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12)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12화(112/202)
< 111화 – Sir Yohan Van >
“응? 장단을 맞춰 주라구?”
“네. 요한이, 그것 때문에 이번 대회 열심히 한 거거든요.”
“그니까 이번에 쉬는 동안만큼은, 당신도 잔소리 좀만 줄이고.”
“나참.”
로한과 반석호의 말에 김라희는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귀족 놀이라니.
그러나, 얘기를 들어보니 김라희도 나쁠 게 없었다.
“집사?”
“네. 왜, 역사책 같은데 보면 그런 거 나오잖아요. 귀족하면 떠오르는 것들.”
“그건 엄마가 더 좋네.”
“그리고 메이드···”
“반로한.”
“노, 농담이에요. 하하!”
집사 역할을 해주실 분을 구하자는 이야기에, 김라희는 자기가 더 좋아했다.
물론 메이드도 고용하자는 로한의 의견은 깔끔히 묵살 되었다.
“또 뭐가 있을까?”
“음. 글쎄요. 그것만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어차피 요한이는 집에만 있으니까. 우리만 잘하면 되겠죠. 뭐.”
“아무튼. 이번에 쉬는 동안만큼은 요한이가 원하는대로 다 해주자고.”
“알겠어요. 나도 잔소리 안할께.”
그렇게 요한의 귀족 놀이에 장단 맞춰주기가 시작됐다.
*
“요한아.”
“으음···”
“잠깐 일어나봐. 집사님이 오셨는데, 잠깐 인사드려. 앞으로 집안 관리를 도와주실 거야.”
“···!”
며칠 뒤.
김라희의 말에 쿨쿨 자고 있던 요한은 눈을 번쩍 떴다.
집사!? 드디어 오셨구나.
왕실에서 보낸 분인가?
품위를 지키기 위해 마른 세수를 한 번 하고, 요한은 거실로 나갔다.
그러자, 고풍스러워 보이는 외모의 정정한 노인이 고개를 숙이며 요한에게 인사했다.
“요한 경을 만나 뵙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저는 오늘부터 집무를 담당하게 된 제레미 스콧이라고 합니다. 편하게, 집사. 혹은 제레미라 불러주시면 됩니다.”
“아, 네. 잘 부탁 드려요.”
“저도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요한 경.”
요한은 머리를 긁적이며 배시시 웃음을 터뜨렸고, 나머지 가족들은 웃음을 참았다.
“전 그럼 좀 더 잘게요.”
“그러시지요.”
요한이 뿌듯한 표정으로 방으로 돌아간 뒤.
김라희는 머쓱해하며 제레미 집사··· 에게 감사를 표했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부탁드려요. 곤란한 제안일텐데 수락해주셔서 감사하네요. 그냥 어린 애 놀아준다고 생각하셔요.”
요즘 세상에 돈으로 안되는 게 없다.
하우스 키퍼를 고용하는 일이야 일반 가정에서도 흔한 일.
물론, 이번의 경우 역할 놀이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기에 조금 민망스러웠다.
하지만, 제레미 집사는 오히려 본인이 더 몰입한 듯 보였다.
“사실 방금 한 거, 말씀해주셨던 그 역할 놀이를 한 거 아닙니다.”
“···네?”
“진심이지요. 무한한 영광입니다. 제가 요한 경의 집사 노릇을 할 수 있다는 게요.”
제레미 집사는 윙크를 하며 속삭였다.
“저도 웨스트 햄의 60년째 팬이니까요.”
일단, 집사 역할엔 적임자가 온 듯 했다.
*
“잠깐이라도 몰입을 깨는 행동이나 언행은 하면 안 돼. 다들, 실수 없이 똑바로 하자고.”
“예. 명심하겠습니다.”
런던 한복판에 위치한 5성급 호텔, 그랜드 스테이트 파크.
웨스트 햄의 구단주들 중 한 명인 아담 긴즈버그가 총수로 있는 이 호텔이 오늘 유독 분주하다.
