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19)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19화(119/202)
< 118화 – 최대 아웃풋 >
빰빰빰빰-
유럽 축구 팬들에겐 너무나 익숙한 전주가 흘러나오고,
~Ce sont les meilleures équipes~
~Es sind die allerbesten Mannschaften~
~Les grandes équipes~
~The champions!~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 제창이 시작된다.
런던 스타디움에 챔피언스 리그의 테마곡이 연주되는 순간.
경기장을 가득 메운 웨스트 햄의 홈팬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유럽 최고 팀들의 경기를 지켜볼 준비를 마쳤다.
“이걸 현장에서 들어보네···”
“꿈만 같구나. 정말 벅차오르네.”
경기장을 찾은 로한과 반석호의 표정 역시나 감격 그 자체.
이 노래를, 이곳에서 듣게 되리라곤 2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었다.
챔피언스 리그란 그저 남의 집 잔치일 뿐이었으니.
그런데 이젠 집에서 그 잔치가 열리고 있으니, 감개무량할 수밖에.
“상대가 문제긴 한데···”
“덕분에 챔스 분위기가 실감이 나긴 하는데, 어려운 경기가 되긴 할 것 같아요.”
챔스 경기를 직관할 수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그건 상대가 바르셀로나라는 거다.
좀 더 높은 곳에서 만나도 괜찮았을 것 같은 팀이 조별예선 첫 번째 상대라니.
“쟤들, 최근 분위기는 어떻냐?”
반석호가 묻자, 로한이 한숨을 내쉰다.
라 리가 경기들까지 분석할 시간은 없는 로한이다만, 조 편성이 확정된 이후 바르셀로나의 경기는 대부분 찾아본 로한이다.
그렇게 분석을 마친 로한의 감상은, 확실히 지금의 바르샤는 강하다는 것이었다.
“라 마시아의 화수분이 다시 한번 폭발했어요. 옛날 그 바르셀로나 특유의 티키타카가 완벽히 부활했죠. 웬만한 압박으로는 절대 주도권을 빼앗을 수가 없어요. 오히려 압박하는 팀들은 바르셀로나한테 잡아 먹혔죠.”
“내려앉는 게 맘 편하겠군.”
지금의 바르셀로나는, 점유율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경기를 운영하는 팀이다.
과거 티키타카라는 별칭으로 유명했던, 유럽 축구의 헤게모니를 바꿔 놓았던 그 축구.
부활시킨 신(新) 티키타카로 다시 한번 유럽 정상 탈환을 노리고 있는 바르셀로나.
“그걸 가능케 하는 게 결국 중원 3인방이죠. 셋이 이루는 중원은 정말 상대를 숨 막히게 하니까요.”
“우린 결정력으로 승부해야겠네.”
“맞아요. 결국 카운터 어택을 노려야겠죠. 맨시티를 상대할 때처럼. 물론 상대의 공격도 만만치 않지만요.”
만만치 않은 상대인 것은 분명하다.
스쿼드를 채운 선수들의 전체적인 면면도 무게감 차이가 꽤 있고.
맨시티와 스타일이 비슷하다곤 하나, 명백하게 다른 점도 많아서, 처음 만나보는 상대의 전술에 고전할 가능성도 크고.
무엇보다 첫 챔피언스 리그에 나서는 선수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승부만 기록한다고 하더라도 만족할 수 있을만한 오늘 경기.
다만,
“그래도 절대 못 이길 팀은 아니에요. 요한이가 있으니까.”
“우리 아카데미도, 라 마시아한테 밀리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구나.”
웨스트 햄엔 요한이 있다.
그걸 믿고 경기에 임한다면, 못 이길 것도 없다.
“가보자!”
“보여줘! 우리의 축구를!”
기대 반, 긴장 반.
관중들의 커다란 응원 소리와 함께,
“삐이이익-!”
웨스트 햄의 챔피언스 리그 첫 경기가 시작되었다.
