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03)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03화(103/202)
< 102화 – 마스터 클래스 >
<독일이 경기를 잘 풀어가고 있습니다.>
<고전하는데요, 잉글랜드. 실점 이후에도 계속해서 전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전방으로 연결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독일 선수들이 압박으로 후방 빌드업부터 차단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잉글랜드로서는 흐름이 답답하군요.>
전반 13분에 터진 독일의 선제 득점.
그 이후에도, 경기의 흐름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독일은 리드를 가져갔음에도 템포를 늦추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압박의 강도를 높이며 잉글랜드를 뒤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한 점의 리드로는 만족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독일.
독일은 초반에, 아예 승기를 잡겠다는 생각으로 보였다.
그렇게 초반의 흐름이 독일 쪽으로 흘러가자, 독일 관중석은 신이 났다.
“역시 별거 없네!”
“섬 놈들이 그렇지, 뭐. 스쿼드가 좋으면 뭐해? 중요할 때 헛방인 놈들인데.”
“뭐? 슈타우터보다 재능이 위? 그래서 그 녀석은 왜 경기에 안 나온건데?”
“하하! 오해하지 말라구. 나왔는데 안 보일 뿐이니까!”
“골키퍼보다 뛴 거리가 적겠다! 숨어 있지 말고 그 잘난 재능 좀 보여줘 봐!”
“저런 녀석 가지고 슈타우터를 무시한 거야? 랑리스테 월드 클래스를?”
“한 트럭을 줘도 안 바꾸겠다!”
특히나, 독일 관중들은 요한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독일 내에선 신성불가침에 가까운 플로리안 슈타우터다.
그런 슈타우터를 맥주니 뭐니 하며 건드렸으니, 요한에 대한 감정이 당연히 좋지 않을 터.
게다가, 슈타우터는 초반부터 센스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득점에 관여했고, 요한은 조용히 산책이나 하고 있으니.
독일 관중석의 기세가 활활 타오르고 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선제 득점에 너무 기뻤던 나머지, 그들은 잊은 듯 했다.
그들이 그동안 잉글랜드를 무엇으로 조롱해왔는지 말이다.
그건 바로 ‘설레발’이었다.
<기세를 올리는 독일! 한 점의 리드로 안주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나서는데요. 슈타우터가 다시 공을 몰고 올라 갑니다!>
경기의 흐름도 그렇고, 스타디움의 분위기도 그렇고.
완전히 기세를 탄 독일.
흐름이 왔을 때 그 흐름을 살려야 하는 건 당연한 일.
때문에, 슈타우터는 공을 잡았을 때, 천천히 점유율을 높이며 템포를 늦추기보단 전진 드리블을 시도하며 다시금 잉글랜드의 골문을 노렸다.
‘잘 보고 배우라고. 흔치 않은 기회니까.’
슈타우터는 이쯤에서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진짜 월드 클래스라는 게 무엇인지.
그런데, 그 생각이 너무 앞섰던 것일까.
슈타우터는, 조금 욕심을 부리고 말았다.
<좋은 협력 수비! 벨라미와 해리슨이 공을 끊어 냅니다!>
이왕이면, 이번엔 마무리까지 본인이 직접 하고 싶었던 슈타우터였다.
하지만 그것은 욕심.
아무리 잉글랜드의 수비진이 이름값에 비해 실속이 없다 해도, 그리 쉽게 중앙을 내줄 정도는 아니었다.
<역습으로 올라 가야죠! 독일은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해리슨, 프라이스에게. 프라이스, 곧바로 찔러 줍니다! 좋은 패스!>
해리슨이 끊어낸 공을 프라이스에게 연결했고, 프라이스가 전방의 공간을 향해 곧바로 로빙 스루를 찔러 넣었다.
독일의 라인은 높다.
전방 압박을 위해선 당연한 일.
심지어 지금은 공격 상황이었으니, 더욱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는 건, 후방에 넓은 공간이 벌어져 있다는 이야기였고.
그 넓은 공간으로 떨어지는 공을 향해, 다른 누구도 아닌 요한과 속도 경쟁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달려어엇!”
타타타타탓-!
왼쪽 사이드 쪽으로 떨어지는 공.
그 공을 향해 요한과 독일 수비수들이 동시에 달리기 시작했다.
독일의 수비수들도 주력이 느린 선수들로만 구성된 것은 아니었다.
좌우 풀백들, 특히 라이트백인 조슈아 루드비히는 굉장히 빠른 발을 가진 선수.
때문에 루드비히는 공을 잡기 위해 요한과 함께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모, 못 잡습니다! 속도 차이가 심합니다!>
<중앙을 막아야 해요! 공을 따라가서는 못 잡습니다!>
요한과 속도 경쟁을 한다는 건 애초에 어불성설이다.
