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04)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04화(104/202)
< 103화 – 계산 밖의 영역 >
플로리안 슈타우터가 대단한 재능인 것은 사실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유럽 전역에서도 항상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메가 클럽에서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는 선수인데.
그것만으로도 더 설명이 필요 없는 선수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슈타우터는 분명한 월드 클래스였다.
근데, 잉글랜드엔 월드 클래스를 뛰어 넘는 선수가 있었다.
적어도 게임을 결정짓는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슈타우터처럼 경기 운영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경기 전반에 영향력이 큰 것도 아니지만.
그냥, 게임을 이길 수 있게 만드는 능력.
경기를 결정지을 수 있는 능력.
그것만 따졌을 때, 요한은 월드 클래스 따위로 규정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었다.
그냥 요한 반이었다.
<잉글랜드 관중들은 신이 났습니다! 그동안의 잉글랜드 축구 역사에서, 오늘은 정말 역사적인 날이 아닐까 싶은데요!>
<독일을 이렇게 시원하게, 그것도 유로 토너먼트라는 중요한 길목에서 이겨본 적이 몇 없었던 잉글랜드죠. 그러나, 오늘은 다릅니다.>
<요한 선수, 정말 대단하네요. 초반, 어려웠던 흐름을 바꿔낸 것도 요한이었고, 게임을 뒤집은 것도, 그리고 게임을 굳힌 것도 요한이었습니다.>
<요한이 분데스리가에서 뛰었다면, 당연히 랑리스테 월드 클래스 등급을 받았겠죠?>
<글쎄요. 새로운 등급이 하나 만들어지지 않았을까요? 이 선수는 차별화가 필요한 선수입니다. 그런 것들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정말 스페셜한 선수에요.>
잉글랜드 쪽 관중석은, 하얀 물결 대신 살색 물결이 넘실 거리고 있었다.
다들 광분해서 웃통 따위는 시원하게 깐 뒤 유니폼을 흔들고 있었다.
역사적인 승리로 기록될 오늘.
아일랜드 경찰들은 벌써부터 비상이 걸렸을 거다.
이 흥분한 팬들이 오늘밤, 어디서 어떤 짓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테니.
반면,
“···”
“···”
독일 관중석은 침묵, 그 자체.
그들은 경기 전 화제가 되었던 슈미트 감독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슈타우터보다 요한의 재능이 위라던 말.
그냥, 잉글랜드에서 감독 일을 하고 있으니, 눈치가 보여 했던 말이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자기 제자니까,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생각하고 있었단 말이다.
근데, 슈미트 감독의 말은 그저 객관적인 분석일 뿐이었던건가.
그래. 그도 어쨌든 독일인인데.
그건 이성적이고 냉철한, 팩트에 기반한 판단이었을 뿐이었나보다.
<추가 시간은 3분이 주어집니다. 그러나, 이 3분으로 독일이 뭔가를 해볼 순 없을 듯 합니다!>
<이미 끝났어요. 압박이고 뭐고, 이제 와서 무슨 소용입니까. 멘탈리티부터 무너진 게 보입니다.>
후반 막판으로 흘러갈수록, 독일은 전반과는 다른 팀이 되어가고 있었다.
조직력은 흐트러지고, 수비는 흔들리고.
단단한 독일에 윤활유의 역할을 하던 슈타우터는, 이런 상황에선 그저 혼자 단독행동을 하는 이기적인 플레이어일 뿐이었다.
슈타우터의 턴오버 회수는 계속해서 늘어났고, 독일의 공격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요한을 중심으로한 잉글랜드의 공격과는 완전히 대비가 되는 모습이었다.
누가 봐도, 오늘 경기는 잉글랜드의 완승이었다.
<경기 끝났습니다! 잉글랜드가 독일을 3대1로 꺾고 4강에 진출합니다!>
<이번엔 정말 다르다고 했지 않습니까! 잉글랜드는 4강을 넘어 우승으로 갈 겁니다! 독일도 물리쳤어요!>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마자, 잉글랜드 관중들은 제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기 중이던 경찰들이 속속 투입되기 시작했다.