오늘, VVIP를 위한 특별 파티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 VVIP는 요한과 요한의 가족이었다.
저번 시즌 말도 안되는 활약을 보여주며 팀을 리그 2위에 올려놓고, FA컵 우승 트로피까지 안겨준 요한.
뿐만 아니라, 이번 유로에서 웨스트 햄 소속으로서 우승을 차지하며 팀의 위상은 한껏 드높여 놓았으니.
요한을 위해 뭐라도 해주고 싶었던 긴즈버그 구단주였다.
그런데, 요한의 아버지인 반석호에게 축하 전화를 하다 들은 이야기에 긴즈버그는 이거다 싶었다.
귀족 놀이.
긴즈버그는 VIP 라운지를 통째로, 요한과 요한 가족만을 위한 파티장으로 쓰기로 했다.
사실 VIP 라운지는 곧 호텔 매출에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설이었다.
VIP 라운지에서 서비스 되는 것들은 모두 무료이지만, 라운지 이용 자격 자체가 VIP 객실 투숙객이기 때문이다.
즉, 하루만이라도 VIP 라운지를 프라이빗 파티장으로 바꾼다는 건, 앞뒤 며칠 동안 VIP 객실 전체를 비우는 일이었다.
그러니 경영인 입장에선 매우 리스크가 큰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요한에게라면 뭘 못 할까.
요한 덕분에 벌어들인 수입이 얼마고, 앞으로 벌어들일 수입이 얼마인데.
구단 뿐만 아니라, 호텔 수입만 따져도 말이다.
일례로, 저번에 요한이네 가족이 묵었던 스위트 룸은 요한이 이용했다는 것 하나 때문에 연말까지 예약이 꽉 차 있는 상태였다.
물론 그걸 다 떠나서, 긴즈버그는 그저 팬심 하나만으로도 모든 걸 해줄 수 있었다.
야망 넘치는 사업가인 긴즈버그는 아직까지도 자신이 성공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이번 파티를 준비하며 자신이 그래도 꽤 열심히 살아왔구나, 새삼 뿌듯함을 느꼈다.
자신이 요한을 초청해서 파티를 열어줄 수 있을 정도의 위치는 되는 사람이라는 것에 말이다.
세계적인 호텔 그룹 총수고, 한 구단의 구단주인 것보다, 긴즈버그에겐 요한을 위해 자신이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온 것이었다.
“총수님, VVIP 도착하셨습니다.”
“좋아. 시작해 보자고.”
요한 가족이 도착했다는 지배인의 말에, 클래식한 턱시도 차림을 한 긴즈버그는 손을 비비며 로비로 향했다.
지금부터 자신은, 호텔 그룹의 총수나 구단주가 아니라 귀족을 파티에 초대한 상단의 상단주였다.
*
“쟤, 지금 재밌어 보이죠?”
“집에서 나올 때만 해도 귀찮은 얼굴이더니, 즐거워 보이네.”
말끔한 차림으로 라운지 한켠에 앉아 음료를 홀짝이던 로한과 반석호는, 저편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요한과 구단주를 보며 웃었다.
긴즈버그 구단주는 직접 요한에게 이곳 VIP 라운지를 소개해주고 있었다.
무슨 할로윈 데이 때나 볼 법한 옷을 입고서 말이다.
“저 양반도 참 많이 바뀌었어.”
“그러게 말이에요. 그전에 욕했던 게 머쓱해질 정도로.”
정말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지지난 시즌까지.
그러니까 요한이 팁에 합류하기 전까지 긴즈버그 구단주는 단 한 번도 팬들에게 호감이던 적이 없었다.
현재 팀을 운영 중인 세 명의 구단주 중에서, 가장 구두쇠로 알려진 게 긴즈버그기 때문이었다.
라힘 맥마나만 구단주나 마크 앤드류 구단주가 뭐 이번 시즌엔 많은 투자를 하겠다는 말을 했다가도, 긴즈버그와 만남을 가졌다 하면 그 투자 계획이 축소되기 일쑤라.
