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39)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39화(139/202)
< 138화 – 낭만이 살아 있는 필드 >
요한에게 승부욕을 불러 일으키는 유일한 팀, 맨체스터 시티.
지난 시즌 리그 우승, 그러니까 은퇴 기회를 앗아간 맨시티는 올 시즌 역시 무난히 순항 중이었다.
13라운드까지 10승 3무.
무승부가 조금 많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무패를 이어가며 연속 우승을 노리고 있는 맨시티다.
“생각보다 잘해주고 있단 말이지.”
맨시티의 올 시즌 지표들을 분석 중이던 로한이 말했다.
올 시즌 새롭게 합류한 스트라이커, 스테판 그라나흐.
꽤 잘해주고 있다.
10경기에 출장했고, 그 중 7번이 풀타임이었으며 7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이 정도면 첫 시즌 치고는 충분히 제 몫 이상을 해주고 있다고 봐야 한다.
“맨시티 팬들은 영 성에 안 차는 모양이지만.”
물론 맨시티 팬들은 아직 완전히 만족하고 있진 못한 모양이다.
뭐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애초에 그들이 원한 건 요한이었으니까.
요한이가 이미 17골을 기록 중이니, 7골의 그라나흐가 눈에 찰 리가 없을 거다.
그런 면에선 그라나흐도 불쌍한 처지다.
하필 요한의 대체자(?)로 와서, 소위 말하는 억까를 제대로 당하고 있다.
8경기에서 17골을 넣는 비상식적인 괴물이랑 비교를 당하는 건 너무 가혹하잖아.
“그래서, 좀 조심해야 할 지도.”
그런 면을 생각해본다면, 이번 경기에서 그라나흐를 특히 경계할 필요는 있어 보였다.
자기도 억울할 텐데, 보여주고 싶지 않겠나.
제발 억까 좀 그만 하라고.
자기도 쓸만한 공격수니, 다른 팀의 스트라이커를 영입하자는 이야기는 그만 좀 하자고 말이다.
“벌써 미안해지네.”
하지만, 로한은 이번 경기 이후 그라나흐가 더욱 더 마음 고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안타깝지만, 요한이가 보여줄 거거든.
왜 맨시티 팬들이 그라나흐가 왔음에도, 여전히 요한이를 영입하고 싶어하는 지를 말이다.
로한은 노트북을 덮고, 거실로 나갔다.
부엌에선 요한이 밥을 먹고 있다.
“동생아.”
“?”
“이번 주 일요일이 뭐 하는 날이랬지?”
“…”
로한의 물음에 요한이 당근을 우적우적 씹었다.
“맨시티 씹어 먹는 날.”
“그렇지.”
봐라.
씹어 먹겠단다.
불쌍한 그라나흐.
부디, 멘탈 잘 챙기길 바란다.
ㆍㆍㆍ
-지난 시즌과 달라진 맨시티, 가장 큰 차이는? 박스 안에서의 득점 비중 증가
-맨시티, 극적인 추가시간 골로 승점 3점 획득… 해결사는 그라나흐
-PL 첫 시즌 스테판 그라나흐, 예상보다 빠른 득점 페이스!
사실 맨시티 팬들도 잘 알고 있었다.
스테판 그라나흐의 영입은 성공적이라는 걸.
13라운드까지 벌써 7골을 넣어주고 있는 그라나흐다.
더군다나, 그 골들의 순도도 높았다.
7골 중 4골이 결승골.
승점 3점을 가져오는 골들이었다.
이게 딱 맨시티가 원했던 스트라이커 아니었나.
가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뭔가 2퍼센트가 부족할 때.
그걸 해결해줄 수 있는 해결사 말이다.
그라나흐는 분명 팀이 원했던 부분을 잘 채워주고 있었다.
만약, 요한 반이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그라나흐는 이미 맨시티 팬들의 아이돌이 되었을 거다.
그래, 그게 문제다.
프리미어 리그에 발을 들인 이상, 그것도 맨시티에 입단한 이상.
요한과의 비교를 피할 수가 없다는 점 말이다.
