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26)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26화(126/202)
< 125화 – 황금 공 >
└????????
└와 뭐야 ㅋㅋㅋㅋ 빅 벤이잖아
└이런 서프라이즈가 있었다고?
└발롱도르 들고 여기로 온 거였어?
└이거 실시간이냐? 지금 뛰어 나가면 요한이 볼 수 있는 거임?
└대박 ㅋㅋㅋㅋㅋ 빅 벤에서 수상이라니 클라스 죽인다!
└축구력이 폭발한다 ㄷㄷㄷ
└요한이 멋진 거 보소. 머리하고 수트 빼입으니까 겁나 잘 생겼네
└더벅머리하고 유니폼 입고 있을 때도 잘 생겼었는데?
└크으으으으! 드디어 이 장면을 보는구나! 해머스로서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나도 해머스는 아니지만, 뭔가 벅차오르는 장면이네. 발롱도르가, 빅 벤에서 잉글랜드 선수에게 건네지는 장면이라니.
└오늘 만큼은 축하를 보낸다. 맨체스터에서.
└뉴캐슬에서도 축하를!
└리버풀에서도. 축하해줬으니까 우리 만나면 살살해야된다?
└발롱도르 위너! 요한 반! 요한 반! 요한 반!
발롱도르 시상식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던 잉글랜드의 축구 팬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벤트였다.
빅 벤에서 발롱도르 시상이라니.
프랑스 현지에서 열린 시상식에, 요한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팬들은 조금 맥이 빠져 있던 상태였다.
뭐, 참석하지 않더래도 수상자가 바뀌는 건 아니라지만.
기왕이면 잉글랜드 국적의 선수가 황금 공을 들어올리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싶었으니까.
그 자체가 하나의 상징적인 장면 아닌가.
잉글랜드 선수가,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는 걸 전 세계에 알리는.
그런데, 이런 이벤트가 숨겨져 있을 줄이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빅 벤에서 발롱도르 시상이라니.
생중계를 보고 있던 팬들은, 차오르는 뽕에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 중에서도 웨스트 햄 팬들은 말할 것도 없었고.
└역사에 남을 순간!
└빅 벤에 웨스트 햄 유니폼 휘날리는 거 봤냐? ㅜㅜㅜㅜ
└토트넘전 ㅈㄴ 기대된다 ㅋㅋㅋㅋ
└2028 발롱도르 위너 요한 반(17세,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
└우리 팀에서 발롱이라니!
└정보) 프리미어 리그에서 발롱도르 위너를 배출한 팀은 4팀 밖에 없다. 그 중 하나는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다
해머스닷컴은 폭발.
트래픽이 쏟아져 페이지가 잘 안 넘어갈 정도였다.
아무튼, 이 순간을 잉글랜드 전역에서 즐기고 있었다.
“···”
“···”
반석호와 로한은 말없이 요한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이 둘의 감정은, 다른 팬들과 똑같을 순 없다.
좀 더 복합적이었다.
한 사람의 웨스트 햄 팬으로서, 그리고 축구인으로서, 또한 가족으로서.
요한이와 다각도로 얽힌 둘은 말이 안나올 정도의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순간이 오다니.
요한이 발롱도르를 받을 거라는 건, 이미 유로가 끝났을 때부터, 아니 시즌이 끝났을 때부터 확신하고 있었지만.
막상 두 눈으로 그 모습을 목격하니 그 감상은 또 남달랐다.
“인물 좋네. 아들 둘 다 마스크는 날 닮아서 정말 다행이라니까.”
오로지 김라희만이 온전히 기쁨을 표현하고 있었다.
-역대 최연소, 유일한 10대의 나이로 발롱도르를 수상하게 되셨습니다. 수상자의 간단한 소감부터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지는 요한의 수상 소감.
다들 침을 꿀꺽 삼키며 티비로 빨려 들어갈 듯 집중하기 시작했다.
