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33)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33화(133/202)
< 132화 – 유럽에서 가장 큰 도서관 >
참 신기한 일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순간에 입을 다물었다는 것은.
“···.”
다만, 역설적이게도 그들의 입은 벌어져 있었다.
입은 떡 벌어졌는데, 말문은 막힌 거다.
요한의 그림 같은 오버헤드 킥에, 캄프 누가 경악으로 인한 적막에 휩싸였다.
<으아아악! 제 눈이 의심스럽습니다! 말도 안되는 골이 터졌습니다!>
<뭐죠, 이게? 저걸 저렇게 넣는다구요?>
<찬물을 끼얹은 듯, 얼음장이 되어버리는 캄프 누! 모두가 할 말을 잃었습니다!>
실점 순간, 실점한 팀의 팬들이 조용해지는 건 뭐 당연한 거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말 그대로 모두가 조용했다.
웨스트 햄 원정 팬들을 포함해, 웨스트 햄 선수들, 그리고 벤치까지도.
모두가 할 말을 잃고, 그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게 만드는 골.
그런 골이 요한의 발에서 터져 나왔다.
“저 아이는 사람이 아니랍니다!”
요한의 동점 골은, 버클리의 입에서 표준어가 튀어나올 정도로 충격적인 골이었다.
*
캄프 누의 분위기는 묘해졌다.
바르셀로나가 선제골을 넣은 이후 그랬던 것처럼, 이젠 동점 골을 넣은 웨스트 햄이 거세게 몰아 붙인다.
문제는, 바르셀로나의 첫 골이 터진 건 그들이 흐름을 잡은 시점으로부터 10분 뒤였지만, 웨스트 햄의 동점 골은 흐름을 잡은 동시에 터졌다는 것이었다.
즉, 바르셀로나는 득점의 기세를 이어가는데 10분만을 더 쓸 수 있었지만, 웨스트 햄은 20분을 더 몰아붙일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 20분을 과연 바르셀로나가 순탄하게 넘길 수 있을까.
물론 웨스트 햄이 그랬던 것처럼, 경기장의 분위기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질 걱정은 없는 바르셀로나였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있었다.
<카펠로, 돌아 들어가는 걸 잘 봤습니다! 옌킨슨이 높게 오버래핑을 올라왔습니다! 컷백! 아, 그러나 발에 걸립니다. 황급히 걷어내는 바르셀로나!>
<클리어링이 되긴 했지만, 사람을 놓치고 있는 바르셀로나 수비입니다. 동점 골에 흔들리는 듯한데요.>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제가 수비여도 현타가 올만한 골이었는데요.>
요한의 골이 너무 임팩트가 컸다는 거다.
수비 입장에선 회의감이 들 정도로.
아니, 그딴 식으로 골을 넣어버리면, 수비수는 뭘 하라는 건가.
뭘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단 말인가.
회의감은 들고, 자신감은 떨어지고, 그게 집중력의 저하로 이어지고.
순차적으로 바르셀로나의 수비진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흔들리기 전에도 요한에게 골을 내줬던 바르셀로나다.
바르셀로나는 아무 문제 없이 이 흐름을 버텨내기가 어려웠다.
<카펠로의 스루 패스! 그러나 비델이 슬라이딩으로 끊어냅니다! 클리어··· 어엇!>
전반 33분.
왼쪽에서 크게 돌아 들어가던 베일리에게 카펠로가 박스 안으로 찌르는 스루 패스를 넣었는데, 바르셀로나의 센터백 파레르모 비델이 슬라이딩으로 패스를 끊어냈다.
그것까진 좋았는데, 이후 베일리가 다시 빠르게 달려들자 비델은 누운 채로 급히 공을 걷어냈다.
그런데, 누워서 차낸 공이 멀리, 그리고 정확히 뻗을 리 없었다.
그 공이 향한 곳은, 하필 요한의 발앞.
파아앙-
갑작스럽게 찾아온 공이었지만, 요한은 침착했다.
그래도 수비 하나가 정면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
그러나 요한은,
스르륵-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공을 살짝 옆으로 민 뒤,
뻐어어어어엉-!
그 오른발 그대로 슈팅을 때렸다.
반 박자 빠른 슈팅.
