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22)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22화(122/202)
< 121화 – 파리 원정 >
<파리는 오늘 4-3-3의 포메이션을, 웨스트 햄은 4-2-3-1의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는데요.>
<양 팀 모두 일단은 베스트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습니다. 다만, 경기 중에 어떻게 바뀔지는 지켜봐야 할 겁니다. 파리의 드뷔시 감독은 변화무쌍한 전술로 유명한 감독이니까요.>
<플랜 A가 영 신통치 않다 싶으면, 바로 플랜 B를 가동하는 게 드뷔시 감독이죠.>
<플랜 Z까지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하하.>
파리는 베스트 일레븐을 가동했다.
주말 마르세유와의 경기에 나왔던 그대로다.
다만, 멤버가 그대로라고 해서 마르세유 전과 똑같은 전술을 사용할 것이라 생각하면 안될 것이다.
드뷔시 감독의 수첩에 어떤 게 적혀 있을진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반면, 웨스트 햄의 슈미트 감독은 플랜 A를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상대에 맞춰가기보단, 자신들의 축구에 집중하는 타입이죠. 플랜 A 하나를 확고하게 밀고 가는 게 슈미트 감독의 스타일입니다.>
<그렇다면, 드뷔시 감독 입장에선 분석하기 쉬웠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웨스트 햄이 어떻게 나올지 자명하니까요.>
<그렇겠죠. 웨스트 햄의 플랜 A에 대응하는 전술을 분명 준비해 왔을 겁니다.>
경기 시작 전, 작은 원을 그리고 모이는 선수들.
다 같이 어깨동무를 한 상태로, 주장 고든이 파이팅을 외친다.
“다들, 알고 있지? 오늘 경기 앞두고, 언론에서 뭐라고 떠들어 댔는지.”
“알고 있어.””응.”
“우리가 못하면 감독님이 욕먹는다. 그니까, 개판 한번 쳐보자. 체력 훈련 때 당한 걸 복수해 드리자고.”
“···응?”
“농담이고. 정신 차리고 가보자. 우리 감독님 어깨에 뽕 좀 넣어 드려보자.”
“오케이!”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고 제자리로 흩어지는 선수들.
고든의 말대로, 오늘 경기를 앞두고 언론에선 웨스트 햄의 약점으로 슈미트 감독을 꼽았었다.
그와 대조적으로, 파리의 강점을 드뷔시 감독으로 꼽았었고.
그들은 만약 파리가 승리를 가져간다면, 양 팀 감독들의 전술적 능력 차이가 두드러지는 경기가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었다.
드뷔시 감독은 여러 전술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지만, 슈미트 감독은 상당히 경직된 전술을 사용한다며, 플랜 A가 확고한 만큼 그에 대응하는 맞춤 전술에 고전할 것이라며 말이다.
그러니, 만약 오늘 패배를 하고 돌아간다면 어떻게 될까.
경기 전부터 저렇게 떠들어대는데, 지면 얼마나 감독님이 비판을 들어 먹겠냔 말이다.
그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선수들은, 어떻게든 오늘 감독님을 승장(勝將)으로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
“삐이익-!”
경기가 시작 되었다.
*
유럽 전체에서도 체급으론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리그앙의 절대적인 1강 파리 생제르맹.
그리고 그런 파리의 홈에서 열리는 경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웨스트 햄이 수비적으로 경기를 치를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웨스트 햄은 웅크리지 않았다.
전반 초반부터 강하게 나서며 파리와 맞붙었다.
<네이슨과 버클리가 휘저어주는 게 꽤 잘 먹혀들고 있는데요.>
<이 선수들의 에너지 레벨은 프리미어 리그 탑급입니다. 이 정도로 압박할 수 있는 선수가 리그앙엔 흔치 않을 거예요.>
<특히 파리를 상대로 말이죠. 파리가 빌드업에 고전하고 있습니다. 패스 미스도 잦고요.>
<원정 팀 웨스트 햄이 전혀 기죽지 않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당황하는 쪽은 파리 생제르맹입니다.>
역시 이전 경기, 마르세유와 파리의 경기가 좋은 힌트가 됐다.
파리가 강한 압박에 의외로 고전 한다는 거.
에너지 하나는 자신있는 조너선 네이슨과 제이콥 버클리는 물 만난 물고기들처럼 중원을 휩쓸었고, 그 둘의 활약에 힘 입어 초반의 주도권은 웨스트 햄이 잡게 되었다.
<카펠로, 직접 슛! 골대를 살짝 벗어납니다. 그러나 좋은 슈팅!>
<직접 노려볼만 했죠. 파리의 수비가 온통 요한에게로 쏠려 있었습니다. 오늘 웨스트 햄의 2선에 꽤 많은 기회가 갈 것 같은데요.>
주도권을 쥔 것뿐만 아니라, 그 주도권을 슈팅까지 이어가며 기세 좋게 경기를 주도하는 웨스트 햄.
카펠로나 베일리 등 2선 자원들은 오늘 적극적으로 슈팅을 하라는 지시를 받은 상태.
