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21)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21화(121/202)
< 120화 – 파리 원정 >
-[챔스 조별예선 1R] E조 웨스트 햄 3 : 0 바르셀로나··· 충격 완파
-요한 반, 바르셀로나 상대로 해트트릭 작렬··· 챔피언스 리그 화려한 데뷔 신고
-이제는 라 마시아보다 웨스트 햄 아카데미의 시대? 지난 입단 테스트 경쟁률 최고치
이번 시즌 첫 챔피언스 리그 주간엔 많은 빅 매치들이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와 유벤투스의 경기도 있었고, 맨시티와 도르트문트의 경기, 리버풀과 AC 밀란의 경기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건, 역시나 웨스트 햄이 바르셀로나를 3대0으로 완파한 경기였다.
└아무리 웨스트 햄 홈이라지만, 바르샤가 너무 무기력하게 지던데
└기세에서 완전히 밀리는 모습이었어. 바르샤는 사실 방구석 여포일지도
└나 꾸레인데, 정말 보기 힘든 경기였어. 웨스트 햄 팬들 장난 아니더라고···
└꾸레들은 미리 미리 홈 경기 티켓 예매해둬라. 원정팬들 최대한 줄여놔야 할 거라고
└역시 요한이네. 그러게 왜 시간을 끌어. 퇴근을 방해하는 건 모조리 부숴버리는 녀석이라고
└이렇게 되면 E조는 어떻게 되는 거지? 누가 올라갈지 어지러워 지는 걸
└파리, 웨스트 햄에 한 표. 날 역배충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게 정배라고 봐.
└글쎄. 파리 웨햄 전은 보고 이야기 해야지. 파리가 더 털릴 수도 있어
└그래도 그 경기는 파리 홈이잖아. 좀 다를 걸
프리미어 리그 팬들이야, 웨스트 햄의 전력이 생각 이상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다만 프리미어 리그의 모든 경기들을 챙겨보는 게 아닌, 타 리그의 팬들은 그 경기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웨스트 햄을 그저 요한 원맨 팀 정도로 생각했던 이들이었다.
그 외엔 카펠로나 벨라미 정도만 이름을 아는, 딱 그 정도.
그러나, 바르셀로나 전에서 보여준 웨스트 햄의 경기력은 전체적으로 탄탄했다.
물론 제일 눈에 띈 건 해트트릭을 기록한 요한이었지만, 나머지 선수들도 모두 제 몫을 해주는 모습이었다.
특히 사람들이 놀란 건, 슈미트 감독의 전술적인 역량이었다.
미하엘 슈미트 감독은 그래도 유럽 축구계에서 꽤 이름이 알려져 있는 감독이지만, 그렇다고 1티어 급으로 분류되는, 그러니까 ‘명장’의 칭호를 달만한 급의 감독은 분명히 아니었다.
지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말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리그 2위와 FA컵 우승이라는 성과를 일궈내고.
올 시즌엔 바르셀로나까지 잡아버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그 경기에서 보여준 전술은, 바르셀로나를 완전히 잡아 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사람들은 그런 슈미트 감독에게 주목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그 성적들과 바르셀로나 전 승리 모두 요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다만, 슈미트 감독이 쌩 아마추어나 다름 없었던 요한을 발탁한 일화가 공개되자 사람들은 슈미트 감독의 선수 보는 눈도 한 몫 했음을 인정했다.
특히나, 훈련 면제 따위의 술수(?)로 요한이라는 게으른 천재를 잘 다뤄내고 있다는 점도 인정을 받아 마땅하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뭐, 이런 얘기들이야 PL 팬들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타 리그 팬들은 처음 접하는 이야기였으니.
슈미트 감독의 지도력이, 새삼스럽게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 관심은 조별예선 2라운드, 웨스트 햄과 파리의 대결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이 꼽는 현재 파리 생제르맹의 가장 큰 강점은, 무수한 스타 플레이어들도 아니고, 스쿼드의 두터운 뎁스도 아니었다.
