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16)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16화(116/202)
< 115화 – 커뮤니티 실드 >
리그 베스트 풀백을 농락하며 만들어낸 요한의 골로, 2대2 동점.
이후 경기는 지난 FA컵 결승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흐름이 계속되었다.
“아니, 왜들 이러는 거야?”
“원래 커뮤니티 실드가 이랬나?”
“이게 이렇게까지 할 일이야?”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마저도 헛웃음을 터뜨렸다.
커뮤니티 실드는 정말 시범 경기라 봐도 무방한 대회다.
트로피의 무게감을 따진다면, 리그컵에도 비할 바가 못 될 거다.
팬들도 그걸 알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오늘 경기장을 찾았는데.
난데 없이 치열한 경기가 펼쳐지고 있으니,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그러나, 어쨌든 지난 시즌 리그 우승 팀과 FA컵 우승 팀.
양 팀이 전력을 다해 맞붙는 모습을 보니, 관중들은 금새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이렇게 치열한 경기가 펼쳐져야 시즌이 시작되었구나라고 실감이 나지.
<리샤드! 뒤로 내주고! 슈우웃-!>
<고오올-! 그라나흐의 두 번째 골! 오늘 멀티 골!>
<카펠로, 다시 한번 길게! 요한이 이번엔 오른쪽에 가 있습니다!>
<또 들어가요! 요한도 오늘 멀티 골! 이야, 반대 전환이 오늘 예술인데요! 웨스트 햄!>
이후, 양 팀은 한 골씩을 더 주고 받았다.
그라나흐와 요한이 각각 멀티 골.
두 팀 모두 지난 시즌보다도 더욱 강해진 모습을 보여주며, 이번 시즌은 더욱더 치열한 싸움이 될 거라는 한 편의 예고편을 찍었다.
“삐익, 삐이익, 삐이이익-!”
그리고 그 상태에서 휘슬이 울렸다.
3대3, 그대로 경기 종료.
<자, 커뮤니티 실드는 동점으로 경기가 끝나더라도 연장전에 가지 않습니다. 대신, 그래도 트로피의 주인은 가려야 하므로 곧바로 승부차기로 이어지겠는데요.>
<90분이 금새 지나갔네요. 경기장의 열기는 뭐 챔스 결승 안부럽습니다.>
승부는 승부차기로 가려지게 된다.
각자 벤치 앞에 모여 킥 순서를 정하는 양 팀.
“기선 제압은 이 몸이 하도록 하지. 1번.”
“그럼 내가 두 번째로 찰게.”
“베일리, 네가 3번으로 차라. 이럴 때 경험해 봐야지.”
“4번은? 네이슨, 네가 차라.”
웨스트 햄은 꽤 빠르게 순서를 정했다.
카펠로가 1번.
고든이 2번, 베일리가 3번에 네이슨이 4번.
마지막 키커는 굳이 정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다들 요한에게 맡겨두고 있었으니까.
마지막 키커로 요한만큼 믿음직스러운 녀석은 없다.
<자, 동전 던지기로 어느 쪽 골대를 정하게 되겠는데요. 오, 맨시티가 선택권을 가져가는 군요. 당연히 본인들의 팬들이 있는 곳을 선택하겠죠.>
<선축도 맨시티가 먼저 하겠습니다.>
조금이나마 유리하게 시작하는 건 맨시티였다.
동전 던지기를 통해 맨시티 팬들이 진을 치고 있는 쪽의 골대를 골랐고, 선축도 가져갔다.
그리 큰 차이는 아니지만, 승부차기는 그래도 선축이 마음 편하다.
실축만 하지 않으면 말이다.
<첫 키커가 매우 중요한데요. 네! 맨시티의 1번 키커, 프라이스가 가볍게 성공시킵니다.>
<웨스트 햄의 1번 키커는 다니엘레 카펠로, 성공! 웨스트 햄도 상쾌한 출발!>
<리샤드, 방향을 완전히 속였습니다!>
<주장답게 침착한 킥으로 따라가는 고든!>
1,2번 키커들은 양 팀 모두 성공.