촤아아아아아-
그 슈팅은, 정면에 서 있던 수비의 다리 사이를 파고 들었다.
골키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슈팅이었다.
슈팅 타이밍도 빠르지, 수비 때문에 시야가 가려지기까지 했지, 막는 게 이상한 슈팅.
그나마 뒤늦게라도 다이빙을 뜬 게 바르셀로나가 꽤 훌륭한 골키퍼를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었다.
철썩-!
결국 그렇게 요한의 두 번째 골이 터졌고, 거기서 차이가 벌어졌다.
자신들의 흐름에서 한 골을 따낸 바르셀로나.
그리고 두 골을 따낸 웨스트 햄.
이게 두 팀의 차이였다.
*
바르셀로나가 전반을 내준 건 참으로 치명적인 일이었다.
아무리 캄프 누의 열기가 원정 팀에겐 지옥불처럼 느껴진다 해도, 인간은 적응의 동물.
이 분위기마저 적응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웨스트 햄 선수들은 하프타임 동안, 요한의 첫 골을 이야기하며 긴장을 완전히 덜고 후반전에 임했다.
후반전의 웨스트 햄은 전반 초반과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으며, 런던 스타디움에서 보여줬던 경기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파아앙-
파아앙-!
카펠로를 기점으로, 버클리와 네이슨이 부단히 움직이며 패스를 주고받는다.
계속해서 삼각 대형을 만들며 원투 패스를 주고받으니, 바르셀로나도 쉽게 공을 빼앗지 못한다.
마치, 우리도 론도 훈련 열심히 한다고 말하는 듯한 모습.
그러다 보니 바르셀로나 선수들도 자존심이 상한다.
압박하는 바르셀로나.
서로의 간격을 좁히고, 압박의 강도를 높이며 공을 돌리는 웨스트 햄 선수들을 좁은 지역으로 밀어 넣는다.
그러나, 그게 웨스트 햄이 원하던 바.
일부러 끌어 들였다는 거다.
뻐어어어어엉-!
카펠로가 기습적으로 쏘아 올린 패스가 선수들로 혼잡한 좁은 공간에서 빠져 나왔다.
그 패스가 향하는 건 반대쪽, 당연히 요한이다.
박스 우측면에서 상대 수비와 1대1.
요한은 툭툭 치고 들어가며 각을 보다,
타타탓-!
골라인을 향해 빠르게 치고 달렸다.
한발 늦게 따라붙는 수비.
그 틈에 오른발을 크게 당기는 요한.
각도는 작지만, 요한이라면 얼마든지 슈팅을 시도할 수 있는 위치다.
때문에, 한발 늦었다고 판단한 수비가 슬라이딩을 하며 발을 뻗었다.
하지만 녀석을 비웃기라도 하듯, 요한은 슈팅을 때리지 않고 접었다.
그리고,
파아앙-
중앙 쪽으로 공을 한 번 차 놓은 뒤,
뻐어어어어엉-!
파포스트를 향해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슈팅을 때렸다.
변칙적인 슈팅.
왼발로 때리는 게 당연한 각도에서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깎은 거다.
참, 골키퍼로서는 오늘 곤욕이 아닐 수 없었다.
요한의 슈팅은, 당최 하나도 예상 가능한 슈팅이 없었다.
슈우우우우웅-
그 아웃프런트 킥은 바나나처럼 휘어 들어가, 골키퍼의 손이 닿지 못하는 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철썩-!
<고오오올-! 또, 또, 또! 또다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요한입니다!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두 번째 해트트릭!>
<하하, 이거 참. 런던 스타디움에서는 그렇다 치지만, 캄프 누에서까지 해트트릭이라니요. 정말, 이 선수의 심장을 뭘로 만들어진 걸까요?>
<글쎄요. 강철로도 부족할 것 같습니다. 아다만티움 정돈 되지 않을까요?>
<그럼 뛸 수는 있는 겁니까?>
<뭐, 뛰니까 살아 움직이겠죠.>
요한은 바르셀로나에게 두 번의 해트트릭을 선물해줬다.
바르셀로나 팬들에겐 정말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캄프 누에서 누군가가 해트트릭을 했는데, 그게 바르셀로나 선수가 아니라니.
