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31)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31화(131/202)
< 130화 – 유럽에서 가장 큰 도서관 >
“어? 카펠로가 여긴 웬일이냐?”
“웨이트하게?”
“···신경들 꺼라.”
“이야, 드디어 몸 좀 키워 보려고?”
“쟤, 맨유 애들한테 호되게 당했잖아. 이제야 필요성을 느꼈나보네.”
“이 몸한테 신경들 끄라니까.”
웨스트 햄 훈련장의 체력단련실.
여기서 볼 수 있는 얼굴이 아닌 카펠로가 나타나자, 다들 의외라는 듯 쳐다 봤다.
카펠로는 따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지 않는, 웨스트 햄의 유이한 두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나머지 한 명은 요한이고.
뭐 기본적인 스트레칭이나 유산소 운동을 하러 체력단련실을 찾는 경우는 있어도.
웨이트를 하러 기구에 앉는 경우는 없는 카펠로다.
그런 걸 할 시간에, 공을 한 번 더 차는 것이 낫다는 게 카펠로의 생각이니까.
“···이거, 어떻게 하는 거냐?”
“벤치하게? 갑바 좀 키우려고? 하긴. 너 너무 볼륨감이 부족해.”
“장난치지 말고.”
“알겠어, 임마. 코치님! 카펠로 벤치 좀 가르쳐주세요!”
사실 이적 후 첫 시즌부터 느끼고 있던 것이긴 했지만, 지난 맨유 전에서 카펠로는 더욱 여실히 느꼈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온갖 더티 플레이를 일삼는 무식한 녀석들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카펠로 입장에서 녀석들은 축구가 아닌 다른 스포츠를 하는 것들이었지만.
이 섬놈들의 리그 자체가 그랬다.
축구라는 걸 그저 발로 하는 럭비인 줄 아는 것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지만, 카펠로는 목표한 바를 이루기 전까진 프리미어 리그를 뜰 생각이 없었고, 더 강해져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근데, 뭐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에드우드 그 놈을 한 방에 제압하는 요한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는 이유가 더 컸지만.
“코치 님.”
“응?”
“요한, 그 녀석도 이걸 합니까?”
“벤치 프레스 말인가? 아니. 애초에 요한이는 여길 들어오지 않아.”
“···.”
코치의 말에 새삼 분통이 터지는 카펠로.
대체, 요한 그 녀석은 어떤 유전자를 타고 났길래, 따로 운동도 안하면서 그런 몸뚱이를 가지고 있는걸까.
녀석은 정말 타고났···을 리가 없다.
진정 타고난 천재는 자신 하나뿐.
분명 녀석은 아무도 안보는 곳에서 운동을 할 거다.
“아, 근데 딱 한 번 무게를 측정해본 적은 있지. 시즌 앞두고서였나. 120킬로그램 들면 퇴근 시켜준다고 했거든.”
“백이십···?”
“응. 번쩍 들던데. 백삼십도 들겠던데, 뭐.”
“···.”
아니, 120kg면 원판을 몇 개를 꼽아야 하는 거야.
원판 하나를 들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카펠로는, 원판을 다시 내려놓았다.
“이거 말고, 다른 건 뭐 없습니까?”
“어떤 걸 원하는데? 버티는 힘을 키우고 싶은 건가?”
“그 녀석은 또 뭘 했었죠?”
“으음. 풀업도 몇 번 했었지. 그때도 1등 하는 사람 퇴근시켜준다고···”
“풀업?”
자리를 옮기는 카펠로.
이번엔 풀업, 즉 턱걸이다.
맨몸 운동은 카펠로도 꽤 자신 있다.
“몇 개 했는데요?”
“열세 개였나.”
열세 개?
생각보다 별 거 아닌데?
카펠로는 손에 침을 퉤 뱉고, 자세를 잡은 뒤 빠르게 당기기 시작했다.
“후! 후!”
하나, 둘, 여섯, 여덟,
“흐읍···! 으으으윽···!”
열 셋··· 열 넷!
이겼다!
“흐억, 흐어억··· 이 몸이 이겼다!”
“어··· 그게, 그래. 근데···”
“?”
“요한이는 몸무게도 많이 나가고, 거기서 중량도 달고 했으니까···”
“중량···?”
