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05)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05화(105/202)
< 104화 – 계산 밖의 영역 >
<오, 프랑스가 수비적으로 내려앉나요?>
<아무래도 중원의 퀄리티가 잉글랜드 쪽이 좋죠. 중원 주도권 싸움에서 프랑스가 승리를 거두긴 쉽지 않을 겁니다.>
<물론, 그러면서도 음바페를 활용한 역습을 준비하고 있을 거구요.>
<그건 확실히 무서운 부분이긴 합니다.>
전반 초반.
주도권을 가져온 쪽은 잉글랜드였다.
유기적인 패스로 점유율을 높여 가며 천천히 경기를 풀어가는 잉글랜드.
반면 프랑스는 그 주도권을 빼앗기 위해 달려들기보단, 그냥 뒤로 내려앉는 느낌이었는데.
프랑스도 분명 중원의 퀄리티가 나쁜 건 아니었다. 다만, 그들이 미련 없이 내려설 수 있는 이유는, 역시나 음바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역습 상황에서 음바페의 속도는 여전히 탑 클래스.
음바페와 속도로 붙어 제압해낼 수 있는 선수는 잉글랜드에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나, 잉글랜드는 라인을 꽤나 높게 올리고 경기를 하는 팀이다 보니 이런 구도가 프랑스로서도 나쁠 건 없어 보였다.
아니, 오히려 프랑스가 바라는 구도가 지금의 구도였다.
물론, 그 전에 생각할 건 딱 하나.
요한을 어떻게 막느냐하는 것인데.
역습을 나가려면, 일단 수비에 성공하는 게 먼저다.
그렇다는 건, 일단 요한을 먼저 막는데 성공해야 한다는 거.
그게 오늘 경기의 제일 중요한 포인트일 듯 보였다.
프랑스는 그 포인트를 잡기 위해 준비해온 게 있긴 했다.
<오늘 경기,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역시 프랑스의 선발 라인업일텐데요. 8강까지 계속 선발 출장했던 센터백 듀오가 아닌, 새로운 조합이 나왔죠?>
<맞습니다. 디몬 아난 대신, 바카리 카예베가 로랑 드파르의 파트너로 나왔죠.>
<이는 어떤 의미일까요?>
<카예베는 굉장히 영리하면서도 공격적인 수비를 하는 선수입니다. 서서 기다리기보단, 쓸어 담는다고 해야 할까요. 패스 차단과 인터셉트가 좋은, 수비 범위가 넓은 선수입니다.>
<역시, 요한에게 공이 가는 걸 원천에 차단하겠다는 느낌이겠군요.>
오늘 경기, 프랑스 공격의 핵심이 음바페라면.
수비의 핵심은 바카리 카예베다.
카예베는 오로지 요한을 견제하기 위한 픽.
요한의 스타일 상, 피지컬이나 주력으로 찍어 누르는 수비를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결국 공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걸 제일 잘하는 게 카예베였다.
피지컬은 좀 달릴지 몰라도, 수비 지능만큼은 최고 수준.
카예베는 요한의 유일한 약점이라 꼽히는, ‘공이 오기 전까지의 움직임’을 파고들 생각이었다.
<셰인 머레이, 요한에게. 아, 그러나 카예베가 한 발 먼저 패스를 자릅니다!>
<이런 수비죠. 공이 오는 걸 카예베는 절대 기다리지 않습니다. 한 발 먼저 움직이는 겁니다.>
카예베를 픽한 프랑스의 선택은, 일단은 맞는 선택처럼 보였다.
요한에게 향하는 잉글랜드의 첫 패스를 사전에 끊어내는 카예베.
어차피, 잉글랜드의 패스는 어디로 돌든 최종적으론 요한에게 도착할 수밖에 없다는 걸 카예베는 읽고 있는 듯 했다.
자, 어쨌든 공을 따냈으니.
이젠 프랑스의 차례다.
<전방으로! 빠르게 패스를 뿌리는 프랑스!>
<프랑스는 일단 공을 따내면, 보지도 않고 공간으로 때려 놓을 겁니다. 지금처럼요!>
<음바페가 달려갑니다!>
프랑스의 공격 루트는 심플하다.
일단 전방으로, 공간으로 때려 놓는 것.
공격수들의 위치를 보고 말고 할 필요도 없었다.
경합을 붙여 놓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말했듯, 음바페를 속도로 따라붙을 수 있는 선수는 잉글랜드에 없다.
타타타타탓-!
넓은 잉글랜드의 수비 뒷공간.
그 공간으로 떨어지는 공과, 그 공을 향해 달리는 음바페.
긴 다리로 크게 보폭을 밟으며, 통통 튀는 듯 달리는 음바페는 순식간에 수비수들과의 차이를 벌렸고,
파아앙-!
<안쪽으로 파고듭니다!>
속도를 그대로 살리며 공을 잡고 페널티 박스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열려버리는 슈팅 각도.
음바페는 지체없이 슈팅을 때렸다.
뻐어어어엉-!
촤아아아아-
철썩-!
