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28)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28화(128/202)
< 127화 – 갈증 날 땐, 말뫼 >
2주 동안이나 느껴야 했던 갈증.
요한의 눈에는 말뫼의 푸른 유니폼이 마치 생명수처럼 느껴졌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사람처럼 달려든 요한.
그 시작부터가 스타디온 말뫼를 찾은 홈 팬들에겐 충격이었다.
<어어, 어디까지 가나요.>
<세 명, 네 명! 다섯 명째 제쳤습니다!>
양옆의 시야를 가린 경주마처럼, 첫 터치를 가져간 요한은 이후 앞만 보고 달렸다.
그리고, 앞을 막아서는 것들을 모조리 제쳐내며 골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한 명, 두 명, 세 명, 네 명,
<다섯 명!>
<1대1 찬스! 슈우우웃-! 고오오오올-!>
<이게 뭔가요! 이게 뭔가요!>
혼자서 다섯 명을 순식간에 제쳐낸 뒤, 정확한 슈팅으로 요한은 선제골을 터뜨렸다.
그 시간이, 전반 2분.
골이 들어가는 순간 웨스트 햄 동료들은 모두 머리를 감싸 쥐었고, 카펠로마저 자기도 모르게 손을 아래 위로 흔들었다.
무언가 말도 안되는 것을 보았을 때, 이탈리안들이 많이 하는 그 제스쳐 말이다.
잠시 후에 정신을 차리곤 담담한 척 했지만.
카펠로도 혀를 내두를만한 골이었다. 그건.
그러나 요한의 폭주는, 당연히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또 들어갑니다! 멋진 중거리 슈팅이 그대로 꽂혔습니다!>
<이변은 없군요. 오늘 요한의 컨디션이 12시인 것 같습니다. 이러면 말뫼는 막을 수가 없죠.>
전반 11분, 요한의 두 번째 골은 호쾌한 중거리 슈팅이었다.
아크 정면에서 때린 슈팅이 낮게 깔렸고, 키퍼 앞에서 원 바운드 되며 구석에 꽂혔다.
빠르기도 빨랐고, 높이도 키퍼 입장에서 가장 까다로운 높이여서 막을 수 없었던 슈팅.
“슬슬 불안해지는데요.”
“적당할 때 빼야지.”
요한의 폭주에 불안한 표정을 짓는 건 말뫼의 벤치가 아니라 웨스트 햄의 벤치였다.
상대가 바르셀로나나 파리라고 해도 마음만 먹으면 부숴버릴 수 있는 게 요한이다.
하물며 그런데, 상대가 말뫼면 어떠할까.
챔피언스 리그 한 경기 최다 골을 넣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몇 골인데, 그게?”
“다섯 골이요.”
“다섯 골? 흐음. 그럼, 여섯 골 넣으면 바꿔야겠구만.”
“그래도 기록은 세우게 해주시네요.”
현재 챔스 한 경기 최다 골 기록은 5골.
루이스 아드리아누와 리오넬 메시가 세운 기록이다.
허나 오늘 요한의 기세를 보면, 우스워 보이는 기록.
심지어, 그보다 먼저 깨질 운명에 처한 기록도 있었다.
<웨스트 햄의 코너킥. 고든이 올려주고, 헤더! 들어갔습니다! 또 요한!>
<벌써 세 골째! 해트트릭을 이렇게 이른 시간에 기록해버립니다! 아직 전반 17분밖에 되지 않았는데요!>
<이거, 최단 시간 해트트릭 아닙니까?>
<그렇네요. 맞습니다! 챔피언스 리그 최단 시간 해트트릭입니다!>
요한의 세 번째 골이 터진 건 전반 17분.
그러니까, 17분만에 해트트릭 완성.
신기록이었다.
종전 최단 시간 해트트릭 기록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세웠던 23분이었다.
사실 이것도 앞으로 깨지기 쉽지 않은 기록이었다.
리그 경기도 아니고 각 리그의 챔피언들이 출전하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23분 만에 해트트릭이 나온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 게 당연하다.
