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38)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38화(138/202)
< 137화 – 탄산보다 끊기 힘든 것 >
탄산이 몸에 좋다고 믿고 마시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몸에 안 좋은 걸 마신다는 죄책감보다, 그걸 마실 때 느껴지는 짜릿한 청량감이 훨씬 크기에 사람들은 탄산을 마신다.
카펠로 역시 그랬다.
쉬운 패스만 하다 보면, 아무리 어시스트를 쌓는다 해도 좋을 게 없었다.
스탯이 아무리 중요하다지만, 어쨌든 2순위일 뿐.
실제 필드 위에서 보여지는 진짜 기량보다 중요할 순 없다.
요한이 아무리 확실한 선택지라 해도, 쉬운 패스만 계속 하다 보면.
앞으론 어려운 패스를 진짜 어렵게 느끼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부할 수가 없다.
참고 싶은데, 자기도 모르게 손이 간다.
짜릿하니까.
녀석이 떠먹여주는 어시스트가, 이렇게 짜릿하니까.
<요한의 골, 그리고 카펠로가 어시스트를 기록합니다.>
<이번 시즌에도 착실히 어시스트를 쌓아가는 카펠로네요. 지난 시즌엔 겨울에 이적해서 아쉽게 도움왕을 차지하지는 못했습니다만, 이번 시즌은 기대할만 하겠는데요.>
<요한이라는 확실한 득점원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유력해 보이죠.>
조금씩 조금씩 줄여 나가다가, 언젠간 끊어야겠지.
오히려, 녀석이 자신을 찾게끔 만들어야겠지.
그게 원래 목표였으니까.
근데, 일단 지금은 아니다.
조금만, 딱 한 입만 더 즐겨 두자고.
*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의 분위기는 화끈하게 타올랐던 만큼, 순식간에 차분해졌다.
아스날이 선취골을 넣은 게 의외였다면, 곧바로 이어진 요한의 동점골은 그럼 그렇지의 느낌이었다.
역시, 요한을 쉽게 막을 수 있을 리가 없고, 웨스트 햄을 쉽게 잡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아스날의 최근 분위기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말이다.
<이전처럼 쉽게 공격을 시도하지 못하는 아스날의 모습입니다.>
<동점골을 허용하기 전까진 잠깐 잊고 있었거든요. 요한의 존재를요. 그래서 용감할 수 있었고요.>
빠르게 템포를 올리지 못하는 아스날.
역습에 당했으니, 쉽게 공격을 할 수도 없다.
비단 동점골 상황 뿐만 아니라, 그 전에도 역습 상황에서 실점이나 다름 없는 장면을 내주지 않았나.
아스날은 계속해서 공이 후방에서 돌게 하며 스스로 템포를 낮췄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근데, 한 가지 확실한 건.
아스날의 장점은 느린 템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비교적 느린 템포는 오히려 웨스트 햄에게 좋은 양상이었다.
애초에 슈미트 감독이 카펠로에게 조율해달라고 주문했던 게 이 템포.
아스날은 요한에게 느끼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들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웨스트 햄에게 다시금 주도권을 내주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공격권이 웨스트 햄에게 넘어갑니다.>
<카펠로, 화려한 개인기! 마르세유 턴으로 압박을 풀어냅니다!>
<이번엔 오른쪽으로! 버클리, 다시 카펠로에게 내줍니다!>
<카펠로, 곧바로 요한에게!>
<요한, 요한! 막아야합니다! 그러나 쉽지 않습니다! 슈우우웃-!>
<고오오오오오올-! 10분 만에 멀티 고오올-!>
요한의 멀티 골이 터진 건 전반 30분 경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카펠로의 패스를 받아, 수비를 앞에 두고 반 박자 빠르게 때린 슈팅이 골망을 갈랐다.
경기는 순식간에 역전 되었고, 카펠로는 쉽게 2개의 도움을 챙기게 되었다.
강하다.
중독성이 너무 강하다.
이가 다 썩을 정도로 달콤해서, 끊을 수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
‘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전반전, 허무하게 두 골을 내준 아스날의 수비수, 대니 화이트는 하프타임 동안 계속 고민을 해야 했다.
잉글랜드의 국가대표이자, 왼쪽과 중앙을 모두 볼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인 대니 화이트는 지난 시즌 리그 베스트에 뽑혔을 정도로 출중한 자원.
그런 화이트도 요한을 전혀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등을 지고 자리를 잡는 플레이를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워낙 파워가 좋아서, 일단 녀석이 자리를 잡으면 그 자리를 빼앗을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그 다음은 또 어떤가.
공을 잡고 돌아서는 녀석을 상대하는 것 역시 곤욕이다.
‘뭐가 더 쉬울까.’
둘 중 하나는 되어야 요한을 막을 수 있을 듯 했다.
애초에 패스가 전달되지 못하도록 하든, 공을 잡은 이후에 돌아서는 걸 막든.
둘 중 하나는 안되게 해야 막을 수 있을 것 아닌가.
그 둘 중 어떤 게 그나마 가능할 것인가.
그래도, 전자가 가능성 있지 않을까.