사실 웃긴 일이긴 했다.
시티팬들이 그라나흐를 요한의 대체자라고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다.
요한은 애초에 맨시티와 아무런 접점이 없는 선수이지 않은가.
항간에 이적설이 돌던 것도, 맨시티가 요한을 영입하려 한다는 일방적인 영입설이었을 뿐이지.
단 한번도 상호 간의 어떠한 이야기가 오갔다는 등의 소스는 없었다.
그런데도 맨시티 팬들은 요한을 마치 자기 팀 선수인 것처럼 생각해왔다.
부르면 당연히 와야 하는 것처럼.
뭐, 그 전까지의 사례들이 있었으니 무리도 아니긴 했다.
현재 시티의 핵심인 잭 프라이스부터가 웨스트 햄에서 넘어온 선수이니.
요한이 무척이나 특이한 사례라고 봐야겠지.
뭐, 일부 시티 팬들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웨스트 햄을 고수하고 있는 요한을 이 시대 마지막 낭만이라며 박수를 보내긴 했다만.
대부분은 이해가 안된다며 아쉬워하는 게 사실이었고.
그 과정에서, 그라나흐는 계속해서 요한과 비교를 당하는 처지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 미드나잇 풋볼, 키 플레이어 분석은 시어러 옹과 함께 하겠습니다.”
“언제부터 제가 ‘옹’이 됐죠?”
“어제부터요. 그건 그렇고, 사실 이 시간에 시어러 씨를 모시는 게 맞는가 제작진들끼리도 의견이 분분했는데요.”
“왜죠?”
“시어러 씨는 악성 요한맘 아닙니까?”
“전 누구보다 객관적인데요.”
“모든 스트라이커들을 요한과 비교하며 독설을 퍼붓는 시어러 씨 아닙니까.”
“그게 객관적인 사실인 걸 어떡합니까.”
14라운드를 앞두고 방송된 한 축구 전문 방송에서도 그라나흐는 가혹한 처지에 놓였다.
“자, 아무튼. 이번 14라운드의 메인 빅매치는 웨스트 햄과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이 경기의 키 플레이어로 선정한 두 선수는, 바로 요한 반과 스테판 그라나흐입니다.”
“그라나흐 선수가 만약 이 방송을 보고 계시다면, 지금 티비를 꺼주시기 바랍니다.”
“또 어마어마한 독설을 준비해 오셨군요.”
“독설이라기보단, 팩트 폭격이죠. 전 오로지 기록에 기반한 사실만을 말할 뿐이니까요.”
“그럼, 어디 그 기록을 살펴 보실까요?”
진행자가 손짓하자, 스크린에 두 선수의 기록이 떠올랐다.
여러 항목들이 가운데에 정렬되었고, 왼쪽이 요한의 기록, 오른쪽이 그라나흐의 기록이다.
둘 중 앞서는 쪽의 기록이 빨간 색으로 표시되는데, 역시 빨간 색이 압도적으로 많은 쪽은 왼쪽이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그라나흐 선수. 지금이라도 채널을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득점 기록부터 보죠. 요한이 17골, 그라나흐가 7골입니다.”
“비교가 민망한 차이네요.”
“근데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양 선수의 슈팅 개수인데요. 요한이 41회, 그 중 유효 슈팅이 31회. 그라나흐는 50회, 유효 슈팅이 21회입니다.”
“슈팅은 그라나흐가 오히려 더 많군요. 하지만 유효 슈팅은 요한이 10개나 더 많고요.”
“어마어마한 비율입니다. 슈팅을 네 번 때리면 그 중 세 번이 유효 슈팅이고, 그 중 두 번이 골이었다는 얘기죠. 말 그대로 원샷 원킬, 암살자라는 칭호가 딱 어울리는 요한입니다.”
“사실 그라나흐의 슈팅 기록도 나쁜 건 아니잖습니까?”
“되려 좋은 편이죠. 요한이 말도 안되는 거구요.”
그라나흐에게 가혹한 비교는 계속해서 이루어졌다.