요한의 해트트릭이 작렬하는 순간, 캄프 누는 더이상 유럽에서 가장 시끄러운 곳이 아니었다.
그저, 유럽에서 가장 큰 도서관일 뿐이었다.
*
몇 번이나 말하지만 축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상황은 절망적이었지만, 바르셀로나에게도 이후 몇 번의 흐름은 찾아왔다.
웨스트 햄의 전반적인 에너지 레벨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바르셀로나도 마찬가지긴 하다만, 웨스트 햄은 보다 더 빡빡한 일정을 치르고 있는 상황.
후반 30분대에 접어들며, 웨스트 햄의 기동력이 떨어질 때, 다시 한번 존재감을 발휘한 것은 이아고 퀸테스였다.
<골! 아직 모릅니다! 퀸테스의 추격골이 터집니다! 퀸테스도 오늘 두 골째!>
<추격의 불씨를 살리네요! 시간은 아직 충분 하거든요!>
퀸테스의 골로 축 처져 있던 캄프 누의 분위기가 다시 살아났다.
지금이라면 어떻게든 무승부만 만들어도 만족할 수 있는 바르셀로나였다.
웨스트 햄이 파리를 이겨주면 되는 거니까.
2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해도 얼마든지 기뻐할 준비가 되어 있는 바르셀로나였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건 잠깐이었다.
후반 41분.
퀸테스의 골이 터진 뒤 5분 후.
이번엔 조슈아 베일리가 일을 냈다.
바르셀로나 수비의 모든 신경이 요한에게 쏠린 사이, 베일리가 프리 찬스에서 침착하게 득점에 성공한 것.
경기를 끝내는 쐐기 골이었다.
“삐익, 삐이익, 삐이이익-!”
<경기 끝났습니다! 누구도 쉽게 예상치 못했던 결과입니다! 홈 극강, 바르셀로나가 캄프 누에서도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웨스트 햄, 대단한 팀이네요. 그리고 요한, 역시 발롱도르 위너의 위엄을 보여줬습니다.>
4대2.
어렵게 시작했던 경기지만, 요한을 중심으로 한 웨스트 햄이 저력을 보여준 경기.
값진 승리였다.
-조별리그에서만 15골, 미친 득점 페이스의 요한 반! 챔피언스 리그 단일 시즌 최다골 기록 노린다!
-9만 명의 응원도 소용 없었다··· 뿔난 꾸레들, 경기장 주변서 폭력 사태 발생!
-폭력 사태에 원정 간 해머스 안전 우려
-‘역시 훌리건?’ 해머스들, 오히려 때렸다
-웨스트 햄, 주먹질로도 바르셀로나 이겼다··· 런던 현지 반응은? “맞고 다니는 것보단 낫다. 역시 망치 군단!”
-폭력 사태 묻는 기자 질문에··· 슈미트 감독, “프리미어 리그에선 흔한 일.” 잉글랜드는 대체 어떤 곳?
ㆍㆍㆍ
바르셀로나 전을 마치고.
웨스트 햄 선수들은 현지에서 하루 휴식을 취한 뒤, 런던으로 복귀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저기, 요한 경.”
“?”
“자기 전에,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뭔데요?”
좌석에 앉자마자 한숨 자려는 자세를 취하는 요한에게 옆자리에 앉은 페트로비치가 말을 건다.
머리를 긁적이는 페트로비치.
“사실 나도 너에게 자세한 대답을 기대하고 묻는 건 아닌데, 그래도 정말 궁금해서. 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긴장을 하나도 안할 수 있는 거야?”
페트로비치는 진심으로 궁금했다.
대체, 어떻게 단 1도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건지.
다행히 경기를 이기긴 했지만, 자기 때문에 경기를 망칠 뻔 했다는 걸 페트로비치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근데, 솔직히 어젠 누구라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긴 했잖아.
대체 이 녀석은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는 거냐고.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에 무슨 생각해?”
“음. 집에 가고 싶다?”
“···그럼 경기 중에는?”
“아무 생각 안 하는데요.”
요한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는 페트로비치.
그래, 애초에 기대도 안 했다.
쓸모 있는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곤.
아무 생각도 안 한다라.
참 속 편한 녀석이네.
