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17)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17화(117/202)
< 116화 – 챔피언스 리그 >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제레미 집사는 요한의 방문을 노크한 뒤, 잠시 기다렸다 문을 열었다.
역시나 쿨쿨 자고 있는 요한.
제레미는 그런 요한을 보고 씨익 웃은 뒤, 조용히 청소를 시작했다.
‘정말, 하루 종일 잠만 잘 줄은 몰랐지.’
웨스트 햄 팬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제레미 역시 요한에 관해 궁금한 점이 많았다.
워낙에 두문불출이라.
최고의 스타지만 경기장 밖에서의 모습은 팬들에게도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나마 SNS 계정에 일상 사진들이 올라오긴 하는데, 그걸론 턱없이 부족했고.
덕분에 팬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건, 도대체 하루 종일 집에서 뭘 하는지였다.
대체 집에 뭐가 있길래, 며칠을 외출 한 번 하지 않고 틀어박혀 있을 수 있는 건지.
팬들 사이에선 그런 소문도 있었다.
요한의 자택엔 지하 3층까지 있고, 지하 1층엔 영화관이, 지하 2층엔 피트니스 시설이, 지하 3층엔 게임장이 있을 거라고.
모든 걸 다 갖춰놓고 사는 게 아닌 이상, 어떻게 집에만 있을 수 있는 거냐며 말이다.
‘다 이유가 있는 거라니까.’
그러나 정작 이렇게 직접 확인해보니, 요한은 생각보다도 더 신기한 소년이었다.
진짜 잠만 잔다.
하루 종일.
저러다 욕창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가끔 들어와서 뒤집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다만, 그게 축구 선수로서는 알맞은 성격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훈련마저 귀찮아하는 걸 알맞다고 하긴 힘들다만.
훈련만큼 중요한 게 휴식이니까.
괜히 나돌아 다니고 노는 걸 좋아하는 것보단, 쉴 땐 진짜 쉬는 게 좋은 거지.
뭐 애초에 돌도 씹어먹는 나이이기도 하고, 집안에 흐르는 피가 예체능의 피고.
먹는 것도 놀랄 만큼 잘 먹고, 잘 쉬기까지 하니.
어떻게 그런 축구 병기가 탄생한건지 제레미 집사는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이런, 깨셨습니까?”
“···아.”
“악몽이라도 꾸신 건지요?”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는 요한.
요한의 표정이 사뭇 심각하다.
제레미가 고개를 갸웃이자, 요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집사님.”
“예?”
“저 대신 화장실 좀 가주시면 안될까요?”
“···화장실이요?”
“오줌 마려운데, 가기가 귀찮아요.”
“···.”
이마를 짚는 제레미 집사.
진짜 축구 재능이 없었으면 어떻게 살아갔을까 궁금하네.
“겸사 겸사, 슬슬 일어나시지요. 오늘, 할아버님이 오신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아··· 맞다.”
제레미의 말에 요한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대로, 오늘 할아버지가 오시기로 했다.
뭐, 지난 시즌을 성실하게 잘 보냈다고, 축하해주러 오시겠다고 하긴 했는데.
그래도 할아버지라고 하면 아직도 무서운 게 먼저인 요한이라.
“휴우···”
일단, 화장실부터 가야겠다.
오줌보 터지겠네.
*
“한국도 난리 났다. 협회는 뭐 욕을 한 바가지로 얻어먹고 있지. 어떻게 요한이 같은 녀석을 놓칠 수 있느냐고.”
“하하···”
“있을 때 잘했어야지. 이제 와서 배 아파하는 꼴이 우습더구나. 더 우스운 건, 그래도 한국인의 피가 유럽을 호령하니, 지들이 키운 것 마냥 자랑스러워 한다는 거야. 한국인의 피가 흘러서 잘하는 게 아니라, 반씨 집안의 피가 흘러서 잘하는 건데 말이야. 하하!”
