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11)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11화(111/202)
< 110화 – Sir Yohan Van >
시상식 이후로도, 요한에게 자유가 주어지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유로 2028, 대회 MVP!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요한 반!>
<조별예선, 헝가리 전 2골, 스웨덴 전 1골, 우크라이나 전 2골. 16강, 세르비아 전 2골. 8강, 독일전 3골. 4강, 프랑스 전 2골. 그리고 오늘, 결승전. 3골. 7경기에서 15골을 몰아친 요한 반입니다. 이 선수가 아니면 누가 MVP를 받을 수 있을까요.>
<경기장의 모두가 요한에게 두 팔을 벌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저희도 같이 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하, 그럴까요?>
<경배하라!>
일단은 개인 수상을 위해 요한은 한 번 더 시상대에 올라야 했다.
대회 득점왕과 MVP를 동시에 석권.
모든 잉글랜드 선수들이 이번 대회 동안 잘 해준 것은 사실이었으나,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데에 있어 요한의 공이 제일 컸다는 걸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요한이 MVP 트로피를 수상하자, 잉글랜드 팬들은 물론 동료들까지도 경배하는 듯한 제스쳐를 취했다.
“컴 온! 잉글랜드!”
시상식이 끝난 뒤엔, 경기장을 찾아주고 열성적인 응원을 해준 관중들에게 인사도 해야 했다.
물론 동료들과의 사진도 남겨야 했다.
다들 다른 동료는 몰라도 요한과는 사진을 찍고 싶어했으니, 요한은 더 귀찮았다.
솔직히 말해 다들 질척이는 수준이었다.
“꼬맹아. 우리 숙소 가서 풋살이라도 한 게임 할까?”
“···진심이세요?”
“아쉽잖아. 우리가 같은 팀으로 뛰는 게 당분간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전 전혀 안 아쉬운데요.”
“에라이, 정 없는 놈.”
제일 끈덕지게 질척인 건 셰이 벨라미였다.
솔직히, 정말 재밌었던 대회였다. 벨라미에게는.
요한이를 상대하는 상대 수비수들을 보고 있자면, 같은 수비수로서 불쌍··· 하긴커녕 재밌어 죽겠었지.
근데, 오늘로 이 녀석과 함께 뛰는 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그리고 다시 적으로 만날 걸 생각하니 아쉬우면서 무서운 거다.
“하아, 확 이적해버려?”
“어디로요?”
“너네 팀으로. 하하!”
농담을 하곤 요한의 어깨를 두드리는 셰이 벨라미.
요한은 어깨를 으쓱였다.
좀 지치긴 하는데, 아름다운 밤인 건 확실했다.
일단은, 다 끝났다.
요한에겐 그걸로 족했다.
ㆍㆍㆍ
-[EURO2028 FINAL] 잉글랜드 3 : 0 스페인······ 잉글랜드 사상 첫 우승
└죽기 전에 이 순간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야
└세계 최강,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
└드디어 트로피가 집으로 돌아왔구나
└돌아왔네··· 좀 많이 돌아서 왔네···
└돌고 돌고 돌고 돌아서 왔지. 어쨌든 이제라도 돌아와서 다행이야
└대표팀 멋지다!! 이대로 월드컵 우승까지 노려보자고!
-[EURO2028] 잉글랜드 첫 골, 마지막 골은 요한 반의 몫······ 결승전 해트트릭 요한 반, 대회 MVP 선정
└단일 대회 역대급 임팩트. 이번 유로만 놓고 본다면 펠레와 마라도나, 메시에게도 뒤지지 않을 거야
└한 대회만 놓고 본다면 그 이상일지도
└다들 잊지 마셈. 이 선수의 나이는 17살임
└우린 GOAT의 탄생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걸지도 몰라
└씨발 잘나신 축구 전문가들이나 남미 사람들이 태클 걸어도 어쩔 수 없음.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역대 최고의 선수는 요한임
└ㅇㅈ
└아무도 태클 안 걺.
-결승전 직후 요동친 발롱도르 배당률··· 1,2위 격차 크게 벌어져. 요한 반 1/20, 페르난도 비에가 17/3
-집으로 돌아온 유로 트로피··· 발롱도르도 가져오나
-웨스트 햄, 다음 시즌 리그 우승까지 노린다··· 요한 지키는 데 총력을 다할 것
-맨시티, 올 여름에도 요한 노린다··· 백지 수표 꺼내나?
-레알 마드리드, 파리 생제르맹 요한에게 관심··· 성사 여부는 낮을 듯
-요한 반, 영국 여성이 뽑은 가장 결혼하고 싶은 남성 1위··· 미성년자 최초
유로 2028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길고 길었던 2027/28 시즌이 모두 끝났다.
그러나, 요한의 바람대로 편안한 휴식은 아직 좀 더 기다려야 할 듯 했다.
사상 첫 우승을 했으니, 나라가 대표팀 선수들을 가만히 둘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결승전 다음 날은 특별 공휴일로 지정이 됐고, 온 나라, 온 거리가 난리였다.
사람들은 모두 거리로 뛰쳐나와 가시지 않는 우승의 여운을 즐겼다.
