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42)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42화(142/202)
< 141화 – 지는 법을 잊다 >
“저 녀석은 부상도 안 당해···”
“양 발 다 잘 써···”
“스피드도 탑 급이야···”
“클럽에 대한 충성심도 굳건해···”
“그라나흐는?”
“말을 말자.”
이날 경기에서, 맨시티 팬들은 입맛만 다시다가 90분이 모두 지나가 버렸다.
요한과 비교하면, 그라나흐는 맨시티 팬들에게 단점밖에 보이지 않는 선수였다.
물론 그라나흐가 모든 면에서 요한보다 못한 선수인 건 아니었다.
그라나흐도 분명 장점이 많은 선수다.
요한에 비해 좀 더 적극적이고, 활동량도 많으며, 공격수치고 활발하게 전방 압박을 하는 성실한 스타일.
웬만하면 자신이 슈팅까지 마무리 지으려는, 스트라이커로서의 책임감도 가진 좋은 선수 임은 분명했다.
그러나, 오늘 같은 경기에선 특히 장점보다 단점이 먼저 보일 수밖엔 없었다.
심지어, 장점조차 단점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원래 일 못하고 게으른 한 직원보다, 일은 못하는데 성실한 직원이 더 골치 아프다는 말이 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는 말도 있고.
그라나흐는 계속해서 활발히 움직이며 카메라에 자주 잡혔지만, 그랬기에 활발하게 맨시티 팬들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게다가, 반대편의 요한은 두 골을 넣어 팀을 승리로 이끌고 있으니.
둘이 자꾸만 비교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경기 종료! 웨스트 햄이 맨시티를 2대0으로 꺾고, 리그 14연승을 달성합니다!>
<대단하네요. 14연승이라니요. 만약 웨스트 햄의 연승이 깨진다면, 그게 오늘이 될 거라고 많은 이들이 예측했었는데요. 그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맨시티도 저지하지 못한 웨스트 햄의 연승! 과연 누가 저지할 수 있을까요. 이러다가 무패 우승이라도 하는 것 아닐까요?>
<불가능할 것도 없죠. 올 시즌의 웨스트 햄은, 모든 게 가능해 보이는 기세입니다.>
경기는 2대0, 그대로 끝이 났다.
맨시티로서는 올 시즌 첫 번째 무득점 경기.
또한 첫 패배.
그걸 하필 리그 선두인 웨스트 햄에게 내줬다는 것이 뼈 아팠다.
이로써 두 팀의 승점 차이는 9점 차까지 벌어졌고, 맨시티는 리그 3위로 밀려나며 맨유보다 아래에 위치하게 되는 치욕을 맛봐야 했다.
반면, 웨스트 햄 팬들에겐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가장 큰 난적이었던 맨시티에게 승리하며 14연승을 달성하게 된 건 둘째 치고.
경기 후 선수들의 인터뷰가 해머스들의 가슴을 울렸다.
-만점 활약 제이콥 버클리, “맨시티 이적설? 엄마가 가지 말라고 했다. 나는 마마보이.”
-맨시티 영입설 묻는 기자 질문에··· 조너선 네이슨, “내 심장은 웨스트 햄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에만 두 배로 뛴다.”
-세계 최고의 팀에서 뛰고 싶지 않냐는 물음에··· 버클리와 네이슨, 입을 모아 대답. “우린 이미 세계 최고의 선수와 뛰고 있다.”
-요즘 세상에 돈으로 안되는 것 없다지만··· 웨스트 햄에겐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끈끈함이 있었다
-웨스트 햄이 보여준 필드 위 낭만에 매료? 해머스닷컴 회원 수 급증··· 거너스 따라잡나?
-해머스닷컴 신규 가입자, 상당수가 맨유 팬들인 것으로 밝혀져··· “유나이티드는 하나.”
축구계에서 흔히 쓰이는 ‘근본’이라는 말은 사실 별 게 아니다.
이런 게 근본이지.
지금의 웨스트 햄은, 근본으로 가득 찬 클럽이었다.
ㆍㆍㆍ
“어떻게, 음식들은 입에 맞아요?”
“예. 진짜 맛있습니다.”
“아드님은 축구 실력만큼이나 어머님 요리 실력이 출중하신데요.”
“마, 혀가 놀라 자빠졌습니더.”
“영국 음식보단 훨씬 낫네요.”
오늘따라 요한의 집이 시끌벅적하다.
맨시티와의 경기가 있던 다음 날.
몇몇 선수들이 요한의 집을 찾았다.
저녁 식사 초대를 받은 것이다.
오늘 초대를 받은 건 네 명.
네이슨과 버클리, 그리고 해리 케인과 카펠로다.
어떻게 보면 묘한 조합이다.
훈련장이나 필드 위에선 끈끈한 호흡을 자랑하는 이들이지만, 사실 이렇게 사석에서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조합.
네이슨이야 뭐 재미없기로 유명하고, 버클리는 다들 귀 아프다고 안 만나주고.
케인이야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느라 시간이 없고, 카펠로는 덜 떨어진 녀석들이랑 놀러 다닐 바에 집에 있는 게 편한 성격.