그러나, 요한은 그 기록에서 6분이나 시간을 앞당기며 신기록을 세웠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오늘 말뫼는 기록 자판기일 뿐이었다.
*
“이왕 이렇게 된 거, 어디까지 가나 보자.”
“빼기도 미안하네요.”
요한이 날아다니니 슈미트 감독도 두 손을 들었다.
뭐랄까. 너무 곤히 자면 깨우기도 미안한 것처럼.
무아지경으로 골 폭격을 박고 있는 요한을 보니 빼주기도 미안했다.
그렇게 요한은, 시간이 흐르기 무섭게 골을 하나씩 추가하며 신기록에 도달했다.
<하하하! 더블 해트트릭입니다! 요한 반! 6골째!>
<말뫼 팬들은 왜 우리한테 이러나, 참 야속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3자 입장에선 좋은 볼거리네요. 한 골 넣을 때마다 기록 경신입니다.>
더블 해트트릭, 그러니까 요한의 6골째가 터진 건 후반 15분.
이미 오늘 경기는 챔피언스 리그 경기가 아니라, 두 눈 뜨고 보기 힘든 일방적인 폭행 현장이었다.
말뫼의 팬들은 이미 대다수가 경기장을 뜬 상태였고, 시구르드손 감독은 한숨을 내쉬며 선수들을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웃긴 건, 가장 먼저 교체된 게 골키퍼라는 것이었다.
인간적으로 못 할 짓이었다.
그렇게 계속 골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도 놔둔다는 게 말이었다.
<아이고, 한 골 더 들어갑니다.>
<교체된 골키퍼에게도 공평하게 골을 선물해주는 요한 반.>
7번째 골이 들어갔을 땐, 해설자들도 혀를 내두르며 애써 말뫼 팬들을 위로했다.
결국, 오늘의 요한을 막을 수 있는 건 요한 뿐이었다.
“후우, 후우.”
“너, 이렇게 숨 헐떡이는 건 처음 본다.”
후반 27분, 요한은 더 뛸 힘이 없어 교체되었다.
때리다가 지쳤다는 표현이 딱.
얼마나 A매치 기간이 지옥 같았으면, 체력이 다 떨어질 때까지 골을 넣었을까.
“으음.”
슈미트 감독은 벤치에 누워 퍼져 있는 요한을 보며 생각했다.
나중에,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이 방법을 또 써먹어야겠다고.
뛰고 싶어 안달이 날 때까지 굶기는 방법 말이었다.
오늘도 요한의 조련법 하나를 또 깨달아가는 슈미트 감독이었다.
ㆍㆍㆍ
-2년 연속 발롱도르 예고? 요한 반, 한 경기 7골 폭격··· 단일 경기 최다골 기록 달성
-챔피언스 리그 경기가 아니었다··· 웨스트 햄, 말뫼 7대0으로 꺾고 조 선두 유지
-파리 생제르맹, 홈에서 바르셀로나와 무승부··· 2위 싸움 유지
2028/29 챔피언스 리그 E조
1위 웨스트 햄 utd 3승 0무 0패 승점 9점
2위 바르셀로나 1승 1무 1패 승점 4점
3위 파리 생제르맹 1승 1무 1패 승점 4점
4위 말뫼 FF 0승 0무 3패 승점 0점
웨스트 햄이 말뫼를 꺾고 챔스 3연승을 거두었고, 파리와 바르샤는 서로 비겼다.
조별예선은 한 팀 당 총 여섯 경기를 치르는 일정.
즉 아직 3경기가 더 남아 있었고, 그 3경기 동안 얼마든지 순위는 뒤집힐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웨스트 햄이 많이 치고 나간 건 사실.
일단 파리, 말뫼와의 남은 2차전이 홈 경기인 게 기분 좋은 일이었고, 파리와 바르샤가 서로 비기며 알아서 지들 끼리 2위 싸움 구도로 흘러가고 있는 것도 좋은 그림이었다.
앞으로 조별예선에서 신경 써야 할 건 딱 하나, 캄프 누 원정 정도밖엔 없어 보였다.