긴장감이 감도는 거실.
이들이 긴장하기 시작한 이유는, 간단했다.
“자, 딱 상을 받았어. 소감 한마디 해달래. 그럼 어떻게 말할래?”
“소감? 음··· 뭐, 고맙습니다. 발동로르.”
“발동로르가 아니고. 발롱도르.”
“알아. 그냥 혀가 꼬인거야.”
“아무튼, 더 해봐.”
“더···? 음··· 상 받았으니까, 이제 가볼께요?”
“···.”
요한이의 수상 소감은 최악이어서, 결국 가족들이 대본을 짜줘야 했다.
“뭔가, 웨스트 햄에 대한 감사 표현도 들어가면 좋지 않겠냐?”
“아, 맞네요. 그럼, 이다음에 한 문장 넣는 게 좋겠어요.”
“부모님, 형,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감사도 넣고.”
“그래야죠.”
반석호와 로한은 마치 자기들이 수상을 하는 것처럼 신이 나서 대본을 썼다.
그리고, 그 대본을 받아든 요한은 이마를 짚었다.
“이걸 어떻게 다 외워.”
“금방 외우지. 얼마나 된다고.”
“어휴···”
요한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어쨌든 대본을 달달 외우긴 했다.
이제, 외운대로만 말하면 될 차례.
가족들이 숨을 죽이는 가운데, 마이크를 넘겨 받은 요한이 입을 떼었다.
-먼저, 발롱도르를 수상한 것에 대하여 무한한 영광을 느낍니다. 매우 자랑스러운 순간입니다. 다만, 저는 이 상을 저 혼자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지!”
“잘한다, 우리 아들!”
걱정과 달리, 차분하게 소감을 이어가는 요한과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가족들.
-저에게 훌륭한 축구 DNA를 물려주시고, 사랑으로 길러주신 가족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함께 뛰며 승리를 쟁취해온 우리 웨스트 햄 팀 동료들, 코치님들, 그리고 감독님. 이분들이 안 계셨다면,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이 상은 여러분들이 저에게 주신 상입니다. 감사합니다.
한 문장을 말할 때마다 조금씩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긴 했지만, 요한은 나름 매끄럽게 긴 수상 소감을 문제없이 마쳤다.
“역시, 하면 하는 녀석이라니까.”
“안 해서 그렇지, 공부도 했으면 곧잘 했을 거야.”
안도의 한숨과 함께 뿌듯한 미소를 짓는 가족들.
그런데,
“응?”
요한의 소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분명 대본을 써준 건 거기까지였는데, 요한은 말을 이어 나갔다.
-내년에도 이 상, 제가 받을 겁니다. 올 시즌엔 지난 시즌에 하지 못했던 걸, 다 해낼 거니까요. 모든 우승 트로피를 따낼 거예요. 그럼, 이 상 다시 받을 수 있는 거 맞죠? 그렇게 될 거예요.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말하는 요한.
그런 요한을 보며, 가족들은 입을 벌렸다.
“저게 더 멋있네? 괜히 써줬나?”
로한은 머리를 긁적였고, 반석호와 김라희는 진심을 다해 박수를 쳤다.
*
“어, 그래. 오랜만이네. 너도 봤다고? 고맙다. 그래.”
“으응, 수진 엄마. 발롱도르가 뭐냐면, 축구계의 노벨상이라나 뭐라나. 그니까! 웬일이니.”
“야, 우리 집에 발롱도르 실물 있다. 죽이지?”
시상식이 끝난 뒤.
가족들은 여기저기서 밀려드는 축화 전화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한국에서도 역시 화제인 듯 했다.
당연한 일일 거다.
어찌 되었든, 대한민국 국가대표였던 선수의 아들이 발롱도르를 수상 했으니.
“나 참. 10년 동안 연락 없던 놈들까지 전화를 하네.”
