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36)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36화(136/202)
< 135화 – 탄산보다 끊기 힘든 것 >
안필드 원정에서 승리하며, 개막 후 10연승을 달리게 된 웨스트 햄.
9연승과 10연승은 한 끗 차이지만, 느낌은 또 완전히 색달랐다.
훨씬 더 압도적인 느낌.
“이러다 정말 해버리는 거 아닙니까? 우승이라는 놈.”
“허허. 벌써 그런 행복한 상상을 하기엔, 아직 이른 거 아닌가요?”
“난 이르다고 생각 안 합니다. 충분히 가능해 보여요. 벌써 10연승입니다. 맨유, 리버풀을 상대로도 이겼고요.”
“요즘 제가 잊어버린 게 하나 있습니다.”
“뭡니까?”
“지는 기분 말입니다. 대체 진다는 게 뭐죠? 하하!”
“저도 까먹어서 대답을 못하겠네요. 리버풀 구단주한테 전화해서 물어볼까요?”
그 10연승에 기분 좋게 취한 건 웨스트 햄의 세 구단주들이었다.
사실, 지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10연승은 무슨, 연승이라는 단어 자체도 익숙치 않았었던 팀이 웨스트 햄이다.
그랬던 팀이, 올 시즌 들어 10연승을 달리고 있으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을 정도로 기쁠 수밖에.
게다가 그 뿐만인가.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전승을 기록 중이다.
조 추첨 당시까지만 해도 머리를 감싸 쥐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파리고 바르셀로나고 죄다 뚜까 패버렸다.
이젠 다른 조의 강팀들도 조 1위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16강 조 추첨에서, 웨스트 햄을 피하기 위해 말이다.
꿈만 같은 일이었다.
때문에, 세 구단주들은 이게 꿈이라면, 이왕 더 기쁜 꿈을 꿔보자하고 있었다.
이제 시즌 초반이 지나고 있을 뿐이지만, 이 기세라면 가능할 것도 같지 않은가.
리그 우승이라는 목표가.
아니, 어쩌면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 리그 우승.
더블까지도 말이다.
“생각만 해도 짜릿하네요.”
“구단 가치가 아마 수억 파운드는 오르겠네.”
이미 지난 시즌 2위를 차지하며 챔스 티켓을 따낸 웨스트 햄은, 그것만으로 많은 게 바뀌어 있었다.
근데 우승까지 차지 한다면, 훨씬 더 많은 것들이 바뀔 것이다.
레스터 시티가 우승으로 수억 파운드의 경제적 가치를 얻은 것처럼.
구단주들 입장에선 싱글벙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하아.”
방금까지만 해도 활짝 웃고 있던 구단주 중 한 명, 맥마나만이 갑자기 울상을 지었다.
“생각해보면, 우린 참 불쌍하지 않습니까?”
“왜요?”
“우승해서 수억 파운드를 버는 게 무슨 소용입니까. 우승을 하면, 그와 동시에 클럽 역사상 최고의 스타를 잃게 되는데.”
“거, 왜 갑자기 우울한 이야기를 하고 그러세요.”
맥마나만의 말에, 갑자기 침울해지는 분위기.
팀이 리그 우승을 한다면 그보다 경사는 없겠지만, 동시에 가장 슬픈 일이 될 것이다.
그 날이 곧 요한의 은퇴 날이니까.
“그러게, 그런 공약은 왜 걸어서.”
“설마, 진짜 우승에 근접할 수 있을 줄은 몰랐죠. 그때는. 사실 지금도 안 믿기는데.”
“지금이라도 계약서를 좀 바꿔 보는 건?”
“에이, 고소 당하고 싶어요?”
“그랬다간 팀 이미지 바닥으로 가는 거지.”
“요한이 맘 상해서 떠나버릴 수도 있구요.”
그렇다고 이제 와서 말을 바꾸기도 뭐하다.