바르셀로나는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런던 스타디움에서 당했던 굴욕을, 캄프 누에서 돌려주기 위해서 말이다.
확실히 캄프 누는 원정 팀들에게 쉽지 않은 곳.
아니, 그냥 쉽지 않다고 하기엔 명성이 너무 높은 곳이다.
최대 수용 관중만 9만 9천여 명.
세계에서 가장 큰 축구 경기장이 캄프 누니까.
아직 경기까지 몇 주가 남아 있는데, 벌써 홈 서포터 석은 매진이 되었다고 하고, 원정 석도 암표 매매가 성행 중이란다.
최대한 관중석을 홈 팬들로 도배해, 쓴맛을 보여주겠다는 의지 같은데.
웨스트 햄 팬들도 만만치는 않아서, 두고 봐야 할 것 같긴 했다.
아무튼, 챔피언스 리그 경기 이후 프리미어 리그가 재개되었다.
웨스트 햄의 시즌 7라운드 상대는 리즈 유나이티드.
이 경기에선 말뫼 전에서 휴식을 취했던 선수들이 모두 출장했고, 반대로 요한이 휴식을 취했다.
솔직히 오랫동안 고민하긴 했다.
리즈 전에 뛸래, 쉴래 선택지를 받았을 때 말이다.
리즈는 나름 까다로운 팀이긴 하지만, 그래도 강팀인 것은 아니니 일단 출전하면 많은 공격 포인트를 벌어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말뫼 전에서 번 훈련 면제권이 너무 많았다.
경기가 있는 일요일 앞뒤로 이어서 푹 쉴 수 있을 만큼 말이다.
그 황금연휴 사이에, 하루 출근하는 게 왜 이리도 귀찮은지.
결국 요한은 휴식을 선택했고, 웨스트 햄은 요한 없이 리즈 전을 치렀다.
결과적으로 요한의 선택은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 되었다.
웨스트 햄이 3대0으로 리즈를 가볍게 누르며 승리를 챙겨갔기 때문.
이날 승리의 주역은 카펠로였다.
요한이 없어서 그런지, 카펠로는 좀 더 전방으로 올라가는 움직임을 보여주며 직접 골을 노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 덕에 케인의 표정이 영 애매하긴 했지만, 카펠로는 두 골을 터뜨리며 게임을 캐리했다.
이는 꽤 큰 소득으로 보였다.
카펠로가 패스뿐만 아니라 득점도 할 수 있는 선수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으니.
근데 웃긴 건, 정작 경기가 끝난 뒤 카펠로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는 거다.
“여어, 요없카왕!”
“뭐라고?”
“요한이가 없으니, 카펠로가 왕이다. 이 말이지. 요한이 없으니 카펠로가 날아 다니잖아.”
“웃기지 마. 그 녀석이 있어도 이 몸이 왕이다.”
“짜식이, 센 척은. 너 요한이랑 뛸 땐, 공 잡자마자 요한이부터 찾잖아. 어시 올리고 싶어서.”
“웃기지 말라고 했지.”
요없카왕이라니.
카펠로에게 이보다 자존심 상하는 별명이 있을 수 있나.
“요업···”
“하지 말라고 했다.”
“알겠다. 그만할게.”
“푸하하.”
카펠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생각했다.
조만간, 한 번 뒤엎어야겠다고 말이었다.
ㆍㆍㆍ
프리미어 리그 팬들에겐 익숙한 패턴 하나가 있다.
8월이 되면 여름이 오고, 12월이 되면 겨울이 오듯.
계절의 변화 만큼이나 익숙한 풍경.
그건 바로, 시즌 개막이 가까워지면 시끄러워지는 맨유 팬들이다.
-[Officia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새 감독 예룬 하우어 선임
-‘1,100억’ 맨유, 아인트호벤 천재 미드필더 프란스 판더펠더 영입
-보강 아직 안 끝났다··· 뮌헨 행 임박이었던 도르트문트 DF 카이 헤이팅어, 전격 맨유 행
시즌 개막을 앞두고, 맨유가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냈던 것은 사실이었다.
