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13)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13화(113/202)
< 112화 – New West Ham United >
가만히 있어도 여러 구단의 구애를 받는 정도 클래스의 선수가 역오퍼를 한다는 건, 상당히 드문 일이다.
그것도 국가대표급, 유로 우승 팀 주전 선수면 더더욱.
유로 대회를 마친 뒤, 소속 팀으로 복귀한 첼시의 수비수 셰이 벨라미는 생각이 많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일단 소속 팀, 첼시의 상황.
첼시는 지난 시즌, 4스날에게 막판 뒤집기를 당하며 챔피언스 리그 티켓을 내주고 말았다.
그동안 많은 부침이 있을 때도 어떻게든 챔스에는 진출해왔던 첼시였다.
그런데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그 챔스 진출에 실패 했으니.
그것만으로 이미 선수들이 재계약을 미루고 있다는 소식을 들려오고 있을 정도였는데.
그 재계약을 미루고 있던 선수 중 한 명이 벨라미였다.
사우스햄튼에서 프로 커리어를 시작해, 5년 계약 조건으로 첼시에 입단했던 벨라미.
그리고 2027/28 시즌으로 첼시 4년 차가 된 벨라미는 슬슬 재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첼시 구단도 계속해서 벨라미와의 재계약을 추진해오고 있었고.
허나 벨라미는 그런 구단과의 재계약을 소극적인 태도로 미뤄왔었다.
사실 별다른 이유는 아니었다.
그냥, 조금 더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을 뿐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이나, 팬들이나.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는 첼시의 핵심은, 리그 탑급 수비 세 명이 이루는 쓰리백이다.
그리고 그 쓰리백의 한 축인 벨라미는 팀의 핵심인만큼 좀 더 자신이 인정받길 바랐다.
뭐, 프로로서 말이다.
연봉이든, 계약 년수든.
벨라미가 바란 건 장기 계약이었다.
구단이 적어도 4년 이상의 계약 기간을 책정해, 자신이 이만큼이나 팀에 핵심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인정해주길 바랐다.
허나, 구단이 내민 건 2+1년.
그나마도 1+1년짜리 계약을 거부해서 나온 게 그거였다.
그러니 벨라미의 마음이 약간은 뜬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팀이 챔스 진출까지 실패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배경에 불과했다.
이런 배경에, 결정적인 이유 하나가 더해졌기에 벨라미가 역오퍼라는 걸 한 거다.
벨라미가 뭐 어중간한 선수도 아니고, 재계약을 미루기 전부터 많은 팀들의 관심을 받던 선수인데.
그런 선수가 역오퍼를 했다는 건, 평범한 이유 때문만은 아닐 터.
그건, 역시나 저번 시즌, 그리고 유로 동안.
웨스트 햄의 요한과 상대로도 붙어보고, 잉글랜드의 요한과 같은 팀으로도 뛰어 보면서 느꼈던 인상 때문이었다.
녀석은 정말 잘했다.
아니, 이 한 마디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단순히 잘하는 정도가 아니다.
그 정도의 재능을 가진 녀석은, 최소한 자신이 직접 만나 본 선수들 중엔 없었다.
단연코 최고의 재능.
어쩌면, 역대로 봐도 세상에 없던 재능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특이한 건, 상대로 뛸 때보다 같은 팀으로 뛸 때.
그 재능이 더욱 와 닿았다는 거다.
녀석에 전방에 서 있으면, 절대로 질 것 같지가 않았다.
실제로 그랬지 않은가.
녀석이 국가대표 팀에 발탁된 이후로, 녀석이 잉글랜드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 이후로.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었다.
유로 본선에서도, 잉글랜드는 전승 우승을 달성하지 않았는가.
연장전 한 번 가지 않고 말이다.
그러니, 단순히 녀석 같은 괴물과 맞상대를 하기 싫다는 이유는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 벨라미가 특유의 플레이 스타일 때문에 ‘얍삽하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도 사실이다만.
그렇다고 강한 상대를 피해왔던 건 아니다.
오히려, 어떻게든 이기고 싶어하는 승부욕.
이길 수 없을 것만 같은 상대를 이겼을 때 느끼는 그 쾌감 때문에, 현재의 셰이 벨라미는 선수가 완성된 것이었다.
하지만 요한은 조금 달랐다.
이기고 싶다기 보단, 같이 뛰고 싶은 선수.
함께 승리를 쟁취하고 싶은 녀석이었다.
벨라미는 인간적으로도, 녀석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유로가 끝나는 게 아쉬웠던 벨라미다.
대표팀 일정을 마치고, 소속 팀으로 돌아가는 게 아쉬웠던 건 이번이 처음.
대표팀에 가는 게 짜증난 적은 있어도, 끝나는 게 아쉬웠던 건 처음이라는 이야기다.
그건 다 요한 때문이었다.
대회가 끝난 뒤.