반석호는 한국에서 걸려오는 전화들 때문에 질린다는 듯 말했지만, 한 편으론 뿌듯하면서도 속이 시원했다.
영국으로 가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냐는 말들, 국가대표로 뛸 수는 있을 것 같냐는 말들을 하던 것들이, 이제 와선 자랑스럽다며, 그럴 줄 알았다며 전화와 문자를 해오고 있었다.
뭐라도 콩고물 하나 안 떨어지나 그러는 거겠지.
벌써부터 한국에 초청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낸 자들도 있었으니.
물론 순수하게 자랑스러워 해주시는 국민들도 있었다.
그 분들껜 죄송하면서도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도 치가 떨리는 이름들이 굽실대는 모습을 보는 건 속이 통쾌한 일이었다.
뭐? 한국으로 초청을 해?
가겠냐?
“요한이 장식장이 아빠 꺼보다 더 근사해졌네요.”
“그러게. 좀 자존심 상하는 구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반석호는 뿌듯한 얼굴로 요한의 트로피들이 진열된 장식장을 바라 보았다.
장식장의 맨 윗 칸에 방금 막 진열된 황금색의 공.
그걸 보고 있으면, 앞으로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듯 했다.
이런 날이 오다니.
발롱도르가, 집안 거실에 떡하니 놓여져 있다니.
오늘은 정말 특별한 밤이었다.
“그나저나, 얘는 옷 갈아입고 나온다더니 왜 방에 들어가서 안 나와?”
“자나?”
“안 돼. 자면 깨워. 머리는 감고 자야지.”
“야, 요한아! 엄마가 머리 감고 자래!”
“이도 닦으라 그래라.”
정작, 수상 당사자에겐 평범한 하루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ㆍㆍㆍ
“공격수만 인정받는 더러운 세상.”
“그럼 공격수를 하지 그랬냐.”
“이 몸이 못 해서 안 한 것 같나? 난 스트라이커보다 트레콰르티스타가 더 좋았을 뿐이다.”
“카펠로, 질투도 부릴 상황에서 부려야지. 넌 20위 안에도 못 들었잖아.”
“그래서 말이 안된다는 거다! 이번 발롱도르는 문제가 많아!”
“쟨 진짜 자기만의 세상에서 사는구나.”
“하하!”
불만 가득한 카펠로 때문에 선수들이 웃었다.
오늘은 토트넘과의 리그 6라운드 경기가 있는 날.
라커룸에 모인 선수들은 역시나 발롱도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모두들 요한을 축하해 줬는데, 카펠로만이 축하를 거부했다.
이번 발롱도르 투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말이다.
“아니, 카펠로. 그럼 너가 몇 위 정돈 할 줄 알았는데?”
“···5위 안엔 들었어야지.”
“5위···?”
“푸하하하하!”
“···왜 웃냐?”
“야! 20위 안에도 못 들어 놓고 무슨 5위야.”
“카펠로 양심 어디?”
이번 발롱도르에서, 카펠로는 27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시즌, 피오렌티나와 웨스트 햄에서 보여준 활약.
그리고 유로 4강까지 보여준 활약을 높게 평가 받았다.
그러나 그 순위가 카펠로에겐 전혀 마음에 들지 못했나 보다.
“27위따리가 위너인 요한이를 인정 못해? 이거 완전 하극상 아니냐?”
“27위 따리···? 네놈은 순위 안에도 못 든 주제에! 내 순위 밑으론 말하지 마!”
“어허. 카펠로 아우야. 이 형님이 계신데 목소리가 너무 크구나? 발롱도르 순위로 서열을 따질거면, 먼저 이 형님한테 깍듯하게 예의를 차려야지.”
“···큭!”
셰이 벨라미의 말에, 분한 듯 주먹을 쥐는 카펠로.
그 모습에 다시 한번 웃음이 터진다.
벨라미는 역시 유로 우승의 주역임을 높게 평가 받아, 19위에 이름을 올렸다.