“20킬로였나···”
“···.”
겨우 한 개 더 했다고 좋아했다가, 카펠로의 표정이 굳었다.
그 녀석은 20kg를 달고 열세 개를 했던 거라고?
게다가 녀석은 몸무게도 더 많이 나간다.
이런 개 같은···.
“너무 상심하지 마. 인간은 인간끼리 비교해야지. built different. 그 녀석은 설계부터가 다르다고.”
“···.”
젠장.
언젠간, 하나라도 이기고 만다.
“다른 거 또 없습니까?”
카펠로는 그렇게 계속해서 체련단련실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언젠간 요한, 그 녀석보다 강해질 거라는 일념 하나로 말이었다.
ㆍㆍㆍ
“뭐야. 못 보던 가방이네?”
“응. 예쁘지?”
“···얼만데?”
“좀 비싸. 어휴, 걱정 마. 또 산 거 아니니까.”
“협찬이야?”
“응.”
“아들 이용해서 너무 받아먹는 거 아니야?”
“웃기시네. 나한테 직접 들어온 거거든?”
“당신이 뭔데?”
“반요한 엄마.”
“···.”
반석호는 요즘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하나 고민에 빠져 있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충분히 넓은 집이다.
오늘처럼 두 아들이 집을 비우는 날엔 썰렁하다 느껴질 정도로.
다만, 요한이가 런던의 대스타가 된 뒤로.
그리고 김라희가 요한의 SNS 계정을 열심히 관리한 이후로.
집안엔 못 보던 물건들이 가득했다.
따로 창고 하나를 마련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SNS로 광고를 해주고, 그 물건들을 공짜로 받은 거다.
그 어떤 물건이라도 요한이 들고 사진만 한 번 찍어주면 다 매진이라나 뭐라나.
“애 너무 피곤하게 하진 말고.”
“내가 더 피곤해, 내가. 광고 10개 들어오면 8개는 쳐내는 중이야.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알아?”
“···근데, 어째 당신한테 필요한 것들만 받는 느낌이다?”
“그런 건 아니거든.”
“여자 가방이랑 화장품이 요한이한테 대체 왜 들어오냐고.”
“여자 애들이 좋아하니까, 이 양반아. 날 닮아서 핫하다고 난리잖아.”
한숨을 내쉬는 반석호.
원래도 그랬지만, 요즘은 정말 별의별 광고가 다 들어온단다.
축구 선수랑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여성 의류부터 화장품, 심지어는 여자들이 좋아하는 명품 브랜드까지.
그들이 왜 축구 선수한테 광고를 부탁하는건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게 요한이라면 또 이해가 된다.
요한이는 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랑받고 있으니까.
“참 다행이야. 그래도 녀석이 아빠인 날 닮은 게.”
“뭐가?”
“노는 거 좋아하고 그랬으면, 주변에 이상한 사람들이 잔뜩 꼬였을 텐데 말이야. 나한테 바른 생활을 배웠으니까 다행이지.”
“···뭐, 자기 입으로 그런 말하니 재수는 좀 없네.”
“그래도 틀린 말이라곤 못하겠지?”
“어휴.”
반석호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김라희.
뭐, 맞긴 하지.
근데 반듯해도 너무 반듯해서 문제지.
식단 관리 한답시고, 연애 시절 그 흔한 맛집 한 번 같이 안 가고 말이야.
“그나저나, 나중에 결혼은 할 수 있을까?”
“여자들이 줄을 설 텐데 무슨.”
“그게 문제가 아니라, 본인 의지가 있어야 할 거 아니야.”
“흐음.”
“우리가 소개를 시켜줘 볼까?”
“아직 열일곱 밖에 안됐는데 뭘 벌써. 때가 되면 알아서 되겠지.”
“근데 진짜 잘 상상이 안 가긴 한다. 쟤도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노력이라는 걸 할까?”
“글쎄. 쟨 진짜 좋은 여자 만나야 돼. 보통 여자들은 못 버틸 거야. 엄마 같은 여자를 만나야지.”
“···치, 갑자기 뭐야.”
반석호의 말에 콧방귀를 뀌는 김라희.
그러나, 곧 숨길 수 없는 웃음이 김라희의 얼굴에 피었다.
