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41)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41화(141/202)
< 140화 – 낭만이 살아 있는 필드 >
네이슨과 버클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슈미트 감독의 선택을 받아 웨스트 햄에 올 수 있었던 이유.
이 팀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이유.
한 시즌을 치르고 난 뒤, 몸값이 껑충 뛴 이유.
그리고 맨시티가 자신들을 원한다는 이야기가 나도는 이유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요한 때문이었다.
이걸 뭐 굳이 설명해야 할까.
유명한 연설의 한 문장을 인용하면 그만이다.
요한의, 요한에 의한, 요한을 위한.
요한이 없으면 자신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둘은 잘 알고 있었다.
생각해보라.
모든 게 잘 풀리기 시작한 건 슈미트 감독과 요한을 만난 뒤부터였다.
그 전까진, 그저 반쪽 짜리라는 소리를 듣던 선수들에 불과한 자신들이었다.
활동량은 많은데, 공격 재능은 없는 선수.
뛰어다니기만 많이 뛰어다니는 비효율적인 선수.
말이 반쪽 짜리지, 사실 장점이 없는 선수 취급을 받았던 게 현실이었다.
그 단점이 꽤 치명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요한은 자신들의 그 단점을 모두 커버해줬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단점보다, 장점을 먼저 봐주게 된 것은 순전히 요한 덕분이었다.
그렇기에, 웨스트 햄을 떠날 생각이 없는 둘이었다.
맨시티에 가면 뭐 하나.
요한이가 없는데.
물론 맨시티 선수들도 모두 대단한 선수들이다.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이 죄다 월드 클래스들이지.
그런 선수들과 같은 팀이 된다는 건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게 문제기도 했다.
낄 자리가 딱히 없다는 거.
그들은 진정으로 자신들이 필요해서 원하는 게 아니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건 요한이다.
반면 웨스트 햄은 자신들을 필요로 한다.
자신들이 없으면 안된다.
그건 아무리 많은 돈으로도 채울 수 없는 것이었다.
남자에게 제일 중요한 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다.
파아앙-!
공을 끊어낸 네이슨은 욕심 없이, 곧바로 요한에게 패스를 밀어 넣었다.
사실 네이슨이 직접 마무리해도 괜찮은 위치였다.
상대 최후방 수비수의 패스를 가로챈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네이슨은 더 확실한 쪽에 배팅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요한에게 찬스가 갑니다!>
아크 정면에서 확실한 찬스를 잡는 요한.
요한은 왜 네이슨이 고민도 않고 자신에게 패스를 줬는지, 그 이유를 보여주었다.
뻐어어어어엉-!
슈우우우우웅-
철썩-!
<고오오오오올-! 침착하게 마무리합니다, 요한! 웨스트 햄의 선취 득점!>
<역시 믿음을 배신하지 않는 요한! 맨시티 전 전 경기 득점을 기록하는 요한!>
<에르네스토 감독은 치가 떨릴 것 같습니다!>
골문 구석을 노리고 때린 오른발 슈팅은 가볍게 골망을 갈랐고, 선수들은 모두 환호하며 요한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요한은 네이슨과 버클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둘에게 공을 돌렸다.
“마! 알아주니 고맙네!”
“고맙다.”
껄껄 웃으며 요한의 머리를 쓰다듬는 버클리와, 고개를 끄덕이는 네이슨.
과연, 맨시티가 왜 이 셋을 데려가고 싶어하는지 그 이유를 보여주는 첫 번째 득점이었다.
또한, 네이슨과 버클리가 왜 맨시티로 갈 이유가 없는지를 보여주는 득점이기도 했고.
“컴 온!”
네이슨과 버클리는 침묵하는 원정 팬들을 향해, 가슴팍의 엠블럼을 두드리며 포효했다.
*
“젠장.”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한바탕 난리를 친 뒤, 벤치로 돌아오며 에르네스토 감독은 한숨을 내쉬었다.
웨스트 햄과의 경기가 쉽게 흘러갔던 적은 없었다.
요한이 데뷔한 이후로 말이다.
다만, 오늘은 유독 그랬다.
이전까진 경기의 승패가 불만족스러웠을 뿐이지, 경기 자체는 자신들의 흐름대로 끌고 갔던 맨시티였다.
하지만 오늘은 경기 내용 자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언더독의 마음가짐으로 임하랬더니, 이건 뭐 누가 봐도 맨시티가 진짜 언더독처럼 보이고 있지 않은가.
‘정말 성가시군.’
오늘 에르네스토 감독의 시선이 자꾸만 네이슨과 버클리에게로 향한다.
오늘 경기가 힘든 건, 전적으로 저 둘 때문이다.
사미르 리샤드가 부상으로 빠졌고, 선수단 전반적으로 체력 상태가 좋지 못한 것도 있긴 한데.
그건 모두 핑계다.
상대가 더 잘하고 있는 게 팩트였고, 그 중심에 네이슨과 버클리, 이 둘이 있었다.
둘이서 팀의 모든 빌드업을 방해하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 저런 에너지가 나오는 건지.
‘좋은 선수들이야.’
확실히 좋은 선수들이다.