오마르 드뷔시라는 걸출한 프랑스의 명감독.
그가 파리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 파리가 무서운 팀인 이유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었다.
올 시즌으로 파리의 사령탑을 맡은 지 4시즌 차가 된 오마르 드뷔시 감독.
항상 수첩을 손에 들고, 경기 내내 뭔가를 적는 습관 때문에 ‘수첩 왕자’라는 별명을 가진 드뷔시 감독은, 파리를 맡은 이후 3시즌 연속 더블이라는 호성적을 기록했다.
물론 파리라는 메가 클럽으로 리그앙 우승을 3년 연속 차지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변수가 많은 리그 컵 대회까지 3년 연속 우승을 했다는 건, 확실히 드뷔시 감독의 역량이 출중하다는 방증.
드뷔시 감독은 뛰어난 전술가 타입의 감독이었다.
특히 그가 가장 강한 면모를 보이는 건, 상대에 따라 맞춤 전술을 가져오는 유연함에 있다.
플랜 A만을 고집하는 게 아니라, 얼마든지 다양한 전술을 사용 가능하다는 것.
때문에, 이번 파리와 웨스트 햄의 경기를 기대하고 있는 건 팬들 뿐만이 아니었다.
많은 축구 전문가들이나, 여러 팀의 감독 코치들 역시 주목하고 있었다.
과연, 드뷔시라는 전술가가 요한을 막는데 있어 어떠한 방법을 제시할지.
드뷔시라면, 뭔가 무릎을 탁 칠만한 방법이 있지 않을까하고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파리와 웨스트 햄의 경기는 양 팀 감독들의 두뇌 싸움도 중요한 볼거리 중 하나가 될 듯 했다.
ㆍㆍㆍ
“나이스! 4연승! 에버튼 좀 까다로웠는데 다행이네. 요한이도 70분만 뛰었고. 잘 됐다.”
관중석 한켠에 앉은 로한이 작게 환호성을 터뜨렸다.
리그 4라운드, 에버튼과의 경기가 방금 막 끝난 참이다.
결과는 2대0 승리.
요한이가 70분 동안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주중에 있었던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의 여파도 있고, 상대인 에버튼도 까다로운 상대였기에 꽤 걱정했던 4라운드였는데 다행히 깔끔한 승리를 거뒀다.
덕분에 다음 경기인 파리와의 경기도 문제 없이 준비할 수 있을 듯 하다.
로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계 화면이 틀어져 있던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곤, 그라운드 쪽을 바라보았다.
그라운드에선 경기가 한창.
“오, 공격 때는 거의 백 쓰리 형태로 가는구나.”
로한이 앉아 있는 이곳은 런던 스타디움이 아니었다.
파르크 데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의 홈 구장이다.
로한은 오늘 구단 프론트 관계자들 몇몇과 함께 특별 출장을 나온 상태였다.
파리의 경기를 직접 보고,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오늘 파리의 상대는 마르세유.
마르세유는 지난 시즌 리그앙 3위를 차지한 나름의 강팀이고, 양 팀의 경기는 ‘르 클라시크’라 불리는 더비 매치이기도 해서.
다음 주 주중에 챔스 경기가 있다 해도, 파리는 오늘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입장.
덕분에 웨스트 햄에겐 오늘 경기가 많은 참고가 될 듯 했다.
때문에 로한이 직접 경기를 보러 온 것이기도 했고.
“한번 볼까···”
경기를 한참 지켜보던 로한은, 가방에서 쌍안경 하나를 꺼냈다.
“뭐 좀 보이니?”
“···흠. 아뇨. 안 보이네요.”
“하하. 보일 리가 없잖아.”
“쳇.”
쌍안경으로 보려던 건, 파리의 벤치 쪽이었다.
오늘도 경기를 지켜보며 무언가를 적고 있던 드뷔시 감독의 수첩을 보려던 것이다.