*
“다들 한 가지만 명심하자고. 다를 건 하나도 없어. 오늘도 흔한 홈 경기 중 하나일 뿐이야. 관중석을 한번 둘러봐. 매주 보던 그 풍경이잖아. 긴장들 하지 말고, 평소처럼 해보자고.”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 제이미 코치가 선수들에게 해준 말.
오늘 경기를 준비하던 웨스트 햄 선수들은 긴장한 티가 역력한 모습들이었다.
오늘 선발로 나서는 선수들 중, 챔스를 뛰어본 선수는 셰이 벨라미뿐.
나머지 모두는 경험이 없었다.
물론 챔피언스 리그라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경기의 룰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경기 시간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상대가 매주 상대하던 팀이 아닌, 라 리가의 팀일 뿐.
더군다나 다행히도, 첫 경기가 홈에서 펼쳐지는 경기니.
아무리 경험이 없어도 긴장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래도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챔스 테마곡을 듣는 순간 이야기가 또 달라지더라.
<아, 지금은 서로의 호흡이 안 맞았습니다. 바르셀로나의 스로인으로 이어지겠습니다.>
<자, 웨스트 햄. 일단은 실수를 줄여야겠습니다. 전반 초반, 벌써 패스 미스가 몇 차례 나오고 있는데요.>
<볼 소유권을 쉽게 바르셀로나에게 줘선 안되겠죠. 한번 주면, 다시 되찾아 오는데 긴 시간이 걸릴 겁니다.>
전반 초반.
자질구레한 실수들을 연발하는 웨스트 햄 선수들.
쉬운 상황에서도 패스 미스가 나오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다들 긴장하고 있는 게 보이는데.
반면,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여유가 있는 모습들이었다.
그들의 경험은 웨스트 햄 선수들에 비해 풍부했다.
<가비, 페드리에게. 페드리, 다시 가비에게.>
<끊임없이 공을 주고받는 바르셀로나. 벌써부터 패스 회수가 초 단위로 쌓여가고 있습니다. 점유율을 계속해서 끌어올리려 하겠죠.>
패스, 패스, 패스.
중원에서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차근차근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가기 시작하는 바르셀로나.
상대 팀 입장에선 답답하겠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움직임과 패스 플레이는 솔직히 감탄이 나올만한 모습이었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그저 본능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듯 했다.
물 흐르는 듯, 척척 맞아 떨어지는 서로의 호흡.
지금 필드 위에 있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못해도 5년 이상 서로 합을 맞춰 왔던 선수들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같은 철학 아래 축구를 해온 것으로 따지자면 10년도 넘을 거다.
대부분이 바르샤 유스, 라 마시아 출신이니까.
오죽하면, 바르샤 DNA가 따로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나의 철학으로 묶여 움직이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모습은, 꽤 멋진 모습이었다.
“아따, 거 시간 드럽게 끄네!”
“공격할 거면 하고, 안할 거면 그냥 공 내놔!”
“패스하러 왔냐! 여긴 너희 훈련장이 아니야!”
물론, 그건 웨스트 햄 팬들에겐 알 바 아니고.
그저 무의미하게 시간을 끄는 모습으로 보일 뿐.
그러나, 이들 역시도 한 가지 느끼고 있는 부분은 있었다.
공을 지켜내는 녀석들의 실력을 보아하니, 선제 실점을 내주게 되면 상당히 골치가 아파질 것 같다는 것이었다.
<오늘 웨스트 햄에게 허용될 공격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결국 수비가 중요할 겁니다. 실점을 내주게 된다면 상당히 답답해질 거예요. 그 실점을 만회할 기회조차 몇 번 없을 테니까요.>
<웨스트 햄도 그걸 알고 있다는 듯, 라인을 상당히 내려 수비에 치중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벨라미의 존재가 웨스트 햄에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챔스 경험이 있는 선수고, 바르셀로나를 상대해 본 경험도 있는 선수니까요.>
상대의 패스 플레이를 강한 압박으로 방해하기보단, 라인을 내리는 모습의 웨스트 햄.