호탕하게 웃는 할아버지를 보며 요한도 멋쩍게 웃었다.
할아버지와 가족들이 함께 식사를 하러 나왔다.
간만에 뵙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언제 봐도 좀 무섭다.
그래도, 오늘은 칭찬을 많이 받았다.
할아버지께 이렇게 칭찬을 들은 건 거의 처음.
자랑스러운 손자라는 말에 요한도 뿌듯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팀 생활은 어떻냐? 동료들이 잘해주든?”
“어, 네. 다 잘해줘요.”
“누가 제일 잘해주는데?”
“음··· 다 잘해주는데, 주장이 가장 잘 챙겨주긴 하죠.”
“고든인가, 그놈 말이지? 그래도 그놈이 주장 노릇은 잘 하고 있나 보지?”
“네, 뭐···”
요한을 보며 반길융은 씨익 웃더니 말했다.
“우리 반요한이. 이번 시즌의 목표는 무엇이더냐?”
“이번 시즌 목표요. 그, 제 목표는 리그 우승인데요.”
리그 우승이라는 목표를 말하곤 살짝 눈치를 보는 요한.
아빠는 몰라도, 할아버지를 이해 시킬 자신은 없는 요한이다.
우승하고 은퇴하겠다는 자신의 목표를 말이다.
뛴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은퇴를 논하느냐고 호통이 떨어질 것만 같다.
다만 그걸 모르시는 건지, 할아버지는 씨익 웃으실 뿐이었다.
“리그 우승. 멋진 목표로구나. 그럼, 팀의 목표는 무엇이라고 하더냐?”
“팀의 목표요? 어··· 리그 우승 아닐까요.”
“그거랑, 또?”
또 뭐가 있냐는 물음에 잠시 생각하는 요한.
또 뭐가 있지?
요한이 딱히 대답거리를 찾지 못하자, 반길융은 허허 웃었다.
“팀이 어떻게 굴러가든 관심 없다 이거여? 너만 중요허고?”
“아, 아니요···.”
“팀 위에 선수가 있을 수는 없는 법.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내 목표보다, 팀 목표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이 말이지.”
“넵.”
“그, 감독님이나 동료 애들이 그런 말 안하더냐. 챔피언스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보자고.”
“아, 챔피언스 리그요···.”
고개를 끄덕이는 요한.
동료들이 계속해서 이야기하던 챔피언스 리그.
물론 감독님이나 코치님들도, 챔피언스 리그 준비에 만반을 기하고 있었다.
대체 그 챔피언스 리그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길래 그러는진 모르겠다만.
그렇게 열심히 준비하는 거 보면, 중요한 대회이긴 하겠지.
“그럼, 이제 네가 보답할 차례구나.”
“···보답이요?”
반길융은 고개를 끄덕였다.
“반요한이.”
“네?”
“이 할애비 말이 맞았지? 축구가 하기 싫어도, 축구를 하니까 다른 귀찮은 것들을 할 필요가 없잖아.”
“아, 네.”
“근데 사실 말이지. 이 귀찮은 일이라는 건 그냥 없어지는 게 아니거든.”
반길융의 말에 고개를 갸웃이는 요한.
“생각해 보거라. 네가 귀찮은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게 없어지는 게 아니다. 누군가가 그 귀찮은 일을 너 대신 할 뿐이지.”
“···.”
할아버지의 말에, 요한은 식사 중인 엄마 아빠를 슬쩍 쳐다보았다.
또한, 제레미 집사를 떠올렸다.
자신이 방 청소와 빨래를 하지 않아도 되는 건 이들이 그 일을 대신 해주기 때문이다.
요한도 알고 있었다.
때문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 일들이 얼마나 귀찮은 건지 요한이 제일 잘 아니, 당연히 누구보다도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 말이여. 이게 경기장 안에서도 똑같은 거 걸랑? 너가 편하게 골만 넣을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 다 동료들이 너 대신 한 발을 더 뛰기 때문인 것이다.”