몇 걸음도 되지 않아 루드비히는 뒤로 쳐졌고, 요한은 독주를 펼치며 공을 향해 달려갔다.
“들어와! 들어와!”
“가운데!”
공을 잡는 건 진작에 틀려 보였기에, 다른 독일 수비수들은 경로를 바꿔 박스 안을 향해 달렸다.
공이 사이드 쪽으로 향했기에, 요한이 공을 잡는 동안 미리 자리를 잡을 정도의 시간은 있어 보였다.
공을 먼저 잡진 못해도, 따라간 루드비히가 잠깐의 시간만 끌어줄 수 있다면 말이었다.
하지만,
요한은 그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타타탓-!
자신을 따라오는 루드비히를 슬쩍 곁눈질로 파악한 요한은, 공에 거의 다다랐을 때 속도를 줄였다.
일단 공을 잡아두고, 뒤쫓아온 루드비히가 자신의 앞을 막아서면, 1대1을 하겠다는 듯한 움직임.
그 움직임에,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루드비히 역시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루드비히가 지척까지 왔을 때.
파아앙-!
요한은 공을 중앙으로 차 놓고 달리며 다시 순간적으로 치고 나갔다.
그 속도 변환에 제대로 낚여 어떠한 저지도 하지 못하는 루드비히.
그 탓에 박스 안의 수비수들이 요한에게 그대로 노출되었다.
아니, 아니다.
노출된 것은 그들이 아니라, 골대였다.
요한에겐 거기까지 간 것만으로 충분 했으니까.
뻐어어어어어엉-!
왼쪽으로 중앙으로 접어들어간 요한은, 박스 근처에서 그대로 슈팅을 때렸다.
슈우우우우우웅-
파 포스트를 보고, 크게 감아 때리는 슈팅.
그 슈팅은 큰 호를 그리며 박스를 가로 질렀고,
철썩-!
그대로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박스 안의 그 누구조차 반응할 수 없는 골.
<고오오오올-! 들어갔습니다! 미친 슈팅이 들어갔습니다! 미친 클래스! 요한 반!>
<단 한 번의 슈팅으로 동점을 만들어 내네요! 바로 이거죠!>
골망이 출렁이자,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독일 관중석.
독일이 전반 초반부터 평소보다 더 강하게 압박을 하고, 득점 이후에도 템포를 늦추지 않았던 건, 요한 때문이었다.
요한이 일단 공을 잡게 되면, 그것만으로 수비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사전 차단을 위해 전방 압박을 했던 것이고.
한 점의 리드로는 불안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공격 또한 늦추지 않았던 것이었다.
한 마디로, 독일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알아도 못 막는다.
그게 요한의 클래스였다.
<경기는 원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합니다!>
초반 흐름이 좋다고, 독일이 설레발을 떨고 있을 때는 아니었다.
잉글랜드엔 득점까지 1분이면 충분한 요한이 있었으니까.
*
<슬슬 잉글랜드의 후방 빌드업이 풀리고 있는 느낌인데요? 어떤 이유일까요?>
<독일의 압박 강도가 아무래도 초반에 비하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분명, 평소보다도 압박의 강도를 높였던 독일입니다. 하지만, 그 텐션을 90분 내내 이어가긴 힘들겠죠.>
아무리 독일의 전방 압박이 조직적으로 우수하다 해도, 잉글랜드의 스쿼드는 모두 발 기술이 좋은 선수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
그런 선수들이 압박 하나에 빌드업조차 안되고 있었다는 건,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한 일.
조금만 더 깊게 파고 들어 본다면, 그 이유는 자명했다.
전반 초반, 독일이 오버 페이스를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요한의 동점골을 기점으로.
경기의 흐름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전반적인 기조가 변한 것은 아니었다.
독일은 여전히 전방 압박을 강하게 가져가고 있었으며, 잉글랜드가 자유로이 패스를 주고 받도록 놔두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달라진 건,
잉글랜드가 그 압박을 풀어 나오는데 성공하는 빈도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프라이스, 빠져 나옵니다! 좋은 탈압박!>
<공간이 조금씩 열리는데요! 독일의 속도가 벌써 느려진 게 보입니다!>
아무리 오버 페이스를 했다고 하지만, 아직 전반이 끝난 것도 아닌 상황.
게다가 독일 선수들의 체력이 나쁜 편인 것도 아니다.
그런데 벌써 초반에 비해 발이 느려진 게 보일 정도라는 건, 확실히 심리적인 타격도 있었기 때문일 것이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내준 동점골.
힘을 끌어다 쓰고 있다는 건 독일 선수들 스스로도 알고 있던 일이다.
애초에 먼저 앞서 가겠다는 게 자신들의 의도였으니까.
그런데, 후반에 접어 들기도 전에 동점을 내줬으니.