혹시나 해서 가져와 본 건데, 역시 보일 리가 없네.
“저 수첩이 본체인데 말이지.”
“어떻게 훔칠 방법이 없을까요?”
“뭘 저렇게 적어대는 걸까.”
농담을 주고받는 로한과 프론트 관계자들.
드뷔시의 수첩 염탐에 실패한 로한은, 이내 경기에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흐음···”
경기 흐름은 사실 좀 의외였다.
당연히 파리가 압도하는 그림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르세유는 예상외로 수비에 치중하는 것이 아닌, 맞불을 놓으며 공격적으로 나섰다.
그 기세에 파리 선수들이 밀리는 느낌이었다.
리그앙 내에선 파리와 맞불을 놓을 생각을 할 수 있는 팀이 없을 것이다.
때문에 파리 선수들은 항상 내려앉아 있는 상대와 경기를 해왔을 것이고.
거기에 익숙해져 있는데, 마르세유가 강하게 압박을 해오니 당황한 듯 했다.
“의외로 압박에 약할 수 있다···”
노트북을 두들기며 경기를 지켜보는 로한.
그런데, 잠시 후.
“오, 수첩 한 장 찢었다.”
“바로 움직이네.”
드뷔시 감독이 뭔가를 휘리릭 적은 수첩 한 장을 찢는 것이 보였고, 그 종이를 코치에게 넘기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코치는 그걸, 파리의 미드필더인 리안드레에게 다시 전달했다.
리안드레는 쪽지의 내용을 확인한 뒤, 동료들에게 손짓하며 위치를 조정해주기 시작했고.
“오호.”
“뭔가 좀 바뀌려나?”
과연 드뷔시 감독의 쪽지가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
더욱 유심히 경기를 지켜보기 시작하는데.
“···.”
“···.”
이후 경기를 지켜보며, 로한과 프론트 관계자들은 생각했다.
파리 생제르맹과의 경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드뷔시 감독의 쪽지가 전달된 뒤, 경기의 흐름이 180도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확실히 뛰어난 전술가였다.
“감독님, 잘해주셔야겠는데···.”
여우처럼 경기를 운영하는 드뷔시 감독.
그런 드뷔시 감독이 이끄는 파리 생제르맹.
이번 파리와의 경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슈미트 감독의 해줘야 할 역할이 클 듯 했다.
ㆍㆍㆍ
2028년 9월 17일.
파르크 데 프랭스.
“영감님. 어째 오늘 유독 긴장하신 것 같습니다.”
“내가?”
“어깨가 무거우시겠어요. 드뷔시 감독 같은 명 전술가와 두뇌 싸움을 하셔야 하니.”
“계속 까불어봐. 쥐도 새도 모르게 네 자리가 없어지는 수가 있으니.”
“에헤이, 감독님. 저 말고 누가 감독님의 수발을 들 수 있겠어요.”
“로한이.”
“감독님. 다 농담인 거 아시죠? 긴장 풀어드리려고 그런 거잖아요. 하하.”
제이미 코치가 땀을 삐질 흘리며 슈미트 감독의 어깨를 주무른다.
오늘은 챔피언스 리그 조별예선 두 번째 경기, 파리 생제르맹과의 경기가 있는 날.
웨스트 햄은 베스트 멤버들을 모두 데리고 바다를 건너 파리로 넘어왔다.
“뭐야. 경기장은 우리가 더 좋네. 얘네 돈 많은 클럽 아니었냐?”
“새 구장 지을 정도로 돈이 썩어나진 않나 보지.”
“동네 운동장에서 뛰려니깐 별로 긴장도 안되는구만.”
“오늘 긴장한 건 감독님 밖에 없는 듯.”
경기를 준비하며 잡담을 나누고 있던 선수들이 장난스레 말했다.
오늘 경기를 앞두고, 여러 매체에선 주목할 포인트로 양 팀 감독들의 전술 싸움을 꼽았다.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슈미트 감독과, 참신한 전술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드뷔시 감독.