<으아아! 그물이 출렁였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옆 그물!>
<들어가는 줄 알았네요. 와, 정말 무섭습니다. 역습 한 방, 음바페···!>
경기장을 가득 메우는 탄식.
잉글랜드 관중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니어 포스트를 보고 때린 음바페의 슈팅은 옆그물을 출렁였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상황.
그러나,
“의식하고 있어! 준비하고 있으라고!”
“긴장 늦추지 마, 긴장 늦추지 마!”
사실상 실점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기에, 잉글랜드 선수들은 서로에게 고함을 치며 경고했다.
과연. 프랑스가 가진 한방이 얼마나 강력한지, 단 한 장면만으로 보여주는 음바페였다.
<아찔했습니다. 역시 스피드로는 발군이네요.>
<저렇게 열린 공간에서 마음 먹고 달리면, 음바페를 따라갈 수 있는 선수가 있을까요. 비단 유럽 전체에서 말입니다.>
<잉글랜드는 공격을 확실하게 마무리 지어야 하겠습니다. 지금처럼 패스가 끊기는 순간, 바로 실점 위기라고 할 수 있겠어요.>
<맞습니다. 최소한 슈팅으로 공격을 마무리 짓고, 대열을 다시 갖춘 상태에서 음바페를 상대해야 할 겁니다. 역습을 막을 생각을 하면 안되겠어요. 애초에 역습 상황을 줘서는 안되겠습니다.>
한숨을 쓸어내리긴 했으나, 잉글랜드 선수들은 정신이 번쩍 들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이미 알고 있었다.
음바페의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하지만 직접 보고나니 압박감의 체감이 다르다.
잉글랜드 선수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격은 신중하게.’
‘무조건 마무리까지 짓고 돌아와야 돼.’
절대 상대에게 공을 쉽게 줘서는 안된다.
그걸 머릿속에 다시 한번 박아넣는 선수들.
덕분에, 잉글랜드는 천천히 패스를 주고 받으며 신중하게 경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역시, 신중해지는 잉글랜드입니다. 천천히 만들어가는 잉글랜드. 여의치 않으면 뒤로 완전히 돌리는 모습.>
<완벽한 상황이 아니라면, 도전적인 패스를 하기엔 선뜻 용기가 안날 겁니다. 그게 끊기면, 곧바로 역습이니까요.>
<그렇다고 요한에게 주자니, 이미 여러 명의 수비에게 둘러싸여 있어요.>
소극적이라 보일 정도로, 상당히 신중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잉글랜드의 모습을 보며, 프랑스의 칼 도미니크 감독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는, 계산대로.’
이런 구도를 원했던 도미니크 감독이었다.
물론, 이 구도를 스스로 만든 거기도 하고.
잉글랜드엔 음바페를 속도로 이길 수 있는 선수는 없다.
그렇다고, 음바페가 뭐 속도만 있는 선수인가?
일단 공을 잡았다 하면, 골까지 연결시킬 수 있는 파괴력까지 갖춘 선수니까.
잉글랜드가 함부로 도전적인 시도를 하지 못하는 거다.
이렇게 소극적으로 시간이 흐르다 보면, 나쁠 게 전혀 없는 프랑스다.
급해지는 쪽은 오히려 잉글랜드지.
주도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왠지 모르게 쫓기는 기분이 들고 있을 테니.
‘계산대로다, 계산대로.’
짜 온 플랜대로 완벽히 흘러가는 경기를 지켜보며, 도미니크 감독은 다시 한번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
“···”
계속해서 공을 돌리며 외곽을 맴도는 동료들을 보며, 요한은 약간의 답답함을 느꼈다.
뭔가, 다들 주저하는 게 보인다.
“여기···”
“돌려!”
“왼쪽!”
지금도 봐라.
공을 잡으면 무조건 자신에게 패스를 주던 셰인 머레이도, 패스를 주려다 멈칫하더니 옆으로 공을 돌린다.
‘흠.’
요한은 대충 돌아가는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경기 시작 전, 윙크로 케인이 떠오르게 만들었던 그 선수.
그 선수가 보여준 역습 한 방에, 동료들이 얼어붙은 느낌이었다.
또 역습 기회를 내줄까봐, 안전한 패스가 아니고선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거다.
그러다 보니 자신에게 공이 오지 않고 있는 거고.
‘음···’
근데, 생각해 보니 조금 웃기는 일이다.
동료들이 자신에게 선뜻 패스를 주지 못한다는 건, 그 패스를 자신이 받지 못할까봐라는 건데.
그럼, 결국 자신이 이 녀석들의 수비를 이겨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음··· 그건 좀 싫은 일이다.
오늘은 이겨야만 하는 경기.
골을 넣어야 한다.
하지만 패스가 오지 않는다면, 결국 패스를 받기 위해 움직여야 할지도 모른다.
그건, 싫다.
가만히 서서 받는 것도 모자라서, 패스를 받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니.
귀찮잖아.
“···”
자신의 주변을 빨빨거리며 맴도는 카예베를 흘끗 바라보는 요한.