웨스트 햄에게 있어선, 핵심이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물론 개인 능력만 놓고 본다면, 저 둘을 리그 탑 클래스의 선수들이라 보긴 힘들 것이다.
어느 팀에 가든 주전을 차지할 수 있고, 기복없는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 만큼 말이다.
하지만, 축구라는 건 11명이 한 팀이 되어 플레이하는 스포츠다.
중요한 건 11명이 모두 더해졌을 때, 그 능력치의 총합이 얼마냐일 뿐.
또한, 그 총합은 단순히 11명의 개인 능력치를 모두 더해서 나오는 값이 아니라는 거다.
선수들 중엔 분명 개인 능력치 자체는 높지 않아도, 동료들의 능력치를 상승 시켜주는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있다.
쉽게 말해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이다.
1+1이 2가 아니라, 3이 되게 만드는 선수들.
네이슨과 버클리는 그런 선수들이었다.
그리고, 그 둘 때문에 오늘 경기는 잘 안 풀리고 있었다.
맨시티가 그 둘을 영입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건, 분명 그 둘이 필요했기 때문 그 자체는 아니었다.
결국은 요한이 필요했기 때문이지.
하지만, 오늘 경기를 보니.
에르네스토 감독의 생각도 조금은 바뀌는 듯 했다.
저 둘이 진짜로 탐이 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흐음.’
그러나, 저 둘을 데려오는 것 조차도 쉽진 않을 듯 했다.
방금, 선취골을 넣었을 때.
저 둘이 가슴의 엠블럼을 가리키며 지었던 자랑스러운 얼굴.
그 표정에서 느껴지는 진심이, 꽤 단단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
<전반은 이렇게 1대0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스코어와 별개로, 상당히 치열했던 전반전이었습니다.>
<조금 의외인 점이 많았죠? 일단 점유율 면에서, 맨시티가 58퍼센트 밖에 가져가지 못했다는 게 눈에 들어오구요.>
<58퍼센트가 적은 건 아니지만, 65퍼센트는 거의 기본인 느낌인 맨시티니까요. 하지만 오늘은 웨스트 햄이 거센 압박과, 좋은 중원 장악력으로 점유율을 많이 빼앗아 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네이슨과 버클리의 활동량이 계속해서 눈에 띄었었지요.>
전반은 맨시티가 0대1의 리드를 따라잡지 못한 채 마무리되었다.
네이슨과 버클리가 의욕적인 만큼, 맨시티의 그라나흐도 의욕적으로 움직이긴 했으나.
되려 의욕이 앞섰던 탓인지 답답한 모습이기도 했다.
전반에만 오프사이드 4개를 기록한 그라나흐였으니.
물론 몇 번 오프사이드를 뚫어내기도 한 그라나흐였다.
다만 주력이 문제였다.
프라이스의 절묘한 패스와 좋은 침투로 키퍼와의 1대1 찬스가 만들어지나 싶었는데, 발이 느려 벨라미에게 슈팅을 번번이 가로막혔다.
오늘 경기를 통해 팬들이 더 이상 요한을 원하지 않도록 만들겠다던 그라나흐였지만, 일단 전반만 놓고 봤을 땐 실패로 보였다.
<맨시티는 어떻게 해서든 승점 1점이라도 확보하고 싶어 보이는데요.>
<당연하겠죠. 아직 시즌 초반입니다만, 맨시티는 웨스트 햄을 따라잡아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이어진 후반전.
맨시티는 라인을 원래대로 올렸다.
애매하게 내려봤자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
원래 자신들의 장점을 살리는 게 낫다는 생각인 듯 보였다.
슬슬, 웨스트 햄의 에너지 레벨이 떨어질 것이란 생각도 있었고.
네이슨과 버클리가 워낙 전반 동안 휩쓸고 다니지 않았나.
그 둘도 후반전엔 전반과 똑같이 뛰어다닐 수는 없을 것이었다.
물론 0대1로 뒤지고 있고, 최소한 승점 1점은 반드시 따야 하는 경기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무서운 기세로 13연승을 달리고 있는 웨스트 햄의 승점은 이미 39점.
여기서 승점이 더 벌어진다면 그 격차를 좁힐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뭐가 됐든 맨시티는 후반전을 공격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었다.
<프라이스, 치고 올라옵니다. 확실히 전반보다는 웨스트 햄의 압박이 헐거워졌습니다.>
<웨스트 햄도 라인을 내리고 수비를 단단히 구축하는 모양새입니다.>
확실히 작정하고 공격적으로 나서는 맨시티는 위험하다.
유럽에서 바이에른 뮌헨이나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만큼이나 텐 백을 많이 상대해 본 팀이 맨시티일 거다.
그만큼, 뒤로 물러서는 팀을 상대로 지공을 하는 것에 익숙한 게 맨시티.
맨시티의 장점은 이럴 때 제일 잘 발휘가 된다.
<그라나흐, 돌아서면서 슛-!>
<그러나 벨라미가 슈팅을 블락해냅니다! 왼발 각도를 파악하고 있었죠!>
<오늘 벨라미에게 꽁꽁 묶이고 있는 그라나흐. 웨스트 햄이 준비를 철저히 해 온 모습입니다.>
다만, 오늘은 좀 아닌 듯 싶다.