장난스럽게 이야기하긴 했지만, 괜히 풋살이라도 한 게임 하자고 했던 건 진심이기도 했다.
녀석과 같은 팀으로 경기를 하는 건 재밌었다.
녀석과 함께라면, 더 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벨라미는 첼시와의 협상 테이블에 앉는 대신, 웨스트 햄에게 문의를 넣었다.
자신과 협상할 계획이 있느냐고 말이다.
“벨라미.”
“예.”
“답변이 왔어.”
“뭐라던가요?”
“자네와 같은 수비수를 찾고 있었다더군.”
“흥. 그럼 먼저 연락을 하지 그랬대요.”
“자네 정도의 탑 클래스에게 먼저 연락하기엔, 자기들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던데.”
“···그래요?”
웨스트 햄 측에서 곧바로 이야기 자리를 만들자며 연락이 왔다는 소식을 에이전트에게 전해들은 벨라미는, 투덜대는 척 하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말은 또 예쁘게 하네.
첼시 프론트들은 돈이 문제냐며 돈 얘기만 하던데.
“날짜 잡아줘요.”
“그럼 뭐, 당장 내일로 잡을까?”
“에이. 그럼 너무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잖아요. 한··· 3일 뒤 정도로.”
“알겠어.”
벨라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ㆍㆍㆍ
새 시즌을 준비하는 웨스트 햄의 분위기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분위기일 수밖에 없었다.
일단, 팀이 챔피언스 리그에 나가게 됐다.
유럽 각 리그의 강팀들만이 참가하는 챔피언스 리그.
각 리그의 최강 팀들이 만나, 어느 리그가 최고의 리그인지를 겨루는 슈퍼 토너먼트.
그 토너먼트에, 프리미어 리그를 대표해 웨스트 햄이 출전하게 되었으니.
적어도 리그의 명성에 누가 될만한 경기력을 보여서는 안될 터인데.
“어쨌든, 최소 토너먼트 진출은 해야 할 것이다.”
프리 시즌 훈련이 한창인 웨스트 햄의 훈련장.
유로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합류하지 않았기에 조금 휑해 보이기는 한다만.
오늘도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마친 뒤, 선수들을 불러 모아 놓고 슈미트 감독이 이야기 했다.
일단, 슈미트 감독이 가장 먼저 밝힌 이번 시즌 첫 번째 목표는 챔스 토너먼트 진출, 그러니까 최소 16강에 드는 것이었다.
“이왕 목표로 삼는 거, 적어도 8강은 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하지만, 우리로서는 쉽지 않다. 조 추첨이 어떻게 되든, 우리는 강팀들과 싸울 수밖에 없으니까.”
슈미트 감독의 말대로, 조별예선을 뚫는 것도 웨스트 햄에겐 쉽지 않을 예정이다.
클럽 랭킹으로 배정되는 포트에서, 웨스트 햄이 들어갈 것으로 유력한 포트는 3포트.
즉 어느 조를 들어가나 객관적인 강팀이 최소 2팀이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
토너먼트엔 조 2위 팀까지가 진출하므로, 그 둘 중 하나는 제껴야 한다는 건데.
그게 쉬울 리는 없다.
그러니, 목표로 삼기에 충분한 과제였다.
“그리고, 두 번째. 첫 번째보다 훨씬 중요한 목표지. 리그 우승이다.”
침을 꿀꺽 삼키는 선수들.
올 시즌 가장 중요한 목표, 그것은 리그 우승이다.
물론 지난 시즌 리그 준우승을 차지했으니, 올 시즌의 목표가 우승인 건 당연한 일이다.
허나, 선수들은 여전히 리그 우승이라는 목표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자신들이 준우승을 했었다는 것 자체도 꿈처럼 느껴지는데.
다만,
“다들 알고 있겠지만, 작년 이맘때 내가 제시했던 목표는 유로파 진출이었다. 그리고 너희는 준우승을 했고.”
선수들도 다들 알고 있었다.
슈미트 감독이 상당히 보수적인 사람이라는 걸.
단순히 목표를 높게만 잡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슈미트 감독은 목표 설정에 있어, 그것이 현실적인가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그렇다는 건, 리그 우승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야기.
실제로 못할 것도 없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준우승에 그친 요한’ 요한이가 있지 않은가.
원하는 모든 걸 손에 넣어왔던 요한이 이루지 못한 단 하나의 목표, 리그 우승.
새 시즌을 맞이하는 요한의 마음가짐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리그 우승은 절대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프리 시즌이다. 훈련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너희들도 모두 그걸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앞으로는 정말 더 어려워질 거다. 그러니, 항상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하도록 하자.”
“예!”
슈미트 감독의 말에, 땀범벅이 된 채 대답하는 선수들.
이번 시즌 개막일은 8월 14일.
벌써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조금은 시간이 촉박한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유로의 여파가 있다.