그런 넷을 오늘 이 자리에 모이도록 한 건 김라희였다.
고생하는 선수들, 밥이라도 한 끼 먹이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둘은 이것 좀 많이 먹어요. 이게 낙지라는 건데, 한국엔 죽어가는 소도 낙지를 먹이면 벌떡 일어난다는 말이 있거든요. 몸에 그렇게 좋은 거예요.”
“정말입니꺼?”
“···!”
버클리와 네이슨은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김라희에게 눈도장을 세게 찍었다.
지치지도 않고 뛰어다니는 모습이 아주 대견했다나.
앞으로도 그렇게 열심히 뛰라고 보양식을 해주고 싶었단다.
“앞으로도 우리 요한이 잘 좀 챙겨줘요.”
“물론입니다, 어머님.”
케인은, 팀에서 누가 가장 잘 챙겨주냐는 물음에 요한이 케인이라 답해 초대되었다.
뭐랄까, 환희에 찬 얼굴로 집안 구석구석은 탐닉하는 케인을 보며, 요한은 이럴 줄 알았으면 케인이라고 대답하지 말 걸 하는 표정이긴 했는데.
아무튼.
케인은 아까부터 계속 싱글벙글이다.
“아니, 어쩜 그렇게 요한이랑 호흡이 잘 맞아요? 전생에 부부였던 거 아니야?”
“하, 하하···”
멋쩍게 웃는 낯선 모습의 카펠로는 김라희의 원 픽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요한이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기록한 선수라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카펠로지만, 지금은 친구 부모님을 만난 꼬맹이처럼 깍듯한 모습이다.
“와, 이거 묵으니께 벌써 힘이 불끈불끈 나는 것 같은데예.”
“정말요?”
“예. 요한이가 왜 그렇게 힘이 센지 알겠네예. 어릴 적부터 이런 걸 먹고 자랐으니!”
“하하.”
맛있게 식사를 하는 선수들.
오늘 식사는 한식으로 차려졌다.
선수들에겐 생경한 식단이지만, 다들 한 입씩 맛보더니 정신없이 먹어치우고 있다.
솔직히, 영국 음식이 괜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 아니잖아.
다들 눈이 돌아갈만 하지.
김라희는 맛있게 먹어주는 선수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았고, 이들이 온다고 웨스트 햄 유니폼을 챙겨입은 반석호와 로한 역시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요한 혼자만, 빠르게 줄어드는 음식 때문에 초조한 얼굴이었다.
“그나저나, 다들 힘들지 않아요? 우리 게으른 막내랑 같이 뛰느라.”
“어허, 어머님. 무슨 그런 말씀을.”
“저희야 영광이죠.”
“맞지예. 세계 최고의 선수랑 뛰는데, 힘들어도 뛰어야지예. 요한이랑 같이 뛰고 싶은 선수들이 줄 서 있는디. 저흰 행운아들 아니겠습니꺼.”
“에이,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지. 가끔 너무 힘들면, 소리도 치고 그래요. 얌마! 좀 뛰어라! 이렇게.”
“하하! 그래도 될까예?”
김라희의 말에 다들 웃었다.
그런데,
네이슨은 정색을 했다.
“어머님. 진지하게 말씀드리자면, 저흰 모두 요한이의 덕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요한이 덕분에 이 팀에서 뛰고 있을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요한이는 그만큼 대단한 선수입니다.”
“우와, 그래요?”
“그럼요. 요한이는 세계 최고입니다. 다만, 저는 세계 최고가 아니기 때문에 열심히 뛸 뿐입니다.”
네이슨의 말에 대견하다는 듯 요한의 머리를 쓰다듬는 김라희.
“근데, 내 생각은 그래요. 난 축구를 잘 모르지만, 결국 이건 팀으로 하는 스포츠잖아요. 어떻게 얘 혼자서 최고가 될 수 있겠어요? 얘가 최고면, 그 옆에 있는 선수도 최고예요.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선수도. 안 그러면 어떻게 한 팀으로 뛸 수 있겠어요? 안 그래요, 여보?”
“정답.”
“그러니까, 여러분들도 다 세계 최고인 거예요.”
김라희의 말에, 다들 생각지도 못한 감명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카펠로가.
‘옳게 된 부모님···!’
과연, 이 분들은 다르다.
보는 눈들이 있으신 분들이라고.
세계 최고의 옆자리는, 같은 세계 최고만이 차지할 수 있는 법이지.
암.
“아무튼, 앞으로도 우리 요한이 많이 도와줘요. 요한이, 너도 형들 많이 도와주고.”
“예!”
“하모예!”
“네.”
식사 자리에 흘러넘치는 훈훈한 분위기.
이렇게 마주 보며 함께 밥을 먹고 정을 나누니, 다들 한 식구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ㆍㆍㆍ
맨시티라는 큰 고비 하나를 넘긴 웨스트 햄의 리그 15라운드 상대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였다.
뉴캐슬은 올 시즌 리그 12위에 쳐져 있는 팀.
객관적인 전력에서, 웨스트 햄에게 그리 어려운 팀은 아니라 보였다.