이후, 세 번째 키커들이 골대로 향하는데.
<성공! 세 번의 킥 모두 미스 없이 성공시키는 맨시티! 이렇게 되면 웨스트 햄은 좀 부담이 되는데요!>
<아, 여기서 조슈아 베일리가 나오나요?>
<아무래도 이런 상황에서의 경험을 쌓게 해주려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요한의 데뷔 시즌이 생각나네요. 저번 시즌 말고, 저저번 시즌 말이죠.>
<리버풀과의 경기였나요? 경기 막판 페널티 킥을 요한이 성공시키면서 화려한 등장을 알렸었죠.>
<베일리도 꼭 성공시키고 싶을 겁니다.>
페널티 마크에 공을 놓고, 뒤로 걸어 나오며 숨을 크게 내쉬는 베일리.
베일리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베일리가 요한 때문에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건, 처음 녀석과 1대1 대결을 했을 때.
그 다음이 리버풀 전이었다.
지지난 시즌.
데뷔한 지 1달도 안된 시점이었을 거다.
그 경기에서 요한은 후반 막판, 중요한 페널티 킥을 성공시키며 팬들에게 눈도장을 쾅 찍었었다.
자신도 그러고 싶다.
녀석 못지 않은 괴물 유망주의 등장.
웨스트 햄의 미래가 여기에도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베일리, 달려갑니다!>
<네! 성공! 깔끔하게 차 넣었습니다! 역시 웨스트 햄 아카데미는 뭐가 있긴 한가 봅니다!>
킥을 성공시킨 뒤, 한숨을 크게 내쉬고 주먹을 불끈 쥐는 베일리.
녀석이 보고 있는데 실패할 순 없지.
베일리는 그제야 마음이 편해져 씨익 웃었다.
<밀리토, 성공!>
<네이슨, 침착하게 성공합니다! 전혀 표정의 변화가 없네요!>
이어 4번째 키커들까지 모두 성공을 시키고.
이제 남은 건 5번째 키커들.
맨시티의 5번 키커는 요한 대신 영입된 스트라이커, 스테판 그라나흐.
<공교롭게도, 양 팀의 스트라이커들이 다섯 번째 키커를 담당하네요. 먼저, 그라나흐가 시도하게 되겠습니다.>
<오늘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90분 동안 충분히 제 몫을 다했던 그라나흐.>
공교롭게도 스트라이커끼리 5번 키커를 맡게 된 이 순간.
그라나흐는 생각했다.
‘이건 기회야.’
베일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그라나흐.
그가 의식 중인 상대 역시 요한으로 똑같다.
어찌 보면, 그라나흐도 불쌍한 처지다.
그의 영입 소식을 기뻐해주는 맨시티 팬들은 소수였기 때문.
그들이 원하는 건, 오직 요한뿐이었다.
자신은 그저 꿩 대신 닭.
하지만, 그라나흐가 그런 취급을 당할 정도의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니 그라나흐는 그런 팬들의 생각을 바꿔놓고 싶었다.
<근데 그런 승부차기엔 그런 징크스가 있죠? 정규 시간에 뛰어난 활약을 보인 플레이어가 실축한다는 징크스.>
<아아! 말이 씨가 됐습니다! 하늘 높이 뜨고 마는 그라나흐의 슈팅!>
하지만 얄궂게도, 그 생각은 독이 되고 말았다.
높게 뜨고 마는 그라나흐의 슈팅.
그라나흐는 고개를 숙이며 제자리로 돌아갔고, 그 옆을 요한이 스쳐 지나갔다.
<자, 요한도 징크스의 요건은 갖췄는데요. 과연, 그 징크스를 피해갈 수 있을지!>
<넣으면 끝입니다!>
그라나흐에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마지막 키커로 나선 요한은, 왜 맨시티 팬들이 그토록 요한을 원했는지 그 이유를 보여주었다.