파리가 분명 요한을 집중적으로 견제할 테고, 녀석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기 위해선 다른 쪽에서의 슈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파리는 수비형 미드필더 하나를 아예 전담 마크인 것처럼 요한에게 붙여 놓은 상태였고, 그 공간이 빌 수밖에 없었다.
그 공간은 카펠로의 주 무대.
방금도 위협적인 슈팅이 쏘아져 나갔다.
마치, 여길 이렇게 비워둬선 안 될 텐데라고 말하는 듯이.
또한 반대쪽도 마찬가지다.
왼쪽의 베일리에게도 꽤 넓은 공간이 주어지고 있다.
“···.”
예상외의 접근법을 들고나온 웨스트 햄.
덕분에, 드뷔시 감독이 전반 10분 만에 수첩을 꺼내 들었다.
*
‘모험적으로.’
드뷔시 감독의 쪽지를 건네받은 파리의 미드필더 에단 카셀은 고개를 끄덕인 뒤, 동료들에게 손짓을 하며 위치를 조정해 주었다.
“좀 더 뒤쪽에서 소유하자.”
예상치 못한 상대의 압박에 고전하고 있던 참이다.
원래의 예상대로라면, 상대는 뒤로 물러나 수비하며 역습을 노리는 자세를 취했어야 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정반대.
상대는 좌우 윙어들까지 중원에 가담해,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가며 압박해오고 있었다.
그 탓에 공격 전개는커녕 소유조차 안되고 있었고, 주도권을 내준 상태다.
그러나, 어쨌든 이런 상황을 아예 상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미 이전 경기, 마르세유 전에서 비슷한 상황을 마주한 경험도 있었고.
지금은 오히려 그 때보다 편하게 상황을 대처해나갈 수 있다.
마르세유는 전체적으로 강하게 전방 압박을 해왔지만, 웨스트 햄의 압박은 중원 지역이 핵심.
그건, 요한 저 녀석 때문일 테지.
전방 압박을 위해선 공격진 모두가 움직여야 하는데, 저 녀석은 움직이지 않으니까.
즉, 종합해보면 간단하다.
공을 좀 더 뒤에서 돌리며 소유하면 된다.
모험적으로라는 드뷔시 감독의 지시가 그 뜻인 것이다.
뒤에서 소유하는 건, 확실히 리스크가 있는 행위.
압박에 당하는 순간, 바로 위험 지역이니까.
하지만, 위험 지역이 오히려 안전한 지역이다.
오늘만큼은 말이다.
파아앙-!
파아앙-!
좌, 우로 넓게 벌려서 포지셔닝하는 파리의 수비진.
그들은 골키퍼를 기점으로 패스를 주고받으며 공을 소유하기 시작했다.
간간히 웨스트 햄의 양쪽 윙어들이 개인 압박을 들어온다.
허나, 중앙 지역의 압박은 없다.
요한이 움직이지 않으니까.
덕분에, 파리는 중원에서보다 한결 여유롭게 공을 소유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단 공을 소유했으니, 공격으로 전환할 차례.
전환은 빨라야 한다.
뻐어어어엉-!
횡으로 돌던 공이, 단번에 전방으로 쏘아져 나갔다.
단 두 번.
두 번의 패스로 공은 파리의 왼쪽 윙어, 클레베르손에게 이어졌다.
파리의 스쿼드를 수비, 미들, 공격 이 세 부분으로 나눈다면, 그 무게감의 비중은 아마 3, 2, 5 정도가 될 것이다.
그만큼 공격진이 화려한 파리다.
그 중에서도 에이스는 브라질의 크랙 클레베르손.
클레베르손은 직전 코파 아메리카에서 MVP를 차지했을 정도로 뛰어난 공격수였다.
<벗겨냈습니다! 치고 들어가는 클레베르손!>
<그대로 슛! 키퍼 선방! 제프 휴리첼 키퍼가 슈퍼 세이브를 보여줍니다!>
<아쉬워하는 클레베르손! 하지만, 파리의 공격이 순식간에 웨스트 햄의 골문을 노렸습니다!>
파리의 첫 슈팅은 아찔했다.
휴리첼의 슈퍼 세이브가 나오지 않았다면, 들어갔어도 할 말이 없는 슈팅.
휴리첼은 공을 품에 안은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파리가 해답을 좀 찾아내나요?>
<초반 흐름이 좀 답답했는데, 드뷔시 감독이 변화를 줬겠죠. 이게 무서운 겁니다.>
흐름이 바뀌려는 듯한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한다.
클레베르손의 슈팅은 그 변화의 시작.
이쯤에서, 필드의 반대쪽.
웨스트 햄의 왼쪽 공격수 조슈아 베일리는 자신의 차례가 왔음을 느꼈다.
*
“이런 식으로 움직이면 된다. 무슨 말인지 이해되나?”
처음 1군에 올라온 날.
슈미트 감독과의 면담에서, 베일리는 의외의 이야기를 들었었다.
“예···”
“왜 대답이 시원치 않아? 이해가 안되나?”
“아, 아니요. 그런 건 아니고···”
“그럼?”