“가을인데 날씨가 아직도 덥네. 씻어야겠다.”
“···갑자기?”
“금방 씻고 나올게.”
“···그걸 왜 나한테 말해?”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뭘 기다리는데?”
김라희가 욕실로 향하자, 반석호는 아연실색한 표정이 되었다.
뭐,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엄마처럼 이해심이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거지, 그게 당신을 말한 건 아니었다고!
반석호는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었다.
ㆍㆍㆍ
웨스트 햄의 맨유 전 다음 일정은 리그 9라운드, 본머스 AFC와의 경기였다.
본머스는 지난 시즌 가까스로 잔류에 성공한 팀이었고, 경기가 런던 스타디움에서 펼쳐지기에 어려운 경기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또한, 이 다음 일정이 챔스 조별예선 4차전.
바르셀로나로 원정을 떠나야 하는 일정이기에, 슈미트 감독은 적당히 힘을 뺀 스쿼드로 본머스 전에 임했다.
이 경기에서 제 몫을 100퍼센트 이상 해준 건 해리 케인이었다.
지난 시즌 요한에게 FA컵 트로피를 선물 받은 뒤로, 요한을 거의 부모님처럼 모시고 있는 케인이다.
항상 훈련장에 출근하면, 요한의 라커부터 정리하는 게 케인의 루틴이 되었을 정도니까.
아무튼, 벤치에 앉은 요한이 나설 필요가 없도록, 케인은 녹슬지 않은 골 감각을 보여주며 승리의 선봉장이 되었다.
<웨스트 햄이 리그 9연승을 달립니다!>
<9경기 연속 무패도 아니고, 9연승이네요. 물론 일정이 나쁘지 않았다곤 하나, 어쨌든 토트넘이나 맨유를 잡아냈었던 웨스트 햄이죠.>
<해머스는 벌써부터 무패 우승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과연 이 연승이 언제 깨질지 궁금하군요!>
본머스 전 승리로 리그 9연승.
웨스트 햄은 승점 27점을 일찌감치 쌓으며, 초반이긴 하지만 다른 팀들과의 차이를 벌렸다.
9라운드가 모두 종료된 시점에서, 2위로 웨스트 햄을 추격하는 건 7승 1무 1패의 맨유.
그 다음이 6승 2무의 맨시티, 리버풀이다.
하우어의 맨유가 치고 올라왔고, 셰이 벨라미 등 전력 이탈이 좀 있었던 첼시가 5위권으로 쳐졌다는 걸 제외한다면 지난 시즌과 비슷한 양상이다.
다만, 앞으로도 비슷한 느낌은 아닐 것이었다.
웨스트 햄에게는 말이다.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은 챔피언스 리그를 병행해야 하니까.
지난 시즌까진 일정 면에서 맨시티나 리버풀 같은 팀들에 비해 이득을 보는 면이 있었지만, 올 시즌은 그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이제부터가 진짜 진검승부라는 거다.
물론, 뭐 선수들의 마음가짐은 지난 시즌이나 이번 시즌이나 달라질 건 없었다.
매 경기 이기는 것.
9연승을 했으면, 10연승에 도전하는 것.
그뿐이었다.
ㆍㆍㆍ
“진짜 크긴 크네.”
“실제로 보니까 장난 아니긴 하다.”
“주장도 여기 첨 와봅니꺼?”
“당연하지. 내가 여기 와볼 일이 언제 있었겠냐.”
“아따 마, 여기 꽉 차믄 어지럽겠는데예.”
필드 위에 선 선수들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주말 리그 경기를 마친 뒤, 곧바로 해외 원정 길에 오른 웨스트 햄.
이들이 서 있는 곳은, 유럽에서 가장 큰 축구 전용 경기장.
캄프 누다.
내일 열릴 경기에 하루 앞서, 적응 훈련을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웸블리랑은 또 다른 느낌이지?”
“뭐, 비슷하긴 한데. 좀 더 큰 느낌이네요.”
요한도 경기장을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웸블리나 여기나, 그냥 무지하게 크다는 느낌인 건 비슷하다만.
좀 다른 게 있다면, 여긴 오롯이 FC 바르셀로나의 성채라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관중석의 색깔부터가 그렇지 않은가.