요한의 돌파를 막는 건 너무나 까다롭다.
스피드, 드리블 테크닉, 양 발 모두 슈팅을 때릴 수 있다는 점.
뭘로 보나 1대1로는 막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 전에 끊어내는 수밖엔 없어 보였다.
그것조차 쉬울 리는 없겠지만, 어쨌든.
<후반전의 분위기도 웨스트 햄이 잘 가져가고 있는데요.>
<아스날은 동점을 만들기 전에, 점수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부터 막아야 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카펠로가 공을 잡으면 요한의 위치부터 확인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아스날의 수비 라인이 출렁출렁 합니다.>
2대1의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 흐름을 잡는 웨스트 햄.
원래 탄산이든, 담배든, 술이든.
뭔가를 끊으려다 실패하게 되면, 이전보다 양이 더 느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보상 심리랄까.
다이어트를 하던 사람도, 참다 참다 결국 폭식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카펠로가 그랬다.
일단 공을 잡기만 하면, 아니 잡기 전부터 요한의 위치부터 확인하는 모습.
그렇게 카펠로가 시선을 주면, 그것만으로도 아스날의 수비 라인은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대니 화이트가.
어떻게든 패스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요한에게도 전해지고 있었다.
‘귀찮게 왜 이래.’
자꾸 주변에서 알짱거리는 대니 화이트를 보며 생각하는 요한.
이젠 요한도 꽤 경험이 쌓인 선수다.
물론 경력 자체는 고작 2년이 안된 루키 중의 루키지만.
웬만한 중견 선수들보다 많은 경험을 했지 않나.
짧고 굵게 말이다.
덕분에 수비수의 움직임을 보면,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눈에 보인다.
지금도 요한은 대니 화이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자꾸 앞으로 튀어 나가려는 걸 보니, 패스를 앞에서 미리 차단하려는 거다.
그렇담, 다 방법이 있다.
이런 녀석들 한 두 번 상대해 본 게 아니거든.
“헤이!”
파아아앙-!
카펠로의 패스가 요한에게로 향했다.
동시에,
타타탓-!
앞으로 튀어 나가려는 대니 화이트.
요한 역시 그런 화이트를 몸으로 막으며 공을 향해 달려 나갔다.
“이익!”
진로를 막아서는 요한 때문에 뚫고 나가지 못하는 화이트.
화이트는 어쩔 수 없이 다리라도 뻗기 위해 몸을 날렸다.
한 발 먼저 공을 처리하기 위해선, 슬라이딩으로 발을 뻗는 수밖에.
그러나,
퍼어억-!
요한은 화이트의 태클 마저 사전에 차단해버렸다.
화이트의 발이 나오는 쪽으로 다리를 미리 뻗어, 가드를 세워버린 것.
그 단단한 기둥에 화이트의 발은 튕겨져 나갔고,
촤아아아-
요한은 굴러오는 공을 건드리지 않고 돌아섰다.
공의 흐름을 살리면서 돌아서는 노 터치 턴.
<멋지게 돌아섭니다!>
<또다시 벗겨지는 대니 화이트!>
리그 베스트 수비수를 또다시 바보로 만들어버린 요한은,
뻐어어어어엉-!
이번에도 골문 구석을 향해 슈팅을 때렸고,
촤아아아아아-
철썩-!
그 슈팅이 골문 구석에 꽂히면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유럽 최고의 리그, 프리미어 리그.
그 프리미어 리그의 수많은 수비수들 중, 베스트로 꼽히는 수비수도 요한 앞에선 허수아비일 뿐이었다.
“으하하하! 그러게, 나랑 같이 가자니까!”
“…”
셰이 벨라미가 웃으며 대니 화이트의 앞을 지나갔고, 화이트는 고개를 떨구며 주먹으로 땅을 쳤다.
*
요한의 해트트릭으로 승기를 굳힌 웨스트 햄은, 남은 시간을 잘 운영하며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리그 연승 기록을 12연승까지 늘렸고, 올 시즌 분위기가 좋았던 아스날도 웨스트 햄의 연승을 저지하는데 실패했다.
“어이, 베일리.”
“응? 왜요, 카펠로?”
“빨리 결정력을 키워라.”
“…예? 갑자기요?”
“네가 잘해야 돼.”
“말씀은 고마운데, 그 속내가 뭔지 알 것 같아서 마냥 고마워할 수는 없겠는데요.”
이 경기의 MOM은 당연히 해트트릭을 기록한 요한으로 선정이 되었고, 카펠로는 애꿎은 베일리를 갈궜다.
베일리가 카펠로의 패스를 골로 연결시켰다면, 카펠로는 4도움을 기록하는 경기가 되었을 거다.
뿐만 아니라 중원에서의 존재감이 엄청났던 카펠로니, 어쩌면 요한을 제치고 MOM을 차지했을지도.
어쩌다 보니 베일리의 결정적인 미스가, MOM을 요한에게 선물하게 된 거다.
“임마 이거 진짜 웃기네. 어차피 요한이 아니었음 3어시도 못했을 거 아이가.”