오늘은, 그럴 정도로 광분의 승리였다.
*
“으흠.”
“기분이 별로 안나빠 보이시네요? 아니, 오히려 좋아 보이시는데?”
“뭐가.”
“이젠 조국보다도 요한이가 더 좋으신 겁니까? 이야. 본인의 영달을 위해 조국도 버리다니.”
“이놈이 못하는 말이 없네.”
“뭐, 그래도 조금의 양심이 남아 있으시다면 제가 대신 마음껏 기뻐해 드릴게요. 요한아, 멋있었다! 네가 감독님의 말이 맞았다는 걸 증명했다고!”
“크흠.”
티비로 경기를 지켜보던 슈미트 감독은 헛기침을 했고, 제이미 코치는 환호했다.
‘짜식.’
솔직히 말해서, ‘내가 뭐랬냐’ 같은 말을 하는 걸 매우 싫어하는 슈미트 감독이다만.
이번만큼은 그 말을 하고 싶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
슈타우터고 뭐고 안된다니까.
녀석을 제일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이 말하는데 왜 안 믿냐고.
요한이는 니들이 알고 있는 상식의 수준을 벗어난 놈이라니까.
“하아.”
깐족거리는 제이미 코치 때문에 표정 관리를 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뿌듯한 감정이 드는 걸 숨길 수 없는 슈미트 감독이었다.
독일이 잉글랜드 따위에게 패배한 건 당연히 실망스러운 일이었고, 요한이가 4강까지 가는 바람에 최소 2경기를 더 뛰게 된 건 좋은 일이 절대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요한이가 활약하는 모습이 보기 좋은 건 말이다.
그래.
제이미 코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슈미트 감독은, 솔직히 조국보다도 요한이가 더 좋았다.
ㆍㆍㆍ
-[EURO2028] 프랑스, 포르투갈 꺾고 4강 진출··· 4강 대진 확정
-[EURO2028] 4강 스페인 vs 이탈리아, 잉글랜드 vs 프랑스
8강이 모두 끝나고, 완성된 4강 대진.
4강에 오른 팀들의 면면만 봐도 알 수 있듯, 이번 대회의 특징은 이변이 없다는 것이었다.
모두 올라올만한 팀들이 올라왔고, 그래서 이번 4강이 더욱 볼만할 듯 했다.
카펠로 : 먼저 올라가 있는다
카펠로 : 결승에서 보자.
카펠로 : 프랑스 따위한테 지면 가만 안 둔다
4강 전을 앞두고 카펠로가 보내온 메시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기도 엄청난 주목을 받은 경기였다.
이번 대회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는 스페인이라는 창과, 언제나 그렇듯 수비 하나만큼은 최고인 방패 이탈리아의 대결.
그 사이에, 중원에선 페르난도 비에가, 다니엘레 카펠로라는 두 천재의 대결까지.
솔직히 뭐, 누가 올라오든 별 상관은 없지만 요한은 그래도 이탈리아가 올라가길 바랐다.
카펠로를 이기는 건 항상 재밌으니까.
그러나, 그런 요한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번 대회 우승후보 1순위, 스페인은 강했다.
-[EURO2028] 스페인 3 : 1 이탈리아
-[EURO2028] 역시 막강화력··· 스페인, 방패를 부숴버리다
카펠로가 고군분투하긴 했으나, 스페인의 공격력은 넘사벽이었다.
킬러 패스를 숨 쉬듯 뿌려대는 페르난도 비에가와, 라리가 득점왕 파블로 엔리케, 마법 같은 드리블러 이아고 퀸테스까지.
그나마 이탈리아니까 3점으로 막았다할 정도로 스페인의 공격력은 강했다.
요한 : ㅋ
경기가 끝난 뒤 보낸 요한의 답장에, 카펠로는 아마 눈이 뒤집어졌을 거다.