“그라나흐의 7골 중 2골은 PK였습니다. 반면 요한은 모든 골이 필드 골이었죠. 물론, PK로 득점을 했다고 해서 평가절하할 건 아닙니다. PK도 엄연한 하나의 득점입니다. 다만, 어쨌든 필드 골보다는 쉬운 게 사실이니까요.”
“두 선수의 양 발 득점 비율도 눈에 띄는데요.”
“꽤 중요한 포인트죠. 그라나흐는 왼발 스트라이커입니다. 꽤 유니크한 타입이죠. 다만 그 의존도가 좀 높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7골 중 PK를 포함해 5골을 왼발로 넣었습니다. 꽤 극단적이죠. 반면, 요한은 7골이 왼발, 8골이 오른발이었습니다. 나머지 2골은 헤더였구요.”
“완벽한 양발이군요.”
그라나흐의 장점으로 꼽히는 왼발.
그러나 요한은 왼발로도 그라나흐보다 많은 골을 넣었고, 오른발로는 더 넣었다.
왼발 스페셜리스트라는 선수보다 왼발을 잘 쓰는데, 오른발은 더 잘 쓴다는 거다.
“xG값, 즉 기대 득점도 보시죠. 그라나흐는 9.4의 기대 득점에서 7골. 요한은 10.7의 기대 득점에서 17골.”
“요한의 골 대부분이 말도 안되게 욱여넣는다는 느낌이 드는 게 그 이유군요?”
“맞습니다. 그라나흐가 골을 넣어줬어야 하는 장면에서 두 개 정도를 놓쳤다면, 요한은 오히려 득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7골이나 더 넣은 셈이죠. 말 그대로 욱여넣은 겁니다.”
비교를 마친 진행자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제가 그라나흐라면, 억울할 것 같습니다. 비교 대상이 말도 안돼요.”
“그래서 제가 채널을 돌려달라고 말씀 드린 겁니다. 요한과 비교하면 누구라도 못해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라나흐는 분명 제 몫을 해주고 있는 선수거든요. 시티 팬들도 그 부분은 인정할 겁니다.”
“하지만, 100퍼센트 만족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일 거구요. 왜냐면, 그들이 원한 건 요한이었으니까요.”
“참 멋진 일 아닙니까? 시티 팬들이 절 마구 욕하시겠지만, 솔직히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돈으로 모든 게 다 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맨시티는 요한을 돈으로 살 수 없었죠. 아직 축구에도 낭만이란 게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요한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버지의 팀 웨스트 햄을 우승시키는 것이 목표인 선수. 낭만이죠.”
결국, 어쩌다보니 방송은 요한의 찬양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방송이 틀어져 있던 맨체스터의 한 호텔 방의 티비가 꺼졌다.
‘말 들을걸···’
채널 돌리라고 할 때 돌릴걸.
그라나흐는 후회하며 이를 갈았다.
ㆍㆍㆍ
“여어, 이게 누구야. 빅클럽이랑 링크가 뜨고 있는 대형 유망주들 아니야?”
“오늘이 너희들 쇼케이스냐? 이왕이면 강한 인상들을 심어줘 봐라. 그래야 한 푼이라도 더 받지.”
“마. 거 말도 안되는 소리들 하지 마이소.”
맨시티와의 14라운드 경기 당일.
웨스트 햄 선수들이 제이콥 버클리와 조너선 네이슨을 웃으며 놀린다.
빅클럽과의 링크?
무슨 말인가 하면, 며칠 전부터 떠도는 이적설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건, 바로 맨시티가 네이슨과 버클리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맨시티, 이번 겨울 웨스트 햄 2인조 노린다··· 네이슨과 버클리 영입 물망
-요한이 안되니 동료들이라도? 시티가 네이슨, 버클리 노리는 이유는?
-만약 둘이 시티로 간다면 받게 될 금액은? 연봉 수 배 뻥튀기
-[포토] 훈련장으로 출근하는 제이콥 버클리, 어딘가 근심 가득한 표정?
