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30)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30화(130/202)
< 129화 – 카드보다 가까운 주먹 >
그 순간, 요한을 바라보는 두 남자의 눈에 묘한 감정이 서렸다.
“···!”
먼저, 카펠로.
카펠로의 눈엔 요한이 영화에 나오는 히어로처럼 보였다.
처음이었다.
요한이 멋있어 보인 건.
왜 흔히 말하는, 심쿵했다고 하지.
물론 이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지만.
카펠로는 잠깐이나마 순정 만화의 여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
그리고, 에드우드.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힘에 밀려 쓰러진 에드우드는, 누가 자신을 밀친건지 고개를 들어 확인한 뒤 굉장히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상당히 짜증이 난 듯한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던 건, 요한이었다.
에드우드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로 꼽았던 그 요한 말이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뭐, 우상이라든가.
롤모델이라든가, 그 정도의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에드우드는 분명 요한의 팬이었다.
그런데, 그런 요한이 자길 짜증스럽게 바라보고 있으니.
몸은 우락부락해도, 마음은 아직 소년인 에드우드의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경기가 자꾸 끊겨 질질 끌리는 것 때문에 짜증이 난 요한의 한 방에, 에드우드의 몸과 마음이 모두 제압된 것이었다.
<요한에게 오늘 첫 경고가 주어집니다. 테일러 주심이 여기선 카드를 꺼내드네요.>
<에드우드가 좀 크게 넘어지긴 했습니다. 앞서 에드우드가 했던 몸싸움에 비해서 크게 과한 것 같진 않은 느낌이었지만요.>
<아무튼, 요한은 카드 관리를 해야겠습니다.>
어찌 됐든, 요한은 옐로카드를 받았다.
하지만 받을 가치가 있었다.
그 한 방 이후, 활개를 치던 에드우드가 꼬랑지를 돌돌 말고 주눅이 들면서.
기세가 웨스트 햄 쪽으로 넘어갔기 때문이었다.
<웨스트 햄의 빌드업이 풀리기 시작합니다. 카펠로가 자유로워진 덕인데요.>
<경기의 분위기가 급변합니다!>
다만, 한 가지.
옐로카드 한 장이 변수긴 하다.
요한이 또 인내심을 잃고 방금과 같은 파울을 범한다면, 경고 한 장을 더 받든 아니면 다이렉트 레드가 나오든.
요한이 필드를 빠져나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
어느 누가 퇴장을 당해도 뼈가 아픈데, 그게 요한이라면 더더욱 데미지가 크다.
오늘 경기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
결국 고든이 요한을 불러, 단단히 당부를 해야만 했다.
“이제부터는 조심해야 돼. 아예 반칙 자체를 하지 않도록 해. 상대는 계속 도발해 올 거야. 거기에 넘어가지 말고.”
“퇴장 당할까봐요?”
“당연하지.”
“그럼, 한 세 골 먼저 넣어두면 돼요? 그럼 퇴장 당해도 괜찮잖아요.”
나쁠 거 없다는 듯이 말하는 요한에, 황당한 고든.
요한으로서는 진짜 나쁠 게 없었다.
퇴장을 당한다 해도 말이다.
그 전에 골만 두둑히 넣어두면, 오히려 좋다.
일찌감치 퇴근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고든은 한숨을 내쉰 뒤 고개를 저었다.
“퇴장을 당하면, 최소 한 경기. 경우에 따라선 두, 세 경기 출장 금지를 당할 수도 있어. 다음 경기에 못 나온다고, 너.”
“···!”
이번엔 요한의 표정이 바뀌었다.
다음 경기에 못 나온다고?
그건 안되지.
경기를 못 뛰면, 훈련에 빠질 수가 없잖아.
그건 절대로 안되지.
결국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용히 골만 넣을게요.”
“굿.”
고든은 요한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
주도권이 웨스트 햄에게 넘어가긴 했지만, 맨유도 쉽게 물러서진 않았다.
비록 에드우드가 잠수를 타기 시작해서, 카펠로가 여유로워지긴 했지만.
맨유는 타겟을 카펠로에서 요한으로 바꾸었다.
물론, 카펠로에게 그랬던 것처럼 요한에게 똑같이 할 순 없었다.