아무튼, 반대편 사이드에서는 스페인이 먼저 결승 진출을 확정 지었고.
이제 남은 건 잉글랜드와 프랑스 전인데.
이렇게 세 팀이 남으니, 사람들이 주목한 건 역시나 그것이었다.
Ballon D’or Odds
┼ Yohan Van 5/12
┼ Fernando Biega 11/6
┼ Kylian Mbappé 10/4
2027/28시즌 발롱도르 배당률.
지금 시점의 배당률은 이러했다.
배당률은 적을수록 그 선수가 받을 확률이 높은 거라고 이해하면 된다.
즉,
독일전을 해트트릭으로 캐리한 요한이 1위.
스페인을 결승으로 보낸 비에가가 2위.
4강전을 앞두고 있는 음바페가 3위.
솔직히, 요한이 받은 배당률은 지금보다 더 낮아야 하는 게 맞았다.
챔피언스 리그 기록이 없다지만, 어쨌든 FA컵 트로피 하나 있고.
리그 기록이야 범접 불가 수준에, 유로까지 전 경기 캐리를 하고 있으니.
만약 요한이 아니라 음바페의 기록이 이랬다면, 배당률은 5/12가 아니라 1/20 정도는 족히 되지 않았을까.
음바페는 이미 유럽 최고의 스타로 군림한지 몇 년 된 선수니까.
다만 요한은 저번 시즌이 첫 풀타임 시즌이었으니 아무래도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듯 하다.
발롱도르는 상당히 보수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으니.
인기 투표라는 느낌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 말이다.
뭐, 어쨌든 비에가와 음바페 모두 스탯도 좋고, 리그와 챔스 우승이 있어 수상 자격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라서.
아무튼, 지금 이대로라면 요한의 수상이 유력해 보이긴 하는데.
남은 2경기에 따라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만약 프랑스가 잉글랜드를 꺾고 결승에 진출한다면 배당은 또다시 바뀔 것이고, 스페인이 우승을 한다면 비에가의 배당이, 프랑스가 우승 한다면 음바페의 배당이 내려가겠지.
결국 남은 경기가 두 경기 뿐이라지만, 그 두 경기의 결과에 따라 모든 게 바뀔 수도 있다.
원래 연말 시상식도 보면, 연초 히트작보단 연말 히트작이 유리하지 않나.
더군다나 유로는 가중치가 한없이 붙을 수밖에 없는, 메이저 중의 메이저 대회니.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
그리고 스페인의 페르난도 비에가는 발롱도르를 위해, 남은 경기에 전력을 다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물론 요한 역시 쉽게 생각하고 있진 않았다.
딱 두 경기만 남은 만큼.
목표를 위해 경기를 이길 것이다.
아, 근데.
그 목표라는 게 발롱도르인 건 당연히 아니었다.
발롱도르인지 뭔지는 관심 없고.
이번 유로, 요한의 목표는 오로지 시작부터 하나 뿐이었으니.
“집사, 이불 좀 개 줘. 빨래는 해놨지?”
“물론입니다. 목욕 물도 받아 두었고, 아침 식사도 준비해 두었습니다.”
손 하나 까딱 안 하는 귀족의 삶.
이불 개기도, 빨래도, 방 청소도 안 할 거다.
귀족이니까.
‘카펠로 형은 라커룸 정리를 시켜야지.’
팀 동료 형들도 피해가진 못할 거다.
이미 리스트도 작성해 놨다.
귀족이 되면, 시킬 것들.
‘아, 잠깐. 근데 카펠로는 이탈리아 사람이라 관계 없나?’
음.
그것까진 잘 모르겠네.
아무튼, 작위 받기만 해봐.
경기장 밖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을 테다.
“후후.”
대회 우승 후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요한.
어쩌면, 발롱도르를 염원하는 선수들보다 요한의 동기부여가 지금으로썬 더 강한 상태일지도 몰랐다.