카펠로보다 무려 8계단 높은 순위.
벨라미의 표현에 의하면, 감히 눈도 못 마주칠 차이란다.
“히야, 근데 우리 팀이 정말 세지긴 했네. 재작년까진, 발롱도르는 우리랑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였는데.”
“그러게. 순위 안에 든 녀석만 세 녀석이 팀에 있다니.”
“요한이가 있어서 천만다행이구만. 요한이 아니었으면, 우리 아카데미 출신들은 기도 못 펼뻔 했어.”
“뭐, 애초에 요한이 없었으면 저 녀석들도 여기 안 왔겠지. 안 그렇냐, 카펠로? 너, 요한이한테 패스 주고 싶어서 여기 온 거잖아.”
“···뭐야?”
“맞잖아. 요한이 좋아해서 온 거.”
“좋아해서 오다니, 무슨··· 그저, 나와 수준이 맞는 녀석과 뛰고 싶었을 뿐이다.”
“에이. 수준이 맞다기엔 순위 차이가 너무 나는데.”
“투표가 잘못 됐을 뿐이라고!”
“하하하!”
부들거리는 카펠로를 보며 다시금 웃음을 터뜨리는 선수들.
“그나저나, 볼만 하겠네.”
“어떤 게?”
“좀 이따가, 닭집 놈들 표정 말이야. 놈들 보는 앞에서 요한이가 발롱도르를 들어 올리면, 걔들 표정이 아주 볼만 하겠지.”
“벌써부터 기대되네.”
손을 싹싹 비비며, 빨리 경기장으로 나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 선수들.
오늘만큼 더비 날이 기다려진 적이 없었다.
빨리, 근본 없는 닭집 놈들 앞에서 한껏 우쭐대고 싶었다.
*
-경기 진행에 앞서, 관중석의 관중들께서는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클럽에 있어 가장 특별한 순간을 기념할 준비를 해주십시오.
장내 아나운서의 안내에, 런던 스타디움을 찾은 모든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오늘, 약 6만 6천여 석의 관중석이 가득 들어찼다.
조금 특이한 점은, 그 6만 6천여 명 중 거의 90퍼센트 이상이 홈 팬들이라는 거다.
토트넘 원정 팬들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원정이라봐야 옆 동네라, 원래라면 꽤 많은 토트넘 팬들을 볼 수 있어야 정상.
그러나, 오늘은 그들 입장에서 보고 싶지 않은 행사가 있을 게 뻔하기에.
토트넘 팬들은 아예 직관을 포기했다.
~Ooh-! Ooh-! Vanny!
~Dash like a Vanny! Ooh-! Ooh-!
런던 스타디움에 가득 울려 퍼지기 시작하는 요한의 응원가.
이윽고 선수 입장이 시작되고.
-우리들의 자랑을 큰 박수로 맞이해 주십시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그 박수를 받으며 등장하는 선수들, 그리고 요한.
선수들이 입장하는 통로엔, 요한의 발롱도르가 세워져 있었다.
그 영롱한 자태의 발롱도르를 한 번씩 쳐다보고 지나치는 선수들.
-우리의 클럽이 배출해낸 최고의 선수가,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힘찬 박수로 축하해 주십시오! 발롱도르 위너! 요한 반!
장내 아나운서의 말에, 요한이 그 발롱도르를 들고 선수들과 관중들 앞에 섰다.
그리고, 발롱도르를 사방에 들어 보였다.
짝짝짝짝짝짝짝-!
더욱 크게 쏟아지는 기립 박수.
6만 6천여 명의 관중들과, 모든 팀 동료들, 코칭 스태프들이 오직 요한을 위해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아주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역사적인, 그리고 기념비적인 순간.
요한이 발롱도르를 런던 스타디움으로 가져온 이 순간을 모두가 박수로 기념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에휴. 오늘 좆됐네.’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토트넘 선수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