그 둘의 두뇌 싸움에서 승리하는 쪽이 경기를 잡게 될 것이라는 건데.
대부분의 매체들은 이 얘기를 할 때, 그런 뉘앙스로 말하고 있었다.
웨스트 햄의 가장 큰 불안요소 중 하나가, 슈미트 감독의 성향이라고.
-확고한 플랜 A의 슈미트 감독, 능구렁이 같은 드뷔시 감독의 묘수에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을까
-드뷔시 감독, 이미 웨스트 햄 파악 완료했다··· 슈미트 감독의 대처가 변수
-경력은 길지만, 경험은 부족하다? 챔피언스 리그 경험이 부족한 슈미트 감독, 과연 드뷔시와 전술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아주 솔직히 말하면, 유럽 내에서 슈미트 감독이 가진 명성의 크기는, 드뷔시 감독에 비하면 많이 작은 수준이었다.
분명 추락하던 웨스트 햄의 소방수로 부임한 슈미트 감독은, 부임 당시부터 꽤 많은 기대를 받긴 했지만.
그 기대가 웨스트 햄을 챔스에서도 활약하는 팀으로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정도의 기대는 아니었다.
그저, 유로파 리그를 노릴 수 있을 정도의 팀만 만들어주길 바라는 정도였을 뿐이다.
그게 슈미트 감독이 제일 잘 하는 거니까.
다만, 그렇기 때문에 몇몇은 지금에 와서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었다.
슈미트 감독의 주특기는 중하위권 팀을 중위권, 중상위권으로 끌어올리는 것이지, 상위권 팀을 최상위권에 올려놓는 것이 아니다.
큰 무대에선 감독의 경험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상위권에서 최상위권의 팀이 되기 위해선 감독의 역량이 매우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괜히 축구는 감독 놀음이라는 얘기가 있는 게 아니다.
축구는 11명이라는, 많은 플레이어들이 뛰는 스포츠이기에.
오히려 그 11명을 통솔하는 감독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대다수는 드뷔시 감독을 더 높게 쳐주고 있었다.
드뷔시 감독이야 커리어 내내 빅클럽만을 맡아온, 명장이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은 감독이었으니까.
때문에, 사람들은 파리에 비해 웨스트 햄의 약점이 슈미트 감독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 이 챔피언스 리그라는 최고의 무대에서는 말이었다.
“우리가 똘똘 뭉쳐서 보여주자고.”
“그래. 우리 감독님, 면 좀 세워 드려야지.”
“오늘, 우리가 못하면 감독님이 욕 먹는다. 다들 정신 차리자.”
물론, 웨스트 햄 선수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이들은 누구보다 슈미트 감독을 신뢰하고 있었다.
팀이 여기까지 오는데 있어, 슈미트 감독의 역할이 컸다는 건 아무도 부정하지 않았다.
슈미트 감독은,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
팀의 아버지다.
아버지가 비판을 받는 모습을 보고 싶은 아들은 없을 거다.
때문에, 오늘 유독 선수들의 의욕이 넘쳐 보이는 가운데.
“요한 경.”
“네?”
“감독님 체면 좀 살려 드려라. 저런 감독님 없다. 훈련 빼주고, 지각해도 봐주는 감독님 몇 없다고.”
“아, 예.”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나가기 직전.
제이미 코치가 요한에게 말했다.
요한은 고개를 끄덕인 뒤 경기장으로 향했고,
“얌마.”
“아! 왜 때리세요.”
“그런 쓸데 없는 말은 왜 해?”
“뭐가 쓸데 없는 말입니까.”
슈미트 감독은 제이미 코치의 옆구리를 찔렀다.
제이미, 이 까불까불한 놈은 정말이지.
“흐음.”
근데, 솔직히 좀 고맙네.
차마 본인 입으로 하긴 뭐한 말을 대신 해줬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