ㆍㆍㆍ
2028년 7월 7일, 아비바 스타디움.
<세르비아의 두샨 블라호비치, 독일의 플로리안 슈타우터. 모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과연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는 요한과 잉글랜드를 저지하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잉글랜드와 프랑스, 양 팀의 유로 4강 전을 중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프랑스는 스타일상 잉글랜드와 비슷한 느낌의 팀이라고 볼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화려한 스쿼드를 자랑하며, 수비보다는 공격 쪽에 무게감이 있는 팀.
특히나, 독일처럼 조직력으로 승부한다기보단, 확실한 에이스의 개인 기량에 많은 걸 거는 팀.
이런 팀의 특징은, 아무래도 경기력의 기복이 좀 있다는 거다.
팀 전력 중 에이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에이스의 컨디션에 따라 팀 경기력이 달라지는 것이다.
다행히, 이번 대회 프랑스의 경기력은 지금까지는 쭉 고점을 찍어 오고 있었다.
즉, 킬리안 음바페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음바페는 절정의 폼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느덧 프로 데뷔 12년 차가 된 킬리안 음바페.
데뷔 12년 차라고 하니 꽤 노장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워낙 어린 나이에 데뷔를 했을 뿐.
음바페는 여전히 29살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어쨌든 음바페는 스피드를 주무기로 하는, 신체 능력으로 먹고 사는 공격수다.
누가 안 그러겠냐만, 이런 유형의 선수는 더더욱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는 게 두려울 수밖에 없다.
나이로 인해 신체 능력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면, 자신의 최대 장점을 잃게 되는 거니까.
그런 면에서 음바페는 이번 대회에 목숨을 걸고 있었다.
다음 월드컵 때 자신의 나이는 서른 하나.
다음 유로 땐 서른 셋이다.
어쩌면 이번 유로가, 자신이 전성기의 기량으로 참가하는 마지막 메이저 대회가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음바페는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월드컵 우승은 있지만 유로 우승은 없는 음바페다.
웬만한 트로피는 다 있어도, 유로 트로피만큼은 없다는 거.
커리어를 완성하는데 남은 마지막 피스를 거머 쥐기 위해, 음바페는 이번 대회 반드시 우승을 해야만 했다.
그런 음바페가 이번 대회를 얼마나 간절히 준비해 왔냐면, 유로가 열리는 7월에 최상의 몸 상태가 될 수 있도록 사이클을 맞췄을 정도였다. 시즌이 끝나는 7월에 말이다.
그 때문에 올 시즌 초부터 전반기까지, 꽤 저조한 폼을 보였던 음바페였지만, 후반기 들어선 원래의 모습을 보여주며 무섭게 치고 나갔었다.
그리고 이번 대회.
음바페의 컨디션은 어느 때보다도 파괴적이었다.
그렇게 1년 전부터 오늘에 초점을 맞춰왔던 음바페였다.
많은 돈과 노력을 들여, 치밀하게 계산까지 해가며 이번 대회 우승에 모든 준비를 해왔다.
그런데,
음바페가 한 가지 계산을 하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그건, 올 시즌 갑자기 튀어나온 미친 공격수.
<양 팀 선수들이 악수를 나누고 있습니다.>
<음바페와 요한 반. 과연 누가 결승으로 향하게 될까요.>
지금, 악수를 나누고 있는 이 녀석.
이 녀석 만큼은 계산에 없었다.
“···”
“···”
악수를 하며, 요한에게 윙크를 하는 음바페.
보통 선수들끼리 주고 받는 윙크엔, 리스펙트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음바페가 요한에게 윙크를 한 건, 널 반드시 밟고 올라가겠다는 의미였다.
물론 요한은 그 의미를 알 리가 없었고.
‘케인과인가, 이 사람···’
요한은 그저 케인을 떠올리며, 신경 쓰이는 녀석이 상대 팀에 하나 있다, 정도로 생각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