유로에 출전했던 선수들은, 출전하지 않은 선수들에 비해 누적된 피로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휴식기가 없었던 셈이니까.
웨스트 햄에서도 스코틀랜드의 제이콥 버클리, 노르웨이의 제프 휴리첼 등이 조별예선까지 치뤘었고.
세르비아의 페트로비치와 덴마크의 옌킨슨이 16강 토너먼트까지 소화했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카펠로는 4강까지 6경기를, 요한은 결승까지 무려 7경기를 뛰었고.
이렇게 피로 누적이 있는 선수들은 현재 모두 휴식이 부여된 상태였다.
이들이 팀 훈련에 합류하는 시점은 다음 주.
즉, 완전체로서 개막까지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고작 일주일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나마 그들이 훈련에 합류한다 해도, 경기에 내보내긴 어려운 상황일 게 분명하다.
적어도 8월 한 달 동안은 가벼운 훈련만 소화하는 정도로 관리를 해줘야 한다.
그나마 시즌 초에 조금이라도 쉬어 놔야지, 후반기에 퍼지면 그땐 답도 없으니까.
그러니, 훈련장에 남아 있던 선수들이 잘해줘야 하는 것이다.
선수들도 그걸 알고 있기에, 매일 같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고.
쉬운 시즌이 되진 않을 거다.
다만, 기대할만한 점은 있었다.
웨스트 햄은 전통적으로 아카데미 명가.
이번 프리 시즌에도 꽤 많은 유스 선수들이 콜업되어 1군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소화하고 있었는데.
그 중 눈에 띄는 선수 하나가 있었다.
17세의 조슈아 베일리다.
요한이 아카데미를 잠깐 스쳐갔던 때, 1대1 대결도 했었던 그 조슈아 베일리.
베일리는 요한이라는 괴물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카데미 내 최고 재능으로 꼽히던 선수.
그런데 요한이 등장한 이후, 더욱 기량 발전이 눈에 띄는 선수였다.
아카데미 감독인 브라이언 맥웰의 말에 따르면, 베일리는 요한의 모습을 보며 강한 자극을 받고 있다고 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처음 웨스트 햄 아카데미에 입단하면서부터, 베일리의 목표는 하나였다.
아카데미가 배출해낸 최고 아웃풋이 되는 것.
즉, 존 테리나 프랭크 램파드, 조 콜 등을 뛰어넘는 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실제로, 베일리는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었다.
근데, 지금은 어떤가.
요한 반이라는, 범접하기 어려워 보이는 아웃풋이 배출되고 말았다.
물론 요한을 보고 아카데미가 낳았다, 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긴 하다만.
어쨌든 아카데미를 거쳐간 건 사실이니까.
그런 가운데 베일리는 스스로가 평범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베일리는 더욱 훈련에 매진했고, 지난 시즌 유스 리그를 평정했으며, 리그컵에서 1군 데뷔를 하기도 했었다.
어떻게 보면, 베일리가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요한 덕분인 것이다.
아무튼, 이번 프리 시즌 동안 베일리가 보여준 기량은, 슈미트 감독이 상당히 만족할 정도로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그게, 이번 시즌 굉장히 중요한 키 역할을 해줄 것이라 슈미트 감독은 생각하고 있었다.
선수들이 유로를 치르는 동안, 슈미트 감독은 코치들과 함께 매일 회의를 하고, 함께 고민했었다.
이번 시즌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시즌이 될 테니, 그에 맞게 준비할 것이 많았다.
지난 시즌 동안 잘 통했던 전술은 카운터를 당할 것이니 구사할 수 있는 전술의 수도 늘려야 했고, 소화해야 하는 경기 수가 늘어났으므로 어떻게 선수단을 관리해야 할지도 생각해야 했다.
그런 면에서, 베일리의 콜업은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될 것이었다.
슈미트 감독이 프리 시즌 동안 가장 많이 고민한 건, 역시나 요한이었다.
지난 시즌보다 더욱더 녀석에게 집중될 견제.
그걸 어떻게 하면 전술적으로 풀어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말이다.
수많은 고민 끝에, 슈미트 감독은 한 가지 해답을 내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중요한 게 베일리의 존재다.
왼쪽 윙 포워드가 주 포지션인 베일리.
개인 능력이 좋고, 득점력이 있는 베일리의 존재는, 요한의 부담을 많이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왜냐면, 슈미트 감독이 내놓은 그 전술의 키워드가 ‘아이솔레이션’이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는, 새 시즌이 시작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저번 시즌에도 그랬던 것처럼, 이번 시즌에도 많은 팀들이 우리를 어려워할 거다. 그러니, 모두 자신감을 가지고 새 시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자.”
“예!””알겠습니다!”
힘껏 대답하는 선수들.
이번 시즌, 웨스트 햄은 작년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멋진 시즌을 보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