위험 지역을 촘촘히 메우고 있는 웨스트 햄 수비의 모습에, 바르셀로나도 섣불리 전진 패스를 시도하지 못한다.
확실히 벨라미의 존재감이 드러나고 있었다.
벨라미는 계속해서 동료들의 위치를 지정해주며 라인을 컨트롤 했고, 덕분에 긴장한 티가 역력했던 선수들도 허둥대지 않고 제 모습을 조금씩 찾아가는 느낌.
아무튼,
그런 양 팀의 대치는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다.
<전반 20분이 지나는 시점. 아직 선제골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양 팀의 점유율은 26대 74.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요.>
<거의 매 경기 그 정도의 점유율을 가져가는 바르셀로나입니다. 중요한 건 슈팅 숫자겠죠. 아직까지 슈팅 3개에 그치고 있습니다.>
<웨스트 햄이 작정하고 틀어막으니, 바르셀로나도 꽤 답답해 보이는데요.>
생각보다 웨스트 햄의 수비가 단단하자, 오히려 조금씩 급해지기 시작하는 건 바르셀로나다.
실제 전력이 어떻든, 웨스트 햄은 어찌됐건 3포트 팀.
바르셀로나 입장에선 승점 3점을 챙겨야 하는 팀이었다.
그걸 떠나서, 자신들이 몇 수는 위의 축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이다.
경기 내용적으론 압도를 하고 있으니, 스코어도 내용을 따라와야 한다.
다만, 상대가 죽기 살기로 수비만 하는 ‘아름답지 못한’ 축구를 하며 버티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
그러니, 전반 20분이 지나는 무렵부터.
바르셀로나는 더욱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기 시작했는데.
웨스트 햄이 오늘 노리고 나온 건, 지금부터였다.
<페드리, 전방으로 찔러 줍니다. 공을 넘겨 받는 이아고 퀸테스. 드리블을 시도할 텐데요! 아, 벨라미의 터프한 수비!>
<반칙이 선언됩니다. 하지만, 괜찮은 협력 수비에요. 나름 위험 지역이긴 해도, 웨스트 햄은 조금 거칠게 수비해도 괜찮습니다. 카드를 받지 않는 선에서 말이죠.>
<피지컬적으론 웨스트 햄이 확실히 우위죠?>
<그게 포인트입니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기술적으로 누르긴 힘들텐데, 그렇다면 피지컬을 이용해야죠. 위협적으로 해야 합니다. 어차피 직접 프리킥이 아니라면, 프리킥을 내줘도 수비가 가능할 거구요.>
바르셀로나가 전진 패스의 비율을 늘리기 시작하자, 웨스트 햄은 거친 수비로 대응했다.
확실히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공을 예쁘게 찬다. 테크닉적인 면에선 따라가기 힘들 정도.
다만, 피지컬적인 면에서는 약점이 있는 바르셀로나다.
웨스트 햄은 그 점을 이용해 상대를 괴롭혀줄 생각이었다.
물론 오늘 경기의 주심은 프리미어 리그 주심이 아니라, 리그만큼 파울에 관대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파울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다.
높이에서 우위를 점하는 건 웨스트 햄.
세트 피스를 내준다 해도 막아낼 자신이 있었다.
웨스트 햄은 계속해서 거친 플레이를 통해 상대를 위축시키는 동시에, 그들의 흥분을 유도했다.
“이게 파울입니까?”
“푸싱 파울.”
“세게 밀지도 않았는데. 쟤네가 비실비실한 거라구요.”
파울을 범한 벨라미가, 괜히 다 들리도록 항의하더니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은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미간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바르셀로나의 몇몇 선수들은 벨라미에게 이미 좋지 않은 감정이 있다.
유로 때 당한 게 있거든.
벨라미 때문에 유로 결승 때도 머리 끝까지 열 받은 기억이 있었고, 그 때문에 오늘 본때를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기도 했다.
그 덕분일까.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생각보다 쉽게 흥분하기 시작했다.