바르셀로나를 상징하는 남색과 다홍색이 스트라이프 형태로 칠해져 있다.
확실히, 여긴 바르셀로나만을 위한 경기장이라는 느낌이 드는 모습이었다.
“이놈들, 홈 승률이 높은 이유가 있구만.”
“너무 걱정들 하진 마. 정신만 잘 차리면 돼. 다들 1차전 때를 기억하자고.”
“그래. 그놈들, 별 거 아니었잖아? 여기서라고 달라질 건 없어.”
“마, 남자답게. 대마이 있게 가봅시데이.”
“대마이는 또 뭐의 사투리냐, 버클리?”
“예? 대마이가 대마이지, 뭐라카는교.”
“배짱, 임마 배짱.”
선수들의 말 대로, 겁먹을 필욘 없었다.
1차전에서 바르셀로나를 3대0으로 완벽히 제압했던 이들이다.
정신만 잘 차리고, 하던대로만 한다면.
이곳에서도 완벽한 승리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여길 유럽에서 가장 큰 도서관으로 만들어 보자고.”
“좋아!”
적응 훈련을 마친 웨스트 햄 선수들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캄프 누를 빠져 나왔다.
*
<2028/29시즌 챔피언스 리그 E조, 바르셀로나와 웨스트 햄의 경기를 보내드리겠습니다.>
4차전의 날이 밝았다.
오늘 승리로 조 1위를 확실하게 굳히려는 웨스트 햄과, 파리를 제치고 2위 자리를 노리는 바르셀로나의 대결.
<오늘 캄프 누는 대단한 장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홈팬들이 캄프 누를 찾았는데요.>
<공식 집계 상으로, 오늘 총 9만 4천여 명의 관중이 입장했다고 하는군요. 어마어마한 수치입니다.>
<이건 뭐, 챔피언스 리그 결승 같은 분위기인데요. 그만큼 바르셀로나 팬들은 지난 1차전의 복수를 원하고 있는 거겠죠.>
<그렇겠죠. 또한, 만약 오늘 패배하게 되면 토너먼트 진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될 테니까요.>
정말, 오늘 캄프 누는 마치 챔스 결승인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아무리 챔스 경기라지만, 조별예선 경기일 뿐인데 9만 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찼다.
캄프 누의 총 수용 관중이 9만 9천 명이라지만, 바르셀로나의 시즌 평균 동원 관중은 7만 7천여 명 수준이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관중들이 캄프 누를 찾았다는 뜻이었다.
“야 씨, 이거 안들리겠는데.”
“확성기를 가져올 걸 그랬나.”
물론 오늘도 웨스트 햄의 원정 팬들 역시 한 켠에 자리를 잡고, 경기 시작 전부터 열성적인 응원을 하고 있긴 하다만.
그들의 목소리가 쉽게 묻히고 있을 정도로 홈 팬들의 기세가 뜨겁다.
안필드 같은 곳 정도만 제외하면, 그래도 어딜 가든 열정으로는 꿀리지 않는 해머스인데.
여긴 좀 다르긴 하다.
웨스트 햄이 캄프 누로 원정을 올 일이 없었으니, 해머스들도 캄프 누에서 응원을 해보긴 처음.
오늘, 응원을 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경기가 될 듯 했다.
하물며 그러한데, 선수들은 어떨까.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한 웨스트 햄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막상 관중들이 가득 찬 캄프 누의 전경을 보니.
선수들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후우, 이겨내보자.”
“할 수 있어. 우리, 할 수 있다고.”
말로는 할 수 있다고 되뇌이는데, 긴장한 티가 역력한 선수들을 보며.
주장 고든은 요한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선수들에게 말했다.
“자, 다들 요한 경과 악수 한 번씩 해.”
“···?”
“기 받아 가라고. 자, 나부터.”
손을 내미는 고든과, 뭐하는 거냐는 듯한 표정으로 손을 맞잡아주는 요한.
이후, 뜬금없는 악수회가 이어졌다.
“후우, 조금 풀린다.”
“가보자, 가보자!”
확실히, 이럴 때 의지할 수 있는 건 요한이 밖에 없다.
선수들은 한결 나아진 표정으로, 필드를 향해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