니, 와서 직접 보시라고.
와서 직접 보시고, 데려갈지 말지 결정하시라고.
맥웰은 이미 요한이 여기에 있을 레벨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시각.
‘누텔라 야무지게 먹어야지.’
요한은 벌써부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