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15)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15화(115/202)
< 114화 – 커뮤니티 실드 >
2028년 8월 11일.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이곳에서 행복한 순간을 맞이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요. 웸블리 스타디움입니다. 오늘은, 미리보는 2028/29시즌. 전 챔피언들 간의 대결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새 시즌을 기다렸던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지난 시즌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두 팀의 경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FA 커뮤니티 실드.
리그 우승 팀과 FA컵 우승 팀이 맞붙는, 일종의 개막 전야제 같은 대회.
<지난 시즌부터, 꽤 중요한 길목에서 많이 만나고 있는 양 팀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트로피 하나씩을 빼앗았죠. 맨시티는 FA컵 트로피를, 웨스트 햄은 리그 트로피를 서로에게 빼앗겼습니다.>
<그만큼, 올해 양 팀의 대결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덕분에 오늘 경기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다만, 양 팀 모두 주전 자원들이 나서진 않는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유로의 여파가 있겠죠?>
사실 커뮤니티 실드의 의미는 그리 크지 않다.
우승 팀간의 대결이니 빅매치는 빅매치다만, 사실상 개막전을 앞두고 펼쳐지는 시범 경기에 가까운 느낌이라.
굳이 이 경기를 이기겠다고 총력을 다하는 팀은 없다.
특히 오늘 경기를 펼치는 맨시티나 웨스트 햄 모두, 꽤 많은 선수들이 유로를 뛰었기 때문에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덕분에 약간은 김이 새는 선발 라인업이 소개되고 있었다.
양 팀 모두 1.5군에서 2군의 느낌.
다만, 그렇다고 아무 의미 없는 경기가 되진 않을 전망이다.
오늘 경기를 통해 확인하고자 하는 바가 양 팀 모두에게 있기 때문.
<양 팀 모두 새 시즌을 기대할만한 선수들이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먼저, 웨스트 햄의 조슈아 베일리 선수.>
<웨스트 햄 유스 선수죠? 올해 17살의 아주 어린 선수입니다. 요한과 동갑인 선수네요.>
<지난 시즌 U-23 리그를 지배했던 윙어입니다. 기본적으로 스피드가 있고, 드리블이 좋은 선수인데요.>
<웨스트 햄 유스는 명실상부하네요. 요한에 이어서 또다시 좋은 선수가 1군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웨스트 햄은 베일리의 가능성을, 오늘 경기를 통해 확인하고자 한다.
주전 선수들이 대거 빠졌대도, 맨시티는 맨시티.
맨시티를 상대로 베일리가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시즌이 개막된 뒤에도 기대를 걸어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이 자신에겐 일종의 시험대라는 걸 알고 있는 베일리도 의욕 만땅.
특히나,
‘나도 녀석처럼, 핵심이 될 거야.’
베일리는 벤치에 앉아 있는 요한 때문에라도 더 보여주고 싶다.
솔직히 지금으로썬 스스로도 민망해서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지만.
베일리는 요한을 라이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비슷한 점이 많지 않은가.
나이도 동갑에, 공격수고, 아카데미 출신이라는 점.
물론 말했듯이, 자기도 안다.
라이벌이라기엔 격차가 너무 크다는 걸.
자신은 이제 1군에 막 이름을 올렸을 뿐이고, 녀석은 이미 이룬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따라잡으면 그만이다.
녀석이 쉬는 동안, 자신은 열심히 훈련해 왔으니까 말이다.
<맨시티에도 새로운 얼굴이 있습니다.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하는 스테판 그라나흐인데요.>
<라이프치히의 신성이 오늘 맨시티 데뷔전을 갖습니다. 지지난 시즌과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파괴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그라나흐인데요.>
<사실 맨시티는 1순위로 요한을 노렸었죠. 하지만 로컬 보이 요한은 웨스트 햄에 남았습니다. 덕분에 그라나흐로 선회했던 맨시티인데요.>
<그렇다고 해서 그라나흐가 떨어지는 선수는 아니죠?>
<물론입니다. 요한과 비슷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예요.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 왔었던, 스트라이커의 부재라는 맨시티의 문제점을 해결해줄 수 있는 선수입니다.>
웨스트 햄에선 베일리가 시험대에 오른다면, 맨시티에선 스테판 그라나흐가 오늘 시험대에 오른다.