“꺼져라, 웨일즈 촌놈.”
“마, 웨일즈가 아니라 스코틀랜드라니까!”
“그게 그거지.”
버클리에겐 애초에 별 기대도 없어서, 갈구지도 않는 카펠로다.
어찌 됐든.
다음 경기부터는 진짜 끊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카펠로였다.
요한이라는 놈을.
ㆍㆍㆍ
웨스트 햄의 12연승이 대단한 이유는, 12연승이라는 것 자체로도 당연하지만, 그 12경기 중 5경기에서 요한이 출장하지 않았다는 것에 있었다.
올 시즌, 특별 관리를 받고 있는 요한이다.
지난 시즌 FA컵 결승에, 유로 결승까지 뛰었고, 올 시즌엔 챔스까지 뛰게 되었으니 요한의 관리는 필수불가결한 일.
때문에, 이번 시즌 무엇보다 중요했던 게 나머지 선수들의 역할이었다.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가 크기도 한 웨스트 햄이지만, 그보다 더 큰 건 요한이 있고 없고다.
지난 시즌만 봐도, 요한이 없는 경기에서 당한 2패 때문에 리그 우승을 놓쳤던 웨스트 햄이니까.
물론 그때와는 여러모로 상황이 많이 바뀐 웨스트 햄이었다.
기존 선수들의 기량이 더 성장하기도 했고, 훌륭한 선수들이 팀에 새롭게 합류하기도 했다.
그렇게 새롭게 거듭난 웨스트 햄은, 올 시즌 요한 없이 다섯 경기를 치렀음에도 패배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12연승이라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었고, 슈미트 감독이 마음 놓고 요한을 관리해줄 수 있는 것이었다.
아스날 전 이후 치러진 리그 13라운드, 아스톤 빌라 전에서 요한의 1골 1도움으로 13연승을 거둔 뒤.
이어진 말뫼와의 챔피언스 리그 5차전에서, 웨스트 햄은 달라진 팀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이미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한 웨스트 햄이기에, 이날 요한은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물론 요한은 뛰고 싶었다.
말뫼는 요한에게 있어 돈이 가득 든 저금통이나 다름 없는 팀이었으니까.
지난 말뫼 전에서 자신의 한 경기 최다 골을 기록했던 요한이었다.
덕분에 긴 휴가를 얻었던 요한이었고.
그래서 이번에도 꼭 말뫼 전을 뛰고 싶었는데, 3일 뒤 맨시티와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슈미트 감독은 요한을 쉬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라며, 사정 사정해서 벤치에는 앉은 요한이었다.
만약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경기에 투입하겠다는 슈미트 감독의 약속을 받고.
때문에,
요한은 벤치에서 말뫼를 응원했다.
“그렇… 아오. 슛을 저 따위로 차면 어떡해.”
“…? 누굴 응원하는 거냐, 지금?”
“아녜요. 아무것도.”
“경은 진짜 축구를 기가 막히게 잘 하는 것만 아니었으면, 어후.”
하지만 안타깝게도, 요한의 응원은 말뫼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나 보다.
전반 12분에 터진 베일리의 골로 일찍 앞서가기 시작한 웨스트 햄은, 이후 해리 케인의 추가 골, 베일리의 멀티 골로 3대0 완승을 거두었다.
이날은 확실히 베일리의 날이었다.
물론 상대인 말뫼가 객관적으로 강한 전력을 가진 팀은 아니다만.
어쨌든 한 리그의 챔피언인 팀.
그러나 그런 말뫼를 상대로, 베일리는 왜 자신이 주목 받던 유망주였는지를 보여줬다.
“그래, 베일리! 바로 그거다!”
베일리의 활약에 제일 기뻐한 건 카펠로였다.
요즘 훈련장에서, 부쩍 베일리와 붙어 있는 시간이 많은 카펠로다.
요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카펠로에겐 베일리의 성장이 필요했으니까.
카펠로는 마치 베일리의 전담 코치처럼 붙어 코칭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천재는 훌륭한 선생이 될 수 없다고, 카펠로도 코칭에 소질이 있어 보이진 않았다만.
베일리도 재능이 충만한 선수라, 카펠로의 코칭을 꽤 잘 흡수하는 듯 보였다.
그 성과를 말뫼 전에서 보여준 것이고.
뭐, 카펠로의 의도가 오로지 자신을 위한 것이라 해도.
어쨌든 팀에게도 긍정적인 일이었다.
베일리가 재능을 폭발시키면, 팀과 요한에게도 좋은 일일 수밖에 없다.
베일리의 활약은 요한에게 더 많은 득점 기회와, 휴식 기회로 찾아올 테니.
“쩝.”
뭐, 경기를 쉰다는 게 꼭 반가운 일인 것만도 아니긴 하지만.
“아쉬워할 필요 없어. 이제부턴 쉬고 싶어도 못 쉬게 될 테니까.”
말뫼 전이 끝나고, 제이미 코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는 요한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의 말대로, 이제부턴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는 일정들의 연속이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다.
그 말인 즉, 지옥의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리그 14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와의 일전부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