그 열기가 어느 정도였냐면, 결승 직후 예정되어 있던 카 퍼레이드가 잠정 취소될 정도.
만약 지금 카 퍼레이드를 하면, 반드시 사고가 터질 게 분명해 보였으니까.
다만 카 퍼레이드가 취소 됐다 해도, 다른 행사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각종 언론사들과 인터뷰를 하고, 총리와 함께 오찬에 참석하고.
요한 입장에선 지루한 행사들을 끝마치고 나서야, 요한은 어렵사리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
한 달 만에 돌아온 집은 너무나 포근했다.
가족들은 마치 군대에 다녀온 아들처럼 요한을 맞이해 주었고, 특별한 날인 만큼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먹고, 대회 내내 소원이었던 잠을 실컷 잤다.
얼마나 실컷 잤는지, 허리가 아파서 일어났더니 하루가 지나 있을 정도였다.
“으음···”
“어, 일어났구나. 배고프지?”
“네··· 음? 저건 뭐예요?”
“아, 저거. 필요할 것 같아서 하나 짰다.”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오니, 요한의 눈에 들어오는 낯선 커다란 가구.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들어선 그건, 장식장이었다.
“아빠 꺼가 꽉 찼거든. 이젠 네 걸로만 채워야지. 이거, 맞춤 제작이다?”
거실서 요한의 목소리가 들리자 방에서 나온 로한이 싱글거리며 말했다.
맞춤으로 제작했다는 장식장엔, 요한이 지난 시즌 동안 받았던 메달과 트로피들이 채워져 있었다.
즐비하게 놓인 PL 이달의 선수상부터 해서, 리그 득점왕 트로피, 유러피언 골든슈, PFA 올해의 선수상, FA컵 우승 메달, 그리고 골든보이에, 따끈따끈한 유로 우승 트로피와 MVP 트로피까지.
이렇게 보니 많기도 많다.
이게 다 한 시즌만에 받은 상들이니까.
반석호의 장식장에 함께 진열하기엔 자리가 모자랐을 것이다.
“근데, 왜 굳이 맞춤으로 제작한지 알아?”
“뭔데?”
“여기, 맨 윗 칸. 여기엔 제일 빛나는 트로피가 이제 들어갈 거거든.”
“···뭔데? 아직 대회가 남았어? 나 또 대회 나가야 돼?”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로한과 반석호는 씨익 웃었다.
“축구계의 노벨상. 발롱도르가 곧 여기에 진열될 거다, 이 말이지.”
“우리 집에 발롱도르라니. 내가 낳은 아들이지만 정말···”
“요한아. 넌 정말 우리 집안의 자랑이자, 웨스트 햄의 자랑이다.”
신이 나서 죽겠다는 표정을 짓는 로한과 반석호.
정작 요한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꼬르륵 소리를 내는 배를 부여 잡았다.
발롱도르? 알게 뭐야.
“발롱이고 뭐고, 밥이나 먹을래.”
“그래. 잠깐만 기다려라. 아빠가 차려줄게. 아, 근데 참. 요한아.”
“네?”
“연락 왔다. 이번 주말에, 궁전으로 초청한다는구나. 훈장 수여식을 하려는 모양이야.”
“이번 주말이요?”
반석호의 말에, 발롱도르 얘기에도 별 감흥 없어 보이던 요한의 얼굴에 그제야 화색이 돌았다.
“···오케이.”
이제, 그간 했던 고생의 보답을 받을 차례가 됐다.
ㆍㆍㆍ
2028년 7월 18일.
런던, 버킹엄 궁전.
“···어후. 긴장되네.”
“저, 그냥 형들 따라하면 되는거죠?”
“몰라, 이놈아. 우리도 이런 거 처음이야.”
“감독님도 긴장하신거 봐.”
“휴우. 내 평생 이렇게 긴장되는 건 처음이다.”
“다들 뭘 그렇게 긴장을 해. 결승전 때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구만.”
훈장 수여식이 진행되는 궁 연회장.
수여식을 앞두고, 복도에 모인 잉글랜드 대표팀 선수단은 옷 매무새를 점검하며 들뜬 표정으로 수여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확실히,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의 사상 첫 우승은 국가적으로도 대단한 일이긴 했나 보다.
오늘의 수여식은 특별 수여식이었다.
오로지 대표팀 선수단만을 위한 수여식.
이번 유로에 참가한 선수단 전원은 5등급에 해당하는 대영제국 단원 훈장의 대상자로 선정이 되었으며, 선수단 주장이었던 셰인 머레이는 4등급인 장교 훈장을, 라니스터 감독은 3등급 사령관 훈장을 수여 받을 예정.
“요한 님은 이쪽으로, 따로 서주십시오.”
“예? 저만요?”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요한은 이번 대회 특출난 활약을 인정 받아, 머레이와 같은 장교 훈장과 그에 더해 최하위 훈작사의 작위까지 수여 받기로 했다.
최하위 훈작사, Knight Bachelor.
그러니까, 오늘 수여식 이후로 요한의 이름 앞에 ‘Sir’이라는 칭호가 붙게 된다는 거다.