어른이 되어서 해선 안되는 몹쓸 짓이기도 하고, 요한이 매우 실망해 다른 팀으로 떠나버릴 지도 모르는 일이다.
요한을 붙잡으려다, 잃어버리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는 거다.
괜한 욕심 때문에.
“요즘 참 그렇습니다. 웃으면서 일어나서, 우울하게 잠들어요.”
“그래도 일단 웃을 수 있는 게 어딥니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울한 일 밖에 없었는데.”
“맞아요. 너무 슬퍼하지 말고, 차라리 기분 좋게 보내줍시다. 송별회 한 번 제대로 해주자구요.”
“그래요. 우린 너무 큰 선물을 받았어요. 제발로 복덩이가 들어와서, 그 복으로 여기까지 왔죠. 그에 대한 보답은 해줘야죠.”
“뭐가 좋을까요. 우리, 우승 공약 하나씩 걸어 보십시다.”
그래.
약속은 약속이고, 그 약속을 깰 수 없다면.
차라리 최대한 기분 좋게 떠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맞지 않을까.
우승 공약이라.
턱을 매만지는 구단주들.
맥마나만이 먼저 입을 열었다.
“20억. 우승 시, 선수단 전원과 코칭 스태프들에게 쏩니다.”
“20억 받고, 20억 더.”
“그럼, 전 30억 갑니다. 대신, 내 이름이 제일 앞에 오도록 해주시죠.”
“오케이, 콜.”
“그럼 70억이네. 한 사람 당 2억 5천씩은 돌아 가겠어.”
“두 당 2억 5천이라. 뭔가 아쉬운데. 이왕이면 챔스까지 걸어보시죠?”
“챔스 우승은 두 배.”
“콜.”
통 크게 콜을 외치는 구단주들.
근데, 근데도 뭔가 아쉽다.
돈보다도 뭔가 좀 더 특별한 걸 걸고 싶은데.
“이런 건 어떻습니까. 리그 우승이든, 챔스 우승이든. 하게 되면 클럽 역사상 최초지 않습니까?”
“그렇죠.”
“이렇게 하자구요. 리그 올해의 선수, 혹은 챔스 최우수 선수에 선정되는 선수. 이 선수를 본 딴 동상 하나를 세웁시다. 런던 스타디움 입구에.”
“오호.”
“괜찮은 것 같은데요? 돈보다도 얻기 힘든 명예를 거는 거죠.”
홈 구장 입구에 동상이라.
웬만한 레전드들도 받지 못하는 대우다.
특히나 현역 선수라면 더욱.
하지만, 만약 클럽의 첫 우승을 이끈 선수라면 그만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
웨스트 햄에겐 창단 130년만의 첫 우승이란 말이다.
맨유도 올드 트래포드에 퍼거슨 경 동상을 세웠고, 맨체스터 시티도 에티하드 스타디움에 뱅상 콤파니, 다비드 실바,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동상을 세웠다.
창단 후 첫 우승의 주역이라면, 당연히 런던 스타디움의 얼굴이 될 만 하다.
“부디, 동상을 세울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과연, 런던 스타디움에 동상이 세워질 수 있을까.
만약 세워진다면, 그 주인공은 누가 될까.
시즌이 끝나 보면 알게 될 일이었다.
ㆍㆍㆍ
“동상이라니. 사람 미치게 하네, 이거 또.”
“런던 스타디움에 내 동상이 세워 진다고?”
“근디 그, 내 동상이 만들어지면, 지는 이적 못 하는깁니꺼?”
“꿈 깨라, 다들. 우리가 우승해도 너희들 동상이 세워지는 일은 없을 테니까.”
“네 동상이 세워지는 일도 없을 걸, 카펠로.”
“웃기는 소리. 이 몸이 아니면 누가 MVP를 받는단 말이냐?”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너한테 도움 떠 먹여 주는 녀석이겠지.”
“네가 골을 먹여주는 거겠지. 축구 볼 줄 모르는 놈아.”