심리적으로도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고, 그건 불필요한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발이 느려진 게 아니라, 독일의 조직력이 흔들렸기에 그렇게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요한의 동점골이 독일을 흔들리게 만들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잘 열어 줬습니다! 독일 수비의 대열이 깔끔하지 못한데요!>
<이런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닌데요. 수비 라인이 분명히 흔들리고 있습니다!>
독일의 주무기는 조직력이다.
근데, 그 조직력이 흔들린다면.
그땐 세계 최강의 전차 군단 독일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유럽 팀 중 하나일 뿐이다.
뻐어어어엉-!
<머레이의 좋은 크로스! 바니! 헤더!>
<고오올-! 역전골! 역전골입니다! 요한의 헤더가 골망을 갈랐습니다!>
<순식간에 경기를 뒤집어 버리는 요한!>
독일 관중들의 설레발은 빨라도 너무 빨랐다.
전반이 끝나기도 전에, 요한은 경기를 뒤집으며 그들의 입이 다물어 지도록 만들어 버렸다.
*
2대1로 잉글랜드가 역전한 채 마무리 된 전반.
후반 시작과 동시에, 독일은 선수 교체로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2명의 선수를 동시에 바꾸는 교체.
계획보다 훨씬 빠른 교체였다.
원래의 계획이라면, 선수들의 체력이 고갈되어 가는 7,80분 쯔음에 이뤄져야 할 교체였으니.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 시점을 어쩔 수 없이 앞당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쉽게 반전되지 않았다.
11명 중 2명을 바꾼 것으로, 팀의 전체적인 에너지 레벨을 채우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후반 들어, 잉글랜드는 전반보다 훨씬 쉽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전반과 달리, 슈타우터의 볼 터치 회수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독일 공격의 시발점이 슈타우터인데요.>
<슈타우터가 아무리 2년 연속 랑리스테 월드 클래스 등급을 받은 선수라지만, 혼자서 이 흐름을 뒤바꾸기엔 역부족인 듯 하네요.>
<그러고 보니, 경기 전에 슈타우터 선수가 이런 말을 했던데요? 오늘 경기가 자신의 마스터 클래스가 될 거라고 말이죠.>
마스터 클래스란, 한 분야의 대가, 즉 마스터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수업을 말한다.
축구에선, 한 선수가 몇 수 위의 실력을 보여주며 경기를 압도하면, 그 경기는 그 선수의 마스터 클래스였다, 라는 식으로 쓰이곤 한다.
슈타우터는 경기 전, 오늘 경기가 자신의 마스터 클래스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었다.
매우 엄격하기로 유명한 랑리스테 월드 클래스 등급의 위엄을 보여주고자 했었다.
그러나, 오늘 클래스의 마스터는 슈타우터가 아니었다.
잉글랜드가 경기의 주도권을 잡자 슈타우터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점점 존재감이 희미해져 갔다.
반대로,
요한의 존재감은 계속해서 독일의 간담을 서늘케 만들고 있었다.
<슈우웃-! 아! 로마이어 골키퍼의 멋진 선방! 그러나, 사실상 실점이나 다름없는 순간이었습니다!>
<요한을 전혀 저지하지 못하고 있는 독일 수비입니다. 이것 때문에, 전반에 그렇게 압박의 강도를 높였던 거죠. 일단 요한이 공을 잡기만 하면, 어떻게 해볼 수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계획이 어그러지고, 이렇게 체력 저하까지 오니. 독일로서는 방도가 없어 보이는데요.>
요한에게 공이 가는 것을 막을 순 있어도, 일단 요한이 공을 잡는 순간.
요한을 막을 수 있는 선수가 독일엔 없어 보였다.
“···.”
“···.”
전반 초반까지만 해도, 신이 났던 독일 관중석은 이제 침울함 그 자체였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미쳐 날뛰는 요한을 보며 의미없이 슈타우터를 찾는 것 뿐이었다.
“슈타우터··· 슈타우터···”
“뭐 하냐, 슈타우터. 에이스면 이럴 때 하나 해달라고···”
“랑리스테 월드 클래스의 힘을 보여준다며···”
뭐, 독일 관중들 입장에선 슈타우터를 원망할 수밖에 없겠지만.
꼭 슈타우터의 잘못이라고 볼 순 없었다.
월드 클래스도 마스터 클래스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게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요한, 요한! 왼발, 슈우웃-! 고오오오올-! 해트트릭! 해트트릭입니다!>
<독일을 상대로 해트트릭! 잉글랜드의 숙적, 독일을 상대로! 유로 8강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리는 요한 반!>
<역시! 이 선수는 강팀에게 더 강합니다!>
후반 29분, 요한은 세 번째 골을 왼발로 터뜨렸다.
이게 진짜 ‘마스터 클래스’라는 걸 보여주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쯤 되니.
지금 이 순간, 슈미트 감독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