피지컬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일 말이다.
그랬다간, 자기들이 먼저 뻗는 수가 있었다.
대신, 역이용.
요한이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도록 만들고자 했다.
상당히 이른 시간에 받은 옐로카드.
한 장만 더 받게 만들면, 오늘 경기를 꽁으로 먹는 거나 다름없다.
요한이 없는 웨스트 햄? 뭣도 아니지.
맨유 선수들은 계속해서 요한을 자극했다.
“누구 때문에 쟤네는 힘들겠다. 다들 뭐 빠지게 뛰어 댕기네.”
“쟤네도 속으론 욕하고 있을 거야. 누구 때문에 힘들어 뒤지겠다고.”
요한의 주변을 맴돌며, 혼잣말인 듯 중얼거리지만 다 들리게끔 트래시 토크를 한다거나.
뻐어엉-!
웨스트 햄의 프리킥이 주어졌는데, 괜히 공을 차서 멀리 보내놓곤 모른 척을 한다거나.
유치하지만, 그래서 효과적인 도발을 해오는 맨유 선수들.
“···”
근데, 듣기 싫은 말을 귓등으로 흘려보내는 건 아빠의 잔소리로 단련된 요한의 특기라.
그건 안 통하고.
자꾸 시간 끌면서 헛짓거리 하는 건 좀 화가 나는데.
그것도 다 방법이 있다.
경험으로 배운 건데.
쌩쇼를 하던 것들도 골 하나 넣어주면, 알아서 헛짓거리 안하고 경기에 집중하더라.
<전반 15분이 지나고 있습니다. 양 팀의 점유율은 46대 54. 웨스트 햄이 살짝 앞서지만 큰 차이는 없고요. 선제골이 중요해지는 흐름이 되었는데요.>
<고든, 카펠로에게. 카펠로, 왼쪽으로 돌립니다. 오늘 왼쪽을 통한 공격 시도가 많은 웨스트 햄. 그러나 돌파를 허용하진 않고 있는 맨유인데요.>
왼쪽에서 조슈아 베일리가 공을 잡은 뒤 기회를 엿보다, 여의치 않은 듯 다시 뒤로 내줬다.
맨유의 오른쪽 수비가 오늘 나쁘지 않다.
그렇담, 반대로 전환을 해줘야겠지.
뻐어어어어엉-!
백 패스를 이어 받은 뒤, 길게 반대 전환 패스를 뿌리는 카펠로.
그 패스가 낮고 빠르게, 자로 잰 듯 오른쪽으로 향했다.
전환은 무조건 빨라야 한다.
느리면 전환을 하는 이유가 없으니까.
다만, 그렇다 해도 카펠로의 패스는 거의 슈팅에 가까웠다.
맨유 선수들의 머리 옆을 스치고 지나갈 정도로, 낮고 빠르게 때린 패스.
아무리 전환이 빨라야 한다지만, 그 패스를 받아야 하는 선수 입장에선 곤욕일 듯한 패스인데.
파아아앙-!
<멋진 터치로 세워 놓습니다! 요한!>
그 패스를 요한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냈다.
애초에 타깃이 요한이기에 카펠로도 그렇게 패스를 준 거다.
힘을 절묘히 죽여 정확히 발 아래에 떨궈 놓는 요한.
덕분에, 이후 공격 작업을 준비하는데 있어 불필요하게 소요되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툭, 툭-!
상대 풀백을 앞에 두고, 툭툭 치고 들어가는 요한.
그런데, 평소와는 조금 다른 대치 구도다.
이런 전환 상황에선 항상 상대 풀백과 1대1로 맞붙는 구도였다.
허나, 지금은 둘이다.
둘이 요한을 막아 서고 있었다.
하나는 레프트백.
하나는 센터백.
박스 안을 지켜야 할 센터백까지 요한을 마중 나와 있던 것.
물론 하우어 감독의 지시였다.
맨유의 레프트백인 앙헬 카세레스는 대인 마크가 출중한 편이다만, 혼자선 요한을 막을 깜냥이 안된다.
최소가 둘.
둘은 붙여야 그나마 시간을 끌어볼 수라도 있을 거라는 하우어 감독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요한은 시간을 주지 않았다.