<완벽하게 마무리 합니다! 웨스트 햄! 전 시즌 리그 우승 팀 맨시티를 꺾고 커뮤니티 실드를 차지합니다!>
<올 시즌, 시작이 좋은데요! 웨스트 햄!>
요한은 왼쪽 구석을 향한 킥으로, 경기를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
올 시즌, 시작이 좋았다.
ㆍㆍㆍ
맨시티를 꺾고 커뮤니티 실드를 우승하며, 기분 좋게 개막 준비를 마친 웨스트 햄.
개막전을 앞둔 웨스트 햄 훈련장의 분위기는 그 어느때보다 좋은 가운데.
“휴우. 오늘도 다들 고생했다.”
“주장도 고생했슈.”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잠시 담소를 나눴다.
그러다 나온 얘기.
역시나 챔피언스 리그에 관한 이야기였다.
“우리가 챔스에 나간다니.”
“상상이나 한 일이냐.”
“난 아직도 실감이 안가. 우리가 그 티비에서나 듣던 챔스 송을 경기장에서 듣는다고?”
“생각만 해도 떨린다.”
챔피언스 리그.
선수들에겐 이름만 들어도 설레이는 무대다.
유럽에서 뛰는 축구 선수들에겐 꿈의 무대.
어쩌면, 이들에겐 월드컵 만큼이나 큰 무대다.
사실, 웨스트 햄에서 뛰면서 챔피언스 리그라는 건 그림의 떡이었다.
다른 축구 팬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냥 티비에서나 보는 것.
리그에 빅6 팀들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이상, 챔스라는 건 목표로 하는 것조차 어려운 것이었다.
그나마 목표로라도 생각할 수 있는 게 유로파 리그였지.
하지만, 이제 그 꿈에도 꾸지 못했던 챔스에 나간다.
설레고, 떨릴 수밖에 없는 일.
선수들은 코앞으로 다가온 개막전보다도, 9월에 있을 챔스 조별예선이 더 기다려지는 듯 했다.
“케인. 얘기좀 해줘 봐요. 아저씨는 챔스 뛰어봤잖아.”
“야, 맞아. 심지어 결승까지 뛰어 봤잖아. 비록 준우승 했지만.”
“야, 야. 준우승 얘긴 굳이 왜 붙여.”
“어, 미안. 아무튼, 어때? 확실히 달라?”
동료들의 물음에 케인이 턱을 쓰다듬었다.
“확실히 다르지.”
“구체적으로 어떤 게 다른데?”
“글쎄.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챔스만의 공기가 있달까. 여기선 벨라미만 내 말에 공감할 수 있겠네.”
“뭐야. 이 중에 챔스 뛰어 본 게 케인이랑 나밖에 없어?”
동료들을 둘러 보더니 피식 웃는 벨라미.
그 웃음에 다들 발끈.
“거 몇 번 뛰어 봤다고 유세는.”
“그래 봤자 챔스 우승 못 해본 건 똑같은데 뭘.”
“그래도 뛰어 본 거랑 안 뛰어 본 거랑은 천지 차이지, 이 사람들아. 너네, 캄프 누에서 뛰어봤어? 베르나베우에서 뛰어봤냐고.”
“···그건 좀 부럽네.”
벨라미의 이야기에 다들 오오, 하며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확실히 축구 선수들은 순수한 면이 있다.
“그럼, 만약 챔스 우승을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뭐, 유로 우승할 때랑 비슷한 기분 아니겠어? 아, 미안. 이렇게 말하면 다들 모르겠구나. 여기서 그 기분을 느껴본 건 나랑 요한이 둘 뿐이니까. 하하!”
벨라미는 요한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웃었다.
“야, 요한아.”
“경.”
“아, 요한 경. 경이 설명 좀 해줘 봐. 유로 우승했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기뻤죠.”
“그럼, 챔스 우승도 마찬가지겠지?”
“음··· 글쎄요.”
“별로라고?”
어깨를 으쓱이는 요한.