“···”
“생각해봐라. 다른 애들까지 다 너처럼 뛰면은, 경기에 이길 수 있나.”
동료들이 자기처럼?
경기 진행 자체가 안되지 않을까.
“네가 제일 잘 알 것 아니냐. 그렇게 죽을 힘을 다해 뛰댕기는 게 얼마나 귀찮고 힘든 일인지. 근데, 다 널 위해서 뛰어 주잖냐. 네가 편하게 골만 넣을 수 있도록.”
“···넵.”
“다들 네 뒤치다꺼리를 해주고 있는 거지. 걔들이라고 왜 자기가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겠어? 널 위해서 하고 싶지 않아도 하는 게야. 그러니, 고마운 마음은 가져야 하지 않겠느냐?”
“네···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그럼, 표현을 해야지. 보답을 해주라, 이 말이다. 한 번쯤은, 걔들이 원하는 걸 네가 해주라고.”
동료들이 원하는 것.
챔피언스 리그를 말씀하시는 건가.
그 대회를 우승하라는 말씀이시겠지?
그게 동료들이 원하는 거니까.
뭐, 마음만 먹으면 어렵진 않을 것 같은데···
“너희 아빠한테 들었다. 리그 우승하면, 은퇴하기로 했담서.”
“···!”
“요 놈, 왜 놀라? 그거 갖다가 이 할애비가 야단칠 것 같아서 그러느냐?”
할아버지는 너털 웃음을 터뜨렸다.
“네 인생, 네 마음대로 하는 거지. 이 할애비가 간섭할 자격이 있겠느냐. 지난 시즌 동안 우리 손주가 하는 걸 보니, 이번엔 진짜로 우승할 수 있겠더구나. 근데, 그럼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라는 것 아니겠느냐. 동료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기회가 말이다.”
예상과 달리 웃으며 말씀하시는 할아버지를 보고, 마음이 놓여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는 요한.
“그럼, 해줘. 우리 손주는 충분히 능력이 있잖아. 재능 기부 좀 해라, 이 말이지.”
“명심할게요.”
“하이고. 우리 막내 손주가 언제부터 이리 기특해 졌을꼬.”
“···헤헤.”
할아버지는 요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요한은 웃었다.
걱정이 있었다면, 딱 하나 있는 게 그거였다.
은퇴를 하면, 할아버지한테 야단을 맞지 않을까한 거.
할아버지라면 은퇴를 반대하고,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야 하는 거라고 하실 줄 알았다.
근데, 이렇게 허락을 받아 냈으니.
요한의 마음은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말씀도 뭐든 잘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료들을 위해 보답해줘라.
알겠습니다, 할아버지.
얼마든지요.
챔피언스 리그? 그까이꺼, 우승해 볼게요.
ㆍㆍㆍ
웨스트 햄의 8월 일정은 상당히 순탄한 편이었다.
8월엔 개막전을 포함해 두 번의 리그 경기가 있는데, 그 두 경기가 이번 시즌 승격 팀을 상대로 하는 일정.
물론 승격 팀이라고 해서 만만하게 봐서는 안되겠다만, 그래도 비교적 수월한 것은 사실이니. 어느 정도 힘을 아낄 수 있게 된 웨스트 햄이다.
이번 시즌은 어느 때보다도 길게 봐야 하는 시즌이다.
팀의 핵심 선수들이 유로를 치르느라 체력적 부담이 있는데, 거기에 챔피언스 리그까지 참가하게 되었다.
여느 때보다도 똑똑하고 치밀하게 운영을 하지 않으면, 초짜 티 내면서 무너지는 수가 있으니.
그래선 안되겠지.
힘을 아낄 수 있을 땐 아껴야 하고, 그 아낀 힘을 진짜 써야 할 때 방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028/29시즌 개막전, 허더즈필드 타운 AFC와의 경기에서 나온 웨스트 햄의 선발 라인업은, 그러한 의지를 잘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주전 선수들 중, 개막전 ‘휴식’을 부여 받은 건 총 네 명.
