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2)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2화(12/202)
< 011화 – 원치 않은 콜업 >
“···그게 정말이냐?”
“그렇다던데요.”
“너, 넌 대체··· 아무리 내 아들이라지만···”
“억!”
덥썩 끌어안는 아빠의 박력에 숨이 턱 막히는 요한.
“아, 아파요.”
“이 자식! 이 자식!”
반석호는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요한의 등을 두들겼다.
믿기지 않는 소식이었다.
요한이, 당장 다음 주부터 1군 훈련에 합류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소식.
요한이라면 충분히 빠른 시일 내에 1군에 합류할 수 있지 않을까, 욕심을 내긴 했던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욕심이라고 생각했던 반석호였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 되다니.
그것도 이렇게 하루 아침만에!
“이게 꿈이냐, 생시냐. 응?”
나름 축구판에서 구를만큼 굴러본 반석호였다.
허나,
그런 반석호도 이런 케이스는 듣도 보도 못한 케이스였다.
요한은 불과 일주일 전까지 일반인이었다.
그냥, 동네에 흔히 보이는 일반인 고딩.
그런데, 그런 녀석이 일주일만에 아카데미를 거쳐 1군 콜업까지 된 것이었다.
3부, 4부 리그도 아니고.
챔피언십도 아니며 무려 프리미어 리그 구단의!
초고속도 이런 초고속이 있을까?
“대단하다, 반요한!”
“그럼 누텔···”
“안되겠다. 당장 오늘 저녁부터 특급 식단관리에 들어가자! 일년에 수천만원 받는 영양사들보다 확실하게 관리해주마! 넌 이제 귀한 몸이니까!”
“···”
정작 요한의 표정은 죽상이었지만,
반석호는 그런 걸 알아차릴 겨를이 없었다.
그동안 해왔던 마음 고생을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사실, 정말 아들들 앞에선 절대로 티를 내지 않았지만.
내심 마음 고생이 심했던 반석호였다.
영국 이민이라는 결정을 내렸을 때부터.
국가대표까지 지냈던 자신이 이민이라는 결정을 내리는 게 쉬운 일 일리가 없었다.
그러나 아들들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것들이라도 감내할 자신이 있었기에 했던 결정이었다.
그런데,
요한이 이렇게 빠르게, 그것도 엄청난 기회를 쟁취해내고 있으니 반석호로서는 그것이 옳은 결정이었다는 걸 확인받는 기분이었다.
만약,
한국에 있었다면 요한이 이렇게 빨리 웨스트 햄 1군에 불려갈 수 있었을까?
절대 그러지 못했겠지.
반석호는 스스로도 괜찮은 아빠라는 걸 조금이나마 확인한 것 같아 행복했다.
“가서도, 잘해보자. 요한아! 너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그걸 확인시켜준 요한이 반석호는 사랑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리고,
“···예.”
그 어느 때보다 기뻐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요한도 훈련에 가기 싫은 것과는 별개로.
어쩔 수 없는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ㆍㆍㆍ
“저, 안녕하십니까.”
“음. 자네가 요한 군이로군.”
“네. 처음 뵙겠습니다.”
2027년 5월 11일.
런던 웨스트 햄 1군 훈련장.
오늘은 요한이 1군 훈련장으로 첫 출근하는 날.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하는 요한을 뒷짐을 진채 지긋이 바라보는 슈미트 감독.
외모 자체는 흔히 볼 수 있는, 배불뚝이 영감님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느껴지는 강한 카리스마.
그 모습에 한국에 계신 할아버지가 떠오른 요한은 등골이 서늘했다.
“훈련 시간 통보를 제대로 못받은겐가?”
“10시까지라고 들었습니다.”
“지금이 몇 시지?”
“10시 20분입니다.”
“20분이나 늦은 이유는?”
“조금 늦게 일어났습니다.”
요한은 20분을 지각하고 말았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게 화근이었다.
9시까지 등교해야 하는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니, 좀 더 자도 되겠다 싶어서 잠깐 눈을 붙였다 떴더니 9시 50분.
씻지도 않고 부랴 부랴 훈련장으로 향했으나 20분을 늦고 말았다.
첫 훈련부터 이러니, 슈미트 감독의 표정이 좋지 못한 게 당연.
“워밍업부터 하게. 여기 빈 공간에서.”
“그냥 알아서 몸 풀면 되나요?”
“그럼, 워밍업부터 가르쳐줘야 하나?”
“아. 아닙니다.”
괜한 걸 물었다가 한 소리를 더 들었다.
여기는 아카데미가 아니었다.
심지어 아카데미에서도 어떻게 몸을 풀어야 하는지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하물며 1군, 프로 팀은 어떠할까.
시시콜콜한 것까지 하나 하나 챙겨주는 곳이 아니다.
모든 걸 스스로 해야 하는 곳.
요한은 천천히 몸을 풀기 시작했다.
“후웁. 후웁.”
천천히 뛰며 팔을 좌우로 흔들고, 무릎을 높게 들어 골반을 풀어준다.
그렇게 어느 정도 관절들을 깨워준 뒤 가볍게 스프린트를 하며 이번엔 근육을 깨운다.
희한한 일이었다.
누가 억지로 시킨다고 해도 하지 않는게 요한이었다.
가볍게 몸을 푸는 워밍업마저도 요한은 대충하기 일쑤.
하지만,
슈미트 감독을 포함해 코치진들까지 모두 요한에겐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요한을 움직이게 만들고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것이다.