다 이 녀석이 문제다.
아까, 이 녀석이 자신보다 한발 먼저 패스를 가로챘었다.
그리고 녀석이 뿌린 패스가 상대의 역습으로 이어졌었지.
결국 이 녀석 때문에 역습을 내줬고, 동료들이 조심스러워졌다.
만약 공을 받기 위해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나온다면, 그건 이 녀석 때문이 될 거다.
즉, 이 놈은 조져야 하는 놈이었다.
“헤이!”
“···”
요한이 손을 들었다.
그러자, 요한을 바라보는 잭 프라이스.
공을 잡고 있던 프라이스는 반사적으로 패스를 하려다, 역시나 멈칫했다.
카예베가 요한의 등 뒤에서 그림자처럼 튀어 나오는 게 보였기 때문.
패스가 오기만 하면, 곧바로 달려들어 끊어 먹을 기세였다.
때문에, 프라이스는 패스를 포기하고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려 했다.
그런데,
“헤이-!!”
“···!”
요한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요한이 그렇게 큰 소리로 어필하는 것도 처음이라, 다시 시선이 이끌리는 프라이스.
그런 프라이스의 눈에, 요한이 카예베를 몸으로 막아서는 것이 보였다.
퍼어억-!
“컥···!”
등과 팔을 이용해 카예베가 앞으로 튀어 나오지 못하도록 막아버리는 요한.
한 발 먼저 패스를 끊겠다?
감히 못 튀어 나가게 몸으로 막아 버리면 그만이다.
요한이 그렇게 마음 먹고 카예베를 눌러 버리자, 카예베는 요한을 뚫어낼 방법이 없어 보였다.
“···”
입술을 깨무는 프라이스.
다른 누구도 아닌 요한이 저렇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니, 프라이스도 더 주저할 순 없었다.
파아앙-!
결국 전진 패스를 시도하는 프라이스.
물론 카예베 뿐만이 아니라, 다른 선수들 역시 패스 줄기를 자르기 위해 달려들었다.
사이드도 아니고, 중앙으로의 패스는 끊기기 가장 쉬운 패스다.
그러나, 맨시티 중원의 핵심인 프라이스의 패스는 빠르고 정확했다.
파아앙-!
결국 요한의 발밑까지 전달되는 공.
요한이 공을 잡았다.
그러나, 어쨌든 그것만으로 모든 게 해결된 건 아니었다.
카예베는 여전히 요한의 등 뒤에 달라 붙어 있었고, 다른 선수들이 협력 수비를 위해 달려들고 있었다.
하지만,
요한은 공을 길게 가지고 있을 생각이 없었다.
중요한 건 상대에게 역습 기회를 주지 않는 거다.
그러려면 간단했다.
둘 중 하나의 상황을 만든다.
상대의 골킥 상황을 만들든, 아니면 상대의 킥오프 상황을 만든다.
즉, 슈팅으로 마무리를 짓는다는 거다.
스르륵-
수비를 등진 상태에서, 발바닥으로 공을 컨트롤한 뒤,
뻐어어어어어엉-!
그대로 몸을 틀며 슈팅을 때리는 요한.
누구도 예상 못한 슈팅 타이밍에, 프랑스 선수들 누구도 그 슈팅에 반응하지 못했다.
슈우우우우우웅-!
공기를 가르며 무섭게 쏘아져 가는 슈팅.
그러나,
아쉽게도 슈팅은 크로스 바를 살짝 넘어갔다.
<으아! 골 포스트를 살짝 넘어가는 슈팅! 그러나 엄청난 슈팅이었습니다!>
<대단한 발목 힘입니다! 아니, 저기서 돌아서면서 슈팅을 때릴 생각을 하다니요!>
<거리는 요한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죠! 그래도, 박스 바깥에서 터닝 슈팅을 때리는 건 이렇게 직접 봐도 놀랍네요. 심지어 상당히 위협적이었습니다!>
슈팅은 골대를 벗어났지만, 순간 공기를 얼어붙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그 거리에서, 그런 자세로 슈팅을 때리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렇게 때린 슈팅이 그렇게 위협적으로 뻗어가리라고 생각한 사람 역시 아무도 없었다.
역시, 요한이 일단 공을 잡고 나면, 그 이후는 도통 예상을 할 수가 없다.
“···”
잠시 자세가 무너졌다가, 다시 팔짱을 끼며 눈을 가늘게 뜨는 도미니크 감독.
방금은 움찔할 수밖에 없는 슈팅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나온 슈팅이었으니.
요한 반.
정말 미지수인 녀석이다.
계산이라는 게 불가능한 미지수.
종잡을 수 없는 변수 덩어리.
모든 식은 다 만들어 놨지만, 저 녀석이 어떤 숫자가 되느냐에 따라 원하는 값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원하지 않는 숫자가 나오지 않기만을 바라는 것 뿐인데.
조커로 기용한 카예베가 벌써부터 녀석에게 공략을 당하기 시작한 걸 보면.
글쎄.
이거, 쉽지만은 않을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