요한의 대체자 아닌 대체자로 맨시티에 입단한 그라나흐.
덕분에 그라나흐 입장에선 요한을 영입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 않게끔, 그에 준하는 활약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때문일까.
경기는 예상 외로 가볍지만은 않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상당히 빠른 템포로 주고 받고 있는 두 팀! 작년 FA컵 결승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기 양상인데요?>
<커뮤니티 실드 트로피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해도, 지기 위해 나오는 팀은 없죠. 게다가 양 팀은 올 시즌에도 우승 경쟁이 유력한 팀들 아닙니까?>
<기선제압을 하고 싶은 거군요.>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서는 양 팀.
웨스트 햄에선 조슈아 베일리가 슈팅 2개를 가져갔고, 맨시티에선 그라나흐가 마찬가지로 슈팅 2개를 가져갔다.
의욕적으로 골문을 노리는 두 선수.
그 중, 먼저 골을 터뜨린 건 베일리였다.
<고오오올-! 베일리의 선취골이 들어갔습니다! 대단한데요, 이 선수! 웨스트 햄 유스의 또 다른 비밀병기가 멋진 골을 터뜨립니다!>
맨시티의 수비진이 베스트로 나온 건 아니었다만, 그렇다 해도 베일리가 보여준 득점 장면은 꽤 감탄이 나올만 했다.
왼쪽 측면을 부수고 들어가는 드리블과, 마무리까지 책임지는 결정력까지.
“여어, 저 꼬맹이도 잘하는데?”
“야, 꼬맹아. 아니, 요한 경. 너도 몸 좀 근질거리지 않냐?”
“아뇨.”
박수가 나오는 웨스트 햄 벤치.
주전 선수들이 모두 앉아 웃으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확실히 커뮤니티 실드는 부담이 없는 대회다 보니, 이렇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경기다.
하지만, 맨시티의 입장은 조금 다른 듯 했다.
“엉?”
“뭐야? 설마 쟤네 나오려는 거야?”
맨시티 쪽 벤치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전반 25분이 지나는 무렵.
벤치에 앉아 있던 선수들이 몸을 풀기 시작한 것인데.
그 선수들 모두가, 주전 선수들이다.
뭐, 꼭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경기에 나올 순 있다.
하지만 그 의도라면, 선발로 나왔다가 일찍 교체되어 들어가는 게 보통.
저렇게 교체 투입을 준비한다는 건, 베일리의 골이 맨시티의 자존심을 긁었다는 이야기였다.
“지기는 싫은 모양인데, 쟤네.”
“흠. 그건 우리도 마찬가진데.”
이후, 전반 35분.
맨시티는 상당히 이른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 번에 3명이 동시에 투입됩니다. 오늘은 최대 6명까지 교체 카드를 쓸 수 있는데요.>
<어쨌든 이번 시즌의 시작을 패배로 하고 싶은 팀은 없거든요. 맨시티가 먼저 주전들을 꺼내듭니다.>
핵심 셋이 동시에 투입되는 맨시티.
그리고, 그 이후.
경기는 급반전 되었다.
<고오오올-! 잭 프라이스의 패스를 받은 스테판 그라나흐가 맨시티 데뷔 골을 터뜨립니다!>
<맨시티의 패스 플레이가 확 살아났네요. 역시 주전급들이 들어오니까 다릅니다.>
<이게 원래 맨시티죠. 얻어맞는 걸 보고 있는 게 억울할만 했겠네요.>
교체 후 5분, 전반 40분에 맨시티는 동점 골을 터뜨렸고,
<또 들어갑니다! 이번엔 리샤드!>
<그라나흐의 어시스트였죠! 괜찮은데요, 이 선수? 사실 맨시티가 원한 건 요한이었고, 꿩 대신 닭 느낌으로 영입된 선수였는데요. 지금 보면, 충분히 좋은 대안을 고른 것 같습니다!>
3분 뒤엔 역전 골까지 터뜨리며 게임을 단번에 뒤집어 버렸다.
