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45)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45화(145/202)
< 144화 – 모든 경기를 이길 순 없다지만 >
모든 경기에서 이길 수는 없다.
축구뿐만이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서 통용되는 이야기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팀도 언젠간 반드시 지기 마련이다.
한 시대를 제패했다는, 역사에 남는 기록을 쓴 팀들도 전승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바르셀로나 같은 팀을 볼까.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이 기간 동안의 바르셀로나는 00년대 이후 역대 최강의 팀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바르셀로나는 당시 축구계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고, 들어 올릴 수 있는 모든 우승컵들을 들어 올렸으며, 절대 이길 수 없을 듯한 최강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던 팀이었다.
그런데, 그랬던 바르셀로나도 모든 경기를 이겼던 건 아니었다.
아니, 전승은커녕 무패의 팀도 아니었지.
펩 과르디올라라는 차세대 명장이 부임하며, 새 시대의 개막을 알린 08/09시즌.
바르셀로나는 유럽 축구의 중심에 우뚝 섰지만, 38번의 리그 경기 중 6번을 비기고 5번을 패배했다.
그 다음 시즌은 어떤가.
세계 최초 6관왕이라는, 전인미답의 성적을 거둔 바르셀로나였지만.
역시 리그에서만 6번을 비겼고 1번을 졌다.
마지막으로, 트레블이라는 궁극의 위업을 달성한 14/15시즌엔?
리그에서 4번을 비기고 4번이나 졌다.
축구라는 게 이렇다.
최강이라고 분류되는 팀도, 모든 경기를 다 이길 순 없다.
심지어, 시대의 최강자라는 바르셀로나를 꺾은 팀들의 면면을 보면 더욱 재밌다.
셀타 비고, 레알 소시에다드, 헤타페 CF, 심지어 승격팀인 에르쿨레스 CF 까지.
한 시대를 풍미한 팀을 꺾었다기엔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이들이지만, 실제로 바르셀로나는 이들에게 패배했다.
그 외에, 무승부를 거둔 팀들까지 나열하면 훨씬 더 어이가 없어질 거다.
그게 축구다.
어떠한 팀도 모든 경기에서 이길 수는 없다.
이번 시즌의 웨스트 햄도, 그 진리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리그에서는 전승을 달리고 있지만, 이미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한 번을 패배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두 번째 패배는 리그컵이었다.
<아마도, 이번 리그컵 최대의 이변이 아닐까 싶은데요.>
<프리미어 리그, 전반기 전승을 노리고 있는 웨스트 햄이 리그컵 32강에서 노팅엄 포레스트에게 탈락합니다!>
첼시 전 이후 치른 리그컵 32강전.
상대는 챔피언십(2부) 소속의 노팅엄 포레스트였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본다면, 이 경기의 승패를 예상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
웨스트 햄이 주전들을 쉬게 해준다고 해도, 노팅엄이 승리를 가져가긴 어려워 보였으니.
하지만 축구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나는 법이다.
이 경기에 혼신의 힘을 다한 노팅엄은 승리를 가져갔고, 웨스트 햄은 패배했다.
사실 그렇게 특별한 일도 아니었고, 천지가 개벽할만한 일도 아니었다.
축구에서는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 라운드 정도는 더 했어도 괜찮았을텐데.”
“그러게요. 오늘은 노팅엄이 잘했네요.”
경험이 많은 슈미트 감독은 그걸 잘 알고 있었고, 패배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모든 경기를 이길 수는 없다는 문장엔, 사실 ‘똑똑하게 져야 한다’는 교훈이 숨어 있기도 하다.
모든 경기에서 이길 순 없음을 인정하고, 가장 안 아프게 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현재의 팀 상황에서, 솔직히 말하면 리그컵은 커다란 짐덩이에 불과했다.
정말 오랜만에 한 시즌에 4개의 대회를 참가하게 된 웨스트 햄이다.
그 4개 대회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는 생각은 오히려 독이다.
그런 의미에서, 리그컵 탈락은 오히려 홀가분한 느낌마저 주고 있었다.
사실 다음 시즌 생각을 안할 수 없는 입장이라, 유스 선수들의 경험을 위해 한 라운드 정도는 더 가고 싶었지만, 뭐.
괜찮았다.
아무튼, 그렇게 시즌 2패째를 기록하게 된 웨스트 햄은 리그 경기로 돌아왔다.
리그 17라운드, 그 상대는 울버햄튼 원더러스.
리그컵은 져도 괜찮은 경기였지만, 울버햄튼과의 경기는 전혀 져도 괜찮은 경기가 아니었다.
그랬기에, 웨스트 햄은 승리를 거두었다.
리그컵 휴식 후 돌아온 요한의 2골 1도움과 함께.