-이적설 질문에··· 조너선 네이슨, 의미심장한 침묵으로 일관
네이슨과 버클리는 처음 이 기사들을 접하곤 코웃음을 쳤다.
솔직히, 본인들이 생각해도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맨시티에서 자신들을 원한다니.
맨시티에 좋은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데 말이다.
찌라시도 이런 찌라시가 없다면서 웃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대런 체임버스] 버클리, 네이슨 영입 이야기 나온 것 사실. 구단은 최대한 겨울 영입 원함.
-[빌 테이텀] 구체적인 금액도 정해졌다. 겨울 오퍼 들어갈 것.
-[닉 다이슨] 구단은 생각보다 많은 금액을 책정함. 반드시 데려오겠다는 생각.
단순 3류 일간지의 찌라시가 아니라, 맨시티 출입 기자들의 입에서까지 그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니.
더이상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게 되었다.
분위기가 싱숭생숭해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맨시티로부터의 관심이라니.
2년 전까지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던 둘이다.
웨스트 햄에 올 때까지도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둘이고.
그런데, 우승을 밥 먹듯이 하고,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 영입하는 맨시티가 진지하게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니 마음이 동요할 수밖에 없는 일 아닌가.
물론 여전히 의구심은 들었다.
왜 그들이 자신들을 영입하려는 것인지.
맨시티엔 이미 좋은 미드필더들이 많다.
특히 이 둘의 포지션인 좌우 미드필더들은 월드 클래스들이다.
주전부터 백업들까지 해도 말이다.
어떻게 봐도 자신들이 낄 자리가 없었다.
그렇담, 반대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자신들을 영입함으로써 맨시티의 전력을 강화하려는 게 아니라, 웨스트 햄의 전력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라면?
그럼 고개가 끄덕여질만 했다.
네이슨과 버클리는 웨스트 햄의 확실한 주전이다.
심지어 핵심이라 말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두 발 더 뛰는 슈미트 감독의 축구를 가장 잘 이행하는 게 이 둘이니까.
더군다나, 요한의 활동량을 커버해줄 수 있는 게 이 둘밖에 없기도 하고.
결국 이야기는 거기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요한을 100퍼센트로 활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 부품인 이 둘을 영입한다는 건.
역시 맨시티는 여전히 요한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요한의 영입을 위한 포석 말이다.
“대충 들어보니, 어마어마한 금액이던데.”
“그렇겠지. 시티가 어떤 팀인데.”
“가서 2년만이라도 버티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돈이 생기는 거네.”
이런 저런 이유들을 다 떠나서, 혹할만한 이야기임은 틀림없었다.
주전으로 기용할 생각이든, 백업이든, 심지어 백업조차 아닐지라도.
시티의 제안을 수락한다면, 막대한 돈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커리어에 맨시티라는 빅클럽이 남는 것 역시 큰 도움이 될 터였다.
경기를 못뛴다 해도, 맨시티 출신이라는 것만으로 이전과는 다른 몸값이 책정될테니.
“야. 나 같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갔다.”
“불러줄 때 가라. 이런 때 아니면 오퍼 받아볼 수 있을 것 같냐?”
“나중에 남는 건 돈밖에 없다. 충성이 밥 먹여주는 거 아니야. 돈이 먹여주는 거지.”
낄낄거리며 이야기하는 동료들.
농담조의 이야기지만, 진심이 담겨 있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믿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마, 개같은 소리 하지 마이소. 가긴 어딜 갑니꺼. 우리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나.”
“저, 바보 아닙니다.”
버클리와 네이슨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자신들이 어디에 있어야, 가장 빛날 수 있는지를 말이었다.
“씨바, 오늘 못하믄 존나게 시끄러워 지겠지예?”
“당연하지. 시티가고 싶어서 태업한다 소리부터 나오겠지.”
“와, 상상만 했는데 억수로 열 받네. 그 꼴은 못 보지예. 마, 네이선. 맞제?”
“맞다.”
“뚜까 패뿌자.”
버클리와 네이슨은, 오늘 경기 플레이로 맨시티에 관심에 답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