우승 보너스 소식을 들은 선수들은 설렘을 감출 수 없어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다.
상상만 해도 짜릿한 일이지 않은가.
웨스트 햄의 얼굴.
해머스들의 마음의 고향.
런던 스타디움에 자신의 동상이 세워지게 된다니.
물론 우승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선수단의 분위기는 대환영이었고, 확실한 동기 부여는 지쳐 있던 선수단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그 덕인지, 웨스트 햄은 리버풀 전으로부터 일주일 뒤 펼쳐진 리그 11라운드, 브렌트포드 전에서 2대0으로 승리하며 11연승에 성공했다.
유독 길게 느껴졌던 원정들을 끝내고 홈에 돌아온 이날.
원래라면,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이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던 브렌트포드 전이었다.
다만, 몇몇 선수들은 슈미트 감독이 못 말릴 정도로 출전 의사가 완강해, 이날 경기를 뛰었다.
그 중 한 명이 카펠로였다.
리그, 또는 챔스 우승 시 특전에 누구보다 맛탱이가 간 선수가 카펠로였다.
뭐, 완전 눈이 돌아간 거다.
자기애로는 누구에게도 안 지는 카펠로가 아닌가.
그런 카펠로가 홈 구장에 자신의 동상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양보하고 싶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탄산도 끊은 카펠로였다.
조금이라도 더 컨디션 관리를 잘 하기 위해서.
밥 먹을 때 무조건 탄산이 있어야 하는 카펠로가, 그 좋아하던 탄산을 끊게 만들 정도로.
동상 건립 공약은 컸다.
아무튼 그 효과가 있었는지, 브렌트포드 전에서 카펠로는 MOM을 받으며 동상 주인공에 한 발 다가갔다.
물론, 과연 요한을 따라 잡을 수 있을진 지켜봐야 하겠지만 말이다.
ㆍㆍㆍ
“아빠.”
“응?”
“여기 올 때마다, 저게 부러웠어요.”
“저거?”
“네.”
“나도 그랬지.”
아스날의 홈 구장,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반석호와 로한이 리그 12라운드 경기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올 시즌 7승 3무 2패로 나름 분위기가 좋은 아스날이 웨스트 햄의 12라운드 상대인데.
로한이 손으로 가리키고 있는 건, 구장 정면에서 무릎 슬라이딩 세레머니를 하고 있는 모습의 티에리 앙리 동상이었다.
“해머스로서는, 모두가 부러워할만한 레전드가 있는 아스날이 부러웠고. 한 명의 선수로서는 구단에서 동상을 세워줄 정도로 레전드가 된 앙리가 부러웠지.”
“어떤 기분일까요. 자신의 동상이 홈 구장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본다는 건.”
“글쎄다. 앙리랑은 친분이 없어서 못 물어 보겠고. 나중에 요한이한테 물어보자고.”
“그래야겠네요. 제대로 된 대답은 못 듣겠지만.”
구단주들의 공약은 반석호와 로한의 가슴도 설레게 만들었다.
솔직히, 가능성이 제일 높잖아.
웨스트 햄이 만약 우승을 하게 된다면, 그 우승의 1등 공신은 요한이 될 확률이.
뭐랄까, 마음이 복잡했었던 반석호와 로한이었다.
클럽의 우승, 무엇보다 보고 싶은 장면이긴 했지만.
그렇게 되면 요한을 그라운드 위에서 더 볼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은 둘을 우울하게 만들었었다.
근데, 만약 요한의 동상이 이 런던 스타디움에 세워지게 된다면.
정말 큰 위안이 되어줄 것이었다.
녀석이 그라운드를 누비던, 찬란한 그 순간을 이곳에 오면 언제든 추억할 수 있을 테니까.
“뭐, 지금은 현재를 즐기자. 오늘은 그라운드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요한이를 볼 수 있는 날이니까.”
“네.”
반석호와 로한은 웃으며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
올 시즌을 앞두고, 아스날의 분위기는 매우 맑음이었다.