“설명 드린대로 착오 없이 움직여 주시길 바랍니다. 모두 준비해 주십시오.”
“후우.”
보좌관의 안내 하에, 복도에 일렬로 나란히 서는 선수들.
이윽고, 연회장으로 향하는 문이 열렸고.
“Forward, march!”
영국왕실 근위병들의 경호 아래, 선수들이 차례대로 입장을 시작했다.
*
“요한이 차례다.”
“세상에. 정말 이게 웬일이야.”
요한의 게스트 자격으로 초청되어, 연회장에 앉아 수여식을 지켜보고 있던 반석호와 김라희는 요한의 차례가 가까워지자 긴장되는 표정을 지었다.
아들이 학교 개근상을 받으러 나가도 떨리는 게 부모의 마음이다.
근데, 지금 받으려는 건 영국 왕실의 훈장.
요한이가 괜히 허튼 짓만 하지 않길 바랄 뿐인데.
“다음. 요한 반.”
이윽고 요한의 이름이 불리자, 반석호와 김라희는 서로의 손을 꼭 붙잡았다.
“위 단원은 올해 개최된 유럽 축구 선수권 대회에, 잉글랜드 대표로 참가해 득점왕과 최우수 선수를 석권하였고, 잉글랜드가 우승하는 데에 있어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에, 왕실에서는 위 단원에게 대영제국 장교 훈장과 최하위 훈작사의 작위를 수여하는 바이다.”
이런 자리에서까지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나오진 않을까 하는 둘의 걱정과 달리.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걸어 나오는 요한의 자태는 너무나 늠름했다.
그 모습에 반석호는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김라희는 입을 틀어 막았다.
또한, 굉장히 엄숙해야 하는 자리지만.
연회장 곳곳에서 작은 탄성까지 터져 나왔다.
옛날식으로 표현하자면, 잉글랜드의 우승은 곧 전쟁의 승리요, 요한은 그 승리의 1등 공신.
모든 참석자들이 요한을 우러러 보는 것은 당연했다.
또한, 오늘의 수여자이자 축구팬으로 알려진 왕세자 역시 요한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
다른 선수들과 달리, 요한은 유일하게 훈장과 더불어 작위 수여를 받기에 왕세자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고, 검으로 양쪽 어깨를 터치하는 의식이 이어졌다.
이어, 다시 일어나 왕세자와 악수를 나눈 뒤.
“멋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요한의 가슴엔 대영제국 장교 훈장이, 목에는 메달이 달렸다.
“요한 경, 이쪽으로 퇴장해주시면 됩니다.”
경이라는 호칭을 쓰는 보좌관의 안내에 따라 수여식을 끝내고 퇴장하는 요한.
그러면서 요한은 생각했다.
‘뭐부터 하지?’
귀족이 됐으니, 이제 뭐부터 해보실까?
행복한 고민이었다.
*
“이제, 저한테 함부로 태클하시면 안돼요.”
“뭐라고?”
“저는 ‘경’이잖아요.”
“하하하! 맞네!”
“이젠 꼬맹이라고도 못 부르겠구먼.”
“암. 감히 요한 경에게 꼬맹이라니. 왕실 모독이지.”
“반칙도 함부로 하면 안돼. 그건 대영제국에 대한 도전이니까. 하하!”
수여식이 끝난 뒤, 긴장이 풀린 선수들이 농담을 하며 웃고 떠들었다.
물론 요한만 빼고.
요한은 진지했으니까.
“이렇게 모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인데, 우리 풋살이나 한 게임 하고 갈까?”
“벨라미. 너 진짜 우리한테 정 많이 들었구나.”
“정확히는 요한이, 아니. 요한 경에게 많이 들었겠지. 그치만, 내일부터 우리는 다시 적이잖아.”
“그래. 이젠 다시 적이지.”
“에라이. 피도 눈물도 없는 것들.”
이번 대표팀은 오늘을 마지막으로 정식 해단한다.
이젠 각자의 팀으로 돌아가, 돌아올 새 시즌을 준비하게 될 것이고, 시즌이 시작되면 원래 그랬던 것처럼 서로를 죽이려 들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끈끈함이 남달랐던 이번 대표팀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젠 서로가 우승 트로피를 놓고 싸우는 적일 뿐이다.
그 상대가, 대회기간 동안은 대표팀 내에서 신으로 추앙받던 요한일지라도 말이었다.
그러나, 요한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적이요?”
“그래. 네가 우리 팀으로 올 거 아니면, 너도 적이지.”
“그러니까 지금, 감히 왕실의 귀족을 적으로 두시겠다는 건가요?”
“···엉?”
웃음기 하나 없이 말하는 요한을 보며, 잠시 벙찐 표정을 짓는 선수들.
그러더니,
“하하하핫!”
“이 녀석, 갑자기 유머러스해졌는데?”
“어이 어이! 축구만 잘 하라고! 재밌기까지 하면 어쩌자는 거야!”
폭소를 터뜨리는 선수들.
“···.”
그런 선수들을 보며, 요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이 형들이 진짜.
아까 그 근위병들을 불러와야 정신들을 차리려나?
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