180도로 달라진 맨시티의 경기력에, 정신을 못차리는 웨스트 햄.
“흠···”
벤치에 있는 선수들도 더 이상 웃으며 경기를 지켜볼 수가 없었다.
오늘 선발로 나선 웨스트 햄 선수들 중, 거의 절반 가량은 유스 선수들이었다.
주전 선수들이 보기엔, 한참 어린 동생 같은 녀석들.
그 동생들이 정신없이 얻어맞기 시작하니, 아무리 중요한 경기가 아니라지만 형들로서 마음 편히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건 슈미트 감독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너희들.”
“예.”
“어떻게, 후반만 간단히 뛸래?”
“저흰 좋습니다. 뛰고 싶어요.”
“안 그래도 보고만 있으려니 몸이 근질거리던 참이에요.”
제이미 코치의 물음에, 벤치에 앉아 있던 선수들은 곧장 트레이닝 재킷을 벗었다.
동생들을 위해 나서는 형들.
다른 팀이면 몰라도, 맨시티에게 만큼은 웃으며 질 수가 없다.
“요한 경? 어떻게 할래?”
“···.”
그것은 요한도 마찬가지.
요한도 말없이 재킷을 벗고 벤치에서 일어났다.
<경기장에 갑자기 함성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는데요. 무슨 일이죠?>
<아, 웨스트 햄의 벤치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몸을 풀러 나왔는데요.>
<셰이 벨라미, 다니엘레 카펠로, 미카엘 옌킨슨, 그리고 요한이 몸을 풀고 있습니다! 이거, 웨스트 햄도 쉽게 지진 않겠다는 것 같은데요?>
<어어, 맨시티 벤치도 따라서 움직입니다! 갑자기 뜨거워지는 웸블리의 분위기!>
<가볍게 시작한 경기가, 끝은 가볍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이 환호합니다!>
말 그대로 가볍게 시작한 경기는, 가볍게 끝나지 않을 듯 했다.
*
<후반이 시작되면서 라인업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웨스트 햄은 4명의 교체 카드를 빼들었는데요.>
<벨라미와 옌킨슨이 수비 라인에 들어가고요. 카펠로가 중앙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최전방에 요한이 섭니다.>
<이렇게 되면 일단은 베스트에 가까워진 웨스트 햄인데요. 맨시티도 마찬가지죠?>
<후반전은 양 팀의 진검 승부가 되겠네요.>
어쩌다 보니 불이 붙은 경기.
후반은 양 팀이 베스트에 가까운 전력으로 붙게 되었는데.
그렇다는 건, 어쨌든 경기 주도권을 맨시티가 쥐고 흘러가기 시작했다는 거다.
중원에서의 패스 플레이를 기반으로, 다양하게 공격을 시도하는 맨시티.
지난 시즌과 달리, 그라나흐의 영입으로 박스 안의 스트라이커를 보유하게 된 맨시티는 단순한 롱볼 전개나 측면에서의 크로스도 망설이지 않고 시도했다.
그런 맨시티의 공격은 확실히 위협적이었다.
다만,
웨스트 햄의 수비도 지난 시즌과는 달라진 점이 있다.
“뭐 하는 놈들이야, 이거! 라인 맞춰! 이따위 수비로 어떻게 리그 2위를 한 거야!”
웨스트 햄 유니폼을 입고 첫 실전에 나선 벨라미는 계속해서 동료들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첼시와 잉글랜드 대표팀의 붙박이 주전.
벨라미의 클래스는 확실히 기존 선수들에 비해 월등히 높았고, 자연히 벨라미가 수비진의 리더가 되면서 기반이 잡히는 모습이었다.
평소엔 장난스러워 보이지만, 벨라미는 누구보다도 승부욕이 강한 선수다.
웨스트 햄이 지난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건, 요한을 필두로 한 공격력 때문이지, 수비 덕은 아니었다.
수비는 오히려 웨스트 햄의 약점.
그 약점을 메워줄 수 있는 게, 벨라미의 존재였다.
전반을 먼저 뛰었던 선수들은, 벨라미가 들어오자 확 바뀌는 분위기를 느끼며 감탄했다.