<리그 17연승! 전반기 전승에 단 두 경기만을 남겨놓게 되는 웨스트 햄!>
<리그컵에서 패하긴 했지만, 리그 전승을 이어가게 되는 웨스트 햄입니다. 그 선택과 집중이 오늘 도움이 된 것 같죠?>
선택과 집중.
이번 시즌의 웨스트 햄에게 가장 중요한 두 개의 대회는 자명하다.
프리미어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
시즌이 개막되기 전부터 그랬듯, 팀은 계속해서 이 두 개의 대회를 언제나 우선 순위에 둘 것이었다.
그래서 리그컵 탈락이 더 홀가분하게 느껴졌던 것일런지도 모른다.
모든 경기에서 이길 순 없다는 진리.
그 진리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리그컵에서 패배를 경험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웨스트 햄은 리그에서 모든 경기를 이길 수 있는 입장이 되었다.
리그에서 전승을 거두어도, 시즌의 모든 경기에서 이긴 것은 아니니.
진리를 거스르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뭐, 이게 무슨 궤변이냐고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은가.
*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있다.
누군가 너무 두각을 드러내면, 미움을 받기 쉽다는 뜻이다.
이건 한국의 속담이다.
하지만,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비슷하다.
영어에도 이와 비슷한 표현이 있으니.
“Tall poppy gets cut down.(키가 큰 양귀비 꽃이 잘려 나간다.)”
너무 잘 나가면 주변의 시기를 받는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17연승을 거두며 단독 선두로 치고나가고 있는 웨스트 햄에게도 이 시기라는 것이 붙었다.
“맨체스터 이브닝의 존 패트릭입니다. 저, 한 가지 질문 드리겠습니다.”
“하세요.”
울버햄튼과의 경기가 끝난 뒤.
요한은 퇴근길에 기자들에게 붙잡혀 잠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지난 시즌보다도 훨씬 좋은 플레이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웨스트 햄입니다. 요즘, 팀 분위기는 어떤가요? 지난 시즌보다 더 좋아진 것을 느끼시나요?”
“음··· 비슷한 것 같은데요. 딱히 바뀐 건 모르겠어요.”
“별 차이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런데, 보는 입장에선 한 가지 변화가 보입니다. 그건 요한 선수의 공격 포인트에 관한 것인데요.”
질문을 던진 기자는 지난 시즌, 17라운드까지 요한이 기록했던 공격 포인트와 이번 시즌의 공격 포인트를 비교했다.
“요한 선수 개인적으론 공격 포인트가 줄었지만, 팀은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이는 웨스트 햄이 팀 적으로 좀 더 탄탄한 팀이 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죄송한데요, 기자님.”
“예?”
“지금은 질문을 받는 시간인데요. 수업 시간이 아니라요. 그래서 질문이 뭔데요?”
“아, 예. 그러니까,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 지가 궁금합니다. 개인 퍼포먼스가 지난 시즌만 못한 게 아쉽다든지, 아니면 팀이 잘해줘서 만족스럽다든지···.”
개떡 같은 질문을 받고, 요한은 머리를 긁적였다.
“딱히 아무 생각도 없는데요. 팀이 잘 하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이죠. 근데요.”
“예?”
“제 공격 포인트가 줄었어요? 얼마나 줄었는데요?”
“아, 그게요.”
기자의 말에 따르면.
지난 시즌, 17라운드까지 요한의 공격 포인트는 29골 11도움으로 마흔 개.
이번 시즌은 28골 4도움으로 서른 두 개라고 한다.
표면적으론 8개나 줄어든 거다.
요한은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일일이 기록을 세고 있을만큼 부지런하진 않으니.
근데, 듣고 보니 갑자기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공격 포인트는 요한에게 곧 휴식일을 의미하는 것.
그럼, 지난 시즌보다 8일이나 더 훈련장에 나왔다는 것 아닌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혹시, 개인 기록은 떨어졌는데 팀 성적은 더 잘 나오고 있다는 것에 대한 괴리감이라든가···”
“모르겠고요. 안되겠네요. 다음 경기부터는 골이든 도움이든 더 해야겠어요.”
기자는 꼭 듣고 싶은 대답이 있는 것인지, 마지막까지 미끼를 던졌으나 이미 요한의 관심은 다른 곳에 꽂혀 있었다.
8일이나 더 못 쉬었다니.
참을 수 없잖아.
다음 경기부턴 더 분발해야겠다.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요한에겐, 지난 시즌엔 17라운드까지 15경기를 뛰었고, 올 시즌엔 17라운드까지 12경기를 뛰었다는 숨겨진 사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ㆍㆍㆍ
올 시즌 세 개의 승격 팀 중 하나인 풀럼은, 2023/24시즌 프리미어 리그에 잠시 모습을 비췄다 다시 챔피언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올해, 5년 만에 다시 프리미어 리그로 돌아왔다.
-풀럼, 5년 만에 프리미어 리그로 복귀!
-젊은 얼굴들과, 프리미어 경력이 있는 베테랑들이 내는 시너지, 풀럼은 다음 시즌에도 프리미어 리그에 남아 있을 것이다.