<다시 파울! 점점 더 거칠게 나오는 웨스트 햄. 어어, 바르셀로나 선수들도 흥분하는 것 같은데요.>
<퀸테스가 벨라미에게 뭐라 뭐라 쏘아 붙입니다.>
이후 여러 차례 거친 플레이들이 이어졌고,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장면들이 나왔다.
“아, 진짜. 툭하면 자빠지니 경기 진행이 안되네.”
“축구로 안되니까 격투기를 하네.”
“스페인에선 여자들만 축구를 하나?”
“섬놈들이 무식하단 얘기는 들었지만. 생각보다 더 하네.”
트래시 토크를 계속해서 주고받는 양 팀 선수들.
결국 경기의 분위기는 점점 더 격렬해졌고, 그게 폭발한 건 전반 40분 경이었다.
“삐이익-!”
이번엔 바르셀로나의 파울이 나왔다.
그 파울에 쓰러진 건 벨라미.
벨라미는 크게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는데, 이에 주심의 경고가 나왔다.
솔직히, 벨라미를 잘 아는 PL의 주심이었다면 경고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파울.
하지만 벨라미에게 익숙하지 않은 주심이라면 경고가 나올 수밖에 없는 벨라미의 기가 막힌 액션이었다.
물론, 기가 막힌 건 바르셀로나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만 엄살떨고 일어나!”
“양심 없는 자식! 내로남불이냐!”
“지저분하게 하지 마! 넌 축구를 더럽히고 있어!”
흥분한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쓰러진 벨라미 주변으로 동시에 몰려들었다.
마치 다구리를 놓으려는 듯한 그 모습에, 웨스트 햄 선수들 역시 몰려들었고.
결국 양 팀의 신경전이 말싸움과 몸싸움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한 판 붙어볼까? 자신 있어?”
“오, 이제 본색들을 드러내는구나. 왜, 축구로는 못 이길 것 같냐?”
“너희가 이기고 있는 것 같아? 전광판 볼 줄 모르나 보지?”
“경기가 끝날 때도 이 스코어일 것 같아? 너흰 목숨 걸고 수비만 하고 있잖아?”
“너흰 목숨 걸고 공격하는데, 아직 한 골도 못 넣고 있지.”
“너희 팀 아카데미가 유명하다더니, 실망이네. 거기선 이런 것만 가르치나보지?”
“니네 아카데미에선 축구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패스만 가르치나 보네. 그건 축구가 아니야, 친구들.”
“축구가 아닌데 어떻게 발롱도르를 7번 받은 선수가 나왔을까? 너희 아카데미 출신 중엔 발롱도르는커녕, 근처에 가본 놈도 없잖아?”
조금은 유치하게 말싸움을 벌이는 선수들.
그런데, 그때였다.
“시간 그만들 끌고, 좀 제자리로 가시면 안될까요.”
흥분해서 서로를 향해 달려드는 선수들 사이에, 커다란 벽이 하나 생겼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요한이었다.
양 팀의 신경전이 오래 지속되면서 경기 재개가 지연되자 참을 수 없어 달려온 요한.
“니네가 받은 발롱도르도 아닌데, 그걸로 자랑을 해?”
“올해 발롱도르 받을 놈은 여기에 있는데? 너희가 그걸로 자랑할 처지냐?”
“···”
요한의 등장에,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발롱도르로 도발을 했는데, 이게 자충수가 된 느낌이었다.
라 마시아 선배가 여러 번 발롱도르를 탔으면 뭐 하나.
자기들이 받은 게 아닌데.
반면, 올해 발롱도르가 가장 유력한 녀석은 웨스트 햄 아카데미 출신이고.
<어렵사리 경기가 재개됩니다.>
<흥분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겠죠.>
결국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먼저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경기.
<추가 시간은 7분이나 주어집니다.>
경기가 꽤 오래 중단된 터라, 45분은 이미 지났고 추가 시간이 7분이나 주어졌다.
그런데,
그걸 보고 요한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퇴근 시간이 7분이나 늦어졌다고?’
헛짓거리 하느라 퇴근 시간을 늦춰?
다 죽었다.
이건 절대 못 참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