시즌 막판, 기적적으로 첼시를 제치고 챔피언스 리그 티켓을 따냈던 아스날.
덕분에 아스날은 올 여름을 더욱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이른바 ‘쓰리 영 거너스’라 불리던 젊은 쓰리톱은 시즌이 거듭될수록 전성기에 가까워지고 있었고, PFA 올해의 팀에 뽑힌 수비수 대니 화이트와 미드필더 헤나투 에코는 장기 재계약을 체결하며 팬들을 환호케 했다.
여기에 더해, 아스날은 인테르의 핵심 미드필더 페데리코 치에르니 영입에 성공하며 스쿼드를 완성했다.
-달라진 아스날, 챔스 티켓 운으로 딴 게 아니다!
-4스날 넘어 우승 노리는 아스날… 아스날은 어떻게 강팀이 되었는가?
-이번 시즌, 가장 주목해야 하는 팀은 아스날? ‘혼자 다른 축구를 한다’
-아름다운 축구로의 회귀, 추억 속의 아스날이 돌아왔다.
타 팀 팬들은 비웃었을지 모르지만, 시즌을 앞둔 아스날은 자신 있었다.
시즌이 시작되면, 계속 그렇게 비웃을 수 없을 거라는 걸.
그리고, 실제로.
시즌이 개막되고, 11라운드 동안 아스날이 보여준 경기력은, 그렇게 자신 있어 할만 했다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7승 3무 2패의 성적.
그 중 2패가 맨시티와 맨유에게 당한 것인데, 그 경기들도 경기력은 좋았던 아스날이다.
“다들 기술이 좋다. 바르셀로나와 필적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거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아스날의 패스 템포가 훨씬 빠르다. 우리에겐 더 까다로운 상대일 수도 있다는 거다.”
바르셀로나보다 아스날이 더 까다로운 상대가 될 수도 있다는 슈미트 감독의 말은 진심이었다.
두 팀 다 선수 개개인의 테크닉이 굉장히 좋은 팀.
덕분에 탈압박이라든가, 패스 플레이가 매우 좋은 팀들이다.
다만, 아스날 선수들은 바르셀로나 선수들보다 훨씬 더 동료들을 이용하는 플레이를 즐기는 편이었다.
최후방에서부터, 최전방까지.
오직 원 터치 패스만으로 이어가는 장면이 꽤 빈번히 보일 정도로.
그렇게 빠른 템포의 패스 플레이를 따라가기 위해선, 한 순간도 집중력을 잃어선 안되니.
상대하는 입장에선 피로감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번 경기의 포인트는 그런 아스날의 빠른 템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끊어내고, 경기를 웨스트 햄의 템포로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냐 하는 것인데.
“걱정할 필요 없을 겁니다. 이 몸이 알아서 주무를 테니.”
“음. 그래, 카펠로. 조율 잘 해봐라.”
그래서 카펠로의 역할이 중요한 경기였고, 카펠로는 그것이 반가웠다.
지난 11라운드는 요한이 결장했기에 쉽게 MOM을 따냈지만.
오늘은 녀석이 출장한다.
때문에 쉽지 않은 MOM 경쟁이 될 것이었다.
물론, 녀석이 자신보다 더 잘하기 때문은 절대 아니고.
공격수라는 포지션이, 그저 골만 몇 개 넣으면 MOM을 타가는, 주인공 병 걸린 놈들이 맡는 포지션이라 그럴 뿐이다만.
어쨌든, 질 수는 없다.
‘그나저나…’
근데, 좀 고민 되는 게 있다.
녀석에게 패스를 줘야 돼, 말아야 돼?
주면… 어시스트는 쉽게 챙길 수 있다.
근데, 그럼 녀석은 골을 기록하게 되잖아.
전문가 같지도 않은 놈들은 과정이 어쨌든 무조건 골을 더 위로 쳐주고 말이다.
‘흐음.’
카펠로는 턱을 매만지며 경기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