풀럼을 사랑하는 팬들, 코티저스(The Cottagers)들은 풀럼이 챔피언십에 있든, 프리미어 리그에 있든 상관없이 풀럼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이들이지만.
그런 그들이라 해도 이왕이면 팀이 프리미어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희망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의 희망대로, 올 시즌 풀럼은 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가장 좋은 성적으로 승격한 팀답게, 17라운드까지 4승 6무 7패를 기록.
리그 13위로 승격 팀 중엔 가장 높은 순위를 마크하고 있는 풀럼이다.
단순히 리그 순위만 놓고 봐도 긍정적이지만, 가장 긍정적인 점은 골득실이었다.
풀럼의 득실차는 +2.
한 순위 아래, 14위 리즈 유나이티드가 –10이고, 심지어 12위인 브라이튼이 –6이다.
이렇게 보면 풀럼의 득실차가 특출나게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비결은 역시 수비력에 있었다.
승격 팀 답지 않은, 혹은 승격 팀 다운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풀럼은 클린시트 경기만 5번을 만들어냈다.
8번의 클린시트 경기를 펼친 웨스트 햄과 3번 밖에 차이가 안 난다.
그런 수비력을 바탕으로, 질만한 경기를 비기고, 비길만한 경기를 이겨온 풀럼.
풀럼으로서는, 이대로 전반기를 무난하게만 마무리한다면 다음 시즌 잔류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긴 건 웨스트 햄과의 경기를 앞두고서였다.
-요한 반, “지난 시즌 공격 포인트 뛰어넘겠다.” 각오 밝혀··· 골 폭격 예고
[내용] ······동 라운드를 기준으로 공격 포인트가 8개나 줄었다는 이 기자의 질문에, 요한 반은 “다음 경기부터 골이든 도움이든 더 해야겠다.”며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었다······└저 기자 새끼 죽인다 ㅅㅂ 왜 하필 우리 경기 직전에 저딴 질문을 하냐고
└풀럼 팬이냐? 미안한데 너넨 이거 없었어도··· 여기까지만 할게
└요한에게 쳐맞고나면 아마 다시 챔피언십으로 돌아가고 싶어질듯
└풀럼 PL 복귀 신고식 제대로 하겠네 ㅋㅋ
└저 질문한 기자쉑 이름 뭐냐? 린치 마려워서 못 참겠는데?
└기자 인스타 찾았다 맨체스터 이브닝의 존 패트릭이라는 놈임 주소www.instagram/j_patrick
└또 너냐, 맨체스터?
└와 들어갔더니 비공개되어 있네
└인스타 수비는 카테나치오 저리가라네 ㅋㅋㅋㅋ
└ㅅㅂ 우린 뭔 죄냐고 진짜
자신들과 전혀 상관없는 기자 한 명의 질문이, 지금까지 잘 쌓아온 기록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것이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
리그 18라운드, 풀럼과 웨스트 햄의 경기.
경기 시간이 흐를수록, 풀럼의 득실차는 폭락하는 코인처럼 기다란 음봉을 그렸다.
역대급 떡락이었다.
<무차별 골 폭격입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지난 시즌 자신의 공격 포인트 기록을 넘어서겠다고 선언한 요한이었는데요. 그게 말뿐에 그치지 않을 거라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기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2였던 풀럼의 득실차.
그러나, 경기가 끝났을 때 풀럼의 득실차는 –4가 되었다.
무려 6골을 헌납하고 만 것이었다.
그리고, 그 6골에 모두 깊게 관여한 것은 요한이었다.
<4골 2도움! 올 시즌 최고의 퍼포먼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직 전반기가 다 마무리된 건 아닙니다만, 후반기 요한의 활약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은데요.>
요한은 이 경기에서만 6개의 공격 포인트를 더하며, 18라운드까지 32골 6도움, 38개의 공격 포인트를 쌓는 괴력을 보여주었다.
물론, 그래도 아직까진 지난 시즌의 자신을 넘을 수 없었다.
지난 시즌, 18라운드까지 요한이 기록했던 공격 포인트는 43개였으니까.
다만, 시간 문제일 듯 했다.
골든 크로스까지는 말이었다.
풀럼 입장에선 개x끼지만, 존 패트릭은 어쩌면 슈미트 감독 만큼이나 동기부여의 귀재였는지도 모른다.
천하의 요한에게 위기의식을 느끼게 만들었으니까.
-“생각해보니 이번 시즌 공격 포인트가 적긴 했던 것 같다.” 경기당 2.9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 중인 스트라이커의 유머!
-전반기 전승 가능할까? 요한의 득점력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리그 18연승 달성한 웨스트 햄, 전반기 마지막 상대 사우스햄튼 정조준
이제 바톤은 풀럼에게서 사우스햄튼에게로 터치가 되었다.