벨라미가 똑똑한 수비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라나흐의 왼발을 철저히 봉쇄하는 벨라미.
왼발잡이들은 특유의 성향이 있다.
희한하게 오른발잡이들보다 더 주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오른발을 사용해야 하는 시점에서, 굳이 왼발을 쓰기 위해 라보나 킥을 시도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정도로.
그라나흐 역시 마찬가지.
어떻게든 왼발 슈팅 각도를 만들어 보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인데, 벨라미 앞에선 여의치가 않아 보였다.
특히나 이런 지공 상황에선 자신이 원하는 예쁜 각도를 만들어내기가 어렵다.
상대 수비가 이미 다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물론, 그걸 역이용할 순 있었다.
상대가 노골적으로 왼발만을 막는다면, 그걸 역이용하면 그만이다.
<다시 그라나흐에게. 그라나흐, 잘 속였는데요! 슛! 아, 터무니 없이 벗어납니다. 아쉬운 슈팅!>
그러나, 그게 또 말처럼 쉽진 않다.
애초에 오른발을 잘 썼다면, 왼발 의존도가 높을 이유가 없다.
지금도 그라나흐가 쉽게 오른발 슈팅 각도를 만들고, 슈팅을 때렸지만 골대를 크게 벗어났다.
애석하게도, 벨라미가 왜 대놓고 그라나흐의 왼발만을 막는지 보여주는 장면.
“오른발은 진짜 의족이네.”
“리샤드가 없으니 답답해 죽겠구만. 그라나흐 혼자서는 지공이 안돼.”
“패턴이 너무 뻔하잖아. 저래선 나도 막을 수 있겠다.”
슈팅 기회는 계속해서 나오는데,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자 답답해하는 맨시티 팬들.
그렇게 맨시티 팬들이 갈증을 느낄 때쯤.
그라나흐에게 절망적인 장면이 나오고 말았다.
<프라이스, 그대로 중거리 슛-! 그러나 고든이 몸으로 막아냅니다!>
<카펠로에게 흐르는 공! 카펠로, 전방을 향해 다이렉트로 찔러줍니다!>
<패스가 요한에게 향합니다! 웨스트 햄의 역습 찬스!>
공격적으로 나서는 맨시티는 위험하다.
이 문장은 해석에 따라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진다.
맨시티를 막아내야 하는 입장에서 위험하다는 뜻도 되고, 맨시티가 위험하다는 뜻도 된다.
라인을 높게 끌어올린 맨시티의 후방은 넓었고, 그 넓은 공간을 향한 카펠로의 패스가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요한과 맨시티 수비수들이 공을 향해 달렸다.
타타타탓-!
“헤이! 레프리!”
공을 향해 달리며, 다급한 얼굴로 손을 들며 부심을 쳐다보는 맨시티 수비수들.
그러나, 부심은 전혀 문제없다는 듯 골라인을 향해 뛰기만 할 뿐.
맨시티의 오프사이드 트랩이 뚫렸다.
그렇다는 건, 맘 놓고 달리는 요한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뜻이었다.
타타탓-!
무서운 속도로 맨시티 진영을 가로질러 공을 잡아낸 요한은,
쉬이익-!
맨시티 키퍼 에두아르도가 튀어나오자 두 다리를 빠르게 휘적이기 시작했다.
헛다리 드리블을 치기 시작한 거다.
골키퍼를 제쳐버리겠다는 과감함.
그런 요한의 드리블에, 에두아르도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 흔들렸다.
당연했다.
그라나흐와 달리 요한은 완벽한 양 발.
어느 쪽으로도 갈 수 있다.
에두아르도는 완벽한 5대5의 밸런스를 자랑하는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만 하는 입장이었고, 당연히 선택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타타탓-
<골키퍼까지 제쳐냈습니다!>
뻐어어어엉-!
철썩-!
<고오오올-! 요한의 멀티 골!>
<이건 큰데요!>
결국 에두아르도를 가볍게 제쳐내고, 빈 골대에 공을 가볍게 집어넣는 요한.
단 한 번의 역습을 골로 마무리 짓는, 요한의 클래스가 돋보이는 골이었다.
그 골을 보며, 맨시티 팬들은 가슴을 칠 수밖에 없었다.
진짜 그러고 싶지 않은데, 우리 팀 선수를 자꾸 남의 팀 선수와 비교하고 싶지 않은데.
“우리도 이러고 싶진 않은데, 너무 비교되잖아!”
“참을 만큼 참았다! 그라나흐 아웃!”
어쩔 수가 없잖아.
이렇게 대놓고 비교가 되는데, 어떻게 비교를 안할 수가 있냐고.
“하아···”
“···젠장.”
기뻐하는 웨스트 햄 선수들과 동시에, 전광판엔 기뻐하고 있는 한 관중의 모습이 잡혔다.
그 모습을 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는 맨시티 팬들.
그 관중은 반석호였다.
자신이 뛰었던 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기뻐하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라.
참.
웨스트 햄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낭만’이라는 게 있는 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