슬슬 공부 좀 해볼까, 하고 책을 펴자마자 엄마가 들어와 “공부 좀 해라!”라고 잔소리를 하면.
하려던 공부도 갑자기 하기 싫어지는 느낌.
지금의 경우는 그 반대라고 할까.
누구도 강요하지 않으니, 오히려 해야 될 것만 같은 기분.
물론,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요한이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가 슈미트 감독에게서 오버랩되고 있다는 것이었지만.
“저, 몸 다 풀었습니다.”
“확실한가?”
“예.”
“그럼 어디 보자··· 옳지. 저쪽으로 들어가게.”
“저쪽이요?”
“그래. 끼어 들어가게.”
“알겠습니다.”
슈미트 감독이 가리킨 쪽엔 열 명 정도의 선수들이 둥글게 원을 그리고 서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한 명의 선수가 있다.
둥글게 선 선수들은, 서로 공을 주고 받고 있었고 가운데 한 명의 선수가 그 공을 빼앗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흔히 론도(rondo)라 불리우는 훈련.
“눈치 있는 녀석이라면, 가운데로 들어가겠죠?”
“그러겠지.”
선수들을 향해 걸어가는 요한을 보며 코치들이 얘기했다.
그러나,
잠시 후 코치들은 무릎을 휘청이며 이마를 짚었다.
“눈치라곤 밥 말아 먹은 녀석이군.”
“그러니까 첫날부터 지각이지.”
“미리 듣긴 했지만, 생각보다도 더 뻔뻔한 녀석이로고.”
요한이 당당하게도 원을 그린 선수들 곁에 섰다. 참으로 뻔뻔하다.
그 모습을 보며, 슈미트 감독은 하얀 수염 사이에 숨어 있는 입꼬리를 피식 올렸다.
‘캐릭터는 확실하구만.’
맥웰이 보낸 영상을 확인했던 그 날.
슈미트 감독은 곧바로 맥웰에게 다시 전화해 요한을 올려보내라 지시했었다.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재능이었다.
언뜻봐도 괴물같은 피지컬의 수비수들을 이겨내는 피지컬.
능숙한 볼 키핑과 기민한 드리블.
그리고 슈팅 감각까지도.
상당히 놀라운 기량이었고, 현재 웨스트 햄이 필요로하는 유형의 선수였기에.
일단 직접 한 번 보고 싶었던 것인데.
맥웰의 이야기에 따르면 장점만 있는 녀석은 아니라고 했다.
치명적인 단점 하나가 있다고 했다.
그것은,
바로 게으르다는 것.
심하게 게으르다는 것이었다.
훈련 태도, 불성실.
축구에 대한 열정, 없다시피 함.
제일 좋아하는 것, 눕는 것과 먹는 것.
그래도 애는 착해 선수단의 분위기를 흐리는 유형까진 아니지만, 확실히 잡아줄 필요는 있는 녀석이라는 게 맥웰의 설명이었다.
때문에, 슈미트 감독은 맥웰의 신신당부를 받은 상태였다.
워낙 게으른데다, 이미 한 번 축구를 그만뒀던 이력도 있는 녀석인데.
재능만큼은 확실해서 놓칠 순 없는 녀석이기에.
부디 사람 하나 만들어 달라는 부탁.
어려울 거 없는 부탁이었다.
그런거야, 슈미트 감독의 전문 분야였으니까.
지도자 경력만 수십 년을 자랑하는 독일 출신의 미하엘 슈미트 감독.
스스로를 꼰대라 칭할 정도로 슈미트 감독은 선수단을 빡빡하게 관리하는 타입이었다.
훈련 시간에 1분이라도 지각하면 벌금을 물리는 것은 물론이요, 선수들의 사생활까지도 관리하는 게 슈미트 감독.
심지어 경기 전날 잠자리에 대한 규칙까지 있을 정도였다.
웬만하면 아무 짓도 하지 말고 일찍 자되, 정 못 참겠으면 되도록 가만히 누워서 해라.
이게 실제 웨스트 햄 선수들이 지켜야 하는 규율에 들어가 있는 항목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선수 관리에 있어선 도사인 슈미트 감독이니.
어린 유스 선수 하나 기강 잡는거야 누워서 떡 먹기.
게으른 천재라 불리는 선수들을 노력형 천재로 만든 경험도 이미 많은 슈미트 감독이다.
그 노하우들로만 책 한권을 쓸 수 있을 정도.
하지만,
그 전에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있었다.
그건,
요한에게 그런 노력을 쏟을만큼의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여긴 학교가 아니었다.
하기 싫다는 녀석을 굳이 붙잡을 필요도, 의무도 없다.
붙잡을 이유가 없는 녀석에게 노력을 쏟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때문에,
슈미트 감독은 요한에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싶었고, 선수들 틈에 끼어 론도를 하고 있는 요한을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
그리고,
그렇게 10분 정도가 지난 뒤.
“제이미. 다들 불러 모으게나.”
“전원! 다들 이쪽으로 모이도록!”
론도가 마무리 되고 본격적인 다음 훈련으로 넘어가려는 시점.
슈미트 감독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 하나 만들어 봐야겠군.’
1군 선수들 사이에서 론도를 하는 동안 요한이 보여준 모습은,
충분히 노력을 쏟을만큼의 가치가 있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정작 요한은, 그저 술래가 하기 싫었을 뿐이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