파아아앙-!
요한에게 두 명이 붙었으면, 누구 하나는 프리일 수밖에 없다.
맨유만 12명이 뛰는 게 아닌 이상.
센터백이 요한에게 마중을 나와 생긴 빈 자리.
그 빈 공간을 향해 버클리가 뛰어 들어갔고, 요한은 버클리의 발 앞에 패스를 툭 밀어주었다.
그리고, 패스와 동시에 요한은 중앙을 향해 뛰었다.
자신을 막아서고 있던 두 녀석의 시선이, 잠깐 공에 이끌린 그 잠깐의 틈에.
요한은 어느새 그 둘을 지나쳐갔다.
스르륵-!
<좋은 백 힐! 버클리가 잘 밟아줬습니다!>
이후 버클리의 연계도 좋았다.
요한의 움직임을 흘끗 확인한 버클리는 그 의도를 파악하고, 공을 직접 몰고 들어가는 대신 공을 뒤로 밟아줬다.
요한의 진행 방향 앞에 굴려주는 백 힐 패스.
파아앙-!
타타탓-!
그 패스를 받아, 한 번 더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는 요한.
몇 번도 안되는 패스와 움직임만으로, 맨유의 마킹이 완전히 꼬여 버렸고.
요한에겐 슈팅 찬스가 났다.
뻐어어어어어엉-!
흔히, 야구에서 결대로 때린다고 표현하듯.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뛰던 요한은 파 포스트를 보고 왼발로 감았다.
그 감아 차기는,
슈우우우우우웅-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야무지게 감겨 들어갔다.
철썩-!
<고오오오올-! 요한의 환상적인 왼발이 터졌습니다! 오늘도 득점포를 가동하는 요한!>
<지금은 마킹을 떨쳐내며 들어가는 패스와 움직임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물론 슈팅도 군더더기 없이 완벽했고요!>
맨유 선수들의 도발에 대한 요한의 대답은 이것.
자, 이제 다들 헛짓거리 그만들 하고.
경기에나 집중들 하라고.
*
요한의 선제 골이 터진 뒤.
경기는 더 불이 붙는 느낌이었다.
양 팀의 공방전은 더욱 치열해졌고, 경기의 템포는 점점 더 빨라져 갔다.
하우어의 맨유는 실점 후에 더 저력을 보여주었다.
전반 중반 이후부터는 전체적인 활동량을 바탕으로 빼앗겼던 주도권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나름 기회를 많이 만들어, 슈팅까지 가져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좀 아쉬운 게 있다면, 결정력 부족으로 그 슈팅들이 골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이었지만.
<1대0, 웨스트 햄이 한 점을 앞선 채 전반이 종료 되었습니다. 양 팀의 전반 지표를 살펴보면, 점유율은 48대 52로 웨스트 햄이 조금 앞섰으나 대등했고, 슈팅은 6대4로 맨유가 오히려 더 많았습니다.>
<동점 골이 터졌다면 경기 분위기가 또 바뀌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그러지 못했기에 웨스트 햄이 후반을 좀 더 여유롭게 운영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맨유도 전반에 에너지를 꽤 끌어다 쓴 느낌이었거든요.>
사실 좀 아쉬운 게 아니라, 많이 아쉽긴 했다.
전반에 동점을 만들지 못했다는 게.
덕분에 후반전, 불안 요소가 많다.
일단, 에너지를 전반에 많이 끌어다 썼기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가 찾아 올거란 점.
또한, 오늘따라 영 과감함이 보이지 않는 에드우드 자체가 불안 요소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어진 후반전에서, 그 불안 요소가 맨유의 발목을 붙잡았다.
모든 선수들이 초반부터 빡세게 뛰었던 만큼, 양 팀의 체력 저하는 평소보다 이르게 찾아왔고, 후반 65분.
중원의 압박이 느슨해진 틈을 타 카펠로가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이른바 대지를 가르는 패스.
맨유의 수비진을 바보로 만드는 패스를 요한의 발앞에 대령하며 완벽한 찬스를 열어준 것.
이후 요한의 마무리 역시 깔끔했다.
키퍼와의 1대1 상황에서 요한은 침착하게 골문 구석으로 공을 차 넣었고,
그렇게 스코어는 2대0이 되었다.