웨스트 햄이 빅클럽이 되지 못한다면, 그건 긴즈버그 때문일 거라는 얘기도 팬들 사이에선 많이 나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요한이 팀에 합류한 이후론 긴즈버그도 참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전급 넷을 한 번에 데려 온다든가, 이적 시장에서 가장 핫했던 선수를 영입하는데 성공한다든가, 팀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심지어 오늘은 선수 한 명을 위해 파티까지 열어주지 않았는가.
“요한이가 좋긴 좋은 모양이야.”
“왜 안 좋아하겠어요.”
하긴.
요한이 같은 선수가 팀에 있으면, 어떤 짠돌이라도 바뀔 수밖에 없을 거다.
물론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조차 어떻게든 내려쳐서 합당한 대우를 해주지 않는, 썩은 마인드의 구단주들도 많다.
긴즈버그도 원래는 그런 구단주들 중 하나였고.
하지만 요한이 급이면 얘기가 다르지.
발롱도르 수상이 유력한, 그냥 프랜차이즈 스타가 아니라 슈퍼스타인데.
구단의 위상을 단번에 유럽 최고 수준으로 올려 놓을 슈퍼스타.
아무튼, 요한이는 오늘 제대로 귀족 대접을 받고 있었다.
요한이도 상상했던 것들이 현실로 이뤄지니,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런 요한을 바라보며 로한과 반석호는 흐뭇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참, 남자들은 나이를 먹어도 똑같은가 봐.”
“응?”
“왜 자기들이 더 신난 거냐고. 집사 님도 그렇고, 저 구단주라는 분도 그렇고. 자기들이 더 신나서 저러고 있잖아.”
“그런 말을 하기엔, 지금 제일 즐거워 보이는 게 당신인데.”
뭐, 사실 제일 이 자리가 즐거워 보이는 건 김라희였다.
아들 덕에 요즘 꿈도 안꿨던 호강을 다 하고 있다.
아들이 왕세자에게 기사 작위를 받는 모습을 보게 되질 않나, 이렇게 불편할 정도로 극진히 대접을 받질 않나.
물론 당연히 그게 싫지 않다.
김라희가 제일 좋아하고 있다.
“그나저나, 확실히 이 나라는 아직까지도 작위에 대한 그런 게 있긴 한가 봐?”
“응?”
“다들 진짜 귀족 대하듯 해주잖아. 아닌가? 그냥 직원들 교육이 잘 되어 있는 건가? 뭐 아무튼, 장단을 잘 맞춰 주시니 감사하네.”
김라희의 말에 웃는 반석호와 로한.
로한은 웃으며 말했다.
“엄마. 지금 작위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응?”
“요한이는 지금 귀족 놀이가 아니라, 신 놀이를 해도 되는 녀석이라구요. 다들 왜 진심이겠어요.”
맞는 말이다.
사람들이 지금 요한이가 작위를 받았기 때문에 장단을 맞춰 주고 있는 게 아니다.
귀족인 게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지금의 요한이는, 말했듯이 그 자체로 슈퍼스타. 인기로는 왕실 사람들도 뺨을 칠 수 있을 거다.
요한이는 귀족 대접을 받는 게 아니라, 신 대접을 받을 수 있는 녀석이라는 거다.
“경기장에서 보면 형 같은데, 이럴 때 보면 확실히 동생이 맞긴 하구나 싶다니까요. 쟨 자기가 귀족이 됐으니 이런 대접을 받는구나 착각하고 있을 테니까.”
“귀엽지 뭐야.”
Sir Yohan Van.
사람들이 요한이를 좋아하는 건, 앞에 붙은 Sir 때문이 아니다.
뒤에 Yohan Van이라는 이름 그 자체지.
그걸 요한이 자기만 모르고 있다는 게 재밌을 뿐이었다.