“그래, 고맙다. 이제 자···”
“드르릉-”
뒷통수만 대면 자는구나.
정말 본능대로 사는 녀석이다, 이 녀석은.
ㆍㆍㆍ
챔피언스 리그 E조
1위 웨스트 햄 Utd 4승 0무 0패 승점 12점
2위 파리 생제르맹 2승 1무 1패 승점 7점
3위 FC 바르셀로나 1승 1무 2패 승점 4점
4위 말뫼 FF 0승 0무 4패 승점 0점
캄프 누 원정에서 승점 3점을 가져오면서, 웨스트 햄은 일찌감치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했다.
남은 두 경기에서 모두 패한다 해도 2위 밑으론 내려갈 수 없는 상황.
덕분에 한결 여유가 생긴 웨스트 햄이었다.
프리미어 리그 팀들이 조별예선 초반에 목숨을 거는 이유가 있다.
9월부터 12월까지 이어지는 조별예선 일정.
만약 두 경기를 남겨 놓은 상황에서도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 짓지 못한다면, 지옥의 12월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 봤자 한두 경기 더 하는 게 뭐가 그리 힘드냐고 할 수도 있지만, 모르는 말씀.
경우에 따라서는 그 한 경기 때문에 일주일에 3경기를 치러야 할 때도 있을 정도다.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 지었다고 해도 부담스러운 일정.
그런데 진출 여부가 불투명해 전력을 다해야 하기까지 한다면? 지옥이다.
그러니, 다들 일찌감치 진출을 확정 짓고 싶어하는 이유가 있는 거다.
웨스트 햄이 바르셀로나 원정에 베스트 일레븐을 90분 동안 가동한 것처럼.
그건 모든 걸 쏟아부을 가치가 있는 경기였다.
다만, 그렇기에 주말 리그 경기가 부담이 될 수는 있었다.
심지어, 웨스트 햄의 리그 10라운드 상대는 리버풀이었다.
그것도 원정.
유럽에서 가장 어려운 원정 1, 2를 연이어 하게 되는 웨스트 햄이다.
4일 간격을 두고 말이다.
게다가 어려운 점은 또 있다.
리버풀은 주중 챔피언스 리그 경기에서 로테이션을 가동하며 체력까지 세이브했다는 점.
챔피언스 리그 H조
1위 리버풀 FC 4승 0무 0패 승점 12점
2위 스포르팅 CP 2승 1무 1패 승점 7점
3위 AC 밀란 1승 1무 2패 승점 4점
4위 올림피아코스 0승 0무 4패 승점 0점
웨스트 햄에 비하면 꿀 조에 걸린 리버풀이다.
리버풀이나 웨스트 햄이나 압도적인 조 1위를 마크하고 있는 건 같다만.
웨스트 햄은 전력을 다했다는 것과, 리버풀은 힘을 적당히 빼고도 1위라는 게 차이.
더군다나 지난 시즌 안필드에서의 패배를 복수하겠다고 칼을 갈기까지 하고 있는 리버풀이니.
여러모로 쉬운 경기가 되진 않을 듯 했다.
-리버풀 알랭 누네스 감독, “스포르팅 전 로테이션 이유? 웨스트 햄 전 대비.”
-리버풀 DF 데릭 데 클라잉, “난 여전히 성장 중··· 지난 시즌과 달라졌다.”
-리버풀 캡틴 스티브 던컨, “안필드에서 두 번의 패배는 없다.” 설욕 다짐
-제이콥 버클리, “안필드? 걱정 없다. 캄프 누에서 이미 귀가 먹어 아무것도 안 들릴 것.”
-캄프 누서 불안함 드러낸 페트로비치, “요한에게 비법을 전수 받았다.”
-해리 케인의 리버풀 전 출장 가능성? “내가 나가도 이긴다. 하지만, 리버풀 팬들은 발롱도르 위너를 보고 싶어할 것.”
-요한 반, 안필드과 캄프 누 비교? “캄프 누에 비하면, 안필드는 조용··· 경기하다 잘 수도.”
-안필드보다 캄프 누가 더 뜨거웠다는 요한 발언에··· 바르셀로나 탈레스 회장, “요한은 세계 최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캄프 누는 언제나 그를 환영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