그러고 보니, 다들 챔스 얘기에 눈을 빛내고 있을 때, 요한 만큼은 전혀 관심이 없다는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게, 발롱도르도 관심 없는 요한이다.
리그 우승은 은퇴가 달려 있으니 하고 싶은거지, 챔스는 뭐 없잖아.
우승해도 얻을만한 게.
“야, 네가 그러면 안되지. 너 덕분에 진출한 챔스인데.”
“그래. 끝까지 책임지라구.”
“몰라요. 전 리그 경기만 집중할 거예요.”
세면 도구를 챙겨 샤워실로 향하는 요한.
그런 요한을 보며 동료들은 머리를 긁적였다.
“야. 이거, 큰일인데?”
“생각도 못한 문제네, 이거. 생각해보면, 저 녀석이 챔스를 열심히 뛸 이유가 없잖아.”
“아니, 그런 게 어딨어. 무조건 열심히 뛰는 거지. 꿈의 무대인데···”
“우리한테나 그렇지. 쟨 내일이라도 관둘 수 있으면 관둘 애야.”
“잠깐 잊고 있었네.”
이거, 어쩌지?
요한이가 마음만 먹는다면, 챔스 결승도 꿈이 아닐 수 있지만.
녀석이 진심을 다하지 않으면, 조별 탈락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거다.
“쟤가 저러면 안되는데.”
“뭔가 방법이 없을까?”
웨스트 햄 선수들은 생각지도 못한 고민에 빠져 버렸다.
요한이가 저러면, 이거 나가리인데?
ㆍㆍㆍ
“동기 부여?”
“예. 리그는 말 안해도 알아서 열심히 뛸 건데, 챔스는 녀석 입장에서 딱히 열심히 할 이유가 없단 말이죠.”
“대체 프로 선수라는 녀석이 승리 이외에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하단 말이냐.”
“요한이는 요한이잖아요. 지금만 해도 기적인데···.”
“에힝.”
공항에서 집으로 향하는 차 안.
반석호의 이야기에, 방금 막 런던에 도착한 요한의 할아버지 반길융이 혀를 찬다.
지난 시즌,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낸 요한의 얼굴을 보기 위해 런던을 찾은 반길융.
그런 반길융에게, 반석호는 고민 거리가 하나 있다고 말한 참이었다.
챔피언스 리그 말이다.
웨스트 햄의 리그 우승도 물론 보고 싶지만, 반석호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요한이 활약하는 모습을 더 보고 싶기도 했다.
당연한 일이다.
챔피언스 리그가 어떤 곳인가.
유럽 축구 최고의 무대다.
요한이가 모든 트로피를 들어 올려, 완벽한 커리어를 만드는 걸 보는 게 반석호의 욕심.
그러나, 요한이 입장에서 챔스를 열심히 뛸 이유는 사실 없다.
요한이는 발롱도르도 관심 없어 하는 녀석.
그런 녀석이 챔스 트로피에 관심 있을 리 없다.
리그 우승은 무엇보다 바라는 은퇴가 걸려 있었고, 유로엔 기사 작위가 걸려 있었다.
FA컵은 결승전만 뛰었고, 그 상대가 맨시티였으니 그걸로 충분했고.
챔스만이, 그 어려운 길을 헤쳐나갈 목적이 딱히 없는 것이다.
녀석이 마음을 먹기만 한다면, 웨스트 햄이 챔스 우승을 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라 생각하는 반석호였다.
그래서 반석호는 반길융에게 부탁했다.
지난 여름에도 할아버지 덕분에 무언가 깨달은 바가 있었던 요한이니까.
할아버지의 말이라면 녀석도 잘 듣는다.
반석호도 아직까지 그럴 정도니까, 뭐.
“리그 우승을 하면, 은퇴를 한다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 없어 보이더냐?”
“예.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하기도 뭐할 정도로요.”
“그럼, 이번 시즌에 우승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냐.”
“음··· 글쎄요. 지난 시즌에 비춰보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반길융.
요한이에게 해줄 말이 떠오른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