셰이 벨라미, 다니엘레 카펠로, 마틴 페트로비치, 그리고 요한이 그 넷이다.
말 그대로 핵심 중의 핵심들이 빠진 경기.
그들이 빠진 웨스트 햄은, 상대가 승격 팀이라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래서 준비를 철저하게 했던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들이었다.
선수들 입장에선, 그들이 없어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했고, 팀 입장에선 그들이 없어도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아야만 이번 시즌을 슬기롭게 운영할 수 있었다.
다행히, 개막전에 나선 선수들은 제 역할을 모두 다 해주었다.
경기 결과는 2대0.
웨스트 햄은 여러모로 기분 좋은 개막전 승리를 가져갔다.
그리고 그 승리의 여파는 리그 2라운드로 이어졌다.
2라운드 상대는 허더즈필드와 마찬가지로 승격 팀인 셰필드 유나이티드.
핵심들이 휴식을 취해도 이길 수 있다는 걸 개막전을 통해 확인했으니, 2라운드에도 웨스트 햄은 힘을 비축했다.
이번엔 페트로비치가 경기에 나섰지만, 유로 4강과 결승까지 뛰었던 나머지 셋은 역시 휴식했다.
그리고, 웨스트 햄은 역시 2라운드에도 승리를 가져갔다.
하지만, 개막전과 달리 쉬운 승리는 아니었다.
스코어는 2대1.
한 점 차의 승부였고, 경기 내용도 뭔가 답답했던 터라 비기거나 졌어도 이상하지 않았던 경기였다.
때문에, 3라운드부터는 마냥 힘을 아낄 수만은 없어 보였다.
뭐, 그렇지만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긴 했다.
리그 3라운드 상대가 만만치 않은 팀, 레스터 시티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9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챔피언스 리그 조별예선을 준비해야 했다.
지금까지 휴식하던 선수들도, 휴식만 하기보단 경기를 뛰면서 감각을 끌어 올릴 시간이 필요했다.
“이왕이면, 그래도 편한 조가 걸렸으면 좋겠는데요.”
“어딜 들어가도 편한 조는 없을 거다.”
“그래도요. 레알, 유벤투스랑 같은 조 되는 것보다는, 스포르팅, 릴이랑 같은 조 되는 게 낫지 않습니까.”
“으음.”
챔피언스 리그.
이제 모든 이들의 관심은 챔피언스 리그 조추첨으로 모아졌다.
웨스트 햄이 속한 포트는 3포트.
즉, 토너먼트 진출을 위해선 1, 2포트 팀들 중 적어도 한 팀은 넘어서야 하는 입장이다.
때문에, 2포트 팀들 중 그나마 할만한 팀과 같은 조에 편성되는 게 절실한 입장.
2포트에 속한 팀들은 다음과 같았다.
-유벤투스 FC (세리에 A)
-아스날 FC (프리미어 리그)
-비야레알 CF (라리가)
-릴 OSC (리그앙)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분데스리가)
-FC 바르셀로나 (라리가)
-리버풀 FC (프리미어 리그)
-SL 벤피카 (프리메이라 리가)
이 중 같은 소속 리그와 같은 조가 될 순 없으므로, 아스날과 리버풀은 제외.
나머지 중 그나마 수월해 보이는 상대가 있다면, 역시 릴 OSC나 벤피카 정도일 것이다.
만나기 싫은 팀은 1포트 팀들과 전력 차가 없는 유벤투스, 도르트문트, 바르셀로나 정도일 것이고.
그들과 같은 조에 걸린다면, 웨스트 햄 입장에선 죽음의 조다.
“제발···”
때문에 제이미 코치가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가운데.
2028/29시즌 챔피언스 리그 조별리그 조 추첨이 진행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