확실히, 배울 점이 많은 선수다.
“아아악! 밟혔어! 밟혔다고!”
“삐이이익-!”
······근데, 저런 것도 배워야 하나?
뭐 반칙이긴 한데, 발을 살짝 밟힌 벨라미가 레고를 밟은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쓰러졌다.
그 덕에 상대에게 주어지는 경고.
대단하긴 대단하다.
대 VAR 시대에 말이다.
<웨스트 햄의 공격으로 이어집니다. 맨시티는 역시나 강하게 압박을 가져가는데요.>
<요한을 막는 방법은, 애초에 패스가 가지 못하도록 압박하거나, 서너 명 이상이 둘러싸는 수밖엔 없습니다.>
벨라미의 활약으로 넘어온 공격권.
역시나 맨시티는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해온다.
이 압박에, 전반 중반 이후부터 빌드 업을 하는데 있어 고전을 면치 못하던 웨스트 햄.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탈압박을 해줄 카펠로가 들어왔으니까.
<멋진 드리블! 좁은 공간을 빠져나와 오른쪽으로 패스를 연결하는 카펠로!>
<맨시티 중원의 핵이 잭 프라이스라면, 웨스트 햄에는 카펠로가 있습니다.>
카펠로 덕분에 오른쪽의 조너선 네이슨까지 연결되는 공.
그러나, 역시 만만치는 않다.
순식간에 간격을 좁히는 맨시티의 수비와 중원.
사이드에서 중앙으로의 침범은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맨시티는 올가미를 조여왔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들의 간격이 좁아지면 좁아질수록, 웨스트 햄에겐 오히려 반가운 일이라는 것이었다.
파아아앙-!
공을 다시 뒤로 내주는 네이슨.
공은 다시 카펠로에게로 돌아왔고, 카펠로는 볼 것도 없이 반대로 전환 패스를 뿌렸다.
뻐어어어엉-!
슈우우우웅-
파아아앙-!
그 공을 받은 건, 넓은 공간에서 상대 풀백과 마주 보고 있는 요한이었다.
<이거, 약간은 생소한 장면인데요? 요한이 왼쪽으로 빠져나와 있습니다!>
<새로운 전술적 움직임일까요? 1대1을 치고 들어갑니다!>
요한을 가로막는 건 맨시티의 라이트백 후안 밀리토.
밀리토는 지난 시즌 리그 베스트 오른쪽 풀백이자, PFA 올해의 팀에도 선정된 선수.
즉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오른쪽 풀백이라는 거다.
실제로 그가 교체해 들어온 이후, 베일리는 전반 초반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타타탓-
베일리를 상대할 때와는 달리.
덤벼들 생각은 엄두도 내지 않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기만 하는 밀리토.
요한은 공을 툭툭 치며 천천히 밀고 들어가다가,
타아앗-!
중앙 쪽으로 휙 방향을 틀었다.
그래도 밀리토의 반응은 좋았다.
이유야 어찌 됐든, 적정선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던 덕에 요한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 있었던 것.
허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타아앗-!
그대로 중앙으로 파고들 듯 했던 요한은 다시 한번 접었다.
그리고 그 순간, 웸블리가 탄성에 물들었다.
콰당-!
순간적으로 이어진 연속된 방향전환에, 밀리토가 마취총에 맞은 것처럼 그대로 쓰러진 탓이었다.
<아아! 완벽한 찬스! 슈우우웃-!>
<고오오오올-! 요한의 완벽한 마무리!>
<하지만 그전에 뭔가요! 밀리토가 저렇게 허무하게 벗겨지는 모습은 처음 보는 듯 합니다!>
<이야, 이 장면은 밀리토가 은퇴할 때까지 따라다닐 것 같은데요?>
<수비수로서는 치욕적인 장면입니다만, 아주 맛있게 넘어져 준 덕분에 멋진 그림이 나왔습니다!>
사자가 없다고, 감히 여우들이 왕 노릇을 해?
그 꼴은 못 보지.
웨스트 햄의 주전 선수들이 투입되자, 경기는 다시 한번 뜨거워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