“그, 정말 이대로 해도 되나요? 제 생각엔, 저는 좀 더 크게 벌려서 크로스를 넣는 식으로 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요한이를 위해서 말인가?”
“네.”
“그럼 네 장점이 사라지잖냐. 물론 그런 플레이도 필요한 플레이지. 하지만, 네 장점을 하나 없애면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 네 장점을 살리면서도, 얼마든지 팀 플레이에 기여할 수 있어.”
사실, 1군에 합류하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베일리는 개인적으로 체력 훈련부터 시작했었다.
자신도 다른 선수들처럼, 요한을 위해 뛰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비록 그게 자기 스타일도 아니고, 자신도 없었지만.
1군에서 뛰기 위해선, 자신의 장점을 살리기보단 팀에 맞추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슈미트 감독이 원하는 것도 그것일 줄 알았다.
듣기로, 슈미트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율성을 주는 대신, 철저히 정해진대로 움직이길 원하는 류의 감독.
때문에 자신은 그저 팀을 위한 부속품으로 쓰여질 줄 알았던 거다.
부속품이라 할지라도, 1군에서 뛸 수 있다면 얼마든지 상관 없었던 베일리였고.
하지만 슈미트 감독의 이야기는 정반대였다.
“요한이에게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네가 있는 게 아니다. 너도 요한이와 똑같이, 우리 팀의 득점원이 되어야 한다.”
슈미트 감독은 자신의 모든 걸 다 알고 있었다.
장점, 단점, 심지어 작은 습관들까지도.
그리고, 그걸 토대로 어떻게 하면 단점이 가려지고, 장점이 부각될 수 있는지 설명해주었다.
그 설명엔, 굉장히 고심을 했다는 흔적이 엿보였다.
“잘해봐. 저 게으른 녀석한테 져서야 되겠냐? 성실의 힘을 보여줘라. 응원하마.”
“···넵.”
베일리도 알고 있었다.
팀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는데, 감독님 만큼은 이상하게 내려치기를 당하고 있다는 걸.
전술은 맨날 똑같은데, 선수빨을 받아서 좋은 성적을 냈다느니.
챔스 진출을 했으니 이젠 더 좋은 감독을 데려와야 한다느니.
하지만 베일리는 알고 있었다.
선수빨이라면 선수빨이다.
그건 사실이다.
근데, 그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100퍼센트가 아니라 150퍼센트 발휘할 수 있게 만든 건 슈미트 감독이다.
그것 또한 사실이다.
베일리는 1군에 합류한 뒤, 며칠만에 그걸 깨달을 수 있었다.
슈미트 감독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팀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다.
그걸 증명할 길은, 역시 자신이 잘하는 것 뿐이다.
<짧게 풀어 나오는 웨스트 햄. 왼쪽으로 공이 연결됩니다.>
<파리가 오히려 라인을 낮추고 있습니다. 요한에 대한 대비를 확실하게 해두고 있는데요.>
<상대적으로 좌우는 공간을 두고 있는 상태. 이 공간을 웨스트 햄은 활용해야 할텐데요.>
<수비를 끌어내서, 요한에게 좀 더 공간을 열어줘야 하겠죠.>
<고든, 왼쪽의 조슈아 베일리에게.>
왼쪽에서 공을 건네받는 베일리.
리그 경기였다면, 공을 잡기도 전에 강한 압박이 들어 왔을텐데.
지금은 한결 여유가 있다.
상대는 그렇게 생각하는 거다.
어차피 실탄을 쥐고 있는 건 요한 뿐이고, 나머지는 공포탄일 뿐 아니냐고.
하지만, 베일리의 탄창에도 실탄은 장전되어 있었다.
“나가지 마! 중앙!”
“떨어지지 마!”
천천히 박스로 접근해 들어오는 베일리.
그러나 파리 수비는 박스 안의 자리를 고수하며 움직이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요한에게 연결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듯한 움직임.
베일리를 막아서는 건 라이트백 앙헬 니게아 하나뿐.
그런데, 이런 위험지역에서 베일리에게 1대1을 하게 놔둔다는 건.
파리가 아직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요한에게 가려져서 그렇지, 원래 웨스트 햄 아카데미의 최대 기대주가 베일리였다는 걸.
타타탓-!
천천히 다가서던 베일리가 순간적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왼쪽으로 칠 듯 바디 페인팅을 넣은 후, 중앙쪽으로 접어 들어가는 베일리.
그 움직임에 니게아가 중심을 잃고 따라가지 못했다.
니게아는 당연히, 베일리가 골라인 쪽으로 치고 들어간 뒤 크로스를 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
상상하지 못한 거다.
베일리가 처음부터 노린 건, 오로지 파리의 골문이었음을.
뻐어어어어엉-!
체중을 제대로 실은 오른발 슈팅.
인프론트로 때린 슈팅이 니어 포스트를 향해 낮고 빠르게 감겨져 나아갔다.
그 슈팅에 골키퍼가 몸을 날렸으나, 슈팅의 코스는 절묘했다.
촤아아아아-
철썩-!
“···!”
그 슈팅이 골문에 꽂히는 순간.
베일리와 선수들은 셀레브레이션을 하는 대신 벤치를 향해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