다만, 맨시티 전에서 체력 소모가 많았던 선수들이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는 게 변수라면 변수로 보였다.
제이콥 버클리와 조너선 네이슨, 이 둘이 휴식을 취했다.
이 둘이 팀에게 가져다주는 이점이 얼마나 큰지는 맨시티 전에서 잘 드러난 바.
뉴캐슬은 이 둘이 빠졌다는 것을 노리고, 활동량으로 웨스트 햄을 잡아 먹겠다는 듯 달려 들었다.
그러나,
그런 뉴캐슬의 시도는 아쉽게도 미수에 그쳤다.
<뉴캐슬은 웨스트 햄의 연승을 저지하는데 역부족으로 보이네요.>
<요한이 오늘도 팀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갑니다.>
네이슨과 버클리가 빠졌다지만, 웨스트 햄엔 여전히 요한이 있었다.
그것도, 다음 경기에 휴식을 취하게 될 거라는 소식을 듣게 된 요한이.
뉴캐슬 전 이후 웨스트 햄의 일정은 챔피언스 리그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 파리와의 경기였다.
지난 5차전, 말뫼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웨스트 햄은 이미 조 1위를 확정지은 상태.
가뜩이나 바쁜 일정 속에서, 승패가 의미 없는 파리 전에 힘을 쏟을 필요가 없는 웨스트 햄이었기에 요한은 그 경기에서 휴식을 취하게 될 예정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요한은 되려 마음이 급해져 있는 상태였다.
다음 경기에 나서지 않게 된 만큼, 이번 경기에서 다음 주 것까지 벌어 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러니, 뉴캐슬로서는 운이 좋지 못했다.
괜히 파리나 바르셀로나가 웨스트 햄에게 대차게 깨진 탓에, 애꿎은 뉴캐슬만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두들겨 맞은 것이었다.
<포트트릭! 오늘 경기 네 골을 기록하는 요한 반!>
<세상에. 15라운드만에 벌써 20골 고지를 넘어버리는 요한입니다.>
요한은 4골 1도움을 기록하며 뉴캐슬을 박살내 버렸다.
요한의 캐리로 팀은 5대1로 승리했고, 리그에서만 15연승을 기록하는 괴력을 뽐냈다.
*
예상되었던 대로, 파리와의 경기에서 웨스트 햄은 힘을 빼고 나섰다.
괜한 트러블을 피하기 위해, 지난 경기에서 경고가 있었던 선수들은 모두 명단에서 제외되었고, 그 외 체력 관리가 필요한 주전 선수들이 모두 휴식을 취한 웨스트 햄이었다.
반면, 파리는 전력으로 나섰다.
이날 경기는, 양 팀의 선발 명단만 봐도 경기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될 수 있는 경기였다.
<올 시즌 첫 패배를 기록하게 되는 웨스트 햄이네요. 그러나, 오늘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웨스트 햄은 E조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하게 되겠습니다.>
스코어는 0대2.
올 시즌 들어 첫 패배를 기록하게 되는 웨스트 햄이었다.
물론 아무런 상관은 없는 패배.
도리어, 계속 이기기만 하면서 느껴졌던 묘한 불안감이 해소되는 패배였다.
뭐, 이걸 정신승리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긴 한데 진짜 그랬다.
깔끔하게 한 경기 지고 나니, 마음에 편해지는 느낌이랄까.
오히려 좋아.
딱 이 느낌이었다.
E조
1위 웨스트 햄 Utd 5승 0무 1패 승점 15점
2위 파리 생제르맹 3승 2무 1패 승점 11점
3위 바르셀로나 2승 2무 2패 승점 8점
4위 말뫼 FF 0승 0무 6패 승점 0점
처음 조 추첨 때만 해도, 토너먼트 진출이 쉽지 않아 보였던 E조.
그러나, 막상 결과를 까보니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게 된 웨스트 햄이다.
챔스 조별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하는 건 상당한 메리트가 있는 일이었다.
16강 대진 추첨에서, 조 1위 팀은 다른 조의 2위 팀을 만나게 되기 때문.
모든 조의 경기가 끝나고, 순위가 확정되면서.
웨스트 햄이 16강에서 만날 수 있는 팀은 다음과 같았다.
-유벤투스 FC (A조 2위)
-AFC 아약스 (B조 2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C조 2위)
-비야레알 CF (F조 2위)
-인테르 (G조 2위)
-스포르팅 CP (H조 2위)
모두 까다로운 팀들인 건 분명했다.
다만, 하나 튀는 팀이 있다면 역시 유벤투스일 거다.
하필 레알 마드리드와 같은 조가 되어 조 2위에 머무르게 된 유벤투스.
그러나, 유벤투스가 다른 조에 갔다면, 충분히 조 1위를 차지할 수 있었을 정도로 유벤투스는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
때문에, 웬만하면 유벤투스만 피해서 대진이 이뤄진다면 웨스트 햄으로서는 만족할 수 있을 듯 한데.
<2028/29시즌 챔피언스 리그 16강 대진 추첨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12월 13일, 16강 대진을 가리는 추첨이 스위스에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