“씨··· 벌.”
“뭐 빠지게 뛰어 다니기만 하면 뭐하냐! 결과를 만들어라, 결과를!”
점수 차가 2점 차까지 벌어지고 나니.
올드 트래포드의 분위기는 험악해지고 말았다.
올 시즌 들어선, 항상 분위기가 좋았던 이곳이다. 이번 시즌엔 정말 달라졌다는 게 보였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으니까.
리그가 7라운드까지 진행된 시점에서, 벌써 예룬 하우어의 얼굴이 크게 박힌 현수막이 관중석 한 켠에 설치 되었을 정도였다.
근데, 빨리 끓어오를수록 식는 것도 빠르다고.
고작 7경기 만에 하우어를 세계 최고의 명장으로 추대하던 맨유 팬들은, 고작 90분을 못 참아 폭발하고 있었다.
“무슨 생각으로 저런 어린 놈들을 쓰는 거야! 다들 정신을 못 차리잖아!”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없다!”
뒤편에서 들려오는 관중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벤치에 앉아 있던 하우어 감독이 피식 웃었다.
슬슬 시작되는 건가 싶어서.
유럽 그 어느 클럽보다 기대치가 높은 맨유 팬들의 극성이 말이다.
지난 경기까지만 해도, 세대 교체가 완벽하게 이뤄졌다고 찬양했으면서.
이제 와선 무슨 생각으로 어린 놈들을 쓰냐니.
하여간.
“웨스트 햄 따위한테 지는 게 말이 되냐!”
“우린 맨유다!”
한때 너무 잘나갔던 것도 문제다.
다들 그때를 잊지 못해, 현실에 비해 너무 원하는 게 많다.
웨스트 햄은 지난 시즌 준우승 팀이었고, FA컵 우승을 한 팀이다.
반면 맨유는 6위에, 모든 컵 대회에서 조기 탈락했고.
심지어 여기, 올드 트래포드에서 1대5로 패배했던 건 까맣게 잊었나?
그 때에 비하면, 오늘은 아주 잘하고 있다.
4점 차로 졌던 팀에게, 2점 차로 막아내고 있는데 잘하고 있는 것 아닌가.
요한을 2점으로 막아내고 있단 말이다.
원래 재건이라는 건, 시간이 무진장 필요한 일이다.
특히나 맨유처럼 문제가 복합적인 클럽은, 그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하우어가 요한의 영입을 요구했던 것이지.
한순간에 모든 걸 바꿀 수 있는 건, 그 수밖엔 없었으니까.
뭐, 아무튼.
웨스트 햄에게 승점 3점을 내준다는 건 하우어 감독 개인으로서도 뼈 아픈 일이긴 하다만.
분명 가능성을 봤기에 하우어 감독은 관중들이 내는 소리에 귀를 닫았다.
오늘 져도, 다음 번에 만났을 때 승점을 빼앗으면 된다.
좀 길게 보자, 길게.
맨유 팬들아.
설레발 좀 자제하고.
이미 떨어댄 설레발은 어쩔 수 없으니, 대가를 알아서들 잘 치르고 말이다.
“삐익, 삐익, 삐이익-!”
<네, 경기 이대로 종료 됩니다! 2대0, 웨스트 햄이 올드 트래포드에서 소중한 승점을 가져 갑니다. 이로써 개막 후 8연승을 이어가게 되는 웨스트 햄! 올 시즌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경기는 반전 없이 그대로 끝이 나게 되었고.
맨유 팬들은 죽상을 쓰며 생각했다.
당분간 인터넷 접속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말이었다.
뭐, 그 생각은 현명한 생각으로 보였다.
└와 맨유가 달라지긴 했네 ㅋㅋㅋ 웨스트 햄 상대로 0대2면 잘한거지 ㅇㅈ
└맨유 우승컵 주고 시즌 다시 시작하자(실제로 했던 말)
└맹구들아, 또 속냐!!
└??? : 지금의 맨유는 자연재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개를 들어라, 맨유. 강팀에게 진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하긴 유로파 팀이 챔스 팀 상대로 선전하긴 했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맨유를 조롱하는 댓글들이 이미 인터넷을 뒤덮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