지난 시즌 실망스러운 성적을 낸 제임스 히들스톤 감독을 경질한 맨유는 새 사령탑으로 예룬 하우어를 앉혔다.
하우어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 아인트호벤을 이끌며, 팀을 챔피언스 리그 4강까지 올려놓은 인물.
그 업적으로 단번에 유럽에서 가장 핫한 감독 중 한 명이 된 하우어 감독을 데려왔으니, 맨유 팬들은 그가 맨유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바꿔놓을 것이라 기대했다.
또한, 하우어의 황태자이자 챔스 4강의 주역인 아인트호벤의 프란스 판더펠더를 영입했고, 뮌헨에서 노리던 수비수 카이 헤이팅어까지 영입하며 스쿼드 보강까지 단단히 한 맨유였다.
이러니, 맨유 팬들이 새 시즌을 앞두고 온라인 상에서 활개를 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그들이 그러는 게 한두 번이 아니고, 저러다 곧 잠잠해질 거라는 것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
대부분의 타 팀 팬들은 그러려니 하며 귀를 막을 뿐이었는데.
시즌 개막 후.
7라운드까지 치러진 지금.
사람들의 예상은 빗나가고 있었다.
└이번 시즌은 진짜라고 했지? ㅋㅋㅋㅋㅋ
└대 황 유
└맨체스터 is Red!!!
└황유가 돌아왔다. 빈집털이범들은 이만 도망가도록
└그냥 맨유 트로피 주고 시즌 다시 시작하자 ㅋㅋㅋ 진짜 존나 잘한다
└트레블하면 본전. 더블하면 실패. 현재 맨유가 딱 그 정도 전력임
└하우어는 진짜 진또배기 명장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진짜 맨유가 달라져 있던 것이었다.
개막 후 7라운드 동안, 맨유는 6승 1무를 거두며 무패의 전적을 이어가고 있었다.
심지어, 유일한 무승부 하나가 맨시티와의 경기였음을 감안 한다면.
맨유는 그 어느 때보다 쾌조의 스타트를 보여주고 있었다.
덕분에, 맨유 팬들은 8라운드를 무척 기대하고 있었다.
8라운드, 맨유의 상대는 웨스트 햄.
지난 시즌, 웨스트 햄에게 대참사를 당했던 적이 있는 맨유다.
홈에서 요한에게 다섯 골을 내주며, 1대5로 패배했던 그 경기 말이다.
맨유 팬들은 이번 8라운드에서 그때의 굴욕을 되돌려 주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웨스트 햄 불쌍해서 어쩌냐. 나름 기세 좋던데, 여기서 자연재해를 만나부렀네.
└어차피 19팀 모두 공평하게 1패씩 선물해줄 거니까 너무 억울해하지 말라구 ㅋㅋㅋ
└웨스트 햄 팬들한테 경고한다. 웬만하면 아이들은 이 경기를 시청하지 못하도록 해라. 그만큼 잔인한 경기가 될 테니까.
└언론이 만든 가짜 천재 카펠로의 민낯, 진짜 천재 판더펠더 앞에서 만천하에 드러날 예정
맨유 팬들은 자신들의 팬사이트에 모여, 이미 경기에 이기기라도 한 듯 온갖 도발을 일삼았다.
어느 정도로 기세가 등등했는지, 심지어는 요한에 대해 도발하는 댓글도 달리기 시작했는데.
└[속보] 요한 반, 악몽 때문에 밤잠 설쳐··· 맨유 전 앞두고 두려움 호소
└요한아, 올 때 발롱도르 들고 와라. 주인한테 반납해야지.
└헤이팅어가 요한 반 영혼까지 터는 거 보는 거냐?
└요한아, 미안한데 늦었다. 이젠 너 와도 자리 없다
재밌는 건, 그런 댓글들은 얼마 가지 못했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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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자기들끼리 떠드는 곳이라지만, 아닌 건 아닌 거니까.
아무튼 그 정도로 맨유는 자신감이 넘치고 있는 상태였고, 빨리 8라운드가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