ㆍㆍㆍ
유로 때문에 평년보다 더욱 시끌벅적했던 올해 여름이었다.
하지만 대회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구단들은 새 시즌 준비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찌 보면 1년 중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도 볼 수 있는, 여름 이적 시장 기간이 지금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띨 수밖에 없는 게, 유로 대회가 그 자체로 하나의 쇼케이스였기 때문이다.
유로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준 선수들은 많은 구애를 받을 수밖에 없었고, 벌써부터 오피셜이 난 이적 소식도 꽤 많았다.
웨스트 햄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여름과 겨울, 꽤 많은 자금을 쓰며 확실한 투자를 했던 웨스트 햄이지만, 이번 여름을 쉬어 갈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그 투자들이 모두 성공으로 돌아왔기에, 투자를 멈출 이유가 없었다.
-[오피셜] 웨스트 햄, 임대생 해리 케인 완전 이적 옵션 발동··· 계약 2030년까지
-조너선 네이슨, 2031년까지 계약 연장
-제프 휴리첼, 몸값 2배 됐다··· 2031년까지 웨스트 햄 골문 책임진다
웨스트 햄은 먼저 주전 선수들과의 재계약 소식부터 줄줄이 발표했다.
조너선 네이슨, 제프 휴리첼, 제이콥 버클리 등등 기존 선수들과의 계약 기간을 연장했으며, 임대생이었던 케인을 완전히 영입했다.
이들 모두 팀을 떠날 이유가 없었기에, 계약은 빠르게 처리될 수 있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소식은 요한에 대한 소식이었다.
지난 겨울, 일찌감치 요한과 재계약을 갱신했던 웨스트햄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요한에 관한 소문들은 무성했고, 실제로 무수한 클럽들에게 문의가 들어오기도 했으니.
조바심이 난 웨스트 햄은 반년 만에 또다시 재계약 계약서를 준비할 수밖에 없었는데.
“저희가 보여드릴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입니다.”
“···예. 아니, 뭐. 그렇게 말씀 안하셔도 알 것 같은데요.”
계약서를 검토한 반석호가 눈을 동그랗게 떴을 정도로, 웨스트 햄은 최대한의 성의를 표했다.
이미 팀내 최고 수준으로 요한을 대우해주고 있었지만, 조금 더.
조금 더 얹었다.
요한 덕분에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했고, 그로 인해 얻을 수익은 천문학적.
구단은 요한 덕에 얻은 수익을, 요한을 위해 썼다.
그렇게, 기존 선수들을 붙잡아 두는 한편.
외부 영입을 위한 물색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현재 팀에 필요한 건, 역시나 수비 자원이다.
공격 쪽이야 요한 하나로 충분하고, 요한의 뒤를 받쳐줄 케인도 있다.
다만 수비 쪽, 특히 센터백 라인은 보강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것도 장기적으로.
현재 선수들은 나이가 꽤 찬 선수들이니.
다행인 점은, 이적 시장에서 웨스트 햄의 위치가 이전 시즌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일단, 팀이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했다.
정상급 선수들이 돈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 중 하나가 챔스다.
챔스를 뛸 수 있는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의 차이는 천지 차이.
그런 면에서, 꽤 클래스 있는 수비수의 영입도 불가능은 아닐 터.
뭣보다, 요한이라는 공격수가 팀에 있다는 것도 메리트가 될 것이다.
웨스트 햄에 오면, 경기에서 요한을 상대하지 않아도 되니까.
이는 수비수를 영입하는데 있어 충분히 메리트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웨스트 햄은 이번 여름 동안, 이전이었다면 오퍼를 넣을 생각도 하지 못했을 선수들에게 관심을 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웨스트 햄에게 생각지도 못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역오퍼···?”
선수들이 웨스트 햄을 고려하는 데 있어 긍정적일 것이라고 생각을 하긴 했다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리그 탑 클래스급, 국가대표 수비수가 구단에 역오퍼를 해왔다는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